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인제, 동해에선 소원 빌고 설국에선 신선처럼
| 하조대 일출 | 곰배령 눈꽃 트레킹 | 소양호 빙어낚시 | 응봉산 자작나무숲 산책 |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 달 여행 코스를 잡을 때의 우선순위는 아마도 일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는 대부분 동해안에 몰려 있다. 바다에서 불쑥 솟는 해가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동해까지 가서 일출만 보고 오겠는가. 2박3일 일정으로 일출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백두대간 깊은 산중의 설국에서 눈꽃 트레킹도 즐긴 뒤 겨울 호수에서 빙어도 잡고, 자작나무 숲도 거닐면 흐뭇한 새해 겨울여행이 된다.
첫날, 금요일 저녁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양양 하조대로 간다. 하조대해수욕장 숙박업소에서 잠을 잔 뒤 이튿날 하조대 일출을 감상한다. 기묘한 갯바위와 조물주의 분재 백년송, 그리고 그 너머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이런 풍광의 하조대 일출은 동해안 일출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품이다. 그러나 다른 일출 명소에 비해 방문객이 적어 상대적으로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일출을 보고 난 다음엔 하조대해수욕장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백사장에서 가벼운 산책을 한 뒤 곰배령 눈꽃 트레킹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양양 하조대에서 곰배령 주차장까지 50분 정도면 충분히 들어설 수 있다.
곰배령 입산신청서는 미리 제출해야 한다. 곰배령은 산길도 부드럽고, 외길이라 안전하다. 워킹용 아이젠만 갖춘다면 큰 위험 없이 다녀올 수 있다. 곰배령 정상엔 칼바람이 거세게 분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오전 10시에 산행을 시작하면 오후 2시쯤 주차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곰배령 산행 후엔 진동계곡이나 방태산자연휴양림 등을 돌아보며 설국의 정취를 만끽한다. 탄산수인 방동약수, 주변의 계곡 풍광과 계단폭포 등의 정취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엔 색다르다. 숙소는 방태산휴양림이 괜찮다. 진동계곡 주변에 예쁜 펜션도 많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진동계곡~방태천~내린천을 따라 겨울 풍광을 구경하며 인제 읍내로 들어선다. 그리고 소양호 빙원에서 2~3시간 정도 빙어낚시를 즐긴다. 빙어는 오전엔 10시 이전, 오후엔 3시 이후에 잘 잡힌다. 당연히 아침 8시 이전에 소양호 빙어마을 신남선착장에 도착해야 마릿수가 보장된다. 겨울 호수에서의 보온 장비는 산행 장비 그대로 갖추면 되니 큰 문제는 없다.
빙어낚시를 한 뒤엔 소양호 안쪽 깊은 산중에 숨어 있는 수산리 자작나무 숲을 들른다.
2시간 정도면 자작나무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44번 국도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귀갓길에 오르면 된다.
1박2일 경우 영동고속도로~양양 하조대(숙박)~일출 감상~조침령터널~곰배령 트레킹~소양호 빙어낚시~귀가 코스로 일정을 잡으면 된다.
하조대 일출
모진 세파에 시달리며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동해는 0순위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람들은 왜, 그리도 동해를 그리워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파란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하얀 파도 부서지는 갯바위에서 맘껏 소리도 지르고 싶어서일 것이다. 떠오르는 붉은 햇덩이를 보며 용기도 얻고.
대부분의 지방에서 동해안으로 가려면 백두대간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고속도로가 잘 발달된 요즘은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대관령은 그 이름대로 동해로 가는 대표적인 관문이다.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동해고속도로 북쪽 끝의 하조대 나들목으로 나서면 2~3분 만에 하조대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일출 감상 장소인 하조대 정자는 해수욕장 남동쪽 끝자락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여느 명소에 뒤지지 않는 ‘명품 일출’ 장관
양양엔 일출 명소가 많다. 우선 관동팔경의 하나로 사랑받는 양양 낙산사의 일출이 있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하조대 일출도 빼놓을 수 없다. 좀더 남쪽의 남애항도 예쁜 항구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하조대 일출은 호젓하기와 미적 요소를 두루 갖춘 일출 명소다.
