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담배에 관한 최초의 저술

醉月 2011. 9. 23. 07:04

담배에 관한 최초의 저술,

이덕리(李德履)의 「기연다(記烟茶)」



정민

한양대, 한국한문학․jung0739@hanmail.net

 

1. 이덕리와 「기연다」


필자는 문헌과해석 36호(2006 가을호)에 이덕리(1728~?)의 저작 강심(江心)에 수록된 「기다(記茶)」을 소개한 바 있다.1) 「기다」가 그간 이름으로만 전해온 동다기임을 밝혔고, 이 자료가 갖는 차문화사적 가치를 검토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같은 책에 나란히 수록된 담배 관련 저작인 「기연다(記烟茶)」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전문 번역과 탈초 원문, 그리고 원본 영인 자료를 함께 공개하기로 한다.

이덕리는 그간 그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동다기도 다산의 저작으로 잘못 알려져 왔고, 그가 지은 국방관련 저작인 상두지(桑土志) 또한 다산 것으로 오인되어 왔다. 지난번 발표를 통해 이덕리의 가계와 이력이 처음 밝혀졌고, 그가 상두지의 저자임도 새롭게 확인하였다. 금번 「기연다」까지 포함하면, 그의 실학자로서의 면모는 더욱 선명해진다. 향후 이덕리에 관한 연구는 더욱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그는 잊혀진 실학자였을 뿐 아니라, 대역 죄인으로 진도에서 18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자포자기의 절망에 빠지는 대신 「기다」과 「기연다」, 그리고 상두지 등의 저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당시 국가 현안인 국방력 강화와 국부 창출을 위한 중요한 정책 제안을 계속해서 내 놓았다.

그의 저술은 자신이 죄인이었으므로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기다」은 동다기란 이름으로 초의 선사의 「동다송」에까지 인용되었고, 이 시기 호남 지역 차문화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두지는 다산이 자신의 경세유표에 두 차례나 인용하고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국방 제안을 담고 있었다.

「기연다」는 당시 전국민의 기호품으로 각광 받고 있던 담배에 관한 글이다. 지금까지 담배에 관한 최초의 저술로 알려진 1810년에 지어진 이옥의 연경(烟經)보다 20여년 앞서 지어진, 최초의 담배 관련 저작이다. 이 글은 당시 조선의 흡연 문화 전반에 걸쳐 아주 상세하면서도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다. 「기연다」는 이덕리의 문집인 강심 27면에서 34면까지 8쪽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2. 「기연다」의 형식과 내용


「기연다」는 객과의 문답 형식으로 담배의 폐해와 기호품으로서의 특성, 그리고 금연 정책의 시행 주장 등을 차례로 담고 있다. 글은 모두 8개 단락으로 구성되었다. 각 단락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담배의 연원과 명칭 : 일본에서 건너온 담배에 얽힌 전설 소개. 담배의 여러 이칭.

2. 계곡 장유의 담배벽 : 장유의 담배에 대한 기호와 이에 얽힌 일화 소개.

3. 우리나라 흡연법의 문제점 : 중국․일본과 달리 독한 것만 좋아하는 잘못된 흡연방식의 폐해 지적.

4. 이덕리가 말하는 담배의 열 가지 해로움 : 진기 소모, 시력 저하, 의복 착색, 서책 오염, 화재 요인, 치아 상해, 체면 손상, 행동 불편, 예모(禮貌) 불경, 공경 소홀 등 열 가지 이유를 들어 담배의 해로움을 설명함.

5. 객이 말하는 담배가 꼭 필요한 열 가지 상황과 담배의 세 가지 큰 이로움 : 비오는 밤 잠 안 올 때, 잠이 덜 깨 몽롱할 때, 입에 기름기를 씻어낼 때, 주객이 처음 만나 머쓱할 때, 벼슬아치들이 모여 나라 위한 대책을 궁리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안타까울 때, 시상이 막혀 떠오르지 않을 때, 모내기 하다가 잠시 쉴 때, 손님이 왔는데 술상을 내올 형편이 안 될 때, 장마철 절집과 여관 화장실에서 냄새로 괴로울 때 등 열 장면을 들어 담배가 없어서는 안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담배가 농사나 행상과 좌상(坐商) 등 세 가지 일에 종사하는 것보다 이익이 훨씬 낫다고 설명함.

