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단체&요결

단월드

醉月 2008. 5. 28. 17:16
단월드의 ‘애리조나 명상 韓流’ “단군 정신을 수출합니다”
산속에서 비전(秘傳)되던 한국 선도(仙道)가 속세로 내려와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세계로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승헌 씨는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민족 이념을 세계와 통할 수 있는 보편이념으로 확대시키며 새로운 한류(韓流)를 만들어냈다. 애리조나 사막에서 펼쳐진 한국식 명상수련의 블루오션을 탐험해보자.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보고 앉아 명상에 들어간 한국과 일본의 수련객들.

단학선원(丹學仙院)으로 널리 알려진 단월드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유럽에서 약진하고 있다. 단월드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 정신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이름을 단월드로 바꾸고 지도자들을 세계 곳곳으로 파견해 세를 키우고 있다.

1984년 한국에서는 김정빈씨가,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수련술인 선도(仙道)를 익혀온 권태훈씨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단(丹)’을 출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젊은 시절 태권도를 하다가 홀로 선도 수련을 익힌 이승헌(李承憲·56)씨가 1985년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단학선원을 연 것이 단월드의 시작이다.

그때만 해도 단학선원은 여타 선도 수련단체처럼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그러나 단학선원은 전통적인 수련법만 답습하지 않고 선도 수련의 과학화·현대화, 단학선원의 조직화를 시도했다. 현대인에게 맡는 새로운 수련법을 찾아내고, 전국 지원(支院)을 통해 수련법을 널리 보급한 것이다.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남성들의 금연이 화두가 되면 이에 도움을 주는 수련법을 내놓았고, 아이들의 공부가 화제가 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수련법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수련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단학선원은 다른 단체보다 빨리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다른 기 수련단체에서는 수련법을 익힌 사범들이 반(半)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가 지원을 차렸으나, 단학선원은 전국의 지원을 하나로 묶는 조직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개천절이 오면 개천절 행사를 크게 치를 수 있었고, 전국에 단군상(像)을 건립하는 운동을 펼치거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대하는 운동도 펼칠 수 있었다.

기독교계의 일부 단체가 단군상을 우상(偶像)으로 보고 단군상의 목을 잘랐을 때 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 덕분이다. 생명사상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해온 시인 김지하 씨가 비난했을 때도 단학선원 사람들은 김지하란 이름에 위축되지 않고 반대 논리를 펼쳤다.

2002년 단월드는 충남 천안에 홍익인간 사상을 연구하기 위한 ‘국학원(國學院)’을 세웠다. 역사학계에서 말하는 국학은 유교와 불교 사상을 포함해 우리 민족이 연구해온 모든 사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단월드는 국학을 유교도 불교도 아닌 홍익인간 사상에 집중시킨다. 고구려를 비롯한 3국의 청년들이 닦아온 낭도(郎徒) 사상 연구를 추가할 수 있으나 이들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역시 단군사상이다.

국학원 설립자이기도 한 이씨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사상에는 국경을 넘어선 세계주의 정신이 담겨 있다”며, “단군사상이야말로 세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바로 이 점이 한국적 민족주의 안에 갇혀 있던 선도를 세계주의로 전환시킨 출발점이고 단월드의 세계화를 촉발한 계기였다.

단월드측은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은 개인에게는 건강(Health)과 행복(Smile)을, 사회와 세계에는 평화(Peace)를 가져다주자는 것”이라며 이를 간단히 HSP로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적(靈的)인 문제를 다루는 유엔, 즉 SUN(Spiritual UN)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상을 잘하려면 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을 만들어 뇌력(腦力)을 올리는 방법을 찾게 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대표적인 방법이 뇌호흡이다. 그는 뇌호흡을 고등 감각 인지능력인 HSP(Heightened Sensory Perception)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설명한다.

   

코코니노 국유림 속에 있는 마고가든의 정문. ‘천지기운 천지마음’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장승이 방문자를 맞는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이 원장은 미국 애리조나 주 세도나 시에 있는 명상센터 ‘마고가든’에 주로 머물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도전은 그 자신과 단월드에는 비전을 달성하려는 노력이지만,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주목받는 명상단체로 발돋움한 단월드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기자는 4월30일부터 5월4일 사이 마고가든과 그 일대의 자연을 무대로 펼쳐진 명상여행에 참여해 이를 분석해보았다.

12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내린 시애틀 공항에서 다시 미 국내선 여객기로 갈아 타고 도착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는 2001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미국 프로야구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한 덕분에 이 팀의 유일한 한국인 선수였던 김병현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었다.

또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2시간여를 달려 숙소가 있는 세도나 인근 도시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본 것은 야트막한 구릉에 드문드문 서 있는 키 작은 침엽수와 선인장, 그리고 이따금씩 보이는 소뿐이었다. 초지(草地)가 있었으나 초지라고 하기엔 애매할 정도로 흙이 많았다.

사막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장승

그제서야 ‘애리조나 카우보이’란 노래가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건조한 이 초지에서는 어떤 농사도 짓지 못한다. 자연환경에 적응한 침엽수와 선인장 그리고 약간의 풀만 자랄 뿐이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카우보이가 소떼를 끌고 다니며 풀을 뜯게 하는 것뿐이었으리라. 다이아몬드백스는 방울뱀을 뜻하는데 황무지인 이곳은 방울뱀과 전갈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세도나 인근의 애리조나는 붉은 흙과 붉은 바위의 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황색의 흙과 바위였다. 평균 고도가 1300m로 고지대인 이곳에는 마른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흙은 더욱 말라가 ‘타는 목마름’으로 비를 갈구하지만 토심(土深)이 얕아 모처럼 쏟아진 폭우를 삼키지 못하고 토해놓는다. 그리고 또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비를 갈구한다.

 

타는 목마름의 땅

이 지독한 갈구가 ‘강한 지기(地氣)’를 만들었으리라. 애리조나는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인디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인데, 과거 이곳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지기가 강한 곳을 신성시했다.

