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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30

醉月 2009. 6. 17. 12:08

[대한민국 2030] ‘미래의 대한민국’을 여는 글
 한국의 軟性국력으로 인류 相生의 ‘서울 컨센서스’ 빚어내자
 
金鎭炫
⊙ 1936년 경기 안성 출생.
⊙ 서울 양정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美 하버드大 니만펠로 과정 수료, 고려大 명예경제학 박사,
    광운大 명예공학박사.
⊙ 동아일보 논설주간,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경제신문 회장,
    문화일보 회장, 세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역임. 한국미래학회 창립회원.
⊙ 저서: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의 선택> <소명으로서의 기업>
    <일본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외 다수.
金鎭炫 現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신문발행인포럼 이사.
<태백산의 일출.>

1997~1998년의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연장하면 현재 우리는 선진국 진입도 통일 달성도 요원하다. 더구나 2008년으로 끝난 근대, 그리고 지금부터 전개되는 ‘근대 이후’의 일대 혼란을 극복해야 하는 인류와 지구촌적 과제 앞에 우리의 현주소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60년 ‘근대화 혁명’의 성공,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에 가까운 非(비)서방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 시민·근대 자유사회 창조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정상과 일탈을 뼈아프게 성찰해 ‘근대 뛰어넘기’에 성공하면 2030년을 낙관할 수도 있다. 즉, 대한민국은 ▲사회 통합력·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 창출 ▲전쟁 포비아(공포증)에서 해방되는 통일의지 ▲善進化(선진화), 軟性(연성), 세계적 한국모델(Global Korea Model)의 창출에 성공하면 평화·안전·매력·가치에서 세계적 모범국가가 되고, 워싱턴 기준(Washington Consensus), 베이징 기준(Beijing Consensus)의 실패를 뛰어넘어 서울 기준(Seoul Consensus)이 세계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날의 경제 결정론적 낙관주의, 한민족 우월주의 같은 편협성을 버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온건한 비관주의’ 입장에서 미래를 분석, 접근해야 한다. 극단의 낙관주의, 극단의 비관주의 그 어느 것도 옳지 않다. 이들 입장에 서면 미래 예측, 미래 분석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1977년 1월 20일자 조선일보는 당대 최고의 선승 呑虛(탄허) 스님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인류의 60% 내지 80%가 줄어드는 종말론적 미래를 논하고 있었다. 그러나 탄허 스님은 “그것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으로 보고 한국의 미래를 낙관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인 지진과 해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요즘 지진이 전혀 없던 나라도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간방(艮方·八方의 하나로 正東과 正北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한 45도 각도 안의 방향-편집자 주)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요동이 적고 해일의 피해도 극히 적을 것입니다. 역학 원리에 의거해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세계적으로 가장 좋아진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은 점술적 참고는 되나 정책적 미래 모색의 길잡이가 되지는 않는다.
 
 
  ◈ 11년 전인 1998년, 21년 뒤인 2030년
 
  2009년 1월 대한민국 국민은 1998년 1월의 악몽을 떠올리며 새해를 맞는다. 11년 전에 비해 훨씬 원인의 깊이나 파도의 폭이 큰 세계적 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는다. 1998년과 2009년 사이에는 네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11년 전 한국은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 재무성, 월스트리트로부터 기업 금융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채찍질을 맞았다. 이번에는 세계금융의 중심이요, 세계금융 시스템 관리자인 이들이 도덕적 해이의 주범이다. 금융지진의 진앙지가 서울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여서 그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고 있다.
 
  둘째, 당시 한국은 金泳三(김영삼)-金大中(김대중) 정권 교체기의 한가운데, 즉, 정치적·행정적 공백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경제 대통령을 자부하며 등장한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출발한 지 1년 가까이 되었다. 반대로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재선 임기 중으로 그의 전성기였으며, 지금은 아들 부시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간의 정권 교체기라는 점이다.
 
  셋째, 그간 북한의 일괄된 핵 장난과 남한 교란, 韓美(한미)동맹 교란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11년 전만 해도 상상의 대상이 아니었던 북한이 핵 실험을 실시한 지 3년째가 되었는데도 6자회담은 形骸化(형해화)되고 한반도 非(비)핵화의 길은 멀어지고 있다. 특히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국내 역량이나 대외 협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넷째, 11년 전 대한민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11위, 무역 거래액은 12위였으며,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0년 장기비전은 GDP 7위(2010년 8위), 무역 6위(2010년 7위)였다. 그러나 그간 브라질, 인도, 스페인, 멕시코 등의 부상으로 GDP는 13위, 무역은 현재 11위로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게다가 원화 저평가와 환율 급락 등 2008~2009년 GDP 계산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우리는 비전이나 역사 문명이라는 거대담론을 제쳐 놓고 지난 11년간의 변화의 비교만으로도 21년 뒤 2030년을 조망할 수 있는 기준, 근거, 명제를 찾기에 충분하다. 潘基文(반기문), 曺秀美(조수미), 신지애, 김연아, 삼성, LG, POSCO, 동원, BBQ 치킨 등 개별 단위로는 단군 이래 최초로 전 지구를 휘날리는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상대적 위상은 전진하지 못했다.
 
  선진권이 아닌 후진권의 상대적 도약이 더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단위, 특히 개인플레이와 가족이기주의가 두드러진 곳은 그 능력이 비약했으나, 사회 전체의 통합력·통치력·구심력·내구력은 현저히 감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의 밤거리를 밝히고 있는 삼성의 광고판.

 
  ◈ 유일한 ‘近代化 革命’과 正常性 일탈
 
  대한민국의 미래, 특히 2030년쯤을 조망할 때 몇 가지 당위적 명제가 있다. 그것은 남북통일·남북연방 또는 한반도 평화정착이 가능할까, 韓人(한인)·韓民族(한민족)의 일류 선진국 따라잡기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관점으로 보면 미래예측의 초점, 그리고 미래담론의 명제는 우리가 중진국 달성에 성공했으니 선진국으로의 비상도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단된 한반도도 대한민국 중심으로 통일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선진-발전-번영-국력(선진일류)-통일-평화라는 키워드로 미래를 보는 것이다. 더 쉽게 풀면 경제성장, 민주화,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학·예술의 고도화라는 근대적 현상, 근대적 변화만 지속적으로 성공하면 통일과 선진 일류국가와 평화가 달성된다는 패러다임이다.
 
  이런 패러다임에서 지나간 60년을 보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크게 낙관해도 된다. 대한민국의 광복 이후 60년의 성취는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비(非)서방 국가 중 ‘유일한’ 근대화의 성공케이스다. 가히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정치 민주화, 시민의 권리, 언론자유, 근대경제성장(1인당 소득, 산업구조 고도화), 고등교육, 과학기술, 사회문화적 다양성, 개방, 해외진출 등 그 어떤 근대화 기준으로도 대한민국 60년만큼 완벽한 근대화를 성취한 나라가 없다.
 
  프리덤하우스의 ‘정치 자유지수’, RBS의 언론자유지수, 쿠즈넷(S. Kuznet) 교수의 근대 경제성장 개념, 기독교라는 비전통 종교인구 비율, 과학기술 인력과 대학생 수, 해외유학, 해외교포 등의 객관적 국제비교를 보면 대한민국은 근대화에 완벽하게 성공한 여러 나라 중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그런데 왜 1987~1988년과 2008~2009년의 비교에서 보듯 11년이 지난 지금 번영·선진·평화의 국제적 위치가 전진하지 않고 정체·혼란·후퇴하고 있는가.
 
  첫째, 그간의 근대화 발전이 과도하게 압축·폭발적이고 극단적·대극적으로 전개돼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부문, 정치, 행정, 사법,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체육 등 각 영역에서 외형적, 물리적, 양적 모방에 치닫고 이상적 모형에 매몰돼 각 부문 근대화의 원리, 원칙, 기능, 실체에 충실하지 못했다. 근대화의 ‘정상화’에는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근대화 선진성이란 보이지 않는 곳, 만질 수 없는 기초까지를 정상적으로, 제대로 하는 것이다.
 
 
  ◈ ‘근대화’의 세계화 현상
 
중국과 인도의 본격적 근대화 참여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경제지형을 바꾸었다. 사진은 프랑스와 합작해 시트로앵 및 푸조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국 우한의 자동차 공장.

  1980년대 이후 세계의 균형추가 대한민국에 최적의 상황일 때 우리는 근대화의 기초에 충실한 ‘정상화’ 순화기간을 가졌어야 했다. 즉, 정치 경제 근대화가 외형으로 증진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리고 냉전의 종식과 함께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등장 이전에 근대화의 기초에 충실했어야 했다.
 
  이러한 순화와 성숙기간을 거쳐 본원적 국력(정치의 신뢰, 경제의 효율, 산업의 경쟁력, 사회적 통합, 안전한 복지지향, 유연한 연성외교 등)의 충실, 본원적 근대화를 정착시켰어야 했다. 오늘날 한국 근대화의 극단성 또는 ‘過(과)근대화’ 현상을 빚는 정치, 언론, 종교, 예술 부문과 병적 현상마저 보이는 아파트 주거, 골프 문화, 세계 최저 출산율, 세계 최고 이혼 증가율, 세계 최고를 치닫는 노인 자살률 등은 확실히 정상적인 근대화도 정상적인 전통도 아니다. 삶의 正常性(정상성)을 逸脫(일탈)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60년간의 근대화 성취로 선진권의 막내이며 후진권의 맏형으로 자리매김됐을 때 ‘근대화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즉, 중국, 인도 등 세계 최대 인구 大國(대국)인 ‘히말라야권’ 국가들의 근대화 본격 참여는 산업혁명 이래 소수 특별지역에 한정됐던 ‘근대화’가 지구적 현상으로 변환되면서 근대화, 근대방식의 종말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13억 인구의 중국, 12억 인도의 본격적 근대화 참여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경제력의 구도를 바꿔 버렸다. 이것을 전통적인 근대경제, GNP 중심 사고로는 대서양시대에서 태평양시대로, 미국 일극주의의 終焉(종언) 같은 현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브릭스의 등장, 히말라야권의 근대 경제성장, 도시화, 자동차 중심 교통시스템의 본격화는 경제를 포함한 ‘근대’의 지속이 불가능함을 뜻한다. ‘근대화의 세계화’는 히말라야 산맥과 만리장성에 부딪히면서 그 수명을 끝내게 된다.
 
  중국은 1인당 소득 2000달러 정도, 인구비례 자동차 보유대수 4%(6000만대)에 불과한 수준에서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1위 국가로 변모했다. 1인당 소득에서 20배가 넘고 자동차 보유비율 100%(3억대)인 미국을 제친 것이다. 중국의 인구비례 자동차 보유대수가 일본 수준이면 8억대, 한국 수준이면 4억대가 된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는 약 9억대다. 니시사와 준이치(西澤潤一) 전 도호쿠(東北)대학 총장의 계산으로는 중국인이 모두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 화장실에 사용하는 물만으로도 중국의 현재 산업용수와 농업용수를 합친 양보다 많아진다.
 
 
  ◈ 근대 뛰어넘기
 
2008년 9월 선저우 8호의 중국 우주인들이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사진은 선저우8호의 발사장면.

  중국과 인도의 근대화는 에너지와 물, 식량, 즉, 생명자원의 세계적·지구촌적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의 근대화 참여, 일본의 근대화 참여, 한국과 아시아 네 마리 용이 근대화에 참여했다 해서 세계적 에너지 파동, 식량 파동, 물 부족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근대화 초기단계에서 이미 에너지 전쟁, 식량 파동, 히말라야를 水源(수원)으로 하는 7대 강의 댐 건설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석유수출 국가에서 불과 15년 전 석유수입 국가로 바뀌면서 석유값이 폭등하고 이란, 미얀마, 수단,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자원수출 국가들의 국제관계가 변하고 있다. 콩 수출국 중국이 세계 최대 콩 수입국으로 바뀌면서 국제 콩 값이 불과 5년 만에 5배가 뛰었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 대륙 국가를 합친 히말라야권 40억의 근대화 진입은 현재의 근대 방식으로는 근대를 더 지속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었던 클라우스 퇴퍼는 현재의 성장 방식대로 중국의 2020년 소득 倍增(배증) 계획이 성공했을 경우, 중국의 환경악화는 ‘세계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우주항공 기술을 열심히 개발하고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를 띄우는 이유를 군사목적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다른 행성에서 채취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는 진실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히말라야권의 근대화가 현재대로의 방식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구의 자원만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중국, 인도를 넘어 전 인류가 교육의 향상, 인터넷, 모바일 폰의 확장을 통해 정보화되고 교육받은 ‘시민’이 되어 간다. ‘근대화의 세계화’는 근대의 지역·도시·국가의 단위, 부락민·국민·종족·민족의 단위, 또는 특정 종교의 신념체계 단위 안으로 안주할 수 없고 이를 넘어야 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근대가 만든 성장방식, 에너지와 먹을거리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 쓰레기 발생 처리 방식, 주거와 교통 방식으로는 인간·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고 종말론을 재촉한다. ‘근대 뛰어넘기’를 강요하고 있다.
 
 
  ◈ 낙관적 전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
 
  2030년, 21년 뒤를 낙관할 수 있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다음의 세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① 格(격)과 능력에서 선진국이 되고 ② 한반도의 통일, 또는 평화가 정착되고 ③ ‘근대 뛰어넘기’, 즉 중국문제군 또는 히말라야권 문제군을 극복해야 한다.
 
  사회 통합력
 
  대한민국은 이미 지난 60년 ‘근대화 혁명’이 보여주듯 개인·개별 단위의 능력향상은 독보적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사회 통합력·국가 경쟁력·국민의 내성(인내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상대적 지위는 향상되고 있으나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스페인 등에 대한 상대적 지위는 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 제일주의, 경제 결정론을 넘어 각계 지도자들의 신뢰, 더 직설적으로는 이 땅에서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던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국가 지도자’,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그의 인격과 능력을 믿을 수 있는 ‘어른’을 갖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존경과 모범을 보이는 사회의 어른, 국가 어른을 가져보지 못하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일본이 자랑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런던 정경대학 교수였던 故(고)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 교수는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1999)에서 “제 아무리 좋은 교육개혁을 통해 훌륭한 관료와 기업인 그리고 문화인을 육성해도 훌륭한 정치가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그 사회는 장래가 없다”며 무신념, 무정책, 무책임의 일본정치가 일본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요타와 교세라, 소니와 닌텐도가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 그러나 일본정치는 무기력과 침체에 빠지고, 예의 바른 일본사회에서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의 ‘묻지마 살인’이 횡행하는 추락을 보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본보다 더 낮은 출산율, 더 빠른 노령화, 더 심한 갈등을 보이는 노사관계, 더 낮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 정치불신, 교육불신 등으로 한국은 그 어느 것도 사회통합과 정치신뢰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대 명제이자 최우선 명제는 경제성장도 교육개혁도 외형적 민주주의도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어떻게 가질 수 있느냐에 있다. 그런 희생, 봉사, 관용, 公益(공익)을 우선하는 인간형을 우리가 키우고 가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 꼭 인도의 간디, 이란의 호메이니 같은 도덕주의자나 성직자의 정치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公德(공덕), 공익, 共同善(공동선)을 지키는 부도덕하지 않은 봉사자를 찾는 것이다.
 
  평화를 지킬 능력과 전쟁 공포증에서 해방되려는 의지
 
  북한에도 대한민국과 같은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보장되는 최저복지가 이뤄지고, 法治(법치)와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는 나라가 되기까지 진정한 남북통일이나 한반도 평화는 오지 않는다. 다만 북한의 自責(자책), 즉 급격한 내부 붕괴나 1인 독재체제의 최대 약점인 집권자의 생물학적 생명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거나 소련의 체르노빌사건과 같이 대량살상 무기를 잘못 관리해 자멸하는 등 비정상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만 ‘순리 아닌’ 방식으로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自力(자력)’으로 북한을 통일시키거나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힘은 지금도 미래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력에 의한 남북한 관계전환의 결정적 시기였던 1990~1995년을 낭비하고 말았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우방 또는 이해 관련국과의 협력에 의한 북한 관리만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先軍(선군)정치, 핵무기를 앞세운 위협과 살라미 외교(요구사항을 쪼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전술)를 펴는 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긴장을 관리할 수 있을망정 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일의 길이 있다면 북한에 의하든 남한에 의하든 무력 통일이 있을 뿐이다.
 
  평화와 통일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정통성이 민주정치·시민자유·경제력·교육력·문화적 다양성과 해외협력에서 계속 향상되고, 선진국으로의 國格(국격)이 정착된다는 ‘전제’ 아래 북한과 전 세계를 향해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하면 확실히 보복하고 더 나아가 북한을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 남쪽의 경제적 손실도 분명히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증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도발하면 ‘전쟁할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북한과 세계에 확신시키는 것이다.
 
  이 각오가 서 있으면, 선진국격 확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된 이후 10년을 전후해 평화정착과 통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30년경이면 통일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느덧 두 가지 포비아(공포증)의 덫에 걸려 있다. 경제 제일주의, 경제 결정론의 덫이다. 전쟁이 나면 당연히 경제와 민생이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경제나 민생보다 더 큰 인간 가치, 사회 안정,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면 전쟁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GNP와 1인당 소득기준이 절대시되어 GNP와 소득증가에 害(해)가 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공포증이 생겼다. 구조개혁을 위해, 정치개혁을 위해,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면 GNP도 소득도 일시적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통일을 하기 위해 경제가 잠시 희생되는 일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도발에 대해서는 ‘전쟁할 각오’가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북한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사진은 국산 K9자주포의 火力 시범.

 
  ◈ 평화에 대한 환상
 
  두 번째 포비아 덫은 平和(평화)에 대한 환상이다. 지금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건 퍼주기만 하면 평화가 유지된다는 환상의 한 극단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또 평화의 레토릭과 노래와 접촉과 회의만 늘어나면 평화에 가깝게 간다는 환상이 커지고 있다. 상대방은 거꾸로 남쪽의 전쟁 포비아 증폭을 對南(대남)공작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우리는 상당히 북한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는 사실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눈을 감고 있다.
 
  평화는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라야 평화가 오는 것이다. 스위스의 평화, 스위스의 중립은 전형적인 무장평화·무장중립이다. 전쟁의 각오를 인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확실히 증명하는 27만개의 방공호와 3000개의 핵방어 대피시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평화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미국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유명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이제 한국 경제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했다.
 
  이유가 가관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의한 통일이 불가능해졌고, 따라서 ‘북한 통일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한국의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 동물’들의 경제성장 논리다. 분단·통일·평화라는 정치·외교·사회적 문제의 깊이를 무시한 ‘경제전문가’, ‘경제 동물’들의 소견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류의 경제지상주의, 전쟁 포비아, 평화환상의 덫이 민족통일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안에 덮여 있다는 데 있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최대한의 유연한 외교가 필요하나, 끝내 이성적 대화가 끊기고 군사적 강압이 닥치면 이에 맞서는 의지와 정책은 한 국가의 외교와 안보의 기초 중의 기초다.
 
  스위스식 평화 모델, 즉 보다 높은 삶의 가치, 인간의 자유, 사회안정, 국가이익, 인류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가 확실하고, 그 의지가 북한과 주변국과 세계에서 믿게 되면 전쟁도 방지되고 평화통일도 가능하다.
 
  善進化, ‘세계적 한국모델’
 
  이미 제국주의 시대가 지났거니와 대한민국은 군사대국, 경제대국을 꿈꾸기에는 지정학적 조건과 생명자원 조건이 이를 허락지 않는다. 지정학적 조건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에 둘러싸여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1 대 1의 군사경쟁을 하기에는 절대량이 부족하다. 다만 4강 간의 균형을 깰 수 있는 정도의 기본 군사력은 갖추어야 한다.
 
 
  ◈ 세계를 매혹하는 韓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명자원, 즉 에너지와 먹거리를 90% 이상 해외에 의존하는 선진권과 OECD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해외자원 개발과 유통시장 참여로 실질적 ‘자립률’은 상당히 높다. 한국은 GNP 신화에 갇혀 1인당 소득만 높았지 생명자원의 안전공급이라는 측면에서는 중진, 선진권을 통틀어 가장 취약한 나라에 속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생명자원적 조건은 군사대국, 경제대국 지향이라기보다 軟性(연성)국력(soft power) 지향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며 작가인 자크 아탈리는 2025년 미래 유망 11개 국가 중 아시아 최대 세력으로 한국을 꼽았다. 이유는 ‘탁월한 기술과 문화적 다이내미즘이 세계를 매혹하는 세계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탈리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까지도 성공하기 위한 모델로 한국을 모방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IT와 韓流(한류)에서 얻은 직관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직관이 아니라 한국의 연성력에 의한 ‘근대 뛰어넘기’ 가능성의 논리적 근거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2차 대전 후 독립한 비서방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근대화에 관한 한 선진국의 막내이며 비서방 제3세계 후진국의 맏형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선진국이었던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은 선진권과 피식민 비서방 후진권 간의 다리, 소통, 접점, 융화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침략, 식민지 경영이라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근대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이기에 이런 중간자, 중립자, 조정자의 역할이 가능하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 태평양과 대서양, 대륙과 해양의 융화점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潘基文(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은 세계적 한국모델의 한 상징일 수 있다. 과거에도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제3세계 출신 유엔 사무총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인종적으로만 제3세계이지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제3세계 문화의 사람이 아니었다. 반 총장처럼 제3세계에서 자라 제3세계 근거를 쌓은 경력이 아니라 일찍부터 서양문화에 동화된 인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녹색성장의 원조는 대한민국
 
  둘째, 세계적 ‘녹색성장’(Green Growth)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2008년 8월 15일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했다. 세계 200개가 넘는 국가 중에서 국가 미래 비전의 제1순위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 천명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만큼 선언적 의미도 크다.
 
  이보다 녹색성장을 개념화, 국제화한 주체는 鄭來權(정래권) 현 기후변화 대사다. 그는 일찍부터 시장코스트 효율에서 탈피, 생태효율성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했다. 정 대사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국장 시절, 그의 주도로 2005년 3월 서울에서 5차 유엔 아시아태평양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MCED)가 열렸고 녹색성장을 ‘서울선언’으로 채택하게 했다. 사실상 서울이 녹색성장의 發祥地(발상지)다. 지금 녹색성장 개념은 이명박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그 구호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이야말로 에너지와 식량 등 생명자원의 수입의존 비율이 최고로 높고, 過(과)근대화가 진행된 나라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근대화의 정상성 일탈로 나타나는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OECD 회원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 대형자동차 비율 최고, 소득대비 1인당 전력 사용량 최고, 1인당 생태발자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생태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경제, 산업, 서비스, 소비, 사회활동 등 시스템 전반을 녹색성장 지향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
 
  대한민국의 기본명제는 1인당 소득의 위치와 상관없이 번영의 硬性(경성)이 아니라 생존, 안전의 軟性(연성)이다. 先進化(선진화)를 지향하되 善進化(선진화)여야 하는 것이다.
 
  현재 65억명인 지구의 인구는 2040~2050년경 80억~90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지구촌 인구의 증가는 교육과 정보화로 인한 계몽된 인류를 시민화하고, 욕망의 기하급수적 증가 등으로 ‘한국형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선진·후진을 막론하고 지구촌적 필요로 만들고 있다.
 
  녹색성장은 한국인이 創發(창발)하고, 서울이 본적지고, 이를 한국 대통령이 최초로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로 선언한 대한민국의 모델이다. 현재로서는 비전, 지향, 의욕에 머물고 있는 이 모델의 실천적, 보편적 내용이 충실히 채워지면 명실공히 ‘근대 뛰어넘기’, 근대 이후 지구촌 인류사회 상생·공생의 ‘서울 컨센서스(Seoul Consensus)’, 연성의 힘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 대한민국 軟性 국력의 가능성
 
  셋째, 대한민국의 해외교포는 중국의 화교나 인도의 교포에 비해 숫자로는 열세이고 유대인의 영향력에 비교해도 열세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강제출국 또는 기아탈출로 시작된 해외이주,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 시민’으로 자발적으로 발전적 운명개척을 위해 해외로 나간 근대적 해외교포들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치를 매우 독특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의 국가원수 중 해외에 순방하러 나가 ‘현지 교포와의 간담회’를 반드시 갖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가 교포라고 부르는 조선족 동포에 대해 “엄연히 중국시민인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만나느냐”고 반대해 현지 대한민국 ‘주재원’ 등만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서울을 구심점으로 하는 교포가 전 세계 구석구석 존재하며, 이들을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 관행이 된 세계 유일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대한민국은 기독교인이 인구의 30%, 1200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세계 기독교 파견 선교사 숫자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인구 크기와 선교 역사가 우리보다 월등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 등을 추월하고 있다. 이는 ‘한국판 세계화(팍스코리아나)’의 한 장르를 발견하게 한다.
 
  선교역사 400년의 서구 諸國(제국)에 비해 불과 30년의 선교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이 1만6000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인이 접근 불가능한 아랍세계와 외국인의 선교를 금하는 중국, 인도, 러시아까지 선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기독교 해외 선교 1등 국가를 꿈꾸는 크리스천 팩스 코리아나(한국 기독교에 의한 세계평화)를 외치는 그룹도 있다.
 
  나는 이것이 가능할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대한민국 시민에겐 이제 세계의 奧地(오지)가 없어진 사실 ▲근대사의 비극으로 인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에 골고루 교포를 두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크리스천 팍스 코리아나를 꿈꾸는 해외선교 활동의 경이 또는 돌출적 특이성 등을 한데 묶어보면 韓人(한인), 韓民族(한민족)의 해외활동을 통한 대한민국 연성국력이 세계적 한국모델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단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 2030] 통계로 본 한국의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인구 4863만명, 4명중 1명이 高齡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崔聖煥 대한생명경제연구소 상무  (sungchoi@korealife.com)
<취업박람회에 길게 줄을 늘어선 구직자들. 국민소득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고용 없는 성장’,’고용감소형 성장’이 일반화될 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다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이 말은 원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재빨리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한 말이다. 시장이 자생력에 의해 원상회복하기를 기다리다가는 아무 것도 못 하고 다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위기가 급박하게 진전되는 경우에 딱 들어맞는 명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측을 전문으로 하는 경제학자들이 20~30년 이상의 먼 미래를 예측할 때도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너무 먼 미래의 경우 믿거나 말거나(?)일 뿐 아니라, 막상 그때가 되면 예측 당사자들은 적어도 은퇴를 했거나 대부분은 죽고 없을 것이므로 과감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7년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은 2050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9만294달러로 미국의 9만1683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의 고소득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8만 달러대, 러시아와 캐나다·프랑스는 7만 달러대, 독일과 일본은 6만 달러대로 한국보다 뒤처지고 있다.
 
  한국의 최근까지의 발전경로와 미래의 가능성이 크게 평가 받았다는 점에서 기분이 우쭐해지는 반면 ‘과연 그렇게 될 역량을 우리가 가지고 있을까?’하는 의문도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2030년이면 앞으로 20년도 더 가야 하는 먼 미래인 데다, 글로벌 경제의 변화무쌍함을 감안하면 예측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한국경제가 추세적으로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 정도일 것이다. 만약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10여 년 동안 장기침체를 겪는다거나 아르헨티나와 필리핀처럼 성장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앞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30년 1인당 국민소득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인구 및 노동력, 경제구조와 경제규모에서 엇비슷하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가고 있는 나라들의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 7개국(G7)이 가장 적합한 나라들이다. 아일랜드와 벨기에, 북유럽 3국 등은 잘살기는 하지만 인구규모가 우리 경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들로, 우리 경제와 경제규모는 물론 산업구조, 노동력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나라들이다.
 
 
  ◈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 진입
 
  반면 G7을 보면 미국과 일본, 독일의 경우 인구가 각각 3억명, 1억2800만명, 8200만명으로 우리나라와 상당히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6000만명 안팎으로 우리나라와 엇비슷하고 캐나다는 3300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적은 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경쟁상대국으로 봐야 할 나라들은 아일랜드와 같은 强小國(강소국)이 아니라 G7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G7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6.0년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自國(자국) 통화인 달러로 표시하기 때문에 환율 문제가 없는 미국의 경우 27년이 소요됐고, 달러표시 국민소득을 구할 경우 환율 문제를 가지고 있는 나머지 6개국도 평균 25.8년으로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환율이 달러표시 국민소득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10년, 20년과 같이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s)을 잘 반영하면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요즘 환율이 급등하면서 작년에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가 올해는 1만8000달러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을 추정하는 데 환율이 그다지 큰 장애요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G7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6.0년이므로 1만 달러가 늘어나는 데 평균 8~9년 정도로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을 2만 달러로 놓고 앞을 내다보면 2015년을 전후해 3만 달러, 2024년을 전후해 4만 달러를 넘어서고 2030년경이면 5만 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을 3만6813달러로 예측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기는 해도 큰 차이는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아직은 4% 초중반대이고 2020년대까지 3% 안팎을 유지한다고 보면 G7이 걸린 기간보다 앞서 4만, 5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필자는 2030년경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5만~6만 달러로 전망한다. 물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성장속도, 물가상승률, 인구증가율, 환율 등을 다각적으로 감안한 시나리오별 전망이 보다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시나리오도 결국 분석자가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보조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1인당 국민소득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구와 가구의 변화다. 다행히 이 분야는 통계청이 2050년까지 추정해 놓은 결과가 있다. 통계청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에 4934만명을 최고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2019년부터 해마다 인구증가율이 -0.1~-0.2%에 달하면서 2030년 우리나라 인구는 486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그간 많이 거론된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7%)로 진입한 데 이어 불과 18년 후인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14%)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8년이 지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로 진입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의 각각 24년, 12년에 비해서도 더 빠른 속도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2020년대에도 계속되면서 2030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24.3%에 달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추정하고 있다. 2007년 현재는 인구 10명 중 1명이 고령인구지만 2030년경에 가면 인구 4명 중 1명 꼴로 고령인구가 된다.
 
  반면 0~14세 인구비중은 2007년 18.0%에서 2030년에는 11.4%로 거의 반감되면서 노인만 득실득실하고 어린이는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령사회로 변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힘과 근육에 의존하는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사회를 넘어 지식정보사회로 넘어간다 해도 사회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경제 생산성과 잠재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다. 이에 따른 역풍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차세대 인력 육성 등 인력수급 계획의 마련, 여성인력의 참여율 제고,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연구와 도입이 필수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요양, 레저, 주택시장 등 실버세대를 겨냥한 실버산업과 건강 및 의료복지서비스 분야의 확대 및 육성이 필수적인 국가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를 뿐 아니라 누구도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이 같은 대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버타운에서 체조를 하는 노인들.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실버산업이 부각될 것이다.

 
  ◈ 여성인력의 부상과 고용 없는 성장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최근의 60% 안팎에서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66~67%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인 반면 OECD의 고용률 산정기준은 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말한다.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용률을 바꾸면 현재의 고용률 60%는 3%포인트 높은 63%가 된다. 같은 기준으로 2020년 고용률을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70% 안팎이 되면서 현재의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산업연구원(2005년, 한국산업의 발전비전 2020)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24만개 안팎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요즘 일자리 창출이 10만명 정도에 불과한 것에 비춰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 만들기에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고용률이 53%대(OECD 기준)에 불과한 여성의 고용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에 성공하면 어느 정도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노동인력의 고령화에 대응하여 대체인력으로서 젊은 여성인력의 유입은 정보·지식화 시대라는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고용이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거나 정체하는 현상, 즉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가속화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고용감소형 성장(job-loss growth)’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에 달하는 시점에서의 산업구조를 예상해 보면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산업구조가 고용을 계속 줄여 가는 제조업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서비스업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비스업 내에서 양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취업자 수의 증가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초 40만명 이상에서 2005년 이후 30만명 이하로 감소했을 뿐 아니라 2008년 들어서는 20만명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가 호조에서 침체로 바뀌는 와중에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급속히 진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와 기업, 국민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강성노조의 유연화는 물론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비정규직 제도의 개선 등 시스템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 1인·多문화·장애인 가구 급증
 
  인구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적 변수가 가구 수 및 가구당 인원이다.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2007년 현재 1641만 가구에서 2030년에는 1987만 가구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이와 함께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현재의 20.8%에서 2030년에는 23.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1~2인 가구의 분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면서 가구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2020년에 2000만 가구를 넘어서고, 2030년에는 205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신, 노령, 이혼 등으로 인해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 비중도 현재의 20.1%에서 2020년에 25.0%, 2030년에는 26~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진국의 1인 가구 비중은 독일이 38%로 가장 높고 네덜란드 35%, 일본과 오스트리아가 각각 30%로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27%로 선진국 중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는데 히스패닉과 아시아 이민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흑인들도 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의 가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가족문화가 상당히 다를 뿐 아니라 유교적 정서가 강하다고 보고 2030년 1인당 소득 5만~6만 달러 시대가 되더라도 일본의 소득 3만~4만 달러 시대에 비해 1인 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함께 다문화 가구와 외국인 가구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282채(2006년 기준)에 불과해 주요 선진국의 410~440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주택을 더 많이 짓되 크기와 지역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7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7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2.2%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2030년경에는 총인구 대비 4~8%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치가 큰 폭을 가지는 것은 정부의 외국인 노동 정책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8%대로 늘어난다면 거리에 다니는 사람 10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므로 다인종 국가 또는 이민 국가라는 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결혼의 10% 이상이 배우자가 외국인일 뿐 아니라 지방(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자)의 경우 외국인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40%에 달하고 있다. 농어촌 인구가 계속 줄고 있기는 해도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장애인 출현율(인구 100명당 장애인 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4%대를 보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가별 장애인 출현율은 법정 장애의 범위와 정의가 국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장애인 인구 비중을 10%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휴대폰 매장의 외국인 근로자들. 외국인 근로자들의 증가로 한국은 다인종 국가가 될 것이다.

 
  ◈ 산업구조의 서비스업화 지속과 양극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초반 이후 농림어업과 제조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서비스업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큰 폭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 경제의 주력 제조업인 철강, 화학, 자동차, 기계, 조선, 반도체, 가전 등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善戰(선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처럼 수출주도형 제조업이 선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일본과 독일은 최근에도 제조업 비중이 20~21%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내에서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과 같은 고기술 및 지식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과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기술 및 공정의 해외이전 및 현지생산의 확대 등으로 저부가가치 및 경공업 산업의 비중은 계속 낮아지게 될 것이다.
 

  농림어업의 경우 현재 비중의 절반 이하인 1% 안팎까지 줄어들고 전기·가스·수도업·건설업의 경우에도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의 서비스업화가 진전되기는 하겠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서비스업 비중처럼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주요국의 서비스업 비중을 보면 미국이 78%대로 가장 높고 일본이 72%대, 그중 낮은 편인 독일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공공행정·국방의 비중은 줄어들고, 운수·창고·통신업과 부동산·사업서비스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을 예상된다. 반면 금융보험업, 교육서비스업,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비중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서비스업 중에서도 잘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 및 고소득시대를 맞아 보건 및 사회복지업과 교육서비스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금융산업의 경우 盧武鉉(노무현) 정부에 이어 李明博(이명박) 정부에서도 新(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아시아의 선도시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화하는 데다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기계화·자동화 등으로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이 현재의 66%대에서 75%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도소매·음식·숙박업, 공공행정·국방 부문의 고용은 큰 변화가 없거나 줄어드는 반면 운수·창고·통신업,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 교육서비스업, 보건 및 의료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만 금융업의 경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고용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이 분야의 고용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사진은 외환 딜러.

 
  ◈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
 
  현재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수준은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2~13위로 올라왔지만 글로벌화 수준은 30위권(2007년 AT커니 글로벌화 지수)에 머물고 있다. 또 그간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글로벌금융센터 지수(GFCI)에서 서울은 51위에 불과하다.
 
  글로벌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크게 세계무역, 해외직접투자(FDI), 국경간 인수합병(M&A), 자유무역협정(FTA)을 들 수 있다. 이 중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역뿐이다. 나머지 FDI, 국경간 M&A, FTA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FDI 잔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유입잔액과 유출잔액이 각각 8.0%와 5.3%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 2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별 M&A 순위도 30위권이고, FTA 분야 역시 전체 무역량에서 FTA 체결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에서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교역 중 FTA 비중이 60%인데 비해 우리나라 교역 중 FTA 비중은 11%(칠레, 싱가포르, EFTA, ASEAN 포함)에 불과하다. 다만 한·미 FTA가 양국 국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경우 상황이 크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유자원은 거의 없이 수출을 성장의 주력엔진으로 하고 있는 나라로서 글로벌화에 적극 동참해야 하고, 또 글로벌화에 성공해야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화에 성공한 2030년의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뿐 아니라 사무직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서 직장을 구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를 알리는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는 계속될 것이다.

 
  ◈ 전자상거래와 재택근무의 확산
 
  이때 영어가 문제 되겠지만 초·중·고 교육제도 및 영어교육시스템의 획기적 변화를 통해 영어가 제2의 공용어가 되다시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향후 20여 년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와 같은 국제화 도시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변방의 이름없는 나라로 전락하느냐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인터넷 등 IT 인프라를 활용하는 전자상거래 및 재택근무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transaction)는 전자공간(cyberspace)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행위를 의미하는데,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는 물론 광고와 주문 또는 발주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자상거래를 이커머스(e-commerce) 또는 이비즈니스(e-business)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자상거래는 처음 시작된 제조업의 부품조달 분야는 물론 무역, 금융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예상한 프로슈머(Prosumer)의 증가에도 큰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참여형 소비자로, 특히 소비자가 제품생산에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뜻이다. 각종 셀프서비스 또는 DIY(Do It Yourself)형 제품개발은 물론 유통과정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므로 전자상거래와 잘 맞아떨어지는 거래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식정보산업의 경우 전자상거래를 통한 프로슈머의 역할이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수천년 동안의 전통적인 시장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IT를 활용한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이다. 출근하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는 최근 매년 2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자상거래 비중이 2001년 19.1%에서 2007년에는 57.3%로 상승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서 2030년경에는 GDP 대비 전자상거래 비중이 100%를 웃돌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근무형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재택근무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그 과정 및 결과를 인터넷 등 통신기술을 통해 회사에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재택근무는 말 그대로 재택근무는 물론 원격근무센터 및 이동원격근무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재택근무는 기업 측면에서 보면 비용절감과 고용의 유연성 확보, 생산성 향상, 조직의 전문성 향상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근시간이 없어지므로 여유시간의 창출이 가능하다. 출퇴근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것은 물론 거주지 선택의 폭이 확대되면서 거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주말부부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등 재택근무의 인프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앞서 있지만, 얼굴을 직접 맞대야 하는 對面(대면)문화로 인해 재택근무가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회인식의 변화와 편리성, 더 많은 직업의 창출 등을 위해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기업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어질 경우 재택근무 유형의 다양화는 물론 재택근무 근로자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의 경우 2007년 상반기 기준으로 1주일에 8시간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1200만명(비농업분야 취업자 중 8%)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이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재택근무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한번 사회적 利器(이기)로 인식될 경우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2030]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가 전망한 미래의 세계
 “한국은 2008년부터 ‘잃어버린 10년’경험, 2015년경 지구촌에 大 위기 닥칠 것”
 
朴英淑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 1955년 경북 구미 출생.
⊙ 경북대 사범대 불어전공, USC 교육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 연세대 강사, 대구사이버대 미래예측전문가 과정 담임교수,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 역임.
    現 주한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 <미리 가 본 2018-유엔미래보고서> <당신의 성공을 위한 미래예측>
    <2020 트랜스휴먼과 미래경제> <미래예측리포트> 등.
著者無 저자없음
<미래학자들은 2015년 세계 대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은행이 파산하자 예금을 인출하러 은행 밖에 줄을 선 아일랜드 국민들.>

유명한 미래학자인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겸 세계미래회의 의장은 “2030년이 되면 인간이 기계가 되고 기계가 인간이 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게 되며, 인간은 더 이상 2030년 이후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2030년을 예측하는 미래학자가 거의 없는 것은, 2030년이면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 지금 예측한 것이 거의 다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GNR, 즉 유전공학, 나노 기술,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인류의 문명이 생물학을 넘어서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으며, 유전자기술을 통해 그 원리들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게 되면 인간은 트랜스휴먼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I(인공지능)의 大家(대가)이자 신시사이저·음성인식기기 등을 발명한 레이 커즈와일은 미래에는 나노봇(나노 로봇)이 나와 혈관 속에서 癌(암)을 치료하고 두뇌 속을 누비고 다닐 것이며, 인간의 평균수명은 130세까지 연장될 것이고, 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똑똑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2007년에는 칩 임플란트로 인간의 감각 신경의 경험, 기억과 생각을 컴퓨터가 갖게 되면서 2025년이면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고, 2050년이면 90억명의 인간 두뇌를 다 합쳐도 컴퓨터의 지능보다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래학자 윌리엄 할랄이 본 미래
 

2015년경에는 로봇의 활동이 보편화된다. 사진은 로봇을 이용한 수술 장면.

  미래학자인 윌리엄 할랄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2008년 9월 출간한 <기술의 약속>(Technology’s Promise)에서 수많은 첨단기술의 常用化(상용화) 연도와 미국의 시장규모, 그리고 전문가의 확신도를 백분율로 표시하는 기술지도를 발표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전문가들이 이 기술지도의 인터넷판을 업데이트한다.
 
  이에 의하면 유기농업 기술은 2020년이 되면 상용화되면서 미국 내에 51조원, 전 세계적으로는 163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다. 핵융합은 2038년, 수소경제는 2031년이 되면 보편화된다. 2022년 미국의 유전자식품 시장은 62조원 규모가 된다. 淡水化(담수화)는 2023년에 보편화되며, 미국 내 관련 시장의 규모는 54조원에 달하게 된다. 2021년 미국 내 대체에너지 시장 규모는 95조원에 달하게 된다. 전자정부는 2012년, 가상현실은 2017년, 광컴퓨터는 2016년, 바이오 및 양자컴퓨터는 2023년, AI(인공지능)는 2023년에 보편화된다.
 
  우주여행은 버진 갈락(버진 에어)의 리처드 브랜슨이 약속한 것처럼 2014년이면 가능해질 것이다. 인간이 화성에 가는 것은 2030년, 인간이 다른 별에 가는 것은 2069년, 인간과 우주인이 만나는 것은 2067년이라고 보았다.
 
  연료전지자동차는 2013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14년, 전기자동차는 2022년, 자동작동하는 고속도로는 2027년에 보편화된다. 극초음속비행기는 2030년(2007년에는 2020년이었으나 다시 2030년으로 밀렸다), 자기부상열차는 2033년에 가야 기술이 제대로 완성될 듯하다.
 
  원거리진료, 즉 텔레메디슨은 2015년, 개별 맞춤약은 2019년, 인공장기 판매는 2021년, 유전자 치료는 2024년, 胎兒(태아)유전자 변형은 2029년, 수명 연장은 2035년이 되어야 가능하다.
 
  로봇제조업에서는 스마트센서가 2013년에 보편화된다. 스마트 로봇은 2022년, 전력보관기술은 2020, 나노봇은 2020년, 마이크로 기계는 2022년이 되면 보편화된다.
 
  윌리엄 할랄 교수는 2023년을 전후해 소형 스마트 나노봇이 혈액이나 신체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암세포를 공격하고 난 후 콩팥에서 걸러내는 식으로 암을 치료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정부는 2004년 “老化(노화)는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DNA에 붙어있는 텔라메어가 떨어져나가고 노화하면서 인간이 늙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텔라메어만 건강하게 잘 간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노화는 고칠 수 있는 질병이 될 것이다. 줄기세포도 2025년경 쓸 만한 기술이 될 것이다. “2030년까지만 살아남아 있으면 영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말을 믿어도 될 듯하다.
 
 
  ◈ 정치인의 비극
 
  이렇게 과학기술, 특히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성취가 이루어지면 사회적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사회에서는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등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임기를 마친 후에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지 모른다. 그 이유는 바로 ‘수명연장’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레이 하몬드는 최근 그의 저서 <2030년의 삶>에서 “2030년이 되면 평균 수명이 130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70대 초에 공직에서 물러나도 6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동창회 등에서 등산이나 각종 모임을 가질 때, 참가자들은 편한 마음으로 어울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대통령 등으로 높이 출세한 사람을 불러놓으면 예우하는 것이 귀찮아 부르지 않게 된다. TV에 나와 국정을 논하는 젊은이들을 봐도 화가 치밀고, 지나가다 자신을 몰라보고 밀치고 가는 사람에게도 화가 치밀며, 자신을 끼워주지 않는 사회를 심히 원망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공직에서 물러난 후 생계거리를 찾으려 해도 국회의원, 장관을 하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 수 있겠는가? 일을 빨리 처리할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항시 누군가를 시키기만 했던 사람이라 스스로 일을 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60대 말~70대 초에 공직에서 물러나도 10년 정도만 소외를 감수하면 충분했으나, 이제 60년 가량을 소외당해야 한다. 빨리, 높이 출세한 사람일수록 소외의 정도가 심할 것이다.
 
  미래사회는 ‘리더가 없는 리더십(leadership without leaders)’으로 간다고 한다. ‘집단지성’에 의지하고, 집단의 생각이 손쉽게 전염되는 미래사회에서는 1인 매체화, 1인 기업화, 1인 권력화가 가능해진다. 미래사회는 개개인이 다 중요하고 개개인이 다 스타고, VIP다.
 
  이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을 사람은 천천히 분위기에 스며들어 상승하는 사람이다. 특히, 미래사회는 다들 조금 먹고 조금씩 즐긴다. 고령사회는 과격하고 과감한 것보다 다같이 조금씩 돕고 조금씩 나눠먹으면서 오래오래 욕심 없이 사는 세상이다.
 
2015년이 되면 사이버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진은 사이버 세상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

 
  ◈ 부자가 될 필요가 없어지는 사회
 
  미래사회에서는 부자가 될 필요가 없어진다. 세계은행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2017년에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evide)가 소멸한다. 누구든지 접속 가능하게 되는 인터넷과 지구촌 네트워크, 정보공유화로 ‘똑똑한 군중’이 된다.
 
  이에 의하면 2020년에는 교육 디바이드(Education Devide)가 사라진다고 한다. 교육 포털에 들어가서 밤새도록 공부하고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아무 때나 공부하게 되면서 지식공유가 실시되고 과외나 학원, 족집게 학원교사들이 소멸하게 된다. 엄청난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교육 포털에서 매 순간 지식이 정제되고 업데이트되는데, 한 교사가 아무리 똑똑해도 교육 포털만큼 똑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득 디바이드(Income Devide)가 2030년에 소멸하게 된다고 한다. 인구의 이동이 쉬워지면서 임금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이동하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돈을 가난한 사람들이 약간은 강제로 또는 세금의 형태로 빼앗아 함께 나누어 쓰는 新(신)사회주의가 올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정치인은 거의 소멸한다. 기업인들이 가장 존경받는 사람들이 된다. 이윤목적보다는 사회공헌 목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이 공동체의 지도자가 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르는 인간의 미래는 지금은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낙관적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사회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유엔미래보고서 2006년>에 실린 유엔미래포럼의 <한국국가미래지수>(State of the Future Index Korea)에 의하면, 한국은 2008년부터 10년 이상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세계경제의 하강, 금융위기, 제조업 하강을 예측하면서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았다.
 
  미래학자들은 10년 전부터 2015년경 지구촌에 일대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온 듯하다. 미래전략가들은 지금 하강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2011년에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하락하며, 2020년에 이르러야 조금 나아진다고 한다.
 
  왜 미래학자들은 2015년을 위기의 시점으로 잡았을까?
 
  미래학자들은 2015년을 선진국들의 低(저)출산 高齡化(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그 결과 국력이 쇠퇴해지면서 아시아로 주도권이 넘어오는 시기,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나노 생산공정이 등장하지만 미완의 기술이라 문제가 많은 시기, 20년간 세계를 먹여 살리던 ICT(정보통신기술)이 바이오컴퓨팅이나 퀀텀(量子)컴퓨팅을 지나 센서로 발전하지만 ICT만큼 큰 산업을 형성하지는 못하는 시기, 웹3.0, 4.0 등 다양한 3D가 생활에 들어오고 현실보다는 사이버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 2015년 위기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똑똑한 개인’은 자신들이 불만을 더 자주 ‘표현’하게 되고, 사회통합은 어려워진다. 정부의 조정능력이 떨어지고, 정권이 수시로 바뀌면서 無(무)정부 상태가 올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2015년경부터 인구가 자연감소로 돌아서면서, 생산력과 구매력이 동시에 떨어지게 된다.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가 끊길 수도 있다. 그 누가 2300년경이면 자연 소멸할 나라에 투자하겠는가? 미래학에서는 지진 1년 전에 개미가 도망가고, 인구감소에 의해 시장이 축소되기 10년 전에 기업인이 도망간다고 한다. 출산장려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생존전략인 것이다.
 
  텔어스연구소가 펴낸 미래예측 보고서 <위대한 전환>도 2015년에 지구촌에 대위기가 온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일어난 정보통신산업 붐이 끝나고, 이를 대신할 산업은 미처 성장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0년 이래 성장가도만 달려온 글로벌 경제가 하락국면으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2015년에 이르러 선진국의 경제가 후퇴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령화다. 고령화로 인해 복지예산이 급증한다. 인구감소에 따라 여성·장애인·노인들이 생산 노동력으로 흡수되면서 사회 전반에 변화가 온다. 이에 따라 家事(가사)도우미 산업이나 노인을 위한 의료서비스, 휠체어 등 장애인들을 위한 裝具(장구)생산 및 교통서비스가 활성화된다.
 
  지구촌의 자원고갈이나 환경보전 비용의 증가는 세계경제에 새로운 부담이 된다.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는 식량 부족이나 물 부족이 원인이 되어 국제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들의 발전 욕구에 따라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환경오염은 급진전된다.
 
  이러한 상황이 진전됨에 따라 사람들이 더욱더 불안심리에 사로잡히게 되고, 세계 곳곳에서 소요가 발생한다.
 
  하지만 앞장서서 이러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면서 힘이 빠지고, 중국은 경제적 도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다. 결국 지구촌에서 ‘국제경찰’은 사라지고, 국제리더십에 거대한 공백이 생긴다. 통화제도나 금융시장이 비효율적으로 변해버리면서 글로벌 시장의 힘이 약화된다.
 
 
  ◈ 미래예측은 국가의 책무
 
  2015년이 되면 흔히 X세대라고 하는 젊은 세대가 최대의 인구집단이 된다. 이들은 모순에 찬 세계를 개혁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만들어내려 들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공유의 확산에 따라 이들은 인터넷 댓글 달기, 인터넷 1인 시위, 똑똑한 군중시위(smart mobs) 운동, 촛불집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들은 1960년대를 살았던 세대가 히피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多문화 인터넷 지구촌문화’를 만들어낸다. 이를 ‘또 하나의 사회혁명(Another social revolution)’이라고 표현한다.
 
X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사진은 캄보디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한국 젊은이들.

  하지만 텔어스연구소의 시나리오는 2018~2020년 사이에 세계경제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전한다.
 
  요즈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두고 ‘不信(불신)의 시대가 낳은 얼굴 없는 우상’이라고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미네르바’ 같은 ‘얼굴 없는 우상’에게 흔들리는 불신사회가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가미래예측’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15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여 국민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 정치세력에게는 정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미래예측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약 50여 개국이 미래예측보고서 등을 내놓고 있다. 다만 2030년까지의 장기예측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는 15년을 인간이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미래예측보고서들이 늘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맞는 경우보다는 틀리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예측보고서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10년, 15년 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큰 그림을 보여주고, 국민들로 하여금 미래에 대비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責務(책무) 가운데 하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가 2030년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2030]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예측한 미래의 한국경제
 2025년 G7 국가 수준에 근접, 2050년 세계 최고 富國 중의 하나
 
權世珍 月刊朝鮮 기자  (sjkwon@chosun.com)
<2008년 11월 15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빌딩뮤지엄에서 G20 국가 정상과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질서를 좌우한 것은 선진국 모임인 G7이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개도국들이 큰 목소리를 냈다.>

최근 한 인쇄매체의 광고가 경제위기에 힘들어하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맙시다.”
 
  한때 한국인들을 열광시켰던 이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2005년 말 골드만삭스가 세계 각국에 대해 평가한 장기 성장잠재력지수(GES : Growth Enviroment Score)에 관해 작성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고속성장을 거쳐 미국 다음으로 1인당 소득이 높은, 이른바 ‘잘사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3년 성장가능성 높은 신흥 경제성장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개념을 처음 내놓아 미래 예측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의 미래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봤다.
 
 
  ◈ 한국ㆍ멕시코, BRICs 규모로 경제성장할 것
 
  장기 성장잠재력지수(GES)는 골드만삭스가 각국의 경제성장을 예측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해외차입, 투자, 대외개방도 등 거시경제 변수와 함께 전화보급률, PC보급률, 인터넷보급률, 교육 정도, 평균수명, 정치적 안정, 부패지수, 경제활동과 관련된 법제화 정도 등 13개 요인들로 구성된 지수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래의 성장가능성도 높은, 이른바 선진국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말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이들 13개의 요인을 조사, 각각 0~10점의 점수를 부여한 후 각국의 평균 GES를 산출했다. 그 결과 한국의 평균 GES는 6.9로 독일(7.0)에 이어 17위를 기록했으며, 한국보다 GES가 높은 국가는 스위스, 스웨덴, 홍콩,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덴마크 등 홍콩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이다. 한국과 비슷한 GES를 보인 국가는 아일랜드(6.7)와 벨기에(6.5), 영국(6.4) 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로 주목 받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를 전망함과 동시에, 향후 브릭스에 맞먹는 경제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11개 국가 ‘N(Next) 11’을 선정하고 이들 국가의 GES와 미래 GDP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조사했다.
 
  N 11은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터키, 베트남, 한국 등 11개국이다. 골드만삭스는 성장가능성에 있어 현재 GDP와 성장률 외에도 인구, 즉 규모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따라서 성장가능성과 소득수준은 높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홍콩이나 룩셈부르크, 중부 유럽의 小國(소국)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11개국에 대한 GES 조사 결과 한국과 멕시코만이 브릭스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경제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빌딩 뮤지엄에서 G20 회담을 앞두고 한 직원이 태극기를 매만지고 있다.

 
  ◈ 1인당 GDP 2025년 5만 달러 돌파
 
  주목을 끄는 것은 골드만삭스가 GES를 토대로 예측한 미래의 GDP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실질경제성장과 인구증가 추세를 고려해 수치를 내놓았다. 한국의 인구성장률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05년 4862만명에서 조금씩 늘다가 2025년의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입, 2050년 4522만명으로 7%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미래 GDP 산출의 전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05년 1만6741달러에서 2010년 2만6028달러, 2025년 5만1923달러, 2050년 8만1462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예측했다.
 
  2050년 8만1462달러는 미국(8만9633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수치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한국은 2025년이면 경제력이 G7 국가의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하고, 205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규모(GDP) 역시 한국이 2025년에 2조6000억 달러로 미국-중국-일본-독일-인도-영국-프랑스-러시아에 이어 세계 9위를, 2050년엔 3조7000억 달러로 중국-미국-인도-일본-브라질-멕시코-러시아-독일-영국-프랑스-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에 이어 1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05년에서 2010년까지는 연평균 9.2%, 2010년에서 2015년은 7.2%, 2015년에서 2020년은 5.0%, 2020년에서 2025년은 2.1%, 2025년에서 2030년은 1.5% 등으로 2020년까지는 가파르게 성장하다가 그 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 넘어설 것
 
미국 뉴욕의 골드만삭스 본사 빌딩.