6. 객의 말에 대한 이덕리의 반박 : 담배의 효용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끝에 말한 세 가지 이로움은 사실은 세 가지 큰 해악임을 논변함. 백성을 농사일에 전념치 않게 하고, 며칠 사이에 연기로 흩어져 버릴 것에 재화를 다 쓰게 만들기 때문임. 만일 국가적으로 금연 정책을 시행한다면 1년에 1,260만 냥을 절약할 수 있고, 이 돈이면 온 나라에 흉년이 들어도 충분히 구휼할 수 있는 큰 재물임.

7. 금연령의 실효성을 회의하는 객의 반박 : 담배는 술이나 차와 같은 기호품이고, 이로움과 해로움이 반반임을 들어 전면적인 금연령이 어려울 것이며, 그것이 꼭 필요한 지조차 의문이라고 반박.

8. 금연령 시행의 구체적 방법을 논한 이덕리의 대답 : 금년에 영을 내려 이듬해부터 금지시키면 됨. 금연령을 내려 씨앗을 태우고, 불법적인 담배 재배를 전담 관리를 파견해 감시하며, 국경 시장을 통해 담배 반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2년 안에 전 국민이 담배 맛을 잊어버리게 될 것임을 주장.


처음 짧은 세 단락의 도입 부분 이후 객과 주고받은 세 차례의 문답으로 전체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담배의 열 가지 해악을 말하자, 객은 즉각 열 가지 효용으로 응수한다. 이어 객이 담배의 세 가지 이로움을 언급하자, 작가는 그것이 실은 세 가지 해로움이라고 말하며, 금연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설명한다. 이에 객은 다시 정책 시행의 실효성에 회의를 표시하고, 작가가 다시 그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이 끝난다.

전체적인 글의 주제는 이덕리의 실학자적 관점을 반영한 듯, 담배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담배로 인한 실생활의 폐해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나아가 그는 국가정책으로 확고하고 단호하게 금연령을 시행하여, 이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 효과만으로도 1년에 1,260만 냥에 달하는 절약이 가능하다며, 시행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제시했다.

뒤에 나온 이옥의 연경이 담배에 인이 박인 애호가로서 담배의 재배와 관리, 흡연 도구 및 흡연 문화 전반에 걸쳐 구체적으로 논함으로써, 담배 사랑의 변을 밝힌 것임에 반해, 이덕리의 「기연다」는 정반대의 논조를 띠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옥은 연경 권4에서 담배의 7가지 효용, 담배를 피우기 좋은 16가지 상황,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16가지 상황, 담배 맛을 돋우는 5가지 상황, 품위 없이 담배를 피우는 6가지 모습, 담배를 피우는 가장 멋진 5가지 장면 등을 흥미롭게 설명했다.2) 이 가운데 「연용(烟用)」즉 담배의 7가지 효용을 논한 대목과 「연미(烟味)」즉 담배가 가장 맛있는 5가지 상황 등의 대목은 「기연다」에서 담배가 없어서는 안 될 열 가지 상황에 대한 설명과 겹쳐 읽어보면 아주 흥미롭다.


3. 「기연다」의 자료적 가치와 의의


「기연다」를 통해 우리는 당시 조선의 흡연 문화의 구체적 현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이덕리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 360개 고을에서 한 고을 평균 1만 명 이상의 흡연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이 담배 피우는 비용을 하루 1문으로만 쳐도 360일로 누계하면 무려 1,260만 냥의 거금이 된다. 아무 짝에 쓸모없는 담배 연기로 이 많은 돈이 사라져버리니 국가의 재정적 손실과 낭비가 얼마나 크냐고 하면서, 전면적인 금연 정책의 실시를 강력히 주장했다.

앞서 「기다」에서 이덕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차재배와 관리를 국가가 전매함으로써 엄청난 국부 창출이 가능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와 반대로 담배는 금연령 시행을 통해 국가 경제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자료의 가치를 다음 몇 가지로 간략히 정리한다.

