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이맛에 산다

醉月 2011. 2. 11. 12:03

연 날리기는 과학입니다

한국연날리기보존회

칼바람이 불어도 얼레질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의 세기를 가늠하며 연실을 당기고 늦추느라 여념이 없다. 온몸을 움직여 연의 방향을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상대방 연실의 허점을 노린다. 실 끝을 타고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 누가 연날리기를 어린이들의 놀이라고 했던가.

‘한국연날리기보존회(cafe.daum.net/yeonssaum)’ 회원은 주로 40~50대로, 어린시절 추억을 좇아 알음알음으로 모였다.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뽐내고, 주말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갈고 닦은 ‘필살기’를 선보인다. “연날리기의 매력은 무한해요. 내가 ‘만드는’ 재미부터 내가 만든 연을 ‘날리는’ 재미, 내가 만든 연으로 ‘이기는’ 재미까지. 이만한 생활스포츠가 또 어디 있습니까.”

카페지기 우현택씨(48)가 얼레 풀 듯 연날리기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연 만들기라고 하면 종이에 댓살을 붙이고 실을 매달면 된다고들 생각하지만 댓살을 깎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리고 종이를 붙이는 데도 4시간은 족히 걸린다. “연날리기는 ‘과학’이에요. 우리 전통연은 구멍을 내 부상력을 증가시키죠. 작은 바람에도 날릴 수 있고 미세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요.”

연날리기를 한낱 놀이로만 바라보는 것이 마뜩찮아 우리 연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 연싸움을 보급하자며 동호회를 만든 까닭이다.

회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무게와 실 매는 각도를 정확히 계산해 라면 상자로 연을 만드는 회원부터 연날리기 경력 50년을 자랑하는 70세 노인까지.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창공에 뜬 연과 가느다란 실이 나와 하나가 돼 하늘을 나는 느낌이 최고예요. 그 오묘한 맛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한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죠.”

 

아주 특별한 술, 한잔 하실래요?

맥주 만들기 동호회

“호박 맥주를 벤치마킹해 ‘고구마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양조용량은 1.3ℓ, 당화하기 좋은 황토호박고구마를 수분과 단맛이 빠지지 않도록 구워서 작업했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정성이 맛있는 맥주로 탄생되기를….”

‘맥주만들기 동호회(http://cafe.daum.net/microbrewery)’는 늘 시끌벅적하다. ‘나만의 맥주공정’을 소개하면 ‘세계 최초의 군고구마 맥주’라는 찬사부터 ‘향신료를 넣어보라’는 등 조언이 쏟아진다. 맥주의 매력에 푹~ 빠져, 마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사람들이다. 회원은 무려 1만4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년 4번의 정기모임과 MT 등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특히 ‘옥토버 페스티벌’은 회원들이 출품한 신작들 중 우수한 맥주를 선발하는 축제로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 뿐이랴. 회원들이 수시로 개최하는 ‘시음회’와 ‘고수’들이 비법을 전하는 초보자 교육도 맥만동의 자랑이다. 회원들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은 맥주는 단연 ‘체리폭탄’. 체리를 넣었으니 ‘체리 맥주’라 불리는 게 당연하건만, 탄산화가 너무 진행되는 바람에 체리가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는 것. 맥주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해 가는 과정 또한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맥만동을 주당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 나은 맥주를 만들 욕심에 맛과 향기를 음미하다보면 자연스레 과음은 하지 않게 된다. 또 자신이 만든 맥주를 함께 나누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회원이 꽤 많다.

이들은 “우선 저지르라”고 이구동성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듯 맥주 만들기도 똑같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렇게 유혹한다. “인생을 나누고 사람에 취하는 맥만동에서 같이 ‘한잔’ 어때?”

 

오지여행 클럽 ‘가자! 오지를 찾아서’

자연은 그대로 모습이 최고다

첩첩산중의 오지마을. 수돗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한참을 구불구불한 흙길을 따라 어렵게 찾아간 곳. 화전민의 채취가 밴 귀틀집과 이끼로 뒤덮인 계곡에 탄성이 절로 난다. 강퍅한 생활에도 넉넉한 현지인들의 마음은 때 묻지 않은 자연풍광만큼 아름답다. 오지여행 클럽 ‘가자! 오지를 찾아서(http://cafe. daum.net/ozcom)’가 2001년부터 ‘사서 고생하는’ 이유다.

“숨어있는 식물과 약초를 익히는 재미부터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느끼는 ‘시골 맛’이 매력이죠.”
‘오지를 찾아서’는 여느 동호회처럼 “끌리면 오라”고 유혹하지 않는다. 가입 절차도 까다롭다. 정회원은 200명으로 제한하고 정기여행 참가인원도 10명 안팎이다. 입소문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져 오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회원들이 줄줄 읊는 ‘오지여행 10계명’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을 내 몸처럼 여길 것 ▲계곡에서 식기세척 및 캠프파이어 자제 ▲원주민 시설을 이용하되 피해를 주지 말 것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지탐사가 목적이 아니라 산길과 물길에서 풀과 꽃을 배우고 오지마을의 순수한 모습을 배우자”는 이들의 ‘고집’이 엿보인다.

운영자 방성찬씨(41)는 “오지는 꼭 멀리 있는 것도 멋져야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인적이 드물고 삶이 묻어있는 곳이면 된다. 흔히들 오지여행이라면 티베트 등 외국부터 떠올리지만 “우리의 옛 생활모습과 심심산천의 참모습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아스팔트로 잘 닦인 길도 아니다. 며칠을 책임져 줄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몇 시간씩 걷는 고생스러움도 견뎌내야 한다. 그러면 ‘구경거리’가 넘쳐나는 관광명소와는 다른, 숨겨진 비경과 소박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 맛에 ‘오지를 찾아서’의 여행은 오늘도 계속된다.

 

‘고슴도치 사랑’ 동호회

친해지면 ‘가시’ 내려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고슴도치는 ‘못난이’의 대명사요, 오만과 독선을 비유할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이 고슴도치가 애완동물로 사랑받고 있다. 몸을 돌돌 말고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는 고슴도치가 까탈스럽게 보이건만, ‘고슴도치 사랑(http://cafe.naver.com/dochi ya.cafe)’ 회원들은 “한번 마음을 열면 이렇게 귀여운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고 연방 자랑이다.

이들은 “성급하게 사랑을 얻거나 주려고 하지 말라”고 귀띔한다. 습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손바닥만한 몸집 때문에 애교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과 인내심으로 정을 쌓아야 하는 게 바로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냄새가 나지 않고 잔병치레가 많지 않다. 대신 섭씨 25~30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야행성이니 종종 밤잠을 설치는 일도 있다. 또 한번씩 구석으로 숨어버리면 TV나 냉장고부터 절구통 속까지 온 집안을 뒤집어야 한다. 고슴도치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동물인 만큼 사육 방법 등 관련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회원들이 온라인 카페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열심히 올리며 정보 공유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 현재 25마리를 키우는 김헌씨(41)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던 고슴도치도 주인과 친해지면 가시를 내린다는 것. 그는 신입회원들에게 핸들링(손 위에서 놀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가시에 찔리는 게 무서워 핸들링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는 고슴도치가 관상용으로 전락한다”고 충고한다. 고슴도치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고슴도치는 낯선 사람이 쉽게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아요. 개나 고양이처럼 복종하고 애교를 떠는 ‘잔’ 재미는 없지만 그보다 ‘깊은’ 정이 있답니다.”
 
 커뮤니티 ‘이쑤시개 조각실’

작업할 때 ‘스릴’ 짜릿해요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피노키오를 만들었다면, 이쑤시개를 깎아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이쑤시개 조각실(http://cafe.daum.net/kyc0art)’. 운영자 김영채씨(45)는 경력 8년차로, 그의 작품을 보고 감탄한 이들이 알음알음 모여 둥지를 틀었다.

자장면을 먹다가 나무젓가락의 질감이 좋아 문구용 칼을 잡은 게 조각과의 첫 인연이다. 재료비 걱정 안 하고 조각할 수 없나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이쑤시개. 이것도 나무인데 못할 이유 있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최소한의 힘으로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라 즐거웠다. ‘아차’하는 순간 망치기 일쑤지만 그 긴장감이 좋았다. 제한된 공간에 표현한다는 쾌감도 대단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시도할 수 없는 게 이쑤시개 조각이다.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도 이 때문.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회원들은 작품을 올리고 이메일 등을 통해 구멍 뚫기, 색칠하기 등 작업방식을 공유한다.

조각재료는 이쑤시개뿐만이 아니다. 쌀이며 분필, 연필심까지 무궁무진하다. 결이 세로인 이쑤시개는 가로 작업을 할 때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연필심과 분필은 결이 없어 작업하기 수월하지만 잘 부스러진다. 재료의 성질을 파악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모두 조각재료가 된다.

“빠듯한 살림에 집사람 생일선물 하나 살 돈이 없었어요. 그때 이쑤시개로 화병에 담긴 꽃 한 송이를 조각했죠. 많이 미안했지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라고 건넸습니다. 집사람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게 바로 이쑤시개 조각의 매력이죠.”

그가 귀띔하는 노하우 하나. 이쑤시개 조각은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장시간 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작업 중 5분씩 먼 곳을 바라보라. 그러면 눈이 침침하고 손이 저리는 등 일종의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다.

 

껌종이 모으는 사람들

한 장의 행복 ‘껌값’이면 충분



길에 떨어져 발자국이 선명해도 상관없다. 동네 슈퍼마켓을 샅샅이 뒤지는 수고로움도 마다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한낱 종이쪼가리일지 몰라도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조각이다. ‘껌종이 모으는 사람들(http://cafe.daum.net/gohobby)’이 자랑하는 ‘껌값’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껌종이는 다른 수집품처럼 세월이 흐른다고 금전적 가치가 오르지 않아요. 대신 껌종이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을 모으면서 지난 세월을 훔쳐보는 재미죠. 몇 천 장이더라도 연상되는 추억이 제각각이거든요.”

껌종이는 ▲많은 종류 ▲지속적인 발행 ▲저렴한 가격 ▲보관의 용이성 등 수집의 필요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판박이(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형 껌종이)는 화폐, 우표와는 다른 수집욕구를 자극한다. 한 세트에 100~200여 종이 넘는데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양이 출시되기 때문인데 ‘껌·모·사’의 힘이 발휘되는 것도 이 때다. 겉 포장지의 유통기간을 적어두라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고, 지역별로 수집해 여유분을 교환하는 것. 시간과 정성을 들여 판박이를 완성했을 때의 희열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이들은 ‘껌·모·사’에서 미처 모르던 껌의 이름과 판매시기, 보관방법 등을 익힌다. 외국에도 ‘공급책’이 있어 러시아, 터키, 필리핀 등의 껌종이를 모을 수 있다. 그만큼 껌종이에 대한 추억도 다양하다. 유년시절 즐겨했던 껌종이 따먹기 놀이며, 껌종이의 예쁜 도안과 멋들어진 글귀는 연애편지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껌을 하도 씹어 치아가 빠지고, 도서관 책을 모조리 뒤지고도 허탕을 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비일비재하다.

