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님을 그리며
思美人兮, 擥涕而佇貽.사미인혜, 남체이저이.
아름다운 님을 그리다
눈물을 훔치고서
홀로 서서 멀리 바라보네.
媒絶路阻兮, 言不可結而斯.매절로조혜, 언불가결이사.
중매는 끊어지고 길은 막혀서
글로 적어서 줄 수가 없네.
蹇蹇之煩原, 陷滯而不發.건건지번원, 함체이불발.
이렇게 저렇게 하지 못하는 심정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네.
申旦以舒中情兮, 志沈鬱而莫達.신단이서중정혜, 지침울이막달.
몇 날을 내 마음 전하려 하여도
그 뜻은 가라앉고 맺혀 전할 수 없네.
願寄言於浮雲兮, 遇豊隆而不將.원기언어부운혜, 우풍륭이불장.
뜬구름에 내 말을 실어 전하고,
풍륭(豊隆)을 만나 부탁하지만
내 말 들어주질 않네.
因歸鳥而致辭兮, 羌迅高而難當.인귀조이치사혜, 강신고이난당.
돌아가는 새에게 내 말 전하고 싶은데
아! 빠르게 높이 날아올라
감당하기(만나기) 어려워라.
高辛之靈盛兮, 遭玄鳥致卵.고신지령성혜, 조현조치란.
옛 고신씨는 성스러워
제비를 만나 알을 받았지만
欲變節以從俗兮, 愧易初而屈志.욕변절이종속혜, 괴역초이굴지.
나는 절개를 버리고 세속을 따르고 싶지만
初志를 바꿔 비굴한 일은 부끄럽다네.
獨歷年而離愍兮, 羌馮心猶未化.독력년이리민혜, 강풍심유미화.
나 홀로 숱한 세월 시름에 겹지만
아 바람 빌어 가는 마음 어디일까.
寧隱閔而壽考兮, 何變易之可爲!영은민이수고혜, 하변역지가위!
참고 또 참아 이 목숨 버릴지라도
이 마음 변할 수 있을까!
知前轍之不遂兮, 未改此度.지전철지불수혜, 미개차도.
전철을 밟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이런 태도를 고치지 못하네.
車旣覆而馬顚兮, 蹇獨懷此異路.거기복이마전혜, 건독회차이로.
수레가 전복되고 말이 넘어져도
아! 다른 길(남이 안 가는 이 외로운 길)
절뚝거리며 걸어가네.
勒騏驥而更駕兮, 造父爲我操之.늑기기이갱가혜, 조부위아조지.
천리마에 재갈을 물리고 수레를 부려서
조부(造父)에게 날 인도하도록 하고는
遷逡次而勿驅兮, 聊假日以順時.천준차이물구혜, 요가일이순시.
뒤로 물러나 천천히 달리게 하네.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때를 기다리고자
指婆塚之西巍兮, 與焄黃以爲期.지파총지서외혜, 여훈황이위기.
파총산(婆塚山) 서쪽 기슭을 가리키며
황혼녁 연기를 기약으로 삼네.
開春發歲兮, 自日出之悠悠.개춘발세혜, 자일출지유유.
봄이 시작되고 새해가 열려서
붉은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니
吾將蕩志而愉樂兮, 遵江夏以娛憂.오장탕지이유락혜, 준강하이오우.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거움을 느끼고자
강하수(江夏水)가를 거닐며 시름을 달래네.
擥大薄之芳菜兮, 沙長洲之宿莽.남대박지방채혜, 사장주지숙망.
우거진 덤불 속에서 방초를 캐고
길다란 모래톱에서 숙망(宿莽)을 캐지만
惜吾不及古人兮, 吾誰與玩此芳草.석오불급고인혜, 오수여완차방초.
옛 성현과 시대를
같이 할 수(만날 수) 없으니 애달프고
누가 있어 이 방초를 가지고 함께 노닐까.
解編薄與雜采兮, 備以爲交佩.해편박여잡채혜, 비이위교패.
덤불과 여러 향기 나는 풀들을
풀어 쌓았다가 묶어서
佩光紛以腰轉兮, 遂萎絶而離異.패광분이요전혜, 수위절이리이.
허리에 차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 돌더니
끝내는 버려져서 볼품 없이 되었네.
吾且踐回以娛憂兮, 觀南人之變態.오차천회이오우혜, 관남인지변태.
나는 잠시 배회하며 시름을 달래다가
남쪽 사람들이 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고
竊快在中心兮, 揚厥憑而不使.절쾌재중심혜, 양궐빙이불사.
내 마음 굳음을 남몰래 기꺼워하며
울분을 토하고 나면 바랄 것이 없어라.
芳與澤其雜流兮, 羌芳華自中出.방여택기잡유혜, 강방화자중출.
향기와 악취가 섞여서 풍기더라도
아! 아름다운 꽃은 절로 피어나는 것.
紛郁郁其遠承兮, 滿內而外揚.분욱욱기원승혜, 만내이외양.
아름다운 향기 물씬 풍겨
먼 곳까지 이르는 건
안에 가득 차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
情與質信可保兮, 羌居蔽而聞章.정여질신가보혜, 강거폐이문장.
충정과 소박함을 진실로 보전한다면
아! 가려져 있지만 그 명성은 빛나리라.
令僻藜以爲理兮, 憚擧趾而緣木.영벽려이위리혜, 탄거지이연목.
벽려로 하여 이 마음을 설명케 하려 해도
발을 들어 나무에 타기 겁난다.
因芙蓉而爲媒兮, 憚蹇裳而濡足.인부용이위매혜, 탄건상이유족.
연꽃에게 다리를 놓아달라 하여도
옷을 걷고 들어갔다
발을 더러운 물에 적실까봐 겁이 나구나.
登高吾不說兮, 入不吾不能.등고오불열혜, 입불오불능.
높이 오르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고
속세의 흐름을 따름도 나는 할 수 없으니
固朕形之不服兮, 然容與而狐疑.고짐형지불복혜, 연용여이호의.
진실로 나는 본시 성품이 너무 곧아서
주저주저 갈피를 못 잡아라.
廣遂前聖兮, 未改此度也.광수전성혜, 미개차도야.
이전의 성스러운 업적 길이 따르고파
아직도 이러한 태도 바꾸지 않았으니.
命則處幽吾將罷兮, 願及白日之未暮.명칙처유오장파혜, 원급백일지미모.
이것이 운명이거니 홀로 떨어져 지내며
곧 이 내 목숨 다하겠지만
저 해가 저물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獨傾逕而南行兮, 思彭咸之故也.독경경이남행혜, 사팽함지고야.
홀로 기울어 작은 길 따라 남녁으로 가네.
팽함(彭咸)의 옛 일 생각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