그런데 백인이 들어와 소를 키우려 하자 신성한 땅이 더러워진다며 거세게 항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패했고 과거를 잊은 채 인디언보호구역에 갇히는 처지가 되었다. 새로이 땅의 주인이 된 백인들도 지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둘씩 강한 지기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도 이 땅의 신령스러움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목축을 하는 자는 소떼를 몰고, 신령스러움을 찾는 자는 명상을 하는 땅이 됐다.

세도나가 그러한 곳 중의 하나인데, 특히 강한 지기가 나오는 곳을 ‘볼텍스(Vortex, 소용돌이)’라고 한다. 지기는 빙빙 돌며 나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기 탓인지 숙소에 도착할 무렵부터 단전에서 꼬물꼬물한 것이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세도나에는 5대 볼텍스 지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음날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찾아간 마고가든이다.

코코니노 국유림 가운데 있는 마고가든(약 20만평)의 정식 명칭은 ‘세도나 일지명상센터(Sedona Ilchi Meditation Center)’. 일지(一指)는 이 원장의 ‘선호(仙號)’다.

마고가든 앞에는 ‘천지기운 천지마음’이라는 글귀를 새긴 장승이 우뚝 서 있었다. 마고(麻姑)는 단군신화와 함께 전해 오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창세신화의 주인공이다.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에 기록이 있으나, 마고신화는 정통 역사서에는 기록이 없고 전설로 내려왔다. 산악인 사이에서는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에 얽힌 마고할미 전설이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마고는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의 산신으로 지리산에 들어와 불도(佛道)를 닦던 반야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야봉으로 떠난 반야가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는 지쳐 석상이 됐다.

   

마고가든 안에 있는 단군호수와 단군상. 단군상은 마고가든 안에서도 강한 지기가 나오는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대지의 여신 마고

이 전설은 마고로 대표되는 토착사상이 반야로 상징되는 외래사상(불교)에 귀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마고전설은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훨씬 전에 존재했다. 마고전설을 담은 가장 오래된 책은 신라 때 박제상이 썼다고 하는 ‘부도지(符都誌)’인데, 여기에서 마고는 불교가 도래하기 훨씬 전 홀로 두 딸을 낳고 살아온 창세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러나 부도지는 박제상이 쓴 진본(眞本)이 아니라 후대 사람이 베껴 썼다는 필사본과 위작(僞作)이라는 시비가 있어, 삼국유사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재야 사학자는 부도지를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통 사학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제의 아들인 환웅이 토착세력을 대표하는 웅녀(熊女)와 결혼해 낳은 단군이 남성성을 띤 천신이라면, 마고는 여성성을 띤 지구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으로 나오는 ‘가이아’와 같은 존재가 바로 마고 여신이다(‘여왕 마고’라는 영화를 낳게 한 16세기 프랑스 왕녀 마고는 마고할미와 상관이 없다).

 

마고가든 한가운데에는 단군 좌상이 있고 그 옆에는 지하수를 퍼올려 만든 단군호수가 있다. 단군은 ‘어머니’인 웅녀의 품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마고와 인연을 맺고 있다. 남성인 천신과 여성인 지신이 만나는 곳. 이는 이 원장이 추구하는 철학세계의 공간이기도 하다.

버스에서 내려 마고가든 안에 있는 강당인 마고홀에 들어갔다. 150여 명에 달하는 일본인이 강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4월29일부터 5월5일 사이 일본에서는 삼림의 날(4월29일), 노동절(5월1일), 헌법기념일(3일), 국민의 휴일(4일), 어린이 날(5일), 주말(6,7일) 순으로 휴일이 이어져, 아예 일주일 전체를 쉬어버리는 ‘골든 위크’가 펼쳐진다. 골든 위크를 맞아 단월드의 일본 회원들이 대거 찾아온 것.

굳이 비교한다면 한국의 선도는 일본의 신도(神道)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신도와 불교가 절묘하게 접목해, 신사(神社)는 절과 대등한 크기로 함께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반야봉의 마고할미 전설처럼 절 안에 산신각이 들어가버림으로써, 선도가 불교에 포함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신도는 줄기찬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으나 심신 수련술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선도는 제도를 잃어버렸으나 심신 수련술로서 존속해왔고 단월드와 국선도 등 여러 형태로 부활했다. 일본의 신도는 신사라고 하는 껍데기를 지켜냈지만, 한국의 선도는 알맹이를 이어온 것이다.

 

선도 수련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단전호흡이다. 일본에서는 신사가 아닌 별도 단체들이 단전호흡을 가르친다. 현대적인 단전호흡에 관한 한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니시노류(西野流, www.nishinojuku.com)’ 등 역사를 가진 단전호흡 기관이 산재한다. 인도에서 발생한 요가를 가르치는 곳도 적지 않다.

단월드는 1996년 일본에 진출해 현재 35개의 지원을 개설했다. 늦은 출발에 비해 빠른 성장을 기록했는데 단월드측은 그 이유를 비전에서 찾는다. 단순한 기 수련이 아니라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으로 평화를 찾자는 목표가 있으니, 팍팍한 일본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전호흡을 하는 이유는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선도뿐 아니라 한(韓)의학을 포함한 동양의학에서는 기가 흐르는 통로를 ‘경락(經絡)’이라고 한다. 경락은 혈관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폐경, 방광경 같은 ‘경(經)’은 대동맥처럼 많은 기가 흐르는 큰 통로이고, 경에서 갈려 나와 온몸을 감싸는 ‘락(絡)’은 모세혈관처럼 작은 기가 돌아다니는 통로다.

   

이승헌 원장 인터뷰

“착한 본성을 키우는 영혼이 위대하다”

국내 일각에서는 단월드를 종교단체로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단월드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체다. 단월드는 단무도, 명상여행사, 한문화멀티미디어(출판사), SUN물산(건강 상품 판매회사) 등 많은 자매 회사와 공존하고 있다. 이승헌 원장은 한국뇌과학 원장과 국제평화대학원 대학교 총장을 맡아 이 회사들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승헌 원장(사진)을 만나 궁금히 생각해온 것을 물어봤다.