‘껌·모·사’는 국내 껌종이의 족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경력 30년차부터 평균 1000~3000장을 모은 회원들의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할 터. 자투리 천을 모아 근사한 조각보를 만드는 것처럼 이들은 오늘도 소소한 추억을 잇대고 있다.

 

탑승 않고도 창공을 나는 ‘감동’

백마모형항공 동호회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망이 어찌 라이트 형제만의 것이랴. ‘어른 장난감’이라는 눈총에도, ‘비싼 취미’라는 핀잔에도 모형항공기 마니아는 꾸준히 늘고 있다. 분명 손뼉 칠 일이지만 ‘백마 모형항공 동호회(http://skypilot.pe.kr)’는 걱정부터 앞선다. 안전과 비행예절에 대한 인식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론적 바탕 없이는 좋은 비행기를 만들 수도, 날릴 수도 없다”는 애정 어린 충고를 잊지 않는다.

‘백마 모형항공 동호회’는 현직 항공사 기장 10명이 주축이 됐다. “모형항공기는 장남감이자 최고의 이론적 제작물”이라는 이들의 고집은 일반회원 110명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우수한 모형항공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크거니와 최상급의 조종 실력을 보는 것도 배움이다. 2004년에는 독일의 마이크로 항공기(MAV)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잠자리처럼 나는 20g 무선조종 반 자동 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모형항공기를 취미로 즐긴다는 건 항공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형항공기 초보 입문자들의 걱정은 보통 장비값에 대한 부담과 조종 기술의 어려움인데, 운영자 정윤식씨(46)가 내놓은 해결책은 간단하다. “딱!~ 자기 실력만큼만 하면 됩니다.” 과도한 비용 지불과 무리한 비행이 추락을 자초한다는 얘기다.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게 백마 모형항공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형항공기에 몸을 싣지는 않아도 마음만큼은 항공기와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내가 만든 비행기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면 함박웃음이 번져요. 모형항공기를 날리는 기술이나 조작법이 무척 많은데 하나하나 이뤄가는 것도 신바람 나죠.”

골프나 등산보다 푸른 하늘을 보며 모형항공기를 즐기는 게 더 좋다는 이들. 창공을 배경으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감동은 ‘탑승’이 아닌 ‘조종’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단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 있게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모형항공기는 절대로 혼자 날릴 수 없습니다. 즐겁고,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탁구와 배드민턴 동시에 즐긴다

디엠패드민턴 동호회

“이건 탁구도 아니고, 배드민턴도 아니여~.”

‘패드민턴(Padminton)’을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빌려 소개하면 이렇다. 탁구 라켓을 들고 있으니 탁구(ping-pong) 같기도 하지만 셔틀콕이 네트를 넘나드니 배드민턴(badminton) 같기도 하다. 패드민턴은 탁구와 배드민턴의 장점만 ‘쏙쏙’ 뽑아 접목한 새로운 스포츠다.

‘디엠패드민턴 동호회(www.padminton.com)’ 회원들은 패드민턴의 장점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앉아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탁구대처럼 거창한 부대장비도 필요 없고요. 또 배드민턴과 달리 라켓이 짧아서 콕을 맞추기도 쉽죠. 간편하고 쉽게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야말로 입에 침이 마른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스코어는 3판2선승제로, 세트당 25점을 얻으면 이긴다. 패드민턴의 라켓은 ‘핸들러’라고 부르며, 서비스권과 상관없이 상대 코트에 셔틀콕을 떨어뜨리면 된다. 셔틀콕이 네트를 스치고 넘어와도 상관없다. 대신 서비스는 허리 아래에서 위쪽으로 넣어야 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은 반칙이다. 탁구나 배드민턴과 마찬가지로 단식, 혼합, 복식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디엠패드민턴의 회원은 15명. 식구는 단출하지만 활동은 야무지다. 동호회에서는 매달 자체적으로 대회를 열고, 전국의 교도소나 소년원에 패드민턴 라켓을 지원하고 있다. 패드민턴이야 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스포츠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패드민턴이 대중화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회원들은 패드민턴을 ‘행복 에너지’라고 말한다. 전신운동이다 보니 운동량이 크고 양손을 쓰기 때문에 균형감각과 손목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그뿐이랴. 라켓으로 셔틀콕을 때릴 때 나는 경쾌한 소리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준다.

 

한 잔에 담긴 믿음과 정성

보이차 동경당

오래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술과 친구가 그러한데, 오래될수록 그 맛과 향기가 깊다. 보이차도 마찬가지다. 중국 운남성 일대의 대엽종 차엽을 발효시켜 만든 차(茶)로, 오래될수록 고유의 맛과 향이 좋고 효능도 우수하다. 그러나 제대로 알고 마셔야 본연의 차맛을 느낄 수 있는 법. 지난 2월 개설된 ‘보이차 동경당’(http://cafe.daum.net/dktea)이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 까닭이다.

이들은 우선 “보이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운이 솟는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녹차처럼 차갑지 않고 홍차처럼 뜨거운 성질도 아니어서 모든 체질에 잘 맞는다는 것. 게다가 소화촉진부터, 노화방지, 동맥경화 방지, 해독작용에 이르기까지 익히 알려진 효능도 한둘이 아니라고.

한동안 계속되던 자랑은 보이차 마시기의 몇 가지 팁으로 이어진다. 첫째, 좋은 차는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뒷맛이 꿀맛이다. 둘째, 가짜가 많기 때문에 정식 세관 통관 여부와 원산지 증명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셋째, 저렴한 2~3년 차를 5년 정도 묵혔다 먹으면 믿을 수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낫다. 넷째, 보이차는 우리 전통 항아리에 담아 베란다에 보관하면 자연 숙성된다.

“보이차가 오래될수록 값어치가 상승하다 보니 가짜도 많고 잘못 알려진 정보도 많아요. 그만큼 우리 동호회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거겠죠. 아무리 좋은 차라도 차를 우려내는 사람이 물의 온도나 차 농도, 우리는 시간 등을 조절하지 못하면 차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요.”

이들 중에는 보이차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운남성 현지를 여행하며 기록하는 회원이 있다. 또 기회가 닿는 대로 저렴한 가격과 확실한 믿음을 내건 보이차 도매상을 열고 싶어 하는 이도 있다. 개설 두 달 만에 회원수 100명을 넘어선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 잔의 차에 믿음과 정성을 담는 사람들. 보이차처럼 오랫동안 깊어질 ‘보이차 동경당’의 맛과 향기가 기대된다.

 

사이버 ‘소외세대’ 놀이터

불혹에서 이순까지 사랑방

1931년 생 할머니가 잔잔한 에세이를 연재하고, 1939년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불편한 몸이지만 정모에 참석한다. 이들이 만나는 공간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움직이는 인터넷 세상이다. ‘불혹에서 이순까지 사랑방(http://cafe.naver.com/righflank)’에서 중·노년층은 주변인이 아닌 당당한 주인이다.

“다른 동호회에 기웃거려봤는데 연령차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어요. 우리 세대만을 위한 공간,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운영자 박은식씨(62)는 ‘불·이·방’을 “또 하나의 가정, 또 하나의 배움터, 또 하나의 나눔터”라고 말한다. 1250여 명의 회원이 끈끈한 정으로 묶여 나만의 요리부터 건강·미용상식까지 오만 가지 정보를 나눈다. 특히 초보 회원들을 위한 ‘컴퓨터 익히기’ 코너에는 블로그 꾸미기, 태그 연습장, 스위시 연습방 등 인터넷 세상의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 그득하다.

불·이·방의 열정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 산악회와 낚시회 등 소모임 활동이 활발하고 ‘깜짝모임’도 자주 갖는다. 애경사를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 공부와 운동을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눈다. 불혹에서 이순까지면 세대차가 있을 법하지만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공감대가 더 크다.

중·노년의 동호회라는 이유만으로 ‘불륜의 장’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불·이·방의 가입을 ‘강추’한다. 동호회 활동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불·이방의 이름을 내걸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는 이들. 불혹에서 이순까지,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드도 아니고 인라인도 아니여~

엑슬라이더 전국 동호회



“썰매를 탈 때처럼 미끄러지는 재미랄까.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만만함이랄까. 바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묘기를 부릴 때의 쾌감이랄까. 엑슬라이더는 한마디로 ‘즐거운 자유’예요.”

스케이트보드를 반으로 잘라놓은 것처럼 생긴 엑슬라이더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 레포츠다. 얼핏 인라인스케이트를 닮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발판 치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엑슬라이더 한 개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휴대가 간편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양쪽 발을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발을 고정하지 않는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바퀴 덕분에 힐스핀(Heel Spin) 등 고난이도 기술을 펼칠 수도 있다.

‘엑슬라이더 전국 동호회’(http://cafe.daum.net/xliderkorea) 고수환씨(37)가 늘어놓은 엑슬라이더의 자랑거리는 어림잡아 10여 가지. 엑슬라이더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기 쉽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고씨는 “엑슬라이더는 힘과 속도보다 균형감각과 리듬감이 필요한 레포츠”라고 설명한다. 시속 50㎞를 넘는 인라인처럼 스피드를 낼 순 없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다. 헬맷 외에는 안전장치도 필요 없다.

엑슬라이더를 타는 방법은 쉽다. 먼저 발판 앞쪽에 한쪽 발을 올린 후 다른 쪽 발도 살짝 올린다. 균형을 잡으면서 발목을 앞뒤로 움직이면 된다. 왼쪽으로 주행하려면 왼쪽을 평행하게 일으켜 세우면 되는 식이다. 돌발상황이 있을 땐, 발가락 끝을 세우면 정지한다. 고씨가 ‘전수’하는 엑슬라이더 재미있게 타는 방법도 간단하다. “억지로 타면 재미없다”면서 “여럿이 타거나 엑슬라이더를 타고 축구 등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다”고 귀띔한다.

지역별 오프라인 모임과 기술 개발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엑슬라이더 전국 동호회. “엑슬라이더가 인라인처럼 온 국민의 레포츠가 됐으면 좋겠다”는 450명 회원들의 바람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나만의 문양 만들기 “참 잘했어요”

DIY Stamp Holic

“어렸을 때 지우개 도장을 새기던 기억이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았을 때의 설렘, 기억하시죠? 스탬프아트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소박하고 작은 기쁨이랍니다.”

2004년 개설해 현재 회원 수 9000여 명을 자랑하는 ‘DIY Stamp Holic(http://cyworld.nate.com/common/main.asp)’은 스탬프아트의 장점에 대해 ▲ 아무거나 재료가 될 수 있다 ▲ 모든 곳에 찍을 수 있다 ▲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그야말로 삼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종래 스탬프가 단순히 찍는 것에 그쳤다면 스탬프아트는 카드, 다이어리, 포장지 등 생활 전반의 모든 것을 꾸민다. 종이는 물론 패브릭이나 금속, 유리, 플라스틱에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굳이 비싼 스탬프가 아니더라도 지우개 등을 활용하면 된다. 거기다 나비와 나뭇잎 무늬부터 만화 캐릭터까지 나만의 개성을 녹여내 세상에 하나뿐인 스탬프를 만들면 금상첨화. 하나의 문양으로도 찍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탬프아트는 국내 강좌가 드물어 동호회만큼 좋은 곳이 없다. 동호회에서는 스탬프의 기초부터 종류, 활용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예쁘고 희귀한 스탬프를 모으며 직접 스탬프를 만들어 서로의 실력을 뽐낸다. 손재주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경력 3년차 황선영씨(27)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누구나 처음엔 ‘꾹꾹’ 도장 찍기부터 시작한다는 것. 번지고 뭉개지기 일쑤, 찍는 것도 녹록치 않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보며 한 단계 한 단계 따라하면 된다. 회원들은 이렇게 ‘갈고닦은’ 솜씨로 조카들에게 세뱃돈 대신 이름을 새긴 도장을 선물하거나 나만의 스탬프로 명함을 만든다.