하조대(河趙臺). 그 꼭대기엔 정자가 독수리처럼 앉아 있다.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저만치 떨어진 바다에 떠있는 바위 너머로 파란 물결 일렁이는 동해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기묘한 갯바위와 그 틈새에 뿌리 내리고 굳세게 자라고 있는 백년송, 그리고 그 너머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동해의 어느 일출 명소에도 뒤지지 않는 완벽한 구도다. 백년송은 하조대 일출 사진의 상징인 소나무다.
하조대라는 이름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고려 말기에 머물렀던 데서 유래한다. 그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나라를 의논한 것을 기념해 후세에 정자를 짓고 성을 따서 하조대라 했다고 한다.
이루지 못할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전설도 있다. 신라 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지방 호족 하씨와 조씨 두 문중의 하랑(河朗) 총각과 조당(趙棠) 처녀의 사랑 이야기다. 하랑은 신라 장군 이사부의 화랑이었고, 조당은 고구려에 편입된 집안의 낭자였다. 두 사람은 남몰래 사랑하는 사이. 그러나 두 연인은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곳 해안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또 다른 전설은 인근 마을 하씨 성의 총각과 조씨 집안 두 자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들의 사랑도 결국 이곳에서 비극으로 끝난다.
일출 포인트는 정자와 그 주변이다. 만약 이곳에 사람이 많을 경우엔 등대 쪽으로 건너가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갯바위와 정자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하조대 등대는 밤이면 저절로 불이 켜져 동이 틀 때까지 뱃사람들의 바닷길을 밝혀주는 무인등대다. 일출을 감상한 후 등대 주변 구경을 한다 해도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양양의 일출 시간은 새해 첫 주말인 1월 1일(토) 오전 7시40분, 8일도 7시40분, 15일은 7시39분, 22일 7시36분, 29일 7시31분이다. 그러니 늦어도 오전 7시엔 하조대 주차장에 도착해야 느긋하게 자리 잡고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50m 정도 오르면 하조대 정자다. 주차료, 입장료 없다.
일출을 감상한 뒤엔 하조대해수욕장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잠깐 겨울바다 산책을 즐긴다. 양양 하조대에서 인제 곰배령 주차장까지 승용차로 50분 정도 걸리므로 오전 9시 무렵엔 출발하는 게 좋다. 겨울철 곰배령 트레킹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한 차례뿐이다.
교통
영동고속도로→강릉분기점(양양 방면)→하조대 나들목→7번 국도(우회전)→3km→하조대해수욕장→1km→하조대<수도권 기준 3시간~3시간30분 소요>
맛집
일출을 보고 나면 배가 헛헛할 것이다. 하조대해수욕장의 식당들 중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하조대해수욕장 끝에서 하조대로 넘어가는 언덕 아래에 자리 잡은 오대양수산회센터(033-673-5542)에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영동 북부 주민들은 자연산 홍합을 섭이라 부르는데, 섭국은 영동 북부지방의 겨울철 별미로 꼽힌다. 섭해장국 1인분 1만 원. 1월엔 일출 관광객을 위해 한우로 맛을 낸 사골떡국도 차린다. 1인분 7,000원.
숙박(지역번호 033)
하조대 바로 앞은 군사지역이라 숙식할 만한 곳이 없다. 하조대콘도텔(672-1195), 엘마콘도텔(673-5004) 등이 하조대 입구 언덕길 근처 가까운 곳에 있다. 이외에도 하조대민박(672-1152), 정다운펜션(672-1244), 하우스여관(672-2285), 굿모닝하조대(672-0089) 등 숙박시설이 많다. 하조대와 등대 사이의 안부에 위치한 등대카페(672-2526)는 보통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커피(3,000원), 막걸리(5,000원), 도토리묵·메밀부침(각 1만 원) 등을 맛볼 수 있다.
곰배령 눈꽃 트레킹
오전 9시쯤 하조대를 벗어나면, 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달리다 양양 읍내를 거쳐 56번 국도를 타고 홍천 방면으로 간다. 하조대에서 20~30분 정도 달리면 전통 떡마을인 송천마을을 지난다. 송천마을은 30호의 가구 중에서 떡 만드는 일을 하는 집이 15가구 정도 된다. 기계로 만든 떡이 아니라 쌀을 시루에 얹어 장작불로 찌고 떡메를 치고 손으로 빚어내는 떡이라 맛이 좋다.
