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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다중인격

醉月 2009. 7. 29. 08:50
익명의 가면 쓰고 활개치는 ‘가짜들’ 사이버 다중인격 놀이인가 범죄인가

현실의 내가 진짜인지… 사이버세상 속 내가 진짜인지…

‘다중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들은 이렇게 불린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 즉 직업·나이·성별·주소·학력 등을 모두 허위로 꾸미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사이버 다중인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중이’들은 인터넷에서 일종의 ‘역할극’을 벌이며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나’를 만들어낸다. 한 개 또는 수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변호사·의사·교수 등 직업을 바꾸는가 하면, 이렇게 사칭한 신분을 바탕으로 그럴 듯한 글과 사진을 내세워 네티즌을 감쪽같이 속이기도 한다.

사이버 다중인격은 신종 인터넷 놀이인가, 새로운 정신질환의 일종인가. ‘속았다’라는 배신감과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사이를 오가는 사이버 다중인격의 세계와 그를 둘러싼 논란들을 짚어봤다.

‘사이버 다중인격’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던 시절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수많은 20~30대 젊은이들이 라틴어로 ‘분신’을 뜻하는 게임 캐릭터 ‘아바타’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제 ‘사이버 다중인격’은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 일상적인 사이버 공간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이들은 ‘다중인격장애(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의 증상과 똑같이 현실 속의 자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후 이를 사칭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대부분 웃어 넘길 수 있는 ‘놀이’ 수준이지만 극소수의 ‘다중이’들은 가짜 신분을 토대로 적극적인 ‘사기 행각’까지 벌이고 있다. ‘다중이’들의 행태는 어디까지 온 걸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최근의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

인터넷 뒤흔든 ‘다중인격’ 사례

1. 10대들의 영웅 ‘비단꽃’의 정체

‘독일 유학 → 경희대 의대 합격 → 요리사 지망 → 실습 중 손 마비’ , 공부법 올리며 5년간 스타 블로거 군림…

실체는 중학교 중퇴생

▲ 네이버 파워블로그

“지금까지 제가 블로그에 밝힌 학력과 신상, 나이 등은 전부 거짓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3월 2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 한 편의 고백 글이 올라왔다. 일명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며 청소년 네티즌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오던 ‘10대들의 영웅’ 강모(20)양의 친필 노트를 스캔한 글이었다.

네티즌들은 경악했다. 뒤늦게 강양의 ‘사기극’을 알게 된 블로거들은 “정신병자에게 완전히 속았다” “지금까지 당신을 믿고 따라온 나는 뭐가 되는 거냐”는 댓글을 달며 분노했다. 한동안 ‘비단꽃 거짓말’이라는 키워드가 네이버 인기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비단꽃’. 강양이 2004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공부비법’에 관한 글 수십 편을 올리며 사용한 닉네임이다. 강양은 자신이 노트에 직접 쓴 글을 스캔해 올리며 무려 5년간 이 블로그에서 ‘청소년들의 롤 모델’로 군림했다. 나약하고 포기가 빠른 요즘 청소년들에게 강양의 ‘인간 스토리’는 눈물을 쏙 빼게 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강양이 블로그를 통해 밝힌 이야기는 이랬다. 15살 어린 소녀였던 그는 중학교 3학년을 중퇴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뛰어난 학업 성적 덕분에 독일 의대에 진학했지만 향수병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검정고시를 거쳐 경희대 의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꿈인 요리사가 되기 위해 결국 의대에 진학하지 않았다.

강양은 재수(再修) 끝에 안양과학대 호텔조리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꿈도 오래가지 못했다. 실습 과정에서 당한 사고로 오른쪽 손 신경이 마비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요리사의 길도 접고 ‘블로거’로 들어서게 됐다고 했다. 강양은 또 “어렸을 때부터 선천성 과호흡 증상도 앓아 생활하는 게 불편하다”고도 했다. 이런 내용을 모두 엮어 강양은 자신의 공부 비법과 역경을 이겨 나가는 마음가짐, 소소한 일상을 모두 블로그에 올렸다.