  한국에 대한 전망 외에도 브릭스 등 다른 성장국가들에 대한 전망을 함께 보면 더욱 흥미롭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대 후반 미국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 실질 GDP는 중국 48조6000억 달러, 미국 37조7000억 달러, 인도 27조2000억 달러 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브라질이 5위, 멕시코가 6위, 러시아가 7위를 차지하는 등 브릭스와 N 11 국가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2050년에는 브릭스와 N 11 국가들의 1인당 GDP는 모두 4500달러를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다른 N 11 국가들은 현재의 G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나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한국은 2050년에 1인당 GDP에서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이 2050년에 브릭스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해도 견조한 성장환경을 토대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고 이탈리아를 2020년에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민국 2030] 세계의 碩學이 진단하는 ‘한국의 가까운 미래’
 ‘北아시아 공동시장의 리더’ 자리를 노려라
 
편집자 주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한국은 지정학적ㆍ경제적ㆍ문화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며 북한과의 관계 해결, 출산율 문제 해결, 물류거점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물결> 중 마지막 장 ‘한국의 가까운 미래’의 내용을 요약했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佛 아탈리 아소시에 대표
⊙ 1943년 알제리 출생.
⊙ 파리 소르본大 경제학 박사.
⊙ 前 대통령 특별보좌관 및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 現 아탈리 아소시에 대표,
    프랑스 정부 국정자문역.
⊙ 저서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등.
著者無 저자없음
<인천 송도 신도시는 동북아 물류 중심이 되려는 야심의 표현이다. 사진은 2009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인천대교.>

한국은 단 한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를 보자.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地代(지대)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해 왔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숭배하고 민중의 힘을 두려워했으며, 철옹성처럼 견고한 관료계급을 떠받들며 과거를 미화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거북선의 발명 등 16세기에 이뤄진 기술적인 혁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속적으로 해양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발전시키지 못했으며, 30여년 전에야 비로소 경제적 도약을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인 해양상선단을 형성했다. 농업과 제조업의 배후지만 놓고 본다면 ‘거점’이 될 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최근에 와서야 항구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으므로 외부 세계로의 개방이 그만큼 늦어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한국은 충분한 선원, 엔지니어, 기업 창업가, 상인, 제조업자들을 길러내지 못했으며, 외국으로부터 대규모로 과학자, 은행가, 기업가들을 끌어들이지도 못했다. 한국은 이 같은 ‘창조적 계급’ 대신 어떻게 해서든지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관리계급, 다시 말해서 개개의 문제를 종합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達人(달인)들을 키워냈을 뿐이다.
 
 
  ◈ 북한과의 갈등 해결해야
 
  그리고 앞으로 한국이 평안한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가 빚어놓은 갈등, 즉 북한과의 관계를 해결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만일 북한의 급변하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무력충돌로 치닫거나, 혹은 북한 정권이 갑작스럽게 붕괴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양자 모두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은 북한과의 국경에서 겨우 50k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기 때문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최근 40년 동안 이뤄 놓은 성과가 하루아침에 초토화될 위험이 크며,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 북한 주민들이 대거 남쪽으로 넘어오는 경우 이들을 소화하고 국토를 재정비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야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개성공단 같은 산업시설을 통해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정책 또한 병행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평양 정권이 점진적으로 개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변화를 실현한 다음에 비로소 남한과 북한이 점차적으로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을 택하는 길만이 한국이 피해를 입지 않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의 미래는 지금까지는 한국이 그다지 개의치 않았던 미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법칙, 이를테면 관계 위주의 환경을 조성하고, 운명 공동체에 스스로 편입되기를 욕망하며, 창조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거대한 항구, 대규모 금융시장을 건설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교육하고, 미래의 신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지정학적인 위치를 확립하고, 필요에 따라 동맹을 맺는 따위에 필요한 법칙에 순응하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미래의 다양한 도전 중에서 한국은 신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정보산업(IT)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확고한 정부의 의지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을 비롯한 역동적인 재벌, NHN, 오마이뉴스, 엔씨소프트, 넥슨 같이 기술혁신적인 기업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다. 이 분야에 있어서의 투자와 수출은 바이오테크놀로지, 로봇테크놀로지, 우주기술 같은 미래산업 분야 혹은 자동차나 조선업 등 보다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역동적인 분야들과 맞물려서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 동북아 물류 허브 가능성
 
  한국은 이미 물류와 금융의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을 천명했으며, ‘동북아시아의 관문’이 되겠다는 전망도 피력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몇 비중 있는 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된다는 전제하에서 볼 때, 물류에 관한 야심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산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이고, 2001년에 준공된 서울 근처의 인천공항 또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인근에서는 송도신도시 건설 계획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송도신도시는 자유경제지역이면서 동시에 완벽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비한 도시가 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항구 중 하나인 부산항 감만부두의 夜景.

  이렇게 볼 때,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해 헬싱키에 이르는 철도노선 구축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설은 북아시아와 유럽 간의 물류이동 시간을 확실히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금융 허브로서의 야심을 구현시키기란 사실상 이보다 훨씬 요원해 보인다. 서울은 우선 도쿄,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기존의 금융 중심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금융거래의 투명성, 부패방지, 족벌경영 체제 등을 타파하기 위해 보다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핀란드 헬싱키에 이르는 철도가 구축될 경우 북아시아와 유럽간 물류이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눈 덮인 벌판을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함께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공동체 의식은 한국이 지닌 대단한 강점 중의 하나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도약은 반세기 가량 이어진 일본의 강점, 동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전쟁의 비극에서 비롯된, 가난과 열강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집단적인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이 공동의 열망과 의지 덕분에 한국인들은 단결하여 함께 노력한 결과, 불과 30여년 만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계 제12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사회적 불평등의 가속화로 말미암아 이 같은 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분화와 소득 불평등이 첨예해지고 있으며, 주로 중소기업들이 고용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또는 불법 노동자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 기업들은 고용인들에게 적절한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반면, 이들 중소기업은 기업의 사회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거나 고용인들의 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4년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 평균임금은 노동시장의 48.6%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임금의 2배에 이른다.
 
 
  ◈ 가족정책, 교육정책 개혁 시급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차츰 도입되기 시작한 고용보험은 건강보험, 개인연금 등과 더불어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아직 미미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가서야 복지예산으로 GDP의 15.2%를 쓰는 수준, 즉 2001년 미국 복지예산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2001년의 일본 복지예산인 GDP의 17.5% 수준에 도달하려면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1.09명)과 더불어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로 말미암아 조만간 사회비용 지출의 증가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지금까지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자식들의 부양을 받으며 장남과 함께 살던 노인들의 퇴직연금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해방 추세와 더불어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자기 일을 가지려는 여성들의 열망은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육아시설이 부족한 현실은 낮은 출산율이라는 사회적 우환을 낳았으며, 여성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저출산으로 텅빈 산부인과 병원.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인구저하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인구저하를 막기 위해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첫째, 가족정책의 개혁이다.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출산 후에도 어머니로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강제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출산율 증가와 여성 노동인구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 내린 家父長的(가부장적) 체제를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정책이 개혁돼야 한다. 한국에서 교육은 지나친 경쟁과 지나친 비용을 유발함으로써 출산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됐다. 이러한 교육풍토로 인해 한국 사람들은 GDP의 3%를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은 영어 과외를 위해 7억5200만 달러를 지출하는데도 전 세계 토플 순위는 110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 영국의 <타임스>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교인 서울대학교는 세계 랭킹 63위에 불과하다.
 
  교육개혁은 수업의 양을 줄이면서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은 특히 한국의 대학들을 외국에 알림으로써 외국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 위기가 기회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민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 사진은 외국인 근로자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들.

  셋째, 이민정책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외국의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은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국가 정체성이나 단일성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 않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개방정책은 실질적인 ‘동북아시아의 관문’이 되기 위해 여러 분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첫째 외국을 보는 관점과 외국이 한국에 줄 수 있는 이득을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 중 43%는 자신들이 한국에서 받는 대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며, 자신들이 모든 종류의 차별, 특히 언어 장벽으로 인한 차별 때문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외국의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를 좀 더 개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금융의 투명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사이 한국은 기술적인 면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자국 영토 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 없는 중국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오히려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한국 각국은 벌써 오래 전부터 나머지 두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무역상대국 3위 안에 들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 역할을 해 왔다. 한국은 이처럼 긴밀한 경제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져 나감으로써 북아시아 공동시장을 만드는 데 앞장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은 중국시장 진출에 특혜를 부여 받을 수도 있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나라는 공동의 에너지정책을 펼칠 수 있으며, 으뜸가는 지역금융 중심지로서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거시적 무역 불균형이 야기할 수도 있을 경제위기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이 지역 전체의 화폐를 통일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3국을 보다 밀접하게 묶으려는 시도는, 아시아에서의 리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는 시작되기 어렵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사이에 놓여 있는 과거 역사나 영토 문제로 인한 현안을 한국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경쟁 국가를 정치 경제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있어서 많은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적ㆍ지정학적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래에 중심적인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미래 사회를 예견한 책 - 마티아스 호르크스,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
 인간의 일상적인 행위에 도킹하는 기술과 방법만 살아남을 것
 
朴泰一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장
⊙ 1962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사회학과, 同 대학원 졸업(석사).
⊙ 저서: <비즈니스 교양>, (토네이도, 2007년).
著者無 저자없음
<미래에도 화상통화는 제한적 활용에 머물 것이다. 사진은 한국의 화상통화시스템을 체험해 보는 미국 대학생들.>

지구의 공간을 장악한 인간은 ‘미래’라는 시간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미래는 어떤 모습을 지닐까?’ 미래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봉장, 미래학자가 필요했다.
 
  미래학자는 세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정통 미래학자들이다. 초창기 미래학자들은 미래 사회에 대한 거대담론에 관심이 있었다. 엘빈 토플러(<제3의 물결>, 1980), 존 나이스빗(<메가 트렌드>, 1982)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문명의 흐름이나 사회 권력의 대이동과 같은 거시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학의 방법론을 정립시키고자 하는 일군의 과학적 미래학자들, 제임스 데이터, 제롬 글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 부류는 소위 트렌드 전문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산업 및 소비자 관련 트렌드를 관찰하는 트렌드 전문가들이 나타나 대기업에 정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미래 연구가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에게 트렌드란 ‘방향성 있는 변화의 흐름’이고 그 트렌드가 보내는 미약한 신호를 포착하여 미래 예측에 활용했다. 메가 트렌드보다는 마이크로 트렌드에 더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특히 소비자 트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을 전망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마케팅계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페이스 팝콘(<팝콘 리포트>, 1993)이 트렌드 전문가 1세대이다.
 
 
  ◈ 기발하고 흥미로운 미래학 보고서
 
  세 번째 부류는 비록 미래학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분야를 토대로 미래 예측을 시도한 碩學(석학)들이다. 학문 간 영역을 뛰어넘는 자유분방성을 바탕으로 해박한 지성과 상상력이 엮어져야 하는 것이 미래학이므로, 어느 분야 大家(대가)들이든 미래학에 지적 자극을 받았다. 자크 아탈리, 기 소르망, 프란시스 후쿠야마, 피터 드러커, 레스터 서로, 폴 크루그먼, 폴 케네디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미래학자라는 명칭으로 수렴되고 있다.
 
  스스로를 ‘인간과 기업을 위한 미래 훈련가’로 부르는 마티아스 호르크스(53)는 정통 미래학자라기보다는 트렌드 전문가에 가깝다. 그는 현재를 관찰하려는 연구와 이를 뛰어넘어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려는 미래진단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둘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정신을 지키고자 노력한 흔적이 그의 저서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8가지 영역(과학기술, 경제, 사회, 육체, 소비, 지식, 정치, 정신)으로 나누고, 21세기를 풍미하게 될 개인주의 문화가 각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발간된 지 10년이 된 책이지만, 여전히 기발한 발상과 싱싱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미래연구 보고서다. 또 간단명료하지만 흥미로워서 긴장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저자 특유의 독특한 해설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 호르크스의 예지력
 

전자서적이 ‘내 것’이라는 소유감을 느끼게 하는 종이책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음은 그가 이 책에서 보여 준 미래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예언과 미래 사회에 대한 간단한 소묘다.
 
  ● 쌍방향 텔레비전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원래부터 수동성을 안고 탄생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파에 누워 팝콘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길 원하지, 정신을 가다듬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리모컨을 연방 눌러대길 원치 않는다.
 
  ● 화상전화도 제한적인 활용에 머물 것이다. 전화는 채널을 좁혀서 목소리에 국한시키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이다. 화상통화는 얼굴과 옷, 주변 환경까지 신경 쓰게 만들어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애인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서둘러 화장을 고치고 싶은 여자가 있을까. 전화 받는 내 모습을 남이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전자서적이 종이책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종이책은 나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진짜 ‘내 것’이라는 소유감을 갖는다. 이것이야말로 책과의 진정한 상호교류가 아닌가.
 
  ●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면 열리는 손잡이가 발명되었다고 하자. 과연 시장성이 있을까. 말을 하는 것이 손잡이를 돌리는 것보다 쉽기는 하겠지만 인간 문화 속에 자리잡은 일상적 습관에는 맞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인 행위에 도킹하는 것만이 살아남는다.
 
  ● 복제 레스토랑에서 종족 번식이 이루어짐에 따라 섹스는 보다 세련된 모습을 지니게 된다. 아이를 만들기 위해 남녀가 엉겁결에 몸을 섞는 섹스보다 더 음란한 것은 없게 될 것이다.
 
  “눈동자 빛깔, IQ, 그리고 장래 직업도 모르는 아이를 낳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런 아이는 단지 우연의 산물이고, 단 하룻밤을 못 참고 덜컥 생겨버린 아이에 불과하다.”
 
  ● 미래에는 개인의 능력도 주식처럼 거래될 것이다.
 
  “화가 소질이 있는 내 아들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려고 한다. 투자할 사람이 있으면 일정 기간의 화실 임대료를 부담해라. 그러면 내 아들이 10년 동안 버는 수익의 10%를 배당할 것이다. 물론 내 아들이 백만장자 화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냥 가난뱅이 무명화가로 남을 수도 있다. 투자란 늘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 투자가 바이오테크에 투자하는 것보다 흥미진진하고 인간적이고 수익도 더 좋지 않겠는가.”
 
  ● 정년이 아닌 ‘출세의 정점’에서 은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결정이 될 것이다. 사표를 던지고, 직장에서 습득한 지식을 이용하여 독립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힘을 갖춘 후 자기가 다니던 회사와 일합을 겨룬다. 수비만 하다가 역공에 나서는 격이다. 노사 양측의 신뢰가 깨진 노동계에서 누구라도 참여하고 싶은 ‘국민 스포츠’가 아닐까.
 
 
  ◈ 미래에는 기업이 사회복지부 역할
 
  [과학기술] 호르크스는 21세기 과학기술은 고도로 복잡한 ‘하이테크’가 아닌 ‘스마트테크’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스마트테크는 단순하고, 조용하고, 튼튼하고, 비용이 적게 들고, 친절하고, 윤리적인 기술이다.
 
  2010년대에는 ‘디지털 역주행 현상’이라는 첫 번째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의 반대 방향인 아날로그로의 움직임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한다. 디지털의 발전으로 가능하게 된 무한대의 정보는 ‘지식’으로 가공되어야 그 가치를 발하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컴퓨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오히려 지식에 목말라하게 되는 ‘정보화 시대의 딜레마’에 빠진다.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인문학적 지식에 기반을 두는데, 바로 이러한 지식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경제] 미래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1인 기업’이 창조적 노동계급으로 등장할 것이다. 농업사회는 토지에, 산업사회는 직장과 봉급에 사람들을 예속시켜왔다. 하지만 ‘차별화와 혁신의 속도’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지식경제에서는 ‘프리 에이전트’, ‘취미노동자’, ‘팔방미인 노동자’, ‘텔레노동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유목민’들이 경제를 주도하게 된다.
 
  창조적 노동계급의 핵심은 프리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프리랜서’인데, 이들은 자신을 임금노동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하는 재미가 일을 하는 진짜 이유다. 한때 정규 고용직이었거나 현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의식적으로 독립을 지향하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서 우아하게 살아남기 위해 능력의 포트폴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 기업들은 직원 채용 시 ‘우리가 왜 저 사람을 고용하는가’를 고민하면 됐다. 미래에는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질문이 반대편에서 제기된다. ‘왜 내가 그 기업에서 일해야 하지?’ 기업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긴장해야 한다. 국가가 잡다한 사회문제 해결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듯이, 기업이 스스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사회문제나 환경문제도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흡사 사회복지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모든 것이 허락되는 ‘네오섹스’ 시대
 
  [사회] 호르크스가 얘기하는 ‘신개념의 가정주부’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 차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새로운 협상(new deal)을 제시한다. 여성들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성공에 목말라 있는 남성들에게 자발적으로 넘겨준다. 대신 이들은 가정살림의 매니저로서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자녀교육 그리고 휴가계획까지, 현대적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의 흐름을 주관하고 조정하게 된다. 몇몇 가사활동은 제3자에게 위임하거나 대행한다. 물론 부업과 수익성을 지닌 취미도 가능하다. 가정은 자기 실현을 위한 장소로 될 것이다. 직장, 가사, 자기실현 등과 관련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해묵은 투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한다.
 
  사람들은 길어진 수명 때문에 50~60대쯤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된다. 과거였다면 중년의 위기가 시작되었을 그 시점에서 제2차 자아발견을 시도한다. ‘제2의 출발기’인 셈이다. 전통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따랐던 중년세대들이 젊었을 때에 꿈도 꾸지 않았던 반항을 뒤늦게 시작하게 된다. 가정주부로서 남편을 성실하게 내조했던 여성들이 자기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후, 이혼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자기 세계에 대한 욕구를 새롭게 불태운다.
 
  미래 가족 형태의 하나가 ‘네트워크 가족’이다. 미국에서 50%가 넘는 사람들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형성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 前(전) 부인(들) 또는 전 남편(들)이 자녀와 손자들, 게다가 재혼으로 얻은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한자리에 모이면, 그 사이에 늘어난 가족이 100명은 족히 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유전적인 차원과 각자의 사회 경제적 수준을 뛰어넘어 접촉하면서 새로운 파워를 형성한다. 넓게는 같은 집에 함께 사는 친구도 가족의 영역에 포함된다. ‘네트워킹’이 하나의 가족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육체] 육체는 정신과 비교해서 더 이상 低俗(저속)한 것이 아니다. 육체와 영혼의 밸런스가 중요시될 것이다. 육체는 ‘자아가 마지막으로 거처할 집’이고, 욕망을 실현시켜 줄 책임자로서 존중 받을 것이다. 21세기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를 하나의 소유물처럼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울 것이다.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한 메가 트렌드이다. 약품과 기구를 사용한 치료법의 신화가 점차 붕괴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육체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개발하고 있다. 증상을 좇아가는 치유의학에서 원인을 미리 대비하는 예방의학으로 전환하고 있고, 정통 의학에서 벗어난 대체의학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웰니스는 육체, 정신, 영혼 세 가지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회심리적 건강 개념으로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차지할 것이다.
 
  ‘네오섹스’라고 이름 붙인 미래주의적 성문화에서는 호모섹스, 변태성욕, 항문성교건 쌍방간 합의만 있으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행동계율이 수반된다. 가령 키스, 애무 등 각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상대방의 명시적인 허락을 얻어야 한다.
 
육체·영혼·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웰니스가 확산될 것이다. 사진은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주한외국인 자녀들.

 
  ◈ 미래 정치는 이데올로기의 뿌리에서 탈피
 
  [지식] 21세기 지식경제시대는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문법을 새롭게 짤 것을 요구한다. 주입식 학습, 일방통행 방식의 학습 개념은 사라진다. 전체를 상대로 한 표준화된 수업 대신 1 대 1의 개별화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동기, 학습 속도, 관심사 등을 스스로 정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교사는 자발적인 참여가 있는 수업을 가능케 하고 체계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럼 21세기 가장 중요한 지성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성을 인식하여 관계를 잘 맺을 줄 아는 ‘감성적 지성’. 둘째, 자기 육체가 보내는 신호를 이해할 줄 알고 또 그것을 존중하는 ‘육체적 지성’. 셋째,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고 복잡성을 해결할 줄 아는 ‘영적·직관적 지성’. 넷째, 정보에서 지식을 데이터에서 실제를 읽어내는 능력인 ‘매체적 지성’. 다섯째, 기술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은 물론 기술을 다루는 즐거움을 즐기는 ‘기술적 지성’. 여섯째, 탐욕을 절제할 줄 아는 ‘쾌락적 지성’. 일곱째,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설계를 할 줄 아는 ‘경제적 지성’. 마지막으로 여덟째, 어떤 현상을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비판적 지성’이다.
 
  [정치] 과연 정치는 해체되고 정당은 용도 폐기될 것인가. 그는 기술적인 복잡성이 초래한 위기의 시대에는 정치가 얼마나 탁월하게 새로운 ‘복합성’을 다루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역설한다.
 
  21세기 정치는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뿌리에서 벗어나 실용적이며, 실천적인 능력을 지닌 것으로 진화할 것이다. 정당은 강령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개별논리를 벗어나, 같은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느슨한 동맹 같은 형태를 지닐 것이다. 하나의 목적이 해결되면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헤쳐 모여’하게 된다. 정당은 외부를 향해 개방되어 지식인은 물론 非(비)정파적인 사람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정치는 교육과 사회정책 그리고 경제정책을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다. 정부부처별로 구획된 낡은 업무방식들도 프로젝트에 따라 부처들이 연합적으로 일하는 업무 형태로 바뀔 것이다.
 
 
  ◈ 절제와 질서가 더욱 중요해질 것
 
미래에는 ‘하이터치’가 키워드가 되면서 폭스바겐 뉴비틀처럼 향수 젖은 퓨전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소비] 미래 소비자는 디지털 소비자다.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언제든 최저가격 정보를 찾아내고, 자신의 소망, 꿈, 욕망을 미세한 부분까지 제품과 서비스로 현실화시킨다. 그렇다고 소비자를 하나의 특징으로 일반화시킬 수 없다. 10원이라도 싸게 사지 않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라도 타고 가서 최고급품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자기 체험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소비를 거부하는 유형도 새롭게 등장한다. 정반대되는 추세들이 상존한다.
 
  서비스에서도 ‘하이터치’가 키워드가 된다. 하이테크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과정, 그리고 통제에 대한 동경이었다면, 하이터치는 여기에 인간적인 것을 통합시키려는 시도다. 제품에도 하이터치가 적용돼, 세월이 새겨진 물건이 인기를 끌 것이다. 고색창연한 품위가 다시 부활되어, 녹,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것, 비바람에 풍화된 것이 다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고풍의 물건들은 역사를 말해주며, 스스로를 唯一無二(유일무이)한 珍品(진품)으로 만든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딱정벌레차)과 같은 향수 젖은 퓨전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정신) ‘절제’를 중시하는 가치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일상생활의 물질 과잉, 과도한 스트레스, 가족의 중요성, 다양한 매체로부터의 도피 욕구 등은 다운 시프팅을 21세기 중요한 사회문화 운동으로 만들 것이다. 시간은 새로운 개념의 사치가 된다. 200마력의 자동차를 타고 우쭐거리는 대신, 매일 오후 3시간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향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질서에 대한 동경’은 중요한 사회 테마가 된다. 세속적인 삶에서 사람들은 의식(儀式)에 대해 갈증을 느낀다. 한 사회가 개인중심적인 구조를 가지면 가질수록 의식은 더 많이 필요한 법이다. 종교가 여전히 그 기능을 유지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2030] 한국미래학회가 진단하는 한국의 2030년
 미래사회상을 구현할 미래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全相仁 한국미래학회 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1958년 대구 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 브라운대 사회학 박사.
⊙ 민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책임연구원,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임. 現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미래학회장.
⊙ 저서: <수정주의와 한국현대사>(공저) <고개숙인 수정주의> <한국현대사 진실과 해석> 등.
著者無 저자없음
<2030년은 200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이다. 사진은 2005년 8월 광복 60주년을 맞아 태극기로 뒤덮인 서울시청 앞에서 환호하는 어린이들.>

근대사회 이후 인간은 미래를 불확실한 상태 혹은 미지의 영역으로 내버려두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계몽주의와 진보사상, 그리고 합리주의적 사고에 의하면 미래는 不在(부재)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일단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또 방치되거나 포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학이 근대 西歐(서구) 학문체계에서 태동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은 미래연구(future studies)와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고, 이는 근대사회의 문명사적 모순이 發火(발화)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 중·후반 미래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주지하는 것처럼 1968년은 세계적 차원에서 顚覆(전복)과 혁명의 해였다. 1972년에는 로마클럽에 의해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가 公論化(공론화)됐다. 한국미래학회가 발족한 것은 근대화에 온 나라가 한창 매진하던 1968년이었다.
 
  근래 한국에서도 10년 후, 혹은 20년 후의 미래를 짚어보는 책들이 나오는 등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미래 담론에는 다소 특별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작금의 금융위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세계화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의 증폭 혹은 加速化(가속화) 문제를 일단 차치하고서 말이다.
 
  우선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다. 그 10년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미래한국을 위한 公共(공공)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던 최초·유일의 시기였다. 1962년에 시작된 네 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1981년에 마쳤고, 그 이듬해에 시작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은 1996년에 세 번째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게다가 盧武鉉(노무현) 정부는 과거사에 몰입하고 역사전쟁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退行的(퇴행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新(신)성장 동력의 발굴이나 차세대 산업의 육성, 녹색성장과 같은 정책들을 제시했다. 대통령 소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설치됐고, 재경부에 국가기획 업무가 오랜만에 합쳐져 기획재정부가 탄생했다.
 
  미래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바람직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미래담론은 몇 가지 점에서 걱정스럽다.
 
 
  ◈ 미래담론의 문제점
 
  첫째, 미래에 대한 관심이 다분히 엘리트 중심의 下向的(하향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예측과 비전 제시는 국가 리더십의 몫이자 책임이다. 또 거기서 제시되는 미래의 꿈이 국민들 사이에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의 희망 자체를 일반국민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래구상 혹은 미래계획 과정이 민주화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대비 혹은 미래준비 역량을 보다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미래를 준비하면서 이른바 연구자나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소비자, 생활자, 납세자 관점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위로부터의 전문적 미래비전은 자칫 미래담론의 이데올로기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미래예측의 한국적 토착화 문제다. 물론 미래 트렌드의 세계적 성격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른바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 혹은 메가 트렌드(mega trend)라고 하는 것이 한국 특유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작금에 국내에서 유행하는 미래학은 미래예측 전문 ‘국제 세일즈맨’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어 한국적 현실과 맥락이 잘 닿지 않는 측면이 종종 있다. 미래학의 세계적 碩學(석학)들은 한국의 미래를 세계적 추세에 단순 代入(대입)하는 외삽적 예측(extrapolative forecasting)에 능한 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의 전제(tyranny of the past)’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미래 또한 궁극적으로는 역사적이고 ‘경로의존적(path-dependent)’일 수밖에 없다. 또 그들에게는 논리적 모순도 가끔 발견되는데, 가령 가까운 장래에 맞게 될 국가의 汎(범)세계적 종말을 예견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미래전망을 일부 세계적 미래학자에게 의존하는 풍조는 사대주의에 가깝다.
 
  셋째, 현재 국내의 미래연구 붐이 다분히 과학기술 중심적이라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推動(추동)하는 막강한 힘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 여하에 한국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적 윤리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과학기술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이거나 수단적일 뿐이다. 여기서 단순히 미래연구가 융합학문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혹은 미래에 대한 과학기술 중심적 접근이 배후에 존재하는 자본의 힘과 논리를 대변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만도 아니다. 미래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世代(세대)의 문제며, 세대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문제다. 미래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사회, 문화와 역사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2030년은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386세대가 퇴장하는 시점이다.

 
  ◈ 왜 2030년인가?
 
  지난 2005년, 한국미래학회는 한국사회가 그 이전과 뚜렷이 대비되는 역사적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미래학회는 지구화와 정보화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변동의 불확실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으며, 미래에 대한 탐색과 준비는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공히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이념과 가치를 수정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정치실험을 보면서 한국사회가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음을 느꼈다.
 
  이런 생각은 2030년경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미래학회가 2030년이라는 시점에 주목한 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2005년에서 2030년까지의 25년은 한 세대 정도에 해당하는바, 2030년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미래라고 판단했다. 곧, 미래예측과 관련된 의미와 검증의 문제를 함께 고려한 결과였다.
 
  둘째, 2030년은 2000년대 이후에 출생한 이들이 고등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점이라는 점이 중시되었다. 다시 말해 인구학적 측면에서 2030년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主役(주역) 세대를 상정했다.
 
  셋째, 2030년은 2005년 당시 한국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이른바 ‘386 세대’가 사회적으로 퇴진했거나 퇴진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특정 그룹 및 그들의 이념적 정향에 대한 事後(사후) 평가가 가능한 시점으로 2030년을 설정한 것이다.
 
  끝으로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 25년 내외가 통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최대 기간이라는 사실이 고려됐다.
 
  한국미래학회가 펴낸 <한국 2030>에서는 미래를 ‘있음직한 미래(likely future)’와 ‘바람직한 미래(desirable future)’라고 하는 실증적 및 규범적 차원으로 양분한 다음, 2030년에 이르는 동안 전개될 한국사회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바람직한 미래’를 ‘있음직한 미래’로 만들 수도 있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곧, 미래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으로 본 것이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 ‘알버트휴보’와 함께 걷고 있다.

 
  ◈ 한국미래학회가 본 2030년의 한국
 
  정치 분야를 담당한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소위 ‘386 세대’에게 향후 20년 정도의 세월이 위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86세대가 기성 체제 속에 포섭·포획되거나 기존의 엘리트 내지 전문가 집단의 비전을 차용하는 경우, 그들의 개혁 실험은 비참한 一場春夢(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 분야를 맡은 한준 연세대 교수는 低(저)출산과 고령화 및 인구감소 추세가 2030년에 이르면 개인적·국가적으로 심각한 혼란과 부담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노동 부문에 있어서도 작금의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적 안정과 통합의 문제는 각종 사회조직과 제도에 대한 신뢰구축 여하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경제 분야를 담당한 우천식 박사(KDI)는 2030년까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불안정한 저성장과 소득 兩極化(양극화)의 심화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분간 5% 수준의 경제성장을 실현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기술경제 및 기술사회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광범위한 제도혁신을 통해 미래의 성장기반을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분야를 맡은 김태종 박사(KDI)는 지식기반사회로의 획기적 진전을 예상하면서 2030년이 되면 명실상부한 평생교육의 시대가 도래할 뿐 아니라 정규교육의 초점도 ‘지식의 획득’이 아닌 ‘학습능력의 부여’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식경제시대로의 이행과 사회통합의 유지를 위해 교육의 역할이 향후 보다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公(공)교육의 강화 내지 再(재)구조화를 핵심적 관건으로 꼽았다.
 
  끝으로 정재승 KAIST교수는 과학기술 분야의 역할은 2030년이 되면 지금처럼 ‘생존의 문제’에 무게를 두거나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2030년경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으로서 우주산업과 환경공학을 제안했다.
 
 
  ◈ 대한민국 체제의 지속가능성
 
  2009년 벽두의 시점에서 볼 때 미래사회에 관련된 세계적 차원의 불확실성은 경제나 환경, 테러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국내 상황을 보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좀처럼 되살아나고 있지 않다. 四分五裂(사분오열)된 사회와 더불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취임 첫해부터 20~30%에 묶여 있는 지금, 한국에서 미래를 말하고 선진화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벅차 보인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성황중인 미래담론이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미래구상과 미래기획에 정치적 동력을 싣고 사회적 합의를 보태지 못하는 것은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대한민국 체제의 재생산(reproduction) 혹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자기치유 의지, 자기교정 능력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2030년에 대한 전망이나 논의 자체가 무력화되고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先行(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 자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현상유지 혹은 확대재생산 능력은 대개 세 가지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사회구성원 모두가 체제의 이념적 기초와 정향 및 헌법적 규범에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이 아직도 현실 속에 충분히 着根(착근)되어 있지 않다. 규범과 실천, 문화와 실제 사이의 괴리 내지 불일치 현상인데, 이는 단기간의 편법과 정파적인 특혜를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체제 전체의 장기구조적 지속가능 역량을 훼손시키고 있다.
 
  둘째, 가진 자의 윤리적 의무를 뜻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의 有無(유무)다. 무릇 선진국가란 가진 자는 많이 베풀고, 도움을 받은 자는 그것에 대해 감사함으로써 가진 자의 나눔을 더욱 더 자극하는 善(선)순환의 사회다. 바로 이것이 선진국가의 지도자나 지배계급이 일반국민들의 동의나 지지를 받으며 체제를 지켜나가는 숨은 비결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상류층들은 베푸는 일에 인색하고 일반 대중들은 그들의 성취나 선행 혹은 나눔에 대한 평가에 야박하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와 일반국민 사이에, 그리고 사회계층 간에 적대적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기는 어렵다.
 
  셋째, 한 사회가 꿈꾸는 미래사회상을 구현할 미래세대가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미래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미래세대는 자기부정의 역사관과 민족중심의 세계관으로 무장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다. 그들 가운데 다수는 이른바 진보좌파 이념의 덫에 갇혀 절대적 평등주의와 反美(반미)적 민족주의, 그리고 맹목적 평화주의 정서에 깊이 물들어 있다. 미래의 주역들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을 멀리하고 있다면 현재의 미래담론은 그야말로 砂上樓閣(사상누각) 아니겠는가.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은 커다란 성취를 이룩했지만, 미증유의 '앵그리 세대'를 양산했다. 사진은 2008년 촛불 시위 당시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

 
  ◈ 미증유의 ‘앵그리(angry) 사회’
 
  성공한 대한민국이 미래를 위한 선진화를 모색하는 이 시점에서 그려보는 우리 사회의 自畵像(자화상)은 결코 밝은 모습이 아니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지배세력은 정치·경제적으로 커다란 성취를 이룩하면서 ‘헝그리(hungry) 사회’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미증유의 ‘앵그리(angry) 사회’를 남겨 놓았다.
 
  전국의 청소년 다섯 가운데 한 명 정도가 “10억원을 갖게 된다면 10년쯤 감옥에 가도 좋다”고 응답했다는 최근의 한 사회조사 결과는 한국의 미래를 떠맡게 될 후속세대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결국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구호나 修辭(수사), 추세나 수치, 혹은 유행이나 담론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를 말하고 꿈꾸는 道程(도정)에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일이다.
 
  미래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어 그냥 찾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미리 어떤 기준이나 정답이 있어 그저 갖고 오면 되는 것도 아니다. 미래의 출발은 어디까지나 현재 여기다. 2030년 대한민국이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 정도가 아마도 유일하게 남겨진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과학기술은 인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자기증식하는 나노기계가 지구 뒤덮어 인류 최후의 날 맞을 수도
 
李仁植 과학문화연구소장
⊙ 1945년 광주 출생.
⊙ 광주제일高-서울大 졸업.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역임.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ㆍ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ㆍ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 수상.
⊙ 저서: <지식의 대융합> <미래교양사전> 등.
著者無 저자없음
<나노봇이 적혈구 세포 주변을 돌면서 바이러스를 찾는 가상도.>

“매트릭스는 사방에 있네. 우리를 전부 둘러싸고 있지. 심지어 이 방안에서도. 창문을 통해서나 텔레비전에서도 볼 수 있지. 일하러 갈 때나 교회 갈 때, 세금을 내러 갈 때도 느낄 수가 있어.”
 
  1999년 선보인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대사 한 대목이다. 영화의 무대는 2199년 인류와 인공지능 기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류를 정복하여 사람을 자신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노예로 사육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상황을 모른 채 행복하게 산다.
 
  매트릭스로 상징되는 테크놀로지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었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었든 현대사회의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이다. 단지 <매트릭스>는 우리가 첨단기술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고 있을 따름이다.
 
  2001년 12월, 미국 과학재단과 미국 상무부는 학계, 산업계, 행정부의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인간 활동의 향상을 위한 기술의 융합>(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4대 核心(핵심)기술, 곧 나노기술(N)·생명공학기술(B)·정보기술(I)·인지과학(C)이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된 것(NBIC)을 융합기술(convergent technology)이라 정의하고, 10~20년 뒤에 융합기술이 바꾸어 놓을 인류사회의 모습을 20개의 시나리오로 그려 놓았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2020년의 미래사회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인간 활동의 향상을 위한 기술의 융합
 

인류의 미래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로봇에 의해 발전되고 계승될 수 있다.

  ●인간의 뇌와 기계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곧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가 산업·교통·군사·스포츠·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센서와 컴퓨터가 일상화되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상태·환경·화학오염·잠재적 위험·각종 관련 정보를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신체는 좀 더 잘 견디고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게 되며 손상된 부위의 복구가 쉬워지고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 생물학적 위협, 노화 과정에 대해 더 잘 버티게 된다.
 
  ●주택에서 비행기까지 모든 종류의 기계와 구조물은 바람직한 특성, 예컨대 변화하는 상황에의 적응 능력, 높은 에너지 효율성, 환경친화성 등을 정확하게 가진 물질로 만들어진다.
 
  ●국가안보는 정보화된 전투 시스템, 고성능 무인 전투용 차량, 안전한 데이터 네트워크, 생물·화학·방사능·핵 공격에 대한 효과적 방어 수단 등에 의해 크게 강화된다.
 
  ●기술자·예술가·건축가·설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확장된 창조 능력을 경험한다.
 
  ●우주에 대한 위대한 약속이 효율적인 발사체와 로봇에 의한 외계기지 건설. 달이나 화성 또는 지구 근처 소행성의 자원 활용으로 마침내 실현된다.
 
  ●공식적 교육은 나노 규모에서 우주 규모까지 물리적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知的(지적)인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커리큘럼으로 바뀐다.
 
  2020년까지 인간 활동의 향상을 위해 특별히 중요한 융합기술 분야로는 다음 네 가지가 선정되었다.
 
  ●제조·건설·교통·의학·과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물질, 장치, 시스템. 이를 위해서는 나노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보기술 역시 역할이 막중하다. 미래의 산업은 생물학적 과정을 활용해 신소재를 생산한다. 따라서 재료과학 연구가 핵심이 된다.
 
  ●나노 크기에서 동작하는 부품과 공정의 시스템을 가진 물질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생물 세포.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의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 정보기술 중에서 가상현실(VR) 기법은 세포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유비쿼터스 및 글로벌 네트워크로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는 컴퓨터 및 통신 시스템의 기본 원리. 나노기술이 컴퓨터 하드웨어의 신속한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인지과학은 인간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정보기술이 뇌 연구에 새로운 기법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융합기술이 인간의 생산성과 독립성을 향상시키면 “인류 전체가 하나로 분산되고 상호 연결된 뇌처럼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제는 르네상스의 정신에 다시 불을 붙일 때”라고 주장했다. 르네상스의 기본 특질은 全一(전일)주의(holism)로서 여러 분야를 공부한 창의적인 개인은 “오늘은 화가였다가 내일은 기술자, 모레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융합기술이 인류사회에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줄 것을 희망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20가지 시나리오가 2020년까지 실현되면 인류의 생산성과 삶의 질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 사람, 동물, 식물이 유전자 주고받아 새로운 種 대량 등장
 
  2020년 어느 날, 당신은 부엌으로 가서 큰 소리로 무얼 먹으면 좋을지 컴퓨터에게 묻는다. 부엌의 컴퓨터는 지난 몇 주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몇몇 식품의 재고를 알아본 뒤 서너 종류의 요리를 제안한다. 가령 삼계탕을 주문하면 요리 소프트웨어는 재료를 골라 음식을 만든다. 그동안 당신은 비디오 메시지가 들어왔는지 큰 소리로 물어 본다. 곧 거실 저쪽 벽에 스크린이 나타난다. 메시지를 살피는 동안 부엌에서는 음식이 다 되었다는 신호가 온다.
 
  컴퓨터를 부엌이나 벽 속처럼 주변의 곳곳에 설치하는 기술은 말 그대로 컴퓨터가 어디에나 퍼져 있다는 뜻에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 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실현되면 주변의 모든 물건이 지능을 갖게 되므로 영리한 물건들은 스스로 생각하며 사람의 도움 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테면 돼지고기에 숨겨 둔 컴퓨터는 오븐 안에서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고기가 알맞게 익도록 한다.
 
  2020년 어느 날. 당신은 아마도 레몬 향기가 풍기는 잔디에 누워서 하늘색 장미를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장미 향기가 나는 제라늄, 給水(급수)가 필요할 때 저절로 빛을 내는 난초, 알맞은 키에 성장을 멈추는 울타리 나무들을 보게 될 것 같다. 이러한 식물은 유전자 이식(transgenic) 기술로 만들어진다.
 
  2020년대에는 유전자 이식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유전적으로 무관한 생물 사이에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져서 사람, 동물, 식물이 서로 유전자를 주고받아 새로운 種(종)이 쏟아져 나온다.
 
  유전공학은 의료기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누구나 스니프(SNP)를 알고 있으므로 유전적 특성에 따라 ‘맞춤약’을 지어 먹고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니프는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다른 염기 배열을 뜻한다. 염기 배열은 평균적으로 300개당 한 개꼴로 다르며, 이것이 인간의 다양성, 곧 체질이나 생김새, 또는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 특성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유전자가 보강된 수퍼인간의 등장
 
인공 와우각 이식 수술 장면.

  2020년대에는 유전자 치료가 의학혁명을 일으켜 유전병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치료의 한 방법으로 채택된다. 먼저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병, 혈우병 등 단일 유전자의 결함으로 유발되는 질병이 퇴치되고, 이어서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 환경적 영향이 유전적 요소와 결합된 질병이 완치된다.
 
  유전자 치료에는 체세포 치료와 생식세포 치료가 있다. 유전자 치료의 결과로 변화된 유전적 조성이 체세포 치료의 경우에는 환자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정자 또는 난자를 다루는 생식세포 치료의 경우에는 환자의 모든 자손에게 대대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전자 치료는 질병 치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식세포에서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능, 외모, 건강을 개량하는 유전자를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맞춤아기’를 생산할 수 있다.
 
  2020년대에는 설계대로 만들어진 주문형 아기가 출현하게 됨에 따라 인류사회는 優生學(우생학)의 소용돌이에 말려든다. 경제 능력에 따라 유전자가 보강된 수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으로 사회계층이 양극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생식세포 치료의 허용 범위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불붙게 된다. 인류가 스스로 자신의 후손과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축복인가 아니면 저주인가.
 
  2020년대에는 體外(체외)발생(ectogenesis) 기술이 완성되어 맞춤아기 문제와 함께 인간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심각한 윤리적 쟁점으로 부상한다. 2020년경 인공자궁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인공자궁이 완성됨에 따라 태아를 완전히 어머니 몸 밖에서 발육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에서처럼 체외수정과 체외배양이 임신을 대신하게 된다. 이처럼 어머니의 몸을 일절 빌리지 않고 시험관 안에서 수정되어 인공자궁에서 발육된 다음에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체외발생이라 한다.
 
  체외발생 기술 덕분에 여자들은 임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자궁은 맹장처럼 쓸모 없는 존재로 추락한다. 인간의 성교는 생식과 무관해지면서 성욕을 탐닉하는 오락행위로 바뀐다. 더욱이 체외발생 기술로 익명의 정자와 난자로부터 시험관 아기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인류사회는 정체성의 위기에 봉착한다. 누가 아버지이고 누가 어머니란 말인가. 그들에게 부모란 아예 없는 것은 아닌가. 체외발생으로 생명을 얻은 그 아기들을 정녕 인간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2025년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을 것이다. 2008년 9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2025년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선정해 <현상파괴적 민간 기술>(Disruptive Civil Technolog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기존의 기술을 일거에 몰아내고 시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기술을 현상파괴적 기술이라 한다. 금속 인쇄술, 증기기관, 자동차, 전화, 나일론, 컴퓨터, 인터넷 등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꾼 기술들은 본질적으로 현상파괴적 기술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에는 2025년 미국의 현상파괴적 기술로 여섯 가지가 선정되어 있다. 생물노화기술, 에너지 저장 소재, 생물연료 및 생물기반화학, 청정석탄 기술, 서비스 로봇, 만물의 인터넷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의 현상파괴적 기술
 
2030년이면 누구나 사이보그가 될 수 있다.

  ●생물노화기술은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연구하여 평균수명을 연장하고 노인의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 노화를 저지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의 수명이 갈수록 연장될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현저히 개선된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고용 형태, 은퇴 제도, 각종 사회보장 제도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구 노령화는 국가 경쟁력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교육, 결혼, 가족 등에 대한 고정관념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것이므로 생물노화기술은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임에 틀림없다.
 
  ●에너지 저장 소재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소재 및 관련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배터리 기술은 물론 수소전지를 비롯한 수소저장 소재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미국 경제구조를 화석연료 중심 패러다임에서 수소기반 경제로 바꾸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생물연료 및 생물기반 화학은 동식물로부터 연료를 추출해 내는 기술이다. 생물연료는 화석연료의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서 석유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청정 석탄기술은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훨씬 높은 석탄을 환경 친화적인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석탄 청정화 기술로 석탄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면 석유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재생에너지가 대량생산될 때까지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의 석탄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67%를 차지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석유기반 경제를 100~200년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로봇은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사람을 도와주거나 사람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데 도구로 이용되는 로봇, 곧 개인용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대신 하는 것부터 노약자를 돌보거나 오락을 제공하는 로봇까지 다종다양하다. 2020년경부터 서비스 로봇이 미국의 각 가정에 필수적인 존재가 되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개막된다.
 
  ●‘만물의 인터넷’은 지구가 전자 피부로 뒤덮인다는 개념이다. 지구의 전자 피부는 원격측정 기능을 가진 장치, 예컨대 온도, 압력 또는 공기 오염을 측정하는 기기, 카메라, 마이크로폰 따위로 구성된다. 이러한 장치들은 사람, 도시, 고속도로, 선박, 환경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감시한다. 이러한 원격측정 시스템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구의 피부 또는 신경계의 역할을 한다. 전자 피부의 세포들이 원격 감지한 정보를 처리하고 소통시키는 뼈대는 인터넷이다. 다시 말해 2025년에 만물의 인터넷에 연결된 수많은 원격측정 장치들이 신경세포처럼 작용하여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원격 감시 및 제어한다. 따라서 국가경제에서 일상생활까지 미국 사회는 만물의 인터넷에 의해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된다.
 
  2020년대 중반에는 나노 크기의 로봇, 곧 나노봇(nanobot) 전성시대가 열린다. 나노봇은 나노기술의 결정체로서 나노의학의 핵심이다. 1986년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가 <창조의 엔진>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은 나노봇이 30여 년 만에 실현되는 셈이다.
 
  나노의학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일종의 나노기계로 간주한다. 이러한 자연의 나노기계를 인공의 나노기계로 물리치는 방법 말고는 더 효과적인 전략이 없다는 것이 나노의학의 기본 전제다. 나노봇은 인체 안에서 잠수함처럼 혈류를 헤엄치고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격멸한다. 드렉슬러가 ‘세포 收復(수복)기계’라고 명명한 나노봇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마치 자동차 정비공처럼 손상된 세포를 수리한다. 요컨대 나노봇이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나노봇은 뇌의 모세관 안에서 활동하면서 인간의 지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말하자면 분자 수준에서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재설계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인체 기관과 조직의 95% 인공기관으로 교체 가능
 
포스트휴먼 시대에 누가 인류의 상속자가 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나노봇은 사람을 사이보그로 만드는 기술의 한 가지에 불과할 따름이다.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 발달하면서 사람이 사이보그로 바뀌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조직공학에서는 사람의 세포로 피부나 연골 따위의 단순 조직에서부터 심장, 간, 콩팥 등 복잡한 기관까지 만들어낸다. 사람의 심장처럼 완전한 기관은 2015년 전후, 간은 2030년 개발된다. 요컨대 2030년 전후로 팔다리를 포함해서 인체의 기관과 조직의 95%가 인공기관으로 교체 가능하게 된다.
 
  사람의 몸을 100% 인공기관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것은 뇌 때문이다. 뇌 전체를 통째로 바꿀 수 없지만 신경공학에 의해 뇌 기능의 보완이 가능해진다. 뇌의 손상된 부위를 전자장치로 대체하는 뇌 보철 기술은 뇌 질환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뇌 기능 향상에 사용된다. 가령 신경세포 안에서 뇌의 활동을 직접 관찰하거나 측정하는 장치가 개발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는 신경세포 활동의 정보를 무선신호로 바꾸어 뇌 밖으로 송신한다. 거꾸로 무선신호를 신경정보로 변환하는 수신 장치를 뇌에 삽입할 수 있다. 사람 뇌에 무선 송수신기가 함께 설치되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직접 정보가 전달된다. 이러한 통신방식은 ‘무선텔레파시’라고 불린다.
 
  2050년 무선텔레파시 기술이 실용화되면 인류의 의사소통 체계는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이러한 뇌 이식 장치를 가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 분포한 만물의 인터넷에 접속하여 생각으로 보내는 신호만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므로 전화나 텔레비전은 물론 언어마저 무용지물이 되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옛말이 되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은 정녕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 마음의 아이들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조직공학, 신경공학 등이 발달하면서 사람이 사이보그로 변신함에 따라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사람과 기계가 한몸에 공생하는 인간 사이보그는 보통 인간을 심신 양면에서 압도적으로 능가하므로 ‘포스트 휴먼’으로 분류된다.
 
  21세기 후반에 인류사회의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한 포스트 휴먼은 거주지를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2015년 달에 영구기지가 건설되고 2030년 달 기지를 발판으로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게 된다. 화성은 테라포밍(terraforming)을 거쳐 사람이 활동하기에 알맞도록 바뀐다.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포스트 휴먼은 21세기 후반 어느 시점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구와 우주를 왕복하면서 우주촌의 주인 노릇을 할 것이다.
 
  2030년대에는 인간의 몸이 기계로 바뀌어 갈 뿐만 아니라 기계는 생물처럼 자기증식하는 능력과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능력을 갖게 된다. 2000년 4월 미국의 컴퓨터 이론가인 빌 조이가 발표한 글인 <왜 우리는 미래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에 언급된 자기복제 기계가 나타날 것이다. 대표적인 자기증식 장치는 에릭 드렉슬러가 <창조의 엔진>에서 상상한 어셈블러(assembler)다. 어셈블러는 분자를 원료로 사용해 이들을 유용한 거시물질의 구조로 조립해 내는 분자 크기의 장치다.
 
  어셈블러가 어떠한 물체도 조립할 수 있다면 자신도 만들어 내지 말란 법이 없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도 복제할 수 있다. 이 나노봇은 생물체의 세포처럼 자기증식하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해 인간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어셈블러가 자기복제를 멈추지 않으면 지구는 나노봇 떼로 뒤덮일는지 모른다. 드렉슬러는 자기증식하는 나노기계가 지구를 뒤덮게 되는 상태를 ‘잿빛 덩어리’라고 명명하고, 이 상태가 되면 인류는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라고 상상했다.
 
  2030년대의 기계는 지능 면에서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컴퓨터는 이미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해 기계는 할 수 없고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이를테면 특이점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특이점은 인간을 초월하는 기계가 출현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2040년대에는 사람처럼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나타나서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기 시작한다. 미국 로봇공학자인 한스 모라벡이 <로봇>(1999)에서 2050년 이후 지구의 주인은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러한 로봇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유산, 이를테면 지식·문화·가치관을 모두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넘겨줄 것이므로 ‘자식’이라 할 수 있다. 모라벡은 이러한 로봇을 ‘마음의 아이들’이라 명명했다. 모라벡은 인류의 미래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혈육보다 사람의 마음을 물려받은 기계, 곧 마음의 아이들에 의해 발전되고 계승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로보 사피엔스와 더불어 살아야
 
  21세기 후반, 사람과 로봇이 맺게 될 사회적 관계는 세 가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첫째, 로봇이 여전히 인간의 충직한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主從(주종) 관계가 유지된다. 둘째,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사람과 로봇이 서로 돕고 사는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가령 모라벡은 <마음의 아이들>에서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옮겨 사람이 말 그대로 로봇으로 바뀌는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그러니까 2050년대 이후부터 기계를 몸 속에 지닌 사이보그, 곧 포스트 휴먼은 사람 마음을 지닌 기계, 곧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와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 될지 모른다.
 
  2030년대부터 사람의 지능을 따라잡기 시작한 로보 사피엔스는 창조주인 호모 사피엔스를 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인류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느 누가 감히 상상해 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2030] 첨단과학기술의 미래
 3차원 화상통화로 아내에게 진한 키스 선물
 
李埈承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 1947년 경북 울진 출생.
⊙ 춘천高·연세大 생물학과 졸업, 同 대학원 박사.
⊙ 독일 본대학교 객원연구교수, 일본 도호쿠大 객원교수,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장,
    미국 식물생리학회 정회원,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이사.
⊙ 現 이화여대 교수.
著者無 저자없음
<2008년 12월 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가운데)이 마네킹(오른쪽)의 배를 뾰족한 물체로 찌르려 하자, 가상현실 고글을 통해 마네킹을 자기 몸으로 착각하고 있는 피실험자가 움찔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는 항상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놀라운 사실들을 만난다. 전쟁과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라크는 한때 세계 4大(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였다. 1840년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 중국과 인도는 세계 무역의 40%를 점유하고 있었다. 1938년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필리핀이었다.
 
  1944년 최초로 등장한 컴퓨터는 현재의 컴퓨터보다 200배나 비쌌지만 성능은 5만분의 1이었다. 1960년까지 ‘중동의 스위스’는 레바논이었고, ‘아프리카의 스위스’는 우간다였다. 1960년대 日製(일제)는 낮은 품질의 값싼 제품으로 통했다. 1999년 빌 게이츠의 자산은 지구상 141개국의 연간 생산액보다 큰 규모였다.
 
  이런 사실들은 재미로 회자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라들 중 과거보다 쇠락한 국가들과 혁혁한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 사이의 차이점도 얘깃거리다. 이런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의 숙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경제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인간의 생활환경을 바꾸는 등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6000년이 넘게 지속됐던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시킨 것은 증기엔진의 발명이었고, 산업사회를 정보사회로 바꾼 이면에는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있었다. 또 미래를 바이오 사회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유전자를 해석하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기반 경제에서도 과학기술은 수많은 도전들에 대한 응전의 수단으로서 핵심 역할을 한다. 미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서로 융·복합화되면서 新(신)산업·신기술을 창출해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과학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들이 경험하게 될 미래 첨단 과학기술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내용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해 수행한 ‘미래 과학기술의 예측’을 토대로 한 것이다.
 
 
  ◈ 전자 비서, 가상 애완동물 등장
 

2020년경에는 홍채인식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다.

  첫째,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이뤄질 것이다. 2020년에는 환자와 의사가 온라인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또 원격진료 시스템에서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환경의 상태를 느끼는 것처럼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기분과 주위환경 상태까지 감지하는 ‘감지컴퓨팅 기술’이 2030년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통신을 하거나 감각기관의 기능을 향상시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게 될 ‘디지털 안경’도 등장할 것이다. 전화 상대의 모습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표현해 주는 ‘홀로 폰(phone) 3차원 화상통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3차원 화상통화를 통해 남편은 아내가 느낄 수 있는 입맞춤을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수집한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비서’도 등장할 것이며, 냉장고에 있는 요리재료를 바탕으로 건강식단을 작성해 자동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스마트 오븐’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재해·재난에 신속히 대응해 안전한 삶이 가능하고, 청정에너지와 新(신)에너지원의 개발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2020년에는 주유소에서 석유 대신 수소를 공급받아 ‘수소연료전지차’를 운전하게 되고, 수 kW급 가정용 전지 및 수백 MW급 발전소용 ‘연료전지’가 상용화되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2018년에는 기존 발전방식과 경쟁이 가능한 低價(저가)·고효율 태양전지가 개발돼 대량 보급될 전망이다. 2020년에는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돼 근력 보조장치 등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착용형 로봇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2030년에는 주변의 각종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스마트 더스트’가 상용화될 예정인데, 고층 건물 벽면에 ‘스마트 더스트’를 뿌려 놓으면, 조그만 균열이나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 더스트’가 이를 감지해 큰 재난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셋째,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의 발전으로 삶의 터전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오염원이 사라진 도시는 쾌적한 생활환경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025년에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에 노출된 오염 토양을 식물을 통해 치유하는 ‘토양오염 제거용 식물’이 등장하고, IT 인프라를 토대로 안전하고 편리한, 친환경 도시를 구현하는 ‘U-시티’가 구현될 것이다. 또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냄새가 나는 가상 애완동물인 ‘홀로그램 펫(pet)’도 등장할 예정이다.
 
 
  ◈ 기계에 대한 거부감 사라져
 
인체 속에 들어가 질병을 퇴치하는 나노봇.

  넷째, 첨단기술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언어의 장벽도 사라지는 신개념 네트워크 세상이 열릴 것이다. 2020년에는 무선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과 연결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 및 정보를 수신 가능한 ‘MP3 귀걸이’가 등장하게 된다.
 
  음성인식 및 소통이 가능하도록 특정언어로 작성된 문장을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자동 번역해 주는 ‘만국어 번역기’가 2025년에 실용화될 것이다. 2020년에는 주요 건물이나 거리, 지하철에는 홍채나 망막 등으로부터 인간의 생체정보를 추출해 개인 정보를 자동 인식하는 ‘자동 신원인식 시스템’이 상용화될 것이다. 종이처럼 얇고 필요할 때 펼쳐볼 수 있는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디서나 편리하게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종이’가 2019년에 등장할 예정이다.
 