마을 입구 56번 국도변에 떡 판매장이 있다. 여기서 떡을 구입해 곰배령 눈꽃 트레킹 중에 간식을 삼으면 아주 좋다. 진동계곡엔 식당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못하면 끼니를 거를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떡을 준비해 두면 든든하다. 떡 판매장은 아침 7~8시부터 떡이 다 팔릴 때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 한 팩에 3,000원.
송천마을을 지나 56번 국도를 계속 타고 10여분 달리면 418번 지방도와 만나는 서림 삼거리. 여기서 우회전해 418번 지방도를 타고 조침령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진동계곡 입구인 진동 삼거리에 닿는다. 터널만 지나왔을 뿐인데, 백두대간 줄기에 폭 안겨있는 새하얀 설국.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극과 극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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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 온갖 백화가 만발하던 여느 계절과 달리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곰배령 정상. 02 곰배령 정상으로 가려면 이런 작은 계곡을 몇 개 건너야 한다. 얼어 있으므로 아이젠이 반드시 필요하다. 03 내린천의 겨울 풍광. 여름날 래프팅 고무보트가 줄지어 흘러가던 강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04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고기를 굽고 있다. 05 눈 쌓인 휴양림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
몇 년 전만 해도 조침령 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길이 구불거릴 뿐만 아니라 비포장이라 웬만한 사륜구동차 운전자도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에 양수발전소가 생기면서 터널이 뚫렸고, 지금은 진동계곡과 양양을 오가는 일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겨울에도 양수발전소 측에서 바로바로 제설작업을 해놓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그렇지만 터널을 빠져나와 길에 눈이 많이 덮여 있으면 승용차 바퀴에 체인을 치는 게 좋다.
곰배령 트레킹 초입인 진동리 ‘삼거리’의 넓은 터는 주차장이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곰배령 방향의 왼쪽 길로 50m 정도 들어가면 점봉산생태관리센터. 곰배령 트레킹을 위해서는 산림청 소속의 점봉산생태관리센터에 미리 입산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곰배령은 산길이 험하지 않고 소요 시간도 4시간 이내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큰 위험요소 없이 겨울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봄꽃이나 가을 곰배령을 한 번씩은 경험한 이들이다. 들꽃의 감동이 눈꽃의 기대감으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한겨울인데도 신청자들이 적지 않다. 오늘 같이 가는 인원은 모두 80여 명. 버스로 온 단체 등산객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가족이나 연인들이 삼삼오오 찾아온 것이다. 사정상 약속을 지키지 못한 한 팀을 제외하곤 모두 곰배령 관리사무실 앞에 모였다. 사무실 앞에서 인원 점검을 거친 뒤 등에 ‘숲사랑’이라 씌어 있는 노란조끼를 하나씩 받는다.
점봉산 일대는 국내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꼽힌다. 울창한 숲엔 희귀한 각종 야생화가 많이 자생한다. 특히 점봉산 남쪽의 곰배령은 들꽃 트레킹 최적의 대상지. 마지막 고갯마루 부근이 조금 가파르지만 흙길이라 위험하지는 않아 초등학생이 낀 가족도 무난하게 들꽃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겨울 곰배령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른 계절의 곰배령을 기억하는 이들은 잠깐 착각하기도 하지만 겨울 곰배령 정상은 아주 매서운 칼바람이 분다. 아무리 폭설이 내려도 능선마루에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 보온을 위한 방풍 의류와 워킹용 아이젠은 필수다.
길을 나선다. 산길은 계곡을 왼쪽에 끼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봄이라면 얼레지가 지천이고, 여름이면 짙은 숲과 열목어 뛰노는 시원한 계류, 가을이면 동자꽃, 용담에 무엇보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 한겨울에 왜 이곳을 찾았을까.
“봄에 그렇게 꽃이 많더니 흔적도 없는 걸.”
“겨울 산이 다 그렇지.”