강양의 블로그를 방문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양의 공부비법에는 “이렇게 공부하면 되는구나”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한 중학생은 “언니를 따라 나도 어제 학교를 자퇴했다”는 글을 남겼다. 청소년들은 “강양을 정말 존경한다”는 편지를 보냈고, 강양의 글씨체를 따라 흉내 냈다. ‘비단꽃체’라 이름 붙여진 이 글씨체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쓸 수도 있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강양은 3년 연속 ‘네이버 3대 공부 블로거’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 강양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독일은 1주일 정도 친척 집을 방문한 게 전부였고 실제 나이도 블로그에 올린 나이보다 두 살 어렸다. 오른손 신경 마비와 과호흡 병도 거짓이었다. 중학교 중퇴만 사실이었을 뿐 경희대 의대와 안양과학대에 합격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독학으로 일본어능력시험 고득점을 올렸다고 했지만 강양은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네티즌들을 감동하게 했던 ‘강양 어머니의 편지’도 강양이 혼자 써 올린 자작극이었다. 강양은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네티즌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조금씩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거짓말’에 대한 심적 부담이 쌓이자 결국 진실을 고백한 것으로 보인다.

강양은 블로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하지만 수년간 강양을 진심으로 따르고 사랑했던 청소년들은 깊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고등학생인 한 네티즌은 “비단꽃을 인생의 대선배로 삼고 한때 진지하게 자퇴를 고려하기도 했는데… 화가 난다기보단 허탈하다”며 “그땐 그렇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경이로웠는데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경이롭다”고 말했다.


2. “나는 스타의 9년 된 애인!” 전씨의 슬픈 연극

‘부잣집 출신 재원’ 알고 보니 록가수 스토커, ‘취직하라 잔소리했다’ 지체장애 어머니 때려 숨지게 해 구속

지난해 11월 ‘놀지 말고 취직하라’고 훈계하는 지체장애인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구속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을 인기 록가수 고모씨의 9년 된 비밀 애인이라고 밝혀온 전모(32)씨였다.

전씨는 싸이월드에서 이미 유명인이었다. 하루 미니홈피 방문자 수만 200~300명에 달했고 누적 방문자 수도 30만명에 달했다. ‘○○(연예인 이름) 왕자님 △△(자기 이름) 신데렐라 천생연분’이란 제목의 이 미니홈피엔 전씨의 드레스 사진이나 비키니 사진 등 500여장의 사진이 가득했다. 이 미니홈피 속에서 전씨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졌다.

▲ 록가수 애인, 명문 대학원 재학… 환상 속의 전씨 미니홈피.

미니홈피에 밝힌 전씨의 프로필은 화려했다. 키 167㎝에 45㎏의 가녀린 몸매를 지닌 전씨는 자신을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원’이라고 소개했다.

또 2002년 대학가요제에 혼성듀오 ‘썬데이’의 여성 보컬로 나서기도 했으며 KBS·MBC·SBS 아나운서 시험을 치는 등 아나운서·리포터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여대 영상학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사회과학부,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경기대 국문학과, 가톨릭대 국문학과 등 한꺼번에 무려 7개의 대학에 합격했다는 얘기도 공개했다. 하지만 전씨가 밝힌 학력과 경력은 대부분 허위거나 확인할 수 없는 사실들 투성이였다.

전씨는 미니홈피에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 유수의 건설회사 대표이자 교민단체인 민단의 거물이며, 어머니는 동양방송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자신이 6살 때 연예계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을 홈피에 올리는 등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전씨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였고 아버지의 경력도 확실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20년간 휠체어에서 생활한 2급 지체장애인이었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전씨가 미니홈피 게시판을 도배하면서 강조했던 ‘인기 록가수의 9년 된 애인’ 발언도 거짓이었다. 전씨는 “고씨가 그 동안 만든 모든 노래는 나를 위한 것”이라며 “그의 콘서트에 나온 여인 영상도 나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탤런트 안모씨와 친한 사이이며, 한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와도 특별한 관계라며 구체적인 상황을 늘어놓기도 했다.