  다섯째,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의료기술 및 서비스의 발전, 획기적으로 개선된 질병 진단치료 시스템으로 인해 건강한 삶이 가능하게 된다. 의사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용 로봇’이 2020년에 등장하며, 무선으로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인체이식 칩’이 2016년에 개발되고, 혈액형에 상관없이 수혈이 가능하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인공혈액’도 개발될 전망이다. 또 인체 내로 들어가 직접 약물을 전달하고 치료하는 ‘나노 로봇’도 2020년경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상의 과학기술 발전은 2020년대와 2050년대에 혁신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2020년대의 과학기술은 ‘융합기술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융합기술 혁명은 IT(정보통신)·BT(생명공학)·NT(나노 테크놀로지)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각각의 기술과 영역간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경제·산업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대는 ‘인지과학 및 인류의 새로운 도전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2050년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기계의 인지경계가 사라질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인류의 삶에 대해 새로운 가치관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사회는 세계적 차원에서 환경·산업·문화 등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므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포착할 수 없다. 특히 全(전) 세계가 더욱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경쟁하면서 누가 먼저 준비하고 선점하는가 여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상 변화의 메가 트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다섯 가지 관점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세상 변화의 메가 트렌드
 
  첫째,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다.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 시스템은 범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세계경제의 공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화·세계화 시대에 맞춰 국가 간 우수 두뇌 쟁탈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기업은 국경을 넘어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되고, 세계화에 대한 적응 여부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성장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또 미국, 일본,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다극화될 전망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차이로 국가, 지역, 기업, 개인 간 양극화의 심화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둘째, 에너지·자원·환경 문제의 심화다. 최근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증가에 비해 공급부족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 에너지자원 확보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특히 향후 세계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알래스카에서도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오존층 파괴,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오염은 장기적으로 생태계 변화와 기상재해 등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크게 위협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빙산의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현상 등이 발생하게 되고,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화될 전망이다. 미래에는 기후변화, 물 수요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권뿐만 아니라 물도 시장에서 권리가 거래되는 등 치열한 확보경쟁이 발생될 전망이다.
 
필립스가 개발한 로봇 알약 아이필.

  셋째, 과학기술의 발전과 융합현상의 가속화다. 정보전자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 등의 기술융합 현상에 따라 경제·사회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발생할 전망이다. 국제여행 증가, 기후변화, 인구밀집 지역의 열악한 위생상태 등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신종 질병에 인류가 노출될 위험성이 증대될 것이다. 이에 대비한 혁신적 의학기술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또 규모의 경제가 세계시장 단위로 확대되어 국가간, 기업간 기술표준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적재산권을 통한 기술패권주의가 부각될 전망이다.
 
  넷째,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다. 현재 약 64억명인 세계 인구는 2050년에 약 89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인데, 인구성장의 98%가 저개발 국가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의 북반구 지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남반구 지역은 인구증가와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 받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현상과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0년 약 5000만명으로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50년에는 약 4200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2008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가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10%를 차지하지만, 2016년에는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앞지를 전망이다.
 
 
  ◈ 창조적 상상력
 
한양대 한창수 교수팀이 개발한 입는 로봇‘헥사’. 로봇팔로 40kg을 거뜬히 들며, 로봇다리를 장착하면 45kg짜리 짐을 진 채 가파른 계단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다섯째, 새로운 안보 이슈의 등장이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 군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국제질서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 미·중의 패권 경합, 중·일의 아시아 외교경쟁, 지역국가 간 영토와 역사분쟁 등으로 동북아 긴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란 등의 평화적 核(핵)주권 주장과 핵 개발 의지는 범세계적으로 핵확산 우려를 증대시키고, 중동지역과 국제정세의 전반적 불안이 증대될 전망이다.
 
  안보의 개념도 지금까지의 군사안보 개념에서 테러, 질병, 환경, 재난, 국제범죄 등 인간중심의 안보개념으로 전환되고, 안보위협의 원천도 국가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 특정집단, 국제 NGO 등으로 다원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 변화에 따라 미래사회는 새로운 수요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창출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요와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한 장면.

  얼마 전 개봉된 미래과학 영화 <아이언맨>에서 천재 과학자 토니 스타크는 가공할 만한 전투력을 가진 웨어러블(입는) 로봇을 발명, 이를 입고 활동해 많은 관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먼 미래 공상과학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웨어러블 로봇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입는 로봇 ‘HAL’을 개발했는데, 이것을 사람이 착용하면 20kg의 물건을 들 수 있던 체력으로 60kg의 물건도 거뜬히 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입는 하체 보조 로봇 ‘블릭스’를 착용하면 31kg의 짐이 2kg 정도로 느껴져 무거운 짐을 거뜬히 들 수 있다고 한다. <아이언맨>에서 등장한 로봇은 향후 10~15년 이내에 상용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상상력’이야말로 지식의 원천이며,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 무엇을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상과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힘은 상상력이며,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가능케 하는 힘은 과학기술이다. 창조적 상상력과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주인공은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대한민국 2030] 20년 후의 유비쿼터스 세상
 66세의 노인 유비氏의 디지털과 접목된 하루
 
韓昌敏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 1964년 서울 출생.
⊙ 용문고·연세대 철학과 졸업.
⊙ 조선일보사 뉴미디어연구소 전략기획팀장·한겨레신문사 미디어기획팀장·<싸이버저널> 편집인·
    딴지일보 편집장 역임.
⊙ 現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이사.
著者無 저자없음
<한 기술자가 컴퓨터 가상공간에 구현된 가상 자동차에 앉아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입체 영상과 촉감 구현 기술을 이용하면 가상 자동차에 앉아 승차감을 확인할 수도 있다. 최근 가상현실 기술이 생산 현장의 제품 설계에서 소비자 품평에까지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2030년 2월 28일 목요일 아침, 韓有備(한유비·65)씨는 집에서 키우는 朝鮮短毛種(조선단모종) 고양이 ‘쿼터스’의 울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유비씨의 ‘가짜 생일’이다. 1964년 2월 29일생인 유비씨는 원래대로라면 다음날인 2월 29일이 66세가 되는 ‘진짜 생일’이지만, 이날이 올해 달력에는 없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4년 만에 귀 빠진 날이 찾아온다고 해서 ‘올림픽 생일’이라고 불리는 유비씨 같은 팔자를 가진 사람들이 전체 인구 중 약 365분의 1 정도 되는 셈이니 그리 외롭지는 않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유비씨는 수십 년째 그래왔듯이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20세기 후반까지는 담배 끊는 사람을 독한 놈이라고 불렀으나, 21세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금연 열풍은 거꾸로 담배 안 끊는 유비씨 같은 사람을 독한 놈으로 바꾸어 버렸다.
 
  담배를 물고 ‘종이 조선일보’를 펼쳤다. 둘 다 유비씨의 화장실 필수품이다.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던 해 조선일보는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지만, 유비씨 같은 신문지 세대 독자들을 위해 가정용 윤전기를 보급했다. 값이 비싼 잉크와 용지를 매달 지국에서 배달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신문은 잉크 냄새 맡으며 손가락으로 넘겨보는 게 제 맛”이라며 ‘퀄리티 페이퍼’에 인이 박인 조선일보 올드 보이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장실에서 담배와 신문을 즐기며 볼일을 본 유비씨에게는 또 하나의 볼일이 있다. 변기에 설치된 ‘쾌변 모니터링’이다. 여기에는 유비씨의 배설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날 먹고 마신 음식과 성분, 과다 섭취되거나 보충해야 할 영양소, 배변 시간과 변비 여부 등 습관에 대한 통계, ‘담배를 끊고 신문을 보지 말고 배변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 ‘쾌변 모니터링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살면 평균수명이 줄어든다’는 경고가 뜬다. 유비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감히 주인에게 경고를 보내는 기계에 대고 “내 인생은 내 맘대로 산다, 자꾸 그러면 전원 뽑는다?”라고 조롱하며 화장실을 나와 신문을 마저 보기 위해 다시 침대로 향했다.
 
 
  ◈ ‘매트릭스 침대’
 
  침대엔 ‘쾌면 모니터링’이 설치되어 있다. 수면시간과 패턴, 숙면 여부, 자면서 흘린 침과 땀, 눈곱, 비듬, 각질, 털 등 분비물과 분실물에 대한 분석, 잠자는 동안 자세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것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심지어 자는 동안 꾼 꿈까지도 동영상으로 재생해 볼 수 있다.
 
  설치 초기에는 너무나 신기해 반복해서 틀어보고 저장도 했지만 ‘야동’이 그렇듯 결국 그 꿈이 그 꿈인 개꿈인지라 요즘은 심드렁하다. 다만 가끔씩 기존과는 다른 꿈 패턴, 예를 들면 전혀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혹은 미지의 인물이라든가 배경, 스토리를 꿨다고 하면 들여다보곤 한다. 쾌면 모니터링 역시 잠자리 분석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조언을 하지만 유비씨는 “제 딴 놈이 날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야? 마누라 말도 안 듣는 내게 감히?”라며 무시한다. 20세기 후반 모 침대회사가 슬로건으로 내세웠듯이 과연 ‘침대는 과학’이 되었다. 이름하여 매트리스를 뛰어 넘는 매트릭스(matrix) 침대로.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유비쿼터스 체험공간 ‘U-하우스’ 전경.

  고양이 밥그릇에 달린 ‘냥이 모니터’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여준다.
 
  “어제처럼 사료를 많이 주면 안 돼요. 2030년 2월 28일 현재 전국의 조선단모종 고양이 3만2584마리 중에서 유비님의 ‘쿼터스’가 비만도 상위 20%입니다.”
 
  애타게 호소하지만 유비씨는 “이거 왜이래? 난 살찐 고양이가 좋아. 비만 고양이 전용 모니터 어디 파는데 없나?”라고 툴툴대며 사료를 듬뿍 담아준다.
 
  고양이 밥을 주었으니 사람 밥을 챙길 차례. 유비씨는 옆집에 사는 아내에게 아침밥을 얻어먹으러 간다. 30대 후반에 이혼한 유비씨는 친구들이 차려준 자신의 환갑 와인 파티에서 평생을 찾아 헤매던 40대의 ‘임자’를 만나 재혼했다. 신혼 1년 간 신접살림은 같이 차렸지만 20세기 초반의 ‘부부 각방 쓰기’에서 한 단계 진화한 ‘부부 각집 살기’ 추세에 발맞춰 유비씨 부부도 4년 전부터 붙어있는 집을 얻어 ‘半獨半婚(반독반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결혼은 했지만 혼자 살기에, 또 평균수명이 100살을 넘는 세상이고 최근 건강검진 결과 신체나이 44세로 나왔지만 유비씨는 스스로를 ‘21세기 독거노인’이라고 부른다.
 
  아침밥을 챙겨먹은 유비씨는 친구들과의 ‘가짜 생일 기념’ 라운딩을 위해 차에 올랐다. 유비씨의 차는 2002년식 은색 사브 컨버터블이다. 말이 좋아 ‘클래식카’, 혹은 ‘빈티지카’지 실은 28년 된 고물차다. 하지만 정성을 들여 관리해 주행거리계가 한 바퀴를 돈 지금껏 잘 달리고 잘 선다. 다만 휘발유 차량은 자동차 경주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이 차도 연료를 전기로 바꿨고, 비상용으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되면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했다. 최근에는 동물과 식물에서 추출한 생물연료도 시판되고 있지만 유비씨는 왠지 자기 차가 ‘狂車病(광차병)’에라도 걸릴 것 같아 쓰지 않기로 했다.
 
‘충남 유-헬스(u-health) 전시·체험관’의 원격화상진료 시연 모습.

 
  ◈ 골프장 가는 길
 
  2030년의 차들은 기계라기보다는 달리는 컴퓨터에 가깝다. 20세기 후반부터 발전해온 위성 내비게이션 기술과 2010년부터 상용화된 ‘차량 간 멀티홉 통신기술’(VMC·차량 간 충돌예방 기술)이 결합해 운전자가 목적지를 정해주면 차는 자동운행된다. 유비씨도 피곤하거나 술을 먹었을 때는 자동운행장치를 켜고 차에서 졸거나 쉬지만, 골프장 가는 길처럼 운전하는 맛이 나는 날에는 직접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몇몇 운전자는 주행정보가 낱낱이 파악되어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동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유비씨는 겨우내 덮여 있던 소프트 톱을 열고 히터를 켠 후, 수동운행 차량 전용인 1차로에 올랐다.
 
  수동운행을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반은 자동운행인 셈이다. 유비씨는 자신의 내비게이션의 애칭인 ‘내비뇬’을 불렀다.
 
  “적벽 CC까지 얼마나 걸리지?”
 
  “현재속도와 교통상황을 종합하면 1시간27분 소요 예정입니다.”
 
  “그럼 몇 시에 도착하는데?”
 
  “현재시각 오전 9시18분, 도착예정은 오전 10시45분입니다.”
 
  “관우, 장비, 갈량이 차는 언제 도착해?”
 
  “관우님은 11시45분, 장비님은 11시57분, 갈량님은 11시39분 도착 예정입니다.”
 
  오늘 내기 골프는 따놓은 당상, 유비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2시30분 티 오프이니 놈들은 도착해서 허겁지겁 옷 갈아입고 밥 먹느라 몸도 제대로 못 풀고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도 못할 게 뻔했다.
 
  ‘내비뇬’이 끊임없이 재잘댄다.
 
  “적벽 CC 주변 10km 이내에 유비님이 좋아하실 만한 식당이 세 곳 있습니다. 지난번에 맛있다고 별 다섯 개 만점을 주신 중국집 적벽장, 가보시진 않았지만 미슐렝 가이드 별 두 개짜리 호로관 생고기, 그리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 나 점심은 클럽하우스에서 먹을 거야.”
 
  “성게 미역국 미리 주문해 놓을까요?”
 
  “아니, 친구 놈들이랑 같이 먹을 거야. 근데 너 오늘이 내 ‘가짜 생일’인 거 알고 있는 거냐? 미역국을 시킬 생각을 다 하다니.”
 
  “그 골프장에서는 항상 성게 미역국을 드셨습니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아주, 얘가 농담을 다 하네?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더니, 돈이 좋긴 좋군.”
 
 
  ◈ 실시간 첨단 정보 쏟아내는 골프 도우미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 라이프에서 활동하는 사용장의 분신(아바타)들이 댄스클럽에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연습 그린에 도착한 유비씨는 허리춤에 찬 국산 골프 도우미 ‘KJ 초이스’를 켰다. KJ 초이스 디스플레이에 바로 메시지가 떴다.
 
  “디지털 스팀프 미터로 측정한 결과, 오늘 그린 스피드는 24년 전인 제프 오길비가 우승했던 2006년 미국 뉴욕주 윈지드 풋 골프 클럽에서 열린 US 오픈 때와 같은 12입니다.”
 
  유비씨는 得意滿面(득의만면)했다. 악명 높은 미국 조지아州(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유리알을 능가하는 얼음판 그린에 대비해 유비씨는 1991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이안 우스남이 농담으로 얘기한 ‘당구대에서의 퍼팅 연습’을 실제로 며칠 동안 했기 때문이다.
 
  “유비 님의 현재까지 연습 퍼팅 55회 중 6피트 이내 성공률 35%, 10피트 이내 성공률….”
 
  “<퍼팅 바이블>의 저자인 데이비드 펠츠의 17인치 룰에 입각해 분석했을 때….”
 
  KJ 초이스는 연습을 하는 동안 쉴새 없이 데이터와 분석결과를 보여줬지만 유비씨는 “일단 공이나 구멍에 넣고 나서 생각하자”며 홀에 공을 떨어뜨리는 데만 집중했다.
 
  라운딩 중엔 유비씨만 바쁜 게 아니다. KJ 초이스와 친구들이 갖고 온 엇비슷한 성능의 미제 ‘虎林(호림) 마스터스’, 국산 ‘파이널 킹’도 정신 없었다. KJ 초이스는 잔디 밑에 깔린 수많은 센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코스의 파, 지형, 거리, 지면상태, 벙커, 해저드, OB, 경사, 바람, 잔디의 종류와 길이, 역결과 순결 여부, 브레이크 등에 대한 정밀한 정보와 공략방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각 클럽과 공에 내장된 센서와 칩을 통해 분석한 유비씨 스윙에 대한 분석, 구질, 캐리와 런, 스핀, 입사각, 반사각, 탄도, 헤드 스피드, 볼 스피드 등 입체적인 정보를 쏟아냈다.
 
  한편 전동 카트에 설치된 ‘오초아 캐디’ 시스템은 유비씨와 동반자의 골프 도우미에 연동되어 스코어 계산 및 내기 금액 정산, 해당 코스에서 라운딩한 골퍼 전체의 스코어 및 경기내용과의 비교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심지어 적벽 CC에서 라운딩할 동안 유비씨 드라이버 샷이 10년 전과 비교해 어떠한 변화가 있으며, 전 세계 66세 남자 골퍼 평균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밝혀준다.
 
경북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지능형 무인자동차발표회에서 선보여진 무인자동차 조종 모습.

 
  ◈ 스크린으로 변신한 자동차 앞창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귀가 길에 오른 유비씨는 차를 자동운행 모드로 설정하고,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3차원 홀로그램 폰 ‘스타 킹 택’으로 아내를 호출했다. 아내는 마침 샤워 중이어서 알몸을 보이기 싫다며 유비씨가 가장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은 아바타를 통해 영상통화를 허락했다.
 
  “나 오늘, 한국사에 대첩 하나 추가했어! 유비 노인의 적벽대첩.”
 
  “농담 그만하고 나이 값 좀 하세요.”
 
  “농담이라니? 나 오늘 상금왕에, 롱기에, 니어에, 메달까지 4관왕을 달성했어. 속고만 살았나?”
 
  “진짠지 아닌지, 내가 적벽 CC에 접속해서 라운딩 동영상 확인해 볼게요. 캐디 언니한테 치근덕거리기만 했어봐.”
 
  통화가 끝난 뒤, 유비씨는 자동차 앞창 전면을 이용한 화면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자신이 태어난 해와 같은 1964년에 제작한 흑백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를 틀었다. 매년 생일 즈음에 이 영화를 보며 낄낄거리다 잠이 들어 <몽유도원도>에서 노니는 꿈을 꾸는 게 그의 반복되는 낙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비씨는 몽유도원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未堂(미당)이 자기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 그랬나, 9할이었다 그랬나? 이거야 원 나도 디지털 치매가 온 건가? 나를 키운 건 뭐였을까? 바람인가 바람기인가? 에라 모르겠다. 날 키운 건 그냥 8과2분의 1할이 바람기였다고 해두자.’⊙

[대한민국 2030] 격변하는 언론환경
 ‘예언자 신문’과 ‘마법의 두루마리’
 
河東瑾 iMBC 사장
⊙ 1955년 경남 산청 출생.
⊙ 부산고·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일본 와세다大 대학원 국제정치전공·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졸업.
⊙ MBC 도쿄특파원, 보도국 부장, 시사제작국 시사제작 1CP, 정책기획실 정책보좌역 역임.
⊙ 現 KOC 미디어위원회 위원, 적십자사 i-redcross 위원회 위원,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 <일본방송연구(공저)> <디지털방송론> 등.
著者無 저자없음
<2020년이면 모든 유·무선 통신망과 방송망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진은 KT뉴미디어 센터의 모습.>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제3편 <아즈카반의 죄수>의 한 장면이다. 마법사의 술집인 리키콜드런의 테이블에 놓인 예언자 신문에 누명을 쓰고 아즈카반의 죄수가 됐다가 탈옥한 시리우스 블랙의 탈옥 기사가 보인다. 기사와 함께 시리우스의 얼굴과 현상금이 쓰인 목걸이를 찬 시리우스 블랙이 반항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나오는데, 그 사진이 실제처럼 움직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지하철 승객이 움직이는 사진이 실린 신문을 읽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스타워즈>에선 레이아 공주가 자신을 구해 달라고 공중에 떠서 외치고, <토탈 리콜>에선 여자 주인공이 허공에 뜬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에어로빅을 배운다. 모두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눈에는 보이는 홀로그래피 화상들이다.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인데다 원작이 마법이나 상상 공상과학을 다룬 세계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면들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예언자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사진이 살아 움직인다.

  해리포터가 보던 예언자 신문의 움직이는 사진, 눈에는 보이지만 손에는 잡히지 않는 실체 없는 허상의 실루엣이 우리 일상 미디어의 중심 기능이 되는 시대가 과연 올 수 있을까. 성급한 결론이지만, 대답은 가능하다. 적어도 20년 후면 이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20년 전인 1989년, 한국엔 아직 케이블 텔레비전이 도입도 되지 않았다. 신문과 잡지, 지상파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전부였다. 취재기자들의 통신수단은 유선전화와 ‘삐삐’라고 불리던 무선연락 시스템, 벽돌만한 차량용 전화기, 그리고 사건기자들이 휴대하고 다니던 특수 무전기가 있었다.
 
  기사 작성에 필요한 자료는 스크랩을 일일이 뒤지거나 도서관에서 구했다. 그래도 안 되면 직접 달려가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인쇄물로 매일 아침 배달되던 <연합뉴스>가 텔레타이프로 들어오게 된 것도 1980년대 후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년이 지난 오늘, 기자들은 휴대폰, PDA, 와이브로나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최신형 노트북, 지상파위성 DMB 장비, 전자 보이스 녹음기 등을 갖추고 있다.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찾아내 기사작성에 참조한다. 불과 20년 만에 桑田碧海(상전벽해)가 이뤄졌다.
 
 
  ◈ 미디어 융합
 
  가장 큰 변화는 컴퓨터의 등장과 인터넷 서비스의 보편화다. 특히 인터넷은 게시판과 댓글, 그리고 기사의 전송배포복제 등의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했다.
 
  인터넷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개방참여공유를 기본으로 한 웹2.0 서비스의 진화 가운데 시멘틱 검색(컴퓨터가 논리적 추론까지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웹)과 RSS(인터넷 콘텐츠 배급 방식의 일종) 기반의 자기주도형 콘텐츠 소화방식은 향후 전개될 미디어 콘텐츠의 개인형 소비패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11월 중순 지상파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개시한 IPTV는 향후 10년 이상 미디어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행태가 크게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뉴스를 선택하고 생산하며 소비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개인 동영상 사이트는 개인 미디어의 짜임새를 갖췄다.
 
  PC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는 앞으로 2D화면에서 3D화면의 인터넷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3D화면의 인터넷에서는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가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들이 활동하는 사이버공간은 또 다른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사회의 출범과 동시에 가상공간의 대중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사이 케이블 TV와 위성 TV, 그리고 DMB 방송이라는 새로운 대중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여기에 양방향 데이터 방송까지 가세하고 있어 2009년 현 시점에서 미디어 업계는 과거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 융합’이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융합이 계속돼 지금부터 20여 년 후인 2030년의 미디어 업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난 20년의 변화속도와 비교하면 앞으로 진행될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촉진하는 요소로 ▲통신망 ▲디바이스의 진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패턴의 변화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 등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들 요소의 진행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미래 미디어업계의 판도를 대강 그려볼 수 있다.
 
플라스틱로직社의 전자책 리더기를 읽고 있는 사람들.

 
  ◈ 초고속으로 진화하는 통신망
 
  첫째, 통신망의 진화다. 통신망은 현재의 TV 방송망과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의 머리글자로 3.5세대 이동통신방식의 일종), WiBro(휴대인터넷), 무선 인터넷, 이동통신망 등이 단계적으로 융합되어 나갈 것이다. 2010년 무렵에는 유선기반의 All-IP 통합망이 정리되고 2015년 무렵에는 유·무선 통합과 함께 유선 중심의 방통 융합이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광대역 통합망(BcN)의 통합이다.
 
  2020년에는 모바일 IPTV망과 모바일 VPN망(Virtual Private Network: 인터넷과 같은 공중망을 마치 전용선으로 사설망을 구축한 것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가상의 사설망)까지 포함한 모든 유·무선망과 방송망이 모두 통합되는 이른바 All-IP 융합 네트워크(Advanced BCN망)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선 통신망과 무선 통신망, 방송망이 모두 통융합되는 이른바 All-IP가 정착되는 초기 시점인 2017년에는 모든 통신망에서 핵심 기간망을 제외한 일반 사용자 엑세스망에서는 유선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현재에도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정지구간에서 3Gbps, 이동구간에서 100Mbps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동 중에도 고화질 HD급 TV의 시청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미디어 디바이스 환경은 이미 매일 급변하고 있다. 텔레비전이라고 부르는 디바이스의 진화는 로드맵상으로는 이제 진화발전의 초입단계에 도달해 있다. 흑백TV에서 컬러TV, 디지털 컬러TV, 프로젝션TV, 벽걸이TV(PDP, LCD, AMOLED, SD, HDTV)에다 최근에는 TV모니터를 통해 직접 인터넷 접속과 네트워킹이 가능한 지능형 TV로 발전했다.
 
폴리머비전社가 개발한 접는 디스플레이 제품 ‘레디우스’.

  앞으로 진화될 TV의 모습은 그 차원을 달리한다. 우선 UDTV(초고선명 TV)를 들 수 있다. UDTV는 Full HDTV 화면의 4~5배에 달하는 해상도를 자랑한다. 초창기 HD급의 주사선이 720개, Full HD급이 1080개인 반면 UD급 TV는 주사선이 2000개가 넘는다. 화소 수는 HD급은 90만개, 풀 HD급은 200만개 정도인데, UD급 TV는 900만개다. 선명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이 연구 중인 수퍼 하이비전은 3300만 화소(7680×4320주사선 4000개600인치 TV화면)에 근접한다. 2015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해 2025년에 본격적으로 전파될 UDTV 시장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TV뿐만 아니라 방송장비와 전송망 등 전방산업 시장은 물론, 카메라, UD콘텐츠 기록, 재생장치 등 후방산업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UDTV 다음으로 주목되는 TV디바이스는 3D 입체 TV다. 3~4년 이내에 안경 없이 입체화면을 볼 수 있는 TV모니터와 방송 시스템이 구현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 TV채널인 BS11에서는 <3D입체 혁명>이라는 입체 프로그램을 방송한 바 있다.
 
  3D 입체 TV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TV의 포맷이 홀로그래피 TV다. 홀로그래피는 레이저를 이용하면서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피사체의 입체상을 만들 수 있다. 피사체를 조명하는 방법이나 빛을 비추는 방법에 따라 영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3D TV의 입체감과는 달리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의 질감이 변한다는 특성이 있다. 3D TV보다 실재감이 훨씬 더한 홀로그래피 TV가 구현되면 극장이나 가정용 전자 스크린과 함께 동영상 구현 기술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게 돼 텔레비전이란 단말기는 새로운 동영상 디바이스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신문 매체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타블로이드판 종이 신문에서 발전한 신문은 고성능 편집기와 초고속 윤전기의 힘으로 편집기술의 큰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이라는 종이매체의 한계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전자 종이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이처럼 구부리거나 휘어지는, 전자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수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 그리고 각종 부가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기존의 신문과 잡지, 도서, 그리고 휴대용 TV를 대신할 플렉서블 EPD(flexible Electronic Paper Display)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마법의 두루마리’다.
 
  2015년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EPD는 플레이트 타입, 스크롤 타입, 북 타입, 페이퍼 타입 등 네 가지 형태로 세계 각국에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 현재로는 작은 공이나 캡슐 등을 이용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입자의 전기 속성으로 잉크 효과를 내는 방식, 기존의 액정 디스플레이 등 평판 디스플레이를 더욱 얇게 만들어 종이 효과를 내는 방식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EPD는 2006년부터 제품화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본격적인 판매개시 이전의 실험단계에 있다.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들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는데 화면 콘트라스트의 향상, 컬러화 그리고 내구성 등이 개발과제이긴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 신문 들고 TV 앞에 앉는 장면 사라질 것
 
앞으로는 전자종이가 신문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사진은 조선일보 윤전기.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패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인터넷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신문과 방송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여론 주도의 소비패턴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양방향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고, 개인 미디어의 위상은 점점 커져 간다.
 
  특히 통신망과 카메라의 발달로 동영상 뉴스의 전달체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리얼타임 송수신기를 장착한 카메라다. 와이브로나 모바일 IPTV망과 연계되어 있는 카메라는 촬영하는 즉시 동영상 허브에 축적된다. 전문 기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누구나 동영상을 송수신할 수 있다. 기존 미디어들은 동영상 허브에 들어와 있는 다양한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재가공해 새로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는 지금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콘텐츠를 즐기거나 보기 위해 신문을 펼쳐 들고 TV 앞에 앉게 되는 일반적인 소비방식이 20년 뒤에는 전혀 생경한 풍경이 될지 모른다. 소비자가 원하는 뉴스를 원하는 시간에 맞춰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뉴스와 정보를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맞춤형 뉴스 패턴’이 생활화될 것이다.
 
  뉴스의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댓글과 같은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며, 이 과정에서 유·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 디바이스가 개발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디바이스는 신문 콘텐츠 구독, 방송 콘텐츠 시청, 정보 검색, 인터넷, 전화, 독서,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멀티형 미디어 디바이스가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는 크게 나누어 고정형 디바이스와 휴대형 디바이스,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고정형 디바이스는 고해상도와 대형화, 다채널 오디오 기능을 갖춘 다목적 고성능 디바이스가 될 것이다. 물론 유·무선 통신망이 연결돼야 하고, 광대역은 필수다. 휴대형 디바이스는 소형경량화되고 다중 목적과 용도별 목적에 맞는 성능 최적화를 이룬 형태로 개발될 것이다. 휴대형 디바이스는 무선통신망에 狹(협)대역 서비스가 가능한 디바이스가 예상된다.
 

 
  ◈ 신문·방송사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네트워크와 디바이스의 진화발전, 그리고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패턴 변화 속에 미디어 기업은 과연 지금의 모습으로 버틸 수 있을까. 최근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방송사와 신문사가 과연 앞으로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인지, 또 지금과 같은 종합편성, 종합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며 기자와 PD라는 직업군은 또 존재할 것인가?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투명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디어 업계는 ▲유·무선 통신을 총망라하는 네트워크의 융합과 고도화 ▲관련 기술 발전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디바이스의 등장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향후 전체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의 융합, 그리고 미디어 기업 간의 융합이 향후 20년 동안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신문과 방송 기업의 융합은 뉴스의 생산기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는 사용자 스스로 생산하는 콘텐츠와 사용자가 재구성하는 콘텐츠 그리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EPD와 같은 멀티형 미디어 디바이스가 개입되면서 지금과 같은 뉴스생산과 소비패턴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자기 스스로 편집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서비스, 즉 개인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컨버전스의 수평 체제가 비로소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신문·방송의 일방적 정보전달이라는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 ‘마법의 두루마리’가 현실로
 
  지금까지 거론한 네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 미디어업계의 환경은 20년 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TV가 여전히 미디어의 주력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휴대폰이 미디어의 대표선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이 모든 미디어를 평정해 버릴 것인가.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짚어 본 몇 가지 환경변화를 전제로 그려 보는 미래의 미디어업계는 우선 All-IP 네트워크의 기반 아래, 고정형 디바이스로 벽걸이형 또는 커튼형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대형 TV가 초고선명도의 3D입체 영상을 비추거나 홀로그래피 영상을 제공하며 거실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동형 디바이스로는 멀티기능이 탑재된 스크롤 타입 또는 플레이트 타입의 FDP가 메인 미디어 디바이스로 등장할 공산이 매우 크다.
 
휴대폰이 미디어의 대표선수가 될 것인가?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보는 서비스는 이미 구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TV는 고화질 영상을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디바이스로 그 성격이 바뀌고, 현재 기존 언론매체가 제공하는 뉴스 중심의 미디어 콘텐츠는 EPD나 휴대폰 등 별도의 이동형 디바이스, 그리고 TV화된 PC를 이용한 웹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종합 편성의 방송과 종합지 성격의 신문은 그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대신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를 제공하고 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TV채널과 뉴스 기업들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방송사, ○○ 신문사라는 브랜드로는 더 이상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TV방송사의 경우 드라마 전문채널, 영화 전문채널 등으로, 종합지 신문사는 정치뉴스 전문, 경제뉴스 전문, 사회뉴스 전문 등으로 전문분야 뉴스 콘텐츠 생산 기업으로 분화하고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소비자들은 EDP나 무선 IP 베이스의 PC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자신만의 방송과 신문을 편성하고 편집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미디어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제공할 뿐,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소비하는 권한은 개인에게 넘어가는 시대를 맞게 된다.
 
  어떻게 보면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예언자 신문보다 앞으로 실생활에 나타날 새로운 뉴스 디바이스가 더 마법적인 두루마리 상자가 될지 모른다. ‘예언자 신문’은 움직이는 사진밖에 제공하지 못하지만 새로운 디바이스인 ‘마법의 두루마리’는 동영상 뉴스, 음악, 데이터 등 부가정보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2030]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인재의 조건
 에디슨 같은 현미경적 思考와 카라얀 같은 망원경적 思考를…
 
李祥羲 대한변리사회 회장
⊙ 1938년 부산 출생.
⊙ 부산고·서울대 약학과 졸업. 同 대학원 약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수료.
⊙ 11·12·15·16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역임.
⊙ 現 한국 우주소년단 총재.
⊙ 상훈: 청조근정훈장, 장영실 과학문화상.
⊙ 저서: <이제 미래를 이야기합시다> <21세기 대통령감이 읽어야 할 책>
    <10년이 이룬 100년의 꿈> 외 다수.
著者無 저자없음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1847~1931).>

2030년의 세상은 과연 어떨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지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신기술 개발 주기가 점점 짧아져 2030년에는 지금보다 더 고도화된 첨단과학기술 사회가 될 거라는 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농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때, 농업사회는 3000년 동안 이어졌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를 300년간 산업사회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20세기 후반 전자계산기(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IT혁명은 불과 30년 만에 우리 생활에 혁명을 가져오면서 영토보다는 기술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것이 바로 정보화 사회의 시작이었다. 수치로만 보아도 지난 30년 간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까? 2030년 우리 생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 또 어떤 인재가 2030년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까? 좀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독일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2030년 어느 날, 일상에 지쳐 있던 나피곤씨는 새로 출시된 IHC(Intelligence Home Car)를 구입한 김에 오랜만에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났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의 기분을 충분히 들뜨게 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긴급한 국제회의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피곤씨는 신차의 성능을 확인도 할 겸 내비게이션 데크의 음성인식 기능 버튼을 누르고 “이메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즉시 화면은 이메일 확인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한 통의 이메일이 있습니다”라는 응답을 해왔다. 운전 중임에도 음성-문자 변환시스템이 장착된 IHC가 읽어주는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고 그는 회사 직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얼마나 달렸을까. 평소 격무에 시달리던 나씨에게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IHC의 바이오 센서는 이를 감지하고 차내에 적정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HC는 음악치료법 처방에 의한 음악을 틀면서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의료용 휴게실로 기능을 전환하겠다”고 안내했다. 40대인 나씨는 자신이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비로소 진정한 유비쿼터스 사회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 창의력 사회
 
  지금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이는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몇몇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가상은 2030년이 아니라 10년 이내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IHC와 업그레이드된 2030년의 컴퓨터가 우리 일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세상에서 나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는 첨단의 과학기술 속에 살고 있다. IT붐으로 시작된 신기술 개발은 과거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실현했고, 우리는 영화 속에서만 보던 꿈 같은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우리의 두뇌활동, 즉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기술을 응용할 줄 아는 ‘창의력’이다.
 
  우리의 두뇌는 형태적·기능적으로 가장 高次(고차)적인 통합을 실행하는 최고의 중추신경 기관이다. 그 작용도 매우 활발하고 정교해 물질대사도 신체 다른 어느 부분보다 왕성하다. 두뇌의 생리작용으로만 보더라도 창조적 인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수한 두뇌를 활용한 창조활동일 것이다. 앞서 나피곤씨의 역할도 두뇌생산성에 기반을 둔 ‘종합적 추리’, ‘창의적 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미시적 사고, 거시적 사고의 기본이며, 미래 인재가 가져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두뇌 활동에 근간한 사고(미시적·거시적 사고)는 미래 인재의 조건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응된다.
 
  첫째, 미시적 사고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관해 창조주의 속삭임도 감지하는 현미경적 사고(microscopic thinking)를 가진 인재다.
 
  둘째, 거시적 사고는 창조와 조화의 우주 철학적 사고능력을 가진 망원경적 사고(telescopic thinking)의 인재다. 이는 현미경적 사고를 하는 전문인이 창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조립(assembly)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생산과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두뇌 연구활동(생산)을 하는 연구개발자이고,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기술을 응용하고 생활화(활용)하는 인재다. 결국 이 두 유형의 창의성(창의적 인재)으로 글로벌 유비쿼터스 사회(global ubiquitous Society)가 움직이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IHC에 구현된 음성인식, 바이오, 무선통신 등의 각종 첨단기술은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만들어낸 산물이고, IHC를 탄생시킨 것은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노력이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싶다. 좀더 구체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Fiction I, II)로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와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에 대해 알아보자.
 
 
  ◈ 체르노빌과 히로시마
 
2003년 9월 29일 프랑스의 보르도 철도역에서 한 반핵운동가가 철로를 가로막고 핵 폐기물을 운반하던 열차를 멈춰 세우고 있다.

  원자력에너지는 현재 고갈되어 가고 있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설비는 우리나라가 수출할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원자력에너지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라는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원자력 전문가인 한 박사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 핵폐기물 처리방안을 지구 생성과정에 존재했던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생물이 그 시대에 했던 역할이라면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생물에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다음날 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미생물학자 김 연구원을 찾아갔다.
 
  “무슨 일인데 선배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전화로 대충 들은 얘기로는 잘 모르겠네요.”
 
  한 박사는 김 연구원이 선뜻 응해준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에 관심을 보이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자네, 약 50억년 전에 지구가 어떻게 탄생한 줄 아나?”
 
  “그야 산소도, 유기물도 없이 오직 유해한 오염물질로만 형성된 암흑세계의 행성이었잖아요.”
 
  “잘 알고 있구먼.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당시 대륙은 유해 광물질로 이뤄져 있었고, 바다는 濃黃酸(농황산)과 濃硝酸(농초산)으로 뒤덮여 있었지. 그리고 대기권은 600℃의 고온으로 각종 유해전자파와 맹독성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런 정체불명의 행성을 지금의 아름다운 지구로 탈바꿈시킨 게 바로 미생물이라는 거야.”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죠. 그런데요?”
 
  한 박사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미생물을 활용해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문제를 연구해보자는 거야.”
 
  김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 자, 들어보라고.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두 가지 핵 피해 사례 알지? 2차 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1986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말이야. 내가 조사해보니까 결과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더라고. 60년 이상 아무 것도 자라지 않을 거라던 히로시마는 불과 1년 만에 사람 키보다 큰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어. 그 반년 뒤에는 인구도 20만명으로 늘었지. 하지만 체르노빌은 달랐어. 사고가 발생하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생태계 복원이 지연되고 있고, 사고현장 40km 이내 지역은 세슘137 농도 때문에 주거생활과 토지사용이 금지되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재미난 게 뭔지 아나?”
 
  “글쎄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체르노빌이 물과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사막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방사성폐기물 분해에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해. 뭔가 짚이는 게 있지 않나?”
 
  한 박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 연구원은 그제야 자신의 무릎을 쳤다.
 
  “아, 그래서 저를 찾아오셨군요. 그러니까 핵 폐기물 문제를 미생물 연구를 통해 풀자는 거죠?”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팍팍 밀어주겠다는 거 아닌가. 우리 한번 해보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한 박사와 김 연구원은 하나가 돼서 방사성폐기물의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여기서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과 원자력 발전설비의 해외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 한 박사가 망원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이고, 김 연구원처럼 방사성폐기물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현미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라 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 `E카(E-Car)`

 
  ◈ 바이러스와의 전쟁
 
  인류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그 해법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해왔다. 그러다 최근 ‘지구의 생태를 안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생명과학을 전공한 최 연구원을 찾아갔다.
 
  “이봐,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좀 억지스러운가?”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입니까? 음… 생명이 태어난 곳도 지구고, 생명을 키우는 것도 지구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왜요?”
 
  “잘 들어보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야. 당연히 지구 입장에서는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것도 지구의 몸을 갉아먹는 바이러스로!”
 
  “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최 연구원은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냐. 인간은 지구의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잖아. 물, 석유 같은 지하자원을 뽑아 쓰는 게 그런 거지. 그리고 살도 갉아먹잖아. 무분별하게 개발을 일삼는 게 바로 그렇지. 그러니까 당연히 생명체인 지구는 몸살이 나고, 뜨거운 열,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거 아닌가. 결국 지구는 인간의 파괴행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항체를 형성하고 바이러스인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거라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그 얘기를 왜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바이러스 퇴치.

  이 교수는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최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난 지금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네. 수많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얘기야.”
 
  최 연구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현재 지구가 벌이고 있는 인간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자는 겁니까?”
 
  “그렇지. 그걸 우리 인류로 생각해보자는 거지. 자네 미생물적 공격에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
 
  “그야 미생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죠.”
 
  “바로 그거야. 인류는 지구가 우리에게 가해오는 미생물학적 바이러스에 방어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를 찾아 파괴하거나 악성을 양성으로 동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네요. 교수님은 바이러스 퇴치법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은데요?”
 
  결국 최 연구원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악성에서 양성으로 바꾸는 방법이나, 다른 바이러스와의 결합으로 양성이 되는 방법을 연구해보겠노라 이 교수와 약속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이 교수를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인재라 한다면,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어떤 방식의 퇴치법이 있는지 직접 연구하고자 하는 최 연구원이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다.
 
  우리가 인재육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인재육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개개인의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지속적인 재교육을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평생교육 형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인간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불가능
 
  여기에 덧붙여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의 인재를 키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냐?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냐? 하는 명제를 던짐으로써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관계없이 미래 인재의 기본 틀을 먼저 확립하자는 것이다.
 
  제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술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존재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모든 현대과학기술은 인간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인재여야 한다.
 
  2030년의 새로운 세상은 에디슨 같은 현미경적 사고와 카라얀 같은 망원경적 사고, 즉 미시적 창의성과 거시적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활짝 열어갈 것이다.⊙

[대한민국 2030] 20년 후의 뜨는 직업, 지는 직업
 노인관련 직업, 대행업, 리스크 관리 업종을 주목하라
 
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장 역임.
⊙ 저서 : <3년 후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 <미래 인재의 조건> <10년 후 세계>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등.
孔柄淏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미국의 데이케어(1일 보호) 센터. 가족을 대신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등의 장애가 있는 노인들을 낮 시간 동안 돌봐준다. 2030년에는 노인관련 직업, 각종 대행업이 부상할 것이다.>

인구구성비의 변화. 이것이야말로 미래 직업에 대한 실마리를 푸는 데 결정적인 정보다. 한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은 1960년에 73만명(전체 인구 중 2.9%), 2010년의 535만명(10.9%) 그리고 2030년에는 1200만명(24.33%)에 육박하게 된다(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결과>, 2005). 동시에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0년 52.4세, 2000년 75세, 2010년 77세 그리고 2030년에는 79세가 된다. 반면에 인구 수는 2020년 4996만명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이면 전체 인구는 4932만명으로 4명 가운데 한 사람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고령화 추세와 아울러 생산가능인구 수는 2016년 365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서게 된다. 평균 근로연령은 2005년 38세, 2020년 41.8세, 2030년 43.1세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에 들어가는 자원의 상당 부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이미 선진국에서는 출산율이 크게 낮아졌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 가운데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둥지를 떠난 부부가구의 비중이 2007년의 14.6%에서 2030년에는 20.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혼관에서도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세대는 결혼을 常數(상수)로 생각한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은 현재와 같은 모습의 결혼에 대해서 선택 가능한 代案(대안)의 하나, 즉 變數(변수)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一夫一妻制(일부일처제)를 중심으로 하는 결혼 형태는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이혼과 재혼이 늘면서 偏母·偏父(편모·편부) 슬하의 자녀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미 노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넘어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남해군(27.8%), 의령군, 상주군 등 모두 35개나 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노인인구 비중은 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5명 가운데 1명 꼴로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는 시대에는 성장잠재력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은 현재의 5%대에서 3%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노인 구매자를 잡아라
 

미래에는 재정적 리스크 등 각종 리스크를 관리하는 직업이 유망하게 될 것이다. 사진은 한 은행의 PB센터.

  이를 감안하면 2030년에 뜨는 직업으로는 당연히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들을 꼽을 수 있다. 노인들은 활발하게 소비를 행하는 세대는 아니지만 노인을 위한 특별한 목적의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활성화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 운영자와 종사자, 노인을 위한 再活(재활) 서비스나 看病(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업이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한 직업’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노인의 구매력이다. 20년 후 노인이 되는 지금의 40대 중반 전후 세대가 老後(노후)를 탄탄히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2030년에도 대다수 노인들이 풍족한 삶을 누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65세 이상 노인층 가구의 40% 가량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도 중년층과 노인층으로 갈수록 貧富(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는 2030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2030년에는 이른바 ‘노년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30년의 노인은 지금의 노인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노후를 생산적으로 보내려는 욕구가 커짐에 따라서 노인들 가운데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노인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노인층 내에서도 兩極化(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부유한 노인들은 레저나 여행을 즐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부유한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여행업 가운데서 크루즈와 같이 큰 신체적인 활동을 동반하지 않고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수요들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여행 가운데서도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층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들이 개발될 것이다.
 
  노인층의 증가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요가 증가함을 뜻한다. 지금은 미용성형 수술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도 富(부)를 갖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세대가 미용성형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한마디로 구매력을 가진 ‘젊은 노인’들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의 부상을 점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직업들이 浮上(부상)할까? ‘2030년에 무엇이 부족할 것인가’를 찾아보면 뜨는 직업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점점 시간에 쫓길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절대적인 시간은 없다.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家事(가사)노동 대행업’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하고 있는 일 가운데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면 모두 대행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쇼핑 대행업, 친구 대행업, 애완동물 뒤치다꺼리 대행업, 가사노동 대행업, 아이디어 대행업 등 기기묘묘한 대행업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고객의 필요와 불편함에 주목하는 기업가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서비스 장르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개인서비스업 가운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것은 교육 관련 서비스업이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는 여전할 것이다.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은 공부를 外注(외주), 즉 학원에 맡기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전, 20년 전에는 이런 교육서비스가 대부분 ‘과외’라고 하는 개인 서비스에 의존했었다. 그러던 것이 교육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조직을 통한 효율화를 꾀하기 된 것이다.
 
  앞으로는 아이들을 낳았을 때부터 교육에 관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곳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교육컨설턴트들은 상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부모가 전통적으로 맡아 왔던 역할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 ‘안정감’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것이다. 자신이 최선을 다한다 해도 이미 우리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화의 확산은 시장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시장 시스템이 가질 수밖에 없는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재정적인 리스크뿐 아니라 신체적인 리스크 등 다양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컨설턴트들이 뜨게 될 것이다. 최근에 인기를 얻다가 주춤한 상태에 있는 PB(Private Banker)와 같은 재무컨설턴트는 여전히 인기를 끌 것이다. 우리는 재정적인 리스크가 대폭 증가하는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고, 부를 향한 욕망에는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직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지만 사람은 늘 균형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된 직업들, 예를 들어 명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나 개인의 잠재능력 개발을 돕는 직업들의 부상을 예상할 수 있다.
 
 
  ◈ 자격증 프리미엄 사라질 것
 
건설업·제조업 분야의 숙련된 기능공에 대한 수요는 2030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한편 지식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지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몇몇 분야의 자격증 프리미엄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년 후에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他人(타인)이 공급하기 힘든 문제 해결책이나 지식 그리고 기술을 소지한 사람들이나, 이를 영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건설이나 제조업 분야에서 제대로 된 기능공들이나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숙련도를 키우려는 사람들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두가 펜을 잡길 원하는 환경 속에서, 현장 숙련공들은 높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2030년은 상식을 뛰어넘는 逆(역)발상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통념을 한번 정도 뒤집어 봐야 한다. 누구든지 매뉴얼 형식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이나 기능을 가진 직업들은 쇠락의 길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뜨고 어떤 직업이 질 것인가를 알고 싶으면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당신이 가진 능력을 타인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
 
  “신참자들이 쉽게 당신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가?”
 
  “앞으로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당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인가?”
 
  이 세 가지 기준에 미루어 보면 미래의 ‘지는 직업’과 ‘뜨는 직업’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2030] 미래의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지능’ 갖게 된다
 
郭秀一 서울대 명예교수
⊙ 1941년 서울 출생.
⊙ 서울大 상학과 졸업, 美 워싱턴大 경영학박사.
⊙ 前 서울대 경영대학장·한국경영정보학회장·한국문화경제학회장, 現 학술원 회원,
    IT전략연구원 이사.
⊙ 저서: <미래가 지금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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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신제품을 소개하는 스티브 잡스 애플 대표. 아이팟은 미국 애플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삼성, 일본의 TDK와 도시바가 참여하고 중국에서 조립된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産物이다.>

지난 5000년의 문명사 가운데 인류문명에 대변화를 가져온 것 중의 하나가 산업혁명이다. 18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이제까지 인간의 힘을 사용한 생활필수품의 생산을 동력을 활용하는 기계에 의한 생산으로 변화시켰다.
 
  동력을 사용하는 기계의 출현은 생산량의 증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출현시키고, 근본적으로 인류의 생산시스템을 변화시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인류문명의 측면에서는 ‘혁명’이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250여 년 전에 일어난 산업혁명의 진화과정을 보면 초기단계에 동력과 기계가 생산 활동에 도입되는데 50여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산업혁명은 기술적인 변화와 함께 사회적 변화도 일으켰다. 농업에 종사하던 인구를 도시로 이동시켜 대규모 도시를 출현시키는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의 모습과 조직까지 바꾸어 놓은 것이다.
 
  2030년의 기업의 모습을 그려 보기 위해서는 18세기 산업혁명의 원인이 됐던 동력과 기계의 출현과 같이 인류문명에서 발전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통신수단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인류문명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산능력의 원가(cost of computing power)가 100만분의 1로 감소됐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년 전인 1988년에 1억원을 주고 산 컴퓨터는 2008년에 구입한다면 100원을 주면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능력의 원가가 급속히 감소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수단이 통신의 발달이다. 인터넷이라는 통신기술이 컴퓨터의 발달을 기반으로 등장해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거의 모든 사람들을 ‘정보 작업자(information worker)’로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즉 기업의 CEO로부터 모든 회사원은 물론, 소비자인 가정주부나 초등학생까지 각자 정보를 처리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삶을 영위하는 모습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환경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2030년의 기업환경은 지난 250년간 산업혁명에서부터 시작된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탈, 동력과 기계에서 정보와 통신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 2030년의 기업환경을 내다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 기업은 네트워크로 존재할 것
 

가상 공동체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에서의 생활을 체험한다.

  첫째는 기업이 상호 연결된 공동체(interlinked community)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상호연결 속에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며 그 속에서 기업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는 과거처럼 기업이 교역이나 제휴를 통해 상호 연결하는 정도가 아니다. 하나의 기업이 독자적인 존재이기보다는,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래의 기업이 성장하고 발달하려면 개별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미래에는 기업이 속한 네트워크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개별기업의 성장이 좌우될 것이다.
 
  둘째로 산업혁명 이후 기업의 성공은 얼마나 유형의 재화를 능률적으로 잘 만드느냐에 의해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무형의 재화를 능률적으로 생산하며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2030년에도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유형의 재화를 생산해내는 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생산과정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무형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그 속에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과 유통을 가능케 하는 기업이 핵심기업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미래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만질 수 있다면 진짜가 아니다(if you can touch, it is not real)>라는 문장이 성립될 수 있다. 이처럼 2030년 기업환경은 ‘무형의 공동체(intangible community)’가 될 것이고, 미래 기업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재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셋째로 2030년 기업의 특징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기업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한국기업이니, 일본기업이니, 미국기업이라는 식으로 기업을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기업 활동을 전 세계 모든 경쟁자, 생산자, 소비자들과 직접 연결을 가능하게 해 ‘세계라는 공동체(global community)’속에서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니 일본기업이니 하는 것은 무의미한 분류가 될 것이며, 한 기업이 지구상의 인적, 물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재화를 생산하고 유통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경영의 초점이 될 것이다.
 
  기업환경의 거시적 변화 속에서 미시적으로는 기업 구성원들과 기업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이 크게 바뀜에 따라 기업의 모습도 바뀌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웹2.0의 출현과 더불어 개인의 생활과 기업에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을 출현시키고 있다. 첫째는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이고, 둘째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었던 대량협업(mass collaboration)이며, 셋째는 정보의 축적과 분석에 따른 기업지능(business intelligence)의 개발이다.
 
  소셜 네트워킹은 인터넷에 의한 정보교환의 차원을 넘어, 사이버 세상에서 공동체가 일촌이라는 친척관계를 설정해 새로운 사이버 가족체계를 이루더니, 미국에서는 ‘마이스페이스(myspace)’ 등의 개방형 공동체로 발전하여 새로운 가상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사이버 세상의 가상현실에서 생활을 그려보는 공동체도 만들어지고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대량 協業의 모델이 되고 있다.

 
  ◈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기업경영의 양대 축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 생활은 현실세계에서 매일의 생활과 사이버 세상에서 형성된 공동체를 통한 두 개의 세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에 의한 두 개의 세계는 겉으로는 현실세계에서의 진실과 가상세계에서의 허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현실세계에서의 생활은 허상이고 가상세계의 생활이 삶의 진실을 나타낸다는 표현을 쓰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개인의 행동양식의 변화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똑 같은 개념이 기업에도 적용되어 현실세계에서 실체적 기업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기업이 활동하는 모습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업경영의 대상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기업의 경영도 다뤄야 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것이다.
 
  둘째로 대량협업은 소셜 네트워킹의 발전과 더불어 기업의 새로운 관리기능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킹과는 다른 소프트웨어들이 대량협업을 위해 개발되면서 웹2.0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이 경우 가장 좋은 예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다. 위키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누구든 인터넷 상의 백과사전에 자기 지식을 올릴 수 있고, 또 전 세계에서 누구든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필요한 지식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협업의 특징은 전 세계 누구든 지식생산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대량협업이 기업경영에 도입되어 보잉사의 생산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스와치라는 스위스 시계회사의 디자인도 전 세계에서 누구든지 설계해 제출하고 그 중에서 선택된 것들이 스와치 시계로 전 세계에 출하되고 있다.
 
  이와 같이 생산 및 마케팅 분야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에서 광고 분야에까지 누구든 참여하여 성공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가상현실에서 경영의 진수를 찾을 수 있는 세계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일부 학자들은 ‘포스트모던 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끝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생성되고 축적된 자료들을 분석해서 얻는 기업지능은 기업들로 하여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이는 엄청나게 쌓인 자료들을 경제학자나 수학자와 통계학자들이 분석모형을 수립하여 얻은 결과가 기업에 새로운 지식으로 제공되어 ‘미래를 과거화하는’ 지능으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주역을 해석해 미래의 운명을 내다보듯이, 축적되고 새롭게 쌓이는 자료를 분석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지능을 기업이 보유하기 시작한 것이며, 이는 기업도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기업지능’이라 한다. 이러한 기업지능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기업도 각자의 사업에 대한 지능을 가진 기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지구상의 정보가 2배로 늘어나는 기간이 2007년에는 11개월이 걸려서 11개월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보가 배가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보량이 2배가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급속히 증대되는 정보를 기업들을 분석해 지식으로 축적하고 기업의 지능으로 변환시켰을 때, 2030년에는 오늘날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기업이 출현할 것이다.
 
 
  ◈ 미래 마케팅에는 소비자와 사용자가 적극 참여
 
스위스에서 만들어지는 시계 스와치의 디자인은 전 세계에서 누구든지 설계해 제출할 수 있다.

  2030년 기업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요기능인 생산, 마케팅, 인사, 재무, 연구개발 등의 측면에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첫째 2030년 기업의 생산활동은 유·무형의 재화에 관계없이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지리적 위치 개념이 사이버 공간 속으로 흡수돼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이나 가치는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이점을 활용하여 전 세계적 생산시스템을 쌓아 나가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애플社(사)의 히트상품인 아이팟의 생산 네트워크를 분석해 보자. 설계나 디자인은 애플사가 주축이 되고 있지만, 실제 생산에 있어서는 플래시 메모리는 한국의 삼성이, 마그네틱 헤드는 일본의 TDK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버는 일본의 도시바가 생산 공급하고 최종 조립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 경우 지리적 위치는 무의미한 개념이 돼버렸고, 미래 기업에서는 각자의 강점에 따라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구성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생산 네트워크 개념은 더욱 확대돼 제품개발이나 R&D분야는 회사 내의 구성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외의 누구든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즉 제품의 개발이나 디자인에서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기업의 내부인력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 외부의 누구든 참여하는 형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위에서 이야기한 소셜 네트워킹과 대량협업 형태가 가능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생산시스템이 확립되었을 때 예상되는 현상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시하면, 기업에서 ‘무슨 문제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물어봐’가 되겠다.
 