봄에 본 들꽃이 좋아 다시 찾은 듯한 한 쌍의 연인은 칼바람을 핑계로 바싹 붙어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길 오른쪽 숲 속에 캔버스가 보인다. 안내판엔 이렇게 씌어 있다. ‘이 캔버스는 아티스트 아타 김의 The Project Drawing of Nature 작품입니다. 인간의 간섭 없이 캔버스가 스스로 자연의 변화와 흔적을 채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비와 눈과 바람과 자연의 향기가 캔버스에 스며들 것이며, 캔버스를 회수할 때까지 진행됩니다.’ 지난 6월에 설치했다 하니 봄 향기를 빼곤 모두 묻어있겠지.
강선리 마지막 민가를 지나 한 아름쯤 되는 쪽버들나무 서있는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산길이다. 조릿대, 자작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강선마을 민가를 지나올 땐 여기저기 공사 중인 듯 조금 어수선하더니 겨울 숲 특유의 고요가 반긴다.
‘신갈나무, 전나무림 모니터닝 국가 장기 생태 모니터닝’ 안내 팻말도 눈길을 끈다.
산은 오를수록 눈이 점점 많아진다. 온갖 꽃들이 눈길을 끄는 여느 계절에 비해선 아무래도 발걸음이 조금 빠르다. 그렇지만 눈에 덮인 숲을 자세히 보면 들꽃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얼어붙은 자그마한 지계곡을 몇 개 건너니 가슴이 후련해지는 곰배령 정상이다. 이곳은 들꽃 세상, 아니 새하얀 눈꽃 세상이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새하얀 설산 두 빛뿐이다. 정상에도 자연이 그리는 캔버스가 있다. 강선마을 근처의 캔버스보다는 파란 하늘빛과 거친 바람의 숨결이 더 많이 묻어 있으리라.
백화만발하던 정상엔 새하얀 눈과 바람만
여느 계절의 정상이 비밀의 화원처럼 황홀했다면 겨울 고갯마루는 칼바람 부는 냉혹한 현실이다. 등산객들은 자그마한 몸뚱이 하나 숨길 곳 없는 평원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배낭에서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신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도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그랬다. 노랑, 분홍, 보라, 진홍 온갖 백화가 만발한 계절의 곰배령도 좋지만, 하얀색으로 뒤덮인 풍광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곰배령을 포함한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 1982년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될 당시 함께 지정됐고, 산림청에서도 진동리와 곰배령 인근의 숲을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고갯마루엔 장승 한 쌍이 서있다. 고갯마루 오솔길에서 오른쪽(북쪽)길로 나아가면 작은점봉산을 거쳐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어주는 점봉산으로 연결되고, 왼쪽길(남쪽)로 나아가면 호랑이코빼기와 가칠봉으로 이어지다가 내린천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양쪽 다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 들어갈 수 없다.
곰배령은 동쪽의 진동리 설피밭 주민들과 서쪽의 귀둔마을 주민들이 내왕하던 길목이다. 귀둔마을 주민들은 곰배령과 박달령을 넘어 오색으로 넘나들었다. 귀둔의 노인들은 봄철 장 담글 때 필요한 소금을 구하기 위해 노새를 끌거나 통을 얹은 통지게를 지고 양양시장까지 100리길을 걸어서 다녔다. 또 심마니와 약초꾼들이 이용하던 고갯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마니의 모둠터가 고갯길 곳곳에 남아 있었다.
진동계곡엔 펜션, 민박 등 숙박할 곳이 많다. 잠자리는 방태산휴양림도 괜찮다. 트레킹 후 삼거리에서 방태산휴양림으로 가는 도중에 방동약수도 한 모금 맛본다. 휴양림에선 겨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인 계단폭포는 겨울에 얼어붙은 모습도 장관이다.
- 트레킹 길잡이
- 곰배령은 탐방 전에 반드시 산림청 소속 점봉산생태관리센터(전화 033-463-8166, 팩스 033-461-0450)에 입산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곰배령 들머리는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설피밭 삼거리. 주차장(승용차 3,000원)에서 50m 들어가면 점봉산생태관리센터 건물이 보인다. 여기서 출입허가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관리센터~강선리~정상 왕복 코스가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쉽게도 겨울엔 숲해설사가 곰배령 정상까지 동행하지 않는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입산 신청을 받지 않는다.