첫째, 「기연다」는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의 실상과 시장 규모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독한 것만 찾는 잘못된 흡연 습관이 미치는 건강상의 유해성과 화재 위험과 예절의 문란 등 여러 가지 폐해를 들어 흡연 문화가 가져온 사회상의 변화를 설명했다. 또한 경제 활동면에서 담배 생산이 가져온 기초 경제활동 경시 풍조 등의 폐단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둘째, 흡연의 10가지 즐거움을 제시한 대목을 통해 당시 흡연이 얼마나 전국민적으로 확산되어 있고, 생필품 이상으로 중요한 기호품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셋째, 담배 생산과 유통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진삼(鎭三) 등의 담배 주산지와 유통 방식, 담배 장사치들의 이윤 추구 방법 등을 엿볼 수 있다.

넷째, 구체적인 금연 정책의 방안이 제시되어, 이덕리의 실학자적인 면모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기연다」와 「기다」는 자매편적인 성격을 지니는 저술이다. 이를 이어상두지에서는 차 전매와 금연 정책을 통해 벌어들인 엄청난 이익을 국방력 강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이덕리의 3부작 저술은 모두 서로 긴밀한 상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의 흡연 문화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탐구 과제다. 이 자료의 발굴로 흡연 문화의 실상에 좀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더 많은 자료의 정리와 종합을 통해 담배 문화사의 집필도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


4. 「기연다」의 번역 및 원문3)   

              

연다(烟茶), 즉 담배는 일본에서 나왔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 가래 끓는 병을 앓는 일본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늘 자기가 죽더라도 지아비의 병이 낫게 되기를 소원했다. 뒤에 과연 무덤 위로 풀이 돋았는데, 남편이 그 잎을 따서 연기로 들이 마시자 병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박귀(淡泊鬼)라 하고, 또한 담파괴(痰破塊)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령초(南靈草)라 하고, 또 줄여 남초(南草)라고도 한다.

烟茶出於倭國. 或言倭國女子之夫有病痰者, 女子常願自死而療夫病. 後果塚上生草. 其夫取其葉, 吸烟而病良已. 故曰淡泊鬼, 亦曰痰破塊. 我國謂之南靈草, 又直謂之南草.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계곡만필에는 담배의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이 적혀 있는데, 해로운 점이 훨씬 많다. 하지만 계곡은 담배를 가장 즐겼던 사람이다. 그래서 선원(仙源) 김상용(金尙容, 1561~1637)이 일찍이 인조 임금께 아뢰었다. “전하께서는 장 아무개가 취할만한 구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신이 그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경계하였건만 끝내 능히 끊지 못하니, 이는 그가 취할만한 것이 없다는 한 증거이옵니다.” 계곡은 선원의 사위였다. 번번이 주의를 듣고 담배를 끊으려 했지만 끊을 수가 없었으므로 만필에다 이를 적었던 것이다. 세상에서는 비변사의 청사 안에서 연죽(煙竹)이 횡행하기 시작한 것은 계곡부터라고 한다. 

溪谷漫筆, 記烟茶利害. 而害居多. 然溪谷最嗜之. 故仙源曾奏長陵曰: “殿下以張某謂有可取, 然臣戒其毋吸烟茶, 而終不能斷. 此其無可取之一端也.” 盖溪谷於仙源爲女婿. 而每受其戒, 欲斷未能. 故著之於筆也. 世傳備邊司廳中橫烟竹, 自溪谷始云.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가 수 백 년도 못되었는데 천하에 두루 퍼졌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잘게 썰어 김을 쐬어 말려서 독한 기운을 죽인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만 진액이 많은 것을 취해 진미로 여긴다. 심한 경우 담배 잎을 자르지도 않고 연기를 들이 마시며 담배 맛이 맵지 않은 것만 염려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 것이 오래되었지만 단지 술 마실 때 잠깐 피우거나, 담뱃대[烟盞] 옆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구멍 속에 불이 보이면 피우기를 그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천히 오래 피우는 것을 맛이라 여겨 재가 된 뒤에야 그치므로, 원기를 손상하고 일에 방해되는 것이 더욱 심하다 하겠다.

烟茶之行, 不過數百年. 遍於天下. 中國及倭奴, 皆細剉蒸乾, 祛其毒氣. 獨我國人, 取其液氣津津者, 爲珍味. 甚者不切而呑烟, 惟恐其不辛辣也. 他國則吸烟之久, 只如飮盃酒之頃, 或烟盞傍開小穴, 穴中火現則止. 我國以遲延久吸爲味, 灰燼而後已. 其耗氣妨事, 爲尤甚.