  2030년 기업의 마케팅 기능을 예측해 보면, 이제까지는 기업의 주도하에 수행됐다면 미래의 마케팅은 소비자나 제품의 사용자가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변화될 것이다.
 
  좋은 예로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UCC가 있다. UCC는 아직까지 동영상 형식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디자인하거나, 서비스하거나, 생산하거나, 생산자 기술 등 사용자가 직접 제작했거나 참여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축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 기능이 단순한 기업기능이라기보다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더욱이 마케팅 자료들이 축적되어 기업지능으로 승화됨에 따라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예견할 수 있게 되고, 마케팅 분야에서도 ‘미래가 과거가 되게’ 지식이나 실무가 계속 개발될 것이다.
 
미래의 기업조직은 ‘촛불집회’처럼 ‘조직 없는 조직’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2030년 기업의 조직도 과거와 같은 업무분야별 조직으로 생산부·영업부 등으로 구성되기보다는 ‘조직 없는 조직’의 형태로 변화되며, 엄청난 조직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시청 앞에서 벌어진 ‘촛불 시위’를 보면 몇몇 핵심인사들이 목표와 행동을 결정한 연후에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조직 없는 조직화’를 통해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고 거대한 정부기관과 맞서는 위력을 발휘했다. 촛불시위는 대중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앞으로 기업에서는 경영목표를 확정하고 업무가 정해지면, 핵심관리자 몇 명이 ‘조직 없는 조직화’를 통해 많은 생산자나 소비자를 끌어들여 큰 위력을 발휘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2030년은 아직도 20여 년이 남은 기간이다. 요즘 변화의 모습을 보면 1년이 다르게 변하여 10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원인이 된 동력이나 기계화가 인류문명에 스며드는데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 효과는 25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당시의 연장선에서 경제와 기업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2030년을 내다보며, 이제 막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그 영향은 앞으로 20여 년간 경제와 기업의 모습을 산업혁명의 영향 이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기업의 연장선에서 2030년의 기업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오늘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생산시스템이나 마케팅, 인사조직체계 등은 이미 ‘끝남이 시작’된 것들로,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쓸모 없는 시스템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 정보통신기술이 변화시키는 생산, 마케팅, 인사, 시스템 등을 예견하여 대비하는 노력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2030] 한국 사회의 소비행태와 심리
 상위층은 오리지널 웰빙형, 중산층은 自足型 프티부르주아 소비행태 예상
 
黃相旻
⊙ 1962년 경남 진해 출생.
⊙ 서울大 심리학과 졸업. 美 하버드大 심리학 박사.
⊙ 서울大 강사, 세종大 교육학과 교수. 現 연세大 인문학부 심리학 전공 교수.
⊙ 저서: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
    <세상이 변해도 성공할 아이로 키워라>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등.
黃相旻 연세大 심리학과 발달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현재의 중산층은 2030년에는 ‘자족형 부르주아’형의 소비자로 남을 것이다. 사진은 출근길의 직장인들.>

미래의 소비행동은 현재 드러나는 구체적인 소비특성의 반영이다. 미래소비, 또는 미래소비 특성을 탐색하는 작업은 현재의 대표적인 소비특성이나 트렌드가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2030의 소비현상을 알기 위해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소비현상을 보이는 주요 소비집단의 성격이다. 이들 집단들은 ‘면식수행 간지쟁이’ ‘명퇴 앞둔 김부장’ ‘결혼한 간지쟁이’ ‘현실적 몽상가’ ‘新(신)소비 노블리주’(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합성어. 소비 자체에 사회적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 그리고 ‘고집 센 패거리’의 속성으로 구분되는 집단들이다. 각자의 이름이 의미하는 만큼이나 분명한 소비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이 그들의 소비행동에 나타난다.
 
 
  ◈ ‘면식수행 간지쟁이’와 ‘명퇴 직전 김부장’
 
  첫째, ‘면식수행 간지쟁이’型(형)이다. ‘간지쟁이’란 젊은층 사이에서 쓰이는‘멋쟁이’의 俗語(속어)다. ‘대한민국 1%’ ‘난 남과 달라!’ ‘나를 빛나게 하는 스카이’버스비를 아껴서라도 사고 싶은 것은 지른다. ‘폼생폼사’의 소비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보이는 트렌드는 따라간다. 삶은 재미있어야 하지만, 사는 것이 불안하다. 알뜰한 멋쟁이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트렌드를 완전히 좇지는 못한다. 아니, 그런 소비능력이 없어 불완전하다. 이들 집단은 무리를 해서라도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을 ‘지른다’라고 표현한다. 소비행동 측면에서는 철부지라고 할 수 있다.
 
  상품소비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적어도 부모세대가 가진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가치로 보면 그렇게 주체적인 삶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성을 찾기 위해, 또 찾으려고 하는 것은 현재의 젊은 세대의 주요 가치다. 이들 집단은 안타깝게도 남도 다 사는 물건이 자신을 남과 다르게 보일 수 없다는 것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다. 소비 지향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소비가 낭비나 사치가 아닌 자신의 삶과 正體性(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둘째, ‘명퇴 직전 김부장’형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간절히 원하는 세대다. 사실 이런 집단을 위한 광고카피는 나오기가 힘들다. 소비의 주체가 아닐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소비라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본다.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가족의 價値(가치)다. 이들의 삶은 일찍이 군사독재와 군사문화를 경험해 나름대로 절대적인 규범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유행하는 새로운 물건을 자주 구매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들은 부인이 물건을 사는 것은 싫어하지만, 막상 그런 購買(구매)행위가 있으면 그것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낸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들은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여줄 경제력이 없는 경우 집에서 TV를 보면서 國事(국사)를 논하는 사람이다. 요즘 인터넷 포털의 시사나 정치관련 기사의 리플 달기에 바쁜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모습이다. 이분들은 가계부를 쓰는 아내가 알뜰한 살림을 한다고 믿을 것이다. 무엇보다 번듯하게 잘먹고 잘사는 것이 중요하기에 항상 경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이 많고, 심지어 억울하다고까지 느낀다.
 
 
  ◈ ‘결혼한 간지쟁이’와 ‘현실적 몽상가’
 

자신감 넘치는 30대의 모습을 담은 카드 광고.

  셋째, ‘결혼한 간지쟁이’형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drive your way’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내 아이는 다르다’ 이런 광고 카피들은 심지어 이런 메시지까지도 전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머리가 아픈 것은 남들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광고 카피를 통해 드러나는 소비자 이미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30대 중반의 모습이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려고 하고, 돈을 추구하지만 나름대로 야심과 자신감이 있다. 이들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결혼한 젊은 세대다.
 
  한편으로는 깍쟁이 같기도 하지만, 나름대로는 합리적이면서도 理智的(이지적)이고 냉철한 모습이다. 그래서 ‘쿨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금의 20대가 미래의 자기 모습으로 우상화할 수 있는 이미지다. 대학생들이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되기 위해서이다. 결혼 정보업체에서 자신들의 프리미엄 회원을 나타낼 때 잘 사용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집안 배경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더 초점을 두는 이미지다.
 
  넷째 유형은 ‘(하늘을 밟고 있는) 현실적 몽상가’형이다. 공익광고를 연상시키는 소비행동을 하는 집단이다. 國難(국난) 극복의 정신, 金(금)모으기 운동 또는 독도의 괭이갈매기 등이다.
 
  이런 광고 카피에 끌리는 소비집단들은 자신들이 共有(공유)하는 집단성이 중요하다. 광화문의 촛불시위와 붉은악마의 축구 응원은 이전의 대중집회와 군사문화에서 강조됐던 집단성의 또 다른 방식으로의 표현이다.
 
  개인이 스스로의 가치를 알기 힘들고, 또 급변하는 환경에 살고 있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국가와 집단이 추구했던 무엇을 찾으려 한다. 국가이익과 민족주의로 포장된 노빠(광적인 노무현 지지자)나 황빠(광적인 황우석 지지자)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심리는 쉽게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와 같은 카피로 변질된다.
 
  이들 소비집단의 특성은 공동체적인 속성을 추구한다. 理想的(이상적)이고 인간적인 무엇을 찾으면서, 순수한 열정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마냥 주장하는 모습이 되기도 쉽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거나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 고집불통의 행동을 보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성 집단들이 잘 보이는 속성이다. 소비 측면에서 이들은 소비행위를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다섯째, ‘고품격 스페셜’ ‘당신이 사는 곳이 캐슬(castle)입니다’. 이것은 프로를 꿈꾸는 아이들에서 더 나아간 ‘新(신)소비 노블리주’ 이야기다. 돈이 좀 있고 품위가 있다. 업그레이드된 트렌디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 나름의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소비행위가 자신이 가진 결핍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나 가치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들이 추구하는 소비는 유행을 선도하지만 유행을 추종하는 가벼움은 없다. 남들이 부러워하긴 하지만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소비행동을 新(신)귀족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 몽상가’형 소비자들은 ‘붉은 악마’의 축구 응원에 끌리는 타입이다.

 
  ◈ ‘新소비 노블리주’와 ‘고집 센 패거리’형
 
‘신소비 노블리주’형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품위와 가치를 추구한다.

  ‘신소비 노블리주’의 소비행동은 그들이 실제로 가용한 소비능력보다 더 있어 보인다. 자신의 삶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빛내는 소비행위, 유기농 소비이기에 이상적 웰빙형 인간이다. 사회적인 규범과 틀이 중요시되던 시기에는 이런 집단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多元化(다원화)된 가치와 소비행위가 존재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이들의 행동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부각이 될 수 있다.
 
  여섯째, ‘고집 센 패거리’형이 있다. 신소비 노블리주와 대립되는 소비행태를 보이는 집단이다. 개인적 신념에 의한 행동을 하며 강한 고집이 있다. 파시스트·민족주의자·사회주의자·조선노동당 등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身土不二(신토불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내가 속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집단이 가진 집단성과 배타성은 ‘하늘에 발을 둔 현실’형과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어떤 사람이 잘못했을 때 집단 차원과 연계하여 이야기하고 해결되어야 한다. 이들에게 익숙한 삶과 해결방식은 ‘n분의 1 정신’이다.
 
  이들은 농산물 개방 반대나 外資(외자) 거부,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쉽게 동조한다. 독도 문제와 월드컵 응원에 적극 참여하면서 민족주의적 속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패거리를 지키는 이데올로기나 이념 또는 명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들이다. 소비행위보다는 절약과 절제, 그리고 소비행위 속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막연한 鄕愁(향수)를 표현한다.
 
  미래의 소비자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하게 될 삶의 방식이다. ‘명퇴 직전 김부장’이나 ‘현실적 몽상가’, ‘고집 센 패거리’의 특성을 보이는 소비자 성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모습은 아니다. 이들은 소비행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간지쟁이’와 ‘소비 노블리주’의 성향은 현재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비집단의 특성일 뿐 아니라 미래 소비의 단서를 보여주는 소비성향들이다.
 
 
  ◈ 미래의 소비자
 
‘고집 센 패거리’형 소비자들은 폐쇄적 민족주의적 속성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첫째, ‘실용생활’형이다. 현재 시점에서 약 20년 이내의 시간 틀에서 나타날 주요 소비트렌드는 소비행위의 합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가 일상적 삶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적 생활형태가 일반화되고 소비는 일상적이다. 소비는 생활 그 자체다. 이런 소비유형 집단이 ‘실용생활’형이다.
 
  실용생활형 소비집단은 소비가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 일상화된 삶의 모습에 불과하다. 즉, 사람의 능력과 소득에 의해 소비가 비슷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방식과 특성에 따라 소비를 한다. 특정 신분이나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만 하는 소비행동 같은 것은 더 이상 없다. 누구나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으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소비행위로 비교하면,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차이에 대해 사람들이 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의 소비와 삶에 대한 태도나 행동방식은 다음과 같다.
 
  한두 명의 자녀만 가지는 低(저)출산 경향이 증가한다. 음반을 구입하기보다 MP3 파일을 통해 대중음악을 소비한다. 외모 가꾸기가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디자인·패션·미용 등의 산업이 각광 받는다. 방문 구매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가 늘어난다. 개인적 선호에 따라 주로 이용하는 미디어가 달라진다(예: 일간지, 월간잡지, 공중파TV, 라디오, 위성TV, 케이블TV, DMB, 인터넷, 싸이, 블로그). 대중소비 대신 자신의 개성과 독특함을 나타내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경향이 증가한다.
 
  이 ‘실용생활’형은 간지쟁이의 소비형태가 일상적 삶의 모습으로 전환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소비성향이다. 이것이 더욱 심화되고, 또 나름대로 가치를 뚜렷하게 가질 때 ‘오리지널 웰빙’형이 된다.
 
  ‘오리지널 웰빙’형은 소비의 핵심 가치가 삶의 質(질)과 편안함, 여유를 찾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소비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추구하는 주요 소비활동은 서비스 산업을 통한 自我(자아)실현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는 ‘삶의 지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활동들이다.
 
  실용생활형의 경우, 가족 중심의 소비활동을 활발히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느리고 여유 있는 사회환경을 선호한다. 웰빙 성향과 복지적 생활형태를 추구한다. 이들의 삶의 방식에는 개인적 만족이 있다. 그러나, 力動的(역동적)이거나 흥분되는 모습은 아니다.
 
  ‘오리지널 웰빙’형의 소비심리가 나타나는 것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노년층의 취업과 사회활동 증가 때문이다. 이들도 개인적 선호에 따라 세분화된 미디어 활동이 뚜렷해 진다. 개인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되면서,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명상이나 정신수련 등의 비즈니스나 제품이 늘어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한 지출이 우선시되고, 이런 활동이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느리게 살기, 덜 일하기, 행복해지기가 삶의 1차적인 모습이자 주요 가치를 차지한다.
 
일상의 삶에 충실한 현재의 중산층은 ‘자족형 프티부르주아’형 소비자로 이어질 것이다.

 
  ◈ ‘간지쟁이’에서 ‘自足型 프티부르주아’로
 
  ‘오리지널 웰빙’형이 미래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上位(상위)계층이라고 한다면, ‘自足型 프티부르주아’라고 부를 수 있는 소비집단은 미래사회에서 중간계층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생활방식은 일상의 삶에 충실하기에 생활의 긴장이나 문화적 깊이가 있지는 않다. 주요 삶의 가치는 약삭빠르게 생존을 추구하는 여피(도시 주변을 생활 기반으로 삼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 ‘young urban professionals’의 머리글자 ‘yup’와 ‘히피’의 뒷부분을 합성하여 만든 말) 성향이다. 나름대로 잘살려고 하고, 또 그 속에서 전문적이고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고 한다. 이 와중에서 자신이 정말 추구하는 주요 삶의 가치는 분명하지 않다. ‘잘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무엇을 위해 잘살려고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의 ‘간지쟁이’ 소비행태가 20년 이후의 시점에도 여전히 유지되는 상태가 ‘자족형 프티부르주아’의 생활방식이다. 이들에게 소비는 여전히 ‘남들이 가장 좋다고 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中産層(중산층)이라 불렸던 집단을 ‘프티부르주아’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이들은 그 집단의 후예다.
 
  ‘자족형 프티부르주아’의 삶과 소비의 기본 모토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단순한 가운데서도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에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면서, 참신함과 변화의 이미지도 원한다. 자신이 하는 대중소비 속에서 개성과 독특함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20세기 초 한국 사회에서 선호했던 해외이민·조기유학·원정출산 등을 여전히 자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경향, 대중음악이나 문화의 소비, 외모 가꾸기, 개인적 選好(선호)의 중시, 대중정치 참여와 안정적인 사회의 기대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한다.
 
  정보화·세계화 등 최근 10여 년간 우리의 소비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경험했다. 이런 현상은 향후 10~20년 동안 큰 변화를 우리 삶에서 만들어 낼 것이며, 이것은 소비행동이나 소비성향으로 뚜렷하게 표현될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된 ‘실용생활’형, ‘오리지널 웰빙’형, ‘자족형 프티부르주아’형은 2030의 시점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될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이자 우리 삶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2030] 미래 세계의 물 사정
 2025년 用水 부족 인구 27억명
나일江, 티그리스-유프라테스江 水系에서 물 전쟁 가능성
 
柳浩炫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1976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사회학과, 同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 現 LG경제연구원 화학전략실 책임연구원.
著者無 저자없음
<두산중공업이 2004년 완공한 하루 담수 생산량 50만t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발전담수 플랜트.>

21세기 들어 물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이제는 물이 더 이상 풍족하지 않은 한정적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아래 다양한 변화의 動因(동인)들이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대두되고 있는 물 분야의 변화 동인들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약 20년 후인 2030년의 물 환경에 대한 전망을 해 보고자 한다.
 
  물이 부족하다. 비록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km3로 지구 전체 표면을 3000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인간이 이용 가능한 담수량은 전체 물의 총량 중 단 2.5%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가운데 빙하를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담수의 양은 0.8%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심화돼 지하수의 고갈 및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물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인구의 증가 및 인류 식생활의 변화, 산업화 등의 요인으로 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것이 물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물의 절대량 부족과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약 7억명의 사람들이 用水(용수)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유엔의 조사에 의하면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용수 부족 인구가 2025년에는 약 27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 부족은 물의 효율적 사용, 이용 가능한 물 총량의 증대, 이러한 전략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기술의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 수자원 통합관리에 나서는 선진국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물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 실행하고 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안이 수자원의 통합관리다. 물은 取水(취수)에서 需用家(수용가)에 공급하고, 수용가로부터 나온 물을 처리해 배출하는 과정이 하나의 순환체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물을 저장(Stock)의 개념이 아닌 흐름(Flow)의 개념으로 보고, 전체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또 상수도와 하수도는 동일한 지역에 동일한 고객을 상대로 하고 있고, 기능적으로 유사해 시설 건설이나 정보 공유, 기술 접목 등에 있어 통합관리가 보다 합리적이다. 관리비용 측면에서도 상·하수의 분리 운영 체계는 시설 중복 투자, 관리 조직의 비용 증대를 불러온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물 시장은 상수와 하수를 통합관리하는 형태로 사업이 발주되고 있고, 선진국들도 수도 관리를 광역화하고 상·하수 관리를 통합하여 自國(자국)의 물 운영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00년에서 2005년간 수도 투자 사업 중 67.9%가 통합운영사업으로 발주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수도사업 체계는 상·하수가 분리되어 있는 비효율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분절된 상·하수 체제하에서 이를 167개의 지자체가 따로 관리함으로써 경영 효율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사업자인 지자체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자발적인 형태로 수도사업의 구조 개편을 이루는 방법으로서 전문기관 통합관리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사례를 볼 때 지자체와의 이해 관계 조율로 인해 통합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정당성을 바탕으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 통합관리 외에도 물의 효율성 측면에서 누수율, 즉 물 순환 과정에서 물이 새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물이 풍부하다고 인식될 당시에는 누수율은 사업의 비효율성 측면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였지만, 물이 부족해짐에 따라 사업의 존폐를 구별 짓는 기준으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노후한 管路(관로)를 대체하고 있고, 혁신 기술을 통해 개량 관로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로 인프라 시장이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수자원의 전반적 효율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바닷물을 민물화하는 담수사업 성장
 

이스라엘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사막지대를 옥토로 바꾸었다.

  지구상의 물 중 97%가 바닷물이라는 점에서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 사업은 물 부족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즉 이용 가능한 물의 총량을 늘리는 사업이다. 과거 이 방법이 주목 받지 못했던 것은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非(비)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기술 발달로 인해 생산비가 점차로 줄었다. 담수 기술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30~40년 전보다 해수의 담수화를 통한 물 생산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담수 플랜트 사업은 수질이 좋지 않고 물 부족 현상이 심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스페인, 그리스 등의 남유럽, 중국, 싱가포르, 호주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사는 담수 시장이 2005년 43억 달러에서 매년 9~14%씩 성장하여 2014년에는 14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기관에 따라 2015년까지 700억 달러 시장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수 재이용 플랜트 역시 실험용이 아닌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환경 보전을 목표로 한 하수 처리가 아니라, 飮用(음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하수를 처리해 재이용하는 기술이다. 하수 재이용 플랜트는 수처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사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물이 부족하고, 국토 규모가 작아 사업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즉 하수의 규모와 처리된 음용수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규모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도시화의 진전으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 시티(Mega City)가 계속 늘어난다는 가정을 할 경우 사업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담수 플랜트 및 하수 재이용 사업의 상업화 및 현실화는 물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
 
  현재 한국은 담수 플랜트 및 하수 재이용 사업이 활발하지 못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물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담수 플랜트의 상업적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담수 플랜트 기술력은 강점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담수 플랜트 시장의 주요 과정이 물을 끓이는 방식이어서 국내의 석유화학 플랜트와 파이프라인 시공 기술이 유사하다. 특히 담수 분야 최대 시장인 중동은 수자원 인프라 건설 발주에 있어 자국 기업 육성보다는 해외 업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중동을 주요 시장으로 인식하고 시장 형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 물 부족 현상의 양극화
 
  그러나 담수 분야도 민영화로 인한 통합 사업역량이 강조되고, 필터 방식의 새로운 수처리 기술의 부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계를 맞고 있다. 담수 플랜트의 확산은 물 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을 생화학 처리 방식에서 분리막(필터)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수처리 정화 방식은 생화학 처리법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 방식은 고농도 폐수를 쉽게 정화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그동안 가격이 비싸 외면 받았던 고기능 분리막 기술이 관련 분야의 진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분리막 방식은 20여년 전에 개발됐지만 필터가 비싸고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등 운영 유지비가 비싸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러나 관련 기술 혁신과 시장 수요가 늘면서 필터 가격이 하락하고 전기 소모량도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2030년에도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식량 수요는 2013년까지 현재보다 50% 이상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더 많은 농업 용수와 동물을 키우기 위한 축산 용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유엔은 2025년경에는 전 세계 국가의 5분의 1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물 부족 현상의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다. 물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춘 국가들은 담수 사업 또는 하수 재이용 사업을 통해 물 부족을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력과 경제력이 미약한 국가들,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 지역 나라들은 특히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40%가 250개 강줄기 주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강 하류 국가는 물 수급에 대한 우려로 국방력을 상류 국가보다 증강시켜 왔다. 유엔의 ‘미래전망 2008’에 따르면 이들 중 스스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이 없는 국가들은 물값 상승으로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나일강 수계의 이집트, 수단, 우간다, 에티오피아·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수계의 터키, 이라크, 시리아 등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 거대한 글로벌 물 기업 등장할 것
 
흙탕물을 페트병에 담아 마시는 아프리카 니제르의 어린이들. 경제력·기술력에 따라 을 둘러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영 사업의 독점권으로 인해 현재 형성되고 있는 글로벌 물 기업 경쟁이 과점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민간 물 사업은 시설물의 건립에서 운영을 일정 기간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경쟁력 있는 물 운영 기업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민영 시장에 참여할 것이며, 무엇보다 물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본이 없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2030년에는 물 시장에서 글로벌 자이언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부문에서도 담수와 하수 재이용 등 고도화된 수처리 과정을 갖춘 대기업들의 시장 과점화가 나타날 것이다. 발전 사업에서 지멘스, GE, 알스톰 등 거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다양한 수처리 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술 巨人(거인)들이 시장을 과점할 것이다.
 
  국내 시장은 글로벌 물 부족 현상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적인 물 부족 현상은 심화되겠지만, 기술력의 발전으로 물의 공급을 늘리는 담수 플랜트 등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담수 플랜트 용량은 공장의 테스트용, 도서 지역의 소규모 시설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환경, 글로벌 담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 지원, 기술 발전으로 인한 담수 플랜트의 가격 경쟁력 확보 등으로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앞으로 2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물의 10~20%를 생산할 수 있는 담수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싱가포르 방식의 하수 재이용 시설도 서울 등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의 공급량 확대와 효율적 사용을 통해 수자원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20여년간 수도 통합운영 관리 시스템 정착, 관로개선, 처리시설 확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물 운영 통합법인 갈라법을 입법한 후 약 15년간 조정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효율적인 통합운영체제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관로개선 작업을 통해 현재 14%의 평균 누수율을 7% 이하로 낮춰 물의 실질적 이용량이 10% 이상 늘어날 것이다.
 
  도서 산간지역의 불균등한 수자원 접근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현재 수요 규모가 작고 원수의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두 배 높은 물값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런 불균등이 해소된다는 뜻이다. 필터를 이용한 수처리 방식은 빌딩형 등으로 설계가 가능해 지역밀착형 소규모 처리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선진국 진입 가능성
 자유민주주의 완성, 신뢰사회, 문화 發信國, 세계 貢獻國이 목표
 
朴世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1948년 서울 출생.
⊙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 서울대 법대 교수,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임.
⊙ 저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선진화 혁명 지금이 마지막 기회> <정치개혁의 성공조건>
    <法경제학> 등.
⊙ 상훈: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著者無 저자없음
[1] 지난 60년의 회고: 건국·산업화·민주화
<근대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이제 대한민국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지난 60년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좌절과 어려움이 많았으나 크게 보아 발전과 성공의 역사였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은 建國(건국)한 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제2차 대전 직후 세계 最貧國(최빈국)의 하나였던 후진국에서 중진국의 선두주자로 힘차게 뛰어오르면서 21세기에 진입했다.
 
  1945년 해방된 이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1948년의 건국을 이루어냈다. 36년간의 외세 지배 후에 독립된 국민국가를 세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을 세우는 일에 성공했다. 1960년 초부터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산업화의 길로 一路邁進(일로매진)했다. 그 결과 고도성장에 성공하여, 1960년대 초 1인당 GNP 80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1995년에 1만 달러 수준의 중진국으로 성큼 뛰어올랐다.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었다.
 
  우리는 1980~1990년대 민주화에도 성공했다. 1950년대에 대한민국에 온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적인 산업화를 배경으로 민주화에 성공했다. 지난 60년간을 크게 보면 대한민국은 ‘건국’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2] 21세기 국가목표: 선진화 革命
 
  그러면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21세기 국가목표 내지 국가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마디로 향후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목표 내지 국가과제는 남과 북이 모두 선진화 혁명에 성공하여 ‘통일된 선진조국’을 건설하는 것, 환언하면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한반도의 선진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선진화 제1단계: 남한의 선진국 진입과 북한의 근대화 혁명 단계
 
  제1단계는 남한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는 단계이고, 동시에 북한도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본격 추진하고 서서히 민주화의 방향으로 들어서는 단계다. 제1단계는 향후 10~15년 내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남한은 왜 10~15년 안에 반드시 경제적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구변화에서 온다. 남한은 향후 10년 내에 생산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하고 향후 15년 이내에 총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이다.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높은 성장률(5~6% 정도)의 유지가 어렵게 된다.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어도 인구감소만으로 2% 정도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면 북한은 왜 10~15년 안에 근대화 혁명에 성공해야 하는가? 주된 이유는 북한에서 개혁과 개방 없이 지금 같은 非(비)정상 실패국가의 상황이 10~15년 지속되면 ‘북한 전체의 砂漠化(사막화)’가 급진전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을 추진할 人的(인적)·物的(물적)·정신적 자원이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고갈되고 파괴될 위험이 크다고 본다.
 
  선진화 제2단계: 남한의 선진화 완성과 북한의 선진국 진입
 
  제2단계는 남한이 선진국의 先頭走者(선두주자)가 되는 단계다. 단순한 경제적 선진국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모든 측면에서, 그리고 국제적 기여도에서도 명실공히 세계 일등국가인 선진국이 되는 단계다. 동시에 북한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고 선진화 구상에 진입하는 단계다.
 
  제2단계 선진화는 제1단계 선진화가 끝난 후 최소한 15년 전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제1단계가 2020년 전후에 끝나고 제2단계가 2035년 전후에 완성되는 셈이다.
 
 
  [3] 선진화란 무엇인가?: 先進國의 5대 조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북한이 10~ 15년 내에 근대화 혁명에 성공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그러면 선진화란 무엇인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경제적 선진화 ▶▶ 1인당 소득 3만 달러의 ‘항아리型(형)’ 경제
 
  우선 경제적으로는 2005년 가격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최소한 3만 달러 수준에는 들어가야 한다. 2005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국가 약 220개국 중에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아일랜드, 덴마크,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일본,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20개국뿐이다. 경제적 의미의 선진국이란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아 세계 최고 소득국가 20개국(G-20) 안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국민소득이 높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소득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 국민소득은 높지만 빈부격차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평균 국민소득도 높지만 중산층(중위 60%)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항아리型(형) 경제’를 이루어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소득점유율이 높은 사회가 成長親和的(성장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수반하여 親(친)성장적 정책과 제도를 가지기 쉽고, 그로 인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쉽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 중산층의 소득점유율이 높은 사회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불안이 적어 정치적 안정을 이룰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기 쉽다는 사실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러한 ‘성장친화적 항아리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전략이 국민 대다수가 참여하는, 특히 저소득층이 많이 참여하는 ‘低邊(저변)이 넓은 성장전략(broad-based growth strategy)’을 추구해야 한다. 거대 기업 등 소수만이 주도하는 성장만으로는 소위 ‘양극화 축소형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는 물론 저소득층이 보다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정치적 선진화 ▶▶ 포퓰리즘을 넘어 ‘자유민주주의’로
 
  정치적으로 선진국이란 ‘절차적 민주주의’의 단계를 지나 ‘실체적 민주주의’의 성공까지 이루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환언하면 ‘민주화의 단계’를 지나 ‘자유화의 단계’를 성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명실공히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달성하는 것을 정치적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80~1990년대 민주화를 이루었으니 앞으로의 과제는 ‘자유화’이고 ‘실체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그러면 민주화는 무엇이고 자유화는 무엇인가? 민주화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유화는 그렇게 선출된 정부가 국민의 존엄과 생명, 자유와 권리를 하늘처럼 떠받드는 정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주화와 자유화에 성공해야 비로소 자유민주주의에 이르게 된다.
 
  21세기 우리나라가 정치적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화(민주주의)와 자유화(자유주의)가 결합된 자유민주주의의 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화의 단계를 지나 자유화의 단계로 나가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정치적 선동가가 등장하여 대중의 일시적 정서에 맞춰(혹은 대중정서를 조작하며) 國政(국정)을 인기 영합적으로 운영하면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위협받고 부정되기 쉽다.
 
  그 결과 등장하는 것이 소위 非(비)자유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다. 이는 민주화는 되었는데 자유화에 실패하는 경우다. 요즘 지구 위에는 비자유민주주의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우리의 과제는 포퓰리즘의 위험을 극복하고 자유화를 달성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법의 지배’의 정착이다.
 
  법치주의는 便宜(편의)의 지배(rule of expediency)가 아니라 原則(원칙)의 지배(rule of principle)를 의미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포퓰리즘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치주의를 세워서 ‘편의와 인기와 감성의 지배’가 아니라 ‘법치와 원칙과 이성의 지배’를 정착해야 한다.
 
법치의 확립 없이 선진국 진입은 없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셋째 ▶사회적 선진화 ▶▶ 公私調和의 사회: 君子와 교양인의 사회
 
  사회적 선진국이란 公益(공익)과 私益(사익)이 잘 조화되어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 배려와 기여, 그리고 책임의식이 높은 사회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公私調和(공사 조화)의 사회’다.
 
  도덕과 윤리의 수준이 높은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자기절제를 통해 公益(공익)과 私益(사익)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동양에서는 이웃(공동체)을 위한 자기절제능력이 높은 사람을 ‘君子(군자) 혹은 선비’라 하고, 서양에서는 ‘紳士(신사) 혹은 敎養人(교양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군자와 교양인이 많은 사회’를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다.
 
  군자와 교양인이 많으면 우선 그 사회가 信賴社會(신뢰사회)가 된다. 서로가 상대를 믿고, 믿음을 기초로 자신의 행위를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호신뢰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01년 세계가치관조사를 보면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웨덴에서는 66.3%가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일본은 43.1% 미국은 36.3%인데 반해 한국은 27.3%에 불과했다. 이는 아직 일반적 사회신뢰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군자와 교양인이 많으면 그 사회는 저절로 서로가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善(선)을 행하는 人情(인정)사회로 발전한다. 그렇게 되면 적극적인 이웃사랑과 이웃나눔 활동이 일어난다. 자원봉사활동이 일상화되고, 크고 작은 共同體(공동체) 운동(community movement)이 많아진다. 이러한 ‘자원봉사형 공동체운동’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미국에는 약 140만개의 자원봉사조직이 활동하고 있고, 성인의 과반수가 주 4시간 이상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출연한 크고 작은 재단도 40만개나 된다.
 
  넷째 ▶문화적 선진화 ▶▶ 多문화 共生사회를 지나 세계문화 發信國
 
  문화적으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하나는 ‘多(다)문화 共生(공생)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른 문화, 다른 민족,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고 배우려는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自國(자국)에 대한 독선적 자세와 異國(이국)에 대한 배타적 자세로는 문화선진국이 될 수 없다.
 
  둘째, 다문화 공생의 단계를 넘어 자기 민족이 가진 전통문화의 장점과 이국문화의 장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문화표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문화든 나름의 特長(특장)이 있다. 자국의 문화와 이국의 문화를 결합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글로벌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문화적 선진국이다. 즉 ‘세계문화 발신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의 융합이 성공하려면 국민 다수가 높은 수준의 문화이해력 내지 문화解讀力(해독력·cultural literacy)을 가져야 한다. 자국의 문화는 물론 이국의 문화에 대한 올바른 해독력이 중요하다. 이를 기초로 인류의 보편적 성품과 정서를 순화하는 새로운 문화표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국제적 선진화 ▶▶ 세계貢獻국가
 
국제적 공헌은 선진국의 필수조건이다. 이라크 아르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들.

  국제적으로 선진국이란 한마디로 인류의 보편적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貢獻(공헌) 국가’다. 인류는 오늘날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당면해 있다. 핵과 테러 문제, 인종전쟁과 실패국가, 절대빈곤과 질병, 지구온난화와 에너지부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범지구적 통치구조(global governance)의 취약, 공동체 붕괴와 정신적 황폐 등등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문제의 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다른 나라보다 앞장서 지구촌 이익을 고민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리하여 인권, 평화, 빈곤퇴치, 환경, 생태 등 지구적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를 만드는 데 앞장서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과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이란 군사적·경제적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뛰어난 ‘문화력과 외교력’이 있어야 하고, 세계문명을 선도하는 학술·종교·도덕 등의 ‘정신적 자본’이 있어야 한다. 소위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강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 파워를 많이 가진 나라, 그리하여 이웃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모범국가, 매력국가가 국제적 의미의 선진국이다.
 
 
  [4] 선진화의 목표: ‘國家理想’으로의 선진국
 
다음 세대에게 어떤 ‘국가이상’을 가진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이렇게 선진국을 여러 측면에서 정의해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오늘날 지구 위에 實在(실재)하는 선진국의 어느 하나와 비슷해지는 것을 목표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위에서 우리가 선진국 5대 조건으로 정의한 나라는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가 희망하는 가장 바람직한 선진국, 즉 ‘21세기적 理想國家(이상국가)’를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목표는 ‘이상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건설’에 있다. 개인에게도 꿈과 이상이 있듯이 국가에도 꿈과 이상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 ‘대한민국의 이상’은 무엇인가? 그 꿈과 이상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선진화된 모습은 무엇인가? 모든 국민이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우리 역사와 풍토, 문화와 정서에 잘 어울리는 ‘동양적 한국적 선진국’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이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선진화다. 따라서 선진화는 기본적으로 ‘모방적 선진화’가 아니라 ‘창조적 선진화’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을 앞으로 제1단계는 2020년 전후까지, 그리고 제2단계는 2035년 전후까지 완성시켜야 한다.
 
  지난 60년간 끊임없이 우리는 ‘과거와의 싸움’을 해왔다. 건국은 식민지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한, 산업화는 기아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리고 민주화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여 우리는 中進國(중진국)의 선두에 우뚝 서 있다. 과거와의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서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궁극적으로 지향할 꿈, 대한민국의 이상이 무엇인가, 우리는 앞으로 과연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상’, ‘동양적 한국적 선진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어느 한두 사람이 답할 몫은 아니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들의 참여와 모색과 합의과정이 있어야 한다. 각계각층의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이러한 모색과정을 선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의 集團智慧(집단지혜·collective wisdom)와 集團熱情(집단열정·collective aspiration)을 활성화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과 이상을 찾아가는 과정, 발견하여 가는 과정, 창조해 가는 국가적 국민적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를 모든 국민이 다 수용하고 시인하는 단계에 이를 때, 대한민국의 국가이상은 국민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國是(국시)가 될 것이다.
 
  앞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시’를 세우는 노력, 즉 ‘창조적 선진화’를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국민 모두의 지혜와 열정이 모아질 때 대한민국의 선진화, 선진국 진입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2030] 20년 후의 한국 정치 시스템
 정당정치 사라지고 ‘조직 없는 리더십’등장할 것
 
金亨俊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1957년 서울 출생.
⊙ 한국외국어대 중문학과 졸업. 美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임. 現 한국선거학회장,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 위원.
⊙ 저서 :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과 국가 발전> <한국의 선거V>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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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무렵이면 정당정치·의회정치는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빛의 속도로 변화될 2030년 한국 정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미래는 수많은 돌발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의 힘을 빌려 그동안 한국 정치 현상에 영향을 주었던 설명 변수들을 고찰해 보면 미래 한국 정치에 대한 예측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30년의 한국 정치는 정보화·世界化(세계화)·分權化(분권화)·高齡化(고령화) 등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정보화는 극단적으로 복잡한 가치구조를 갖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동일한 가치관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 존재했던 규율·예상·지속성이 깨지면서 그동안 정치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의회와 정당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고도화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이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고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편, 정보화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의도적으로 많은 정치정보를 획득하며, 특정 이슈에 대해 능동적·저항적으로 참여하는 ‘똑똑한 대중(smart mobs)’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첨단기술은 개개인이 他人(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을 완전히 바꾸고 집단이나 군중의 행동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 386세대에서 Y세대로
 
  둘째, 세계화는 국민주권의 개념과 국민국가의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 응집력이 되는 지리적·국가적 통합이 소멸되고, 역사적 배경, 지리적 환경, 국가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가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分權化(분권화)와 지방화가 가속화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들과 직접 접촉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고령화 사회의 등장은 세대와 정치세력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른바 민주화 투쟁을 했고, 2000년을 전후해 정치 전면에 등장했던 386세대(1960년부터 1969년 사이 출생)는 2030년이면 은퇴했거나 은퇴해 갈 것이다. 386세대를 대신해 현재의 26세에서 35세를 차지하는 ‘Y세대’가 한국 정치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우리’보다는 ‘나’가 우선인 세대다. 이들의 가족·결혼·이성관은 자기중심적이다. “내게는 내 인생이 있고 자식에게는 자식의 인생이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들은 물질주의적 가치보다는 脫(탈)물질주의적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따라서 20년 후에는 자신의 正體性(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認定(인정)의 정치(politics of recognition)’가 극대화될 것이다.
 
 
  ◈ 정당이 사라진다?
 

2030년이면 정당이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같은 상황적 변수들이 2030년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 ‘정당 쇠퇴론’이 크게 부상될 것이다. 대중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정당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면서 정당은 쇠퇴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콜린 크라우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을 ‘민주주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 시기에 정당은 계급관계에 기반을 두고 활동했으며, 사회적 갈등은 노·사·정이 함께 참여해 대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직업집단들이 등장했고, 이러한 신생 직업집단들의 출연으로 계급 중심의 정당정치가 실종됐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2005년 35주년 창간 특집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사라질 것>(Here today gone tomorrow)에서 2040년쯤 사라질 것으로 一夫一妻制(일부일처제), 영국 왕실, 생명의 신성함 등과 함께 정당을 꼽았다. <폴린 폴리시>는 그 이유로 “기성 정당이 기반을 둔 이데올로기와 계급 격차는 날로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종· 종교·性的(성적) 정체성 등이 계급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폴린 폴리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소속감, 중첩된 정체성을 키워 온 시민은 더 이상 기성 정치체제를 신뢰하지 않으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이익집단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얘기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연구에서도 “미래사회에서는 의회나 국민의 대표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몰고 와 정당에 기초한 의회, 또는 현존하는 국민대표제도에 대한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정당들은 정책경쟁을 통해 정치안정과 정치발전을 담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2005년 11월에 실시한 ‘세계가치조사’에서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한 한국인들은 응답자의 23.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63.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사법부(50.2%), 대기업(46.0%), 행정부(45.9%), 노조(41.5%)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가 2007년 11월에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정당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9%로 “만족한다”(23.9%)는 대답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2008년 총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평소에 가깝게 느끼며 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 주는 정당이 있다”는 응답은 22.6%에 불과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들.

 
  ◈ 풀뿌리 리더 출신 정치인 등장
 
  이런 조사결과들을 볼 때,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한두 가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 수시로 변해 측정이 불가능하고, 기존 정치투표 단위의 유효성이 사라지면서 이들을 대변한다는 국회와 정당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한국 사회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무엇이 기존의 의회와 정당을 대신하게 될까?
 
  아마 이해 당사자들이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그 문제가 해결되면 사라지고, 또 다른 쟁점이 부각되면 새로운 조직이 구성되는 ‘유동적이지만 응집력이 강한 정치조직’들이 등장할 것이다. 첨단기술이 발달된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이 같은 정치조직을 만드는 데 연령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따라 386세대처럼 특정 연령대가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따라 지방에서부터 계단을 밟아 성장한 ‘풀뿌리 리더’型(형) 정치인들이 등장할 것이다.
 
2030년이면 386세대 정치인들이 은퇴하는 시점이다. 사진은 2004년 5월 9일 열린 ‘전대협기 축구대회’에서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는 386세대 국회의원들(오른쪽부터 이인영·김태년·우상호·정청래 의원).

  각국 의회 엘리트에 대한 비교·연구에서는 ‘공직 경험’과 ‘多選(다선) 여부’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의원들을 4가지 경력 유형(career type)으로 분류한다. 즉 공직 경험이 없는 初選(초선) 의원은 아마추어형, 공직 경험이 있는 초선 의원은 단계적 성취형, 공직 경험이 없는 다선 의원은 의회주의자형, 공직 경험이 있는 다선 의원은 경력주의자형 등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공직 경험이란 중앙정부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의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선진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의원들의 공직 경험을 중시해 아마추어형보다는 단계적 성취형, 의회주의자형보다는 경력주의자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미국 연방 의회의 경우, 州(주) 정부와 주 의회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연방 의회로 진출하는 단계적 성취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벨기에 의회의 경우 아마추어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3%, 단계적 성취형은 19%, 의회주의자형은 2%인 데 반해 경력주의자형은 76%를 차지했다. 스위스도 아마추어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4%인 데 반해 단계적 성취형은 37%, 의회주의자형은 2%인 데 반해 경력주의자형은 55%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7대 총선 당선자를 이런 경력 유형에 따라 분류해 보면, 아마추어형이 38.1%로 단계적 성취형(24.3%)보다 훨씬 많았고, 의회주의자형(19.1%)이 경력주의자형(18.4%)보다 많았다. 특히 아마추어형은 16대 국회(22.3%) 때보다 15.8%포인트 많았다.
 
  2030년에는 이 같은 의원 충원 형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강화되어 현재의 중앙집권적 행정체제가 分權的(분권적) 형태로 변화되면서 필연적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해 본 사람들의 중앙 진출이 확대될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중앙당 중심의 公薦(공천)제도는 일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上向式(상향식) 공천제도로 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과 지역구에서 경험을 쌓고 지지 기반이 튼튼한 사람들이 중앙정치엘리트로 충원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한국 의회에서 단계적 성취형 또는 경력주의자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폭 증대할 전망이다.
 

 
  ◈ ‘조직 없는 리더십’ 등장
 
  셋째, ‘조직 없는 리더십’의 등장이다. 정치학자 제임스 번스는 리더십이란 “리더가 추종자들로 하여금 쌍방 모두가 共有(공유)하는 가치와 동기를 충족시키는 목적을 위해서 유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는 리더와 추종자가 함께하는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조직이 없으면 리더가 없고, 리더가 없으면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래학자 짐 데이토는 ‘무엇인가 수행되기를 원하는 기능’으로서의 리더십과 ‘어떤 제도와 조직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갖는’ 리더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정치조직들이 약화되고,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며, 첨단기술의 발달로 직접 참여정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조직이 없어도 리더십이 부상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등장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代案(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여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등장은 조직 없이 리더십을 발휘한 실제적 사례다. ‘미네르바’는 의회·정당·정부·시민단체 등 기존 정치조직에 속해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미래 한국 사회가 첨단기술에 의해 빠르게 변화할 경우 이와 같은 현상이 일반화될 것이다. 미래에는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1人(인)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생각이 손쉽게 전염되는 미래사회에서는 ‘1인 매체화’와 ‘1인 권력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 섬김의 리더십
 
제18대 총선이 끝난 후 선거벽보가 철거되고 있다. 2030년에는 말뿐이 아닌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이 요구될 것이다.

  ‘조직 없는 리더십’이 출현한다 해도 2030년 한국 정치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요체는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사회 생활은 ‘共同善(공동선)을 위해 권력이 행사되고 법과 정의가 제대로 세워져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 가는 행위’다. 이런 사회생활에서 공동선을 촉진시켜 평화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는 섬김, 실천과 절제, 배려와 통합, 성찰을 토대로 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가 1977년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他人(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긍정적 역사의식과 철학을 토대로 배려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靈感(영감)을 주는 옳은 방향성과 강한 힘을 갖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비전 제시는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을 토대로 해야 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참회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고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들보다 우월한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이 보다 완전한 것을 향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자신이 우월하기 때문에 남에게 施惠(시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를 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2030년 한국 정치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2030] 20년 후 한국의 외교정책
 美·日 해양세력과의 동맹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李春根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1952년 서울 출생.
⊙ 연세大 정외과·同 대학원 졸업. 美 텍사스주립大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現 이화여대 겸임교수.
⊙ 저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등.
李春根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choonkunlee@hotmail.com)
<2030년에도 미국은 여전히 패전국가로 남을 것이다. 사진은 2006년 6월 태평양상에서 실시된 美해군의 <용감한 방패> 훈련.>

1980년대 후반 미국 沒落論(몰락론) 이 유행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제1의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1980년대 후반의 압도적 多數說(다수설)이었다. 정치가·학자·일반인들이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1위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풀 케네디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은 미국 몰락론을 확산시켰던 대표적인 책이었다. 1987년 나온 이 책의 초판본 표지에는 지구의 頂上(정상)에서 성조기를 어깨에 걸고 아래로 막 내려가려는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Uncle Sam)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의 앞에는 이미 아래로 내려가 있는, 유니언 잭(영국 국기)을 어깨에 메고 있는 영국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미국의 뒤를 이어 지구의 정상으로 막 오르려 하고 있는 사람은 일장기를 든 일본 사람이었다.
 
  케네디의 책은 발간 3년 만에 여지없이 틀린 책이 되어버렸다. 우선 케네디가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소련제국의 급격한 붕괴였다. 케네디만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당대의 초일류 소련 전문가들 중에서 소련의 붕괴를 예언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식인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은 레이건 대통령이 오히려 소련의 몰락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었다.
 
  소련이 몰락한 이후 1990년대로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10여 년 동안 미국은 타의 추종을 압도하는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렸다. 1999년 간행된 <미국은 외교정책이 필요한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헨리 키신저 前(전) 국무장관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미국은 역사상 어떤 위대한 강대국도 누릴 수 없었던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향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의 미국은 지구 역사에 나타났던 어떤 강대국보다 막강했다. 1990년대 이후의 미국은 수퍼 파워(Superpower, 초강대국)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하여 하이퍼 파워(Hyper Power) 혹은 위버파워(Uberpower), 즉 極(극)초강대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몰락론은 1990년대 이후에도 지속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거론되기 시작한, 미국의 몰락을 초래할 도전국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2008년 9월 중순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급속히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 몰락론은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9년을 맞이하며 2030년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 정책을 분석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知的(지적) 작업이다. 과연 2030년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와 강대국의 力學(역학)구조는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와 강대국의 역학구조 분석은 언제라도 대한민국 외교정책을 위한 기초 지식이 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권력구조 변화는 한국 외교를 규정하는 틀이 되기 때문이다.
 
 
  ◈ 국민국가와 민족주의의 지속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교수.

  世界化(세계화)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민족국가들은 2030년에도 가장 막강한 정치조직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국제정치는 20세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無(무)정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가들에게 강제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국가보다 권위가 더 높은 上位(상위)의 국제적인 조직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2030년에도 자신의 국가를 위해 최대의 충성을 바칠 것이며 국가들은 모두 주권국가(sovereign state)로 남아 있을 것이다. 2030년에도 한국인·일본인·중국인들은 지금처럼 스스로를 한국 국민·일본 국민·중국 국민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남아있을 것이며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은 2030년에도 자신을 아시아인·세계인으로 자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국가는 2030년에도 세계정치에서 가장 막강한 행위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외교정책과 국제분쟁은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東北亞(동북아) 국가들은 2030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부유한 상태에 있을 것이다. 2008년 세계 2위, 4위, 13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중국·한국은 2030년에는 모두 세계10위 이내에 들어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지만 방대한 인구 덕택에 경제력에서 세계2~3위가 될 것이다. 일본 역시 세계2~3위의 자리를 놓고 중국과 경쟁할 것이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자유민주주의 우파 정권이 계속 집권한다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말한 747, 즉 ‘10년 동안 계속 7 % 성장을 이룩하여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이 되자’는 구호는 예정보다 늦춰지기는 해도 2030년에는 거의 확실하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2030년의 동북아 5개국(한국·중국·일본·러시아·미국)은 모두 세계 10대 경제大國(대국)에 들어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2030년의 한반도는 아마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룬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神政政治(신정정치) 의 주역인 金正日(김정일) 정권이 그때까지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神(신)으로 승격된 金日成(김일성)의 권위를 빌려 김정일이 통치하는 나라다. 북한은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으며, 김정일은 각종 질병으로 인해 생물학적 생명이 종말에 가까워졌다.
 
  2030년의 시점에서 북한은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김정일 정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북한에 ‘강경한’ 軍部(군부)정권이 출현하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라며, 김정일의 존속을 내심 바라는 언급을 한다. 하지만 ‘강경한 군부’는 김정일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부는 신정정치의 기초가 되는 주체사상을 역사의 휴지통 속에 집어던질 수 있는 집단이다.
 
  북한이 주체사상을 포기하면 남북한은 자본주의 체제로 收斂(수렴)될 것이다. 2030년 남북한은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의 유럽연합 이상으로 경제 통합을 이룩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미국은 중국의 대두를 방치하지 않을 것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 세계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30년 미국은 아직도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경제학 혹은 경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곧 앞설 것이라고 예측하는 반면, 전략론 및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미국의 大(대)전략을 연구하는 전략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08년 현재 중국보다 군사력에서 10배 이상 강하고 경제력에서 5배 이상 강한 미국이 중국의 추월을 방치할 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아무 일 없이 평화적으로 추월한 후, 앞으로 더욱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이 방치할 것이라는 논리 자체가 전략론의 영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和平?起(화평굴기), 즉 ‘평화로운 강대국화’를 말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평화스럽게 맞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역사에 나타났던 세계대전급의 대규모 전쟁들은 모두 覇權國(패권국)의 권력이 교체되는 시점에 야기된 전쟁들이다. 국제패권 전쟁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방대한 연구가 축적된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시카고 대학의 존 F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不許(불허)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도전국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많다.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는 2004년의 저서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졌고,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세대 동안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필적할 국가가 앞으로 두 세대 동안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다.
 
  브레진스키의 분석을 받아들인다면 2030년 동북아의 힘의 구조는 패권국 미국, 막강한 중국, 막강한 일본, 지금보다 상당히 강해진 대한민국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자원 수출에 힘입어 1990년대의 비참함에서 벗어나겠지만 일본·중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력은 한국보다 뒤처질 것이지만,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2030년에도 동북아 지역에서 상당한 전략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대두는 美·中간의 新냉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인민무장경찰이 五星紅旗를 게양하고 있다.

 
  ◈ 美·中간 새로운 冷戰 가능성
 
  2030년 미국과 중국의 국력 격차는 2008년의 그것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오건스키 교수가 제시했던 ‘힘의 轉移(전이)이론’에 의하면 패권경쟁을 벌이는 강대국들 사이에 힘의 격차가 줄어들 때 두 나라는 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속히 힘이 증가하고 있는 도전국은 패권국과의 힘의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때 先制(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패권전쟁을 야기하는 것이 역사의 패턴이었다.
 
  2030년의 중국은 미국에 선제공격을 감행할 만큼 국력이 막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변신하는 경우라도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해소되기 어렵다. 두 나라는 이미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막강한 제국들이기 때문이다.
 
  冷戰(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충돌했던 것은 두 나라의 이념이 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나라는 너무나 막강한 초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30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냉전시대의 美蘇(미소)관계와 비슷한 현상이 야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유일 패권국의 출현을 막는 것을 국가 대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제압하기 위해 일본과 인도를 동원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본·인도·중국 등 3대 세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21세기版(판) 아시아 삼국지가 형성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이미 시작된 미국의 중국패권 저지 전략은 2030년에는 제도화된 동맹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 가장 큰 위협은 중국
 
2030년 韓日관계는 準동맹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2007년 6월 공동수색 및 구조훈련을 하고 있는 韓日 해군.

  대한민국은 2030년의 동북아 국제정치구조 속에서 국가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계 7위 수준으로 상승해도 우리가 상대해야 할 국가들이 우리보다 더욱 강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부터 오는 안보상의 위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경제통합을 이룬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에서 야기되는 잠재적 위협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地政學的(지정학적) 운명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바다를 통해 한반도와 떨어져 있는 일본의 경우, 육지로 연결된 중국·러시아보다는 그 위협의 정도가 작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인 국가안보의 확보, 국력의 증가, 명예의 확보를 위해 한국은 2030년에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미국은 2030년에도 가장 막강한 나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를 향해 밀려오는 무거운 힘을 상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외부적인 힘이다.
 
  대한민국은 2030년의 일본과는 準(준)동맹 수준으로 외교관계가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막강해진 중국으로부터 공통적으로 당면하게 될 위협이 있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안보 이익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지금보다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국제정치의 원리상 한국에 대한 본질적인 안보 위협은 잠재적이든 현재적이든 중국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2030년 대한민국의 국가전략과 외교정책을 규정할 또 다른 요소인 地政學(지정학)은 보다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우리는 2030년에도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영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유일한 이웃 나라다. 반면 중국·일본·러시아는 모두 한반도에 대해 ‘영토적인 이익(territorial interest)’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안심하고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강대국은 미국뿐이다.
 
  국제정치적 위협이란 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로부터 오는 것이다. 국가들은 이웃 국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나라들과 동맹을 맺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遠交近攻策(원교근공책)이다. 古代(고대) 중국의 국제정치에서 도출된 이 책략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국제정치의 전략 원칙이다.
 
 
  ◈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날
 
  만약 중국의 힘이 미국을 압도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날 우리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대한민국이 택해야 할 전략은 ‘편승(bandwagon) 전략’이어야 한다. 미국·일본과 연계해서 중국과 균형을 도모하는(balancing) 방식이 있겠지만 그것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때는 중국에 달라붙는 편이 최선책이다. 조선시대 우리의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2030년의 대한민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고민해야 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으로 구성된 지구적 해양동맹은 그 시점에서도 군사 및 경제에서 중국을 압도할 것이며, 우리는 해양동맹에 속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2030] 남북통일 가능성
 내수시장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통일비용 240조~1200조 원 예상
 
南成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1959년 서울 출생.
⊙ 고려대 국어교육과·경제학과 졸업. 美 미주리주립대 응용경제학 박사.
⊙ 국가정보원 연구위원, 통일부 남북교류협력 정책자문위원,
    제17대 대통령직인수委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자문위원 역임. 現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同 북한학연구소장, 남북경제연구소장,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저서: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농장 개혁> 등.
著者無 저자없음
<통일은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한국을 동북아의 중심으로 부상시킬 것이다. 사진은 최전방 철책선을 순찰하는 국군 장병들.>

2008년 11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오는 2025년 남북한이 통일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보위원회는 북한의 핵 폐기 문제가 불확실한 상태지만, 2025년쯤에는 남북한이 단일국가나 느슨한 연방 형태로 통일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반도 통일은 한민족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국가 면적이 두 배가 되고 인구가 8000여 만명에 육박하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를 흥분케 한다. 통일은 주변 4대 강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흡한대로 弱小國(약소국)의 설움을 풀고 强小國(강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각종 有·無形(유·무형)의 부담에 대한 각오가 先行(선행)되어야 한다. 유형의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적 책임이고, 무형의 비용은 분단 80여 년 동안 누적된 남북간 異質化(이질화)에 따른 혼란이다.
 
