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Ⅱ 행공은 평상시 몸으로 때우기

醉月 2008. 4. 14. 23:38

 

행공은 수련자가 평상시 몸으로 때우는데 그 의미가 있다.
행공을 단순히 건강을 위한 체조나 스트레칭 정도로 취급하는 현대의 요가나 선도
수련단체로 인하여 행공의 중요성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실제로 도(道)적으로 구성
된 행공의 실체를 음미하면서 수련하면, 선도 수련의 풍류와 멋이 행공에 함축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도화제 행공은 북선법에서 세운법까지 8개 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법당 11개 동
작으로 이루어져 총 88개 동작이며 여기에 기화신공 1개 동작을 더하면 89개 동작이
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언젠가 선생님께서 행공 동작을 어렵고 많이 만들지 않는
이유는 수련자들이 현재의 행공도 소화하는데 벅차게 여길 것이므로 최소한의 기본
적인 것으로 구성하였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처럼 道적으로 배려되어 만들어진 행공을 수련자는 그저 본 수련과 연계하여 수련
하게 되면 수련진전과 부수적인 건강을 얻게 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에 대해서는 행공에 소홀했던 필자를 포함한 모든 수련자의 각성이 요구된다.
또한 선생님께서 "양신 수련시 하단전에서 중단전으로, 중단전에서 상단전으로, 그
리고 출신 하는 과정에서 양신을 떠받치는 힘은 행공 수련으로부터 나온다" 고 말씀
하신적이 있다. 이점만 보아도 선도수련에 있어서 행공의 역할과 그 의미는 매우 큼
을 알수 있다.


행공을 넓은 의미의 행공 즉 생활 속의 행공과 도장에서 수련과정으로 행하는 북선
법, 일월법 등 좁은 의미의 행공으로 구분하여 본다.


넓은 의미의 행공은 사람이 활동하고, 움직이는 하나 하나가 행공이고, 생활 속에서
자신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육체가 행하는 동작 모두가 행공인 것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기지개로부터 시작하여, 세수하고, 밥 먹고, 움직이고, 활동하며
저녁에 자리에 누워 잠든 상태에서 뒤척이는 잠버릇까지의 모든 동작들이 행공이다.
단지 우리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의식하지 않았을 뿐이다.
인간의 생명, 존재를 위한 기본적인 동작이나 움직임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
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게 된다.


또한 그러한 동작이 몸에 익게되면 하는지 안 하는지 잊어버리게 되며, 어떤 때 잠깐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러 인식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지나게 된다.


여기서 습관으로 몸에 익어 잊혀지는 육체의 동작을 상기시키는 행동이 바로 행공의
의미가 담긴 적극적인 수련이라고 표현하고싶다.


선도 수련이라 함은 바로 이런 것, 우리가 잊고 지내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들, 지극
히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존재나 삶의 표현을 의식하기 시작함으로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선도 수련은 인류가 이루어 놓은 그 어떠한 종교, 사상, 문화보다 앞선 자
연스러운, 본능적이고 절대적인 인간 본연의 수련법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의 행동 하나 하나가 행공이고 수련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선
도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인간은 선도수련을 하려고 태어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난 목적, 즉 정명완수(定命完遂)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선도수련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와 같이 행공의 의미로 풀어나가는 필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비약
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행공을 제대로 인식함이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지
름길이고 삶의 길임을 일깨워 주고, 선도수련에서 행공이 중요한 수련 법인 것을 강
조하기 위함이다.


행공은 습관을 상기시키는 수련이다. 호흡을 상기시키고(조식), 육체의 본능적, 생리
적인  동작을 상기시키고(행공), 나아가 우주의 고요함을 상기시키는 것(조화)이 바
로 선도수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 살아가는데 몸놀림이 적절하다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여기에 몸놀림
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이 행공 수련이며, 행공으로 육체의 명(命)을
닦으면서 방편으로 성(性)을 닦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좌식 수련을 하게 되는 것이
다.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의 삽질과 나이트 클럽에서 춤추는 젊은이의 모습을 비교해 보
자.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삽질과 놀기 위하여 신나게 춤추는 동작들이 우리 생
각으로는노동(고생)과 휴식(즐거움)으로 전혀 상반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동작들체는 그저 단순한 몸의 움직일 뿐이다.


똑같은 몸의 동작이지만 농부는 힘이 들고 짜증이 나며 고생이라고 하겠지만, 신나
게 자신을 잊고 춤추는 젊은이는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에 의해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자세가 전혀 상반됨을 보면서 그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농부는 미래의 추수 때에는 즐거움을 가질 것이요, 젊은이는 현재의 즐거움이지 미
래의 즐거움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삽질과 춤은 명(命)이고, 당사자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고생과 즐거움이 성
(性)이다. 이러한 인생, 삶에 성명이 들어있다면, 행공 속에 명과 성이 있으며 행공이 성명쌍수
수련이며 행공으로 부터 선도수련이 시작됨을 알 수 있다.


광의의 행공을 평상시 인식하면 생활 속의 행공이 될 것이며, 협의의 행공은 부족한
생활 속의 행공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수련이므로 정확하게 하고,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참아가며 수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수련하게 되면 행공이 몸에 익혀져 쉬워질 뿐 아니라, 인생이 곧 행공이라는
인과율에 따라 어려운 고가 닥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수심이 닦여질 것이다.
행공이 단순히 건강차원의 수련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수련자라면, 단전호흡 수
련 이 性 공부 이전의 명 공부라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命 공부의 기본이자 수련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때우는 행공을 통하여 알
아 보기 바라며, 더욱 확실하게 알려면 또 다른 행공겸 풍류인 현무, 일월문 무예까
지 적극 섭렵해보길 권한다.


후기 : 행공을 너무 현학적으로 표현하고, 중언부언하여 행공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되면 틀에 박힌 형식논리에 갇
      히게 되어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하는 수가 있고, 또한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
      니 이점 독자의 냉철한 판단과 분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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