“스탬프아트는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나예요.” 가정의 달, 5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각 있고 정성을 담은 맞춤형 스탬프를 선물하면 어떨까.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

“꿈은 ‘함께’ 이루는 거랍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누구나 꿈이 있건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머릿속은 관념어로 뒤엉키고, 꿈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게 못내 창피하다. 하지만 클럽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http://cyworld.nate.com/common/main.asp)은 당당하게 꿈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꿈을 쟁취하는 것은 꿈을 그리는 사람의 특권”이라는 것. 이들이 귀띔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혼자서는 꿈을 이룰 수 없어요.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죠? 사실은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많은 이들과 ‘함께’ 이루는 거랍니다.”

이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것은 든든한 조언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소가 된다. 때론 용기를 북돋아주는 한마디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어준다. 꿈사모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정해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회원들은 이렇게 서로의 꿈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공유한다.
사람냄새 ‘폴폴’ 나는 것도 꿈사모의 또 다른 매력. 기업의 채용정보로 가득한 여느 클럽들이 보여주는 ‘꿈’과는 다르다. 다양한 콘텐츠만큼 회원들의 꿈도 다양하다. ‘인정받는 군인’이나 ‘현모양처’ 등 현실적인 꿈부터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 ‘죽을 때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등 의미 있는 바람도 많다.

회원들은 자신의 꿈을 밝히고 그에 대한 계획과 진행 정도를 정기적으로 알린다. 또 스크랩한 자료가 아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교환한다. 거기에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해 서로 이삿짐까지 날라주는 돈독함도 나눈다. 비장하면서도 훈훈한 기운이 그득하다. 이들은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계획은 그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실천은 그중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삽겹살에 소주 한잔

세상을 사는 ‘에너지’ 재충전

삼겹살과 소주, 두 단어의 조합은 친숙하다. 회식 메뉴의 쌍두마차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입맛에 제격이다. 넉넉하지 않아도 불판 위에 고기 몇 점을 올리고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세상 시름이 사라진다. 익숙하다고 볼품없는 것이랴. 외려 부담 없어서 좋다. 평범한 게 매력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http://cafe.daum.net/ilsansoju)은 이렇게 모였다.

운영자 공진배씨(37)는 어렸을 때 이웃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널찍한 평상에 모여 대포 한잔씩 주고받으며 ‘형님’ ‘동생’ 하던 기억이 오늘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평생 뉴스에 나올 일 없는 소시민들의 모임”이지만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평상’에서는 모두 주인공이라는 얘기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에는 미용실 보조부터 카센터 사장, 간호장교, 타투이스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진다. 직함이나 명함은 큰 의미가 없다. 대신 삼겹살 한 쌈에 ‘나’ 사는 이야기를 하고, 소주 한잔으로 ‘너‘ 사는 형편을 바라본다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맛있게 먹는 비법에도 사람이 빠지지 않는다. “왁자지껄하게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 거기에 자꾸 뒤집지 마라, 술은 적당히 먹으라며 경험에서 비롯된 알토란 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2주일에 한번 갖는 정기모임이 먹고 마시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래프팅부터 서바이벌 게임, 바다낚시, 가족모임까지 살을 부대끼며 정을 쌓는다. 회원들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에너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항상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답답한 일이 있어 욕지거리를 하고 싶을 때, 즐거운 일을 막 자랑하고 싶을 때 속 시원히 털어놓으세요. 서로 맛있는 안주가 돼 씹고 씹혀보고. 그렇게 크게 한번 웃고 나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겠어요.”

 

국궁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련

활사랑회

“국궁은 심신일체 운동으로 단전호흡운동이에요. 또 전신운동이고 우리 문화운동입니다.” ‘활사랑회(http://cafe.daum.net/BOWLOVE)’의 국궁 예찬론은 끝이 없다. 힘만 세다고 활시위를 당길 수 있으랴. 조준만 잘 한다고 과녁에 화살을 정확히 꽂을 수 있으랴. 궁술을 ‘서서 화살만 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국궁은 활쏘기를 배우고 익혀 몸과 마음을 닦는 수련이다.

970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활사랑회는 국궁교실 등을 통해 우리 활의 저변 확대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회원 박종훈씨(55)는 국궁을 ‘마력’이라고 표현한다. 양궁은 조준경 등 보조장치가 필요하지만, 국궁은 활과 화살만으로 인간의 오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 깊은 매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국궁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꼽는 데도 이유가 있다. 청소년에게는 바른 자세와 성장을, 여성에게는 피부미용을, 노인들에게는 치매 예방을, 장년층에는 정력 강화를 돕는다고.

과녁에 잘 ‘맞히는’ 법과 화살을 잘 ‘쏘는’ 법은 다르다. 잘 맞히기 위해서는 편한 자세로, 직선에 가깝게, 많이 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잘 쏘기 위해서는 화살을 장전하기 전부터 호흡을 고르고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도록 해야 한다. 초보자에게 호흡법부터 자세, 시선 등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궁의 필수요소는 예절과 배려로, 그날 첫 발을 쏠 때 과녁을 향해 ‘활 배웁니다’고 인사하는 것 등은 화살이 살기를 띤 무기라는 데서 비롯한 예의범절이다. ‘동이족’이라고 불렸던 만큼 우리 민족이 활쏘기에 특별한 유전인자와 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활사랑회는 우리 전통무예 국궁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꿈꾼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JBS 말가면 클럽

넘치는 ‘끼’로 즐거움 전파

말가면을 쓰고 도심을 활보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그맨도 아니고, 마사회와 관련되지도 않았다.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행복전파에 나선 청춘들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젊은이들이다. ‘JBS 말가면 클럽’(http://cyworld.nate.com/common/main.asp). 별 희한한 동호회도 다 있다 싶지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말가면클럽의 탄생은 그야말로 ‘장난삼아’였다. 개그프로그램 ‘타짱’에서 말가면이 유명해지기도 전, 서준범씨(22)가 친구와 재미있게 놀려고 산 게 말가면이다. 밍밍하게 집에서 쓰는 것보다 거리로 나와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2명보다 몇십 명이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도심투어는 주요활동이 됐으며, 회원 수는 900여 명에 달한다.

“30명이 말가면을 썼을 때 300명이 즐거워해요. 말가면을 쓴 사람이나 말가면과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나 모두 즐겁죠.”

도심투어에서 ‘해치지 않아요’라는 피켓을 드는 것은 필수다. 어린아이들의 울음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또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과잉행동을 막기 위해 ▲음주 시 말가면 금지 ▲일반인들 앞에서 가면 벗지 않기 ▲질서 확립을 위한 도우미 말 듣기 등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말가면 튜닝도 재미있다. 백마를 변신시킨 얼룩말부터 데이비드 베컴 스타일, 속눈썹 단 말, 눈이 충혈된 야동말까지 톡톡 튄다.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에요. 내성적이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활력을 주는 곳이고요. 인생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입니다.”

 

지식 열공하는 ‘퀴즈의 달인들’

퀴즈피아

“박학다식이요? 퀴즈 실력은 누적된 ‘무공’입니다.”
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퀴즈피아’(cafe.naver.com/quizphia)에는 열정과 노력이 넘쳐난다. 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둔 수험생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랴. 매일 올라오는 시사용어와 일반상식, 퀴즈문제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퀴즈 고수’ 임창백씨(44)의 “퀴즈를 즐겨라”라는 귀띔은 허튼 소리가 아니다.

학창시절 ‘장학퀴즈’에 못 나가본 임씨의 한이 오늘날의 ‘퀴즈피아’를 만들었다. 그가 퀴즈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건 5~6년 전.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카페활동이 어느새 퀴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알차기로 소문난 커뮤니티가 됐다.

뭐니 뭐니 해도 ‘퀴즈피아’의 매력은 높은 예상문제 적중률이다. 각종 상식서적을 읽고 신문을 스크랩하는 등 온갖 상식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들의 실력이니 당연하다. 임씨가 직접 제작한 퀴즈 CD는 돈을 줘도 구할 수 없다. 책 30, 40권 분량의 자료가 담긴 이 CD는 ‘열공’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임씨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받은 상금의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한다. 회원들은 상금으로 정모 때 인심을 쓴다. 이들은 지식과 행복을 ‘독점’하지 않고 함께 나눈다.

“퀴즈는 ‘친구’예요. 상금을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면 쉽게 지치죠. 운과 실력을 갖춰야 ‘달인’이 되는데, 퀴즈를 즐겨야 가능해요. 예상문제를 찍으면서, 성적이 나빠도 즐겨야죠.”

고수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그러나 쉽지 않다. ▲기출문제를 공부하라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해 공부하라 ▲최소한 3년은 공부하라 등 한마디로 시간과 마음, 돈을 투자해 부지런히 공부하면 된다. 남들이 맞히지 못한 문제를 알고 있다는 쾌감이야 어찌 말로 표현하겠냐만 고행 길 같다. 그러나 임씨는 이렇게 대꾸한다. 우스갯소리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다.

“도사들이 무공을 연마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퀴즈는 3~4년만 공부하면 ‘도사’ 소리를 들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외로운 타향살이 누군가 필요할 때

서울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들의 모임

‘먼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속담을 실감케 하는 이들이 있다. 광주 출신이면 어떻고, 부산 사투리를 쓰면 어떠랴. 타향살이의 서러움과 혼자라는 외로움,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살이의 고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서울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naver.com/smileseoul.cafe)은 이름 그대로 서울에 혼자 살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서울생활 5년째인 박민우씨(31)는 서·홀·모를 “제2의 가족”이라고 소개한다.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겨먹는 것을 사치로 여기고, 고시원을 거쳐 지하 셋방을 얻을 때쯤에야 서울생활에 적응한 것은 그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쉽고 금방 친밀해진다.

온라인을 통해 못질과 형광등 교체부터 전·월세 계약 절차 등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생일을 홀로 보낼 때 유용한 미역국 끓이는 법이며, 요리를 귀찮아하는 이들을 위해 맛집도 추천한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챙겨 먹자.” 텅 빈 냉장고를 열어본 적이 있는 자취생들에게는 코끝이 찡해지는 조언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오프라인 모임도 매력적이다. 함께 영화 볼 사람이 없거나 술 한잔 하고 싶을 때, 주말에 혼자 밥 먹기 싫을 때 서·홀·모의 진가가 발휘된다. 게시판에 ‘놀이동산에 가실 분~’이라고 글을 올리면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혼자 하기 뻘쭘한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손을 내밀기도, 손을 잡기도 쉽다.