-마고가든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단군이 누구인지 아는가.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만들자고 한 사람인 것을 알고 온다. 홍익인간 사상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주의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가 통할 수 있겠는가. 세계 갈등과 국가 간의 이익 대립을 줄이려면 어느 한 나라만 잘났다고 하는 우월주의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통합적인 사상이 있어야 한다. 개인은 건강하고 행복해지고, 사회는 평화로워지자는 홍익인간 사상이야말로 통합적인 사상이 아닐 수 없다”

-단군을 숭배하는 것은 결국 단월드가 종교기관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는 숭배하는 대상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각자의 인격 완성이지 특정한 대상을 숭배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군사상을 따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단학 수련을 통해 깨우치고 나니, 5000여 년 전에 이미 단군께서 깨우침의 모든 것을 정리해놓았다는 것을 알게 돼 그를 받들게 된 것이다.
단군을 받드는 것은 첫째는 우리 국조(國祖)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홍익인간 사상을 내놓은 분이기 때문이다. 대종교에서는 단군을 숭배의 대상으로 보지만 우리는 숭조(崇祖)의 대상으로 본다. 숭조는 경천(敬天) 애인(愛人)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미덕이 아닌가. 단군과 그분이 내놓은 홍익인간 사상은 숭배가 아니라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단월드는 행복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 오늘 강연에서도 ‘영혼’이라는 단어 앞에 계속해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던데, 영혼은 항상 위대한 것인가. 단월드는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고 하는 성선설(性善說)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성선설도 성악설도 따르지 않는다. 인디언에게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어느 날 늙은 인디언 추장이 손자에게 사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큰 싸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얘야. 사람 마음속에는 화와 질투, 탐욕, 거만, 죄의식으로 무장한 악한 늑대와 기쁨과 평안, 겸손, 희망을 가진 착한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어느 늑대가 이기겠니.’
손자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하자 추장은 간단히 정답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단다.’
내가 위대하다고 한 것은 본성이 아니라, 착한 본성을 키우려는 영혼이다. ‘착하고 희망을 가진 것은 약하다’고 보는 것은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없기 때문에 생겨난 생각이다. 착한 늑대가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착한 늑대에게 자꾸 먹이를 주는 것이 위대한 영혼이다.”

-단군사상의 전파를 주장하면 북한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 같다. 통일문제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가.
“북한도 단군을 받들기에 여러 번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북한을 방문했으면 내 이름을 날렸겠지. 하지만 아직은 통일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거절했다.
통일은 때가 돼야 이뤄진다. 물이 뜨거워졌다고 해서 당장 수증기가 되는가? 20℃에서 50℃, 80℃를 거쳐 99℃가 될 때까지는 똑같은 액체로 있다가 100℃라고 하는 임계(臨界)에 도달할 때 갑자기 기체가 된다. 지금 북한은 조금 따뜻해진 상태인데 당장 기화(氣化)가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우리가 통일하고 싶어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원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것이 우리의 통일이다. 통일을 하고 싶다면 이 나라들이 한국 중심의 통일을 바라게 하거나, 아니면 통일한국이 등장하는 것을 염려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노력부터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력과 경제력을 높이고 해외로 수출해, 이러한 나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금 북한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기운이 모이고 있다. 늦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고추를 익히고 있는데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따서 건조기로 쪄낸다면, 그 고추가 제대로 익은 고추이겠는가? 농부의 에고(ego)가 만든 사이비 고추이지…. 우리의 햇볕정책은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일치해서 북한을 밝게 비추게끔 해야 하는 것이지, 성급하게 몇몇 고추만 따서 쪄내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홍익인간 사상을 강조하는데 이 사상은 한국에서 잊힌 지 오래다.
“우리의 교육이념을 정리해놓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라고 돼 있으나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 홍익인간 이념을 염두에 두고 교육하는 교육자가 있는지 정말 궁금하기까지 하다. 우리 교육계에선 홍익인간 이념이 죽은 지 오래니 나라도 뛰어다니면서 살려내야지…. 입시교육의 병폐를 지적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홍익인간 이념에는 왜 주목하지 않는지 정말 모르겠다.”

기는 혈(血)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혈순환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기혈순환이 좋으면 몸에 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을 두는 곳에 기가 모이고 피가 모인다. 그리고 그곳에 힘(정력)이 생긴다고 하여 이를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원리라고 한다. 이 원리에 따라 단전에 집중해서 깊게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단전호흡이다.

   

 

心氣血精과 水昇火降의 원리

깊은 명상으로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레스터 레븐슨씨 묘. 그는 마고가든을 먼저 개발한 사람이었다.

단전호흡은 들숨보다는 날숨을 훨씬 더 천천히 한다. 이렇게 하면 단전이 따뜻해지고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맥박이 빨라진다. 단전호흡을 하면 ‘뱃심’이 생겨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다. 이 자신감을 성(性) 에너지로 배출하지 않고, 축기(蓄氣)를 거듭하면 심신의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단전호흡을 잘하려면 먼저 온몸을 이완시켜야 한다. 관절을 돌려서 부드럽게 해주고, 근육을 당겨서 풀어주는 체조를 한다. 이 스트레칭 체조를 선도에서는 온몸을 당기고 늘인다 하여 ‘도인(導引)체조’라고 한다. 단월드는 도인체조 외에 새로운 방법을 추가했다. 단전을 비롯한 혈(穴)과 경락이 흐르는 곳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수련이다.

단전호흡의 결과가 원활한 기혈순환인데 단월드는 단전치기나 온몸을 고루 두드리는 전신조타(調打)를 먼저 해 기혈순환이 좋아지게 한 후 도인체조를 한다. 역발상적 수련이 단전호흡에 한결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 단전호흡에 대해서는 우리만큼 아는 일본인은 물론이고 단전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서양인들이 단월드의 기 수련에 빠져드는 것은 역발상적 수련법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전의 위치는 방광쯤에 해당하는데, 방광은 수목화토금의 5행 중에서 수(水)에 해당한다. 5행 중 운동성이 가장 큰 것이 수와 화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성질이 있으니, 수는 위에 있을 때 가장 큰 에너지를 갖는다. 불은 위로 타오르는 성질이 있으니 아래에 있을 때 최고의 에너지를 갖는다. 단전호흡은 방광에 있는 수 기운을 상체(머리)로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심장)에 있는 화 기운을 아래(단전)로 내린다.