교통
하조대→7번 국도(양양 방면)→양양→56번 국도(44번 국도 공용)→논화리→56번 국도(홍천 방면)→13km→서림 삼거리(우회전)→418번 지방도(현리 방면)→5km→진동 삼거리(우회전)→7km→곰배령 삼거리<50분 소요>
숙박(지역번호 033)
곰배령 삼거리의 주차장 주변에 식사할 만한 식당은 없다. 7km 떨어진 진동 삼거리 근처의 나무꾼과 선녀식당(463-1100)에서 식사 가능하다. 각종 나물로 차린 정식인 시골밥상(1만2,000원)은 이 집의 메인 메뉴인데 겨울엔 차리지 않는다. 대신 겨울엔 청국장(6,000원), 비빔밥(7,000원), 황태해장국(7,000원)을 맛볼 수 있다.
곰배령 입구의 삼거리에 있는 설피민국(010-4734-1424)에서 숙박 가능. 이곳에 묵으면 곰배령 주차료를 대신 지불해 준다. 4인 기준 1실에 5만 원. 취사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진동계곡엔 산수갑산(462-3108), 곰배령에버그린(463-0342), 꽃별하얀(010-8878-4242), 꽃님이네(463-9508), 설피산장(463-8153), 새나드리(463-7790) 등 숙박할 수 있는 예쁜 펜션과 민박이 많다.
방태산자연휴양림(www.huyang.go.kr 463-8590)은 곰배령 입구에서 약 20km 거리에 있다. 승용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 소양호 빙어낚시
진동계곡에서 418번 지방도를 타고 현리까지 나온 뒤 31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달리면 내린천을 왼쪽에 끼고 이어진다. 겨울 강은 꽁꽁 얼어 있다. 뜨겁던 여름의 열정을 싣고 거세게 흐르던 ‘래프팅의 명가’ 내린천 겨울 풍경이다. 인제 합강교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 방면으로 달리면 곧 소양호 신남선착장이다.
요샌 ‘빙어마을’이라 불린다. -
- ▲ 01 얼음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축제 기간엔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많다. 02 소양호는 겨울이 되면 광활한 빙원으로 변한다. 빙어축제 현장을 하늘에서 잡았다.<인제군문화재단 제공> 03 소양호 빙원에 조성해 놓은 설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관광객들. 04 잡은 빙어는 이렇게 얼음 구덩이에 보관하면 된다. 05 소양호 빙원에서 빙어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꼬마 강태공.
소양호는 겨울이 되면 전체가 거대한 빙원으로 바뀐다. 그 얼음장 아래엔 ‘호수의 요정’ 빙어가 헤엄치고 있다. 겨울에 소양호를 지나며 빙어낚시를 하지 않으면 조금 서운하다. 이곳의 얼음은 보통 1월 15일을 전후해 얼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울 경우 1월 10일 이전에도 결빙이 돼 낚시가 가능하다. 매년 빙어축제가 열리는데, 새해엔 1월 28일(금)부터 2월 6일(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
매년 축제 땐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이 소양호 빙원에 모인다. 축제 기간엔 낚시 외에도 가족과 즐길 거리도 많지만 번잡한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교통 혼잡 등으로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다.
경험자들은 빙어낚시를 제대로 즐기고 조과(釣果)도 높이려면 축제 전에 들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 경우 얼음구멍은 뚫려 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장비를 직접 가져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뚫어 놓고 간 얼음구멍들을 재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현장에서 낚시장비를 구입할 땐 주인에게 얼음구멍을 뚫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축제 전에 들러야 손맛 제대로 볼 수 있어
빙어는 해 뜰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 오후 3부터 해지기 전까지 잘 잡힌다. 빙어는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에 낚싯대를 드리운 지 5~10분이 지나도 입질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다. 포인트라면 한 번 입질에 서너 마리가 걸려든다. 보통은 낚싯대를 처음 만져본 어린이나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1시간에 10~20마리는 낚을 수 있다.