  남북통일에 관한 중장기 예측 보고서 가운데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가 가장 체계적이다. 랜드연구소는 1999년 8월 <한반도 통일을 위한 대비―예측되는 시나리오와 그 의미>(Preparing for Korean Unification -Scenario & Implication)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랜드연구소는 2005년 이 보고서의 후속판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역설>(North Korean Paradoxes)을 발간했다. ‘한반도 통일의 상황, 비용 및 결과(Circumstances, Costs and Consequences of Korean Unification)’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9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 가능성을 분석한 뒤, 통일비용을 산출하고 한반도 통일이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체제진화와 통합을 통한 통일 ▲붕괴와 흡수를 통한 통일 ▲분쟁을 통한 통일 등 3가지 통일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랜드연구소는 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두 번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서 통일비용을 ‘북한의 국민소득(GDP)을 두 배로 올리는 비용’으로 정의하고 통일비용을 추산한다. 이 보고서는 주로 독일 사례에 기초하여 한반도 통일비용을 500억 달러(약 50조원)∼6700억 달러(약 670조원, 2003년 기준)라고 계산했다.
 
 
  ◈ 막대한 통일비용
 
  통일에 대한 부정적 시나리오는 막대한 통일비용과 이질적 정치 체제의 통합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근거를 두고 있다. 통일비용의 추정 규모는 연구기관이 통일비용을 어떻게 정의하고 통일비용의 산출과 관련된 기본 假定(가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통일이 되었을 때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소득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지 등에 따라 추정 결과가 달라진다.
 
  2002년 국제통화기금(IMF)은 통일비용으로 400조원을 예상했다. 2003년 5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 IBCA)는 통일비용으로 2000억∼50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40조∼600조원)를 전망했다.
 
  2006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卞良均(변양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은 “통일이 이뤄지면 연간 40조원씩 최소 30년 동안 재정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미국의 마커스 놀랜드 및 황의각(1993) 등 국내외 많은 경제학자들이 動態的(동태적) 균형계산모형을 활용해 통일비용을 추산했다. 이들의 결론은 통일비용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일본 도쿄대의 한국경제 전문가인 후카가와 유키고(深川由起子)는 지난 1997년 한국경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그의 저서 <대전환기의 한국경제>에서 “‘북한 요인’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지뢰밭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이 4 대 1인데 반해 남한과 북한은 2 대 1에 불과해 남한의 북한 扶養(부양)비용은 독일보다 클 수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에 통일로 인한 불투명성이 높아지면 대량의 자본 도피가 일어날 수 있고, 수많은 북한 실업자를 고용해야 등 불안요인은 한국경제에 치명적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동독에 1740조원 퍼붓고 경제재건 실패
 
  통일 전 서독 정부는 통일비용을 “통일 후 10년 내에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의 경제력 및 소득수준의 일정비율(서독연방 산하 여러 주 가운데 중하위권 수준)에 도달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경비”라고 정의했다.
 
  통일 당시 서독 정부는 통일비용으로 1조 마르크를 예상했다. 하지만 통일 후 10년 동안 동독지역으로 移轉(이전)지출된 것만 해도 2조 마르크(약 950조원)가 넘었다. 독일 정부의 의뢰를 받은 조사위원회는 2004년 작성한 ‘동독 경제회생정책 평가보고서’에서, “통일 이후 지난 14년간 1조2500억 유로(약 1740조원) 상당의 자금이 투입됐으나 사실상 동독지역의 경재 재건에는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0년 당시 서독의 경제력은 세계 3위였고, 동독은 공산주의 국가들 중 선두에 있었지만 막대한 통일비용은 통일 독일의 경제상황을 악화시켰다. 公共負債(공공부채)의 비중이 통일 직후 GDP 대비 40%에서 2006년 67%로 늘어났다. 이는 통일 이후 지속되어 온 재정 赤字(적자)를 國·公債(국·공채) 발행을 통해 메워 왔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도 둔화됐다. 통일 이후 舊(구) 동독 지역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지만, 통일 特需(특수)로 인한 건설업 중심의 산업 팽창에 한계가 나타나고, 재정 부담으로 인해 경기부양 정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일 경제는 정체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 부문이 침체되면서 舊(구) 동독 지역의 실업률이 꾸준히 악화돼 2006년 독일 정부가 추계한 실업률은 10.8%에 달했다.
 
  뮌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사만화가 하이징거는 1990년 초 통일 당시의 상황을 재미있는 만화로 풍자했다. 떠오르는 통일(Einheit)의 찬란한 태양을 생각하며 해가 떠오르는 것을 기뻐했는데 그 태양이 떠오른 뒤 서독 국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떠오른 것은 태양이 아니라 ‘통일에는 비용이 들어간다(Kostet)’는 동독 마크가 선명한 모금함이었기 때문이다.
 
  무형의 혼란은 80년 분단 세월이 초래한 남북한 주민 간 사고와 언어를 비롯한 생활방식의 차이 및 체제적응 문제다. 동서독 주민은 게르만 민족의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오시(Ossi-동쪽 놈)’ ‘베시(Wessi-서쪽 놈)’로 호칭하며 무시와 거부감을 보였다.
 
  탈북자들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체제 적응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남한이 오후 2시 대낮이라면 북한은 밤 2시 칠흑 같은 어둠”이라면서 “급격한 체제통합이 서로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서독과 달리 同族(동족) 간의 전쟁을 경험한 남북한은 이질화에 관한 한 동·서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통일에 대한 긍정적 시나리오는 ‘통일편익’에 토대를 두고 있다. 통일편익은 경제적 편익과 비경제적 편익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적 편익으로는 분단유지 비용의 해소 및 경제통합의 편익을 들 수 있다. 분단유지 비용이란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기 때문에 지출하는 비용으로, 국가재정 대비 15.5%를 차지하는 국방비가 여기에 해당된다. 2009년 국방예산이 29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다. 소모적 성격이 강한 군사비는 안보를 확보하는 필수비용이지만, 현재의 규모는 우리 경제규모를 상회하는 기회비용의 성격이 강하다.
 
  2005년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통일이 되면 남북한 합쳐 170만명인 병력 수를 40만명 규모로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이 되면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현행 국방비 중에서 최소한 절반을 절감할 수 있다. 산업인력의 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
 
  남북한은 현재 ‘분단경제’에 따른 불이익을 통일로 극복할 수 있다. 통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다. 통일한국은 남북한의 유명 관광지를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판매할 경우 호응도가 높아질 수 있다. 內需(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공장건설 및 지역개발도 추진할 수가 있다.
 
  한반도 횡단철도(TKR)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한반도를 일본과 동북아 物流(물류) 중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통일한국은 러시아 및 중국 등 주변국가와의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2008년 9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철·에너지·녹색(환경)의 3대 실크로드 사업을 제안했다. 러시아 가스의 한반도 연결사업은 120조원을 투자해 연간 750만t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북한-남한으로 연결하는 초대형 경제협력 사업이다. 통일은 이 3대 실크로드 사업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통일은 현재 사실상 고립된 섬나라인 한국이 진정한 반도국가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은 반도국가만이 가지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통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소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가치가 국제시장에서 실질가치보다 低(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전쟁 위험이 해소되거나 북핵 위험이 제거되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국가신용도가 높아지면 국내기업과 은행이 해외에서 돈을 차입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하락하고 중장기 투자가 늘어나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투자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이다.
 
  비경제적 편익으로는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신장 등을 들 수 있다. 분단체제는 한국의 안정과 발전을 가로막아 온 오랜 질곡이다. 북한과 교류를 주장하는 협력주의자와 북한 봉쇄를 주장하는 강경론자 간의 과도한 南南(남남) 갈등은 국가의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통일은 분열된 國論(국론)을 하나로 묶으면서 이러한 정치적 갈등을 축소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일 한국이 가져다 주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나 민족적 긍지의 회복 등은 무형의 선물이다.
 

2007년 5월 17일 경의선 열차가 남측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 인근 통문을 지나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

 
  ◈ 통일비용의 국제적 조달 필요
 
  2030년 통일은 한국민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고 숙명이다.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다.
 
  통일비용의 조달은 국내적 차원을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재정적 부담을 덜고 통일 한국의 조기 정착을 이루기 위해 중요하다. 국내 재정지출은 조세부담률의 순증가와 국방비의 감소 등을 감안하면, GNP 대비 3% 선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의 공공자금 도입과 ‘동북아개발은행’ 구상과 같은 비용조달 창구의 다양화도 검토할 수 있다. 국제자금의 투입은 북한 지역의 早期(조기) 안정과 함께 주변 4대국의 협력체제를 정착시킨다는 측면에서 정치·경제적 의의가 크다.
 
  통일을 실현하는 단계에서는 독일 통일을 反面敎師(반면교사)로 삼아 최적의 경제·사회적 통합을 국민의 공감대 위에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통일비용은 단기적으로 투입되고 통일편익은 중장기적으로 도출되는 만큼 통일비용은 靜態的(정태적) 개념보다는 동태적 차원에서 계산되어야 한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가 “동·서독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데 2세대(60여 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것은 통일의 편익이 실현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2030] 가까운 미래, 한국의 주력산업
 연료전지, 로봇, 바이오 신약… 미래전략 산업군이 주력
 
趙庸秀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장
⊙ 1966년 대구 출생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사)
⊙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계량경제학)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2002~현재) 동사 미래연구실장(2006~현재)
著者無 저자없음
<HMHC(직접 메탄올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로봇 ‘휴보’가 관람객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기업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불확실성의 세기인 21세기. 각국의 관료들과 기업 전략가들, 학자와 일반대중의 최대 관심사가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집약된다. 특히 1960~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쳐, 지난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국가로 전락한 우리 사회에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질문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변화의 동력, 즉 시장의 수요와 기술 진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시작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기술의 변화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10년, 20년 후 미래 주력산업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향후 전개될 시장수요와 기술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예측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큰 그림을 포착해 내는 상상력과 감수성이 필수적이다.
 
 
  ◈ 미래 트렌드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21세기 지구촌의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등 다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메가 트렌드(mega trend)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화는 상품과 노동력, 자본의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한다. 국제교역질서의 변화와 교통 및 정보 수단의 발전은 글로벌화를 가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구조의 중장기 변화 트렌드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현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중대 요인이다. 무엇보다 고령사회에서는 고령친화적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구소비재의 경우 제품의 기능설계와 디자인에 있어 고령자 친화성을 고려하는 일이 중요 코드로 등장할 것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의료서비스, 가사대행, 자산관리, 생활안전 등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산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 2.0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의 진화는 지식정보의 가치와 활용도를 더욱 증폭시키고 경제주체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富(부)를 창출하고 거래하는 방식의 기저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 시장과 사회, 국가 간의 권력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석유를 비롯한 모든 자원이 빠른 속도로 희소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 운송, 철강, 석유화학 등 다수 산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실물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에너지 자원 위기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봐야 한다.
 
  물, 공기, 토양, 삼림 등 인류의 생존과 후생증진에 필수적인 청정환경의 희소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여의 준비 끝에 2008년 초 발효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체제는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의 결실로서, 향후 20~30년 동안 인류의 생활양식이나 기업의 사업구조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래 트렌드와 기술진화의 핵심 테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향후 10~20년 동안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선진화를 이끌어갈 주력산업의 큰 그림(big picture)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 기존 주력제조업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살펴보는 시민들.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반도체 및 가전), 석유화학, 기계, 섬유 등 기존 주력산업의 영역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구조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산업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수위의 기술 및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삶과 산업발전에 긴요한 필수재 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분야이다.
 
  관련 기술 및 소재의 지속적인 혁신과 더불어 20년 후인 2030년대에도 여전히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2007년의 경우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8대 주력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8%, 고용의 45%를 차지했다.
 
  때문에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을 위해서는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다양한 미래 트렌드 출현과 기술진화를 기반으로 기존 주력산업군에서 제품의 기능적 편의성과 경제성, 친환경성 등 부가가치를 고도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가 2008년 9월 선정한 22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보면, 수송시스템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선박해양 시스템과 친환경 그린카(Green car), IT 부문에서 차세대형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무선통신(휴대폰) 등이 지정됐다. 이 분야에서 향후 정부 관련 부처 및 연구기관, 해당 기업들의 집중적인 R&D투자와 신제품 개발이 기대된다.
 
  이밖에 철강, 석유화학, 기계, 섬유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 분야도 기능성, 친환경성, 감성가치 등의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다면,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갈 주력산업으로서 여전히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래형 전략산업군
 
  새로운 시장수요와 신기술에 기초한 미래형 전략산업군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및 에너지, 바이오신약, 의료기기, 메카트로닉스(지능형 로봇), 해양 및 우주항공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 분야 산업은 글로벌화, 고령화, 자원환경 이슈의 부상 등과 더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래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22개 신성장동력에 태양전지, 연료전지, 원전 플랜트, 해양 바이오 연료, 로봇, 바이오 신약 및 의료기기 등을 선정했다.
 
  이들 분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진에 의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 최고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부와 민간부문의 투자를 통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응용 및 상업화 기술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 온 우리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들 미래형 전략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처럼 2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대박 상품이 다수 출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 분야의 향후 성장에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나 에너지 효율 제고, 탄소감축 등 환경산업 분야 등의 경우 관련 부품 및 소재 분야의 성장 및 수출품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전력가격 산정이나 탄소배출 규제 측면에서 정부가 소극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수요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녹색성장 비전의 구체화와 더불어 관련분야의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이 조속히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2007년 4월 경북 문경시에 완공된 태양광발전소.

 
  ◈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군
 
  서비스 분야는 국가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풍부한 양질의 고학력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갖고 있다.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는 손끝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가 고부가가치의 원천이다.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서비스업의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30년에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방송통신 미디어, 비즈니스 서비스, 라이프(Life) 서비스 등과 같은 미래 트렌드 기반 서비스업이 크게 성장하여 한국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지탱하는 기간산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의 삶을 더욱 즐겁고 편리하며 풍요롭고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맡을 소프트웨어, 콘텐츠, 방송통신 미디어 산업 등은 이미 전세계를 휩쓴 韓流(한류)문화 트렌드, 세계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 등으로 그 잠재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리가 가진 풍부한 IT 기술역량과 문화적 역량, 신세대의 창의적 상상력 등을 잘 결합할 경우 우리는 미국(영화산업)이나 일본(게임산업)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기업 비즈니스와 관련된 법률회계,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고령화 및 삶의 질 중시 트렌드를 반영한 의료(헬스 캐어), 복합 리조트와 테마파크 등 개인밀착형 서비스(라이프 서비스)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국내뿐만 아니라 향후 급속한 소득증가와 고령화가 예상되는 일본, 중국, 동남아, 중동 등지의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큰 몫을 하는 효자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 똑똑하고 강한 산업大國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은 1960년대 섬유, 신발, 목재 등 경공업에서, 1970~80년대 전자, 석유화학, 기계, 철강, 조선 등 중화학공업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으로 빠르게 진화해 왔다.
 
  이렇다 할 자원이나 자본, 기술 없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 오늘날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휴대폰,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등 수많은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선진기업들을 제치고 제조능력이나 기술면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 산업의 저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세계 2차대전 후 비슷한 시기에 신생독립국으로 출발한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수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빈곤과 기아의 정치경제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공과 정치적 민주화는 세계사적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다.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탁견, 그리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그 해답이다.
 
  지난 1970~80년대 한국의 빈약한 기술과 취약한 자본 수준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제로라는 전 세계 산업계의 비웃음을 등뒤로 하고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에 과감하게 집중 투자했던 당시 기업인들이야말로 슘페터가 말한 ‘혁신(innovation)’의 진정한 의미를 행동으로 실천해 보여준 혁명가들이었다.
 
  21세기를 주도할 젊고 도전적인 기업인들이 더 많이 등장해 지금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업 경쟁력(hardware)과 IT 역량, 신세대적인 창의성과 아이디어, 문화적 감수성(software)을 잘 결합하고 키워나간다면, 2030년 대한민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잘 어우러진 ‘똑똑하고 강한(smart & strong)’ 산업 대국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에너지 환경
 여전한 에너지 수입의존도 2004년 97.9%, 2020년에는 93.5%
 
房基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1948년 경북 밀양 출생.
⊙ 고려大 졸업, 호주 맥쿼리大 자원경제학 박사.
⊙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著者無 저자없음
<태양열을 이용한 가로등. 미래에도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수급전망 등 에너지 관련 환경에 대한 예측은 3~5년 주기로 업데이트하게 된다. 급변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장기전망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세운 중장기 전망과 계획은 2020년까지 세워져 있다.
 
  한국의 에너지 수요는 1990년대까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왔지만 2000년 이후에는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한국의 1차에너지(석탄·석유·천연가스·원자력·수력·조력·풍력·지열 등 천연자원 상태의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2.1%씩 증가해 2020년에는 3억440만 TOE(tonnage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 톤)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1990~2004년 기간 증가율인 연평균 6.3%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이며, 많은 기관이 예측하는 향후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에너지 수요 역시 완만하게 늘어난다. 현재 4.58TOE인 1인당 에너지수요는 연평균 1.9%씩 늘어 2010년 5.10, 2020년 6.08TOE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0년 인구를 4990만명으로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이 중 석유 수요는 자동차 대수 증가와 수송용 및 산업용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연평균 2.6% 수준으로 2020년까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수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 현재 45.7%인 석유 비중은 2020년에는 39%로 떨어지게 된다.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청정연료 수요 증가로 다른 에너지에 비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12%인 천연가스 비중은 2020년 15%까지 올라간다. 전력 수요가 늘면서 원자력과 수력 수요도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신재생 에너지는 현재 그 비중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나 1차에너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의 경우 발전용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지만 향후 발전부문에서 원자력 및 수력발전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석탄 비중은 조금씩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에 따라 2004년 97.9% 수준에서 2020년에는 93.5%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최종에너지 수요 年 2.2%씩 증가
 
  최종에너지(1차에너지를 가공, 실생활에 사용되는 에너지) 수요구조 전망을 에너지원별(석탄·석유·천연가스·전력·열에너지·기타)로 나눠 보면 석탄과 석유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도시가스와 전력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및 시멘트의 생산증가율 둔화로 발전용을 제외한 석탄수요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석유는 수송용 수요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산업 원료용 非(비)에너지유 수요 정체 등으로 비중이 감소될 전망이다.
 
  대부분이 도시가스로 전환되는 천연가스는 산업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 그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전력은 산업부문의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지만 상업부문 및 가정용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체 열병합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열에너지 수요는 가정/상업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부문별(산업·수송·가정/상업·공공/기타 부문)로 보면, 산업부문의 비중은 감소하고 수송 및 상업부문의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문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성장 둔화와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의 확대로 에너지 소비 증가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그 비중도 현재 56%에서 2020년 54.3%로 줄어든다.
 
  수송부문은 승용차 보급 확대로 현재 18.9%에서 2020년 21.4%로 증가할 전망이며 가정/상업 부문은 소득증가에 따른 주거면적 확대 및 가전기기의 대형화 추세와 서비스산업의 고성장으로 인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 에너지 부족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석탄, 전력 등의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유가 생산되지 않지만 경유와 등유 등 석유제품의 생산량은 결코 적지 않다. 현재 1억TOE 선인 한국의 석유제품 생산량은 2020년 1억2000만TOE로 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탄 생산 역시 현재 143만TOE에서 2020년 203만TOE로 늘어날 전망이다.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도 소비 및 생산량이 비슷한 속도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7.4%에 달하는 고속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발전량 역시 매년 13.9%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 모습.

 
  ◈ 동북아 국가들과 에너지 협력 강화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나리오를 몇 가지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의 전망이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준 전망 시나리오’다. 둘째는 기준 시나리오와 비교해 보다 높은 에너지효율 개선과 천연가스 및 신재생 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대체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전제하의 ‘지속가능 시나리오’다. 셋째는 東北亞(동북아) 국가들 간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및 전력망 연계 설비를 구축, 주변국가들 간 에너지 무역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경우의 ‘지역협력 시나리오’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환경 및 에너지 관련 국제정세가 급속하게 변하는 최근 현황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는 두 번째나 세 번째 시나리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준 전망 시나리오에 비해 1차에너지 소비가 1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 및 원자력 수요는 감소하고, 석탄과 석유의 소비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역협력 시나리오를 보면, 동북아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되면서 전력 수출입을 통해 한국의 전력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1차에너지 소비가 기준 전망 시나리오에 비해 3.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협력이 이뤄지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등에서 많은 천연가스가 유입되면서 천연가스 수요는 크게 늘고 석탄 및 원자력 에너지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 설정으로 볼 때, 한국은 가능성이 높은 둘째 시나리오와 함께 셋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동북아 국가들과 에너지 관련 협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은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중동과 동남아 등 원거리 지역으로부터의 에너지 의존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물류비용 등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 국가는 인근 지역, 특히 러시아 동부지역에 부존돼 있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몽골의 석탄을 개발해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풍부한 천연가스를 개발해서 이용한다면 중국과 한국, 일본은 석탄과 석유 및 원자력 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적, 환경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녹색성장’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전력을 수입한다면 발전용 석탄 수입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東(동)시베리아 지역의 이르쿠츠크, 사할린 등에 있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동 이용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아직 동북아 국가 간 협력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현실화되기 힘든 형편이지만, 각국 정부가 러시아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핵융합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
 핵융합에너지 해외 수출로 매년 8000억 달러 소득 가능
 
申載仁 한국핵융합협의회장
⊙ 1942년 광주 출생.
⊙ 광주제일高·서울大 원자력공학과 졸업. 美 MIT大 핵공학 박사.
⊙ MIT大 핵공학과 연구원, 한국전력기술 원자력사업단장,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 저서: <빈 마음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
申載仁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한국 최초의 핵융합로 K-STAR의 진공용기 내부에서 플라스마의 변화를 감지하는 케이블형 ‘자기진단장치’를 설치하는 연구원들.>

2030년 10월 25일 오전 11시25분30초, 내 눈은 박쥐처럼 충혈됐다. 내 책상 전면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디지털 시계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시계의 모든 숫자판이 0으로 집결됐다. 이 순간 내 몸의 모든 진액은 외부로 방출됐고 의식도 하얗게 변색됐다.
 
  드디어 우리가 세계에 공언한 것처럼 최대 출력 1GW의 핵융합발전소 ‘K-STAR-P’의 100일 無停止(무정지) 연속발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 시간 발전소 내부 운전실에서는 환호성보다는 흐느낌이 더 컸을 것이다. 전 세계는 우리가 이 거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핵융합 연구 경력이 불과 45년 정도인 대한민국 과학기술자들을 선진국 과학자들이 얼마나 깔보았는지 모른다. 예상처럼 20초 후에 한 무리의 발자국 소리가 내 방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문이 활짝 열리면서 흥분된 얼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불가능을 넘어선 것이다.
 
  1970년대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21세기 초반 깨끗한 핵융합에너지로 전기와 수소를 만들어 사람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나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는 쉽지 않았다.
 
  2003년 1월 영국 의회의 핵융합에너지 보고서를 보면, 핵융합반응을 안전하게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며, 고온의 핵융합에너지를 그릇에 담아 경제적인 전기나 수소를 만드는 과정은 재료문제로 더욱 험난했다. 많은 사람들은 핵융합에너지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21세기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杞憂(기우)를 한여름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깨뜨린 것은 한국의 별 ‘K-STAR’의 성공적 운영이었다. K-STAR는 2007년 9월에 건설을 완료하고 운전에 돌입하여 2008년 6월에 첫 플라스마를 발생시켰다. 우선 K-STAR는 超(초)전도, 고진공, 고온 핵융합로이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연속 핵융합반응을 만들고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 구조를 갖고 있었다.
 
 
  ◈ 한국의 별, K-STAR
 

2007년 1월11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핵융합연구센터에서 열린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 저온용기 덮개를 장착하는 상량식이 열렸다.

  K-STAR 건설에는 많은 극한기술들이 동원됐다. K-STAR는 다른 외국의 핵융합 실험로처럼 잦은 고장이나 문제점들을 유발하지 않았다. K-STAR는 건설 후 바로 운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높은 이용률로 경제성을 보장해야 하는 발전로로서의 면모까지 보여줘 선진국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성과는 상당 부분을 우리 산업체의 높은 기술력에 돌려야 한다.
 
  K-STAR의 건설은 일종의 모험심에서 출발했다. 1995년 7월 23일 訪美(방미) 중이던 金泳三(김영삼)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한민국도 핵융합 연구에 공식 착수한다”고 선언했을 때 세계는 주목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무모한 결정이라고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K-STAR가 건설되는 12년 동안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능력은 기적적으로 급상승했다. 2008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대한민국의 과학능력은 세계 5위였고, 기술능력은 세계 14위였다. 여기에 과학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K-STAR의 성공적 건설을 보장했다. 이제 K-STAR는 새로운 꿈의 에너지 핵융합에너지를 실증시키는 세계 최고의 ‘보물’ 과학장비가 됐다. K-STAR는 순수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들과 산업일꾼들이 합심하여 만든 세계 과학사의 혁명적 장치가 된 것이다.
 
  K-STAR는 실제 발전로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여러 실험을 손쉽게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의 과학자들이 K-STAR를 이용한 공동연구를 요청했다. K-STAR의 주 임무는 장시간 핵융합반응을 지속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핵융합발전기술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었다.
 
  핵융합반응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 즉 균일하고 강한 磁場(자장), 2억도 이상의 고온,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초정밀 제어장치에 의해서만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 2010년 KSATR의 첫해 연속 운전실적은 단지 몇 초에 불과했다. 이 정도의 성과도 세계적 기록이었다. 냉소적인 외국 과학자들은 이 실적이 K-STAR의 한계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기술자립을 통해 최고의 IT전문가와 계측제어기술 전문가,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가, 물리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2020년에 불과 6분이었던 연속운전 실적을 2018년에는 24시간으로 연장했고, 2025년에는 30일 안정적인 연속운전을 실현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는 이 작업은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핵심 핵융합발전기술은 각국이 최상급의 기술로 비밀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 상호 협력도 불가능했다.
 
  한국은 성공적으로 건설 운영되던 K-STAR에서 핵융합발전로의 엔지니어링 설계요소들을 어느 나라보다 먼저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들을 세계 최초의 핵융합발전소 ‘K-STAR-P’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적용했다.
 
 
  ◈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일들을 우리가 단독으로 연구 개발해서 세계 최초의 핵융합발전소 ‘K-STAR-P’를 건설한 것은 아니다. K-STAR를 통해 습득한 많은 기술과 이론들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러시아·일본·미국·중국·인도 등 7개국이 모여 프랑스에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이 시작되어 2018년에 완공된 거대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실증돼 발전소 설계기술로 채택됐다.
 
  ITER는 핵융합발전소 설계와 건설을 위한 실험로로 건설됐다. 따라서 크기(K-STAR 부피의 25배)와 출력(열출력 500MW)도 소형 원자력발전소 규모와 비슷하게 설계, 건설됐다. 건설비는 50억 유로가 소요됐고, 절반은 건설 당사국인 유럽연합이, 나머지는 그 외의 회원국들이 부담했다.
 
  대한민국의 ITER 회원가입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3년 우리가 ITER에 가입하기 전에 중국이 먼저 추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우리는 당시 건설하고 있었던 K-STAR의 건설현황을 ITER 평가단에 설명하고 K-STAR 건설에 참여한 우리 산업체들의 능력을 보여준 뒤 핵융합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확인 받은 후 회원국으로 결정됐다.
 
  인도의 추가적인 회원국 가입과 ITER 건설을 위한 회원국들 간의 협약에 대한 협상은 그 후 계속됐으나 건설부지 결정, 기술공유, 기술이전, 회원국들의 참여방법과 조건들이 합의되지 못해 2년 넘게 표류했다. 그러나 2005년 12월 한국의 주도하에 제주도에서 열린 ITER 당사국 회의에서 모든 조건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 2006년 11월에 최종 합의서가 체결됐다. 공식적으로 2007년부터 프랑스 카다라쉬 부지에 건설작업이 시작됐다.
 
  이즈음 우리는 K-STAR 건설을 완료하고 성공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ITER와 구조와 기술적 내용이 유사한 K-STAR의 건설 경험은 ITER 건설에 필수적인 참고자료가 됐다. 많은 ITER 건설 분야 책임자들이 K-STAR를 방문했고, 상당부분의 기술업무는 K-STAR 건설에 참여했던 국내 업체에 의뢰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ITER 건설과 운영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이 주도하게 됐다.
 
  ITER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건설된 재료시험 시설인 IFMIF는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분야였던 재료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는 ITER 회원국이었기 때문에 ITER-IFMIF는 제한적인 사용자로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핵융합실험장치인 K-STAR가 2008년 7월 15일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다. 사진은 발생한 플라즈마의 모습.

 
  ◈ 핵융합에너지 수출로 연간 8000억 달러 수익
 
  사실 고온재료는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가 해결해야 하는 난제였다. 우리는 그동안 탄소나노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국제협력을 통해 힘든 재료개발을 수행할 수 있었고, ITER-IFMIF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미국의 석유지질학자 킹 허버트 박사는 피크 오일 이론(peak oil theory)에서 생산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원유생산이 최고점에 이른 뒤 급감하는 과정에서 유가가 크게 오르고 세계가 대공황과 대규모 기아상태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론에 따르면, 2025년이 넘어가면서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배럴당 50유로(9만원) 정도의 경제적 조건으로 채굴, 생산할 수 있는 양은 더 이상 없게 됐다. 배럴당 석유값은 이미 400유로를 넘어가고 있었고, 유엔은 단순히 발전이나 자동차에 석유나 석탄을 직접 연소시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그 전에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석유와 석탄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시기에 좀더 가치가 높은 제약, 섬유, 화학분야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후손을 위해 화석연료를 남겨 놓기 위한 특별한 배려로 국가 간 이해가 합치되어 나온 것이다.
 
K-STAR의 주장치실에서 조립되고 있는 K-STAR의 3대 핵심부품들. 왼쪽부터 토카막, 토카막을 감쌀 저온용기 실린더, 뚜껑에 해당하는 저온용기 리드.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태양광, 太陽熱(태양열), 風力(풍력), 潮力(조력), 波力(파력), 地熱(지력), 바이오에너지를 주축으로 하는 新(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하게 됐다. 따라서 이제까지 거대 발전소 중심의 중앙공급식 에너지 계통은 마을단위의 소지역 중심 에너지 공급망으로 변화됐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경제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흐린 날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는 총 소요 에너지의 2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핵융합에너지는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가 있는 지역 인근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분산형 미래 에너지계통에도 적합한 자원으로 평가됐다. 특히 전력과 수소를 모두 공급할 수 있고, 사용연료가 무한하게 있어 핵융합발전소는 창조적으로 단순화된 에너지계통의 주 에너지공급원이 됐다.
 
  이제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핵융합에너지의 주요 수출국이 됐다. 이제까지 매년 97%의 에너지 수요를 수입하고, 1100억 달러(2008년)를 해외에 지불했던 한국은 핵융합에너지를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매년 8000억 달러 이상의 소득을 창출하게 됐다(1.5GWe 핵융합발전소의 건설비용을 40억 달러로 환산하고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5%로 추정).
 
  또 핵융합 기술개발 과정에서 얻은 플라즈마, 가속기, 레이저 등의 파생기술들은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환경기술(ET), 우주기술(ST) 등 미래 첨단 산업기술에 바로 활용될 수 있고, 원자력발전소의 고준위 폐기물을 핵변환 과정을 거쳐 유용한 금속으로 바꿀 수 있어 이 분야 부가가치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제적 이득은 그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핵융합에너지 기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중동지역의 정치상황이나 국제 경제흐름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내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불안감이 더 이상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제 에너지 자립으로 한국은 강대국으로 도약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K-STAR의 토카막내 플라스마 통로인 진용용기의 인보드(기둥부분). 플라스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토로이달 자석과 플라스마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폴로이달 자석이 통과한다. 기둥 내부에는 전기장을 발생시키는 CS코일이 있다.

 
  ◈ 2031년 이후
 
  극저온, 고진공, 고자장, 초고온에서 핵융합에너지를 추출하지 않고 손쉽게 상온에서 핵융합을 발생시켜 에너지화하는 상온 핵융합 연구가 과학기술 선진국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기 시작했다. 상온 핵융합에너지는 UFO처럼 육지와 해상수송, 항공, 국방 분야의 계통 체계를 혁명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고 인류 문명을 뒤흔들 수 있으며, 특히 상온 핵융합에너지는 세계의 패권을 결정할 수 있어 각국이 열정적으로 연구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분야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국가로 인정됐다.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 개발에서 세계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에너지 수출국으로 행복한 변신을 할 수 있었던 그 밑바탕에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플라즈마와 핵융합 물리를 강의한 김철수 교수의 선구자적인 노력과, 부족한 실험 실습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토카막 ‘SNUT-79’ 실험장치를 건설하고 제자들을 양성한 정기형·최덕인 교수, 원자력연구소 토카막 ‘KT-1’을 건설한 연구팀, 고집스럽게 핵융합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 정근모·채영복 장관, 그리고 이경수 박사의 헌신이 있었다.⊙

[대한민국 2030] 미래의 한반도 생태환경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 겨울은 온화한 準아열대 예상
 
李相敦
⊙ 1951년 부산 출생.
⊙ 서울대 법대, 동同 대학원 법학 석사. 미 마이애미大 법학 석사, 튤레인大 법학 박사.
⊙ 미 조지타운大 교환교수·로욜라大 초빙교수·중앙大 법대 학장·한국국제비교법연구소 대표 등 역임.
⊙ 저서: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 <비판적 환경주의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중상모략(譯)> <반역(譯)> 등 다수.
李相敦 중앙大 법대 교수  (sdlee51@hotmail.com)
<경제발전에 따라 환경도 개선된다. 한때 버려진 하천이었던 서울 강남의 양재천은 여름철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맑은 물로 바뀌었다.>

2030년까지는 단지 20년 남짓 남았지만 그 때의 우리나라 ‘환경’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래는 항상 예측하기 어려운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년 전에 생각했던 오늘날의 ‘환경’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20년 후도 ‘환경’에 관해선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나라 환경은 20년 전에 정해진 방향에 따라 대체로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환경분야에서는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 같은 큰 혁신은 없었다.
 
  우리는 ‘환경’을 이야기할 때 대기오염, 수질오염, 폐기물과 유해물질, 기후변화와 생태계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한 나라의 ‘환경’을 결정짓는 요소는 훨씬 다양하다. 그 나라의 국토여건과 인구, 경제상황과 산업발전 단계, 지식과 기술의 상태, 정치과정과 법치질서 등 많은 요소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이에 대한 우리의 도전과 적응에 의해 결정된다. 2030년 우리나라의 ‘환경’을 안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나름대로의 도전과 적응을 통해 우리의 환경을 조성해 왔고,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변수가 있을 앞으로의 25년을 내다보기에 앞서 지금부터 25년 전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8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 있어 큰 변혁기였다. 정치적 사회적 욕구가 폭발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는 선진국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즈음 우리나라 환경의 사정은 제3세계와 비교하면 좋았지만 자동차를 수출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로서는 환경이 좋지 않았다. 정부는 고체연료를 천연가스로 교체하고 하수처리장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즈음이었다. 살기 좋아진 사람들이 마구 내다버리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쓰레기 위기’를 겪었던 것도 그때였다.
 
 
  ◈ 경제성장하면 환경은 좋아져
 
  경제성장은 자원을 소모하고 폐기물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惡(악)영향을 주지만, 경제성장이 수반하는 기술개발과 투자는 궁극적으로 환경을 개선시킨다. 제3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빈곤과 생태계 파괴라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도 경제성장이라는 탈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었던 우리나라는 비록 시행착오를 거쳤을망정 산업화에 성공해서 그런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었다.
 
  통계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400달러가 되면 하천의 대장균 수는 감소하기 시작하며, 3200달러가 되면 대기 중 아황산가스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1만5000달러가 되면 대기중의 질소산화물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은 개선되고 있는 과정의 끝자락에 있다. 대기 중의 아황산가스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선진국처럼 질소산화물과 여름철의 오존 오염이 문제가 되어 있다. 따라서 2030년이면 통상적인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은 더 이상 우려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주도한 환경투자와 규제, 시민단체와 언론이 벌인 캠페인이 꽃을 피운 것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대한민국의 21세기는 ‘大亡(대망)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어느 환경운동가의 장담은 다행히도 틀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경우 아직도 오염물질 배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경부가 수립한 ‘국가환경종합계획 2006~2015’도 그런 입장에 서있다. 환경부는 이 계획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 오염문제는 많이 해소됐지만, 새로운 형태의 오염과 풍요한 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 증가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 내구재 쓰레기 증가
 

하이테크 시대에는 내구재 폐기물들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환경부는 하천오염과 대기오염은 줄고 있지만 지하공간 오염 등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1997년 경제위기 후 잠시 줄었던 폐기물 배출도 1999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현재 시행중인 환경부담금 등 準(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미미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기업에 의한 자율 환경관리 성과도 미흡하다고 본다. 반면 국토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은 갈수록 심각해져서 전통적인 환경오염을 저감시킨 성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는 2015년까지는 대기오염물질과 수질오염물질의 배출이 늘고, 물 수요도 늘 것이며, 전자제품 등 하이테크 제품 같은 耐久財(내구재) 쓰레기가 증가하고, 화학물질의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를 점치기는 어렵다.
 
  많은 학자들은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정체되거나 감소된다고 보았다. 또 정보화 하이테크 사회가 되면 쓰레기가 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아직까지는 들어맞지 않았다. 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질수록 자꾸 새로운 물건을 사고, 쉽게 버리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등 내구소비재 수명이 짧아진 탓에 再(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세계적 습지로 인정받고 있는 경남 창원 우포늪.

 
  ◈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비해야
 
그린피스 활동가가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가 종이소비를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도 어긋났다. 정보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문서를 많이 만들고 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소수층의 전유물이었던 문서작성이 전 국민에게로 보급되어 종이소비를 늘린 것이다. 한편 폐기물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어 플라스틱과 건설폐기물 재활용 같은 분야에선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재활용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非(비)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염물질과 폐기물 처리 같은 전통적인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충분한 재정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만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활동이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지구온난화 같은 全(전) 지구적 환경변화도 당연히 우리나라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우리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같은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래 매년 연료소비가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東北亞(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 산성비 및 온실가스 배출증가, 서해의 해양오염 증가는 불가피하다.
 
  지구온난화는 아직도 그 실체와 정도, 원인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온난화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교토(京都)의정서는 실패했고, 따라서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을 정할 포스트 교토체제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서는 開途國(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규제를 피해 나갔다. 하지만,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우리나라가 면제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포스트 교토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될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포스트 교토체제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강제 감축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을 일대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의 태도가 불분명한 데다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이 닥쳐 포스트 교토체제 구상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비해서 개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또 앞으로 나온다는 연료전지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이 과연 휘발유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재생에너지는 신기술이 아닐뿐더러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공해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 한반도 기후변화
 
  최근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현황’은 한반도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연구에 의하면 최근 100년 동안 전 세계는 평균기온이 0.6~0.7도 상승한 데 비해 한반도는 1.5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또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상승 추세를 보면 겨울이 1.9도가 상승했고, 여름이 0.3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동아시아 북부의 겨울철에 온도상승이 가장 클 것이라고 본 국제기구의 판단과 일치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동해안 남부와 중북부 내륙, 중부 내륙지대에서 온도가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과 주산지가 경북 대구에서 충북 충주로 바뀌는 등 기후변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온 상승과는 별개로 최근 들어서는 局地的(국지적) 게릴라성 폭우가 증가하는 등 전에 없던 異常(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 남동부에 대형 허리케인이 증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태백산 지역과 영남 내륙 같은 江(강) 上流(상류)에 降雨量(강우량)이 급증해서 물 관리에 警鐘(경종)을 울리고 있다. 상류지역에 게릴라성 폭우가 오는 경우가 잦아져 기존의 댐으로 홍수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강수일수는 감소해서 가뭄과 홍수가 연거푸 발생하는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海水面(해수면) 상승이 한반도에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없다. 만일 해수면 상승이 발생하는 경우 해안 低(저)지대에 자리잡은 도시들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의 한반도는 여름이 덥고 폭우가 많으며 겨울은 온화한, 準(준)아열대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간 도중에도 짧은 사이클의 기후변화가 닥쳐와 온난화 추세가 중단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완만한 온난화를 전제로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한국농업의 미래
 農家 수와 농업인구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
 
鄭雲天 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 이리남성고 졸업, 고려대 농경제과 졸업.
⊙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사)한국신지식농업인회회장·한국농업CEO연합회장 역임.
⊙ 새농민상 수상, 대산농촌문화상본상 수상, 철탑산업훈장 수훈.
著者無 저자없음
<우리나라 농경지의 전형적인 모습. 공급과잉 시대의 농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07년 6월 발표한 ‘농업 부문 비전 2030 중장기 지표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국내 농업 분야 총소득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는 韓美(한미) FTA 체결과 더불어 한국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에 실패하면 2005년 현재 15조원의 농업 총소득은 2010년 11조5000억원, 2020년 8조500억원으로 각각 줄고, 2030년에는 6조9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 생산액도 2005년 35조1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26조6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農家(농가)수 역시 2005년 현재 127만 가구에서 2030년에는 절반 이하인 53만 가구로 감소하고 농업 인구도 2005년 343만명에서 2030년에는 11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참으로 우울한 전망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현재의 농업 정책을 그대로 두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30년의 한국 농업 전망은 정확히 맞아떨어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20년 전의 필자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날의 농업환경이 20년 전 필자가 키위를 재배하며 부딪친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20년 전 필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우리 환경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린 키위를 어렵게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시장 개방이라는 폭풍우에 부딪혔다. 국내 농업 기반의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이 FTA 협정, DDA 협상 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러나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키위를 참다래라는 우리 브랜드로 살려냈다. 우리 농업도 시장 개방 확대로 어려움이 있지만, 농업 생산물의 공급과잉 시대에 걸맞은 패러다임으로 농업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면 분명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다. 가격과 품질, 사람과 조직, 시스템과 인프라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 능히 외국 농산물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공급과잉 시대에 적합한 농업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당면과제다. 공급과잉 시대에 우리 농업이 구축해야 할 패러다임을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 농업 주체 육성
 

2008년 9월 충남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서 농민들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우리 농업에는 뚜렷한 주체가 없다. 농업 전체로도 그렇고 품목별로도 그렇다. 목숨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과 노력을 쏟아 붓는 주체가 없으니 농업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급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국가라는 확고한 주체가 있었다. 농업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국가가 주체가 되어 식량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 시대에는 농업이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며, 농업에도 선택과 경쟁의 원리가 적용된다. 공급과잉 시대에는 국가가 주체가 될 수 없고 농업인이나 농업인 조직이 주체가 되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날 우리 농업에서 주체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일차적인 조직이 농협이며, 농협만큼 거대하고 전국적인 농민조직이 없다. 그러나 농협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외형상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업의 주체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자 또한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단편적인 예로 RPC(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260여 개의 RPC가 있는데 하나같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PC의 운영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쉽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RPC는 현재 단위농협의 상무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농협 상무가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직으로 치열한 경쟁 체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운영하는 주체가 없는데 흑자가 날 수 있겠는가?
 
  참다래를 예로 들어보자. 참다래 농사와 관련된 주체는 참다래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농업인이 참여하고 있는 참다래유통사업단이다. 가격 폭락이나 과잉생산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참다래유통사업단을 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유통 조절 등을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늘이나 양파는 어떤가?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마다 농림부 장관이 쫓아가 대책을 발표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전국 단위의 양파나 마늘 조직이 주체가 되어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힘으로 부족한 것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니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분명한 농업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분야별, 품목별로 책임과 권한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를 육성하고,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공급과잉 시대 우리 농업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농업인력 육성 위한 농촌 뉴타운 건설
 
2008년 11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에서 농민들이 콩을 탈곡해 담고 있다.

  모든 일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조직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그것을 운영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다. 분야별, 품목별로 주체가 되어 조직을 이끌어갈 젊고 유능한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육성되어야 우리 농업은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인력은 고사하고 젊은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게 농촌의 현실이다.
 
  1993년 文民(문민)정부 시절에 필자가 제안했던 농업인력 육성 정책이 부분적으로 시행된 일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1년에 500명씩 문민정부 5년 동안 2500명을 선발해 농촌에 내려 보낼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1993년에 學士(학사)개척농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매년 農大(농대) 졸업생 중에서 500명을 선발, 국내외에서 장기 연수를 시킨 후 정책자금을 지원해 농촌에 정착시킨다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시행 첫해에 100명의 대상자만 선정한 채 중단됐다. 기존의 농업인이나 조직들에서 “엘리트 農政(농정)으로 농업인들을 다 죽이려는 것 아닌가”하는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도 그 제도를 다시 제안하고 싶다. 지금 농촌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력 육성은 학업 등을 이유로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出鄕人(출향인)들을 가구 단위로 歸村(귀촌)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구 단위로 정착해야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대를 졸업해도 농촌에 정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작금의 현실에서 젊은 가구들의 귀촌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 중 하나가 농촌 뉴타운 건설이다.
 
  농촌 뉴타운 건설의 목적은 도시에 거주하는 30~40대 젊은 출향자 가구의 귀촌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농촌에 중소도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한 뉴타운을 조성, 고령 농업인의 후계 가구들이 마음 놓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市郡(시군) 단위로 200~300가구의 뉴타운을 조성해 30~40대 귀촌 희망 가구에 분양하자는 사업이다. 대상 연령을 30~40대로 한정, 뉴타운이자 영타운으로 만들어 도시와 같은 친교활동을 보장해 농촌이지만 도시에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입주 가구에는 분양대금을 장기 무이자로 융자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이렇게 할 경우 입주 희망가구가 적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귀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젊은 주부들도 상당한 호감을 느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농촌 뉴타운은 달리 표현하면 젊은 농업인력의 집단거주지다. 그런 만큼 뉴타운은 그대로 지방농정의 정책 대상이 된다. 효율적인 농정 추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특화작목 종사가구를 중심으로 분양이 이루어질 경우 뉴타운은 젊고 조직화된 농업주체가 된다. 농업정책에 대한 여론수렴을 비롯 정책 집행과 분석 평가까지 뉴타운 내에서 원 스톱 시스템으로 수행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농촌. 그것은 우리 농업의 희망이다.
 
‘벤처농업 절약형 농업 컬렉션’에 참석한 농업인들이 미래 농법을 배우고 있다. 미래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농법과 경영 능력이다.

 
  ◈ 농업의 비즈니스화
 
전국적으로 이름난 금산인삼.

  농업 주체와 인력양성, 뉴타운 건설 등의 시스템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할 일이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다. 공급부족 시대의 농업이 생산에 치우쳤다면 공급과잉 시대의 농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농산물이 농장에서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농업 분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비즈니스화는 농업이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산업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생산에서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농업인 스스로 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쌀 재배 농업인은 쌀떡을 만들어 팔 수 있고, 포도재배 농업인은 포도주를 생산해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농업은 명실상부한 비즈니스 농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농업에서는 판매가 중심이 된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매장에 진열해서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공급과잉 시대에는 생산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판매를 전제로 한 생산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인들도 이제는 경영 감각을 갖고 생산에 임해야 한다. 생산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나 유통망을 정비해 중간 마진을 줄이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가격 폭락을 방지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생산원가를 낮춰도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비용절감 또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뿐만이 아니다. 농업 관련 기관, 단체의 시스템이나 제반 업무도 판매를 중심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지자체를 비롯 농협, 농업기술센터, 연구소, 대학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그동안 생산장려나 식량증산을 위해 쏟아 부었던 노력을 이제는 판매 확대나 판로 개척에 쏟아야 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연중 판매를 위한 저장법 연구 등등 해당 업무를 판매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판매를 담당하는 농업 주체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 단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생산에서부터 선별, 포장, 저장 등의 제반 과정을 판매에 맞춰 연계하듯 농업 관련 행정 주체, 연구 주체, 교육 주체 등을 경제 주체를 축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요약하면 지자체 단위의 경제 주체를 중심으로 농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생산 중심의 농업시스템을 판매 중심으로 재편하여 역량을 결집할 때 우리의 농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시·군 유통회사 설립이다. 필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재직 시 대통령에게 지역단위 산지유통 주체로 시·군 유통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지금까지 생산자 중심의 産地(산지)유통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핵심주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시·군 유통회사가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시·군 유통회사는 농업인의 일정 비율 이상 참여를 전제로 지자체, 지역농협, 대기업 등 다양한 자본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기존의 산지조직과 효과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문경영인의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영·지배 구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필자는 시·군 유통회사 설립과 농촌 뉴타운 건설이 우리 농정의 두 가지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 뉴타운으로 사람을 키우고, 시·군 유통회사를 통해서는 조직을 키움으로써 우리 농업을 새롭게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단감 수확에 여념이 없다.

 
  ◈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지금은 네트워킹 시대다. 산업을 1, 2, 3차 산업으로 분류하는 과거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지금은 연결되지 않은 산업이 없다. 농업도 관광 문화 사업이 될 수도 있고, 문화 산업이 농업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농업의 범위는 농산물 중심에서 문화, 관광, IT, BT까지 확장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가치 창조는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과거처럼 삽 들고 생산만 해서는 안 된다. 1차 산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소유한 농업경영인들이 나와야 한다.
 
  농업 현장이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력으로 대체된다면 농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 현재 농수산물 생산액은 30조원 가량이다. 식품 산업까지 합치면 140조원 정도다.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농촌 현장의 시스템 변화, 인력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필자는 2030년 농업생산 규모가 현재의 10배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 2030] 문화선진국을 위한 선결과제
 “韓流를 글로벌화하면 세계 최초로 드림 소사이어티를 성취할 것”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토)
 
河仁鎬 한국미래학연구원 원장
⊙ 1938년 서울 출생.
⊙ 미국 피츠버그大 철학박사.
⊙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문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중앙교육연수원 교수부 부장, 국립교육평가원 평가기획부 부장 역임.
⊙ 現 세계미래학회 프로페셔널 멤버, 한국경제·경영교육학회장.
⊙ 저서: <미래를 자녀에게>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2005년 먼저 보면 10년을 앞서간다>
    <지식경제시대의 존재혁명> 등.
著者無 저자없음
<우리 역사 소재를 세계적인 문대예술로 승화시킨 오페라 ‘명성황후’의 한 장면.>

한국은 늦어도 2030년까지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 한국은 2020년이면 1인당 국민소득과 물질문명 지수에서 선진국 수준에 접근한다. 하지만 정신문화 활동지수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지금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정신적 빈곤에서 헤어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미래 사회는 자유정신의 지속적인 확대에 있다. 李元範(이원범) 3·1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저서 <3·1정신의 계승과 발전>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유정신으로 창조생활을 하여 弘益世界(홍익세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2008년 한국 사회는 어떤가. 부정적·배타적·폭력적 자유정신이 광화문 네거리를 마비시켰다. 지방도시의 광장이나 중앙로 역시 부정적·폭력적 자유정신이 점령하고 있다. 이는 옳지 않은 것을 걸러내고, 옳은 것을 발산하는 정신적 여과능력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도덕과 정의, 선의와 아름다움을 삶의 기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빨리 긍정적·미래지향적 자유정신을 발휘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21세기 사회는 2020년대를 지나면서 인공지능사회가 구축되고, 이를 기반으로 돌봄 경제가 부각돼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펼쳐진다. 이러한 사회는 글로벌 지식사회를 만들고 글로벌 시민사회를 탄생시킨다. 글로벌 시민사회는 우주사회로 발전한다. 2030년에는 사회가 이렇듯 복합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주는 전남 담양의 한 대숲. 자연은 선진 미래로 가는 중요한 자산이다.

 
  ◈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높여라
 
  복합사회의 인간 활동은 오히려 단순화된다. 지식근로가 정신근로로 정착되며 소울 매니지먼트(Soul Management·영성수련 결과를 일에 적용하여 고효율을 낳는 것)가 삶의 한 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정신문화 활동은 개인과 국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
 
  정신문화 활동은 독서, 무대예술·영화·박물관 관람 등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이를 기준으로 오래 전(1991년)에 한국인의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알아보고 선진국과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공업국(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의 평균지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각각 14.8과 9.3에 불과했다. 물질문명지수 역시 선진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57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17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은 선진국과의 정신문화 활동지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영화 관람자 수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한국영화가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8년 2월 유엔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독서량 순위는 세계 166위다. 한국인의 한 달 독서량이 0.8권인데 비해 미국인은 6.6권, 일본인은 6.1권, 프랑스인은 5.9권이다. 한국인은 지금부터 정신문화 활동을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독서는 知的(지적) 능력과 교양의 깊이를 더하고, 무대예술과 영화 관람은 審美的(심미적) 美德(미덕)을 길러주며, 박물관 관람은 역사적 통찰력과 正體性(정체성)을 갖게 한다. 한국인의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보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정서는 성숙되지 않고,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선택하지 못해 주춤거리고 있다. 심미적인 미덕이 부족하여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 통찰력과 정체성이 부족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적인 갈등이 촉발된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정신문화 활동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일이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 無形資産을 성장 동력으로
 
우리 음식 문화의 세계화에 불을 지핀 드라마 ‘대장금’.

  우리의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보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외국의 유명 연구소에서 내놓는 한국의 미래 예측 보고서들을 보면 황당할 정도로 우리의 미래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이는 우리의 無形資産(무형자산)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형자산을 쌓아놓고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것은 과소평가하고, 외국 것을 선호하는 타성에 젖어 모방만 할 뿐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離散性(이산성)은 이산 범위와 인구 비례에서 보면 세계 1위다. 해외교포연구소가 2008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700만명의 한국인이 세계 181개국에 이주해 살고 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이스라엘인은 그들의 이산성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세계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이산성 역시 성장 동력으로 구동되고 있다. 한국의 이산성도 성장 동력으로 전환 중이다. 2002년 한국의 월드컵 응원문화가 세계화된 것은 한국인이 세계 모든 나라에 살고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인은 이미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홍익인간으로 정체성을 갖춘다면 글로벌 시민사회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한글은 세계 公用語(공용어)로 발전할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언어학회에서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유네스코는 문맹퇴치 유공자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몽골 등지에서 한글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글 인구는 유럽연합(EU)에서도 증가 추세다.
 
  한국은 영어권 국가처럼 지금부터 우리 고유 언어인 한글을 산업화해야 한다. 가령 영어 열풍을 한글 산업화로 연계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글은 2020년에 세계 공용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문맹률은 세계에서 제일 낮고(0%에 가깝다), 대학 진학률(2008년 83.0%)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한국은 세계에서 해외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다. 이러한 추세로 2030년이 되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국민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사회가 구축되기 시작하는 2020년에는 본격적인 지식근로·정신근로 중심시대가 열리고, 2030년에는 완전히 정착된다. 한국이 이러한 잠재력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면 선진국을 주도할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토 등은 韓流(한류)를 한국적인 가치 중심으로 글로벌화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드림 소사이어티를 성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이처럼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이를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를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서 논의한 우리의 정신문화 활동지수를 높여야 하고, 무조건 선진국의 것을 모방하는 타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글로벌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옥포조선소. 한국의 조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2030년의 글로벌 지식사회는 독창적 글로벌 인재를 요구하게 된다. 2030년의 인재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3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 글로벌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돼야 한다. 선진국을 따라갈 인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세계에서 일등이 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둘째, 탁월한 지식근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글로벌 능력을 갖춘 고급 지식근로자가 돼야 한다. 2030년의 고급 지식근로자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언제든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 지혜와 결부된 지식, 노하우가 살아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고, 지식을 지혜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별학습은 물론 팀 학습을 잘하고, 지식을 통합하고 가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남이 따라 할 수 없는 獨創性(독창성)을 갖춰야 한다. 여러 가지 창의력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독창성을 발휘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야구선수가 아니라 21세기형 축구선수가 돼야 한다. 다음과 4가지 창의력 중에서 각 창의력의 내용을 중심으로 독창성을 갖춰야 한다.
 