이른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상태로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몸 안의 에너지가 커져 막혔던 혈이 열린다. 혈은 몸 안에 있는 기운이 몸 밖에 있는 기운(천지기운)과 통하는 통로다. 혈이 열리기 시작하면 온몸이 이완되는 느낌과 함께 거듭해서 하품과 트림이 나오고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흐르는데, 이는 혈과 경락을 막고 있던 탁기(濁氣)가 빠져나가는 현상이라고 한다.

마고홀에 모여든 일본인들은 이미 이 정도의 수련은 해본 사람들이다. 그러나 언어장벽이 있어, 그들은 그들끼리 모이고 20여 명밖에 되지 않는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모였다. 명상수련 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과 명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로 진행됐다. 한국인 명상 트레이너가 강의하면 다른 지도자가 재빨리 일본어로 동시통역을 했다.

 

물리학자 레븐슨이 먼저 개발

그리고 찾아간 곳이 이곳을 먼저 개발한 미국인 레스터 레븐슨씨의 무덤이었다. 레븐슨씨는 뉴욕에 살던 물리학자였는데 42세 되던 1962년 심장발작을 두 번 일으켜 의사로부터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죽음에 직면한 그는 ‘Who am I(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깊은 명상을 거듭하다 마침내 죽음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주유하다 세도나에서 유독 강한 지기가 나오는 것을 알고 이곳에 ‘세도나 자기 실현단(Self Realization Group)’이란 조직을 만들어 따르던 사람들과 함께 명상 생활에 들어갔다. 이때 그와 함께 명상을 한 사람이 ‘의식혁명’의 저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였다. 레븐슨씨는 84세 때인 1994년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사망했다. 그러자 제자들이 이곳 소유권을 놓고 서로 대립했다.

단학선원은 1991년 필라델피아에 지원을 개설하면서 처음 미국에 진출했으나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2년 후 이 원장은 등을 돌린 일부 제자들로 인해 구속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단학선원을 내놓고 미국을 재개척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세도나에서 강한 지기를 느꼈고 레븐슨씨 이야기를 들은 후 1997년에 이곳을 구입했다고 한다.

레븐슨씨 묘 앞에서 이 원장은 ‘인생의 발견과 발명’에 대해 강의했다.

   

여흥시간에 일본인 수련객들이 한국인 지도자를 따라 단무도 수련법인 운기보형공을 하고 있다. 마고홀 안에는 우리 민족의 고유경전인 천무경과 아리랑 악보가 걸려 있다.

“나도 처음에는 관광하는 사람으로 이곳에 왔다가 강한 지기를 느꼈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임을 알고 명상센터를 짓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곳에서 발견을 하고 선택을 한 것이다. 이어 명상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내 인생의 발명이었다. 여러분도 이곳에서 각자 살아갈 길을 발견하고 그것을 선택한 다음, 그 길을 잘 갈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해내길 빈다.”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이 원장은 직접 명상을 지도했다. 그의 지도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진동 수련’이라고 하는 춤 수련이었다. 사실 춤 수련은 한국적인 명상과는 거리가 있다. 불교계에서는 오랫동안 화두를 들고 참선한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그 누구도 춤을 통해 정신을 맑게 하려는 역발상적인 노력을 펼치지 않았다.

 

춤을 통한 명상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인도 출신의 명상 지도자 라즈니시가 본격적으로 보급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몸을 흔들어본 사람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물놀이 막판에 모두 일어나 신나게 어깨춤을 추는 것을 ‘화엄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춤은 열반의 해방감을 가져다준다. 단월드는 일찌감치 춤 수련법을 도입했다.

행복감을 느끼면 사람은 웃음을 짓는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깔깔거리며 웃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단전호흡을 한 듯이 눈물이 나온다. 그렇다면 반대로 먼저 크게 웃어버림으로써 우울한 마음을 밝게 할 수도 있다. 인도에서는 웃음 수련을 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단월드는 이 수련법도 도입했다. 엄숙한 선도가 아니라 밝은 선도를 추구한 것이 단월드의 세계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혈을 빨리 열어주는 춤 수련

생각과 감정은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격렬한 춤을 통해 생각과 감정의 에너지를 소진하면 후련함과 함께 해방감을 느낀다. 춤을 유도하는 음악은 ‘세계 공용어’인지라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음악 소리를 높이면 주위를 의식하는 다른 감각이 약화되므로 춤에 몰두하게 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골치 아픈 개인사나 독도 영유권 같은 국가대사를 잊고 섞이기 시작했다.

전신이 땀범벅이 될 즈음 이 원장은 왈츠풍의 경쾌한 음악을 내보냈다. 맨 처음에 이 음악이 나왔다면 중년이 대부분인 수련객들은 매우 어색해하며 춤에 빠져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른 템포에 맞춰 몸을 푼 탓인지 가볍게 웃으며 자신만의 왈츠를 추었다. 그렇게 수련객을 가라앉힌 다음 자리에 앉게 하고, 자기 성찰을 위한 명상에 들어가게 했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거듭된 실패나 해소하지 못한 욕구불만은 상처가 되는데, 같은 상처를 거듭해서 입지 않으려다 보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두꺼운 갑옷’을 입게 된다.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은 멀리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하고만 교류하면서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남을 공손하게 대하는 점잖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을 외면하거나 선제공격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

 

그러나 두꺼운 갑옷을 입어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니 ‘나는 안 돼’라는 좌절감이 생기고, 좌절감이라고 하는 고정된 패턴으로 세상을 보니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고정관념이 자기 자신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원장은 조명을 어둡게 한 후 거듭해서 ‘나는 안 돼’라고 하는 관념에 사로잡힌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자 일본인 사이 이곳저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노소불문(老少不問), 엉엉 우는 사람도 있었고 꺽꺽거리며 우는 사람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수련을 오래했다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우는 사람이 나왔다.