빙어는 회가 가장 인기 있다. 한 입에 쏙 들어가긴 하지만, 빙어가 몸부림 칠 때 초고추장이 옷에 튈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빙어에 야채를 버무린 회무침도 괜찮다. 회나 회무침이 식성에 맞지 않는다면 튀김이 좋다. 튀김은 아삭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있어 어린이들에게도 적당하다. 최근 인제군보건소는 소양호 빙어를 보건환경연구원에 기생충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돼 빙어 시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소양호 겨울바람은 웬만한 산에 뒤지지 않는 칼바람이다. 낚시 중에도 구멍의 살얼음을 자주 걷어내지 않으면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 따뜻한 방한화를 신고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귀마개도 써야 한다. 든든한 산행 장비라면 소양호 빙원에서도 통한다. 다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므로 손난로, 핫팩 등을 갖추면 큰 도움이 된다. 빙어낚시에 필요한 견짓대와 미끼인 구더기는 남면 소재지인 신남리나 낚시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5,000~6,000원 정도면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자세한 사항은 빙어축제 홈페이지(www.injefestival.co.kr) 참조. 인제군문화재단 전화 033-461-0373~6.
교통
진동계곡→418번 지방도(현리 방면)→진동 삼거리(우회전)→31번 국도(인제 방면)→합강교 삼거리(좌회전)→44번 국도(홍천 방면)→소양호 신남선착장 빙어마을<1시간 20분 소요>
맛집
소양호 신남선착장 입구에 식당이 여럿 있다. 또 축제 기간엔 소양호 빙원 주변에 간이음식점도 많이 들어선다. 빙어회와 빙어회무침, 빙어튀김 등을 맛볼 수 있다.
응봉산 자작나무숲 산책
빙어낚시를 한 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귀갓길에 겨울 숲 산책을 하고 가자. 평범한 숲이 아닌,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는 여느 나무들과 달리 귀인의 살결 같은 새하얀 수피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숲속의 귀족’, ‘숲속의 여왕’ 등으로 불린다. 거기에 푸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곧게 솟구친 모습엔 꼿꼿한 기개까지 느껴진다. 만물이 헐벗은 겨울 숲에서 새하얀 살결은 처연하지만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한다. 그런 자작나무가 눈 내린 겨울 숲에 나신으로 빛나고 있으니.
자작나무 숲. 우리에겐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두 연인을 태운 수레가 달릴 때 끝없이 펼쳐졌던 그 새하얀 숲,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 뒤로 끝없이 펼쳐지던 그 숲, 만화영화 ‘빨간 머리 앤’에서 주인공이 소꿉놀이하며 놀던 숲의 이미지로 더 친숙하다.
자작나무는 북방 식물이다. 북방에 사는 사람들은 자작나무를 신령스럽게 생각했다. 슬라브족은 자작나무를 신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준 선물로 여겼다. 러시아는 나라꽃은 없어도 나라의 나무, 즉 국목은 정했는데 바로 자작나무다. 동아시아 사냥꾼은 자작나무를 꺾어 움막을 만들었고, 여진족은 자작나무 숲에 인간의 영혼이 머문다는 전설을 믿었다. 또 북유럽에선 이 나무에서 자일리톨 성분을 추출해 인간의 건강을 돕는다.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의 대용이었다. 인도 등지에선 불경을 써서 보관했다. 경주 천마총의 말안장 장식에 그린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이다. 새하얀 껍질에 사랑을 고백하는 글을 써 편지를 보내면 사랑을 얻는다는 낭만적인 속설은 사랑을 시작한 연인의 귀를 솔깃하게 할 것이다.
자작나무는 우리나라에선 중부 이북 산간 지역에서 자란다. 특히 개마고원 일대에 군락을 이뤄 자란다. 북한에서는 ‘봇나무’라고도 부른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 성분이 있어 불이 잘 붙는데,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아주 오랜 옛날엔 자작나무로 밤새 불을 밝히기도 했다. 한자로는 백화수(白樺樹)라고도 한다.
자작나무는 한두 그루 있을 때보다 군락을 이룰 때 더욱 아름답다. 남한에도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이 있긴 하다. 태백, 횡성, 홍천, 인제 등 강원도 산간엔 자작나무가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거의 인공림이다.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이 중에서 인제군 남면 수산리의 응봉산(매봉, 800m) 기슭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우리나라 최대 조림지다. 600㏊(181만5000평)에 무려 90만 그루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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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 자작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소박한 산책로. 영화처럼 놀랄 만한 광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02 자작나무숲 임도 들머리에 위치한 ‘자작나무펜션&야영장’. 자작나무숲 가는 길은 이정표가 없으므로 일단 이곳을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 03 눈 덮인 자작나무 숲길. 차분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겨울 숲이다.