  智的(지적) 창의력▶▶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개념적 틀을 만들고, 기존의 思考(사고) 체계나 모형을 새로운 고차원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表現的(표현적) 창의력▶▶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말과 글, 음악과 악기, 그림과 도표, 신체적 기능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科學的(과학적) 창의력▶▶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고, 우리가 고안하지 못했던 구조를 새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 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革新的(혁신적) 창의력▶▶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사람을 잘 활용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2030년 글로벌 지식사회는 단순한 창의력 수준이 아니라, 이와 같은 창의력을 기반으로 자신만이 발휘할 수 있는 독창적 단계까지 창의력을 승화시킬 줄 아는 글로벌 인재를 요구한다. 즉 秀越性(수월성)을 갖춘 창의력이 2030년의 경쟁력이다.
 
  이러한 독창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원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교육 모형을 가지고 2030년의 글로벌 지식사회를 지탱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
 
  지금 2030년을 준비할 교육 모형들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안학교 교육 모형, 한국사회에서 출발 단계에 있는 홈스쿨링, 廢校(폐교) 직전의 시골 학교를 全人(전인)교육의 장으로 바꾸어 도시 학생까지 유인하고 있는 학교 모형, 실습과 발표회, 워크숍 등을 위주로 하는 캐어스쿨링, 학급과 학년의 벽을 무너뜨린 학교 모형,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자신의 미래를 창조해 가는 학습 모형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지금 203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원, 새로운 교육과정, 새로운 학습 방법을 창출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세계 선도 산업인 조선, 자동차, 제철 분야에 사용되는 원자재 확보가 시급하다.

 
  ◈ IT융합 선진 과학기술 개발
 
  2008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등을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한 가지도 없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을 접한 많은 국민들은 실망하는 한편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 우리는 세계 13위 경제 규모 못지않은 과학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질적 성장은 한국의 선진국 진입 조건 중 하나다. 2007년 국제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4위다. 이 수치가 우리 과학기술 개발의 질적 수준을 대변해 주고 있는 셈인데, 1등 기술이 없을 뿐 등급이 낮은 건 아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가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을 전후해 고도의 IT기술을 개발하면서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IT 경쟁력과 기술을 선진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무기로 삼아야 한다. 발 빠르게 IT융합 선진기술을 개발,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 IT, BT(생명공학), NT(나노테크놀로지) 융합기술을 개발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에 IT기술을 융합시켜 선진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바로 선진 과학기술을 따라잡는 지름길이다.
 
  선진 IT기술 융합을 통해 인공지능 신소재,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인프라, 인공지능 로봇 등을 개발하여 인공지능 기술 선진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새롭게 열리는 우주산업을 IT기술로 융합시켜 선진 우주산업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일은 필수적 과제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노하우나 윤리적 원칙을 우리의 전통 의식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의 전통 의식주 문화는 과학성, 친환경성, 예술성, 윤리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4가지 특성을 확보하면 특허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기에다 우리의 전통 의식주 생활문화가 가지고 있는 멋과 품격을 갖춘다면 세계 일류 과학기술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 의식주 생활문화는 통합과 熟成(숙성)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IT융합 기술에 적용하면 세계 제1의 완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윤리성도 우리의 전통 의식주 생활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전통 음식 만들기, 한지, 한복 등 전통 의복 만들기 과정에는 철저했던 우리의 윤리의식이 담겨 있다.
 
 
  ◈ 물, 공기 등의 생명에너지 확보
 
맑은 공기와 물 등 생명에너지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각종 원자재와 에너지원 확보는 경제성장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 조건이 됐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확보가 생존법칙의 제1조건이다. 아시아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 아프리카 등 미개발지역의 개발착수는 원자재와 에너지의 가격을 계속 상승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2030년이 되면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에너지 확보 쟁탈전으로 변모해 갈 것이다.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조선, 제철 산업의 원자재 확보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장치산업의 원자재 확보를 위해 원자재 생산국가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일, 원자재 대체 자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일, 원자재 비상 금고를 만드는 일 등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석유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에 이르고 있다. 그로 인해 국제 油價(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를 단숨에 곤두박질치게 만들곤 한다. 우리는 지금 産油國(산유국)과 석유 공동 개발 등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우주 상공에 있는 태양에너지를 가공하는 기술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태양뿐만 아니라 물과 공기 등의 생명에너지도 새로운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을 자주 찾는 필자의 미국인 은사는 5년 전 서울에 들렀다가 “서울은 공기가 나빠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러곤 정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한국에 오더라도 서울은 들르지 않고 지방에 머물다 간다. 은사께서는 “서울엔 생명에너지가 없다”고 말했다.
 
  은사의 표현대로 물과 공기는 생명에너지다. 우리는 지금부터 물과 공기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2030년에는 국민들이 맑은 물과 맑은 공기를 찾아 해외로 이주하고,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1999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물 부족 국제대책회의에서 세계 각국을 물 기근국가, 물 부족국가, 물 풍요국가 군으로 구분, 발표했다. 한국은 물 부족국가에, 미국, 영국, 일본 등 119개국은 물 풍요국가에 포함됐다. 2007년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국을 세계 10위의 이산화탄소 발생 국가로 발표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소홀히 여겼던 물과 공기를 생명에너지로 확보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
 
 
  ◈ ‘지구촌의 기적’ 일으켜야
 
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만든 키스멧(Kismet). 사람의 표정을 흉내 내는 식으로 로봇과 인간 사이에 초보적인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다.

  2030년이 되면 20세기 기준의 선진국이 수없이 등장한다. 때문에 21세기형 선진국은 기존 선진국 중에서 일류 국가군(The First Class Countries)에 포함돼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해왔던 역할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선진국의 위치를 구축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하지 않았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다른 선진국이 하기 전에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를 개발, 상용화해야 한다. 생명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우선 서울부터 실행에 옮긴다.
 
  둘째, 개발도상국의 개발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주는 일에 철저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가에 진출하면서 이들 국가의 전통문화 발전에 무관심해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셋째, 베트남에 ‘라이 따이한’(한국인 아버지를 둔 베트남인) 2세를 위한 직업교육센터를 만든다.
 
  이 세 가지 프로젝트는 선진국들이 실천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다. 일본의 경우 그들이 법을 만들어 실시한 징용 제도와 위안부 제도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충분히 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강대국들이 본의 아니게 탄생시킨 혼혈 2세의 생존권에는 무관심하다.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빨리 성취한 산업화와 한강의 기적에 너무 도취해 있다. 산업화와 한강의 기적은 20세기의 일이다. 지금부터는 지구촌의 기적과 우주의 기적을 일으키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통일벼 재배법, 옥수수 재배법 등을 가지고 아프리카의 기아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 중동의 평화를 이룩하고 메소포타미아 문화가 다시 꽃피게 하는 일 등으로 지구촌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세계 181개국에 나가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일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지구촌의 기적과 더불어 우주의 기적도 일으켜야 한다. 우주상에 최첨단 신소재 공장을 세우고 무공해 신소재를 대량생산하여 지구촌 곳곳에 제공,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문화 콘텐츠산업
 디지털 韓流 확산으로 변방 로컬문화에서 권역 중심 문화로 이동
 
沈相旻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1966년 출생.
⊙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조지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 한국일보, 서울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기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콘텐츠아카데미(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경영 부문 주임교수,
    (주)CJ 엔터테인먼트 자문교수 역임. 現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 저서: <문화마케팅> <문화콘텐츠 입문>(공저) <컬처비즈니스-미래의 블루칩>
    <미디어기업 수익다각화 전략> 등 다수.
著者無 저자없음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폐막 무대에서 공연하는 韓流스타 비.>

문화예술과 콘텐츠 미래 진로는 아트(art)라는 신대륙을 향한 탐험과 각축이 될 전망이다. 아트는 다름 아닌 창조기반경제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다. 아트는 곧 창의성(creativity)이 기술과 지식에 우선하고 감성과 상상력, 마음이 이성과 두뇌를 압도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함축적으로 대변한다. 또한 아트는 순수한 문화예술 영역과 상업화한 콘텐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만나게 하고 중화시키는 접착 아교이기도 하다. 아트는 이러한 배경으로 2030년에 ‘문화생업’이라는 개념을 현실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문화생업이란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경지를 말한다. 2030년 이전까지는 여전히 낮에 일하고 밤에 드라마 보고,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미술관 가는 패턴이 이어지지만 2030년 무렵이 되면 생활자 본성이 바뀐다. 낮에 일하러 가서 하루 종일 근무 공간을 갤러리 풍으로 바꾸고 관리한다. 아이디어 회의는 전략 몽상 게임 콘텐츠로 풀어 나간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지식 콘텐츠 아카이브(디지털 자료 보관소)가 구해 준 관련 자료를 검색, 해석, 재작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휴식 시간에는 社內(사내) 카페에 가서 떠드는 그 자체가 기획 스토리 공동 창작 자료로 모이는 재미를 더한다.
 
  이 같은 일과 놀이 경계 파괴가 2030년 보통 생활자의 문화생업 모델이다. 문화생업은 경제생업에서 탈바꿈한 개념이다. 경제라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상품화한 콘텐츠로 신산업을 개척한다는 관점 자체가 변한다는 뜻이다. 경제하는 마음이 어느새 2030년이 되어 문화하는 마음으로 들어온다는 분석이다.
 
  문화생업은 또 문화산업이라고 하는 경제 중심 발상이 부드러운 소프트 파워의 원천이자 새로운 주역이기도 한 생활자 단위로 뿌리내린다는 뜻도 지닌다. 이처럼 기존에 문화, 예술과 콘텐츠를 장식용으로 여겼던 하이터치(High Touch) 기조가 흘러가고 2030년 새 시대에는 문화, 예술로 행동하고 생업을 영위하는 하이필링(High Feeling)으로 전환하게 된다.
 
  아울러 경제논리가 중심이 되는 논리적이고 명확한 현실세계는 2030년이 되어 현실과 가상이 섞이는 혼합세계로 전환한다. 거대한 판타지가 현실에 들어오는 가상 환경이 고도화되어 사람들은 비행기 타지 않고 노상 디지털 가상 루브르를 들락거리게 된다. 뉴욕 필하모닉 멤버십 권한으로 미국 현지 크리스마스 특별 연주를 서울 지하철에서 오감 체험형 영상으로 감상하게 된다. 문화생업 주인공이 문화예술, 콘텐츠의 시간과 공간을 정복하고 몽환과 희열을 자아내는 아트 체험의 또 다른 3, 4차원을 향유하게 된다.
 
  이렇게 2030년은 문화생업을 통해 사람들은 직업은 물론 생활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호모 아티스트’가 된다. 이를 두고 미래의 예술을 고민했던 전문가들은 콘텐츠 혼합주의(syncretic)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아주 오랫동안 특정 아티스트만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창작했었지만 앞으로는 매니저, 마케터, 소비자들도 함께 예술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예측이다. 또 영화인이 방송을 만들고 잡지 편집자가 감독이 되는 것도 콘텐츠 혼합주의가 된다. 미국 드라마 ‘CSI’가 좋은 예다. 영화제작자인 제리 브로크하이머가 처음으로 방송 드라마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 또한 2030 미래 트렌드인 혼합주의 원형이 될 만하다.
 


 
  ◈ 2030년 문화생업 트렌드 10가지
 
  일과 놀이가 합해지고 문화예술과 콘텐츠가 한낱 경제를 보좌하는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성장 동력이자 주력·전략 산업이 되는 2030년이 되면 사회, 정책, 의식 등 측면에서 뚜렷한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1. 아츠큐베이터 전략 확산
 
<반지의 제왕>은 국가가 고유한 예술 창작물 개발을 지원하는 ‘아츠큐베이터 전략’의 모델이다.

  예술(Art)과 인큐베이터(Incubator)를 합친 용어인 ‘아츠큐베이터(Artscubator)’전략이 세계 각 지역에서 주요한 정책 프로그램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 <킹콩> 제작을 계기로 영화산업의 신흥 거점으로 부각되면서, 수도 웰링턴의 이름을 딴 ‘웰리우드’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이는 국가가 고유한 예술 창작물 개발 쪽으로 정책 지원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이 일찍이 2003년 자정과 자율을 중시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 창작자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안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거대 트렌드 속에서, 기술 자본에 소외된 문화 콘텐츠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을 향한 열정과 자유의지, 창의성을 북돋우려는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이제 갓 미디어융합 관련 논의를 시작한 한국과 같은 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술과 창작 기반을 중시하는 이러한 흐름은 “문제작(콘텐츠)이 나오지 않는 순간, 화려한 뉴 미디어 산업은 종결된다”는 철저한 현실 인식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2.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서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서 생활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프로젝트는 스페인어로 저술된, 고전을 디지털화하는 과업으로 1차적으로 1만8000권의 저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영국 BBC가 공공정보 콘텐츠를 확보하는 작업을 담당하는 사례가 있다. BBC는 보유한 음악, 다큐멘터리, 사진,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즈’라는 자료 보관소를 운영하고, 그 이용 권한은 웹사이트에 두어 기업, 일반인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여 공공성을 제고하는 한편 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및 개인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 중이다.
 
퍼포먼스극 <난타>. 한국에서도 미래 콘텐츠 개념을 주도할 창조계급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3. 스토리텔링에서 이미지텔링으로
 
  有無線(유무선) 브로드밴드 인프라의 확산에 따른 네트워크 용량 증대로 유통 구조가 점차 안정화되면서 디지털영상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경향에 따라 콘텐츠의 내용적, 미학적 특색이 스토리 중심에서 시각적 이미지 중심으로 이행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도 텍스트 형태보다 동영상과 같은 이미지 형태로 제시되는 서비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동영상도 스토리와 짜임새가 중시되는 내용적 완결성보다는, 이미지의 현란함과 독특함 등을 앞세워 외형적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4. 구체제 거품 해소
 
영화 <슈렉>에서와 같은 디지털 캐릭터의 발달로 출연료 거품이 꺼질 것이다.

  거물급 인사를 뜻하는 ‘빅 네임’의 위용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이미 슈렉과 같은 디지털 액터, 디지털 캐릭터가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 등에 힘입어 활발히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출연료 거품 논쟁을 야기하는 비싼 스타에 과다하게 의존할 이유가 없다는 논지도 깔려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기존 할리우드 메이저와 구분되는 ‘미니메이저’의 반란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수퍼스타나 기존 대형 메이저 그룹과 달리 참신하면서도 기동성과 유연함이 뛰어난 ‘미니메이저’급 프로덕션이나 연기자가 창의적 작품 활동에 더욱 적합하다는 의미다.
 
  5. 창조계급 주도
 
  한국의 창조계급(Creative Class)은 누구인가? 어디에 있나? 그들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려 하는가? 미래 콘텐츠 흐름을 주도할 새로운 인간형을 일컫는 창조계급이라는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다. 창조계급은 종전의 부르주아 계급과 같은 고전적 개념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본주의 성장 동력이기도 했던 부르주아는 대체로 정치적 참여를 활발히 하고 사상과 이념에 상당히 의존하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창조계급은 현대판 보헤미안과 같아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같은 문화, 예술적 표현에 더욱 강렬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인류학적 신인류의 출현은 한국과 같이 변화무쌍한 콘텐츠 흐름을 보이는 곳에서도 오롯이 적용될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관과 특별한 기량, 창의성을 지닌 숨어 있는 창조계급이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하여 전체 문화 콘텐츠 산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6. 퍼블릭 소셜 미디어 개념 확산
 
미셸 위처럼 다국적 문화를 체득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지역과 문명권을 초월해 복합화된 아이콘을 선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IT, 디지털, 소프트웨어 등 문화적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체적인 영역에서는 정보화 급진전으로 超國的(초국적)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 형성은 사회·문화 교류를 한층 더 촉진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성격도 점차 특수한 문화 양식을 강조하는 형태보다는, 영어와 컴퓨터 언어와 같은 표준화된 공용 툴이 중시되어 문화의 보편성이 틀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사이버 문화는 거기에 내재된 超(초)국가성, 초지역성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임플로전(Implosion)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상생활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미셸 위나 하인즈 워드 같은 다국적 문화를 체득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지역과 문명권을 초월해 복합화된 아이콘을 선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IT기술이 촉발하고 촉진시키고 있는 컨버전스(융·복합화) 현상이 고도화, 일상화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관념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증거다.
 
  이와 같이 문화의 보편적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순수 문화, 예술 창작자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문화적 정체성 및 고유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다분히 복합적, 중층적, 양면적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의가 좋은 예다.
 
  한편 대중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하고 프로슈머(소비자이면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미래형 인간)를 중심으로 창작과 비평 활동이 재편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여전히 매스미디어가 주도하는 대중문화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 엘리트 집단, 특정 연예인 집단 등이 주도하던 대중문화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수단의 보급으로 급격하게 해체, 재편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개인이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 편집, 서비스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 기기, 네트워크, 솔루션 수단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경로가 매스미디어에서 퍼스널미디어로 급속히 이행 중이다.
 
  새로운 인터넷 질서 및 환경을 의미하는 웹 2.0과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 이용자 개발 콘텐츠(UGC), 피플 파워드 콘텐츠(PPC) 등이 디지털, 사이버 문화의 프로슈머화를 상징하면서 문화 생산과 소비의 고정적인 질서와 관념을 혁파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던 대중과 개인이 새로운 문화산업의 창조계급으로 떠오르면서 문화를 생업으로 삼는 새로운 인간형, 집단이 본격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때문에 종전의 영리 추구형 상업적 비즈니스 모델은 일대 도전을 받고 있다. 이윤 추구를 지상 목표로 하는 상업적 비즈니스와 차별화되는, 공유와 상호 교류 중심의 퍼블릭 소셜 비즈니스(Public Social Business)가 새로운 인터넷 질서에 관한 논의에 맞춰 확산되고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7. 콘텐츠와 미디어의 분리
 
  미디어로부터 콘텐츠가 분리되어 다른 미디어에 탑재되는 등 자유롭게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새로운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소개된 바 있는 PVR(Personal Video Recorder)은 콘텐츠 앞뒤 또는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광고를 분리해 담을 수 있는 기술적 향상을 실현해 주었다.
 
  이와 같이 소비자가 원할 경우 매체는 따지지 않고 콘텐츠 자체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 시스템이 구비된다면, 콘텐츠 자체가 TV나 PC에 의존하거나 구애받지 않고 단일 파일 형태로 존재하게 돼 다양한 미디어를 경유해 서비스되는 새로운 개념의 다이렉트 유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극장과 같은 공간이나 휴대폰 같은 기기 없이 영상물 콘텐츠가 직접 소비자에게 전해져 문화체험을 일으키는 특수 가상 환경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콘텐츠가 미디어라는 의상을 벗는 먼 미래로 가는 길목에는 새로운 매체,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에 맞는 적합한 콘텐츠 등장에 대한 관심이 모이지 않을까 한다. 좀 더 자율적인 콘텐츠가 등장한다면 미디어를 통해 보는 눈의 미디어에서, 미디어 없이도 어떤 계기를 통해 느끼게 되는 생각의 미디어로 개념이 전환할 수 있다. 또 오락 콘텐츠의 개념에서 탈피해 미디어의 도움 없이, 일을 위한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나타날 과업 콘텐츠(Task Content)도 뚜렷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8. 암묵적 시장(Tacit Market) 창출
 
  콘텐츠가 갖고 있는 무형자산으로서의 성격을 십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흔히 노하우라고 불리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성격의 무형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동영상 포털을 통해 주로 개인의 숨은 비법을 UCC 콘텐츠 형태로 중개, 서비스하고 있는 ‘비법닷컴’과 같은 사이트가 2006년 하반기 이후 다양한 성격을 띠며 나타나고 있다. 시험 경험담 알선 서비스를 하는 데이콤 ‘비지트’, 시험 및 취업 대학생들의 경험담을 주로 다루는 ‘해피캠퍼스’, 몸짱 만들기나 소호몰 창업, 1억 만들기 등 다양한 노하우를 판매하는 ‘인포마스터’, 리포트만 전문 거래하는 ‘리포트월드’ 등이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유형의 콘텐츠 서비스가 앞으로도 더욱 기발한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9. 문화개방 가속화
 
韓流스타 배용준을 만나기 위해 제주공항에 몰려든 일본인 관광객들.

  사회·문화 교류는 점점 더 초민족, 초지역적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간단하게 줄여 하이브리드와 하이퍼링크, 하이테크, 하이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4H 트렌드’라고 일컬을 수 있다. 문화 혼성을 보여주는 하이브리드와 전방위적 연결을 의미하는 하이퍼링크, 최첨단 디지털·IT 기술이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하이테크, 그리고 언제나 새롭고 넓은 무언가를 좇는 인간의 숨결을 가리키는 하이터치가 도도한 흐름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시청각 서비스 시장으로 불리는 사회·문화 교류 현장이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다자간, 양자간 국제 협상에서 개방과 관련한 논의를 통해 다뤄지면서 범세계적인 교류가 더욱 촉진되는 양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존 질서가 바뀌어 나가는 구체적인 현장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문화권력의 한 축이 한국이 있는 동아시아로 옮아가고 있는 현상이다. 그 속에서 한국은 韓流(한류), 디지털 한류의 확산에 힘입어 변방 로컬문화에서 권역 중심 문화로 이동 중이다. 글로벌 사회·문화 교류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10. 창의성 생태계 형성
 
  창의성 생태계란 디지털생태계와 같은 원리를 지니면서도 콘텐츠와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 개인의 마니아, 사회의 콘텐츠 비즈니스, 문화 속의 匠人(장인)정신과 생활환경 등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문화의 거점이자 거대한 수자원을 지칭한다. 이 생태계 속의 콘텐츠 창조 과정은 팬→ 마니아→ 오타쿠→ 크리에이터→ 공방(Factory)→ 회사와 콘텐츠 사업→ 산업 생태계→ 문화권력, 문화 전통→ 계보→ 장인정신→ 암묵지식→ 생활환경→ 기질 재능(Talent, DNA)으로 구성된다. 이들 개별 요소를 중재하는 중간자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 변형하고 영역의 사회적 조직인 현장과 교류, 상호 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서 현장에서 여러 전문가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선택하여 하나의 상징체계인 영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미디어가 촉매로 개입한다. 연이어 문화적 상징체계가 형성된 영역이 다시 환류하여 지식체계로서 성립되고 전달되도록 하는 피드백 과정에서도 미디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이 일본의 동인지와 만화잡지, 미국의 케이블 방송 채널 등 미디어는 콘텐츠가 창조적으로 생성되고 평가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하나의 산업과 문화, 권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매개하고 북돋워 주는 포럼이자 후견인, 멘토, 가상에 가까운 네트워크 커뮤니티와 더불어 학습 수단, 마케팅 수단, 언론매체 등의 복합적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미디어가 발달한 사회에서 창조적인 콘텐츠 상품이 생성될 수 있음은 바로 이 창조과정 모형이 설명해 준다.
 
  미국의 경우 카네기멜론대학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디지펜기술원(DigiPen Institute of Technology) 등이 선도적인 고급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KAIST CT(문화기술)대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등이 창의성 생태계 조성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 2030년이 되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미래교육 시스템
 고교 조기 졸업 후 대학은 중국에서, 대학원은 미국에서
 
南鳳喆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1945년 경북 출생.
⊙ 계성고, 한양대 국문과 졸업.
⊙ 대원외고 교장,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 역임.
⊙ 상훈: 대한민국 신경영 블루오션 대상, 신한국인 대상.
著者無 저자없음
<미국 뉴욕 주 브리스톨에 사는 제임스 니컬스가 자택 식탁에서 아홉 살짜리 딸 레베카에게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레베카는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 읽기 실력이 동급생보다 몇 학년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영희는 2030년 4월,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화창한 봄에 태어났다. 영희 엄마는 영희를 임신한 후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상 정기 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2개월에 한 번씩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10개월 후 정상 분만했다.
 
  영희가 태어난 후 영희 어머니는 국가로부터 육아수당을 받게 되었고, 영희 어머니의 직장에서는 근무 시간을 단축해 주는 한편 시간외 근무는 아예 면제해 주었다. 영희는 3세부터 국가에서 운영하는 유아원에서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으면서 체계적인 조기교육 혜택을 받았으며, 5세가 되면서 공립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여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모두 무상으로 다닐 수 있었다.
 
  중학교부터 영희는 영어권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하는 영어 수업을 통해 별 막힘 없이 영어회화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해외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겼다. 아울러 장래에 전공하게 될 학문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영어와 중국어를 선택 외국어로 정하고, 다음에 스페인어나 일본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공부하려고 한다.
 
  학교에서는 오전까지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自家(자가) 학습형 탐구수업과 스쿨 네트워크를 통한 통신수업 및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추천 도서를 열람하고 다음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관련 자료들을 검색하여 발표용 콘텐츠 작성 작업을 한다.
 
  고등학교 수업은 8개 공통과목을 제외하고는 영희의 장래 진로와 영희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대학진학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심화학습 고등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한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영희는 앞으로 경제학을 전공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제 관련 전문교과 중에서 경제사와 거시경제, 미시경제 입문 과정에 등록하여 수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영희는 대학 경제금융학과에 무난히 합격했다. 고등학교 전체 학점은 중상위권이지만, 전공 관련 경제 분야 교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편, 경제 관련 기관에서의 인턴과 현장 체험, 교내외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담은 포트폴리오가 입학 사정관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대학 등록금은 국가에서 10년 상환 무이자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희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自力(자력)으로 대학에 등록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대학교 재학 중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제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 3학년 때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에서 강의를 받으며 아시아 경제블록연구소에서 현장수업도 겸했다. 4학년이 되면서 졸업논문 준비를 위해 현장 인턴으로 한국경제연구소와 지도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대학원은 컬럼비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고, 국제무역통상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 활동에 전념하면서 민간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2008년 7월 1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코넬대 입학사정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교육의 질이 상품의 질 결정
 
  이상은 우리가 바라는 20년 後(후) 한국 사회와 교육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20년 前(전) 우리 사회와 현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앞으로 이런 사회와 교육 환경이 한국에 조성되리라는 기대는 그리 지나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분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2008년 스위스 국제경제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55개국 중 35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세분해 보았을 때 초·중등학교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경쟁력은 55개국 중 53위로 대단히 저조하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82%임을 고려할 때 너무나 초라한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경제·사회적 수요에 미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GDP 대비 국가 재정의 고등교육 지원액 비중이 0.6%로 OECD 평균(1.1%)의 절반 수준이다.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은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산업이자 사회적 기반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간에 교육이 있다.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발전하는 근본 에너지는 지속적인 교육에 의한 인재 육성에서 생성된다. 미래를 예측하여 그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전략을 짜는 기본 재료가 교육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개인을 넘어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국민의 질이 상품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이 전적으로 공감되는 현실이다.
 
  교육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추어 볼 때 미래 우리 교육현장의 변화 역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클 것이다. 그 주된 요인으로 국민의 개인소득 증대와 低(저)출산으로 인한 취학아동의 감소 및 고령화 사회의 대두, 소규모 집단 중심의 수업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 욕구 증대, 국제화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분위기, 학교 자율권 확대 요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사회와 교육에 획기적인 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우리 교육현장과 비교하여 2030년의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변모할 분야를 검토하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 유치원 公敎育, 9월 학기 시행
 
  우리나라의 현행 학제는 1950년 초에 수립된 이래 지금까지 약 60여 년 동안 수정 없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학기는 3월이며, 겨울방학이 긴 대신 여름방학은 짧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9월에 학기를 시작하여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이 짧은 것과 상반된다. 오늘날처럼 국가 간 학생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현행 학제는 재학 중 人的(인적) 자원의 교류에 매우 불편한 구조다. 이 때문에 2006년부터 현행 학제를 개편하는 연구가 추진돼 왔다. 학제 개편에는 수업 연한과 졸업, 입학 시기, 교육 단계, 교육 내용, 취학 연령, 대상 등이 포함된다. 이를 고려하면 2030년 한국의 교육 체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들의 성장은 신체는 물론 정보습득 및 지능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빠르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 50년 이상 만 7세로 유지돼 오다 최근에야 만 6세1월로 낮춰져 비로소 OECD 국가들의 평균 취학 연령과 같아졌다. 일부에서는 만 5세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신 유치원 교육을 3~5세로 하되 5세부터는 학제 개편과 동시에 公敎育(공교육)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소득 증대와 복지정책의 발전적 확대로 인해 유치원 교육이 학제에 포함되면 아동들은 학제 안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현행 초·중·고등학교 학제를 개편하여, 유치원 1년이 공교육에 포함되며, 초등학교를 1년 줄이는 대신 고등학교를 1년 늘려 5-3-4-4제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유치원이 공교육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고교까지 의무교육 확대
 
  그렇다면 2030년 의무교육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교육재정의 규모를 예측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교육재정은 2003년 기준 GDP의 6%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2007년 현재 교육재정은 GDP 대비 약 4.95%로서 비교적 낮은 편이다. 2030년에는 GDP 대비 약 7% 혹은 그 이상의 교육재정이 확보되리라 본다.
 
  2030년에는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물론 공립 고등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이 시행될 것이다.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설립·운영되며 특성화 정도에 따라 등록금이 자율화되고 현재처럼 수익자부담 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지금과 같이 애니메이션·조리·골프·축구·공예·만화·항공·호텔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특성화고등학교가 많이 설립되고, 자율학교와 특수목적고 및 자립형 사립학교 설립이 활성화되면서 교육과정 운영상 상당한 자율권을 해당 학교에 위임하며 예비 대학 체제의 고교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등학교는 능력 중심의 학제가 적극 시행됨에 따라 학점 취득제를 바탕으로 한 조기 졸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중등교육에서 학교 출석수업 대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 제도의 도입이 예상된다. 홈스쿨링 제도는 획일적인 공교육에 반대하여 부모들이 아이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직접 하고자 했던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국에 130만~150만명의 학생이 이 제도를 통해 在宅(재택)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약, 음주, 섹스, 폭력 등 학교생활의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면서 많은 부모가 재택교육을 선호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몇 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1993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됐다. 한국에는 현행법상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초등 과정을 무시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제도적 규제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에 대한 수요자의 욕구와 필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런 제도적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수업 장면.

 
  ◈ 교원 양성, 교원전문대학원으로 일원화
 
2030년에는 학교 출석수업대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 제도 도입이 예상된다.

  학제 운영의 세부안에서 초등과 중등학교는 학년 단위를 다소 크게 묶어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특히 고등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어지고 학점 중심의 무학년 수학 형태로 바뀌고 능력과 취득 학점에 따라 졸업 시기가 조정되는 제도가 병행될 것이다.
 
  입학과 학기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9월로 바뀐다. 대학에서의 학점 취득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수학 기간에도 변화가 생기고, 졸업과 사회 진출의 시기도 자유로워지고 빨라진다.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통신 네트워크, 정보 서비스, 정보화 교육 체제의 역동적인 변화가 촉진됨에 따라 학교 현장의 수업 방식도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쿨 네트워크를 통해 교실수업과 통신교육이 병행된다는 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동시에 진행돼 모든 학생들이 매일 등교하여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제도교육과 사회교육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학교가 등장함에 따라 교육이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완화되는 것이다.
 
  개인의 욕구와 관련된 교육 및 유연한 교육 체계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도서관이나 자료 검색원 등에서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하고, 때로는 현장 참가 실습을 통해 연구 과제를 준비하는 등 열린 강좌가 활발하게 전개된다.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제도로 인해 공교육 중심의 학교 교육은 퇴조하고, 원격 교육이 활발해진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교육환경의 변화는 물론 고정화된 수학 기간의 틀 역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2030년에는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전개되면서 평생교육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된다. 평생교육은 제도권 교육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이뤄지는 것으로, 교육이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두고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교육제도의 형식적 틀인 수학 연한과 연령은 물론 공간의 벽까지 무너뜨리는 광범위한 제도다. 이와 더불어 직업교육도 활성화되고 사이버 교육과 대안 교육도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안드레아스 슬라이더 OECD(경제협력기구) 교육국장은 “OECD 국가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한국 학생 성적은 OECD 국가 평균은 물론 독일 평균보다 높지만 최상위권(영재) 학생 비중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중등교육의 평균치는 매우 우수하나 최상위층의 분포가 약한 것은 영재교육이나 능력이 우수한 학생에 대한 수월성 교육이 그동안 제도에 묶여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다. 또 지나친 스파르타식 교육이나 높은 私(사)교육 의존도가 창의성이나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의 수준에 따른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맞게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본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문을 열고 수월성 교육을 시행하는 등 수요자의 욕구가 증대되면 교육기관은 물론 교사 양성 방법 또한 변할 것이다. 국내 대학은 법대와 의대가 각각 법학대학원과 의학대학원으로 개편, 전문화되었다. 사범대학, 교육대학, 일반대학의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의 교원양성기관 역시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로 일원화될 것이다. 중·고등학교 공히 교원평가제가 시행돼 부적격 교사의 재교육이나 퇴출이 가시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교사들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는 교장 초빙제를 통해 진취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학교 운영을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고, 대학은 실적평가의 결과에 따라 연봉제 계약과 교수 재임용이 확고하게 정착될 것이다.
 
초등임용고시에 합격한 예비교사들이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모습. 여자 숫자가 남자를 압도한다.

 
  ◈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 정착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에도 ‘다양화’라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정부 방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행정·재정상의 제재라는 불이익이 가해졌다. 그런데 정부가 수립 공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 계획’에 따르면 이런 官治(관치)행정의 제재를 2012년부터 완전 자율화해서 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적인 운영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완전히 대학에 일임하게 되므로 선발 방법의 획기적인 변화가 오리라 본다.
 
  선발 영역에서는 특기자 수시(조기) 전형이 좀 더 활성화될 것이다. 각 대학은 자기 학교에 맞는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며, 본고사를 포함한 여러 방법들이 시행될 것이다. 학생 선발 전형 자료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고교 교과 성적은 물론 非(비)교과 영역의 비중이 높아져 고교 생활 전반에 대한 기록과 교내외 특별활동 분야 기록, 각종 자격시험, 취미, 특기, 봉사체험, 리더십 교육 등과 관련된 기록 등이 모두 대학 입시 전형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제도가 일반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2009학년도의 경우 정부지원사업 선정 대학으로 지정된 40개 대학이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2010학년도에는 4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 본래 취지에 맞게 전형 단계까지 가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선진국의 대학들이 시행하는 수준까지 접근하리라 본다.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의 기본 취지는 내신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입학 전문가들이 학생의 성적은 물론 창의력과 각종 잠재능력, 개인 환경,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선발하여 인재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면 각 고교별 교육활동 특징과 학생이 제출하는 서류를 통해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따라서 고교와 대학 간 협의 아래 정보교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 대학 입학사정관이 직접 해당 고교를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활동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현재 시행 중인 특별전형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보완한 것으로, 시행이 본격화되면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며, 대학은 교육 이념과 분야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2030년이 되면 기여입학이 현실화될 것이다. 다만 기부금만으로 입학하는 부작용을 덜기 위해 평가시험의 틀 속에서 일정 수준의 자격조건을 충족시킨 학생에 한해서 입학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 ‘수요자 중심 교육’ 일반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외대부속 외국어고등학교의 수업 장면.

  수업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지식전달 체계에서 탈피, 교사는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 사고력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하고, 학생은 스스로가 찾아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다. 웬만한 정보나 지식은 공유하게 되므로 교사의 역할이 가르치는 입장에서 조력자나 조정자 역할로 변모하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최신 정보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정보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여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미래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지식의 전달자와 수혜자로서 수직적 관계를 맺었던 교사와 학생이 정보 인프라를 공유하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학생 대 교사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소단위 그룹의 학습이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열린 학습의 장’이 교육 현장의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 Toffler) 박사는 “산업은 제3의 물결을 타고 있는데 한국의 교육은 아직 제2의 물결에 머물고 있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획일적 교육시스템을 통한 인재 양성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교육 제도의 개방성, 유연성, 혁신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의 아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데다 다채로운 재능과 흥미를 가진 아이들이다. 이들이 만족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교육’ 환경 조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수요자 중심 교육’은 2030년 글로벌 시대를 전망하는 이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의 인재들에게는 무엇보다 각자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학습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030년 우리 교육환경은 이렇듯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변화 덕분에 지식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과 문제해결 상황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2030] 한국 종교의 어제, 오늘, 내일
 불교, 개신교, 가톨릭
3대 메이저 종교가 중심 역할
 
鄭柄朝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
⊙ 1947년 경북 영주 출생.
⊙ 동국대 인도철학과 졸업(문학사), 同 대학원 철학과 철학박사.
⊙ 동국대 중앙도서관장·사회교육원장·부총장 역임. 現 (사)한국불교연구원장.
⊙ 저서: <불교와 인도고전> <한국불교사상사> <실크로드와 한국불교>
    <문명의 충돌, 우연인가 필연인가?>.
著者無 저자없음

우리의 미래에 관한 엄밀한 과학적 인식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래는 늘 예기치 않았던 심리적·사회적 상관관계의 요인들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상한다는 것은 知的(지적) 모험이다. 그러나 ‘현재’가 과거의 집합이라면, 똑같은 논리로서 ‘미래’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모든 종교는 예언적 기능을 갖고 있다. 末世(말세)에 대한 경고라든지, 유토피아의 출현에 대한 기대 등은 그 단적인 예이지만, 사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관념적이고 선언적이다. 특히 과학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의 종교와 미래종교는 말세에 대한 접근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종교의 예언자적 기능과 더불어 정신문화적 바탕 또한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오늘날 종교의 정신문화적인 영향력이 대폭 감소했지만, 이는 여전히 종교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종교가 가진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의 바탕 위에서 2030년 한국의 종교들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하는 문제를 그려볼 수 있다.
 
  인류의 미래는 불확실한 두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보다 진보된 생활과 향상된 정신문화를 누린다는 긍정성이다. 그 뒷받침이 되는 힘은 과학과 이성(logos)이다. 동시에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전쟁·공해·환경·생명복제 등의 부정적 면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역시 ‘과학’이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위협적 가능성은 불발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두운 그림자의 상념을 부여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확실한 점은 이성의 復權(복권), 양심의 회복,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이 인류가 가진 어두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하는 점이다.
 

  지난 2000년 동안 종교는 이러한 인간성 회복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 왔고,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기여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세상의 종교치고 심성의 순화나 사회정화를 강조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문화의 방황은 여전히 거듭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자님 말씀처럼 ‘지당한’ 가르침을 외치는 종교가 문제인가? 아니면 그 종교를 제대로 믿지 않는 인간들의 문제인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에 아무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종교가 오늘날 또 다시 절실히 필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 특정 종교가 지배적 위치 차지 못해
 
  대부분의 현대국가들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과거의 종교 이데올로기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설득력을 지닐 수 없게 되었다. 미래는 종교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적 가치 규범이 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국가들은 자기들 전통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종교영역을 사회적 질서로서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지배종교는 改新敎(개신교)이고 영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은 가톨릭 국가다. 동남아와 일본은 불교 국가다.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여전히 다른 나라들의 國敎(국교)는 살아 있다.
 
  그러나 한국은 특정종교가 지배적 위치에 있지 못하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치명적 약점일 수도 있다. 최근의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더구나 종교의 가치관은 ‘절대신념 체계’이기 때문에 한번 갈등을 일으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내 것이 최선이면 상대방 것은 차선일 수밖에 없다. 사랑을 말하는 종교가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연유다.
 
  일부에서는 종교 간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방안으로 ‘多元(다원)종교’에 대한 가설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별적 종교의 특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 따라서 多(다)종교 시대상황은 인정하면서도 그 진리성의 공유를 말하는 다원종교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예측은 성급하다.
 
  현대 한국의 종교는 敎勢(교세)로 보면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이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 외의 영향력 있는 종교로는 민족종교 성격이 강한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증산교 등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온 이슬람은 여전히 한국의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30년의 한국 종교는 현재의 불교, 개신교, 가톨릭 세 개의 메이저 종교를 중심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보인다.
 
 
  ◈ 가톨릭의 대약진
 
  종교인구 통계는 각 종교에서 제출한 자료보다는 인구 및 주택 센서스 집계가 신빙성이 높다. 서양종교와 동양종교를 같은 가치기준에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본인의 선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표 1>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불교>개신교>가톨릭의 교세는 큰 변동이 없고, 가톨릭의 약진이 눈에 뜨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종교인이고, 나머지는 無(무)종교인이거나 특정 종교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잠재적 종교인이다.
 
  종교는 보수적 집단이기 때문에 교세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다. 현재까지의 통계 변동을 보면 불교는 완만한 상승세, 개신교는 완만한 하강세, 가톨릭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상승세의 가톨릭은 장례의례를 통한 발전세라고 분석할 수 있다. 가톨릭이 우리의 전통 제사의식에 관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서적 반발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또 완벽한 장례 시스템의 가동은 임종간호에서부터 영결식 이후까지 망자와 가족들을 안도시키고 있다. 따라서 특정종교에 귀의하지 않았던 이들도 자신들의 臨終(임종)을 가톨릭 식으로 치르는 일이 허다하다.
 
  한편 완만한 하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는 개신교는 몇 가지의 둔화요인을 갖고 있다. 첫째는 사회사업을 통한 선교의 한계점이다. 1950년대나 60년대의 빈곤퇴치라는 슬로건은 더 이상 한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 또 사회복지의 대부분은 국가의 몫이 되었다는 것도 기독교의 선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로는 個(개) 교회 중심적 운영체제다. 전체 기독정신의 창달이라기보다는 소속 교회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신자들의 이기적 祈福(기복)심리가 문제다. 셋째로는 물량적·배금적 풍조의 만연이다. 교회는 대형화되고, 집회 또한 대규모로 발전한다. 내면의 자유추구라든지 神(신)이나 영혼과의 교감 등은 점점 옅어지고, 열렬한 신앙만이 강조되고 있다.
 
  넷째, 교인들만의 집단을 이루는 배타성이다. 같은 교인끼리 식사하고, 같은 교인의 가게만 찾고, 같은 교인들의 모임만 강조하다 보면 개신교는 다양한 한국사회 속에서 혼자만의 아성에 안주하는 ‘섬’의 신세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2007년 11월 9일 한국의 7대 종교 대표들이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바르고 깨끗한 선거실현 대 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진리 구현이냐, 사회 구제냐?
 
2008년 3월 23일 새벽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008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가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불교의 상승세는 자연적 요인이 많다. 불교는 노년층의 지지 세력이 높고 청소년층의 기반이 취약하다. 이는 불교의 위축을 가져오리라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장·노년층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가까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잠재적 종교인, 우호적 종교인의 숫자는 불교가 가장 높다는 점도 자연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
 
  민족종교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종교는 원불교다. 천도교는 敎領(교령)의 월북사태로 상처를 입었고, 다른 민족종교들은 내분으로 분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에 비해 원불교는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교역자들의 헌신과 신자 층의 모범적 신앙사례도 원불교 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다만 불교의 개혁 세력을 자처했던 創宗(창종) 당시의 이상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불교와는 다른 색채임을 강조하는 圓敎(원교)로서 再(재)창종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내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부분이다.
 
  종교는 언제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표방하는 진리에 안주하면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실을 개선해가려는 노력이다. 동시에 그 고원한 진리의 세계에 안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이를테면 문화적 소외, 가난, 차별 등을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완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 두 가지 면 중에서 어느 한쪽에 악센트를 주는 일이 자연스럽다. 스위스 종교학자 프리들리는 종교를 硬性(경성)과 軟性(연성)으로 분리했다. 대체로 경성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 등은 後者(후자)의 성향이 강하고 연성종교인 불교, 유교의 경우는 前者(전자)에 치중한다고 분석했다.
 
  시대적으로 보면 고대와 중세사회에 이르기까지는 종교의 진리 구현적 면모가 확연하다. 당시의 종교는 그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 있을 뿐 아니라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면서 종교의 진리적 선언은 급격히 퇴색하기 시작한다. 오히려 사회구제가 진리 구현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일세를 풍미했던 해방신학이나 민중불교의 사상적 맥락이 종교적 변환을 상징한다. 절대가치를 표방하는 종교가 진리적 선언에 집착하면 종교적 갈등과 대결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발상이 배타성과 종교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현대인들은 이 소모적 논쟁에 냉담하다.
 

 
  ◈ 異宗敎의 共同善 추구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미래의 종교를 ‘세속화와 일반인의 무관심’으로 꼽은 바 있다. 어느 종교가 훌륭하냐의 문제는 더 이상 진리성 제고에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진리성 여부에 상관없이 세계의 종교들은 2000년 이상을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종교 평가 기준은 그들이 표방하는 진리의 세계에 얼마만큼 가까이 다가서 있느냐 하는 質的(질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진리적 선언만을 至高(지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종교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결여되어 있다. 즉 사회가 종교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언제나 이 사회를 구제해야 한다는 선각자의 망상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종교가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회가 종교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2030년의 종교는 이 불안정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 요청에 부딪치게 된다.
 
  이미 금세기 들어서 異宗敎(이종교)의 共同善(공동선) 추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火葬(화장)의 정착을 위한 가톨릭·불교의 共同力(공동력)이라든지, NGO(비정부기구) 운동을 상설화해 가는 개신교, 가톨릭, 불교 등의 움직임이 그 예다. 종교가 調伏(조복: 항복) 받아야 할 대상은 이웃 종교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적 심성, 타락한 자세, 조직적 악의 횡포 등이다.
 
  종교가 추구해온 유토피아는 2000년 동안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이상향은 허구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종교회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성취하지 못한 꿈이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종교의 필요성을 말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제 2030년의 종교는 그 방향키를 ‘사회구제’로 수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동양종교인 불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진 부분은 사회사업 분야다. 이것을 불교적 전통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불교는 노인문제, 결손가정 자제들의 문제 등이 야기되지 않았던 동양적 사회구조 속에서 성장해온 종교였기 때문이다. 불교가 사회사업에 냉담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서구적 편견에 불과하다. 다만 앞으로의 불교발전은 사회사업 쪽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하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동시에 사회사업 쪽에 역점을 두고 교세를 신장시켜온 개신교와 가톨릭의 경우는 질적인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궁핍을 해소하려는 하드웨어적인 사회사업은 이제 정부의 몫이지 교회의 역할은 아니다. 교회는 직업교육·정신교육·여가선용·실버문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성직자와 일반 신자들의 간극 좁아져
 
  전통적으로 모든 종교는 성직자 그룹에 의해 운영, 유지되어 왔다. 聖職(성직)이라는 개념은 그 종교의 수호자였을 뿐 아니라 사회의 엘리트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종교 가운데 성직자 개념이 희박한 종교로는 이슬람과 힌두교가 있다. 가톨릭의 사제, 불교의 승려, 개신교의 목사 등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성직자다.
 
  물론 가톨릭의 평신도회, 불교의 전국신도회, 개신교의 장로회 등은 일반 신자들의 연합모임이다. 그러나 그들의 교단운영 참여는 지극히 형식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교단 내부의 갈등은 주로 성직자끼리의 다툼과, 성직 대 평신도의 불화 등으로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갈등을 극복해야 건전한 종교문화의 육성이 가능하다.
 
  미래사회에서는 성직자와 일반 신자들 간의 종속적 관계가 사라지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사회의 다변화가 가속되면서 성직자 그룹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교나 학술적 업무, 행정 지원 등은 신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성직과 일반 신자라는 장벽이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미래의 종교운동을 성직자와 일반 신자로 나누어 분석한다면, 그들은 서로 상이한 사상적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일반 신자의 경우는 종교의 원리를 탐구함과 동시에 그 종교적 진리를 다변화된 사회 속에 전개할 수 있는 실천의지를 구현해야 한다. 성직자의 경우에는 수도와 절제 기풍의 확립이다. 즉 청정한 戒行(계행), 고양된 내면세계의 顯現(현현) 등이 급선무다.
 
  이 양자의 의지가 사회적 양심의 보루로서 집합, 전개되어야 한다. 종교가 가진 사회적 기능은 성직자나 일반 신자 양자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종교는 결코 현실 안주적이어서는 안 된다. 또 非(비)현실적인 관념의 허상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성직자 등은 일반 신자들의 정신적 고향이 되어야 한다. 즉 청정한 수도의 기풍을 간직한 모범적 그룹이어야 한다. 성직자와 일반신자들이 서로의 위상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래 종교의 모습이리라 예상한다.
 
 
  ◈ 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
 
  종교는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교리 체계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 아니라 재해석과 현실적 응용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가 앓고 있는 현재의 상황들, 이를테면 보수와 혁신, 지역감정, 경제적 불평등, 남북대결 등의 諸(제)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에 종교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 발표했다. 2008년 11월 23~27일까지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해서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시행된 이번 조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 종교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통계다.
 
  먼저 종교단체(가톨릭성당, 개신교회, 불교사찰)에 대한 신뢰도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라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가톨릭 성당은 35.2%, 불교사찰은 31.1%, 개신교회는 18% 순이었다. 신뢰하는 종교기관이 없다는 응답도 15.7%였다.
 
  한편 호감을 가지고 있는 종교는 불교 31.5%, 가톨릭 29.8%, 개신교 20.6% 순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60대는 불교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10대, 20대의 경우는 개신교, 30대, 40대, 50대는 가톨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절반 가량은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신앙인이었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물은 결과 가톨릭은 84.7%, 개신교는 79.2%, 불교는 64.4%만이 자기 종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無(무) 종교인들의 경우는 불교에 가장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불교(31%), 가톨릭(27.3%), 개신교(12%) 순이었다.
 
  불교가 최대 종단이면서도 불교인 스스로에게 가장 낮게 평가된 이유는 불교지도자들의 신뢰결핍 등 종단의 불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가톨릭이 모든 항목에서 가장 신뢰 받는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회변화와 시국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또 여러 설문조사에서 가장 낮은 호감도를 보인 개신교는 성장 위주의 선교정책이 가장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대답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한국 개신교가 신뢰를 얻기 위해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42%), 이웃종교에 대한 관용(25.8%), 사회봉사(11.9%), 재정사용의 투명화(11.5%), 교회의 성장제일주의(4.5%) 등을 꼽았다.
 
  이 통계와 분석표는 어느 특정 종교에만 국한되는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불교, 가톨릭, 개신교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평가 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종교는 이 사회적 평가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그 대응결과가 미래 종교의 판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석가탄신일을 사흘 앞둔 2008년 5월 9일 부산 서대신동 내원정사에서 어머니와 딸이 경내에 즐비하게 매달린 연등 아래서 기도하고 있다.

 
  ◈ 한국은 종교전쟁의 無風지대?
 
  외형적으로만 말한다면 한국의 종교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왔다. 한국에서의 기독교勢(세) 성장은 서방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그 성공의 열쇠를 찾는 종교·사회적 연구도 성행하고 있다.
 
  불교의 교세 신장 또한 괄목할 만한 현상이다. 과거의 山中(산중)불교라는 이미지를 벗으면서 서서히 현대사회 속에 적응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종교의 외형적 성장에는 필연적으로 내면의 윤리 결핍이라는 문제를 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국종교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敎學的(교학적) 기반이 미약하다. 열렬한 신자만 있을 뿐 철저한 자기 성찰의 수도적 자세가 부족하다.
 
  둘째, 독선과 자기 도취가 강하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헌신과 다른 종교에 대한 배척이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 간의 갈등은 무지와 편견의 소산이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제국주의적 발상으로 이 땅의 다종교 현실을 ‘평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 자격이 의심되는 성직자의 양산은 종교적 진리와 권위를 폄하시킨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셋째, 내면의 가치보다는 외형적 허장성세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 결과 종교 또한 물량적 배금주의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 종교는 모두 내면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불교는 사찰의 세속화 경향, 종단의 不和(불화), 청소년 불교인구의 감소 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그 내면적 원인은 집요한 문중 의식과 宗權(종권) 다툼, 제도적 모순, 재산권 문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개신교는 個(개)교회 주의, 배타적 선교성, 종교집회의 대형화 등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제사의식 등 전통적인 한국의 가치관과 갈등을 일으킴으로써 한국적 정체성을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가톨릭의 경우는 권위주의의 청산, 성직자의 감소추세, 평신도와의 원만한 관계정립 등이 숙제로 등장하고 있다. 바티칸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위주의 미사집전, 폐쇄적 교단운영, 평신도들의 참여제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 이기적 기복신앙에 휩싸여
 
  한국사회는 과거에도 종교전쟁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어도 치명적인 종교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고구려에서의 도교와 불교 갈등은 보덕화상 등 고구려 불교를 대표했던 인물들의 신라 망명을 초래했다. 麗末鮮初(여말선초)의 拓佛(척불)정책은 불교 문화재의 망실뿐 아니라 불교이념의 단절을 불러일으켰다. 승려들을 사회의 천민으로 격하한다든지, 사대문 출입을 금하는 등의 폐쇄적 정책은 護敎(호교)·護法(호법)이란 반작용을 야기했다. 최근에 개원한 ‘훼불전시관’은 破佛(파불)·毁佛(훼불) 등 이 시대의 종교 갈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이 종교전쟁의 무풍지역이리라는 생각은 안이한 발상일 수도 있다. 만약 한국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핵폭탄보다 더한 위력으로 이 나라를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것이다. 따라서 종교 간의 자성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의 종교전쟁은 대략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첫째, 종교 성직자들의 상호비방이다. 특히 가십성 기사들을 일반화시켜 전체 성직자들에 대한 모독으로 발전시켜나간다. 둘째, 상호종교의 외형성 비교다. 신자나 건물, 집회의 참석 숫자 등을 놓고 비교 우위에 젖는 감성적 대리만족의 단계이다. 셋째, 상호종교의 진리성에 대한 우월성 논쟁이다. 전문적인 지식에 의존한다기보다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이 논쟁 또한 허황한 자기주장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넷째, 나의 종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상대 종교에 대한 적개심과 동일시되는 단계다. 공존의 질서보다는 천하통일을 꿈꾸는 일방적 과대망상이다.
 
  다섯째, 종교적 가치는 세속의 규범을 초월한다는 맹신적 사고의 범람이다. 모든 가치기준을 특정 종교의 논리로서 판단할 때는 이 논리에 반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을 지극히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하게 된다.
 
  종교인구가 전체국민의 절반을 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는 지극히 비종교적이다. 한국 종교는 너나없이 이기적 기복신앙에 휩싸여 있다. 종교가 來世(내세)에 대한 희구라기보다는 현세 이익적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이 점은 모든 종교가 猛省(맹성)을 할 대목이다. 종교가 잘못 가르쳤거나, 또는 우리가 잘못 이해한 탓이다.
 
  종교적 가치를 수용하는 한국인의 심성은 이중적이다. 즉 관념으로서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천 의지는 박약하기 그지없다. 이점에서 성직자를 포함한 종교인들의 僞善(위선)도 큰 몫을 한다. 일요일 오전에만 기독교인이고, 토요일 오후에만 불교인인 이율배반을 극복해야 한다.
 
2008년 8월 27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범불교 집회를 연 전국 사찰의 승려와 신도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정책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사회정의 실현의 구심점 되어야
 
  다음으로는 종교 간의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화는 토론과 달리 전제와 조건, 결론이 필요 없는 형식이다. 서로의 수도자적 경험을 나누고, 共同善(공동선)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건한 자세가 필요하다.
 
  현대 종교의 문제점은 ‘수도자의 상실’이다. 사회에 대한 교화활동 또한 그 종교의 세 늘리기, 땅 넓히기로 생각하는 한 원만한 성취는 기대하기 힘들다. 2030년의 종교는 그 진리성에 대한 전근대적인 논쟁보다 오히려 공동선을 지향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종교가 자기개혁을 바탕으로 사회의 그늘진 곳을 지키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미래 종교의 핵심이다. 종교는 오랫동안 안일의 타성에 젖어있었다. 앞으로는 사회 속에 종교를 용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가 사회의 구심점이던 고대사회 속에서 종교는 절대적 가치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종교의 우주적 상상력은 이제 과학의 몫이 되었다. 知的(지적) 권위는 대학이 앗아갔다. 따라서 미래 종교의 남은 몫은 도덕적 청정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정의 실현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종교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인격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탁월한 실천원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교의 자기정화 의지가 사회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연결고리와 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가는 길이다. 건전한 종교의지의 확산과 知的(지적)의식 고양 등은 미래 종교를 창조적으로 가꿀 수 있는 원칙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2030] 격변하는 한국의 가족문화
 여성들은 ‘사회’로 남성들은 ‘가정’으로!
 