나는 말한다. 담배는 진기를 소모시킨다. 첫 번째 해로움이다. 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재촉하니 두 번째 해로움이다. 담배 연기가 옷가지를 물들이니 세 번째 해로움이다. 연기의 진액이 의복과 서책을 얼룩지게 하니 네 번째 해로움이다. 불씨가 늘 몸 가까이에 있어 불이 나기 쉽다. 작게는 옷이나 자리를 태우고, 크게는 집이나 들판을 태운다. 다섯 번째 해로움이다. 입 속에 늘 긴 작대기를 물고 있다 보니 치아가 일찍 상한다. 간혹 목구멍을 찌를 염려도 있다. 여섯 번째 해로움이다. 구하는 바가 사소하여 별 혐의가 없기 때문에 상하노소(上下老少)는 물론 친소와 남녀를 떠나 서로에게 구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혹 가다가는 얻으려다 업신여김을 받기까지 한다. 일곱 번째 해로움이다. 집에서 지내는 자가 화로 숯을 간수하지 않고 툭하면 불을 찾는다. 길 가는 자가 부시나 담배 갑 챙기는 것이 늘상 한 가지 번거로움이 된다. 여덟 번째 해로움이다. 한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 늘 건방진 기운을 띠는 것이 다른 음식에 견줄 바가 아니다. 때문에 젊은이가 자리를 피해 달아나는 습속을 열고, 아래 사람이 위 사람을 범하는 풍조를 여니, 아홉 번째 해로움이다. 담배란 물건은 항상 입과 손을 부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피우려 하면 좌우가 거추장스럽다. 다른 사람과 수작할 때도 자꾸 맥락이 끊긴다. 공경스런 뜻을 잃게 되고, 또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가르침에 소홀하게 되니 열 번째 해로움이다.

余謂烟茶耗眞氣, 害一也; 催眼昏, 害二也; 烟氣薰染衣物, 害三也; 烟液點汚衣服書冊, 害四也; 火種恒不離身, 易致疎失, 小則燬衣燒席, 大則燔屋燎原, 害五也; 口中常啣長枚故, 齒牙早傷, 或有刺喉穴嚨之患, 害六也; 爲其所求者, 小而無嫌故, 上下老少, 親疎男女, 相求不已, 或至取侮媒奸, 害七也; 居家者, 不以爐炭爲事, 則呼火不置. 行役者火具茶匣, 恒作一累, 害八也; 一吸一噀, 長傲帶慢, 非他飮食之比. 故開少輩逃席之習, 啓下流犯上之漸, 害九也; 惟其爲物, 常爲口手之役, 臨事則掣左碍右, 酬酢則間前斷後, 旣失執敬之義, 又忽容端之箴, 害十也.


객이 말했다.

“담배의 해로움이 과연 그대의 말과 같다. 하지만 담배가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또 몇 곳이 있다. 객창에서 비 오는 밤, 친구 없어 고적한데, 누워도 잠 안 오고, 입은 텁텁 목은 탄다. 화로를 뒤적이다 좋은 벗이 곁에 있어 담뱃대를 빨아대니 침이 절로 솟는구나.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첫 번째이다. 덜 깬 잠이 몽롱하여 숨을 잠깐 골라본다. 하인 녀석 곤히 자고 등불은 가물가물. 일삼아 빨아대며, 괴로움을 절로 잊네.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두 번째다. 잔치가 끝난 뒤에 술도 없고 차도 없다. 단맛과 기름기가 이와 혀에 여태 남아, 이뿌리 씻어낼 제 이쑤시개 어이 쓰리. 혀는 본시 청정하여 설도(雪桃: 이쑤시개)보다 재빠르다.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세 번째다. 손님 잔치 처음에는 주객이 서먹하다. 인사 겨우 마치고는 멀뚱멀뚱 마주 보네. 한번은 풍경 보고, 한번은 허공 구경.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네 번째이다.  의정부와 비변사에 벼슬아치 가득한데, 경국(經國) 대책 바이 없어 모두 나만 바라볼 제, 담뱃대 매만지면 고심하는 느낌 들고, 담배 연기 머금으면 깊은 생각 잠긴 듯 해.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다섯 번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변방으로 보내거나 남포에서 연인과 헤어지고 난 뒤, 눈에서도 사라지고 넋은 녹아 꿈결인 듯 목이 메어 멍한데, 높은 산서 돌 굴리듯 기분 빨리 가라앉고, 바늘 구멍에 수레 달리듯 번민은 빨리 해소된다.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여섯 번째이다. 시 지어 덜 다듬고, 긴 글 아직 뻑뻑한데, 글 쓸 힘도 다 빠져서 턱을 괴고 우두커니. 여의(如意)를 매만지자 글 생각이 샘솟아나 금세 좋은 글 토하니 기이한 말 자옥하다.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일곱 번째다. 불볕 더위 김을 매니 붉은 땀이 뚝뚝 듣네. 여름 비에 모내기라 진창 길이 배에 찬다. 비옷 속에 부시 치니 갓 아래서 연기 난다. 쉬면서 힘듦 잊어 괴로움을 즐기나니.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여덟 번째이다. 산집에 손님 와도 잔술 마련 어려워서, 한 잎 쪼개 얇게 늘여 허공 보며 내뿜으니 그래도 좋은 것을. 이것이 담배가 꼭 필요한 아홉 번째이다. 절집이나 여관 뒷간 찌는 더위 장마비에 구린내는 올라와 코 막아도 소용없네. 담배가 꼭 필요한 열 번 째이다.