동해펄프(현 무림P&P)는 1984년 강원도 도유지 600㏊를 매입해 1987년부터 산기슭의 나무를 베어내고 자작나무 숲으로 조림하기 시작했다. 고급 펄프원료인 자작나무는 자라는 속도도 빨라서 경제성을 갖췄고, 추운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인제 수산리의 기후에 맞았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초기에 심은 자작나무는 밑동 지름 20cm, 키 15m까지 성장했다.
인제군 남면 소재지인 신남리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 방면으로 가다 수산리 이정표를 보고 길을 꺾는다. 금방 끝날 것 같던 길은 길게 이어진다. 수산리는 산 깊은 오지마을이라 겨울에 자작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험하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라면 스노체인이 꼭 필요하다.
영화처럼 놀랄 만한 풍광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자작나무 숲을 알리는 이정표도 없다. 목적지는 일단 이정표가 잘 돼 있는 ‘자작나무펜션&야영장’이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자작나무 숲이 반긴다. 마을로 흐르는 산줄기, 산줄기와 산줄기의 안부에도 자작나무 숲이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던 마을길은 ‘자작나무펜션&야영장’을 지나 별장 같은 마지막 민가 앞에서 끝난다. 임도로 이어지는 길은 승용차가 계속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길이 얼어붙어 있어 아주 위험하다.
빈터에 주차한 뒤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른다. 이렇게 200m를 오르면 ‘임도’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 여기서 오른쪽 길로 1.5km 걸으면 자작나무 숲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나온다. 계속 걸으면 11km의 순환 임도다. 걷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까의 임도 표지석 갈림길에서 왼쪽은 임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6km의 이 길은 되짚어 내려와야 한다. 자작나무 숲에 욕심이 있다면 오른쪽 임도를 갔다 오는 게 낫다.
아니라면 자작나무펜션&야영장 150m 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50m 떨어진 작은 개울의 빈농가 앞에 차를 세우고 왼쪽 농로를 걸으면 된다. 이쪽 자작나무 숲은 나무도 굵고 가까이서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어 오히려 산책하는 맛이 더 낫다.
이 자작나무 숲은 최근 1~2년 사이에 제법 알려져 한겨울에도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수산리 자작나무 숲은, 영화에서 보아온 이미지인 순백의 숲은 아니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화려하지 않다. 만약 눈을 놀라게 할 만한 그런 엄청난 자작나무 숲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90만 그루의 자작나무라 해도 가파른 산속 여기저기에 조림한 탓에 한눈에 다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방의 설원을 수놓은 그 풍광엔 못 미치나 겨울 자작나무 숲의 정취를 누리기엔 그런대로 괜찮다. 2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 신남선착장→44번 국도→신남삼거리(우회전)→46번 국도(양구 방면)→1.5km→수산리 입구 삼거리(좌회전)→6.5km→수산리 버스 정류장 삼거리(좌회전)→2.5km→창막골 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해 150m 직진하면 자작나무펜션&야영장이 나오고, 600m 더 가면 별장인 듯한 마지막 민가. 여기서 주차를 하고 200m 걸어 오르면 ‘임도’ 표지석 갈림길. 오른쪽으로 1.5km 가면 자작나무숲 조망지다. 또 자작나무펜션&야영장 150m 전의 창막골 삼거리에서 오른쪽 농로로 150m 가면 왼쪽으로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산책길이 보인다.
숙식
수산리 임도 입구에 자작나무펜션&야영장(010-7130-9537, http://cafe.daum.net/jajakcamp)이 있다. 야영장은 1박 2만5,000원(전기 사용료 포함), 2박부터는 1만5,000원. 캠핑장은 주말(금·토·일)에만 운영해 왔으나 동계캠핑 시즌엔 주중에도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수산리 자작나무숲 근처엔 식당은 마땅한 곳이 없다. 남면 소재지에 청국장을 차리는 식당이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