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楚辭_06

醉月 2013. 3. 3. 01:30

后皇嘉樹, 橘徠服兮.후황가수, 귤래복혜.
천지간에 아름다운 나무가 있으니 귤이 우리 땅에 내려왔구나.

 

受命不遷, 生南國兮.
수명불천, 생남국혜.
타고난 성품은 바뀌지 않으니 강남에서 자란다네.

 

深固難徙, 更壹志兮.
심고난사, 갱일지혜.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가 어려우니 한결같은 뜻을 지녔음이라.

 

綠葉素榮, 紛其可喜兮.
녹엽소영, 분기가희혜.
푸른 잎에 흰 꽃은
어지러이 즐겁다.

 

曾枝艶棘, 圓果益兮.
증지염극, 원과익혜.
겹겹의 가지와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서 둥근 과일이 익는다.

 

靑黃雜類, 文章爛兮.
청황잡유, 문장란혜.
푸르고 누런 과일이 조밀하게 열리어 색깔이 빛난다.

 

精色內白, 類可任兮.
정색내백, 유가임혜.
매끄러운 겉 빛깔에 속이 희어서 중한 일을 맡길 수 있을 것 같구나.

 

紛縕宜脩, 美而不醜兮.
분온의수, 미이불추혜.
무성한 잎은 잘 가꾸어져서 아름다워 밉지가 않구나.

 

嗟爾幼志, 有以異兮.
차이유지, 유이이혜.
아! 너의 어릴 때의 뜻은 남다른 바가 있었지.

 

獨立不遷, 豈不可喜兮.
독립불천, 기불가희혜.
홀로 우뚝 서서 변치 않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건가!

 

深固難徙, 廓其無求兮.
심고난사, 곽기무구혜.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려우며, 훤하여 바랄 게 없구나.

 

蘇世獨立, 橫而不流兮.
소세독립, 횡이불류혜.
속세에 홀로 깨어 우뚝 서서 가로질러 속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閉心自愼, 不終失過兮.
폐심자신, 부종실과혜.
마음을 굳게 닫아 스스로 삼가 끝내 실수는 없구나.

 

秉德無私, 參天地兮.
병덕무사, 참천지혜.
덕을 지니어 사사로움 없고 천지 조화에 참여하네.

 

願歲幷謝, 與長友兮.
원세병사, 여장우혜.
세월이 가도 우정을 오래 갖고 싶어라.

 

淑離不淫, 梗其有理兮.
숙리불음, 경기유리혜.
선하고 아름다워 지나치지 않고 조리가 분명하네.

 

年歲雖少, 可師長兮.
연세수소, 가사장혜.
비록 나이는 어려도 스승으로 본받을 만하다네.

 

行比伯夷, 置以爲像兮.
행비백이, 치이위상혜.
행실은 백이와 같아서 표상이 될 만하구나.

 

[解 說]

하늘과 땅이 아름다운 나무를 나게 했다.
그것은 곧 귤로서 여기에 와서 이 지방 土性에 알맞도록 익혔다.
이 귤은 천명을 받아 남쪽 나라에 가서, 다른 지방으로는 옮겨 심지 못한다.
만일 이것을 북쪽 지방으로 옮겨 심는다면 변해서 탱자가 된다.
이것은 굴원이 스스로의 지조와 절개가 귤과 같아서,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귤은 뿌리가 깊고 견고하여 딴 땅으로 옮겨심기가 어렵다.
이것은 비단 천명을 받아서 그럴 뿐만 아니라,
그 뜻이 專一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잎은 푸르고 꽃은 희어 예쁘고 번성해서 사람을 기쁘게 하기에 넉넉하다.
겹겹으로 뻗은 가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둥근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열매는 처음에는 푸르다가 익으면 노랗게 되어 앞뒤가 서로 같지 않으나 반짝이는 빛은 몹시 빛나서 보기가 좋다.
그 열매의 속은 精明하고 결백하며, 마치 道를 행하는 자가 外物의 累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외형과 내부가 함께 아름답고 잘 修飾되어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좋아서 하나도 추악한 것이 없다.
귤의 아름다움을 두루 말해서 스스로 자기의 몸에 비유하고 있다.
아아! 귤의 이루어진 아름다움의 이유는 딴 것이 아니라.
처음 날 때부터 그 뜻이 굳어서 이미 스스로 다른 것과 달라,
능히 대중 속에 홀로 서서 딴 곳으로 이식할 수 없는 하늘의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을 이식하면 열매가 열리지 않으니 진실로 기뻐할 만한 품성이 아닌가
귤의 뿌리는 깊고도 견고해서 이 땅에 심으면 여기에서 열매가 맺고,
만일 이것을 옮겨 심으면 죽는 일이 많다.
이것은 그 마음이 넓어서 이익과 은택을 딴 곳에서 구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세속과 서로 맞지 않아 홀로 서고,
그 가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만 바람을 좇아서 쏠리는 일에는 이르지 않았다.
귤의 알맹이는 견고하고 가죽 소에 갇혀 있어 스스로 조심하여
조그만 틈도 없고 또한 과실을 범하지 않는다.
그 독립한 志行을 지켜서 사사로운 마음에 흔들리지 않으니,
이는 正氣를 얻어서 천지 사이에 參立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원컨대 겨울이 추어서 나무들이 모두 시들 때라도
오직 귤만은 시들지 않기 때문에 길이 그와 벗하고 싶다고 했다.
진실로 귤은 아름답고 고우면서도 음란하지 않으니,
이미 굳세면서도 文理가 있다는 것이다.
귤은 비록 松柏과 같은 長壽는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나의 스승으로 삼을 수가 있다.
그 행동의 고결함은 저 伯夷와도 비슷하다.
그러니 나는 이를 세워 법으로 삼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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