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무예 십팔기,
120년 만에 부활하다
◇ 십팔기 중 무예의 으뜸이라는 장창 ⓒKBS |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등 조선의 전통적인 군대가 해산되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군사 무예였던 십팔기도 그 자리를 잃고 말았다.
당시는 화약무기의 급격한 발전을 이룬 서구의 군사제도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
하지만 일제에 의해 이루어진 조선의 군사개혁은 그 주체성을 잃고 말았다.
일본의 경우 서구의 군사제도를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의 전통적인 무도인 검도, 유도를 더욱 강조하였지만,
조선의 십팔기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러나 1945년 11월 7일(음력 10월3일) 한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서 십팔기가 연무되어
십팔기는 다시금 민족의 무예로 부활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후 민족이 분열되고 일제의 잔재가 깨끗이 척결되지 못하면서
십팔기는 또다시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묻혀갔다.
◇ EBS 다큐멘터리 <영상 무예도보통지> ⓒEBS |
다행히도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던 시절 묵묵히 십팔기를 지켜온 해범 김광석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설립한 ´십팔기보존회´가 있었기에 십팔기는 온전히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지만, 그것은 외로운 길이었다.
여전히 식민지 시절에 이식된 일본무도가 깊이 뿌리박혀 있고, 온갖 중국무술이 쿵푸열풍을 타고 한국에 밀려 들어왔다. ´
내 것은 모르고 남의 것은 참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1969년 처음으로 ´십팔기´라는 간판을 처음으로 걸고 전수관의 문을 연 이후로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꿋꿋이 견뎌오면서도
십팔기는 한때 ´중국무술´로 오인받기까지 했다.
중국의 ´십팔반무예´와 우리 고유의 ´십팔기´를 혼동한 탓이다. 그 후 8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의 전통무예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전국에는 300여종 이상의 전통무예가 생겨났다.
이제 십팔기는 전통무예의 홍수 속에 휩싸였지만 무예의 본질과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은 우리에게 없었다.
십팔기가 공적인 지위를 잃은 지 두 세기가 훌쩍 지난 2008년, 십팔기는 비로소 본격적인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에서 십팔기에 대한 특집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다.
한국방송교육공사(EBS)의 다큐멘터리 <영상 무예도보통지>(연출:김현)가 7월 16일, 23일에 걸쳐 2부작으로 방송되었다.
<영상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국기 십팔기가 정립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고,
특히 십팔기를 익힌 조선군의 전투모습을 최초로 실감나게 재현하여 주목을 받았다.
◇ 십팔기 중 권법 촬영 장면, 박권모씨(십팔기 시범단장) ⓒKBS |
또한 한국방송공사(KBS)에서는 KBS 9시뉴스 8월 9일 방송분 중 <문화와 사람>(정성호 기자)에서 3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여 십팔기 중 장창, 쌍검, 월도 등의 무예시연과 조선군이 사용했던 진법인 ´원앙진´의 운용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터뷰에 응한 국방대학원 군사전략학부 노영구 교수는 ´우리 문화에는 무(武)라는 중요한 축이 있었다. 종합병장무예인 십팔기를 정립한 조선은 자주적인 수호의지를 갖춘 자기완결적인 사회였다.´라고 평하였다.
KBS에서는 지난해 역사다큐멘터리 ´한국사傳´ <무인 정조대왕>에서도 십팔기에 대해 정확히 소개하고 무예훈련장면을 십팔기보존회가 직접 출연하여 촬영하기도 하였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조선왕조에 의해 십팔기 만들어진 역사적, 과학적인 배경을 충실하게 설명하여 이제 우리 국민들의 전통무예에 대한 관심과 인식수준이 크게 높아졌음을 반영하였다.
무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이 섣불리 접근한 일부의 사람들에 의해 ´24반무예´, ´24기´ 등으로 그 명칭조차 왜곡되었던 <무예도보통지>의 무예, 십팔기에 대한 수준 높은 연구와 대중적인 보급,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십팔기를 바로 세우는 일은 바로 ´민족의 혼´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KBS 뉴스 다시보기 <문화와 사람>전통무예 부활 : http://news.kbs.co.kr
KBS 뉴스 온새미 <한국 전통무예 십팔기> : http://news.kbs.co.kr
KBS 한국사傳 <무인 정조대왕> 다시보기 : http://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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