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보고 호숫가 거니니 “귀성길이 곧 여행길”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에서 바라본 바다. |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급이 있다. 단순히 매출로만 따질 수 없다.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곳들도 있지만 잘되는 곳의 특징은 수도권, 한마디로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매출과는 별개로, 때로 바닷가의 절경이 마음 바쁜 귀성객들의 눈길을 잡아끌기도 한다.
지글지글 끓는 지역 특산요리의 향에 취해 그만 주저앉는 가족들도 속출한다. 차별화, 고급화를 선언한 156개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과연 어디를 가봐야 할까?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팅크웨어의 지리정보 실사팀원들이 뽑은 휴게소 30곳에 해답이 있다.
경부 연인을 위한 그네 마련
국내 최고, 최장의 경부고속도로 휴게소는 4곳이 이름을 올렸다. 금강휴게소는 청정지역인 금강의 아름다움과 2003년 완성된 금강휴게소 건물의 아름다움으로 경치가 좋은 휴게소에 꼽혔다. 특히 금강 옆에 만든 긴 산책로를 거닐면 장시간 운전의 피로도 금방 잊을 수 있다.
나무로 된 테라스 산책로 한쪽에 연인들을 위해 그네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금강휴게소에서 밑으로 내려오면 금강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작은 놀이시설도 있다. 금강에서 나는 작은 물고기들로 만든 도리뱅뱅을 먹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경주휴게소의 주메뉴는 한우다.
봉계한우를 사용한 소내장탕에는 일곱 가지 부위에 황기, 감초, 생강 등 한약재와 버섯, 토란, 파가 들어간다. 도로공사 주최 맛자랑 경연대회 은상을 차지한 대표 메뉴. 안성휴게소도 맛집으로 꼽혔다. 하행선의 안성국밥은 일부러 먹기 위해 휴게소 뒤편 국도를 타고와서 들르는 단골 손님이 많다.
한방인삼곰탕, 복육개장, 복지리 등 특이한 메뉴가 많고 대체적으로 음식 맛이 깔끔한 대표적인 휴게소로 인기가 높다. 대구로 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인 칠곡휴게소는 무료샤워실이 인기다. 장시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샤워로 풀고 나서 깔끔한 국물맛이 일품인 평양온반 한 그릇씩을 비우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중부 “약초 캐고 가세요”
산청휴게소에 내려 평범한 건물에 실망해서는 안 된다. 돌 계단을 올라가면 경호강의 아름다운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팔각정이 나온다. 이 제대로 된 팔각정은 숙종 14년에 세워진 성주 이씨 효자비와 함께 자라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약초와 동아 같은 쉽게 볼 수 없는 채소를 심어 놓은 밭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도 인기가 많다.
중부의 맛은 인삼랜드휴게소가 책임진다. 금산의 명물 인삼으로 만든 설렁탕과 추어탕, 돈가스, 소머리국밥 등 다양한 메뉴가 인상적이다. 인삼랜드라는 이름답게 호두과자에도 인삼이 들어가 있다. 목화꽃 정원과 분수, 인공폭포는 물론이고 족욕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피로를 풀고 가기에 적합하다.
중부에는 유난히 특이한 이름의 휴게소가 많다. 고성공룡나라휴게소는 공룡화석과 유적이 전시돼 있어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공룡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지만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는 에너지 절약형 휴게소다. 상행선에 있는 음성휴게소는 중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나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팔각정과 인공폭포, 어린이놀이터, 동물농장 등 다양한 시설도 있다. 음성휴게소는 차량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휴게소들과 달리 넉넉한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
2.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의 별미 ‘도리뱅뱅’.3.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전경. |
중앙 청도 특제라면 인기
춘천휴게소는 밤에 들르면 좋다. 춘천에서 출발해 가장 첫 번째 휴게소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소공원에는 각종 동식물 모형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단, 상하행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회차할 수는 없고 춘천 방향 상행의 주차공간이 좁은 것이 아쉽다.
안동휴게소는 안동한우로 만든 소고기국밥과 함께 40년 전통의 원조 간재비의 솜씨로 만든 안동간고등어가 단연 일품이다. 안동지역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헛제사밥도 이곳만의 맛으로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상행선의 식물 자연학습장도 가족단위 귀성객들에게 인기다.
청도휴게소는 맛집 탐방에 오를 만한 주메뉴가 있다. 바로 특제 라면이다. 직접 제조한 소스가 면 위에 올려져 있는데 면발이 벌겋게 물들어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팅크웨어 실사팀원들은 “라면에도 명품이 있다면 바로 청도의 라면일 것”이라고 말한다. 충무김밥과 봄미나리, 반시의 유명세도 대단하다.
단양휴게소에 가면 온달장군·평강공주상과 웅비상이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야생화 테마공원과 곳곳에 놓여있는 장승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일품이다.