담배는 배고픈 자를 배부르게 하고 배부른 자는 배를 꺼지게 한다. 추운 자는 따습게 하고 더운 자는 시원하게 해준다. 이것이 비록 담배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일리가 없지 않다. 이제와 굳이 옳고 그르고를 따질 것까지는 없다. 작은 초가집에 혼자 살며 송곳 세울 땅도 없는 사람은 공역과 사채에 마침내 대책이 없게 마련이다. 쟁기를 들고 산에 들어가 밭에 불을 질러 개간하고 흙덩이를 깨서 씨를 뿌린다. 봉새 꼬리 같은 담배잎을 따서 오곡이 익기도 전에 이것이 이미 시장에 들어오니 근량을 달아 돈을 얻는 집이 많다. 지고 이고 나르는 무리가 이를 서울로 주지 않고, 천천히 외쳐 장사하여 부족한 것을 채워 기뻐하며 돌아온다. 처자는 기뻐하는 기색이 있고, 난폭한 아전은 공연히 소리 지르는 위엄을 잃는다. 심지 않고 거두지 않아도 1년 내내 죽을 먹을 수 있으니, 이것이 농사짓는 것보다 이로움이 되는 점이다. 

먼 고을의 가난한 장사치는 자본이 적어 비싼 것을 사기에는 돈이 부족하고, 싼 것으로 바꾸자니 애쓴 것이 아깝다. 싸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엽화(葉貨, 담배를 말함)가 여기 있어, 진삼(鎭三)에서 나는 것이 서남에서 으뜸이 되니, 자른 연초를 담은 궤짝이 서울로 절반이 온다. 등급을 매겨 값을 정하고, 빛깔을 살피고 맛을 따진다. 적으면 바리에 싣고, 주머니가 비었으면 어깨에 멘다. 못해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고, 잘하면 집안 살림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이 행상보다 이익이 되는 점이다.

한가로이 노니는 무리는 먼 길 떠나는 것을 꺼린다. 인적이 끊어진 험한 길이나 먼 나루를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다가 교활한 토끼처럼 기회를 틈타 달려와 싼 것을 내놓으며 들러붙는다. 하루 사이에도 통하고 막힘이 여러 번 변하고, 그 솜씨에 높낮이는 있지만, 빼고 더함은 귀신과 같다. 이목이 미치지 않으면 다시 패거리들끼리 결탁하여 찌끄러기를 주워 모으기만 해도 오히려 술을 한 차례 마실 수가 있다. 간혹 가다 운이 좋으면 대단히 많이 남기는 수도 있다. 이는 앉아 하는 장사보다 이익이 되는 점이다.

이왕에 없어서는 안 될 열 가지 이유가 있고, 게다가 이 같은 세 가지 큰 이익이 있고 보니 비록 열 가지 해로움이 있더라도 없앨 수 없을까 염려된다.”