간혹 짝을 찾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가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 차원에서 외로움이 성급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다가 서·홀·모는 작업장이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사모임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따뜻하고 가족 같은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롭고 누군가 필요할 때 2000여 명의 회원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서·홀·모의 진짜 매력이죠.”

 

카누·카약에서 바라본 강가 절경

허밍버드 뱃놀이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다. 여름에는 물놀이가 최고지만 수상스키와 웨이크 보드는 왠지 평범하다. 특별한 게 없을까. ‘허밍버드 뱃놀이’(http://cafe.daum.net/hbni)는 카누·카약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카누와 카약은 노(Paddle)를 저어 보트를 움직이는데, 양날 노를 사용하느냐 외날 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분한다. 경력 25년차인 이재관씨(51)는 카누·카약을 “노 젓는 요령만 알면 초등학생도 즐길 수 있는 레포츠”라고 설명했다. 투어용은 가족 레포츠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족이 한 배를 탄다는 의미도 있지만, 엄마 아빠가 노를 젓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며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20가족이 모여 뱃놀이를 즐겼다.

우리나라 하천은 유속이 느리고 폭이 넓어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마춤이다. 거기다 수려한 산수까지 더해 금상첨화를 이룬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스칠 때의 시원함이 카누·카약의 묘미다. “사람들은 길 옆에서 벚꽃놀이를 하죠? 저희는 배를 타고 강 속에서 벚꽃을 구경해요. 눈이 녹으면 1년 내내 배를 타는데, 물결이 굽이칠 때마다 풍광이 변하죠. 강에서 바라보는 가을단풍은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초보자들의 첫 번째 질문은 “물속에서 잘 뒤집어져요?”다. 그러면 이들은 잘 뒤집어지는 방법에 대해 강조한다. ‘이렇게만 하지 말라’는 역설인데, 노 젓는 방법이나 중심잡기만큼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그 다음 ▲물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 ▲물에 빠지면 팔다리를 벌리고 하늘을 보라 ▲뒤집힌 배에 들어가 있지 말라 등 주의사항을 꼼꼼히 전달한다고.

올 여름엔 가족과 함께 동강이나 홍천강에서 카누·카약을 경험해보라. 길고 좁은 배 모양이 불안해 보인다고? 천만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난감이 아니라 레포츠” 혼자 놀기 진수

부메랑 동호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말은 많이 쓰지만, 실제로 돌아오는 부메랑을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산 부메랑은 하나같이 제멋대로였다. 던지는 힘과 각도를 조절해도 날아가되 돌아오지 않았다. ‘부메랑 동호회’(http://cafe.daum.net/1004boom)가 뭉친 것도 이 때문. “부메랑은 장난감이 아니라, 하나의 레포츠”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경력 5년차 베테랑인 이태균씨(36)가 말하는 부메랑의 매력은 무한하다. 우선 쉽게 배울 수 있다. 누구든 20분만 제대로 배우면 부메랑을 돌아올 수 있게 한다는 것. 또 바이크를 즐기다가도 부메랑을 날리는 등 다른 레포츠와 연계성이 뛰어나며 두 손으로 받기부터 등 뒤로 받기, 목으로 받기까지 게임방법도 다양하다. 게다가 분명히 혼자 날렸건만 반대편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날리는 듯해 혼자 놀기의 진수를 선보일 수 있다.

“부메랑이 돌아오는 원동력은 회전력입니다. 부메랑을 날릴 때 야구공 던지듯 세게 앞으로만 던지는 게 아니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회전시켜야 해요. 부메랑을 수직으로 세워서 날려야 돌아옵니다.”

부메랑에는 ‘ㄱ’자 모양뿐 아니라 A자 모양부터 날개가 3개 달린 삼지형, 뱀장어 형상도 있다. 직접 부메랑을 만드는 회원도 상당수여서 다채로운 모양과 문양의 부메랑이 항상 넘쳐난다.

날리고 나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는 부메랑이 무슨 운동이 될까, 싶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 달 만에 8㎏을 감량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전신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부메랑을 날리기 위해 탁 트인 벌판을 찾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엔 그만이다.

“힘을 약하게 혹은 강하게, 날리는 각도를 좁게 혹은 크게 조절하는 대로 부메랑이 움직여요. 내가 노력한 만큼 답을 준다는 깨달음을 주는 게 바로 부메랑이죠. 부메랑은 분명히 돌아온답니다.”

 

 잔머리 보드게임 동호회

사람과 어울리는 ‘브레인 스포츠’

우후죽순 생겨났던 보드게임방이 사라졌다고 인기가 사그라진 것일까. 거품이 꺼졌을 뿐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온라인 게임이 역동적인 재미를 준다면, 보드게임의 무기는 따뜻함이다. 얼굴을 맞대고 게임을 하는 재미와 꼭 이기지 않아도 신나는 즐거움이 있다. ‘잔머리 보드게임 동호회’(http://cafe.naver.com/jan200) 회원들은 “보드게임=브레인 스포츠”라고 말한다.

2004년 서울 신촌에 있던 동명의 카페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밤샘 모임을 가졌던 게 ‘잔머리’의 시작이었다. 비록 아지트는 없어졌지만 4100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모는 격주로 열리는데, ‘카탄’ 등 400개 이상의 보드게임을 익히고 있는 회원이 수두룩하다.

‘잔머리’ 회원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은 쉬운 파티게임부터 4~5시간은 족히 걸리는 하드게임까지 수백 가지에 달한다. 또 중학생부터 중학생 자녀를 둔 40, 50대까지 회원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아예 동호회를 ‘학력불문·나이불문·직업불문·성별불문·미모불문’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다양한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다채로운 게임을 즐기다 보면 승부는 뒷전이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좋다.

보드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질까. 이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드게임 중에는 교육적 효과가 입증된 것이 많다. 실제로 ‘멘사’(mensa,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매년 2개의 보드게임을 추천하고, 처음부터 교육용으로 만든 보드게임도 많다. 게다가 게임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나 게임을 이기기 위해 궁리하다 보면 머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보드게임 초보자에겐 젠가와 할리갈리를, 조금 해봤다면 카탄과 보난자를, 고난이도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푸에르토 리코와 상트 페테스부르크를 추천한다. 보드게임 자체가 건전하기 때문에 어떤 게임을 해도 즐거운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 하지만 이들이 푹 빠진 건 게임이 아니라 사람냄새니 피곤함보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모임

우리의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길을 걷다 몇 번씩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얼핏 본 얼굴이지만 끌리는 감정이 있다면 필연일 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우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바람 같은 우연을 바위 같은 인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일 터.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모임’(goodmeet.cyworld.com)이 눈에 띄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우연이란 단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해요. 계획하지 않은 이들과 만나니까 부담도 없고 자신도 모르게 정이 가요.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는데 죽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죠.”

특별히 공유하는 취미도 없고,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다. 이름 그대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현재 회원 수는 286명. 여느 동호회처럼 내세울 만한 공통점은 없지만, 바꿔 말하면 누구나 함께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최대 회원 수를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회원 관리를 하기 때문에 ‘유령’도 찾아볼 수 없다.

‘댓사모’(댓글을 사랑하는 모임)의 활동도 재미있다. 클럽 내 비공식 모임이긴 하지만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방지에 한몫한다. 무엇보다 처음 온 이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에는 댓글 만한 게 없다고. 그러다 보니 회원들은 소소한 일상이야기도 올리고 고민상담을 하기도 한다. 댓글 한 줄이 또 한 명의 친구를 만든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연애질 금지’도 특이하다.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애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은 금하고 있다. 우연한 만남이 가벼운 만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만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뭘까. 운영자 김태형씨(24)는 ‘초코파이’라고 말한다. 아무 이유 없이, 주제 없이 만나도 시끌벅적해질 수 있는 원동력은 ‘정(情)’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행복한 인연을 만들어내는지 아는 ‘우만사’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펜을 돌리는 사람들

역시 ‘손기술’은 한국이 최고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지만, ‘공부에 방해되는 손장난’ 정도로 여겨온 ‘펜 돌리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거리에서 방황하는 불량 청소년의 전유물로만 여겨온 비보이(B-boy)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대접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중심에는 ‘펜을 돌리는 사람들’(http://cafe.naver.com/no1penspiners.cafe)이 있다.

‘펜돌사’는 온라인에서 제법 이름난 동호회로, 100여 가지 펜 스핀 기술을 갈고 닦는다. 강좌영상물이 난이도별로 정리돼 있으며 회원들이 직접 올린 영상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한다. 돌리기 전용 펜을 만드는 법부터 인지 휘감기 등 기술전수까지 펜 스핀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회원층은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회원 수는 1만7000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른손 다섯 손가락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펜 스핀 기술은 모두 완성된 상태다. 현재는 한 손에 두 개의 펜을 올리는 원 핸드 투 스핀과 양손으로 펜을 돌리는 투 핸드 스핀을 개발 중이다. 펜 돌리기의 비법은 간단하다. ▲자기 개성과 손의 성격에 맞는 펜을 선택하고 ▲쉬운 기술부터 하나하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한 기술을 배울 때 다른 기술과 섞어서 익히지 말아야 한다.

12년 경력인 이순철씨(28)에게 펜 스핀의 매력은 소박하다.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누구든 돌릴 수 있다는 것.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펜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어서 좋고, 힘들게 연습해서 목표한 기술을 성공했을 때의 희열과 행복감은 최고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기술을 하나둘 터득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는다. 손가락이 짧아도, 혹여 손가락이 하나 없어도 펜 돌리기를 할 수 있단다. 이들에게 펜 돌리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뜻한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펜 스핀 배틀대회를 꿈꾸는 펜돌사의 바람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아프리카 ‘영혼의 소리’로의 초대

젬베클럽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젬베 리듬이 서울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흘러나온다. 일정한 공식이 있는 리듬은 아니지만 흥겹다. 몸을 흐느적대도 그만이고, 겅중겅중 뛰며 어깨춤을 들썩여도 잘 어울린다. 통나무를 쪼개 모래시계 모양을 만들고 윗부분에 염소 가죽을 덧씌워 맨손으로 두드리는 젬베(Djembe). 낯선 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면, 한판 걸지게 펼쳐지는 난장으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젬베클럽’(club.cyworld.com/djembeclub)은 홍대 앞 놀이터에서 버스킹(거리에서 노래와 연주 등을 하며 돈을 받는 행위)을 한다. 매달 세 번째 금요일을 ‘노는 날’로 정해 오후부터 밤늦도록 젬베를 치며 논다. 그러면 젬베 리듬에 맞춰 길 가던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함께 어울린다. 떡볶이와 막걸리 등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사람도 많다. 분기별로 5명씩 레슨을 하고 오는 27일에는 두 번째 젬베 파티도 열린다. 누구나 쉽고 깊게 감정을 소통할 수 있다.