다시 불을 밝게 켜며 수련을 끝냈을 때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로 인한 피로감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서먹함마저 걷힌 표정이었다. 그런데 몇몇 일본인은, 식사를 하고 돌아왔는데도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해 그 자리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단월드의 지도자들이 이들에게 연신 활공(活功)을 하며 달래주었다.

   

 

뇌호흡이란?

뇌간에 숨어 있는 생명 에너지를 활용한다

신피질과 구피질, 뇌간
단학선원 시절 단월드는 단전호흡 보급에 주력했다. 그런데 단월드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는 뇌호흡 전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월드는 뇌호흡을 하면 투시 능력이 생긴다고 홍보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가짜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단월드가 말하는 뇌호흡은 어떤 것인가.

단월드 계열의 한국뇌과학연구원측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신피질과 구피질, 뇌간의 3층 구조로 돼 있다고 한다. 신피질은 ‘영장류의 뇌’라고도 하는데, 이곳은 사고와 판단, 지각을 담당한다. 구피질은 ‘포유류의 뇌’라고도 하는데 주로 감정 반응을 담당한다. 뇌간은 ‘파충류의 뇌’라고 하며 생명활동에 관계된 일을 한다.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를 많이 하므로 신피질을 많이 사용한다. 덕분에 동물과는 다르게 제도를 만들어내고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면 아예 포기하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감정을 담당하는 구피질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두려움이다. 개나 호랑이 사자 같은 포유류도 위험을 느끼면 먹이를 포기하고 바로 도주한다. 구피질은 신피질보다 더 원초적이다. 따라서 이성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도 속으로 겁을 먹으면,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

파충류는 호흡과 소화 등 생명 활동과 자연치유력을 담당한 뇌간이 많이 발달했다. 따라서 이성적인 판단이나 두려움은 적고 원초적인 생명력만 강하게 작동한다.

뇌간은 사람에게도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구피질과 신피질에 의해 억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근심걱정이 많다 보면 구피질이 많이 활동해 6장6부를 관장하는 뇌간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그런 사례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 고정관념을 갖는 것도 뇌간의 활동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뇌간은 ‘단순무식’하긴 하지만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갑작스럽게 위기 상황을 당하면 사람은 반사적으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거나 평소에는 보일 수 없는 재빠른 동작을 보이곤 한다.

구피질이 갖고 있는 힘도 신피질보다 강하다. 다 죽어가던 사람도 평생 그리워하던 사람이 나타나면 홍조를 띠고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감정의 힘이다.

뇌호흡은 뇌간과 구피질이 갖고 있는 놀라운 힘을 두려움이나 걱정이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신피질은 5감(感)에 의해 판단하지만 뇌간과 구피질은 5감 외의 것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이를 6감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직관을 포함한 잠재된 능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뇌간의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피질과 구피질이 뇌간을 억압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신피질이 구피질을 억압하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상을 해야 하는데, 명상이 바로 뇌호흡이다.

명상을 위해서는 축기된 힘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들은 뇌간에서 발휘되는 생명력이 강하므로 뇌호흡 영역에서는 어른보다 아이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뇌과학연구원측의 설명이다.

 

활공은 안마나 지압·마사지와 비슷한데, 단월드에서는 ‘힐링(healing)’으로 표현한다. 활공은 혈과 경락을 눌러 자극하는 것이다. 선도에서는 혈이 열린 사람은 천지에 가득 차 있는 기운이 쉽게 들어오므로 큰 기운을 쓸 수 있으나, 막힌 사람은 제 기운만으로 살아야 하므로 기운이 약하다고 본다.

종교에서는 모시는 신을 부르지만, 선도에서는 천지기운을 부른다. 도인체조로 몸을 푼 후 조용한 곳에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지기운”을 반복해서 부르면, 천지기운이 들어와 단전호흡을 한 것만큼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천지기운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불러야만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선도에서는 잠을 잘 때가 천지기운이 들어와 가장 많이 쌓이는 시기로 본다. ‘잠이 보약’이라는 주장과 같은데, 이때 중요한 것이 경락의 유통을 좋게 하고 혈을 연 채로 자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금방 잠에 떨어져 “쌕쌕”거리고 숙면을 한다. 대체로 어린이들은 고정관념과 스트레스가 적어 어른보다 깊은 잠을 잔다.

   

 

혈을 열지 못하는 고통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한 볼텍스인 벨록. 이곳은 양기(陽氣)가 강하게 분출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소심한 사람은 열어놓은 혈이 적고 경락의 유통이 시원치 않아 얕은 잠을 자고 그에 따라 축기(蓄氣)도 잘하지 못한다. 자고 일어나도 피로감이 남아 있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심리적인 이유로 쉽게 혈을 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활공인데, 활공을 해주면 제 기운으로 혈을 열지 못해 울던 사람도 대부분 울음을 멈추게 된다.

단월드 관계자들은 “생명체는 혈을 열려고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데 심리적인 상처를 거듭해서 받다 보면 방어를 위해 자기도 모르게 혈을 닫게 된다. 이런 사람이 춤 수련을 받으면 몸 안의 생체 에너지가 활성화되면서 몸 밖에 있는 천지기운과 통하기 위해 혈을 열려고 한다. 그런데 오랜 습관 때문에 혈을 열지 못해 그 고통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울게 된다. 눈과 입도 중요한 혈인데, 우선 쉽게 열 수 있는 두 곳을 통해 탁기를 내보내려다 보니 격렬하게 울게 된다”고 말한다.

혈이 열리면 가슴이 후련해지는데, 이때 단전에 집중하면 호흡이 잘 이뤄진다. 세도나는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에 맑은 날이 많다. 마고가든은 일체의 개발이 금지된 국유림 가운데 있어 해가 지면 사방은 별천지가 된다. 초승달이 떠오른 마고가든의 밤하늘에서는 북두칠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별빛은 사람을 고요하게 만든다. 둘째 날 저녁에는 별빛을 바라보며 수련했다.