서해안 “광천젓갈 사가세요”
서해안의 명물 행담도휴게소는 지난해 매출 227억원을 올려 전국 2위를 기록한 실속 있는 휴게소다. 상하행선이 한곳에 있으면서 휴게소가 하나의 섬으로 돼 있다. 서해대교의 웅장함을 한눈에 담고 지중해풍의 이국적인 휴게소 건물의 다양한 시설들이 특징이다. 서해대교 홍보관과 오션파크리조트도 함께 있다.
정비코너는 하행선만 이용 가능하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맛집으로는 서산휴게소가 선정됐다. 서산 하면 떠오르는 어리굴젓의 힘이다. 간월도에서 채취한 굴을 일주일간 발효시키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어리굴젓 백반은 자극적인 맛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는 게 팅크웨어 실사팀장들의 전언이다.
충청지역 웬만한 식당보다 맛깔나게 내오는 물메기와 곰치를 쓴 박속물텀뱅이도 명물.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대천의 대천휴게소는 서해바다의 낙조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지역 특산물인 광천젓갈을 판매하는 보령특산물판매점이 인기다. 고창고인돌휴게소는 이름만큼 특이한 휴게소.
고인돌과 분수대로 꾸민 공원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족구장이 있어 온 가족이 딱딱해진 몸을 풀고 가기에 좋다. 영양식인 풍천 장어덮밥과 나주곰탕도 유명하다.
남해 낙조에 홀리다
낙조가 아름다운 섬진강이 한눈에 보이는 섬진강휴게소. 섬진강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육교가 설치돼 있어 휴게소는 일반적으로 10~20분 짧게 머무는 곳이라는 편견을 깨는 곳이다. 상하행선 모두 섬진강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강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발길을 떼면 갤러리에서 한지 속에 들어가 있는 섬진강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도 있다.
재첩국과 청매실 떡갈비스테이크 등 음식도 자랑할 만하다. 진영휴게소는 음식대회 2곳에서 수상할 정도로 맛이 일품인 휴게소. 특히 진영 단감왕갈비찜은 단감이 나는 9월부터 3월까지 6개월 동안 하루 50그릇씩 한정판매하기 때문에 혹시 이곳을 이용하려면 가급적 오전에 도착해야 한다.
또 올방개 덩이줄기를 갈아서 가라앉힌 앙금으로 쑨 올방개묵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이색메뉴. 남강휴게소의 야구연습장은 야구팬이 많은 부산 시민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진입로 주변의 텃밭에서는 상추, 치커리, 고추를 유기농 재배해 휴게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영동 횡성한우 즐긴다
용인휴게소의 삼합에는 홍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닭과 해물, 야채로 만들어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타코샐러드, 참치회비빔밥, 함흥냉면, 수타 자장면과 같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횡성한우를 즐길 수 있는 횡성휴게소는 역시 대표메뉴도 스테이크, 육회 비빔밥이다.
덕평자연휴게소는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친환경 건축의 대명사와 같은 곳. 숲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고급 갤러리와 같은 건물이 매력적이다. 유명 브랜드의 아웃렛과 스테프핫도그 등이 입점해 있어 쇼핑객들도 많다.
호남 고인돌 공원 신기하네
백양사휴게소의 산채비빔밥은 백암산에서 나는 고사리, 취나물, 도라지 등 산채만 10가지가 넘게 들어간다. 산채비빔밥 하나 없는 휴게소는 없지만 산채비빔밥 하나로도 호남고속도로의 맛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백양사휴게소의 정갈한 비빔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산휴게소의 작은 동물원에는 멧돼지, 토끼, 오골계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들르기에 좋다.
격주 단위로 열리는 자선음악회를 만나는 행운도 기대해 볼 만하다. 곡성휴게소는 고인돌 공원도 유명하지만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곡성 토하젓과 섬진강 민물 암게로 담근 참게장을 파는 특산품점 인기가 대단하다.
동해 푸른 바다 한눈에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동해고속도로의 휴게소들은 그 자체로도 관광지다. 동해휴게소는 망상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람이 센 전망대를 자랑한다. 특히 토속신앙에서 유래된 솟대가 설치돼 있어 색다른 구경거리도 제공한다.
옥계휴게소는 멀리는 망상해수욕장이, 눈앞에는 옥계 바다가 보인다. 세련된 휴게소 건물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옥계휴게소만의 자랑거리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진 찍는 사람들로 전망대가 북적거린다.
중부내륙 선산의 조용한 호수
구마고속도로에 있는 형풍휴게소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들이 늘어선 산책로가 일품이다. 귀를 기울이면 간혹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없다면 산속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낙동강의 경치 또한 아름답다.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에 있는 선산휴게소는 김천 분기점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 휴게소 건물에 실망하지 말고 뒤편으로 가보면 아늑한 호수를 끼고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장거리 노선의 한가운데기도 하지만 이 호수를 보기 위해 대부분의 고속버스가 선산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오래된 휴게소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은 88고속도로의 지리산 휴게소. 산으로 둘러싸인 휴게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식단도 지리산흑돼지주물럭, 산나물비빔밥 등으로 토속적이다. 영남과 호남 출신 화가들이 2000년부터 이곳에서 영호남화합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 지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을 목적지로 고속도로를 타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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