음역이 넓은 것도 젬베의 특징이다. 드럼헤드(가죽 부분)의 중앙을 치면 낮은 소리가 나고 손가락 전체로 가장자리를 치면 기본적인 소리가 난다. 주로 여럿이서 다른 리듬을 쳐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회원들은 젬베 소리에 대해 “세포 하나하나까지 꿈틀거린다” “가공하지 않은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운영자 장봉수씨(32)는 젬베를 치면서 바보처럼 웃을 때가 많아졌다. 젬베에는 세 가지 영혼이 있는데, 몸통을 제공하는 나무와 가죽을 울려주는 동물, 악기를 만드는 사람이 어우러져 맑은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아프리카 사람들이 왜 젬베를 치유의 악기로,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고 믿는지 이해가 된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지만 일상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Play your story.’ 이들은 젬베를 잘 두드리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고 말한다. “젬베는 자신의 이야기를 연주하는 겁니다.” 이들에게 젬베는 악기가 아니라 친구다. 그리고 인생이다.

 

이마반-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모임

“탈모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개그 프로그램 ‘마빡이’를 보고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웃음은커녕 한숨부터 낸다. ‘늙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것도 이골이 났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 탈모. ‘이마반(http://cafe.naver.com/imaban)’에서 이들은 탈모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이름부터 특이하다. 탈모와 연관 있는 말을 찾다 보니 이만큼 부르기 쉬운 이름이 어디 있나, 싶었다지만 지나치게 솔직하다. 실제로 기분 나빠하는 회원도 있다. 그럴 때면 조심스레 탈퇴를 권한다고. 카페에 오래 남는 회원은 달갑지 않다. 더 열심히 모발을 관리하고 득모해서 당당히 탈퇴하라는 것. 야멸차게 들리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 탈모 커뮤니티들이 병원과 제휴하는 통에 제대로 된 제품 사용기를 찾기 힘들지만 ‘이마반’은 다르다. 솔직함이 강점이다. 탈모가 생겼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애정 어린 충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22살 때부터 탈모가 시작된 운영자 신주호씨(32)는 ‘탈모사진 일기’를 연재해 시점에 따른 증상과 탈모량의 변화 등을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끈끈한 유대감도 매력이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게 배꼽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함을 준다. 자신의 모발관리법만 옳다고 주장하는 회원도 없다. 첫 정모 때는 2~3명이 모였지만 그 다음에는 4~5명이 참석했다. 모두 초면이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탈모도 노력하면 틀림없이 극복할 수 있다”고 서로 북돋았다.

‘이마반’에는 ‘헤어&패션 스타일’ 게시판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의 떡’ 아니냐고 묻겠지만, 이들에게는 머지않아 이룰 멋진 꿈이다. “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는 월왕 구천의 이야기도 있잖아요. 멋진 헤어스타일을 매일 구경하며 노력해 탈모를 극복하자는 뜻이죠. 오늘은 ‘그림의 떡’일지 몰라도 내일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보고픈 공연 ‘가격을 벗긴다’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각박한 일상에 쫓겨 영화를 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때,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참을 우물쭈물할 때가 그렇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을 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공연과 담쌓은 지 오래인데다 비싼 입장료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공연 관람 동호회에 가입하라.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누드티켓’(cafe.daum.net/nticket). 매달 정기적으로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누드티켓’이란 이름도 ‘가격을 벗긴다’는 뜻이다. 단체 관람의 장점은 또 있다. 공연은 좌석에 따라 감흥이 달라지는 만큼 좋은 좌석에서 최고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운영자 조상훈씨(37)는 ‘누드티켓’을 비행기 활주로의 관제탑에 비유한다. 관제탑에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처럼 회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멋진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동호회의 역할이라고.

좋은 공연을 고르는 데는 안목이 필요하지만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호회 게시판에는 공연과 배우에 대한 기초 정보, 연극·뮤지컬협회 사이트와 예매처 사이트 등 관련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다. 또 회원들이 올린 솔직한 공연평까지 있으니 일석이조. 인터넷에 접속해 손품만 팔면 된다.

이들의 활동은 공연 관람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행복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 중증장애인들의 목욕을 돕고 집안 청소를 도맡고 있다.

회원들은 공연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즐거움에, 봉사활동의 기쁨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 해소는 물론 무료한 생활에 활력까지 불어넣고 있다.

 

유쾌·상쾌·통쾌! ‘공포 즐기기’

푹푹 찌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으스스한 공포물로 더위를 잊고 싶어한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으로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생각인데, 1년 365일 공포의 짜릿함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http://cafe.naver.com/rhdwmfah)은 한 포털 사이트의 호러 게시판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올리던 이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그렇다고 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다.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현실공포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짜 매력이다.

현재 회원 수는 730여 명으로 적은 인원이지만 회원 관리는 까다롭다. 항간에 떠도는 괴담을 간추려 자신의 영적 능력을 주장하는 등 잘못된 정보로 여러 사람을 현혹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19세 이하 청소년은 가입할 수도 없는데 ‘귀신을 보고 싶어요’ 등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커뮤니티 메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즐·사 연재’ ‘미래배검사’ 등 8명 작가의 개인별 공포소설로, 업데이트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회원도 적지 않다. 그밖에도 ‘공포 미디어’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호러홀릭이지만 공포를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운영자 ‘흑웅’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믿는 것 중에는 증명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나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공포는 주위에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섭다고 생각하면 더 큰 공포에 휩싸인다는 것. 고로 피하지 못할 바에야 즐기라는 말이다. 이들에게 공포란 생활이고 휴식이다.

“눈을 크게 뜨고 심호흡을 하고 당당히 확인하세요. 그러면 공포가 사라지고 시원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경쾌한 스윙댄스와의 ‘춤바람’

요즘 웬만한 젊은 사람들은 춤을 개인기로 선보인다. ‘춤꾼’들이 선보이는 현란한 스텝과 유연한 몸동작은 좌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몸치’들의 마음고생도 적잖을 터. 그렇다고 포기하랴. ‘스윙프렌즈’(http://swingfriends.cyworld.com)를 눈여겨보라. 춤의 세계에 몸치란 없다.

‘스윙프렌즈’는 지터벅, 린디합 등 스윙댄스를 즐기는 동호회다. 스윙댄스는 경쾌한 템포의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커플 댄스로, 배우기 쉽고 짧은 시간에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도 힘들다. 얼마 전에는 빗속에서 스윙댄스를 즐겼을 만큼 이들의 춤 바람은 특별하다.

이 모임이 회원 4740여 명을 자랑하는 동호회로 자리 잡은 데는 튼튼한 운영 시스템이 한몫했다. 동호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강습 과정은 단계별로 나뉘며 전문가급의 강사들이 포진해 있다. 강습 과정을 마치면 분기별로 ‘졸업공연’이 열리는데 조금은 어설프지만 열정 넘치는 초짜들의 춤 실력을 엿볼 수 있다. 그밖에도 선상무도회, 야외 파티 등 오프라인 모임이 줄줄이 마련되어 스윙댄스의 매력에 빠지는 일은 순식간이다.

재미있고 신나는 춤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많은 이와 몸을 부대끼며 즐기는 다양한 모임은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준다. “춤을 출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한 회원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이들이 스윙댄스를 제대로 즐기는 데 필요한 요건으로 자신감과 배려를 꼽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스윙댄스를 추는 이들의 입가엔 늘 웃음이 번진다. 몸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겐 언제나 경쾌한 기운이 넘쳐난다. “스윙댄스요? 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거죠. 대한민국 곳곳에서 음악에 맞춰 스윙댄스를 즐기는 모습을 하루 빨리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삭막한 담벼락에 꿈을 덧칠

누구나 새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막막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듯하다. 뭘 그려야 하나, 어떻게 그려야 하나. 마음 가는 대로 붓을 놀리라지만 말만큼 쉽지 않다. 잿빛 벽이 캔버스라면 더욱 그러할 터. 거기다 장애인 시설과 저소득층 공부방에 그리는 벽화라면? ‘거리의 미술 동호회’(거미동·cafe.daum.net/streetart)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 비법을 소개한다.

벽화를 그리는 아마추어 미술가들의 모임 ‘거미동’은 2000년 개설해 ‘마음은 뿌듯하고 몸은 피곤한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붓질은 종합사회복지관부터 임대아파트까지 비영리 단체라면 전국 팔도를 가리지 않는다. 거미동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작업만 무려 80곳. 벽화작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100명 안팎으로 미술 전공자는 30% 정도다. 그 대신 튼튼한 체력과 열정, 사람냄새가 이들의 무기다.

거미동이 작업한 벽화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푸른 언덕에 아담한 성이 있거나 함박웃음을 띤 아기천사 그림이 그려져 있다. 휑뎅그렁하던 회색 벽면이 알록달록한 꿈의 세계로 변한 것이다.

지난 7월 부천상동종합복지관 아이들이 “예쁜 벽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롤링페이퍼를 보내오기도 했다. “아름다운 벽화를 보고 사람들이 작게나마 마음의 여유와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는 이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다.

벽화를 그리는 장소는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의뢰나 추천을 받아 회원들과 함께 결정한다. 여느 자선단체와 달리 페인트값 등 재료비를 받는 것도 특징이다. ‘즐거움을 산다’는 의미다. “대단한 일을 한다”고 치켜세우자 손사래를 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그저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이란다. 벽화작업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라는 얘기다.

 

요요에게 이렇게 깊은 재미가~

“아이들 장난감이라고요? 요요는 즐거운 놀이이자 최고의 퍼포먼스, 역동적인 스포츠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요요. 하지만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껏해야 위아래로 몇 번 움직여보다 자신의 단순한 테크닉에 지쳐 내팽개치는 게 고작일 터. 다 아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게 요요다. 1999년 개설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요요 커뮤니티 ‘파란 요요클럽’(www.club.paran.com/yoyo) 사람들은 이 요요를 ‘싸구려 장난감’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마뜩잖다.

파란 요요클럽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운영자 신웅철씨(32)는 “지층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국내외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클럽 초기의 기술 동영상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그야말로 정보 창구의 역할을 한다. 자료를 찾다 보면 요즘 잘 알려진 플레이어들의 ‘초짜’ 시절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 활동도 탄탄하다. 요요를 배울 곳이 없어서, 기술이 더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면 걱정하지 마라.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 강습이 열리고 요요 페스티벌과 요요 캠프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온·오프라인 활동 모두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강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흔히들 요요라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만 생각하지만 이들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은 무려 1000여 가지. 리듬에 몸을 맡기고 요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리듬체조와 다르지 않다. 그들의 손에서 ‘놀아나는’ 요요는 경쾌하고 아름답다. 내 손아귀를 떠났던 요요가 다시 돌아올 때의 쾌감이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요요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요? 그 자체가 재미있는데 어떻게 더 즐겁게 만들 수 있겠어요?”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다면, 이들의 호언장담을 한 번 믿어보는 게 어떨까.

 

건담로봇은 장난감이 아니라 작품

‘건/ 담을 하지 못하는 군대에 와 있다. 담/ 휴가 때는 도색 재료를 챙겨올 생각이다. 사/ 랑하는 건담들아, 오랫동안 너희를 못 보니. 랑(낭)/ 패스럽구나.’

말년 휴가를 앞둔 한 군인이 동호회명을 이용해 ‘건담사랑(GUNDAMLOVE.cyworld.com)’에 올린 사행시다. 건담로봇에 빠져 애달파하는 사람은 비단 그만이 아니다. 알음알음 모인 회원만 1만2000여 명. 20대 이상 남성이 80%를 차지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캐릭터라고, 조립식이라고 쉽게 생각하지 말라. 이들에게 건담로봇은 작품이자 자식이다.