사흘째부터는 한층 심도 깊은 명상 수련을 하기 위해 마고가든 밖의 명승지로 찾아갔다. 서양 종(鍾)처럼 생겼다고 하여 ‘벨록(Bell Rock)’이라는 이름을 얻은 바위산은 세도나에 있는 5대 볼텍스 중의 하나다. 벨록의 지기는 밖으로 뿜어나오는 성질이 강하다고 한다. 깊은 명상을 하려면 기운이 강해야 한다. 강한 기운을 만들려면 땅에서 나오는 지기를 받는 것이 좋다. 수련객들은 강한 지기를 받을 수 있는 벨록으로 이동했다.

심기혈정, 수승화강과 더불어 단학 수련의 큰 원리 중의 하나가 ‘정충·기장·신명’의 원리다. ‘정충(精充)’은 정기를 충만히 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단전호흡을 통해 단전의 기운을 빵빵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단전호흡을 하는 방법은 선도단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는 단전호흡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님을 의미한다.

 

정충·기장·신명의 원리

단학선원 시절의 단월드는 ‘명문(命門)호흡’을 강조했다. 명문은 배꼽과 같은 높이로 등에 있는 혈인데, 이곳으로 천지기운을 빨아들여 단전에서 감아준 후 명문으로 천천히 빼내는 것이 명문호흡법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등뼈의 끝인 꼬리뼈를 안쪽으로 말아주면서 하는 정충호흡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꼬리뼈를 말아주면 단전에 기운이 몰리는 것이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전호흡을 통해 정충이 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져 잔병이 없고, 정력(精力)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탁기(濁氣)와 청기(淸氣)를 불문하고 기가 센 사람에게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단전호흡은 탁기가 아니라 청기를 일으키는 수련이다. 청기를 가진 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청기를 장하게 키우는 ‘기장(氣壯)’ 수련을 반복해야 한다. 단월드는 기장 수련법으로 단무도(丹武道, 또는 丹無道)를 내놓았다.

정충과 기장에 이른 사람은 생각과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거꾸로 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생각과 감정의 사슬에서 벗어나면 세상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바라보게 돼 ,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적어진다. 이를 정신이 맑아진 상태라고 하여 ‘신명(神明)’이라고 표현하는데 신명은 지혜가 깨인 것을 말한다. 정충과 기장으로 발현된 신명 능력을 진작하기 위해 단월드는 뇌호흡이라는 수련법을 내놓았다.

정충과 기장·신명은 순서대로 되는 게 아니라,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즉 축기를 뜻하는 정충이 이뤄지면 정충 정도에 맞는 기장과 신명이 일어난다. 기장을 위한 단무도를 익혀도 정충과 신명이 따라오고, 신명 능력을 키우는 뇌호흡을 배워도 정충과 기장이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은 역시 축기이므로, 축기를 위한 정충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확실히 벨록의 기운은 강했다. 단전에서 꼬물거리는 느낌이 강해지고 열손가락 끝인 십전혈(十前穴)에는 저릿저릿한 느낌이 생겼다. 세도나의 태양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런데도 더위를 느끼지 않고 운기(運氣)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은 고여 있으면 에너지가 작지만 흐르면 에너지가 커진다. 운기는 축기된 에너지를 돌려서 그 힘을 배가하는 기장의 한 방법이다.

 

넷째 날에 찾아간 곳은 성당처럼 생겼다 하여 대성당 바위(Cathedral Rock)란 이름을 얻은 곳이었다. 거대한 바위산인 대성당 바위 앞엔 사막지대에서는 보기 힘든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이라기보다는 개울에 가까웠다. 강가의 바위에서 명상을 했다. 이곳은 벨록과 달리 지기가 들어가는 형태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감정을 버리는 연습을 했다.

 

감정의 힘은 강력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상사병을 앓아봤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화병에 걸려본 사람은 감정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상사병이나 화병에 걸리면 입맛이 사라지고 가만히 있는 데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온몸이 피곤한 데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자율신경계가 흐트러진다.

감정은 5장6부의 작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담(肝膽)이 서늘하다’고 하는 것은 간과 쓸개가 공포심과 관계가 있음이고, ‘비위(脾胃)가 상했다’고 하는 것은 비장(지라)과 위장이 스트레스에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창자)가 탄다’ ‘애가 꼬인다’고 하는 것도 내장과 감정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이다.

 

6장6부를 옭아매는 감정의 힘

동양의학과 선도에서는 5장6부가 아니라 6장6부가 있다고 한다. 5장에 심장을 둘러싼 막을 가리키는 ‘심포(心包)’를 더한 것이 6장이다. 감정 때문에 기능이 저하된 6장6부를 활성화하려면 단전호흡을 통해 응축한 기운을 내장으로 보내거나, 자기 힘으로 장운동을 하거나, 내장이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활공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내장이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명상으로 풀어내야 한다. 감정은 심리적인 것이라 이를 풀어내는 데는 긴장 이완법인 명상이 효과적이다.

경북대 독문학 교수로 있다 전직했다는 명상 트레이너 김사용씨는 강가에 뿌리가 허옇게 드러난 고목 앞으로 수련단을 데려갔다. 고목의 뿌리는 아이 머리통만한 바윗돌들을 단단히 움켜 안고 있었다. 흙은 홍수에 모두 씻겨 나가버리고 잡을 수 있는 바위만 뿌리로 움켜쥐고 있는 것이었다. 김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감정 중에는 놓아 버리려고 해도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생사와 관련된 감정이 그것이다. 이럴 때는 붙잡고 있어야 한다. 위대한 사람 중에는 열등감에서 나온 콤플렉스를 승화시켜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나무도 바위들을 쥔 채 생명의 아름다움을 꽃피워왔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놓아버려도 그만인 감정의 응어리를 너무 많이 쥐고 산다. 그것을 하나하나 떠올려 흘러가는 물에 띄워 보내라.”