客曰: “烟茶之害, 果如子言. 烟茶之不可無者, 又有幾處. 旅窓雨夜, 悄無伴侶, 寢睡不着, 口淡喉燥. 撥爐而良朋在座, 噏筒而華泉自涌, 其不可無者一也; 誒詒未蘇, 鼻息乍調. 侍者困軃, 燈火明滅. 旣脣吻於有事, 幸呻吟之自忘, 其不可無者二也; 終宴之餘, 酒盡茶渴, 甘濃肥膩, 留漫牙舌. 牙根疏滌, 何煩桃籤. 舌本淸淨, 捷於雪桃, 其不可無者三也; 賓之初筵, 主客濶疎. 寒暄才畢, 瞪目相對, 一以爲接風之地, 一以爲望空之資, 其不可無者四也; 政府籌司, 僚屬滿座, 愧經國之無策, 憫具瞻之屬已. 弄竹則或疑乎運籌, 含烟則有類乎沈思, 其不可無者五也; 送愛邊城, 別美南浦, 目旣斷兮, 魂消夢屢, 咽兮神翕, 高山轉石, 其降氣之快也, 針孔走輪, 其攄懣之速也, 其不可無者六也; 句成而未琢, 篇長而未圓, 操觚力倦, 支頤無俚, 聊持如意, 藻思泉湧, 乍吐奇芬, 綺語雲興, 其不可無者七也; 炎天揮鋤, 赭汗滴土. 暑雨揷秧, 泥塗及腹, 敲石襫底. 颺烟笠簷, 息勞忘咨, 以苦爲樂, 其不可無者八也; 山家客到, 盃酒難辦, 剉一葉其縱薄, 視虛欸而猶賢, 其不可無者九也; 寺溷店厠, 炎蒸雨淋, 穢氣騰上, 塞鼻無棗, 其不可無者十也. 若夫飢者使之飽, 飽者使之消. 寒者使之熱, 熱者使之凉. 則雖是耽之者之說. 而亦不無其理, 然今不必索言. 至於蔀屋單丁, 卓錐無地, 公徭私債, 從當沒策. 携耒入山燒畬, 破塊子, 播蟹卵. 葉抽鳳尾, 五穀未秀, 此已入市. 掂兩播斤, 得錢家多. 負戴之倫, 莫之與京, 緩嘖補欠, 施施而歸, 妻孥有欣欣之色, 暴吏失虛喝之威, 不稼不穡, 畢歲饘粥, 此其爲利於種之者也. 下邑貧商, 缺少貨本, 買貴乏錢, 貿賤惜力. 匪賤匪貴, 爰有葉貨, 鎭三之産, 甲于西南, 截草之櫃, 半于京肆. 揣級論價, 辨色識味, 少有則駄載, 囊空則擔挑, 拙亦糊口. 巧能潤屋, 此其爲利於行商者也. 游閒之徒, 憚于遠役, 截路邀津, 登壟而望, 奔機如兎, 出賤戒膠. 一日之間, 通滯屢變, 高低其手, 抽添入神. 耳目不給, 則更結夥計, 拾零湊碎, 尙堪一醉. 時來運通, 或有奇羨, 此其爲利於坐賈者也. 旣有十不可無, 且有此三大利, 雖有十害, 恐未可去也.”


내가 말했다.

“그대가 말한 없을 수 없다는 것을 내 또한 감히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세 가지 큰 이로움이라고 한 것은 사실은 세 가지 큰 해악이다. 내가 이전에는 이 생각을 못했는데, 다행이 그대의 말이 여기에 미친 지라 내가 분변치 않을 수가 없다. 대저 사자는 코끼리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 쓰고, 공을 굴릴 때도 온 힘을 다 쓴다. 온힘을 다 쓰지 않고 능히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 만약 쟁기를 들고 산에 들어가는 자가 몇 이랑의 땅을 파서 한 말의 곡식을 씨 뿌려 그 뿌리를 북돋우고 싹을 베는 힘을 들여, 잡초를 김매고 강아지풀을 제거한다면 이삭이 무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 줄기를 자르고 잎을 엮는 힘을 담장 쌓고 벼 거두는 데에 쓴다면 농사가 때를 맞추지 못할까봐 근심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느니 내 힘으로 내 먹을 것을 마련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남에게 담배를 파느니 남에게 밥을 주는 것이 어떠한가? 이것이 씨 뿌리는 것보다 해가 되는 점이다.