건담로봇 250여 개를 소장하고 있는 박경호씨(37)는 “하나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라며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사각 틀에서 부품을 떼어내 조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신 자신의 개성대로 색깔을 입히고 문양을 넣는 작업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다. 눈썰미와 손재주를 총동원해 나만의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 뿌듯함이 밀려온다. 조립하면서 집중력과 상상력, 인내심이 향상되는 것은 즐거운 보너스.

로봇 조립이라고 하면 방 안에서 혼자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건담사랑’에서는 그렇지 않다. 몇몇 사람이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누구나 쉽게 만들고 함께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 ‘여우건담’(여기서 우리 건담 만들자)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여성 회원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어른들이 무슨 장난감이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매년 두세 차례 ‘가족전시회’를 개최한다. ‘장난감이 아니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건프라의 작품성을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다.

“건담로봇을 시작하고 싶은 분은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도전해 보세요. 종류가 워낙 많아 조금씩 접하다 보면 유독 정이 가는 종류가 생길 겁니다. 그걸 위주로 조립하고 수집하세요. 한번 건프라의 재미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겁니다.”

 

도전하면 별 볼 일 많아진다

별 볼일 없는 세상에 별 볼 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밤은 매일같이 돌아오고 하늘은 늘 머리 위에 있지만 밤하늘에 뜬 별을 올려다보기란, 웬일인지 ‘하늘의 별따기’인데.

어려운 천문지식은 몰라도 된다. 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 ‘플레이아데스’(http://ple.cyworld.com)는 지식이나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천문관측 동호회를 표방한다. 플레이아데스는 황소자리에 있는 산개성단의 이름. ‘묘성’ 혹은 ‘좀생이별’로도 불리는 이 별은 푸른색을 띠고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별자리다.

이들은 천문 관측의 매력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가장 먼저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는 게 첫째 매력이다. 둘째는 떨어지는 별똥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평생 잊지 못할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람이 별을 보는 순간만큼은 똑같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뻑적지근해진 목을 서로 주물러주며 별의 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관측회를 여는데 이들은 2001년 세 번째 모임을 잊지 못한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음에도 30여 명의 별지기가 모였다. 다른 동호회들은 관측 날짜를 변경했던 그날, 밤하늘은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와 그 사이로 떨어지는 별똥별로 장관을 이뤘다. 회원들은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억을 영웅담처럼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별자리 관측에 좋은 계절로 가을을 꼽지만 이들은 겨울을 추천한다. 맑은 날이 많은 가을 밤하늘은 화려함이 떨어진다. 그 대신 두툼한 옷과 별자리 관측에 욕심만 있다면 겨울이야말로 별을 헤기에 그만이다. ‘플레이아데스’ 운영자 서보경씨(25)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을 보는 데 고개를 드는 것 말고 무슨 용기가 더 필요한가요. 조금만 용기를 내면 별 볼 일이 많아집니다.”

 

소라와 게를 합친 이색 애완동물


앞과 뒤, 옆을 가리지 않고 걷는 게가 있다. 소라와 게의 중간쯤 되는 소라게는 집게발을 내놓고 있으면 게처럼 보이지만 소라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면 소라 같다. 이 오묘함 때문일까. 요즘 소라게가 이색 애완동물로 떠오르고 있다. 몸집이 작다고 얕보지 마라. ‘소라게월드’(http://cafe.naver.com/sorageworld) 회원들은 “오물오물 움직이는 모습에 눈과 마음이 갈 것”이라며 소라게 자랑에 침이 마른다.

이들이 소라게를 키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개와 고양이 등은 부담스럽다는 것. 반면 소라게는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 입을 모은다. 소라 등 빈 껍데기를 이고 생활하는 소라게의 수명은 대개 20~30년으로, 다 큰 소라게는 야구공만하다. 잡식성인 데다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비교적 관리하기가 편하다. 그러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온도는 23도 이상, 습도는 50~70%를 유지해야 한다. 키우는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도 소라게를 돌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특히 탈피를 할 때 자기 몸에 알맞은 크기의 소라 껍데기로 ‘이주’하기 때문에 미리 여러 개의 껍데기를 넣어둬야 한다.

이들이 소라게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하나. 자연 상태에서도 보기 힘든 소라게의 성장 과정을 집 안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 출신이지만 헤엄을 못 치고 그 대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소라게의 습성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끽끽’거리는 소라게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이가 또 몇이나 되겠는가. 남이 모르는 것을 알 때 그 즐거움은 색다르다.

소라게를 키우면서 달라진 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소라게 2500마리를 키우는 김종민씨(38)는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청소를 열심히 하게 됐다. 아이들도 소라게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느라 바쁘다. 책임감과 함께 관찰력을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낯설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라게월드’에 가입하면 생물학적 구조부터 건강하게 기르는 법까지 소라게에 대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사랑·감동을 찍는 따뜻한 UCC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열풍이 뜨겁다. UCC 공모전이 봇물을 이루고 평범한 일상을 올려 UCC 스타가 된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도 한번? 거창하지 않아도, 거칠어도 그만이다. 기막힌 아이디어와 진실함만 갖추면 당신도 UCC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UCC의 보물섬-후크필름’(http://cafe.naver.com/hookfilm.cafe)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크필름’은 촬영과 편집 등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프로젝트로 UCC를 제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디어 짜기부터 시나리오 구성, 연기에 이르기까지 UCC 제작 전 과정에 회원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화제의 UCC 보기’ 등 정보는 기본이요, 개그와 연기 등 분야별로 관심사가 비슷한 회원들끼리의 모임도 활발하다.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회원은 1000여 명. 탄탄한 실력과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국내 UCC동호회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운영자가 UCC판에서 제법 이름난 ‘후크선장’이라는 점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다른 동호회들이 ‘퍼나르기’에 주력한다면, 이들은 ‘소통하기’의 매력에 빠져 있다.


이들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UCC를 추구한다. 수많은 UCC가 쏟아지지만 삭막한 세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수 있는 작품은 적다는 것. 사라져가는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꽁초와 골초할머니’ ‘어머니의 블로그’, 사랑에 실패한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어느 광대의 프러포즈 이야기’, 입양아를 위한 ‘아기천사들의 수다’ 등 그동안 만든 UCC에는 사랑과 감동이 듬뿍 담겨 있다.



UCC를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들은 ‘맛있는 요리’라고 말한다. 요리사가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정성스럽게 내놓는 것처럼, 이들 또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

 

문화·예술 갈증 푸는 사랑방

"어느 날 동네 어귀에서 나무 그늘을 발견했어요. 하루는 그냥 쉬었다 가고, 또 하루는 노래를 듣다 가고, 또 다른 하루는 글을 쓰다 가요. 친구들과 웃고 떠들 때도 있고요. 그 나무 밑에서 쉬어 가는 사람에게 어떤 규칙도, 아무런 제재도 없죠.”

‘지하책방-대여료 300원(zeeha.cyworld.com)’은 이런 곳이다. 책과 만화 등 여러 가지 문화 코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클럽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소소한 개인사부터 이런저런 사회현상까지 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내한공연에 대한 감상평을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더걸즈의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회원도 있다. 샹송클럽과 시낭송회를 소개하는 글도 있지만 만화책과 무료 책 교환 사이트를 추천하기도 한다. ‘싸이쟁이’들이 ‘지하책방’의 콘텐츠를 즐겨 스크랩하는 것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 이야기 나눔’ 코너. 3주에 한 번씩 모여 지정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오프라인 모임에 앞서 각자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다소 투박하지만 진지한 토론거리가 쏟아진다. ‘숙제’처럼 느낄 수도 있을 법한데 회원들은 ‘일기’를 쓰듯 정성을 다한다. 차곡차곡 모인 정보는 웬만한 도서 추천 목록보다 알차다.

회원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릴레이 소설’도 인기다. ▲최대 10문장 ▲문장머리에 번호 달기 ▲10번이 되면 다음 작가에게 이야기 전달 등의 원칙에 따라 소설을 엮어가는 코너로,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한참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일순간 눈물이 ‘또르르’ 떨어질 때도 있다고.

운영자 정상훈씨(29)는 “‘지하책방’의 다양한 게시판이 문화 예술에 대한 갈증을 푸는 좋은 창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열기구서 느끼는 ‘준비된 여유’

‘PEGASUS OB CLUB’(http://cafe.daum.net/pegasusobc)은 원광대학교 열기구 동아리 ‘페가수스’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졸업 후 만든 동호회다. 평균 경력은 10년. 스웨덴 등 외국에서 열기구 조종사로 일한 경험이 있을 만큼 베테랑들이다. 비행 시즌인 10월부터 2월까지는 매달 2번 모여 비행 실력을 쌓고, 비행 시즌이 아닐 때는 최소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을 쌓는다.

열기구의 원리는 간단하다.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보다 가볍다는 것. 그런데 열기구 장비를 내 몸의 일부로 생각하는 마음가짐부터 경험과 지식은 간단치 않다. 풍선 안의 공기를 가열하면 상승하고 그냥 두면 하강하지만, 고도별 풍향을 알아야 기구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안개 낀 날이 특히 재미있어요.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안개 때문에 답답해하겠지만, 열기구를 타고 안개를 뚫고 올라가면 특별한 존재가 된 느낌이 들거든요.”

이들은 열기구를 “팀 스포츠이자, 기다림의 스포츠, 포기하는 용기를 알려주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허가받은 곳에서만 비행을 하고, 기상상황이나 조종기술 등의 한계에 부딪히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열기구를 타려면 치밀하게 준비하고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연을 거스르거나 정복한다는 생각은 금물. 바람과 한 몸이 돼야 하늘이 가진 아름다움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원 홍정상씨(29)는 열기구를 ‘준비된 여유’라고 설명한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던 커다란 풍선이 계획대로 움직일 때 느끼는 짜릿함은 하늘 높이 떠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보다 맛있다고 한다. 하늘 높이 올라 넓은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느긋한 마음은 ‘덤’.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체험하고 즐기는 것도 다르지요. 용기를 내서 즐겨보세요.”

 

‘키다리’ 남녀, 그들만의 애환

‘키가 크면 싱겁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에 견줘보면 일견 그럴듯한 논리처럼 보이는데. 여기, 싱거운 게 아니라 마음이 넓은 거라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년 3월이면 창단 8주년을 맞는 ‘키다리클럽’(http://cafe.daum.net/kidari). 그동안 매달 정모를 빠지지 않고 진행해온 이들을 과연 누가 싱겁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은 이름 그대로 키 큰 사람들의 모임이다. 가입 조건도 간단하다. 남자는 180㎝, 여자는 168㎝가 넘어야 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키와 동일하다. 회원 중 가장 큰 키는 2m. 그렇다고 키 큰 사람만 북적이는 것은 아니다. 키 큰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우선이지만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 사람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게시판에 ‘키 크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럴 때마다 가장 많이 올라오는 댓글은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잘 자라’는 것. 카페 대문에 걸린 ‘마음만큼 키 큰 사람들의 모임’이란 타이틀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이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도 어렵다. 극장이나 버스에서 좌석에 앉을 때마다 무릎을 비스듬히 놓아야 한다. 형광등을 갈아 끼우거나 높은 곳을 청소하는 일은 ‘당연히’ 이들의 몫. 키가 커서 놀이기구를 못 타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여성 회원은 ‘키다리클럽’ 정모에서나 하이힐을 마음 놓고 신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이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매달 하는 정모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이 편하고 느긋한 성격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보다 키가 크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키 큰 사람 중에도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 많습니다. 키가 큰 만큼 마음도 넓은 사람들의 진면목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구나 처음엔 인라인 초보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은 초보자를 움츠려들게 한다. “여태 뭐하다 이제야 배우느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인라인을 못 타는 직장인 모임’(wlsdlswlrah.cyworld.com)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진·인·직·모’ 회원들은 인라인을 처음 탈 때는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들고, 혼자 연습하다가는 인라인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누군가에게 인라인을 배운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가르친다.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즐겁다.