咸仁姬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교수
⊙ 1959년 출생.
⊙ 무학여고, 여화여대 사회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미국 에모리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자립형사립고 제도협의회 위원,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 역임.
⊙ 現 한국사회문화연구원 정책전문위원, 이대 이화리더십개발원 원장.
⊙ 저서: <여성들에게 고함> <가족의 사회학적 이해> <한국가족상의 변화> <한국사회학 50년사>
    등 다수.
著者無 저자없음
<2008년 11월 29일 오후 서울 잠실의 한국한부모 가정연구소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30년을 향해 장밋빛 그림을 그려보는 작업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하다. 선출직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 의원의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질 것이란 예측, 100대 기업 CEO의 여성 비율이 티핑 포인트(2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 정형화된 인공미인 대신 건강과 활력이 새로운 아름다움의 코드로 부상할 것이란 소망, 기혼 남성의 30%가 자원해서 有給(유급) 출산 휴가를 선택할 것이란 희망, 할머니 할아버지의 同居別寢(동거별침: Living Together But Apart)이 노년기의 대표적 가족형태로 부상할 것이란 추론 등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그러나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미래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2015년 사회 각 분야 여성 지도자의 비율을 예측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영역 20~25%, 미디어 영역 25~30%, 법조인 25~30%, 고위직 공무원 15~20%, 기업 영역 8~10%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2008년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이 38.1%, 50.2%, 67.7%에 이르렀고, 각종 자격시험에서 여성이 대거 수석 합격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위 보고서의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덕분에 78개 국가 중 68위를 기록 중인 ‘남녀권한척도’가 2030년엔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기준 1위인 노르웨이와 비교하면 ▲의회 여성점유율 36.4% 대 5.9% ▲행정관리직 여성비율 28% 대 5% ▲전문기술직 여성비율 49% 대 34% ▲성별 소득격차 0.74 대 0.46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척도가 2030년엔 노르웨이의 척도에 근접해갈 것이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여성성’이 21세기를 이끄는 중요한 특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제1의 性(성)>(The First Sex)에 따르면, 여성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실들을 연계시키고 경우의 수를 모두 포함하여 생각하는 ‘거미줄 사고’(web thinking)에 강한 반면, 남성은 사물을 분리·단절시키며 집중적 사고를 하는 ‘단계식 사고’(step thinking)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야 하는 21세기에는 여성의 잠재력과 적응력이 각광받으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일례로 뇌 촬영 사진을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정확하고 손쉽게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에 더욱 충실하고, 관찰력이 예민하며, 상대를 향한 동정심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성이 호혜적인 대화와 상호 소통을 핵심으로 하는 21세기적 요구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다.
 

법조계의 여풍은 이제 강풍 수준이다. 2008년 1월 18일 열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포즈를 취한 여성 법조인들.

 
  ◈ 토크니즘으로부터의 해방
 
  2030년 한국여성은 사회 각 영역의 ‘토크니즘’(tokenism: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여성 한두 명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조직생활에서 불리했던 이유는 數的(수적) 열세로 인한 ‘파워의 不在(부재)’ 때문이다. 미국의 조직사회학자 로자베스 M 켄터는 조직 내에서 어떤 집단이 소수의 위치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가 19%라는 것을 밝혀냈다. 즉, 100명의 조직 가운데 여성이 19명 정도 되면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아도 되고, 25%를 차지하면 여성은 무시할 수 없는 압력단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중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최초의 여성들’, 곧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최초의 여직원 출신 이사, 최초의 여성 대사, 최초의 여성 從軍(종군) 기자 등의 뒤를 이어 여성이 진출하기 힘든 분야에 활발히 진출함으로써, 2030년경엔 ‘魔(마)의 19%’ 고지를 넘어서는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386세대(19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을 지칭) 여성들은 과거 남성 독점영역이었던 법대, 경영대, 공대 등으로 진입, 희소성으로 인해 혜택을 누리면서 편견과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던 선배 여성들과 달리, 동시대인들과 연합하여 조직 내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현직 여성검사 가운데 약 절반, 현직 여성판사 가운데는 약 3분의 2를 점하고 있는 386 여성들이 50대에 진입하면 법조계의 요직을 두루 맡게 될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을 갖춘 여성들이 사회 각 영역에 진입함에 따라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가 빠르게 쇠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곧 권위적 위계서열이나 일방적·획일적 명령체계 대신 민주적이며 호혜적인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집단의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력과 모험심 못지않게 진행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리란 것이다.
 
  동시에 성원들의 사기 진작과 유기적 관계를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지향적 리더십’이 힘을 얻으면서, 작업 현장에서 여성 특유의 리더십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여성 리더들은 남성 특유의 ‘과업 중심성’(task- oriented)과 여성 특유의 ‘사람 중심성’(people-oriented)을 결합하고, 추진력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타인을 향한 배려와 팀원 간의 인화 단결을 성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성 리더십의 가치와 의미를 다지게 될 것이다.
 
 
  ◈ 페미니즘에서 피메일리즘으로
 
1983년 4월8일 여성법률상담소 이태영 박사가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여성들을 초청, 축하하고 있다. 맨 오른쪽 추미애 의원의 앳된 모습이 눈에 띈다.

  2030년에는 페미니즘의 패러다임 전환도 예상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제 페미니즘은 ‘피메일리즘’(femaleism: 여성과 남성의 性的 장점을 서로 나눠야 한다는 주의)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곧 性差(성차)는 문화적 산물이기에 극복이 가능하다는 종전의 주장에서 벗어나 성차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피메일리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오는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적 차별로 환원시킨 것인 만큼, 이제부터는 ‘차별 없는 차이론’을 기본 틀로 삼아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을 만들어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2030년에는 제3세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파워 페미니즘’이 부상할 전망이다. 파워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 집단 사이의 권력 불균형을 문제 삼기보다는 자유시장경제의 미덕을 포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3세대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파워를 향한 열망과 고도소비사회의 미덕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3세대 페미니즘의 물결은 견고성과 일사분란성,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던 2세대 페미니즘으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 실험정신과 다양성, 포용성을 지향하면서 여성 집단의 ‘세력화’(em- powering)로부터 여성 개인의 ‘능력화’(enabling)로 나가고 있다.
 
  3세대 페미니즘과 ‘알파걸’의 등장 이면에는 고등교육의 여성지배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女高男低(여고남저) 현상’(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의 성적보다 높은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은 중·고등학교를 지나 고등교육 단계로 확산될 것이며, 이로 인해 남녀공학 교육을 동성(same sex) 교육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확산될 것이다. 현재는 부인의 소득이 남편보다 높은 맞벌이 부부가 4쌍 중 1쌍 꼴로 나타나고 있으나, 2050년에 이르면 2쌍 중 1쌍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끈다.
 
  다만 사회적 영향력과 위세가 높은 영역으로 진입하는 여성들일수록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직문화에 대항해야 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명문 법대 졸업생의 30% 이상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로펌의 파트너로 남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현실, 명문 경영대 출신 남성은 가족과 경력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나 여성은 독신으로 남거나 출산을 포기하거나 경력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세계 유수 명문대학 교수의 남녀 비율이 최근 2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 등을 직시해야 한다.
 
 
  ◈ 아버지의 재발견
 
2005년 9월 27일 서울 명동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주최한 ‘평등한 일, 출산, 양육을 위한 거리 캠페인’에 참가한 한 가족이 남성육아휴직제를 희망하는 문구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여성의 삶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남성의 삶의 변화를 유도한다. 알파걸 세대가 성인이 되는 미래사회에서 우리의 아들 세대는 남성성의 본질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성들은 여성해방의 세례를 받은 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면의 변화’라는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재발견’이 시작되면서 서구를 중심으로 출산 과정에 참여하는 아버지가 늘기 시작했고, 이혼 이후 자녀의 양육권을 주장하는 아버지도 증가했다. 또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새로운 아버지’ ‘떠오르는(emergent) 아버지’ ‘개입하는(involved) 아버지’ 像(상)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의 연구 결과 아버지의 참여가 높을수록,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사와 양육의 책임을 공유할수록 결혼생활의 긴장과 갈등이 줄어들고,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정서적 투자가 증가할수록, 부모 자녀 관계가 친밀할수록 결혼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들과의 친밀한 유대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만족감과 자아 존중감의 강화를 경험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일과 가족 양립을 도모하면서 엄마 아빠 공히 부모 역할의 수행을 위한 가족친화 정책이 제도화될 것이다. 현재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한 출산 휴가제(parental leave), 어린 자녀가 아플 때의 유급휴가제(sick leave), 어린 자녀를 돌보는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시간 근무제, 파트 타임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시행 1년 이내에는 아버지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수혜율이 급증하고 있다. 2030년에는 한국에서도 자녀 양육을 위해 아빠 출산휴가와 유급 病暇(병가)를 신청하는 남성 비율이 30% 수준에 이를 것이다.
 
  남성들의 가치관 변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이 되면 남성들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아버지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충분히 즐기고 삶의 의미와 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동시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남성들의 가족 진출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사실도 수용할 것이다.
 
 
  ◈ 독신가구 폭발적 증가
 
  가족도 재구조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오늘날 가족이 직면한 문제들은, 즉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 이슈, 이혼율 증가로 인한 불안정성,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老後(노후) 부양 위기, 다세대 사회의 도래에 따른 세대 갈등의 증폭 등이다. 2030년에 예상되는 가족문화를 이슈별로 정리해본다.
 
  첫째, 결혼-非(비)결혼의 경계가 완화되면서 가족은 ‘脫(탈)제도화’ 혹은 ‘脫(탈)법제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는 기혼·미혼 여부에 따른 법적 책임과 권리의 구분을 완화(blurring)시켜가고 있다. 다수의 서구 국가들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기혼 부부와 동일한 보험 혜택, 상속 및 기타 법적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관계 속에서 살기를 원할 뿐 제도 속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 세상에서, 결혼과 가족은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법적 독점권을 상실할 것이며, 개인의 삶과 사회구조에서 차지하던 위상도 점차 약화될 것이다.
 
  둘째, 결혼은 개개인이 선택 가능한 ‘사치품’(luxury consumer item)이 될 것이다. 배우자 선택의 룰도 변해 자신보다 높은 경제력과 연령층의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줄고 있으며, 여성의 젊음과 외모가 더 이상 다른 조건을 압도하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녀 간 평균 初婚(초혼) 연령의 격차는 지난 80여 년 간 계속 감소 추세에 있으며 현재는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는 ‘연상연하 커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동거 커플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서구에선 1970~99년 사이 동거 커플이 7배 이상 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임신과 결혼의 분리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동거 커플과 결혼 커플의 수가 비슷해지고, 각 커플로부터 태어나는 자녀의 수도 비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째, 역사상 유례없는 독신생활 양식(Solitary life)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비가족원과의 동거 가구도 증가할 것이다.
 
 
  ◈ 다섯 가지 유형의 부모
 
  다섯째, ‘출산 혁명’(Reproductive Revolution)이 가속화될 것이다. 자녀가 결혼의 주목적이요 결혼 관계의 접착제라는 인식에 변화가 오면서 ‘선택적 無(무)자녀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의 분리도 크게 늘어 1960년대 초는 전체 출산의 20분의 1이 미혼 여성의 출산이었으나 20세기 말에는 그 비율이 3분의 1로 급증했다. 1970~80년대 혼외 출산은 대부분 우연에 의한 결과였으나 1997년에는 미혼 여성의 출산 중 40%가 의도된 임신으로 밝혀졌다. 현재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결혼 형태의 하나가 SMBC(single mother by choice: 선택에 의한 싱글 마더)라는 사실은 가족구조에 격렬한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단서다.
 
  출산기술의 발달로 5가지 유형의 부모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향후 자녀들은 精子(정자) 기부자(sperm donor), 卵子(난자) 기부자(egg donor), 생물학적 母(모·birth mother), 사회적 父(부·social father), 양육을 책임지는 모(mother who raise the child) 중에서 자신이 부모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이중 성윤리 및 규범이 빠르게 쇠퇴할 것이다. 혼전 성관계, 동거, 이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친밀한 관계성 속에서의 충성(fidelity)과 헌신(committment)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일곱째, 부부관계의 불안정성 및 가족의 유동성이 확산될 것이다. 이제 부부는 경제적 사회적 압력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친구 관계로 시작하여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갈 것이다. 더불어 사랑과 명예, 그리고 협상이 부부관계를 규정하는 새로운 가치로 등장할 것이다.
 
  여덟째, ‘이혼의 규범화’는 21세기에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혼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 부부의 이혼과 동거 커플의 이별, 재혼의 증가는 새로운 양식의 복합가족(blended families)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가족에 대한 변화 과정을 전망하면 제도로서의 가족이 ‘해체’ 혹은 ‘몰락’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신화요, 안정되고 조화로운 공동체로서의 가족을 상정하는 것도 환상에 가까운 신화다. 가족은 ‘유동성’(liquid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아질 것이며 ‘친밀한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자식 없는 사회는 미래를 포기한 사회
 
  미래의 가족은 ‘자녀를 돌보는 부모가 아니라 부모를 돌보는 자녀들로 구성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족의 마음속엔 원시시대의 신뢰가 깃들어 있다. 가족은 다른 구성원이 위험에 처할 경우 이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평생 알고 싶어 하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한다. 문제는 가족을 통해 인간이 불행을 전달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후손의 부재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인간이 불행조차 물려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진단이다.
 
  자식을 포기한 사회는 미래를 포기한 사회라는 경고도 새겨볼 만하다. 복지정책만으로는 가족의 생존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때 가족은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영혼을 뒤틀고 불행하게 만드는 병적인 조직’이라 비난 받은 적이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 기능과 필요성에서 ‘생명의 은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네트워크가 건실할수록 생존 기간도 길어진다는 사실이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2030년에는 사라져 가는 가족의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전 사회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직접적 친족 네트워크는 상실하겠지만 의붓 친족이나 선택적 친족으로 얽힌 새로운 공동체의 부상이 예상되며, 굳이 혈연관계로 묶여 있지 않더라도 다종다양의 계약관계 및 연계망으로 얽혀 있는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공동의 善(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다.⊙

[대한민국 2030] 인구감소와 多文化 가정
 한국판 ‘오바마’를 키울 것인가
한국판 ‘알 카에다’를 양산할 것인가?
 
柳錫春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한국다문화센터 운영위원장
⊙ 1955년 경북 안동 출생.
⊙ 연세大 사회학과 졸업. 美 일리노이大 사회학 박사.
⊙ <전통과 현대> 편집위원,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역임.
⊙ 저서·논문 : <한국의 사회발전-변혁운동과 지역주의> <한국의 시민사회, 연고집단, 사회자본>
    <유교자본주의의 가능성과 한계> 등.
著者無 저자없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과 어떻게 어울려 사느냐가 국가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대략 20년 전, 그러니까 1985년 우리나라의 高齡(고령)인구(만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4.3 % 였다. 2007년 현재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9.9 %이다. 고령인구가 두 배로 느는 데 약 20년이 걸린 셈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같은 속도로 유지된다면 2030년을 전후해서 20 % 수준의 고령인구를 갖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지금부터 나타날 고령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하여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20% 가 되는 해를 2026년 정도로 예상한다. 그러니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4분의1 이 고령인구로 구성된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 셈이다.
 
  지금부터 대략 20년 전, 그러니까 1985년의 평균 자녀 수는 1.67명이었다. 그 5년 전인 1980년에는 2.83명이었다. 그런데 2005년 현재의 평균 자녀 수는 1.08명이다. 두 명의 부모가 아이 하나만을 갖는 게 보편적 현상이 된 셈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低(저)출산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2008년 11월 30일 서울역광장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왼쪽)가 열린 가운데 외국인노동자대책 시민연대 한 회원이 불법 체류 노동자들의 추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오른쪽)를 하고 있다.

 
  ◈ “아이 낳기가 무섭다”
 
  앞으로 보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날 가능성은 있는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이 낳기가 무섭다”는 게 衆論(중론)이다. 어떻게 키우고 교육시키며, 자라서는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란다. 구체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들 순 없지만 20년 후에는 ‘성인 네 명당, 즉 부모 둘 아래 아이가 하나’ 태어난다는 假說(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이런 예측에는 또 다른 차원의 흐름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름 아닌 이혼율의 급격한 상승이다. 남녀 1000쌍당 이혼은 1980년 3.3에서 2000년 10.9로 20년 만에 약 세 배 증가했다. 2007년 현재는 12.6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보일까?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선진국들의 이혼율 통계가 우리보다 약 두 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혼율은 2004년 현재 1000쌍당 17.7 이다. 미국의 경우 이혼율은 1980년 前後(전후)에 頂點(정점)을 기록하며 22.6까지 치솟다가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다. 우리라고 이런 트렌드를 벗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당분간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혼이 재혼으로 연결된다 해도 새로운 가정이 새로 아이를 가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 결합되면 앞서 예측했던 출산율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同性愛(동성애)에 대한 관용과 독신 가정의 증가도 ‘성인 네 명에 아이 한 명’의 가설이 황당한 이야기가 아님을 뒷받침해 준다. 평균 초혼 연령의 상승도 이 가설을 지지해 준다.
 
  <그림 1>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종합 정리한 결과다. 2000년의 인구구조가 어느 정도 정삼각형 혹은 鐘(종) 모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20년 후의 인구구조는 점점 더 逆(역)삼각형 혹은 종을 뒤집어 놓은 모습으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50년이 되면 아이스콘과 같이 머리만 큰 인구구조가 확실히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 18년 만에 定住 외국인 20배 증가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재 우리 사회에는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내부적 변화의 물결이 흘러가고 있다. 다름 아닌 ‘多(다)문화 현상’의 급속한 진행이다. 65세 이상의 인구를 떠받치고 있는 15세부터 65세까지의 경제활동인구가 점차 역삼각형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이에 더해 앞으로 경제활동인구로 진입할 15세 이하의 연령층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노력이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자료를 기초로 몇 가지 상황을 검토해 보자. 우선, 인구피라미드의 허리에 해당하는 경제활동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우리나라에 장기 거주하는 定住(정주) 외국인의 증가 및 구성의 변화다.
 
  예컨대 1990년 5만명도 채 되지 않던 우리나라 정주 외국인 숫자는 2008년 6월 현재 100만명을 넘어섰다. 18년 만에 20배가 증가한 셈이다. 전체 인구 대비 정주 외국인의 비율은 같은 기간 0.1 % 에서 2.4 % 로 증가했다. 앞으로의 증가가 지금까지와 같은 비율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 이런 흐름이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
 
  정주 외국인의 구성도 엄청난 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다. 1990년 당시의 주된 외국인은 미국·일본·대만 사람들이었다. 2006년이 되면서 중국·베트남·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몽골 출신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제3세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가 인구구조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경향은 2030년이 될 때까지 심화될 것이다.
 
  다문화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국제결혼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결혼의 11.1 % 가 국제결혼이다. 2005년 13.5 % 를 정점으로 지금까지 국제결혼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10%대를 상회하고 있다. 지금부터 17년 전, 즉 1990년의 국제결혼 비중은 1.2% 수준이었다. 증가된 국제결혼은 대부분 한국인 신랑과 외국인 신부 사이에서 이루어진 결혼이다.
 
  외국인 신부의 國籍(국적)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동남아 및 중국 출신 여성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여성들이 2006년 12월 17일 서울 가리봉동 중국인교회에서 유권자운동 출범식을 가졌다. 다문화 가정의 정치적 파워는 앞으로 계속 증대될 것이다.

 
  ◈ 한국에서 오바마가 나올 수 있을까?
 
  앞으로 약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다문화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구구조의 허리를 지키는 외국인 노동자 및 인구구조의 하단을 채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외국 출신 신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 진행되고 세계화의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지역·이념·계층·종교 등과 같은 균열의 구조를 기초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 약 20년 후, 한국 정치의 핵심 균열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한국 사회 ‘내부의 世界化(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갈등의 축이 추가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문화 현상’이라 불리는 외국 출신의 신부와 만든 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이 2030년이 되면 최소한 대학생 혹은 그 이상의 연령 계층에 포진하게 된다. 만약 이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에 헌신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人的(인적) 자원을 추가한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부정한다면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다문화 시대의 도래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應戰(응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3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면,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나 CEO등으로 다문화 가정 출신자들이 진출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전세계에 우리의 先進性(선진성)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30년 대한민국에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이 등장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다문화 현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야말로 2030년 미래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인은 무엇을 먹고 살까?
 요리는 로봇이, 농산물은 주차장 터에서 직접 재배
 
朱永河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부교수
⊙ 1962년 마산 출생.
⊙ 서강대 사학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 석사,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 박사.
⊙ 저서: <음식전쟁 문화전쟁>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등.
著者無 저자없음
<서울 양재천변의 벼농사 학습장에서 어린이들이 추수를 하고 있다. 미래에는 아파트단지의 빈공간에서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자급자족하게 될 것이다.>

2030년, 만 30세가 된 회사원 홍석씨는 재작년부터 월·수·금·일 4일에 한 시간씩 부모님이 참여하는 먹을거리 공동센터에 나가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결혼을 했고, 작년에는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먹을거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오후 5시 회사에서 퇴근을 하여 6시쯤에 공동센터가 있는 집 근처에 도착했다. 벌써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모인 회원들이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고 있다. 아내와 두 살 된 아이도 와 있다. 부모님은 오늘 공동센터를 쉬는 날이라 보이지 않는다. 약 한 시간의 식사가 끝나면 각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할 일을 맡아서 한다.
 
  홍씨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2000년에 태어났다. 2000년대를 두고 사람들은 희망찬 미래가 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각종 농수산물의 안전 문제는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지구촌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는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홍씨가 10대가 된 2010년에 들어와서 세계적인 기후 불안으로 먹을거리의 확보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런 와중에 외국에서 수입한 농수산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성분들이 발견되어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홍씨의 부모님은 2015년이 되었을 때 먹을거리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마침 부모님 주변에는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촌으로 가서 아예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먹을거리의 유통에 있었다. 유통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품질이 좋은 농수산물을 싼값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급되기는 어려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스스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방법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는 토지도 거의 없고, 있어도 그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어려웠다.
 
 
  ◈ 주차장 자리에 들어선 먹을거리 공동센터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가족들.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런 모습이 일반화될 수 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아파트 단지의 불필요한 공간을 논과 밭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공간은 광장과 주차공간이었다. 물론 지하에 주차장 시설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곳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승용차의 주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그래서 시작된 운동이 승용차를 없애자는 캠페인이었다. 비록 전기자동차가 이제 상용차가 되었지만, 그래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아예 개인 승용차를 없애고, 주차공간을 논밭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2020년이 되면서 사회적인 대세가 되었다. 홍씨 가족이 살고 있던 아파트 단지에도 2020년에 ‘먹을거리 공동센터’라는 것이 정부 지원으로 세워졌다.
 
  ‘먹을거리 공동센터’의 시설은 쌀·밀·메밀 등의 곡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과 15~20가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으로 구성된다. 모든 시설은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온실은 지구 온난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먹을거리 공동센터’의 중앙에는 공동부엌과 공동식당이 자리를 잡았다. 지자체에서는 이 시설을 운영하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배치시켜 주었다. 하나의 공동센터에 참여하는 회원은 50가족을 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가족이 참여할 경우, 그 규모도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배추를 수확하는 가을에는 공동센터에서 일하는 조리사가 주도하여 맛있는 김장김치를 함께 담갔다. 물론 모든 재료는 스스로 마련한 것이었다. 젓갈의 경우, 홍씨가 참여하는 공동센터와 연결된 어촌의 공동센터에서 원료를 구입해 왔다.
 
  회원들은 매주 정해진 시간만큼 이곳에서 일을 한다. 품앗이 방식을 노동력 투하에 도입한 결과다. 정해진 시간만큼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돈으로 노동을 대신했다. 이것은 조선시대 두레 조직에서 행했던 작업 분배 방식을 도입한 결과다. 하지만 회원들은 가족의 먹을거리를 자신들이 스스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적극적이다. 그렇다고 매일 공동식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할 뿐, 재료가 확보되면 음식의 조리는 각자 집에서 했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홍씨가 요즘 좋아하는 음식은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삶은 다음에 닭고기 국물을 붓고, 그 위에 각종 채소를 올린 음식이다. 자신이 10대일 때 먹은 음식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싱싱한 재료의 맛이 좋아서 즐기는 편이다. 더욱이 모든 재료가 먹을거리 공동센터에서 생산한 것이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
 
 
  ◈ 요리하는 로봇
 
  예전에는 수퍼마켓에 가서 메밀국수를 사다가 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요리로봇이 집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재료만 있으면 국수를 만드는 일은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다만 완성품을 만드는 일은 자신이 직접 한다. 암만해도 요리로봇이 만든 음식에는 깊은 맛이 없기 때문.
 
  요리로봇은 2020년에 가장 유행했던 가전제품이었다. 처음에는 재료만 넣으면 완성된 요리를 만들어 주어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음식의 맛이 어머니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완성품 위주가 아니라, 요리의 재료를 만드는 요리로봇이 인기를 누렸다. 다만 간장·된장·고추장·마요네즈·케첩 등과 같은 소스 음식은 요리로봇이 완성품까지 스스로 만들고 저장과 보관까지 해준다. 더욱이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맛의 소스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소스요리로봇은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홍씨는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만들 수 있는 요리로봇을 구입했다. 홍씨의 요리로봇은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이탈리라·프랑스의 음식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홍씨 부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자신들의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가정의 일 역시 먹을거리와 관련된 것이다. 이런 일은 할아버지·할머니 혹은 아버지·어머니 시대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전과 달라진 점은 자신들이 먹을 음식 재료를 대부분 직접 장만한다는 데 있다. 부엌에서 조리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 내용은 요리로봇을 이용하여 각종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다만 설거지나 청소와 같은 일에 들어가는 시간이 그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음식 장만이 아내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홍씨 부부는 음식 장만과 육아를 공동으로 한다.
 
  이러다 보니 집에서 먹는 음식은 매우 간단한 편이다. 재료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그 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2010년에 먹던 음식들은 집에서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다. 그 대신 소스가 다양해졌고, 재료가 신선해졌다. 음식의 양도 전에 비해 줄었다. 특히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나 생선은 전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먹지 않는다. 2020년대에 제3세계에서 肉食(육식)으로 인한 전염병이 문제가 되어 그 이후로 육고기의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소스’가 요리의 핵심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외국음식점들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사진은 서울 이태원의 케밥 전문점.

  그 사건 후 정부에서 육고기와 생선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국가에서 직접 관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안전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비록 그 양은 적지만 안전한 육고기와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식생활 방식도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바뀌었다. 즉 질 좋은 음식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방식이 널리 퍼졌다. 이로 인해 요리 방법도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영양가가 풍부하도록 만들면서 맛을 내는 방향으로 변했다. 그중 하나가 맛과 영양을 지닌 소스의 다양화다.
 
  식품회사에서도 예전처럼 원재료를 만드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최첨단 소스를 개발하는 일에 승부를 건다. 홍씨가 어릴 때 보았던 음식 광고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주로 맛과 영양을 강조하는 각종 소스의 선전 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만약 스스로 재배한 채소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맛있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광고가 나온다.
 
  이런 경향은 음료수나 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접 음료수를 만들 때 영양과 맛이 있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소스가 중요하게 되었다. 홍씨는 술도 직접 집에서 만든다. 술과 음료수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요리로봇이 집에 있다. 다만 술과 음료수를 만드는 재료는 외부에서 구입한다.
 
  그래도 외식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직장에서 먹는 점심식사는 집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으로 해결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식사를 홍씨 자신이 해결하기는 어렵다. 외식업체는 대부분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음식들을 판매한다. 각종 외국 음식점이나 역사 음식점이 인기를 누린다. 외국 음식점은 홍씨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 다만 조리사나 서빙(serving)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음식이 출발한 현지의 외국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이후 한국사회가 多文化(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후, 지금은 전체 국민 중에서 형질적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이 거의 반반에 이른다. 한국화된 외국 음식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에 홍씨가 자주 가는 식당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먹었던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모든 음식은 18세기 선비들이 먹었던 검박한 식단으로 짜졌다. 특히 18세기에 선비들이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 ‘두부장’이란 음식은 영양과 맛이 너무나 신선하여 홍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 ‘먹을거리 휴가’
 
  역사 음식점에서는 각종 역사문헌에 나오는 음식들 중에서 영양과 맛이 독특한 것을 찾아내 새로운 메뉴로 선보인다. 이 식당에 가면 삶에 대한 지혜도 함께 배운다. 특히 음식에 대한 철학을 강의해주고 토론도 이루어진다. 홍씨가 아내를 처음 만난 장소도 바로 이 역사음식점에서다.
 
  역사음식점에서 조선시대 청주를 한 잔 마신 홍씨는 집으로 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한다.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면서 본 식당 간판은 자신이 어릴 때 본 도심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식당 간판의 신호는 크게 다르다. 갈비·감자탕·회·중화요리 등의 식당 간판이 사라진 대신 각종 영양소와 건강을 강조하는 네온사인이 식당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귀가 시간이 늦는 바람에 아내와 약간의 말다툼을 했다.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아파트의 발코니에 마련된 미니 바에 앉았다. 자신이 만든 맥주를 근사한 잔에 담아 아내를 위로하며 발코니 밖을 내다본다. 한여름 밤의 보름달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눈에 들어온다. 추수를 할 때가 다 되어간다. 올 가을에도 회사로부터 2주일의 ‘먹을거리 휴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1주일은 각종 곡식을 추수하는 데 썼고, 나머지 1주일은 김장을 하는 데 썼다. 덕분에 당분간은 먹을거리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일 아침에는 논길을 산보할 생각을 하면서 2030년 한여름 밤의 무더위에 잠을 청한다. 밖에서는 먹을거리 공동센터의 논밭에서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가 무성하다.⊙

[대한민국 2030]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
 최대 사망원인은 癌
심혈관질환 증가, 평균수명 80대 중반
 
洪慧杰 프리랜서 의학전문기자
⊙ 1967년 경북 왜관 출생.
⊙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 前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KBS TV ‘생로병사의 비밀’ 진행.
⊙ 저서: <건강프리즘>
    <책으로 보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등.
著者無 저자없음
<2030년 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은 암일 것이다. 사진은 수술 로봇을 이용한 폐암수술.>

현재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 그러나 2030년엔 2명 가운데 1명 꼴로 암 발생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환경 공해 탓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일생에 한 번은 암에 걸릴 정도로 흔해진다는 뜻이다. 이는 실제 암환자의 숫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MRI(자기공명 영상촬영)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진단 기술의 발달로 현재 찾기 어려운 직경 0.5cm 이내의 조기 암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지금은 몸에 종양이 있어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2030년엔 이들을 모조리 진단해 찾아내므로 암환자 비율이 비약적으로 늘게 된다.
 
  다행이라면 암 발생률은 증가하지만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암 발생률 증가, 암 사망률 감소’는 보편화된 패턴이다. 건강검진의 확산으로 조기발견 성공률이 높아지고, 정교한 로봇수술과 부작용을 줄인 표적 항암제, 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하는 양성자 가속치료 등 첨단 암 치료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망률 감소의 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의 경우 현재 50%지만 2030년엔 60%를 약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부위별 암발생 패턴도 현저하게 달라질 전망이다. 후진국에 흔한 위암과 간암, 자궁경부암은 줄어드는 반면 선진국에 흔한 폐암과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은 늘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암은 폐암이다. 현재 폐암은 有病率(유병률) 2위, 사망률 1위를 보이고 있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유병률은 지난 수십 년 간 위암이 확고부동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일기간 인구집단에서 가장 흔한 암은 위암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을 숨지게 하는 암은 폐암이란 뜻이다. 그러나 2030년엔 유병률마저 폐암이 위암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
 
  폐암의 급증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폐암이 위암보다 치료가 어렵기 때문. 폐암은 내시경처럼 확실하고 간편한 조기발견 수단이 없고 수술 등 치료가 어려워 5년 생존율이 15% 정도여서 7%에 불과한 췌장암 다음으로 예후가 불량한 난치성 암이다. 폐암의 증가는 흡연 인구의 누적으로 설명된다. 1970~80년대 노동집약적 고도 성장기와 정치적 불안정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흡연율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바 있다. 당시 흡연을 시작한 현재의 50~60대가 폐암의 주된 희생양이다. 폐암은 대개 흡연 시작 후 30~40년 후 급증한다. 이들이 70대와 80대 고령기를 맞는 2030년 무렵 폐암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엔 풍진이나 홍역처럼 암 예방 백신이 아기들에게 접종될지 모른다. 간암은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위암은 헬리코박터 세균이, 자궁경부암은 파필로마 바이러스가 중요한 원인이 된다. 현재 B형 간염 예방 백신과 파필로마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개발됐다. 2030년에는 C형 간염 예방 백신과 헬리코박터 예방 백신도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인을 괴롭혀 온 3대 암인 위암·간암·자궁경부암이 2030년 이후 급속하게 감소할 것이 확실하다.
 
  암 다음으로 걱정해야 할 문제는 한국인의 혈관이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과 1980년의 10대 사망원인을 비교해 보자.(아래 그래픽 참조)
 
  1980년만 해도 10대 사망원인 가운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이른바 심혈관질환은 뇌졸중과 고혈압 두 가지뿐이었다. 현재는 뇌졸중과 고혈압 이외에 심장병과 당뇨가 추가됐다(당뇨는 원래 내분비질환이지만 혈관에 염증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심혈관질환의 하나로도 분류할 수 있다).
 


 
  ◈ 과잉열량으로 심혈관 질환 증가
 
  10대 사망원인 가운데 무려 4가지가 혈관과 관련한 질병이다. 이들 심혈관질환 4인방을 모두 합치면 전체 사망률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7.6%로 공교롭게도 2007년 현재 암과 똑같다. 그러나 빠른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2030년엔 암을 능가할 것이 확실하다. 즉 단일 질환으론 암이 가장 큰 사망원인이지만 혈관에 생기는 질환을 모두 합치면 암보다 사망률이 높다. 미래 사회에서 건강과 장수를 결정짓는 비결은 맑고 깨끗한 혈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심장병과 당뇨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사망원인 3위인 심장병이 2위인 뇌졸중을 추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심장병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질병발생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심장병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단히 드문 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마다 2만여 명이 심장병으로 숨지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이나 가정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이른바 돌연死(사)의 대부분이 심장병이다. 당뇨도 마찬가지다. 현재 공복 혈당 126mg/dl 이상이란 당뇨의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만 400여 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선 2030년 당뇨환자가 700여 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히 당뇨 大亂(대란)이라 불릴 만하다.
 
컴퓨터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은 갈수록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한국인의 혈관이 갈수록 부실해지는 이유는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기 때문. 어딜 가도 먹을 것이 넘쳐난다. 집집마다 냉장고 문을 열면 먹을 것이 가득하며 전화 한 통화면 피자나 콜라 등 패스트푸드가 바로 배달된다. 그러나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리모컨, 컴퓨터 모니터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은 갈수록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오늘날 한국인은 과잉열량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고 남은 잉여열량은 지방 형태로 바뀌어 혈관 벽에 쌓인다. 뇌혈관에 쌓이면 뇌졸중을, 관상동맥에 쌓이면 심장병을 일으킨다. 뚱뚱한 사람에게 심혈관질환이 많이 생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만이야말로 뇌졸중과 심장병, 당뇨와 고혈압이란 심혈관질환 4인방의 공통분모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은 날로 뚱뚱해지고 있다. 특히 복부비만이 문제다. 한국 성인 4명 중 1명은 의학적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한다. 비만의 증가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건 이슈다. 미국의 경우 다이어트 관련 비용이 자동차 구입 비용을 능가한다. 영국에선 2006년 영국인의 살빼기를 위해 비만장관(minister of fitness) 직이 신설되기도 했다.
 
  2030년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이 가장 중요한 보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서구인처럼 전형적 뚱보는 적지만 팔과 다리는 가늘고 배만 튀어나오는 복부비만이 많다. 줄자로 허리둘레와 허벅지, 종아리의 제일 굵은 부위를 측정해 보자. 지금 중년이라면 ‘허벅지+종아리 둘레>허리둘레’를 유지해야 2030년에도 건강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 평균수명 80대 중반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노인성 질환이다. 2007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세. 1990년에 71세였음을 감안할 때 2030년엔 80대 중반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자연히 노인성 질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절염과 치매, 잇몸질환이 노인에게 흔한 3대 질환이다. 이들 질환은 암이나 심혈관질환처럼 죽고 사는 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 이상 투병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므로 노년기 삶의 질에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인성 질환의 극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병이므로 몸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약물이나 수술로 해결하기 어렵다. 2030년에도 이들 질환은 병원이나 약물 등 첨단의학보다 예방교육이나 요양시설, 간호인력 등 사회적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치매의 경우 몇 가지 치료제들이 개발된 상태지만 초기 치매에서 기억력 감퇴를 억제하는 제한적 효능이 나타날 뿐 잃어버린 기억 자체를 되살리지는 못한다.
 
  최근 뇌신경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약물 하나로 혈압을 조절하는 방식의 치매 치료제는 2030년에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행히도 관절염과 잇몸질환은 인공관절 이식술과 임플란트(인공치아)가 있다. 2030년이면 80세 이상 고령 인구 2명 중 1명은 인공관절이나 임플란트를 몸에 넣고 운동하거나 음식을 씹게 될 것이다.
 
  ‘안과 의사는 뜨고 이비인후과 의사는 진다’는 우스갯소리도 현실로 다가온다. 안과는 백내장과 노안, 당뇨망막증, 황반변성증 등 노인에게 흔한 퇴행성 질환이 많은 반면 이비인후과는 축농증과 중이염 등 어린이에게 흔한 감염질환이 많다. 갈수록 자녀를 적게 낳고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이비인후과 질환은 감소하는 반면 안과질환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도 노인성 질환의 극복은 어려울 것이다.

 
  ◈ 감기 치료제 개발
 
  네번째 주목할 점은 감기 치료제의 등장이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항생제를 써도 세균은 죽지만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감기 치료는 대부분 고열과 기침 등 증세를 가라앉히는 對症療法(대증요법)이다. 그러나 2030년엔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근본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에이즈와 간염 등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난치병은 효과적인 抗(항)바이러스 제제로 극복이 가능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에이즈에 걸리면 면역결핍 증상으로, 간염에 걸리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속절없이 숨져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몇 가지 종류의 알약 복용으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마치 당뇨나 고혈압처럼 수십 년 이상 질병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에이즈=불치병’은 옛말이 된 셈이다.
 
  감기는 수십 종류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관여하기 때문에 좀더 복잡하다. 그러나 2030년엔 라이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등 중요한 몇 가지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효능을 발휘하는 초보적 감기 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진 감기약을 먹어도 일주일은 고생해야 했지만 2030년이면 하루 이틀 만에 나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 해피메이커의 등장
 
  다섯째, 2030년에는 早漏(조루) 치료제가 등장한다. 이것은 질병의 치료 치원이라기보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해피메이커(happy maker)다. 이미 졸로푸트 등 우울증 치료제의 일부가 뇌에서 射精(사정) 중추를 둔감하게 만들어 조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아직 美(미)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친 것은 아니다. 우울증 환자가 아닌데도 단지 조루 치료를 위해 머리가 멍해지고 속이 울렁거리며 발음이 어눌해지는 부작용을 감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학적 판단 때문이다. 2030년이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정을 늦출 수 있는 약물이 등장할 것이다.
 
  이미 인류는 다양한 해피메이커의 효능을 누리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만 해도 비아그라에 이어 국내에서만 7종이 출시돼 ‘고개 숙인 남성’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비만치료제 제니칼과 리덕틸,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과 졸로푸트, 주름제거를 위한 보톡스가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해피메이커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2030년 인류는 로마시대 황제도 누리지 못한 기쁨을 알약 하나로 얻게 될 것이다.
 
 
  ◈ 安樂死 허용
 
  여섯째 安樂死(안락사)가 허용된다. 최근 판결로 식물인간의 인공호흡 등 단순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의미하는 尊嚴死(존엄사)는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2030년엔 존엄사뿐 아니라 안락사도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의 경우 환자의 의사표시와 가족의 동의 아래 의학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전무하며 통제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때 독물주사와 같은 적극적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치료도 허용된다. 현행법상 인간의 배아를 이용한 의학연구는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불임 여성의 잉여난자만 가능하다. 건강한 여성이 기증한 난자가 필요한데 이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2030년이면 우리나라도 현재 영국처럼 이런 제한이 대폭 풀릴 전망이다. 복제양 돌리를 통해 체세포에서도 생명 탄생이 가능해졌으므로 배아만 생명체란 인식은 잘못이며, 해마다 수만 명의 낙태를 허용하면서도 난치병 극복을 위한 배아 연구까지 제한하는 것은 위선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의료 양극화 심화
 
  일곱째 의료 양극화가 심화된다. 보건의료도 ‘돈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GDP의 15%를 보건의료비로 쓴다. 국방과 교육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2030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분야도 보건의료가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 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건강 열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아직 흡연과 음주, 영양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도 존재한다.
 
  2007년 통계청의 사망률 자료를 보자.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 인구 10만명당 연간 사망자 숫자가 397.2명에 불과한 반면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경남은 509.3명이나 되었다. 평균수명도 서울은 80.4세였지만 경남은 77.5세였다. 통계적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작은 차이가 아니다. 서울과 경남을 비롯한 지방 간 건강 수준의 격차는 결국 돈으로 설명된다.
 
  오늘날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흡연이나 음주가 아니라 정답은 소득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하다. 2030년 한국사회는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의료 양극화를 경험하게 될 공산이 크다. 보건의료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지 않으면 계층 간 건강의 양극화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 민간 건강보험과 의료 영리법인 허용
 
  여덟째 민간 건강보험과 의료 영리법인이 허용된다. 이 문제는 盧武鉉(노무현) 정부나 李明博(이명박) 정부 모두의 정책과제였지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돈이 없으면 치료도 못 받느냐’는 논리 앞에 버텨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2030년엔 양상이 달라지리라 본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세금이나 건강보험만으론 한계가 있다.
 
  결국 열쇠는 파이를 키우는 것밖에 없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 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인정하고 육성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다. 低酬價(저수가) 체제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발휘해 온 한국의 의료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높다. 이들이 민간 건강보험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통해 국내외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급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의료산업은 고용효과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파이를 키우고 여기서 거둔 세금으로 다시 서민들의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先(선)순환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가진 자의 건강을 1% 향상시키는 고급의료를 허용함으로써 가지지 못한 자의 건강을 10%라도 향상시킬 수 있다면 2030년 한국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자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2030] 내가 낸 국민연금은 안녕하십니까?
 기금 규모 1739조원
국민 10명 중 4명이 연금 혜택
 
朴海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1948년 충남 금산 출생.
⊙ 연세대 수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 삼성화재 상무이사,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한국보험계리인회장, LG카드 대표이사 사장,
    우리은행장 역임.
著者無 저자없음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비치는 2030년의 어느 날 아침 잠실운동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사람들의 모습은 활기가 넘치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가족끼리 소풍을 나왔거나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 해외 유명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것도 아니다.
 
  이날은 국민연금을 받는 날이다. 잠실운동장에는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 본인의 연금 중 일부를 기부금으로, 혹은 장학금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의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서로 만남을 갖기 위해 나왔다. 일찍 부모를 여읜 자식이 새로운 부모를 만나 결연을 맺고, 후원하고 있는 학생을 만나고 싶어서다.
 
  앞으로 연금수급자가 지금보다 2.5배나 많아지는 2030년,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순간 군중’, 즉 플래시 몹(flash mob)의 형태로 모였을 때를 상상해본 것이다.
 
  2030년이 되면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572만명에 이른다. 국민연금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한 사람이 받는 연금액도 많아졌다. 1988년부터 가입해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 중에는 110만원을 넘게 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수령한 연금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문의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아름다운 재단으로 연결해 주거나 가까운 복지관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다.
 
 
  ◈ 가입자 1800만명, 연금수급자 230만명
 
  2009년 새해, 국민연금이 시행된 지 21년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 21년을 더 꼽아보면 2030년의 미래를 만난다. 과거 21년과 미래 21년의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과 함께해온 지난 시간을 회고해보고 미래를 전망해본다.
 
  돌이켜보면,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처음 사업장가입자를 시작으로 농어촌과 도시지역에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하여 제도 시행 11년 만에 全(전)국민연금을 실시했다.
 
  IMF 등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가입자가 1800만명에 이르고, 연금수급자가 230만명을 넘어섰으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수퍼연금으로 성장했다. 또 이러한 量的(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국민 모두의 노후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質的(질적) 성장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현재 국민연금은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나는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기금을 잘 보호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운영기반이 약화되고, 그 결과로 노후소득 보장의 死角(사각)지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경제상황을 보면,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글로벌 주가가 급락하고 불안심리 확산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세계경제의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CP(Commercial Paper·기업어음)나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내수부진이 가속화되면서 성장이 위축되고 고용사정이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공단은 비상경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있다. 경영전반에 걸친 점검을 통해 위기를 진단하고, 각 분야별 대응 방안을 수립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오는 2030년에는 명실상부하게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대체로 선방을 해 온 편이다. 지난 2008년 9월 말 기준으로 미국 公的(공적) 연기금들이 마이너스 15% 가량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반해, 국민연금은 마이너스 1.3% 정도의 수익률을 보였다.
 
  기금은 무엇보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운용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산뿐만 아니라, 해외에 투자된 자산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철저히 관리하여 이번 위기에 손실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 초고령사회의 안전망
 

국민연금공단에서 ‘내연금 알아보기’ 현장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低(저)부담·高(고)급여’ 구조하에 기금소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위해 5년마다 실시하게 되어 있는 재정계산을 2003년과 2008년에 실시한 바 있다. 이는 장기적인 연금재정을 분석하고, 수지균형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다. 7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가입자 수, 보험료 수입, 수급자 수, 급여지출 등의 재정구성 요소와, 이에 필요한 인구추계 그리고 경제변수에 대한 전망을 통해 재정분석이 이뤄진다. 2008년 재정수지 전망에서는 2030년 기금의 규모가 1739조원(경상가치)에 달할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2030년 당시 GDP 3484조원의 49.9%에 이르는 규모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4860만명이 되고, 65세 이상 인구는 11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인인구 부양비(65세 이상 인구/18~64세 인구)는 2008년 15.2%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30년에는 39.2%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30년 국민연금의 주요 지표를 보면 2008년 가입자가 1830만명에서 근로연령 인구의 감소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다가 2030년에는 1660만명이 되고,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가 2008년 10.3%에서 2030년 34.4%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년이 되면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개인적으로 보면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노인부양비가 그만큼 증가한다는 의미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명이 연금을 받고 있지만 2030년에는 10명 중 4명이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즉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65세 이상 노령연금수급자/65세 이상 인구)이 2008년 19.3%에서 2030년 39.7%로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초고령사회의 충격을 완화하게 되는 것이다. 연금 없는 초고령사회는 상상할 수가 없다.
 
  세계적인 추세와 발맞춰 국민연금을 기본(1층)으로 하여 퇴직연금, 주택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등이 더해져 다층으로 노후소득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형성될 것이고, 이를 국민연금이 선도해 나갈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백년대계다. 국민 모두의 노후생활과 직결된 만큼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기금관리를 비롯해 제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 기금 2043년 최고 2465조원까지 늘어
 
국민연금공단 본부(서울 송파구).

  미래로 갈수록 경제적 성장에 따른 고객의 서비스 욕구가 다양해진다. 이러한 고객의 서비스 욕구 충족을 위한 고객중심의 경영을 공단이 잘 수행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션을 ‘고품질의 다양한 연금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생활안정과 노후행복에 공헌한다’로 정의하고, ‘국민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가는 최고의 사회보장기관’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는 국민들을 향한 공단의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고, 장기적인 공단의 미래상을 정립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전 직원이 공유하며 역량을 결집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공단은 이러한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목표로 6대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첫째,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여 노후소득 보장 기반을 확충하고, 둘째, 급여업무의 프로세스 선진화와 수급자 서비스를 강화하여 미래 지향적 급여서비스 체제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 셋째, 국내·외 투자 다변화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하여 기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넷째, 고객중심의 제도 개선과 창구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며, 다섯째, 장애서비스와 기초노령연금 수행 등 복지인프라를 육성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조직과 인적자원을 선진화하며 전략경영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계속 증가하여 2043년 최고 2465조원까지 늘어나게 되는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국가이익과 연금제도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잘 운용해야 한다. 적립기금의 규모별 장기운용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기업의 성장과 건실화에 도움이 되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기금의 규모별 효율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기금의 수익률을 높여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의 운용 원칙을 준수하며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철저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178개국 중 102위
 
  2030년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나노기술과 로봇기술의 접합으로 생명연장이 가능해져 평균수명이 130살까지 가능해진다는 보도도 있다. 이때의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도 남자 79.8세, 여자는 86.3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오히려 고통일 뿐이다. 영국 신경제학재단 발표에 따르면 2006년 우리의 행복지수는 178개국 중 102위였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의 원주민들에게 따뜻한 날씨와 주변에 널린 먹을거리가 없다면 결코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여유는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다.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비롯해 각자가 생각하는 노후행복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로 갈수록 첨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사람 사이의 인정과 교감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2030년 572만명의 노령연금 수급자들의 선행으로 이뤄지는 하루 풍경은 그저 나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연금 수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부금을 내는 날, 취미로 익힌 그림이나 사진 전시회를 열고,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공연장이 설치되어 복지관에서 배운 춤이나 악기연주가 이뤄지는 축제가 열려도 좋을 것이다. 또 어린 자녀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와 전시회와 공연을 구경하며, 더불어 사는 사람의 온기와 정을 느끼고 넉넉한 인심을 경험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미래는 희망이다. 내일에 대한 꿈을 꾸고 비전을 세워 도전해 가는 과정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은 이 전환기의 도전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고 행동할 때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 모두가 희망하고 바라는 이상적 미래를 위해 국가는 국가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각자의 역할과 준비가 필요하리라 본다.
 
  국민연금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미래가치를 지향하며 각자가 노후를 준비하고, 또 여유와 안정의 준비된 노후를 통해 나눔의 이타적 삶을 사는 희망찬 미래를 꿈꿔 본다.⊙

[대한민국 2030] 20년 후 한국의 지방경쟁력
 중앙정부의 역할 축소
민간·지방정부·非정부조직의 역할 증대
 
金台鎬 경남도지사
⊙ 1962년 경남 거창 출생.
⊙ 거창농림高-서울大 졸업, 同 대학원 교육학 박사.
⊙ 서울大·단국大 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 한나라당 정책위 지방자치특별위원장,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역임.
著者無 저자없음
<중부내륙고속도로. 20년 후에는 지방의 힘, 비정부 조직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회변화가 급속하게 진전하는 추세에서 2030년의 지방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각각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업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미래학자들의 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富(부)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프로슈밍(product+consume)을 도입했다. 화폐경제의 중요성보다 ‘보이지 않는 부’의 중요성을 부각해 ‘혁명적 부의 창출’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처럼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혁명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미래를 움직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세계경제가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세계화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지역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되는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는 <국가의 종말>에서 ‘지역국가(region state)’가 글로벌 경제시대에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공간단위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지방경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국가의 범위는 有形(유형)의 한정적 공간이라기보다는 無形(무형)의 무한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지역이 지역 간 협력적 관계에 의해 지역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단위로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과 남해안지역이 각각 중국의 동부지역과 일본의 남서부지역과 연계해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韓日(한일)해협 신경제권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광역경제권의 논의는 과거의 국가중심적 질서에서 탈피해 지방의 자율성과 잠재력을 증대시키고 기능적 결합의 증대를 중시하는 새로운 지역정책과도 일치한다.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을 바탕으로 발전한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치열한 지역 간 경쟁 속에서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동서남해안 연안권 발전특별법’ 제정으로 동남권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볼 때 동남권의 세 지역은 모두 경남을 모태로 역사·사회·문화적인 동질성을 보유하고 있어 문화적·정서적 측면에서 어느 광역경제권보다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 간 결합과 연계는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세계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 ‘꿈과 靈感’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
 

대표적인 지방 축제로 자리잡은 함평 나비 축제. 지방자치단체장의 ‘꿈과 靈感’이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시하고 있는 60~70개의 광역市(시) 개편안이나, 5~7개의 광역분권화 등이 있으나, 무엇보다 통폐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은 물론 지역 內(내) 문제에 정책결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는 유연한 지방정부체제가 유리하다.
 
  또 초광역화에 따른 지역규모의 변화는 수도권과 非(비)수도권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각 지역의 경쟁·협력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수도권 집중으로 심각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해 지역 간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완화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규제완화와 집중지원을 통해 각 지역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국가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2020년이면 정보·지식의 시대가 끝이 나고, 지식 이상의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 영감의 시대(Spiritual Age·윌리엄 하랄), 꿈의 사회(Dream Society·짐 데이토), 생각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제4의 물결’의 새로운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2020년 이후가 되면 ‘꿈과 영감’이 사회와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자본과 노동 그리고 현재의 기술과 정보라는 생산요소를 뛰어넘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의 혁명이 지식산업의 혁명을 넘어 미래사회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인간의 상상력, 창의성, 이미지, 문화, 예술, 게임, 스포츠, 윤리, 철학 등의 요소들이 중요한 생산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지방은 이러한 諸(제) 생산요소들을 제대로 담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둘째는 기존의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방식에서 지역의 문제는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지방화의 과제다. 세계화를 통해 지구촌 전역에 진출해 선진국들과 함께 경쟁을 통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원대한 포석과 함께, 지방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생활과 개인적 안정을 도모하며, 쾌적한 환경 속에서 문화적 향유와 삶의 질을 높여 사람다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두 과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지상명제이기도 하다.
 
 
  ◈ 민간·지방정부의 역할 증대
 
  그러나 작금의 세계화와 지방화는 지금까지 요란했던 구호나 기대에 비해,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준비 부족과 이해의 부족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수도권·비수도권의 차별·역차별 문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 지역 간 경쟁적 개발로 인해 재원낭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만 달러 시대의 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생활의 전 영역, 삶의 전 영역에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국가운영 방식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주도의 성장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만큼 민간의 창조적 발전 잠재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정부만이 우월하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민간부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자금, 인력 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결과 국가의 역할은 점차 줄게 될 것이고, 대신 민간·지방정부 또는 비정부조직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방자치가 살아있는 제도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전문성과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요란한 구호보다는 사회와 조직의 운영방식, 그리고 삶의 규율방식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지방이 가장 많이 고민해야 될 것이다.
 
  우선 행정서비스의 품질 강화와 경영마인드의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행정개혁이 풍미하던 1980년대 이후 행정에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 행정의 경제성과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1990년대 미국 행정개혁에 단초를 제공했던 데이비드 오스본과 테드 게블러의 행정개혁은 행정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했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가 등장했다. 지방정부가 일방적인 공급자가 아닌 경영자 또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러한 흐름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다.
 
  특히 주민 직선에 의해 구성되는 지방정부(단체장·의회의원)의 경우, 행정서비스의 품질개선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는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핵심적 요인이다. 민간부문처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업무처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고 성장하는 지방정부의 필수적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시민헌장제도, 고객서비스 기준 제정, 서비스 구매권제도 등의 다양한 정책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경남 고성 공룡엑스포. 지방자치단체장의 상상력이 지방의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다음으로 공무원의 수준 향상과 교육의 민간위탁 확대 등 민간 활력을 포함한 다원적인 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환경변화 및 정보기술 등의 지식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실용주의 교육이 요구된다. 공무원 교육의 변화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官(관) 위주의 행정서비스가 아닌, 민간 위주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식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체제 개선의 일환으로서 공무원의 민간위탁을 고려할 수 있으며, 민간위탁을 통해 공무원 핵심역량의 실행, 전문성의 향상, 주민서비스의 향상, 업무의 스피디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참여이며, 로컬 거버넌스의 착근과 행정의 투명성 제고가 요구되고 있다. 지방자치 행정에 주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고, 정책결정에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키며, 행정의 독선화를 방지하고 책임성을 증대시키는 데 주민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참여문화 형성과 확산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의 통로를 다양화시키며, 주민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로컬 거버넌스 체제는 지방정부의 효율적인 문제해결이나 정책추진을 유도하므로 지방의 자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연한 체제구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운영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운영 및 행정과정이 투명해야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적자생존의 글로벌 시대에 혜택을 받는 이는 힘이 강한 자가 아니라 유연성 있고 문화적 주체성이 강한 이들”이라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국가단위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치나 행정체계도 개별화, 분권화해야 국가전체로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21세기의 국가발전은 지방의 발전을 불가결의 전제조건으로 한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의미하는 것처럼, 모든 지방정부가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가진 세계 제일의 지방정부가 될 때, 한국은 필연적으로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진 인재와 지역 특성이 반영된 지역브랜드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지역 제품의 매출 상승과 직결된다. 또 지역의 고용을 촉진하고 지역이미지가 좋아지며, 더 나아가 관광 등에 대한 상승효과가 나타나 지역활성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지역브랜드의 창출은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라
 
제주 억새꽃 축제.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슘페터는 “경제발전은 탁월한 경제모형이나 이론이 아닌 왕성한 기업가정신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정부도 기업가정신에 입각해 지역기업, 주민과 함께 지역경영을 창의적으로 해 나갈 때 지역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즉, 지방자치는 특정 누군가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움직일 때 그 실현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남해안시대 한국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지방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의 모든 지방이 똑같이 발전할 수는 없다. 어떤 지방은 흥하고 어떤 지방은 쇠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3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지방만이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살아남게 될 것이다.
 