헛된 꿈을 쫒아 다니는 장사치들로 하여금 소들이 땀을 흘리며 어께에 짐을 싣고 힘들게 나르도록 하느니 곡물을 나르는 데 쓰도록 하면 창화 땅의 쌀이 장차 잇달아서 해묵지 않을 것이다. 많은 가게의 장사치로 하여금 잎을 쪼개고 줄기를 가르는 데 힘을 쏟게 하느니 아주 적은 양의 무게를 다는 저울을 살피는 데 힘을 쏟게 한다면 동래(東萊)와 무주의 시루가 장차 날마다 불을 때서 먼지 앉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하지 않고 저것에만 힘을 쏟아, 시장 위에 쌓인 것이 반 너머 독한 냄새와 괴로운 먼지이고, 주머니 속에 남아도는 것은 자질구레한 동전에 지나지 않는다. 며칠 사이에 연기로 사라져 허공으로 돌아가 버리니 이 어찌 신농씨가 낮에 시장을 만든 처음의 뜻이겠는가? 이것이 행상과 좌상보다 해가 되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세 가지 큰 해로움은 앞서의 열 가지 해로움에 비해 해가 더 크다. 그런데도 그대는 이것을 큰 이로움으로 여기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나라 360개 고을 중에서 큰 고을은 빼고, 작은 고을은 꼽지 않더라도, 하루 사이 한 고을 안에서 담뱃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뿜는 자가 만 명을 밑돌지 않을 것이다. 피우는 데 한 문의 돈이 든다 치면 360일로 누계하여 1,260만 냥이 된다. 대저 1,260만 냥이라면 온 나라에 흉년이 들었을 때 구휼하는 재물로 삼더라도 남을 것이다. 이것으로 마땅히 해마다 온 백성의 먹고 입는 비용의 절반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능히 금하여 끊게 한다면 이는 해마다 360개 고을 사람에게 1,260만 냥을 나눠주는 것이니,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백성을 넉넉하게 함이 어찌 적다하겠는가? 하물며 곡식을 생산하는 도리와 고르게 운반하는 이로움이 또 이것과 별개이겠는가?”  

余曰: “子所謂不可無者, 吾亦不敢埋沒他. 若所謂三大利, 實則是三大害也. 吾向也未及, 而幸子言之及此, 吾不可以不卞也. 夫獅子之搏象也, 用全力, 弄丸也, 亦用全力. 未有不用全力. 而能致其有者也. 今使携耒入山者, 破數畝土, 種一斗粟, 致其培根剔芽之力於耘草去莠, 則不患稼之不茂也. 致其削莖編葉之力於築墻納禾, 則不患穡之不時也. 賣人取直, 何如我食我力, 賣人以烟, 何如惠人以食. 此其爲害於種之者也. 使赴虛之商, 致其汗牛頳肩之勞於輸致穀物, 則昌化之米, 將陸續而不陳矣. 使列肆之賈, 致其柝葉分莖之巧於揣摩圭撮, 則萊蕪之甑, 將日炊而不塵矣. 此之不爲, 而惟彼之務. 市上堆積, 半是毒臭苦塵. 囊裏贏餘, 無過零金碎鐵. 數日之間, 飄爲縷烟. 歸之盡空, 是豈神農日中爲市之初意哉. 此其爲害於行商坐賈者也. 惟此三大害, 比前十害爲甚. 而子以爲大利, 豈不謬耶? 今我東三百六十州, 大邑過之, 小邑不及. 而要之一日之間, 一邑之內, 含筒噴烟者, 不下萬人. 所吸可費一文錢, 則積計三百六十日, 可爲一千二百六十萬兩. 夫一千二百六十萬兩, 爲一國歉歲賑財, 而有餘矣. 使當恒年可供齊民衣食之半, 若能禁斷, 則是秊秊分俵一千二百六十萬兩. 於三百六十州之人, 其饒於國, 而裕於民, 豈曰少哉. 況生穀之道, 均輸之利, 又在此外者乎?


객이 말했다.