전씨가 존속치사 폭행 혐의로 구속되자 인터넷이 들끓었다. 록가수 고씨의 소속사 측은 “전씨가 고씨를 스토킹한 건 오래된 일이며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며 “전씨는 한밤중에 고씨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등 그를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도 “전씨가 우리 멤버 중 한 명을 스토킹한 건 사실이지만 특별히 심각한 위협은 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씨의 미니홈피는 폐쇄되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도 하루 방문객 수가 30여 명을 넘는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결국 어머니까지 죽이다니, 완전히 정신병자였다”며 비난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일부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이라며 “이 공간이 당신의 유일한 안식처였나 보다”라고 말했다.

 

3. 다중인격 즐긴 ‘12년 댓글의 달인’

“12년 의사” “12년간 고미술상” “12년간 마약환자 도우미”, 사칭한 직업 수백 개… 속인 이유? “그냥 재미로”

“저는 12년간 서울 영등포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12년간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입니다….” “저는 12년간 인사동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화영(26)씨는 싸이월드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대표적인 ‘다중이’다. 지난해부터 싸이월드의 각종 국내외 뉴스에 댓글을 달고 있는 윤씨는 일명 ‘12년 댓글의 달인’으로 불린다. 뉴스와 관련된 직업을 전부 다 끌어들여 ‘내가 그 직업에 12년간 종사했는데…’ 하는 식으로 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 윤씨에게 열광하는 네티즌들.

이를테면 ‘카타르에서 기이한 생명체 포착’이란 제목의 기사에는 “국내 정유 업체에서 12년간 근무하면서 카타르에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저런 생명체는 본 적이 없다”고 댓글을 달고, 마약 관련 기사에는 “내가 12년간 마약환자 재활도우미로 일하고 있는데, 마약 때문에 망가지는 분들을 여러 명 봐 안타깝다”는 댓글을 다는 식이다.
 
이렇게 윤씨가 ‘사칭’한 직업은 미용실 원장, 엔터테인먼트 회사 실장, 금융업 종사자, 프로야구 선수, 농부, 지방대 전임교수, 가정주부, 경호원,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수백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그는 정작 경남의 한 도시에서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

네티즌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윤씨의 미니홈피에는 “성지순례 왔습니다” “팬이에요!” “이번엔 또 무슨 12년 댓글을 다실 건가요” 등의 열광적인 호응이 가득하다. 그가 ‘신분위조’를 한 사실을 비난하는 글은 어디에도 없다. 네티즌들은 오히려 “저는 12년간 윤화영씨를 연구해온 사람입니다…”라고 맞받아치며 ‘12년 댓글 놀이’를 하고 있다.

윤씨의 반응도 유쾌하다. 그는 “‘왜 신분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냐’고 하는데 그건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윤씨는 “내 댓글을 보고 낚이는(진짜인 줄로 속는) 분들의 반응과, 낚이는 줄 알면서도 호응해주시는 분들의 반응이 재미있다”며 “하지만 나는 늘 근거 있는 사실만을 전달하려 노력 중이며, 잘 모르는 사실은 검색도 하고 관련 부처에 문의도 하고 있다”고 한술 더 떴다.

윤씨는 미니홈피에 ‘12년 댓글’의 원칙도 공개했다. 윤씨는 “나는 논란이 될 만한 정치 뉴스나 민감한 사회이슈 뉴스엔 댓글을 달지 않는다”며 “아침 기상 후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두 부를 읽고, 포털사이트에 링크된 뉴스는 남들이 지나칠 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읽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근거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런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2년’에 대해서도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작년에 아무 생각 없이 11년이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해가 바뀌어 12년이라고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구라(거짓말의 속어)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서, 내가 구라고 구라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댓글 다중이’는 포털사이트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다중이’로 의심되는 이들의 옛날 글을 검색하면 그가 예전에 벌였던 각종 ‘다중인격 놀이’ 글이 수십 개씩 발견된다.

아이디 ‘99ruma’는 “수입업자는 할 말 있습니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남자간호사입니다” “거인병 환자입니다” 등으로 ‘역할놀이’를 하며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실제 한 언론사 기자는 재일동포를 사칭한 그의 댓글을 기사에 인용했다 네티즌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 ‘ljk34’도 ‘다중인격 댓글의 달인’으로 유명했는데 일부 네티즌들이 그의 팬클럽을 조직했을 정도였다.