수련객들은 수면과 거의 비슷한 높이의 편평한 바위를 골라 누운 후 각자 쥐고 있는 감정의 응어리를 찾아내 하나하나 물에 풀어버리는 명상에 들어갔다. 귓가로는 끊임없이 물소리가 들리는지라, 떠올리는 족족 감정의 응어리는 물에 풀리며 흘러가버렸다. 긴 명상을 끝내고 일어난 수련객은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2만년 전 지표 속으로 들어간 물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연못 ‘몬테주마 웰(well)’이다. 몬테주마는 15∼16세기 아즈텍 문명을 이끈 여러 명의 인디오 지도자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와 함께, 미주 대륙을 누비던 인디언 추장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인다. 몬테주마 웰 주위 바위 틈새엔 진흙벽돌을 발라 지은 인디언 유적지가 남아 있다.

연못 한가운데는 2만년 전에 지표 아래로 들어갔다고 하는 물이 솟아오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약한 파문이 일고 있었다. 종종 사람들은 꼬집었을 때 아픔을 느끼는 ‘몸’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격렬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자신이라고 믿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몸은 끝없이 변하고 수명이 다하면 스러지는 존재에 불과하다. 감정은 더욱 찰나적이어서 내가 될 수가 없다. 순간의 분노 때문에 큰 일을 저지른 후 후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감정이 내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김 트레이너는 “몸과 감정은 나를 이루는 일부분일 뿐이지 내가 될 수가 없다. 몸과 감정은 내가 아니고 내가 부리는 나의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의 靈性 수련기관 오메가 연구소

다양한 영적 체험 해볼 수 있는 미국식 ‘마음산업’ 무대

오메가 연구소의 홈페이지
마고가든과 견줄 수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련기관은 뉴욕 주 라인벡 시에 있는 오메가 연구소(www.eomega.org)이다. 베이징원인(猿人) 유골 발굴에 참여한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이고 예수회 신부이기도 했던 프랑스인 데이야르 드 샤르뎅(1881~1955)은 모든 생각이 모이는 한 점을 묘사하기 위해 ‘오메가’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 연구소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영성(靈性)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이 연구소를 만들었기에 이름을 오메가로 지었다고 한다.

따라서 오메가 연구소는 마고가든과 달리 그들만이 갖고 있는 영성 프로그램을 전수하지 않는다. 오메가 연구소측은 영적인 세계를 탐구하는 여러 지도자를 초청해 강의와 수련을 맡기고, 이 강의와 수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연구소를 운영한다. 따라서 종교와 이념에 구애하지 않는다. 구미(歐美)계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달라이 라마와 이승헌 원장도 이곳에서 강의한 바 있다.

이 연구소는 1977년 개원했는데 방문자 수는 매년 2만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은 200여에 달하는 이곳 직원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으며 명상이나 기도 등을 한다.

다양한 영적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오메가 연구소가 번창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명상법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마고가든이 번창할 것인가. 미국의 마음산업은 두 기관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2만년에 견주면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인생은 그야말로 ‘순간’이다. 2만년을 기다리는 것도 있는데 순간의 고통과 열등감을 흘려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련단은 무상(無常)을 느껴보는 명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고가든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 트레이너는 집착과 집중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착은 버리지 못해 늘 갖고 다니는 대상이고, 집중은 선택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즐기는 힘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집중이지 집착이 아니다. 물론 집착에는 일정부분 집중이 포함된다. 그러나 집착은 대상을 갖고 다니는 것이라 나를 무겁게 한다. 하지만 집중은 힘인지라 나를 가볍게 한다. 집중할 수 있어야 명상할 수 있다. 집착을 버리자.”

 

다섯째 날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그랜드캐니언이었다. 해발 2000m의 고원지대가 20억년 동안 그곳을 흘러간 콜로라도 강과 지류에 깎이고 깎여 1500여m가 파였다는 곳. 한겨울 고원지대엔 삭풍이 몰아쳐도 콜로라도 강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에는 열대기후가 펼쳐진다는 곳이다. 20억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그랜드캐니언 곳곳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천화(化)를 바라보는 명상

2만년이라는 몬테주마 웰의 역사도 왜소하게 느껴지는 그랜드캐니언 앞에서는 모든 것을 띄워 보내는 명상을 펼쳤다. 단월드는 죽는 것을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천화(化)’라고 한다. 천화는 단절이 아니다. 생명체는 천화를 거듭하며 후손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트레이너는 그랜드캐니언 곳곳을 떠도는 인디언 영혼을 불러내 하늘로 천화시키는 명상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켜온 인디언 추장의 영혼을 불러내 그를 천화시키라고 했다. 명상에 집중하자 굳센 인상의 인디언 추장이 말을 타고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할 일을 다 했다. 이제부터는 당신이 맡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하늘로 올라갔다.

뜻밖의 경험이었다. 기자는 20여 년간 현장을 뛰어왔지만 새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걱정에 빠져들곤 했다. 대부분의 사건은 첫 번째 보도를 어떤 관점에서 하는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큰 부담이었다. 몇 사람의 운명이 관계된 일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추장은 두려워하지 말고 그 일을 잘 하라고 당부하고 올라가버렸다.

입맛이 매우 썼다. ‘그 일이 결국은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이었다. 싫든 좋든 한국의 40대는 최전선에서 삶과 부딪쳐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 트레이너는 “각각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세우라”라고 주문했다. 명상의 끝은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과업과의 대결이라는 암시를 준 것이다.

   

 흙은 씻겨나갔지만 바위돌을 움켜쥐고 살아왔던 고목 앞에서 명상에 대해 설명하는 김사용 트레이너. 우측 사진은 음(陰) 자기적 기운이 나온다는 대성단 바위.