“그대의 말로 담배의 해로움이 과연 남김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우임금께서도 술을 미워하였으나 금할 수는 없었다. 선왕 때에 금주령을 선포하고도 능히 끝을 보지 못했던 것은 이로움과 해로움이 반반인데다 즐기는 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술은 잠시 접어두고 말하지 말자. 황정견(黃庭堅)은 차를 노래한 시에서 차의 맛에 대해 자세히 형용하였다. 「일곡주(一斛珠)」란 작품에서는 ‘밤 깊자 마치 선궐(仙闕)로 돌아감을 깨달아, 장대(章臺) 길로 말을 달려, 거리에 가득한 달빛을 밟아 부순다.’고 했다. 또 「완랑귀(阮郞歸)」에서는 ‘붉은 갑사 등롱 아래 금안장에 뛰어올라, 돌아올 제 그 님은 난간에 기대었지.’라 하였다. 또 「품령(品令)」에서는 ‘흡사 마치 등불 아래 만리 먼 길 그리던 님 돌아와 마주한 듯. 입 열어 말 못해도 마음만은 상쾌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듯.’이라 하였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이와 같다. 그러니 부형이 자기 자제에 대해서라 해도 반드시 시행함을 기약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담배를 즐기는 것은 이 보다 훨씬 더 심함에 있어서랴. 다행히 우리 나라 조정에서 법으로 금한 것 중에는 담배는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조정에 가득한 공경(公卿)들이 담배를 즐기는 것이 계곡 장유보다 심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러니 누가 즐겨 온 나라 천만 명을 볼모 삼아 자기의 한 때의 통쾌함을 버리려 들겠는가? 그러니 이를 금지시키는 법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가능하겠는가?”

客曰: “子之言, 烟茶之害, 果無餘蘊. 然大禹惡旨酒, 而不能禁. 先王禁酒, 而不能終者, 以利害相半, 而嗜之者多故也. 今姑置酒勿論. 黃魯直詠茶詞, 形容茶味者極矣. 一斛珠則云: ‘夜闌似覺歸仙闕, 走馬章臺. 踏碎滿街月.’ 阮郞歸則云: ‘絳紗籠下躍金鞍, 歸時人倚欄’, 品令則云: ‘恰如燈下, 故人萬里, 歸來對影. 口中不言, 心下快活自省.’ 人之於所嗜, 偏着有如是. 則雖父兄之於子弟, 難期其必施. 況嗜烟茶者, 有甚於此哉. 幸我國朝家法禁中, 不用烟茶, 而滿朝公卿, 無不嗜過溪谷, 則誰肯爲一國千萬之賚, 捨自己一時快活乎. 然而禁之之法, 當如何而可?”.


내가 말했다.

“담배를 금하는 것은 술을 금하는 것보다는 아주 쉽다. 올해에 영을 내리고 이듬해 금지시킨다. 금년 정월에 그 씨앗을 가져다가 큰 길거리에서 이를 태워버리고 금연령을 내린 해 정월에는 아직 남은 담배 잎을 거두어서 불사른다. 담뱃대 만드는 일도 금지시킨다. 여름과 가을에 경차관(京差官)을 나눠 보내, 깊은 산 궁벽한 골짜기의 밭두둑과 울타리 사이를 다니면서 살피게 해서, 담배를 심은 자에게는 중형을 내리고, 고발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보다 조금 낮은 형벌을 준다. 동래(東萊)와 의주(義州)의 장이 서는 곳에 먼저 공문을 보내 담배를 가지고 국경을 들어오는 일이 없게끔 한다. 1년만 이를 시행하면 그 습관을 잊을 수 있고, 2년이면 그 맛을 잊을 수 있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은 습관과 맛 때문이다. 습관과 맛을 다 잊은 뒤라야 끊을 수가 있다.”

余曰: “禁烟茶, 比禁酒甚易甚易. 今年施令, 明年施禁, 而今之年首春, 取其種而焚之於通衢大道, 禁之年首春, 斂其未盡之葉焚之. 禁造筒之工, 夏秋分送差官, 行視深山窮谷塢圃藩籬之間, 種者服重刑, 不告者受次刑. 萊灣開市處先期移咨, 使不得齎㝨O入境. 行之一年, 可忘其習, 二年 可忘其味. 烟茶之難斷, 習與味而已. 習與味, 俱忘而後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