“요즘엔 신나게 달리지만, 옛날에는 인라인을 신고 서 있기도 힘들었죠. 그때 누군가 달리는 즐거움을 잠시 접어두고 도와줬으니까 지금 이렇게 인라인을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달리는 기쁨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인라인의 진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는 안전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목과 무릎 보호대, 헬멧 착용은 필수다. 초보자일수록 브레이크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의욕만 앞서다 보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또 하나의 불문율이다.

이들은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모인다. 이유인 즉, 다들 직장인이기 때문에 바쁘다는 것. 한 달에 한두 번씩 정모에 빠지다 보면 동호회 활동에도 흥미를 잃게 된다는 생각에 정기모임을 앞두곤 서로 긴밀한(?)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체육대회와 MT, 송년회 등 오프라인 모임이 줄을 잇는다. 거기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농구, 사진, 여행 등 소모임까지 수두룩하다.

인라인을 타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운영자 이성제씨(35)는 “그저 좋아서 달리는 것뿐인데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 스트레스 해소 ▲ 체중조절 ▲ 근력 강화 ▲ 편안함과 즐거움, 성취감, 자신감 등을 얻었다며 그 외에도 인라인의 장점에 대해 한참을 읊었다.

 

경쾌한 ‘쇠징 소리’ 흥이 절로

* 탭조아(탭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을 때도 따닥,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따닥, 담배를 피우거나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따다닥! 쉴 새 없이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발을 구르는 사람들이 있다.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club.cyworld.com/tapjoa). 태퍼의 꿈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탭댄스는 일반적인 춤이나 음악과 달라요. 춤은 춤대로, 음악은 음악대로가 아니에요. 제 몸이 흥겨워서 내는 소리가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이 또 춤으로 표현되죠. 춤과 음악이 하나인 거죠.”

2000년 탭댄스 정보를 나누기 위해 커뮤니티로 시작된 ‘탭조아’는 오프라인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서울 성북구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매주 토요일 초보자를 위한 기초강습이 열린다. 이 과정을 5~8개월 동안 성실히 마쳐야 ‘기수가족(정회원)’이 될 수 있고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등 각종 거리축제에 참가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다.

“탭댄스는 조금 하다 안 되면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조금하면 아예 안 되기 때문에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해요.” 이들은 탭댄스를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에 비유한다. 어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비로소 느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활력과 자신감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또 다른 매력은 춤을 추는 동안 세상사를 잊을 수 있다는 것. 탭화의 쇠징이 바닥에 부딪칠 때마다 내는 경쾌한 소리가 스트레스까지 날려준다. 그 소리에 절로 흥이 나 한바탕 땀을 쏟고 나면 ‘그동안 이 끼를 어떻게 감춰놓고 살았지’ 하고 웃음이 난다. 덩달아 몸도 개운해진다.

탭댄스에 관심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까봐 걱정된다면, 김송미씨(28)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탭조아’ 회원 중에는 학생부터 배우 지망생, 주부, 장교 출신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탭댄스는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출 수 있는 게 바로 탭댄스입니다.”

 

‘즐거운 삶’ 행복 바이러스 전파

속 터지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만 들으면 만날 욕지거리를 해대며 세상 탓만 할 것 같은데, 이들의 모임은 딴판이다. 힘찬 함성과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행복’이라는 단어도 끊이지 않는다. 오만상을 지으면 무엇하랴. ‘속 터지는 사람들의 모임’(http://ikkari.cyworld.com)은 ‘즐거운 삶을 살자’를 모토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들이 ‘전파’하는 행복은 다양하다. 정기모임은 분기별로 진행하지만 소소한 오프라인 모임은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줄을 잇는다. 축구와 야구, 스노보드 등으로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피곤한 몸도 가뿐해진다. 영화와 연극을 보고 나면 일상에 지친 마음이 느긋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도 빠질 수 없다.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맛집 탐방과 정기적으로 발송되는 맛집 평가서는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소모임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봉사활동. 매달 수락산 쉼터요양원과 종로 노인복지센터, 시흥 혜명보육원 등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가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친목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속사모’를 ‘팔방미인’에 비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미와 보람,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가입 인사에 속 터지는 일을 줄줄이 읊던 사람도 ‘속사모’ 활동을 조금 하다 보면 웬만한 스트레스는 웃어넘기는 속 깊은 사람이 됩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세상에 혼자만 버려진 것 같다고 느낄 때, 즐거운 삶을 살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을 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속사모’를 클릭해보라. ‘속사모’를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 “좋은 사람과 행복한 만남으로 즐거운 생활이 가득해지는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운영자 김현오씨(33)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찰칵’

‘찰칵’ 셔터를 누르면 고양이 소리가 난다. 주스 팩이나 깡통 모양처럼 생긴 것도 있고 색깔 있는 플래시를 누르면 매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던졌다 받으면서 찍을 수도 있고 한 장에 4장의 분할된 파노라마를 담을 수도 있다. 이름이 ‘토이 카메라’라고 해서 성능까지 장난감 같을까. 쉽고 재미있는 사진을 원한다면 토이 카메라를 선택하라.

‘토이매니아’(http://toymania.cyworld.com)는 사진 자체를 즐기는 모임을 표방한다. 값비싼 장비로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회용 카메라로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홀가120s 등 토이카메라 20여 종을 소장하고 있는 유규상씨(28)는 “모양이 재미있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쉽게 쓸 수 있다”며 “흔들리고 실수가 많은 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말한다. 클럽 내에 ‘손가락 갤러리’를 마련한 것도 같은 취지다. 뷰파인더를 통해 사물을 찍다보면 손가락이 나오는 ‘실수’를 범하기 일쑤인데, 그 덕분에 ‘작품’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결혼식 사진을 토이 카메라로 찍어달라는 친구가 있을 정도라고.

디지털카메라처럼 사진을 찍어서 바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필름을 현상할 때까지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즐겁다.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손맛’이 최고의 매력이다. 이들은 토이 카메라를 ‘소소한 나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카메라’ ‘내 마음대로 찍는 것 같지만 마음대로 찍히지 않는 묘한 매력’ ‘작고 귀엽지만 크고 아름다운 세상을 담는 친구’라고 정의 내린다. 예측불가능함의 매력이 제 맛이다.

‘토이매니아 100인’이라는 사진첩 출간을 준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토이 카메라로만 찍은 사진첩이라는 의미에다 토이 카메라를 실제로 즐기는 회원 100명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필름을 장착하고 감고 찍고 뺄 줄만 알면 됩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찍으세요. 많이 찍고, 실수도 많이 하면서 알아가는 거죠.”

 

휘파람 불면 삶이 즐거워진다

"휘파람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입니다. 입술이 약간만 틀어져도, 혀끝 위치만 변해도 음정이 변해요. 자기 몸에서 바람을 다스려 내는 소리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표현을 낼 수 있는 거죠.”

휘파람으로 사이버 연주회를 열고, 휘파람으로 합주를 하는 이들이 있다. 기분 좋을 때도 휘파람을 불지만, 울적한 날에도 휘파람으로 흥얼거린다. 지난 1일 개설 1년째를 맞은 ‘휘파람 완전정복’(http://cafe.naver.com/hui8am.cafe)의 회원은 벌써 2300명을 넘어섰다.

20년 동안 휘파람을 불어온 이주노씨(29)는 ▲누구나 연습하면 연주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다 ▲여느 악기와 달리 소리가 독특하다 등 휘파람의 매력을 일일이 꼽는다. 게다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올라가는 오페라 ‘밤의 여왕 아리아’도 휘파람으로 쉽게 불 수 있다는 것. 자신은 3옥타브의 음역을 낼 수 있다며 휘파람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자랑한다.
“세계 휘파람대회도 있고 국제 아트 휘파람 협회도 있어요. 이미 일본은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기도 했고요. 몇 개의 샘플곡만 들어봐도 휘파람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들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등 오페라부터 조수미의 ‘나 가거든’, 패닉의 ‘달팽이’ 등 대중가요까지 휘파람으로 연주해 카페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면 다른 회원들이 댓글로 칭찬과 조언을 쏟아놓는다. 특히 카페 개설 1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기념 합주 이벤트’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이주노씨가 직접 작곡한 생일축하곡의 휘파람 교본을 카페에 공개해 회원들이 올린 휘파람 중 몇 개를 선정, 믹싱 과정을 거쳐 16일 합주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나는 일이 있을 때 ‘휘파람 나는 일’이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휘파람을 불면 즐거운 일이 일어날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휘파람의 가장 큰 매력이죠.”
 
 귀가 얇은 건 착해서 그래요

"주변의 충고에 혼자 끙끙 앓은 적은 없나요?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에 보험에 가입한 적은? 당신만이 아닙니다. 이 곳에선 아무도 귀 얇다고 놀리지 않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귀가 팔랑이고 마음이 흔들거리는 사람들이 뭉쳤다. ‘얇은 귀’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에 혹했다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에 푹 빠져든 사람들이다. 2003년 개설한 ‘귀 얇은 사람들의 모임’(http://ear.cyworld.com). 회원 500여 명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자”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변상련’과 ‘타산지석’은 이들을 설명하는 데 좋은 키워드다. 광고성 전화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은 다반사다. 생면부지의 취객에게 30만 원을 빌려준 경험부터 다단계 업체에 이끌려 대전에 내려간 경험까지 이들이 겪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귀·얇·사’ 모임을 통해 서로 위로하며 ‘지나치게 귀가 얇으면 안 되는 구나’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귀가 얇은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다 보니 빚는 일이라는 항변이다. 모임이 더 자주,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프로포즈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는 글이 올라오면 SOS가 없어도 일심동체가 돼 팔을 걷어붙인다는 것. 그러다 보니 모임을 친목 도모 차원에서 나아가 봉사활동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계획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모임도 재미있다. ‘호프집’을 ‘꼬꼬집’으로 듣는 사오정들이 모인 ‘귀 막힌 사람들의 모임’, 목적지와 상관없이 맛있는 냄새를 따르는 이들의 ‘코 얇은 사람들의 모임’ 등 재기발랄함이 넘친다. ‘나는 왜 이러지’ 하고 움츠러들 수도 있지만 이들은 웃고 떠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귀 얇은 사람들을 우유부단하다고?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줏대가 없는 게 아니에요. 조용히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 착한 사람들입니다.”
 