다중인격

성(性), 인종, 나이, 직업, 가족까지 창조해 ‘自己化’


정신의학계에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도 불린다.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각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다중인격장애’ 환자는 일반적으로 평균 5~10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각각의 성격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기도 한다. 성(性), 인종, 나이, 직업, 가족 등을 모두 달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중인격의 원인으로 신체적·성적 학대와 같은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건, 개인적인 취약성, 환경적인 요소, 외부 지원 기능의 부재 등을 꼽는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사이버 다중인격’ 어떻게 다뤄야 하나

정체성 혼란과 우울증 동반… 심하면 약물치료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정체성을 모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그래서 다중인격이 병적이든 실험적이든 빠져 들기 쉽다. 실험적인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병적인 경우엔 상담이 필요하다. ‘왜 이 사람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즐거움을 느끼나’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사이버 다중인격’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심한 경우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사이버 다중인격 증상을 보이더라도 그 원인은 항상 현실세계에 있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우울증까지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다중인격장애보다 사이버 다중인격이 더 위험

현실 속의 다중인격장애 환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를 받기 때문에 스스로를 억누를 수 있고 문제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을 전제로 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다중 인격이 발각되는 경우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이버 다중인격자는 현실의 다중인격장애 환자보다 은둔 성향이 강하고 장기적으로 다중인격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많다.

도움말: 고영삼 인터넷 중독예방 상담센터장


위키피디아 ‘가짜 교수’ 사건

24살 대학 중퇴자가 교수 사칭, 유급 편집자로 활약, 위키피디아에 올린 글 수천 건… 친구 제보로 발각

2007년 3월 5일 뉴욕타임스는 ‘위키피디아 가짜 교수’ 사건을 보도했다. 세계적인 인터넷 오픈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편집자인 에스제이(Essjay)의 신분이 가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에스제이’는 유명한 엘리트 네티즌이었다. 에스제이는 자신을 한 사립대 종교학과의 종신교수이며 법학과 철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교회법 전공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같은 경력을 위키피디아 사용자 이력란에 명시했고 2005년부터 위키피디아의 유급 관리자로 활동했다. 위키피디아에만 관련 글을 수천 건씩 올렸고 2만여건의 지식과 정보를 수정하고 편집하는 ‘중재자’ 역할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의 본명은 ‘라이언 조던’으로, 직업이 없는 24살의 대학교 중퇴자였다. 이런 사실은 에스제이의 친구가 그의 진짜 신분을 제보하면서 밝혀졌다.

신분이 들통나자 에스제이는 “내가 위키피디아에서 논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위키피디아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도 “그가 신분을 위조한 건 잘못이지만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사기’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결국 에스제이는 위키피디아에 사표를 냈다. 지미 웨일스는 “앞으로 일정한 자격 심사와 이력 검토를 거친 사람만 위키피디아에 전문 분야 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글을 익명으로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한다는 원칙은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나’로 변신 현실 속의 나를 숨기는 가면 역할

온라인에서 점잖고 얌전했던 사람이 실제 만나봤더니 천방지축이라든지, 유명 연구소의 젊은 여성 연구원이라고 말한 사람이 알고 봤더니 평범한 40대 가정주부였다는 식의 ‘속임수’는 이미 사이버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다중인격’ 현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걸까.

‘사이버 다중인격’과 관련해 하나의 ‘신화’가 된 조안(Joan)의 사례가 있다. 1995년 미국의 미디어학자 터클(Turkle)이 발표한 논문엔 ‘전자 연인의 사례’라고도 불린다.

신체적으로 불구인 데다 얼굴도 못생긴 정신과 의사 알렉스(Alex)는 평소 ‘조안’이라는 여성 정신과 의사로 위장해 채팅에 참여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알렉스는 여성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사실에 고무된 그는 철저히 ‘조안’이 돼 여성들과 교제를 하고 연애 상담도 한다. 이것이 진짜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온라인 삶에 점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런데 ‘조안’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안’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면 대 면 만남’에 대한 여성들의 바람이 커지면서 알렉스도 마냥 그 만남을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는 결국 조안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조안을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조안의 남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돼 “조안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한다. 조안을 따르는 친구들은 “병원이 어디냐” “문병을 가겠다” “재정적인 도움을 주겠다” “좋은 의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걱정을 하고 나선다.
결국 사람들의 압력에 밀려 알렉스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이름을 밝히고 만다. 이곳에서 병원 기록을 확인한 사람들은 알렉스의 ‘조안’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들은 알렉스가 자기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고 분노를 터뜨린다.