불행히도 이 예상은 수련 마지막 날 사실로 입증되고 말았다. 마지막 날은 일출수련으로 시작되었다. 여명의 시각, 수련객들은 마고가든 운동장에 모여 ‘비밀의 산(Mt. Secret)’을 바라보며 도인체조를 했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온몸을 진동시키는 수련을 할 때 비밀의 산 너머로 태양이 떠올랐다. 살짝 뜬 눈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햇무리가 너무 강해서, 다시 눈을 감고 온몸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아침식사가 끝난 후 열린 천고식(天告式)에서는 그간의 수련을 통해 각자가 세운 비전을 적어 하늘에 올리는 의식을 치렀다. 김 트레이너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각자가 가야 할 길을 발견했으면, 과거처럼 상처 입을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의지 100%로 달려가라. 그래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습관을 뜻하는 ‘습(習)’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생(前生)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삶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바로 1초 전에 한 내 행동이 전생이다. 같은 패턴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은 업보라고 하는 똑같은 결과를 맞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게 하는 습이 무엇인지 찾아내 풀어버리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그러나 습은 평생을 통해 체화(體化)된 것이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없애려면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이 목표를 향해 의지 100%로 달려나가야 한다. 의지 100%로 달려나가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 정충과 기장을 해야 한다.”

가볍게 바이라도 쐴 생각으로 명상여행을 따라나섰는데, 의외로 힘들고 벅찬 수련이 되고 말았다. 천고식을 끝내고 각자의 비전을 발표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그 순간 ‘벌떼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일본인이 손을 들었다.

앞으로 나온 이들은 ‘첫아이를 유산해서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려운 분들을 도와야겠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때문에 남과 나를 원망하며 살아왔는데 이를 버리겠다’ 등등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와 비전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새로운 韓流

내성적으로 보이는 몇몇 일본인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며 신나게 노래를 했고, 몇몇은 단월드에 들어와 지도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단월드는 미국에 170개, 캐나다에 9개 지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 수련단이 짐을 싸기 시작한 이날부터 미주 지역 단월드 회원과 지도자가 들어와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부 백인이었다. 백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정은 한국·일본인보다 밝아 보였다. 그중 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이 ‘희망’이고 성은 ‘단’이라며, 한국의 선도 문화 예찬론을 길게 늘어놓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갈아 탄 한국행 비행기에서 전날 신문을 보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열린, 탤런트 이병헌씨 팬 미팅 행사가 만원사례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한류(韓流)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한정해야 하는가. 이승헌 원장은 산속에서 비전(秘傳)이나 혼자만의 득도 형태로 내려온 선도를 과학화하고 현대화해 대중에게 전파시켰고, 이제는 세계로 수출까지 했다. 여기에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단군의 이념을 접목시켜 내놓았으니 또다른 한류의 성공이 아닐 수 없다.

태권도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계로 진출했는데 이 원장은 정부의 도움 없이 선도의 세계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선도를 정리해 세계로 수출한 것은 블루오션의 창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화랑도를 끝으로 사라진 한국 선도 문화는 5000년을 이어온 저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부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적인 유엔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앞세우고 달려나가는 단월드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경영기법이 된 仙道 수련술

선도는 개인의 의식을 고양하는 수련술뿐만 아니라 집단의 의식을 개혁하는 수련술이 될 수 있다.

꼭짓점 댄스로 몸을 푸는 한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직원들.선도는 이제 기업 경영기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일차적으로 금전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부대끼는 공간인지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사분규.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 노와 사로 나뉘어 한바탕 적대감을 표출하고 나면, 분규가 해결된 다음에도 불신이 남아 조직은 원활히 돌아가지 못한다. 불신이 누적되면 미래가 어두워져 능력 있는 사람부터 제 살길을 찾아 떠난다. 회사의 분위기는 침체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모래알이 되기 십상인 직장문화를 하나로 묶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기업이 상하간, 동료간 불신을 없애기 위해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해답을 선도 수련을 해온 사람들이 제시하고 있다. 단월드 자매회사인 (주)유답이 그 주인공이다. 유답(U-DAP)은 ‘우주(천지) 가득찬 데이터베이스(정보)를 끌어오는 힘’이란 뜻의 영문 Universal Database Attraction Power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불신과 소외의 공간이 된 직장

지난 4월20일 경기도 양평시의 한 호텔에서는 한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사(社) 직원들이 새파랗게 젊은 유답 강사들로부터 1박2일간의 교육을 받고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같기도 하고 인성개발 같기도 한 프로그램이었다.

교육은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도인체조를 하는 것인데 간간이 등을 두드려주는 활공(活功)도 했다. 몸동작과 파트너와의 스킨십이 많아지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강사는 ‘회사인간’이 돼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회사인간은 고립돼 있다. 회사에서는 실적을 보여야 하는 주체로서, 집에서는 돈 벌어오는 기계로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잘하면 존경을 받을 줄 알았는데 그는 오히려 회사 동료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된다. 그 일을 잘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고 적만 늘어나 오히려 쓸쓸해진다.

짧은 연극을 통해 회사인간의 소외를 보여준 강사들은 상생(相生)을 느끼게 하는 놀이에 들어갔다. 두 사람씩 짝을 짓게 한 후, 한 사람이 눈을 감으면 다른 사람이 그를 끌고 장애물이 많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절대로 대화를 나눠서는 안 된다. 눈을 뜬 사람은 보디 랭귀지로만 앞에 어떤 장애가 있는지 알려주고, 눈을 감은 사람은 요령껏 이해해서 따라가야 한다. 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징검다리도 건너야 한다.

의식개혁을 위한 출발점

사람은 정보의 70% 이상을 눈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눈을 감으면 정보 유입이 차단돼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소리나 냄새를 느끼는 감각이 활성화되지만, 소리나 냄새에 의한 판단은 오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눈을 뜬 사람은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리더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획득한 정보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성을 다한 몸짓을 해야 그가 가진 정보를 눈 감고 따라오는 팔로(follower)에게 제대로 줄 수 있다. 팔로워는 정보가 적은데다 리더와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으니 더 힘든 처지다. 직관에 따라 리더의 의견을 이해하고 믿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 놀이가 끝났을 때 유답 강사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조직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불신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정과 직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진정과 직관이 살아 있으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사는 전 사원에게 이 교육을 받게 했다. 신뢰가 있어야 진정한 의식개혁이 일어나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유답 교육을 받은 기관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행정자치부 국방부 문화관광부 같은 중앙부처 공무원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 등 유수의 기업이 직원들로 하여금 이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이제 산속에서 내려온 선도(仙道)는 ‘마음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는 다양한 블루오션이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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