 신비한 식충식물의 매력

끈끈이주걱, 벌레잡이제비꽃, 사라세니아, 브로키니아, 파리지옥….

관상용도, 과수용도 아닌 식물이 사랑을 받고 있다. 색이나 무늬, 독특한 냄새로 유혹해 벌레를 잡아먹는 데도 열광한다. ‘식충식물’(http://carnivore.cyworld.com) 의 회원 수는 무려 1100여 명. 곤충이 잎 속 연못 등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이들이 식충식물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회원들은 키우면 키울수록 신기한 게 식충식물의 매력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현재 95종을 키우고 있는 김재욱씨(41)는 “재미있다”는 말로 식충식물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원체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충식물의 변화무쌍함이 눈과 마음을 끈다고. 작고 연약해보이는 식물이 영롱한 이슬과 달콤한 냄새 등으로 곤충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감탄스러울 때가 많다. 섬뜩할 만도 한데, 식충식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나면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오래전엔 식충식물도 여느 식물처럼 햇빛과 땅에서 양분을 끌어들였어요. 그런데 키 큰 식물들에 밀려 햇빛도, 양분도 없는 늪까지 쫓겨난 뒤 곤충의 몸에서라도 영양분을 얻으려는 거죠. 살기 위해 역경을 이겨낸 경우예요.”

이 클럽의 자랑은 단연 식충식물의 재배와 연구, 번식 등에 대한 수두룩한 정보다. 회원들이 알음알음 외국 서적을 뒤지고, 시행착오를 거듭해 깨달은 정보들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돼 있다. “사라세니아는 꽃봉오리 같은 몸속 가득히 벌레를 잡아놓기 때문에 여름에는 냄새가 심하다” “벌레잡이 제비꽃은 일부러 뿌리를 말리면서 키우기도 한다” 등 각 식물에 대한 세심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구근류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려운데 “습지에서 자생해 물 없이는 못 살지만 다른 녀석들처럼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녹아버린다”는 알토란 같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무섭다고요? 혹시 집에 집개미가 있다면 네펜데스라고 불리는 벌레잡이 통풀을 키워보세요. 깨끗하게 없어진답니다. 식충식물의 보이지 않는 화려함과 신비함에 푹 빠질 겁니다.”

 

캠핑카에 낭만을 가득 싣고

◇ ‘캠핑카 자작 정보 마당’(cafe.daum.net/camcarmall)

소형 트럭이나 미니밴을 개조해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캠핑카에 대한 시선은 대개 ‘돈 많아서 좋겠다’는 질투이거나 ‘나는 언제쯤…’이라는 부러움이다. 캠핑카가 고가기 때문인데 ‘캠핑카 자작 정보 마당’(cafe.daum.net/camcarmall) 은 그런 선입견을 기분 좋게 깨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캠핑카를 직접 만드는 이들의 모임은 2003년 시작됐다.

캠핑카로 여행을 떠나면 잠자리는 물론 취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시간과 일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면 그만이다. 자동차가 서는 곳이 내 집 앞마당이다. 관광지가 아닌 곳곳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나만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이 매력이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부럽지 않다.

‘캠핑카 자작 정보 마당’의 회원은 3000여 명. 이들은 개성과 필요에 맞춘 캠핑카를 제작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소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폐자재로 난방용품 만들기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서슴없이 공개하고 있다.
한 회원은 일반 승용차의 뒷좌석을 터 식기류와 버너, 접이식 식탁 등만 갖춰도 훌륭한 캠핑카가 된다고 자랑한다. 이들이 꿈꾸는 캠핑카는 거창하지 않다. “완성형 캠핑카를 생각하기보다 자기 현실에 맞게 제작하는 게 현명하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하는 조언이다.

경력 5년차 김종국씨(41)가 가장 추천하는 캠핑카 장소는 제주도. 탁 트인 해안도로를 일주하다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기에 제격이다. 따로 풍광이 좋은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오롯이 자연과 함께하는 나만의 시간이 된다”고 강력 추천한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캠핑카에 싱크대와 침실 등이 있더라도 조금은 불편함이 있을 텐데,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까짓 고생이야 낭만이죠. 가끔씩이라도 자연과 함께 지내다 오면 삶에 조그만 여유가 생기거든요.”

 

모터펌프 물살에 맞선 인공서핑

◇ ‘플로우라이더’(www.flowrider.co.kr)

한겨울, 남들은 은빛 설원을 즐길 때 수영복을 입고 물살을 가르는 이들이 있다. 영하의 날씨에 웬 물놀이냐고? 그건 플로우라이더(flow rider)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고수라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그만이고, 초보자라면 여름을 대비해 실력을 쌓기에 제격이다. 배울수록 새롭고, 즐길수록 빠져드는 플로라이드. 겨울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플로우라이더’(www.flowrider.co.kr) 의 회원은 500여 명. 모터펌프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살의 저항을 이용해 보드 위에서 동작을 선보이는 인공서핑이지만 바다서핑보다 박진감이 넘친다. 웬만한 바다 파도보다 강하고 빠른 데다, 뒤에서 밀려오는 바다 파도와 달리 앞에서 쏟아지는 물을 타기 때문이다. 거기다 물이 깊지 않아 수영을 못 해도 괜찮다. 바다에서는 엄두도 못 낼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스릴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라이딩을 즐긴다는 점도 특색이다. 물살을 가르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지루할 틈이 없다. 누워서 보드판 돌리기부터 보드 위에서 물구나무 서기, 백 텀블링까지 아찔한 묘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카페에는 국내외를 총망라한 동영상 자료가 정리돼 있어 교본처럼 쓰이고 있다.

고수들이 전하는 플로우라이드의 노하우는 간단하다. “물을 이기는 게 아니라 타는 게 중요하다.” 무턱대고 무리한 기술을 시도하거나 억지로 물살을 이기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본동작을 충실하게 익히며 단계를 밟아야 자신만의 묘기를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강한 물살에 수영복이 자주 벗겨지는 초보자를 위해 “서핑용 보드숏 등 완벽한 복장 준비는 필수”라고 귀띔한다.

아내와 함께 플로우라이드를 즐긴다는 윤승현씨(35)는 “망설이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라”며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늙지 않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정보 만물상’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명을 조금 변형시킨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cafe.daum.net/bigmemories) .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정보 공유와 지식의 확대를 표방하는 이 카페에서는 잡다한 상식이라도 좋다. 독특한 이야기라도 괜찮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회원들은 스스로 ‘상·절·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열정을 쏟는다.

‘상·절·지·백’ 게시판에는 ‘등산화 안 풀어지게 매는 방법’ ‘삶이 즐거워지는 습관 8가지’ ‘컴퓨터 시간 설정이 자꾸 변경될 때’ 등 생활 상식부터 컴퓨터 상식, 건강 상식까지 각종 정보로 빼곡하다. 또 관련 내용들이 댓글로 수시로 추가되니 정보 보고로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딱딱한 내용들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남녀관계를 짧게 정의한다면’이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는 볼트와 너트, 손과 장갑 등의 제법 진지한 댓글이 쏟아진다. 상식으로는 답을 줄 수 없어도 지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운영자 이승주씨(27)는 ‘아는 게 없어서……’ ‘내가 올린 정보가 사실이 아니면 어쩌지?’라는 고민은 접어두라고 말한다. 이씨는 한 사람이 가진 지식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또 사실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며 제대로 알면 된다고 강조한다.

이 카페의 또 다른 매력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 ‘취업과 직장생활’ 등 친목도모 게시판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는 정기모임도 빼놓지 않고 열리고 있다. 한 회원은 ‘상·절·지·백’의 매력을 “머리와 마음의 갈증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고 꼽았다.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상·절·지·백’의 정보를 모두 볼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몇 명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보 창구라는 의미다.

“만물상 같은 곳입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거든요. 손 번쩍 들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모르면 묻고 알면 답하라! 이것이 ‘상·절·지·백’의 원칙입니다.”
 
 때 묻지 않은 땅, 아프리카여!

미지의 땅, 아프리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고고 아프리카’ (cafe.naver.com/gotoafrica)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제2의 고향’ ‘지상낙원’이라며 침 튀기며 자랑한다. 광활한 초원과 사막,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 거기서 얻는 풍요로움이 삶에 활력을 준다고 말한다.

“아프리카는 거울 속에 비친 보석 같아요. 아름다운 모습을 손에 쥐려면 잡히지 않지만 뒤를 돌아보면 가까이 있잖아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착실히 준비하면 그곳과 인연을 맺을 수 있습니다.”

문을 연 지 1년이 안 됐지만, 아프리카와 관련한 정보라면 없는 게 없다. ‘자주하는 답변’에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부터 숙박시설, 준비물, 유의사항 등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5단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벼룩에 물리지 않는 방법부터 사막여행에서 일어난 차량사고 대처법까지 현지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정보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여행 경험이 있는 국내 ‘지키미’와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지키미’들이 포진해 있어 믿을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포부도 대단하다. 서양인들이 만든 길이 아니라 한국인이 만든 길을 찾고 싶단다. 지난달 24일 아프리카 대륙 종단을 떠난 것도 같은 이유다. 4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해외 여행사의 도움 없이 직접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곳곳을 돌며 현지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을 알린 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다음 달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종단 과정도 일일이 기록 중인데, 판에 박힌 정보와 다른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아프리카 여행의 매력은 뭘까. 이들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처럼 뻔한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칫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만 또 그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게다가 사자와 코끼리의 땅에서 변화와 발전의 모습을 보았단다. “아프리카는 하루 만에 닿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고고 아프리카’ 의 여행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다.
 

종이인형 만들어 ‘장면’ 연출

페이퍼 차일드(이하 페차)가 네티즌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종이로 만화 캐릭터를 만드는 페이퍼 차일드. 종이인형의 볼을 잡아당기거나 옷을 들추는 연출로 인형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대개 넥타이나 윗도리, 치마 등을 잡아당기며 괴롭히는 모습인데, 인상을 찌푸리는 종이인형의 생생한 표정이 재미를 더한다.

2006년 개설된 ‘페이퍼차일드-종이놀이’(cafe.naver.com/naverpaper child)는 관련 카페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제 막 페차의 재미를 알게 된 이들은 카페에 올라온 그림들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또 페차에 푹 빠진 이들은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작품을 선보이고 그리기 노하우를 전파한다. 거울 보는 페차부터 수청 드는 페차까지 다소 황당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이들은 입체감을 페차의 매력으로 꼽는다. 일러스트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그친다면, 페차는 그림이 세상 밖을 활보한다는 것. 페차에 2년째 빠져 있는 권인호군(17)은 “자신이 구상한 평면의 캐릭터를 입체의 세계에서 만나는 재미”라고 설명한다. 다른 회원들도 “그림과 장난치기” “사람과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보는 재미가 아니라 소통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페차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린 시절 즐겨했던 종이인형처럼 생각하면 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페차를 출력해 가위로 오린 뒤, 상황을 연출해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 그만이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상황을 연출해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 잡아당겨지는 옷의 주름과 표정 연출이 중요하다.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의도한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 풍선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최근에는 연속 동작이나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페차에 대해 “종이 아깝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답답하다. 페차를 만든 이들에게는 자식과 같은 존재다. 친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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