이 사례는 사이버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첫째 기만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기만인가? 가상공간에서 남을 속이는 행위는 용납될 수 있는가? 둘째 알렉스의 참모습은 알렉스인가 아니면 조안인가? 물리적인 육체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셋째 그렇다면 면 대 면으로 만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믿을 만한 존재’인가? 넷째 내면의 ‘나’는 흔히 말하는 ‘나’와 같은 존재인가, 다른 것인가? 마지막으로 인간 존재의 실체는 무엇인가? 행위의 실체는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 ‘정체성 게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학자 브롬버그(Bromberg)에 따르면 온라인 삶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정서적 유대다. 고립된 개인은 인터넷에서의 상호작용으로 정서적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의 관계에 지나친 기대를 가지면 물리적 환경으로부터의 고립이 점점 더 심화되는 악영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둘째는 정체성 전환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그 ‘누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캐릭터는 현실 속의 자신을 숨기는 하나의 ‘마스크’ 역할을 한다. 실제의 자신과는 다른 대안적인 정체성, 자신이 그토록 원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던 정체성을 만들어 그것이 실제 모습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 ‘다원적 정체성’이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여러 개의 인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을 여러 개로 표현할 수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끊임없이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정체성은 다원적이고 유동적이다.

이런 ‘다중 정체성’이 가능한 이유는 인터넷에선 한 사람의 정보를 오직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이름과 성, 본인에 대한 자기 설명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이름도 실제 자기 이름을 사용하는 대신, 신화나 판타지 문학 등에서 따오거나 일정한 대상물을 차용하기도 한다. 성(性)의 경우, 남녀를 바꿔 쓰기도 하고 심지어 초현실적인 다성(多性)을 채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인터넷에 올라온 이런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된다. 익명성과 함께 자기표현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원하는 그 어떤 인물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실제와 달리 대범해지는 소위 ‘선상 신드롬(shipboard syndrome)’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그 어떤 상대도 실제 생활에서 만날 리 없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위험과 공포가 상대적으로 적다. 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문제가 된 그 인물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물의 삶’을 살면 된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상에서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중 정체성’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 인터넷 참여자들로부터 사회적 압력(비난, 조롱 등)을 받거나 운영자에게 제재를 받는다. 운영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단계인데, 1단계는 당사자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 2단계는 당사자의 인터넷 행위와 접속을 제한하는 것, 3단계는 당사자의 ID를 인터넷에서 삭제해버리는 것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체성 구현을 기만 혹은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는가. 언뜻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열망의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일부분을 표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자기 표현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에서의 다중인격 생활은 내가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한 인물을 ‘실험’하는 과정이며, 일종의 ‘자기 보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이버 다중인격’에서 보듯 이제 정체성은 ‘동일성’이 아닌 ‘다원성’과 ‘이질성’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개인은 자신의 구성요소를 분리해 인식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이버상에서 새로운 자아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면에서 ‘사이버 다중인격’은 정신병리적인 ‘다중인격장애’와는 차이가 있다. 끊임없이 정체성이 변화하기는 하지만, 본래 ‘자아의 중심’은 견지하기 때문이다.

/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leejh@snu.ac.kr

 

처벌 논란

문제없다 - 인정받고 싶은 욕구일 뿐 왜 굳이 현실과 연계하나, VS 처벌해야 - 온·오프라인 구분 없어져 피해자 보호할 장치 필요

 

인터넷상의 ‘다중인격’ 현상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다중인격’을 ‘다양한 체험’의 실현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신병리적인 장애나 일종의 ‘사기 행각’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특히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 자신의 이력을 완전히 속이고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는 것은 ‘신분 위조’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신분을 위조하더라도 타인에게 심각한 물적·인적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사기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로부터 ‘사이버 다중인격’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들어봤다.