  현재 경남은 비대해진 수도권 경제권에 대응하면서 환태평양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수송기계 산업을 포함해 기간산업·관광휴양·물류산업 등을 육성하는 남해안 선벨트(Sun Belt) 초광역경제권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남과 함께 전남·부산·울산을 포함하는 초광역권 발전구상은 신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해양지향적 발전구상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大役事(대역사)다.
 
  지방 주도의 미래구상이 중앙정부의 국가발전 전략과 맥을 함께하면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때 2030년의 지방의 미래는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필자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거꾸로 세운 동북아시아 지도를 국민 모두가 당연시하고 하나쯤은 갖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犯罪유형과 양상
 강력범죄는 증감 반복, 통일 과정에서 범죄 크게 늘 것
 
朴相基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연세대 법대 교수
⊙ 1952년 전남 무안 출생.
⊙ 연세대 법학과 졸업, 독일 괴팅겐대학 법학박사.
⊙ 연세대 법대 학장, 연세대 법무대학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 대법원 형사실무연구회 부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역임.
⊙ 저서: <형법총론> <형법각론> <형사정책> <독일형법사> 등.
著者無 저자없음
<테러 훈련 중인 경찰 특공대.>

오늘날의 미래 예측은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사회현상이 복잡해지고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변수가 다양하고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80년대 후반에 20여 년 후인 현재의 한국사회를 예측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를 상상해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정권교체와 남북관계의 변화, 외환위기. 무엇보다도 인터넷 대중화로 인한 여론형성과정의 변화는 놀랄 정도다.
 
  2030년, 앞으로 20여 년 후, 한국사회의 모습 역시 엄청난 변수가 기저에 깔려 있어 예측이 용이하지 않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자면 기온 상승으로 인한 환경변화, 물과 식량, 에너지 등 자원부족,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모든 요소가 갈등과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야기할 대형 변수들이다.
 
  자원부족은 국제분쟁을 일으킬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는 한국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이런 요인들은 예측이지만 발생의 확실성이 인정되는 여건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래의 모습은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자세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적극적 자세 여하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줄이기 위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비하는 경우와, 성장위주의 사고에 매몰되어 이를 방치하고 환경을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문제 정도로만 볼 경우의 정책적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적정한 사회정책의 수립 없이는 범죄 예방보다는 事後(사후)적인 범죄자 처벌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위험을 인식하고 대비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 통일 혼란, 범죄 증가로 이어질 것
 
  미래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범죄 양상을 예측하자면 우선 남북관계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가 문제다. 만약 통일된 한국사회라면 통일의 양상이나 방법이 어땠는지가 상황 예측의 관건이 될 것이다. 순조로운 통일 과정을 밟더라도 통일 독일의 사회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살다가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이 농촌으로 주거지를 옮겨 생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상반된 체제에서 적응하려면 오랜 시간과 체제적응교육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남과 북 주민 모두의 사고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남과 북 주민 간의 사고나 가치관의 차이 및 체제적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통일한국에서 범죄현상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예를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되기 전 舊(구) 서독에서는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가 1989년 7031건, 1990년 7108건이었으나 1991년에는 7311건, 1992년에는 7921건, 1993년 8337건으로 증가했다(이후 범죄건수가 진정되어 2005년에는 7747건, 2006년 7647건, 2007년 7635건).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가장 많은 범죄는 재산범죄로서 절도범과 사기범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損壞罪(손괴죄) 順(순)이었다. 손괴죄의 증가는 사회적 불만세력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어디까지나 법규범 준수가 세계 최고수준인 독일의 예다. 우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통일 후 2~3년이 지난 후부터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때 통일 후 범죄증가는 혼란기적 상황이 빚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따르는 범죄증가는 한국사회에서 불가피한 현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통일 후 사회가 안정되기까지 몇 년간 좌우 이념대결 양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경우 극우파 회원이 통일 후인 1992년에 3만9800명에서 1992년에는 6만190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극좌 조직의 회원 수는 1991년 3만1500명에서 1992년 3만3500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이는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의 결과로 볼 수 있다.
 
 
  ◈ 노인 범죄, 외국인 범죄 늘어날 것
 

마약 밀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러시아인들. 정주외국인 증가와 세계화로 외국인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경제환경은 중요한 범죄 원인이다. 실업문제가 한 예이며 불황기와 호황기의 범죄양상이 다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2030년에는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지금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2030년이 되기 전에 이런 현상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새로운 정치체제나 경제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새로운 국가목표의 설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시스템의 변화와 경제운용의 방향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즉 사회적 안정을 달성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 노령화는 노인범죄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세계적 노령화 국가인 일본의 경우(인구 1억2800만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5분의 1) 2008년 통계를 보면 과거 5년간 교통범죄를 제외한 65세 이상 노인범죄가 2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부분 상점 절도 등 가벼운 범죄지만 직업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층 범죄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도 나타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급속한 노령화와, 이를 따라갈 수 없는 복지정책은 노인범죄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며, 반사적으로 청소년 범죄자의 수는 감소할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의 증가에 비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출산율 감소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 내지 이민까지 받아들이게 되어 더욱 외국인 범죄는 증가할 것이다. 통일을 가정하면 북한 인구로 인해 총인구 수는 증가하겠지만 노동인구의 부족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현재 불법체류자를 제외한 등록외국인 수는 63만명을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2002년의 25만2000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를 비롯하여 불법체류사범을 제외한 범죄자 수는 2005년 8313명이었으나 2006년에는 1만1421명으로 37.4%가 증가하여 증가 속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
 
정보통신과 관련된 새로운 범죄들이 증가할 것이다.

  여성범죄의 증가도 예상된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인해 여성이 자연스럽게 범죄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성범죄자 현황은 2006년 30만1366명(전체 193만2729명), 2007년 30만5325명(전체 196만5977명)으로 전체 범죄자 인원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여성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사기, 절도 등 재산범죄(약 60%)이고, 다음으로 강력범죄와 풍속범죄 순이다. 그러나 여성의 公職(공직) 진출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2030년에 이르면 공직 관련 부패사범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할 것이다. 현실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건수는 2007년 기준으로 약 196만 건 정도다. 이 가운데 현행 정보통신망법 위반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 관련 범죄비율은 약 1%에 불과하지만(물론 감춰진 범죄, 소위 暗數犯罪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2030년경에 이르면 정보통신 관련 새로운 범죄유형과 범죄율은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동시에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현실공간에서의 범죄와 비교할 때 범죄 건수당 피해액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늘어나 환경범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보다 현저히 무겁게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경제성장 우선논리로 인해 환경문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으나 이제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여론 형성과 교토협약을 비롯한 환경에 대한 국제적 통제 강화로 환경문제는 국내문제 차원을 벗어나 있다. 2030년에는 환경오염에 대한 국제적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범죄 건수는 2002년 1만3446건에서 2006년 9653건으로 감소 추세다. 앞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환경범죄를 단속하지 않는다면 2030년에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 선거사범 현저히 감소할 것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로 기름에 젖은 논병아리.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로 환경범죄는 더욱 무겁게 처벌될 것이다.

  강력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폭행, 상해, 협박, 공갈, 약취, 체포·감금죄 및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사범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살인, 강도, 강간, 방화범만을 대상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강력범죄 추이를 살펴보면 2004년 1만9539건, 2005년 1만9941건, 2006년 2만1006건, 2007년 2만922건으로 최근 4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강력범죄는 현재 추세대로 증감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현상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감 추세가 안정적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통일 직후인 1992년에 예외적으로 전년 대비 9.61%가 증가한 이후 1994년부터 2007년까지 14년 동안 -3.15%(1994년)에서부터 2.26% 증가(2002년) 사이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2030년에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는 선거사범이 될 것이다. 희망적인 예상이지만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정착은 선거사범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성숙을 이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 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범죄는 역시 절도죄, 사기죄를 비롯한 재산범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재산범죄는 기술적 발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범행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범죄유형이 될 것이다.
 
  범죄는 사회현상의 하나다. 문제는 시민들이 범죄로 인한 공포심을 심하게 느낄 정도가 되면 사회는 대단히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2030년 한국사회는 선진국으로 발전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선진국의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범죄로 인한 시스템 불신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감소 대책과 全(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게 될 환경악화, 에너지 부족현상에 대비하는 정책이 지금부터 절실하게 강구되어야 한다. 이들 대형 변수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2030] 달라진 국군의 위상
 주변 4강국도 긴장하는 타격력과 지구력 갖춘 50만 과학기술軍
 
金熙相
⊙ 1945년 경남 거창 출생.
⊙ 경복고, 육군사관학교(24기) 졸업. 서울大 외교학과ㆍ육군大 졸업, 미국 시펜스버그大 대학원
    공공행정학 석사, 성균관大 사회과학대학원 정치학 박사.
⊙ 수도군단장, 육군본부 제1군 부사령관, 국방大 총장,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 역임.
⊙ 상훈: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국선장.
⊙ 저서: <중동전쟁> <생동하는 군을 위하여> <한국적 군사발전의 모색> 등.
金熙相 예비역 육군 중장·朝鮮日報 非상근 논설위원
<2030년의 한국군은 첨단 戰力으로 무장한 과학기술軍이 될 것이다. 사진은 최신예 이지스함 세종대왕함(맨앞)을 선두로 한 한국 해군.>

2030년 우리 국군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을 미래의 군대는 오늘의 군대와는 그 목적과 기능부터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군대가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최고의 至善(지선)으로 삼아 왔다면, 미래의 군대는 승리보다는 전쟁의 억제, 특히 보다 적극적인 평화의 보장을 중심 과제로 삼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軍(군)의 역할과 행동의 범위는-물론 범세계적 협력체제 내에서의 움직임이겠지만-범지구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레바논이나 소말리아에서 펼치고 있는 우리 국군의 작전형태가 상징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군이 이런 시대적 추세에 효과적으로 부응하지 못하면 그런 국가는 세계의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 군대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는 그 국가의 여건과 안보적 기대가 결정적 요소가 된다. 2030년경의 대한민국은 이미 자유민주체제하에 통일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오늘날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어도 개인소득 5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고, 한국군의 기본적인 현대화 소요는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할 안보상의 위협과 국군에 대한 기대가 우리 군의 모습을 규제할 것이다.
 
 
  ◈ 미래 안보상의 위협과 국군의 과제
 
  그렇다면 이렇게 통일번영의 새 시대를 열고 있을 미래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핵 위협과 군사도발 같은 중심적 안보위협은 사라지겠지만, 주변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점차 현재화하고 테러와 초국가적 위협 같은 新種(신종) 위협들이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주변국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주권과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전통적 국가안보 이슈와 함께, 개별 인간의 인권과 안전, 평화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수호’를 중심으로 하는 包括安保(포괄안보) 시대의 보편적 위협 같은 것들이 혼재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東北工程(동북공정)도 그렇지만, 그동안 중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脣齒之間(순치지간)’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집요하고 야심적인 데가 있었다. 또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국인과 선박피랍 사건이 증명하듯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신종위협은 이 지구촌 시대를 살려면 어느 누구든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회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 공통의 안보적 과제다.
 
  결국 미래 한국군의 핵심적 임무는 주변 각국으로부터의 전통적 위협과 21세기의 신종위협들에 대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지구촌 시대의 국제적 임무’라고 하는 추가적 사명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보편적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차피 이 戰域(전역)은 오늘을 사는 세계 각국이 다 함께 서 있는 공동의 戰線(전선)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한 나라의 군대가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나라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국제사회를 위한 기여로 존중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경제력에 걸맞은 공헌을 하라는 것이 오늘의 시대적 요구이고, 그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살자면 한국도 국제사회를 위한 적절한 부담도 지고 공헌도 해야 한다. 또 우리가 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국산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공중기동을 하고 있다.

 
  ◈ 低비용 高품질의 국방태세
 
  이런 상황이 한국에는 도전이라기보다 기회일 수가 있다. 국제적 임무수행에 관해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우리 군이기 때문이다. 동티모르에서 눈물의 환송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한국군은 특별한 신뢰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蟄居(칩거)하면서 시대에 낙오하기보다는 이런 ‘협력적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세계화 시대를 사는 지혜로운 길이 아니겠는가?
 
  과거 저개발 국가시대, 매사 무임승차만 하려던 의존적 의식부터 바꾸어야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적어도 ‘傭兵(용병)’ 운운하는 폐쇄적 안목과 ‘젊은이의 피를 판다’는 포퓰리즘적 접근으로는 보다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가 없는 시대다.
 
  그렇다면 2030년 대한민국의 군대는 어떤 형태의 군대가 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주변 각국으로부터의 전통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국방태세와 전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주변 각국의 미래 군사력을 추정하면서 ‘以小制大(이소제대)’가 가능한 우리만의 방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의 제한전쟁에 대비한 이른바 點穴戰爭(점혈전쟁) 개념을 갖고 있고, 대만은 對(대)중국 毒全蝎(독전갈)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 합리성은 하나의 他山之石(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21세기의 신종위협들에 대처하려면 오늘 미국의 럼즈펠드式(식) 개혁도 참고가 될 것이고, 미래의 국제적 임무를 생각하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평화유지군(PKF)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 가급적 완벽하고 높은 품질의 국방을 기대하면서도, 방위비 부담의 증가는 원치 않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는 ‘저비용, 고품질’의 국방태세를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 국방력도 오늘과 같이 총전력(total force)은 상비전력과 동원예비전력, 그리고 동맹전력으로 구성될 것이다.
 
  특히 상비전력은 최소로 정예화하면서 동원예비전력의 비율을 높이고, 동맹전력은 가능한 한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이다. 현역 병력은 50만을 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국방상의 소요를 고려하면 결코 충분한 병력은 아니지만, 출산율 1.2%에 불과한 오늘날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나마 합리적으로 확보 가능한 최대 병력이 아닐까 싶다.
 
 
  ◈ 징집제와 지원병제 병행
 
건군60주년 국군의 날, 특전부대 용사들의 고공낙하 시범 모습.

  대신, 군은 고도로 정보화한 과학기술군이 되고, 오늘날 독일처럼 비핵심역량은 민간기업에 아웃 소싱하는 등의 방법으로 단위병력의 전투적 효율은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최근 독일 연방군은 총 병력규모는 축소하면서도 신속대응병력은 6만에서 12만으로 크게 증가시켰다.
 
  병역제도는 국민개병주의를 바탕으로 한 징집제도가 기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국방의 임무는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국민 된 도리요 권리’라고 하는 ‘국방의 大義(대의)’를 살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안보의 절대 전제요건이기 때문이다. 주변이 모두 세계적인 강국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 이것은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의 인력 운영의 효율성과 ‘고도 과학기술군’의 전투적 효율을 고려하면 징집 일변도만으로는 미흡하다. 결국 징집제와 지원병제를 합리적으로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 독일에서 발전되고 있듯 고도의 과학기술 수준과 특별한 전술적 역량이 요구되는 일부 분야는 장기 직업군인이 담당하게 하고, 그 외의 일반적 임무는 1년 혹은 1년 6개월 내외의 단기 의무복무 병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대신 예비전력은 국방개혁 2020에서도 강조하고 있듯 현재 미국의 州(주) 방위군이나 이스라엘의 신속동원 예비군제도처럼 훨씬 더 정예화돼야 할 것이다.
 
  전력구조는 오늘보다도 훨씬 더 육·해·공군이 조화된 균형전력이 될 것이다. 여기서의 균형은 산술적 균형이 아니라 전술적 필요에 부응하는 전술적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날보다는 해군과 공군의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주변국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공군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해상보급로(sea lane)의 보호라든가 세계화 시대의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려면 힘의 投射(투사)가 가능한 첨단 해군 전력이 중요하다.
 
  당분간은 해·공군 전력의 상당부분을 미국이 보완해 주고 있지만 미래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해·공군은 거의 현역 병사인 반면, 육군은 주로 동원예비군이 주력이 될 것이니, 현역병력 비율은 대략 육군 30만 정도에 해·공군 각각 10만 내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상군의 구조도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대만의 독전갈 계획에는 사거리 20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과 미사일부대 창설이 포함되는데, 한국도 그런 형태의 전략부대가 더욱 확충될 것이다. 적어도 2개 이상의 강력한 기동군단 전력을 비롯해 주변 각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위협하고 도발해 얻을 이익보다는 그로 인해 입을 피해가 훨씬 크다고 믿게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전력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 미래병사 체계 개발
 
국방과학연구소가 2010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중인 미래 병사 체계 1단계를 갖췄을 때의 병사 모습.

  오늘날 한반도 주변 4강은 모두 21세기 군사혁신(RMA)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네트워크 중심전(NCW) 전력의 발전을 추진 중인데 미래 한국군도 당연히 한 발 앞선 네트워크 중심전 전력 형태의 첨단 전투력(고도의 정보역량과 기동력, 타격력, 그리고 방호력을 두루 갖춘)을 갖추어야 한다.
 
  이 경우 주요 전력체계는 고도의 C4I SR체계, 정밀유도 타격체계, 신속기동 플랫폼 체계, 정보보호 및 정보마비 체계, 고에너지 레이저기술(HEL) 같은 신종·특수체계, 그리고 이들을 총체적으로 통합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복합체계 같은 것들이 발전되어 있을 것이다. 자연히 미사일부대, 정보·전자전부대, 기동군단, 기동함대, 공격편대군, 특수전부대와 강습부대 같은 부대들이 잘 정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국제적 임무수행을 위한 전력도 잘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원래 PKO는 1948년 창설 이후 분쟁 상황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국제적 수단의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아마 2030년대에는 평화유지활동(PKO)이 국제안보상의 우선순위가 높은 화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대규모 ‘국제동맹 전략군’을 준비하자거나, 상당 규모의 ‘평화유지 상비군(Stand-by Arrangement System)’을 준비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만큼 한국군의 국제임무에 대한 참여 문제는 상당한 공감이 이루어져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보병과 공병, 민정부대들이 중심이 된 여단 규모의 신속대응군(RRF: Rapid Response Force)과 이런 새로운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훈련기관(PKO Training Center)도 준비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군이 ‘미래병사 체계’를 구상하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랜드 워리어’ 등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미래병사 체계를 개발 중인데, 우리도 2020년까지는 그런 형태의 전력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병사가 환경에 따라 위장도 가능한 전투복을 착용하고, 화생방 탐지 및 방어기능을 갖춘 헬멧을 쓴 채 첨단 차기복합형 소총 XK-11과 휴대용 정보처리기까지 갖추면 로보캅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규작전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을 비롯한 특수작전의 전투적 효율성이 크게 확충될 것이다.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인 2008년 10월1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출발한 국군 시가행진 행렬이 삼성교를 건너며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미래를 바라보고 인내하며 투자하라
 
  2030년대 우리 군은 지금과는 군의 존재목적에서부터 병역제도, 전력구조와 무장 등 모든 차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군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 군은 오늘의 미군보다는 한걸음 앞서 나간 ‘고도의 정보화한 과학기술군’이 되어 있는 현역과, 이를 보완하는 상당규모의 예비역들로 구성될 것이다.
 
  주변국 어떤 나라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타격력과 지구력(sustainability)까지 구비한 전력으로 발전되어 있을 것이고, 동시에 테러를 비롯한 신종 위협들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대처 역량을 갖춘 군대요, 세계 각지에서 선호도가 높은 PKF(평화 유지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전의 수호는 물론, 인류의 인권과 안전,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인간적인 삶을 돕는 군사력의 전형’, 즉 세계인의 사랑과 환영을 받는 선진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군의 높은 도덕적, 知的(지적), 전술적 능력은 그러한 롤모델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자연히 지구촌 시대를 헤쳐나가는 국가발전의 선봉이 될 것이고, ‘군사통치’시대로부터 유래된 국민의 부정적 인식도 불식되어 온 국민의 자랑스러운 선진군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한 나라의 군대는 그 나라의 국가적 필요와 역량(특히 산업 경제적 역량), 그리고 국민적 思考(사고)의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가 장차 이런 자랑스러운 군대를 보유하려면 우리의 산업 경제적 역량이 정상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우리 국민의 안보에 대한 소양이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이해할 만큼 깊어야 하며,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를 바라보며 투자하고 인내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로워야 한다.⊙

[대한민국 2030] 대학생 CEO가 예측하는 2030년의 한국
 “‘태극기 세대’의 활약으로 ‘강한 한국’ 탄생할 것”
 
金佳瑩 現 지리산친환경농산물유통 대표이사
⊙ 1986년 서울 출생.
⊙ 선린인터넷고 졸업. 이화여대 사회학과 재학 중.
⊙ 상훈: 제4회 여성창업경진대회 은상, 제1회 청소년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 대상.
⊙ 저서: 〈경제를 깨치면 공부도 잘해요〉 <17살, 나를 바꾼 한 권의 책>(공저) 등.
著者無 저자없음
<2007년 12월 태안의 한 해변에서 태양을 바라보며 만세를 외치는 자원봉사자들. 20대 청년들이 개척해나갈 20년 후 미래는 이들의 마음처럼 밝아 보인다.>

나는 백군이다. 하얀 모자에 하얀 띠를 두른 채 꼭 청군을 이기겠다 결심을 한다. 저 높은 장대 위의 커다란 박 뒤로 파란 하늘이 짙다.
 
  얼마나 던지기에 열중했을까. ‘펑’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박이 먼저 터졌다. 우리 백군은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고, 청군 녀석들은 못내 아쉬워한다. 청군 부모들은 “열심히 했으니 충분했다”며 아이들을 다독였고, 반대편 부모들은 백팀 아이들에게 “일단 가서 청팀 친구들 손잡고 밥 먹으러 오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한 컷의 스틸 사진처럼 지나간다.
 
  달콤한 꿈을 꿨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는지, 요즘 잠이 들면 자꾸만 그날로 돌아간다. 한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꿈속을 누비다 잠이 깨면 어느새 스물셋으로의 일상이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표부터 찾아본다. 대충 옷을 챙겨 입은 후 집밖을 나선다. 수업시간이 임박해 교문에서부터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헐레벌떡 도착한 강의실에서 수업은 시작되고, 학생들은 졸음을 이기려 안간힘을 쓴다.
 
  그저 흘러가는 오늘 일상이 흰 띠를 둘러매고 박을 향해 콩주머니를 던지던 시절엔 모두 ‘설레는 미래’였다. 노란 은행나무 길을 지나 만나는 중앙도서관도, 교내에서만 마실 수 있는 1500원짜리 커피도, 익숙한 학교 후문과 그곳을 함께 거니는 친구들도, 모두 머나먼 미래일 뿐이었다.
 
  20여 년 후인 2030년의 내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내 조국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 대학생 CEO가 바라본 한국의 ‘현재’
 
  미래를 보기 전에 먼저 내 현재와 과거를 돌아봤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IT회사인 ‘이누스 C&C’를 차려 교육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판매했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성인 직원을 고용해 사업다운 사업을 했다.
 
  2005년 4월, 나는 ‘농산물 유통’이란 영역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가 본 지역의 농민들이 제대로 된 유통망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장조사를 통해 상추라는 품종을 선택했고, 지금은 연매출이 18억원에 이른다.
 
  3년 전 농산물을 도시에 팔아보겠다고 처음 농촌에 갔던 때가 기억난다. 농업을 천하의 근본이라 했던 과거의 전통은 사라졌고, 젊은 사람들이 떠나간 빈 자리를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남아 마지막 힘을 다해 지켜나가고 있었다. 이후 농업기업을 만들겠다는 내 생각에 知人(지인)들은 반대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추로 상품을 정한 후 직접 발로 뛰며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농산품의 품질로 경쟁할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사 주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08년의 끝자락, 내 마음은 든든하다. 세상은 우리 농업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의 판로를 찾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나는 1년 두 차례 전국의 농촌 곳곳을 돌아본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농촌이 한 해 한 해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이다. 눈에 번뜩 띌 정도는 아니지만, 진하고 짙게 바로잡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향 농촌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고, 이들이 과거를 미래의 밑거름으로 삼아 현재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3년이란 시간은 그만큼 내게 큰 의미를 주었다.
 
 
  ◈ 걷기 전에 뛰는 것부터 배운 한국
 

20대 젊은이들은 세상을 향한 큰 도약을 위해 지금 잠시 학교 도서관에서 웅크리고 있다.

  농촌의 3년만큼 2030년의 대한민국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나는 이를 확신하고 있다. 혹자는 “세상이 어려워졌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며 어지러운 현재와 미래를 외치지만, 위기의 시대는 언제나 더 큰 도약을 위한 변화의 시대였다.
 
  춘추전국시대 어지러운 戰亂(전란)이 지난 후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가 완성됐다. 冷戰(냉전)의 시대를 극복한 미국은 현재의 초강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유대인에게 가해졌던 세상의 박해는 가장 유능한 민족으로의 탈바꿈을 불러왔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무조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미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감사한다.
 
  아직 어떻게 걷는지도 배우지 않은 아기 사장이지만, 시장 한가운데서 사람 냄새 풀풀 맡으며 자라서인지 걷기 전에 뛰는 것부터 배웠다. 또래보다 빨리 사회에 뛰어들었고, 좀더 앞서서 좌절과 실패를 경험했다.
 
  대한민국도 그랬으리라. 한국전쟁 직후 아무것도 없는 한반도 남녘 땅에서 우리의 부모님들은 걷기도 전에 뛰는 것을 배워야 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기적과 같은 성장을 이뤄냈다.
 
  언젠가 내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함께 대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할머니에게 “1930년대부터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시대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내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주시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대답하셨다. 지금이 제일 좋은 시대라고. 따뜻한 방안에 앉아 TV 드라마를 보고 있는 이 모습을 그땐 상상도 못했다고. 항상 세상은 당신의 욕심보다 더 빠른 행복을 가져왔다고. 돌이켜보니 할머니의 농담 섞인 대답에 큰 뜻이 담겨있었다.
 
  1980년대 눈부신 경제 성장기의 정점에서 태어난 내게 대한민국은 그 출발부터 든든한 모습이었다. 지금 대학생의 신분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또한 여느 세계 속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움츠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식민지 시대를 피로써 이겨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열심히 일한 덕에 먹고 살 만해졌다. 우리네 언니들과 오빠들이 잘 싸운 덕분에 독재를 지나 민주화란 선물까지 얻었다.
 
 
  ◈ 20년 후를 바라보는 열쇠
 
채용박람회 취업게시판 앞에서 선 청년 구직자들 모습.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곧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상이다.

  과거를 바라보는 열쇠가 우리네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있다면, 20년 후 미래를 바라보는 열쇠는 현재 20대 청년들에게 있다. 청년의 눈을 보면 20년 후 한국이 보인다.
 
  이들은 지금 세상을 향한 큰 도약을 위해 잠시 학교 도서관과 강의실에 웅크리고 있다. 무조건적인 신분상승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과거세대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조금 더 민주적이고 이상적인 시대를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20대에겐 식민역사에 대한 죄의식도, 독재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다. 이전 세대에 愛憎(애증)의 대상이었던 태극기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자랑스러움의 상징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겐 천부적으로 허락된 민주주의와 풍요로움이 있었다. 나는 이들을 ‘태극기 세대’라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2030년의 대한민국은 우리 태극기 세대에 달려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풍요를 타고난 이들은 이상세계에서의 상향평준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상향평준을 지향한다. 비록 지금은 ‘88만원 세대’로 불리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세상이 붙여준 것일 뿐이다. 20년이 지나면 이들은 가슴에는 사회공영의 뜻으로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정하고 발전을 주도할 것이다. ‘88만원’이란 작명은 한 순간의 꿈일 뿐이다.
 
  ‘태극기 세대’에게 수동적이고 저항하지 않는 세대라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이들은 2030년의 위대한 영광을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일찍이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일본과 유럽 등지의 청년 CEO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종종 있었다.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활기찬 대한민국에 한 번 놀라고, 그러나 그 속에서 젊은이들의 지속적인 도전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다시 놀란다.
 
  그들을 놀라게 한 눈부신 발전의 밑거름은 창조적인 기업가들과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풍요 속에 자란 세대는 활동가적 정신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금의 글로벌경제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 광복과 전쟁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라여서 더욱 멋진 발전을 이룩해 내었던 것처럼 IMF 이후 닥친 또 한번의 위기에 더욱 창조적인 인재들이 사회에 등장할 것이다.
 
  이전 세대가 무조건적인 성장의식과 분배의식에 빠져있다면, 지금의 20대는 우리의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철저히 실력으로 무장된 자신만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벤처기업, 또는 이노베이션 기업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청년의 열정밖에 없어 무너지는 기업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앞으로 세워질 새로운 기업들은 기존의 벤처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며 성장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이윤과 함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우리 민족에겐 뼛속까지 새겨진 우리만의 힘이 있다. 혹자는 이를 ‘恨(한)’이라 하고, 혹자는 ‘熱情(열정)’이라 부른다. 대한민국은 이 기묘한 두 성격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뤘고, 또한 수많은 역사적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2030년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리라.
 
 
  ◈ ‘세계 속의 강한 한국’ 이룰 것
 
  오늘 자 신문을 펼쳤다. 20~30년 전 과거의 사건들이 오늘에서야 새롭게 평가되고 정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적 현상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지속되고 있다.
 
  정치·경제·북한·사회 등 사회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지만 깊이 감춰진 다양한 문제들이 20년 후에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 아니, 20년 동안 끊임 없이 문제를 인식한 이들의 노력과 여러 정책과정을 통해 나름의 해결과정을 거쳐나갈 것이다.
 
  꿈 속의 운동회가 다시 떠오른다. 우리는 왜 그렇게 행복해했을까. 찬란한 금박을 뿌리며 터진 상대편의 박을 보면서 울먹이는 청군, 승리의 기쁨에 젖어 하늘 향해 만세를 외치는 백군. 이들의 싸움은 치열했지만, 그 후는 지나치게 싱겁다. 다시 친구로 만나 서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같이 김밥 먹고 같이 뛰어 논다.
 
  대한민국도 그러하리라. 지금은 치열하게 다투며 서로를 이기려 경쟁하지만, 20년 후엔 서로 오붓하게 둘러앉아 김밥을 먹으며 지난날의 운동회를 둘러보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본주의가 오롯이 경쟁이나 온전히 협동이 아니라 두 가지가 적절히 어울려 만드는 것임을 배웠다.
 
  20년 후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재 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세대의 몫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현재 20대인 우리에게 있다. 나는 풍요의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 순간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준 지난 세대에 감사한다.
 
  우리 20대는 과거에 머무를 수 없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이제는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의 빠른 성장과, 그 속에서 일어났던 적지 않은 부작용들을 가슴으로 떠안아 새로운 20년을 이끌어가야 한다. 치열하게 비판하고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30년, 그날이 오면 우리는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는 세대가 아니라 전 지구를 자신의 가치로 여기고 진정한 의미의 ‘강한 한국’을 외치는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 이 모든 것은 끊임없는 고민 끝에 이룩해온 선배들의 노력과 그 과정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잘 계승해나갈 20대의 몫이다. 또한 우리의 선배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보다 많은 기회와 소통의 장을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은 걷기 전에 뛰는 것부터 배웠다. 20년 후엔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세계 속의 우리나라를 상상해본다.⊙

[대한민국 2030]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들
 비전 2030(韓), 기회의 나라 건설(英), 다이내믹 글로벌 시티(싱), 혁신이 넘치는 국가(印)
 
삼성경제연구소
著者無 저자없음
한국: Vision 2030
<한국은 노무현 정권 시절 <비전2030>을 수립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盧武鉉(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6년 8월 汎(범)국가적 차원의 장기 비전으로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을 발표했다. <비전 2030>은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이 작성했는데,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여기서 ‘先(선)성장 後(후)복지’의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전 2030>의 비전과 전략은 제도혁신, 先制的(선제적) 투자와 비전 실행계획을 통해 실현된다. 제도혁신은 경제사회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여 효율성을 提高(제고)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확대, 學制(학제)개편, 국민연금 개혁, 주민생활지원 서비스전달 체계 개편, FTA 체결 확대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선제적 투자는 국민의 삶의 質(질) 향상과 성장기반 확충분야, 향후 소요가 크게 증가하는 분야에 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적극적 고용전략 추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확대. 보육서비스·방과후 활동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을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비전 실행계획은 5大(대) 戰略(전략)별로 정책목표, 실천과제, 지표, 국제비교를 포함하는 실행계획(Vision Action Plan) 수립·시행을 제시하고 있다.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국가발전의 기반이 되는 주요 사회·경제 제도의 혁신을 마무리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게 된다. 또 2020년 이후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비전 2030>에 의하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현재의 OECD 평균에 이를 것이며, 2030년 1인당 GDP는 4만9000달러로 2005년 스위스 수준에 도달한다. 2030년 복지지출 규모는 21%로 2001년 OECD 평균에 도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비전 2030>이 기본적으로 세금을 더 거둬 복지지출을 늘린다는 ‘高(고)세금 高복지’ 구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는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전 2030>은 너무 장기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전 2030>이 단순히 미래의 비전만 제시하고 있을 뿐,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1100조원에 달하는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A New Era of Dynamism
 
고령화 사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일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감소와 동시에 超(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2030년까지 일본은 ‘인구감소, 초고령사회’로 진전될 전망이다. 일본은 인구감소하에서도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모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9월부터 ‘21세기 비전’ 설정 작업을 추진, 이듬해 4월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2004년 9월 경제재정자문회의가 중심이 되어 <일본의 21세기 비전>에 관한 ‘전문조사회’를 설치했다. 전문조사회는 산하에 경제재정 전망, 경쟁력, 생활지역, 글로벌화 등 4개 실무그룹을 편성했다. 각 실무그룹에서는 광범위한 과제에 대한 심의를 거쳐 2030년 일본이 달성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체계화했다.
 
  여기서 제시한 21세기 일본의 비전은 ▲‘열린 문화 창조 국가’의 실현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건강수명 80세 시대’의 실현 ▲‘풍부한 公共(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정부’의 실현을 꼽고 있다. 심화되는 유대관계, 확대되는 기회 속에서 ‘새롭게 약동하는 시대를 맞이하자’는 슬로건도 채택했다.
 
  ‘열린 문화 창조 국가’란 문화 창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인정받는 국가를 의미한다. 일본의 강점인 제품 제조력과 애니메이션의 통합력, 異質的(이질적) 요소의 융합력, 남을 환대하는 마음씨 등을 바탕으로 한 문화 창조력을 살림으로써 일본을 하나의 文化列島(문화열도)로 바꾸어 나간다는 것이다.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건강수명 80세 시대’의 실현이란 ‘즐겁게 일하고, 배우며, 여가도 즐기는’ 약동하는 사회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풍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정부’의 실현은 정부는 정부가 꼭 해야만 하는 분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委讓(위양)함으로써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2030년 바람직한 미래상’ 달성을 위해 다음 3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의 善(선)순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화를 최대한 활용한다.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의 경제발전을 일본경제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FTA 체결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을 전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시장확대에 의한 규모의 경제이익’을 확보한다. 지구환경 문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문제 등 글로벌 과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셋째,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구축한다. 불필요한 공공재화나 서비스의 제공을 止揚(지양)하고, 민간이 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확대되도록, 官製(관제)시장을 개혁한다. 저출산 추세에 대응하여 양육·교육 등을 사회전체가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 일본은 2010년대 초까지를 ‘혁신기’로 설정하여, 향후 생산성 확대가 가능해질 수 있는 기반구축과 철저한 제도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2005년 3월에는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2025년을 목표로 한 <미래 기술지도>(기술 로드 맵)를 만들었다. 경제산업성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 산업의 부활을 목표로 <신산업창조전략>도 발표한 바 있다. 경제산업성은 미래 전략 신산업으로 2개 분야 7개 산업으로 책정했다. 첨단 신산업(4개)은 ▲연료전지 ▲정보가전 ▲로봇 ▲콘텐츠이며, 內需(내수)대응형 신산업(3개)은 ▲건강·복지 기기/서비스 ▲환경·에너지 기기/서비스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등이다.
 
 
  영국: 기회의 나라 건설
 
  2001년 영국 통상산업부는 ‘기회의 나라 건설(Opportunities for All in a World of Change)’이라는 슬로건하에 전 국민이 역점을 두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은 영국 경제가 거시경제지표에서는 비교적 강하면서도 기술혁신과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문자 해독력이나 數理(수리) 능력 등 人的(인적) 자본의 경쟁력이 경쟁국에 비하여 크게 떨어진다.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신제품의 비중이나 민간부문의 연구개발투자비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핵심 실천과제로 영국 정부는 ▲인력개발 ▲지역균형발전 ▲기술개발 ▲경영환경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기회의 나라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 2020년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중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貧富격차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전면적 小康사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하얼빈의 구직자들.

  중국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26여 년간 연평균 9.5%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 그 와중에 중국은 연해지역과 내륙지역, 도시와 농촌간 貧富(빈부)격차 심화, 실업 등 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 빈부격차 심화는 성장동력 약화, 민심이반, 공산당에 대한 반감 확산 등으로 이어져 체제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단계별 국가비전을 제시해 왔다. 즉 원바오(溫飽)-샤오캉(小康)-타퉁(大同)이 그것이다. ‘원바오 사회’는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 ‘샤오캉 사회’는 부유한 상태는 아니나 의식주에는 부족함이 없는 사회, ‘타퉁 사회’는 선진국 수준의 사회를 의미한다.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은 2000년까지 공업·농업·과학기술·국방의 4대 현대화를 실천하여 ‘샤오캉 사회’를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현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는 2002년 공산당대회에서 ‘2020년 全面的(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을 중국 현대화 건설의 장기 발전전략으로 제시했다. ‘全面的’의 의미는 중국 전역의 13억 인구가 함께 성장의 果實(과실)을 향유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를 전반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확대, 균형발전,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보장제도 건전화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확립이다. 민영기업 육성, 국유기업 민영화, 제도개혁을 통한 현대적인 기업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둘째, 지역간 균형발전, 내수시장 확대, 고용창출 등을 위한 대규모 개발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서부 대개발, 동북지역 재개발, 농촌 도시화 등 낙후지역의 인프라 건설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낙후지역 개발은 체제안정에 기여하고 내수를 개발한다는 면에서 중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중대한 요소로 인식된다.
 
  셋째, 경제의 국제화다. 대외개방 확대와 FTA 추진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WTO가입 협약에 따른 관세인하, 서비스업 개방 등 개방일정의 차질 없는 이행과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ASEAN,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여 중복투자 방지, 역내무역을 창출하여 블록화가 강화되는 미주 및 유럽시장의 수출부진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넷째, 첨단산업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추진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20∼30%로 유지하여 2010년 정보통신산업을 중국 최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서비스업 대외개방 확대 등을 통해 서비스업의 성장을 촉진하여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Dynamic Global City
 
싱가포르는 중국의 대두로 흔들리는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다이내믹 글로벌 시티’를 미래전략으로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부상으로 홍콩·상하이 등이 싱가포르의 경쟁도시로 등장하면서 그 동안 누려 왔던 경제·통상 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성장하면서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 진출했던 多國籍(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본부(HQ)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가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하여 2001년 12월 싱가포르 정부는 경제검토위원회(ERC)를 구성하고 미래의 싱가포르 경제비전을 모색하였다. 정부·산업계·학계 인사들이 참여한 ERC는 7개의 小(소)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에 착수했다.
 
  ERC는 2003년 초 최종보고서 <새로운 도전들, 신선한 목표들-역동적인 글로벌 시티를 향해>(New Challenges, Fresh Goals-Towards a Dynamic Global City)를 제출했다. 위원회는 “개방되고, 기업가 정신이 풍부한, 다각화된 경제(Globalized, entrepreneurial, diversified economy)를 형성해 싱가포르를 글로벌 시티로 건설한다”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이 실천될 경우 2018년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2000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2만9100달러로 증가하게 되고, 싱가포르는 우수인력(탤런트), 기업 및 혁신이 있는 선도적인 글로벌 시티로 도약하게 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싱가포르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시티로 만들기 위해 대외 네트워크의 확대, 경쟁력과 유연성 확보, 기업가정신 함양 및 싱가포르 기업 육성,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동시 육성, 인적자원 개발 및 구조조정 등 6개 분야의 과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제개발원(EDB)을 중심으로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글로벌시티 건설은 원칙적으로 통상산업부가 담당하지만, 다른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제조업 육성과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치는 EDB에서 주로 담당하고, 경제의 글로벌화는 과거 무역개발원의 후신인 IE 싱가포르가 맡고 있다.
 
 
  인도: 혁신이 넘치는 국가
 
최근의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빈곤 탈피가 가장 큰 문제인 인도는 ‘인도 비전 2020’을 제시했다.

  인도는 1980년대 이전까지 ‘힌두 성장’이라고 불리는 3~4% 정도의 저성장을 해 왔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개혁정책 및 1991년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개방정책에 힘입어 1990년대 연평균 5.7%의 경제성장을 보였다.
 
  최근의 높은 경제성장 시현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극빈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서 빈곤의 탈피가 가장 중요한 국가적 목표다. 낮은 인적자원개발 수준, 고도한 농업비중, 낮은 제조업비중 등도 인도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 6월 인도정부 계획위원회(Planning commission)는 30명의 각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전 2020 위원회’를 구성, <인도 비전2020>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리고 있는 2020년 인도의 비전은 에너지, 기업가 정신, 그리고 혁신이 넘치는 국가 건설이다. 2020년까지 中上(중상)소득국가(Upper-middle income, UMI)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삶의 질을 갖춘 인도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정부는 202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8.5~9%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의 비전은 인도국민 모두에게 내재된 인도의 문화적·정신적 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IT 분야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지식 분야에서 세계 열강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인도비전 2020>은 ▲인적자원 개발 ▲식량 안보 강화 ▲고용창출 ▲교육개선 ▲사회 약자층 보호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6대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제10차 5개년 경제계획에서 <인도비전 2020>의 전략방향과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를 반영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을 실천하는 주체는 인도정부 계획위원회로 위원장은 총리가 겸임하고 있다.⊙
[대한민국 2030] 한국의 지속성장은 가능한가?
 IT의 청색, 생명·환경의 녹색, 성숙의 회색이 어우러진 회청색 미래
 
[6大 트렌드]
1. 국제질서 多極化
2. 고용 없는 성장
3. IT주도의 기술·산업 융합
4. 기업의 네트워크화
5. 교통·物流와 도시기능 고도화
6. 인구 고령화

[3大 위기]
1. 양극화·스트레스로 인한 사회 불안
2. 북한체제 변동
3.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李彦五
⊙ 1954년 부산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경영정책학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사회시스템연구담당 이사·상무·정책연구센터장,
    국가정보원 CIO(최고정보책임자) 역임.
⊙ 저서 : <21세기를 향한 한국의 국가경쟁력>(共著) 등.
李彦五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위기 너머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한국석유공사가 개발 중인 베트남 롱도이 가스전의 夜景.>

서브프라임 사태로 모두들 불안에 휩싸여 있다. 얼마나 깊이 추락할지, 언제 벗어날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前代未聞(전대미문)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기세 좋게 달리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폭풍우와도 맞닥뜨린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비구름에 가려 푸른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위기 너머 세상이 암울하다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먼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한가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長期(장기) 변화와 위험을 豫見(예견)하고 先制的(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변화에 둔감하거나 잘못 대응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 전망을 共有(공유)해야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기에는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경제학자의 계량분석, 미래학자의 상상력은 단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존 나이스비트의 말처럼 중요하고 확실한 미래 트렌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출간된 <블랙 스완>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적했듯이 불확실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면서 치명적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 트렌드와 예상되는 위기를 중심으로 2030년을 향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전망해 보자.
 
 
  ◈ 2010년대 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 지속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 금융부문의 不實(부실)이 實物(실물)경제의 침체로 본격적으로 轉移(전이)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기업의 부실처리와 구조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큰 폭의 경기하강은 불가피하다. 미국 상업은행과 대형 제조업체의 정상화 속도, 중국 경제의 성장세 유지 등이 관건이다.
 
  한국은 부실처리와 재정투입이 늦어져 대형사고 위험성이 커지는 중이다. 향후 수개월이 이후 10년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자칫 외부충격과 내부결함이 共鳴(공명)을 일으켜 혹독하게 시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外換(외환)위기 이후 다시 거품이 끼고 긴장이 풀어진 탓이다. 기업부도 최소화, 대량 失業(실업) 차단, 부동산 軟(연)착륙 등이 경제·사회 불안을 막는 첩경이다.
 
  각국의 경제위기는 국제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불만을 외부의 敵(적)에게 돌리려 하는 나라가 나올 것이고, 미국의 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국제테러가 늘어날 것이다. 석유판매 수입이 急減(급감)하는 中東 産油國(중동 산유국), 체제안정을 중시하는 중국·러시아가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국제共助(공조)와 開途國(개도국) 지원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겠지만 실행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큰 變曲點(변곡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세계경제 기조가 바뀐다. 자원 過(과)소비, 투기적 금융에 의존하는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장지상주의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각국은 성장·이익·경쟁 등 공격적 이슈보다 고용, 삶의 질, 사회안전망과 같은 방어적 話頭(화두)를 보다 중시하게 된다.
 
 
  ◈ 2030년을 향한 6大 트렌드
 
  [트렌드 1] 국제질서의 多極化
 
  미국의 覇權國(패권국) 지위가 弱化(약화)되고 유럽과 중국의 발언권이 강화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超(초)강대국으로 부상해 한반도·東南亞(동남아)·中央亞(중앙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안보우산하에서 軍備(군비)증강에 나설 경우 중국의 對外(대외)팽창 책략과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분쟁과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국제기구, 특히 민간주도 단체들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강대국 부상 경쟁에서 인도가 중국의 뒤를 쫓고 러시아·브라질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선진국들의 국력팽창 속도가 둔화되고 신흥국들 중 일부가 빈자리를 채운다. 東北亞(동북아)에서 동남아, 인도로 이어지는 성장벨트가 주목을 받고 중동과 아프리카가 여기에 가세한다. 중국의 개도국 지원 확대에 대응해 미국과 일본은 경제외교에 주력할 것이다.
 
  [트렌드 2] 고용 없는 성장
 

한 대학생이 졸업식날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닥쳐오고 있다.

  자원과 환경의 제약 때문에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개도국의 구매력 증가로 中質(중질)의 低價(저가)제품 시장이 커진다. 금융자본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겠지만 환율·주가의 급등락, 원자재 가격변동은 여전할 것이다. 한국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된다. 자본투자, 인력투입의 증대가 어려워져 기술개발과 생산성 提高(제고)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지식서비스산업이 高(고)성장한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도래한다. 성장의 고용유발 효과가 계속 낮아져 고용률 제고와 사회안전망 확충이 중요해진다. 노동시장 유연화, 인력절감형 생산·업무방식 확산에 따라 파트타임·프리랜서 근로자가 늘어나고 업적·능력을 우선하는 인사관리가 확산된다. 勞組(노조)는 조직력 약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활동방식을 온건화하면서 일자리 유지, 직장문화 개선 등을 위해 使(사)측과 협력한다.
 
  [트렌드 3] IT주도의 기술·산업 융합
 
  IT가 산업변혁의 중심 역할을 계속하겠지만, IT 자체보다 他(타)산업과의 融合(융합)이 보다 중요한 흐름이 된다. 1990년대 디지털 혁명이 줄기였다면, 2010년대에 전개될 융합은 가지와 꽃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 디지털 정보처리나 인터넷 수준의 ‘와해성 기술’이 출현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IT 고도화와 함께 IT 간, IT와 전통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진다. 휴대폰·PC·인터넷·TV가 연결·통합되고 텔레매틱스(자동차+IT), 의료용 나노로봇(나노+바이오) 등 융합기술이 실용화된다. IT는 제조·오락을 넘어 지식개발·축적과 공유에도 획기적 변화를 유발한다. 싱크탱크 활성화, 미디어 개편, 24시간 연구개발 체제 등이 기대된다. 실시간으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원격서비스를 제공하는 U-헬스, 오프라인 교육을 보완하는 e-러닝이 보편화된다. 바이오는 생명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건강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유전자지도 완성, 줄기세포 치료 등이 바이오의 상업화를 앞당길 것이다. 암 등 난치병에 대한 新藥(신약)과 치료법 개발이 진전되고 개인맞춤형 치료가 일반화된다. 바이오 활용 분야가 환경보전·有機(유기)농업·淸淨(청정)에너지 등으로 넓어진다. 2020년경 디지털혁명에 필적하는 바이오혁명이 일어나리라는 주장이 있다.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에너지 기술개발도 가속화된다. 환경 복원, 바이오 연료가 각광을 받고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도 크게 늘어난다. 그 밖에 나노기술이 신물질 설계와 창조를 가능케 하고 뉴로 관련 기술이 사회시스템 변혁을 주도한다.
 
  [트렌드 4] 기업의 네트워크화
 
  글로벌 경쟁 격화에 따라 소수의 거대기업이 산업재편을 이끌어간다. 표준과 지적재산권이 중요해져 역량이 부족한 주변기업은 생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기업들의 해외사업 확대와 현지 권한이양에 따라 전통적 국적 개념이 약해진다.
 
  기업 생태계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역동적으로 생성·소멸하고 자유롭게 경쟁·협력하는 네트워크로 진화한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거대기업에 도전하며, 1인기업들이 유연성과 네트워킹을 무기로 급부상한다. 1인기업은 개방적·수평적 사회의 상징으로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게 된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그 경영방식이 공공부문과 사회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업과 정부는 국방·안전·복지 등의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는다. 정부가 경영기법을 활용할 경우 재정부담 경감, 행정혁신 등이 용이해진다. 공익사업에 기업방식을 적용하는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 사회적 기업은 공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통해 경쟁·이익 일변도의 시장경제를 보완해 줄 것이다.
 
  한편, 외부 비판과 자체 반성의 결과로 기업들이 사회책임 경영을 강화한다. 앞선 기업들은 준법, 단순 기부를 넘어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한다. 국제 NGO와 협력하여 기후변화 대처, 생태계 복원, 재난구호 등 지구차원의 문제해결에도 동참한다.
 
  [트렌드 5] 교통·물류와 도시기능 고도화
 
  지구촌을 연결하는 교통축이 빠르게 구축될 전망이다. 音速(음속) 돌파 여객기 등장, 자기부상 철도 운행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 북한 개방 이후의 시베리아 철도 연결, 韓日(한일) 해저터널 건설 등이 장기과제로 검토된다. 우주공간으로의 수송과 우주자원 개발은 사업타당성이 낮아 보이지만 새로운 프론티어로서 꾸준히 추진된다. 수송기술 발달과 교통망 확충에 따라 공간 개념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뀐다.
 
  공간의 고층화와 고밀도화가 급진전된다. 耐火(내화)·耐震(내진) 등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수백m 높이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설 것이다. 비즈니스 허브를 지원하는 쾌적성 확보가 미래도시의 핵심과제 중 하나이다. 도시 중심부에 住商(주상)복합, 오피스빌딩 등을 초고층으로 건설하고 주변부에 저층과 녹지대를 형성하는 압축도시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유비쿼터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U-시티가 각광을 받는다. 지능교통망과 유·무선 네트워크에 힘입어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물류가 대폭 효율화될 것이다.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실업이 늘어날 것이다. 사진은 감산 체제에 돌입하면서 생산라인이 멈춰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싼타페 생산라인.

  [트렌드 6] 인구 고령화
 
  인구구조는 산업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기본적 요인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0년 10%에서 2030년 25%로 높아진다.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사회적 부담이 늘어난다. 청년실업, 낮은 출산율, 보육·교육 부담 등이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있다. 고령화로 인해 造船(조선) 분야처럼 숙련인력이 필요한 업종은 생산라인이 상당 부분 후발국으로 이전된다. 정년이 연장되고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와 작업방식이 고안되며 노인질환 의약품, 건강기기, 여행상품이 고성장을 한다. 지혜로운 고령자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後代(후대)에 전수해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국제결혼 증가로 인구구성이 다양화한다. 외국인·혼혈인을 배려하게 되고 多(다)문화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진다. 직장에서는 근무시간 단축, 일과 생활의 조화가 강조된다. 물질적 풍요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학습·취미·봉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근원적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종교로 눈을 돌린다. 종교는 한쪽은 원리주의로, 다른 쪽은 열린 신앙으로 분화한다.
 
 
  ◈ 예상되는 큰 위기
 
  [위기 1] 兩極化와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불안
 
  성장과 혁신을 선도하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영역 간에 격차가 확대된다. 소득계층 간, 대·중소기업 간,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지역 상인이 다국적 기업에 商圈(상권)을 잠식당하고 비숙련 근로자는 개도국 출신 인력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 청년실업, 하위계층의 희망 포기는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갈등 해소가 주요 국가과제로 부상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의 스피드가 증가하면서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도 가중된다. 경쟁과열, 직장불안, 소외감이 건강을 악화시키고 자살·범죄 등 사회병리 현상을 야기한다. 신기술 실현과 정보화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정보화의 부작용인 사이버테러, 프라이버시 침해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된다. 줄기세포나 安樂死(안락사) 논쟁에서 보듯이 생명윤리가 핫 이슈로 떠오른다.
 
  [위기 2] 북한체제 변동
 
  향후 10년 이내에 어떤 형태로든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이 고립보다는 개혁·개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北核(북핵)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북한 경제사정이 악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분단고착, 느슨한 공존, 흡수통일의 세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동북아 정세, 북한체제 안정성, 남북 사회통합의 향방에 따라 통일시기와 비용이 결정될 것이다.
 
  [위기 3]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에너지 사용 증가와 환경오염의 누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생태계 질서가 깨져 植生(식생)이 바뀌고 이상기후가 연례행사처럼 될 것이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재앙이 닥칠 것이다.
 
  자연자원 고갈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원유는 採掘(채굴)가능 연수가 43년, 천연가스는 65년 정도로 추정된다. 앞으로 매장자원이 새롭게 발견되고 채굴기술이 발달하겠지만 고가격이 고착화되고 需給(수급) 불안이 빈번해질 것이다. 식량과 물 부족은 대량 기아 사태와 지역분쟁을 유발한다. 賦存(부존)자원 편중, 국가간 이해상충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자원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 인류는 추운 ‘긴 겨울’을 보내야 한다.
 
미래에는 도시공간의 고층화와 高밀도화가 급진전될 것이다. 사진은 서울 용산 역세권 개발 조감도.

 
  ◈ 회청색 미래
 
  글로벌 경제위기는 탐욕이 극단으로 치달아서 일어난 變故(변고)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되는 트렌드는 제어하기 어렵고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모든 트렌드가 위기의 요인인 것이다.
 
  향후 세계는 10년 정도 주기로 큰 위기를 겪을 것이다. 2020년경 각국의 사회불안과 세계질서 재편에 따른 위기가 예상된다. 2030년 이전에 기후변화, 자원고갈이라는 자연의 逆襲(역습)이 닥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계속해서 사고를 내는 인간 사회와는 달리 자연 질서는 순환과 복원을 근본으로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면 자연이 개입하게 되며 그에 따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한국사회가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것은 나아갈 목표, 중심가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잘살아 보세’와 ‘할 수 있다’의 21세기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변화의 바람이 불 때는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의지를 담은 목표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과단성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성장률 몇 퍼센트 식의 포인트 예측은 별 의미가 없다. 2030년 한국사회는 낙관이 넘치는 장밋빛이나 비관에 찌든 검정색은 분명 아니다. IT의 청색, 생명·환경의 녹색, 성숙의 회색이 어우러진 회청색(그레이 블루)일 것이다.
 
  얼마 전 종교지도자들이 서로 만나 크게 반성을 했다고 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믿고 있는 3대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나라가 이처럼 어지럽다고. 우리가 어떤 세상을 희망하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 모습이 달라진다. 아인슈타인은 “바보란 같은 행동으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에서 교훈을 얻고 즉시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더욱 치명적인 위기들을 맞을 것이다.
 
  지금은 큰 화재가 난 상황이며 따라서 불을 끄고 탈출하는 일이 시급하다. 거대 談論(담론)은 옆으로 제쳐두고 현장의 절실한 문제들부터 해결하자.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2030년은 금방 다가온다. 20광년 떨어져 있는 천칭자리에서 방금 떠난 빛이 그때쯤 지구에 도달할 것이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과도한 비관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이것도 ‘곧’ 지나갈 것이다. 위기 너머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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