문제 없다

지난해 ‘미네르바’란 인물이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를 예측했다고 했을 때, 한 기자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거 사기 아닌가요?” “이 사람이 다중인격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요?” “어떻게 공고를 졸업한 주제에 자신을 경제전문가라고 속일 수가 있는 거죠?”

이런 질문들은 현실과 다른 사이버 공간의 정체성에 대해 분개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왜 내가 믿고 싶은 것과 다르게 나타나 나를 혼란스럽게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인의 심리에서 “내 마음 알아주세요” “내 말 좀 들어주세요”와 같은 호소는 간절하다. 현실이나 사이버 세상 모두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다. 현실에서 무시를 당하거나 잘나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런 욕구는 더욱 크다. 번듯하게 잘사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이런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소위 ‘현실에서 잘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이버 공간을 현실과 같은 공간이라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다중인격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의 정체성을 ‘다중인격적 망상’으로 보려는 입장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정체성 놀이’는 오프라인에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사기극과 같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도 편다. 하지만 호통치는 당사자도 그 죄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정작 모른다. 다만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괘씸죄 수준을 언급할 뿐이다.

이는 아이들의 놀이와 실재의 행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차원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업 사회를 넘어 정보화 사회를 이미 몇 년 이상 겪었다는 대한민국 사회가 가진 정체성에 대한 의식수준이 이 정도다.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근대인의 생각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가 이런 확신의 표현이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고정적이고 안정적으로 의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대사회는 한 개인의 마음과 정체성을 다양한 상태나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을 비정상적인 병리현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정체성의 붕괴를 ‘정신적 해리’ ‘다중인격’ 등 일탈행위로 봤다.

‘사이버공간의 무법자’ ‘온라인 세계의 범죄자’… 자신의 정체성을 사이버 공간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이들을 의미한다. 처녀가 아줌마 행세를 했다고 해서, 백수가 변호사나 의사 행세를 했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신병리적인 현상이 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그것을 ‘누가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사이버 공간을 현실과 동일하게 보려는 근대적 사고를 따를 것이냐, 현실과 다른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알고 인정할 것이냐의 차이다. 현대판 마녀사냥은 탈근대적 사회에서 아직 근대적 사고의 틀을 벗지 못한 인간들에 의해 일어난다. 사이버공간의 ‘다중이’는 우리 사회가 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 전환돼 가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몰이해가 벌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문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철저히 구분되는 세계라고 생각됐다. 온라인 세계는 그저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어야 하는 ‘해방구’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게 더 이상 의미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 여기에 인터넷의 가장 큰 특성인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 확산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됐다. 온라인에도 일정 부분 오프라인의 법 체계가 적용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사이버 명예훼손과 같은 온라인 범죄는 현실보다 강하게 규제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 반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뿐이다.

‘사이버 다중인격’도 마찬가지다. 사이버 다중인격을 ‘놀이’나 ‘재미’로만 인정하는 건 온라인 공간이 말 그대로 ‘Another area’였을 때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에 형성한 ‘또 하나의 자신’을 얼마든지 오프라인 세계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모임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함께 공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관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다중인격’은 심각할 경우 ‘기망 행위’로 반드시 실정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나쁜 의도를 갖고 남을 속이는 ‘다중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순수한 표현의 장(場)이 아닌, 남을 속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현재로선 사이버공간에서의 다중인격을 기망 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법이 이런 유형의 정체성 문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흐름과 비슷하게, 사이버 기망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처벌 조건은 까다로워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내가 대통령이다’ ‘내가 경제전문가다’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누군가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주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허황된 정보를 블로그에 잔뜩 올려놨다고 해도, 블로그 자체가 공문서나 이력서와 같은 진실만을 담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블로그를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잘못된 정보가 특정인을 속이기 위해 올라온 것이라면 처벌해야 한다. 특별법에도 사이버 기망 행위가 현실적인 피해로 직접 연결될 때에 한정해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블로그 자체에 오로지 ‘진실’만 담겨야 한다는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는 게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타인에게, 특히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는 다중인격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도 그 영향력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진실성 있는 내용만 거르는 사후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