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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신종플루 음모론

醉月 2009. 8. 30. 10:49

‘믿거나 말거나’ 신종플루 음모론
제약사 자작극? 미군의 생물무기? ‘세계정부’의 인구 조절책?

 

석유선│ 의학전문 프리랜서 sukiza@naver.com │

 

음모론의 바다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세상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모든 사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음모론이 얽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세계의 음모론 마니아들을 흥분시키는 이슈는 단연 신종플루. 전세계적 전염병 창궐의 위협 앞에서, 날줄과 씨줄이 그럴듯하게 엮인 갖가지 이론(異論)은 불신과 소외감을 날개 삼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인도네시아 현직 보건장관이 힘을 싣고 미국의 전직 국방장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음모론의 바다에 잠시 빠져보자.

 

멕시코에서 출현했다는 신종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온 세계가 계속 떠들썩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확인된 바이러스다 보니 그 이름도 돼지독감에서 SI(Swine Influenza), MI(Mexico Influenza)까지 변신을 거듭하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신종 인플루엔자 A(이하 신종플루)’로 명명됐다.

특기할 점은 신종플루의 발생원인과 발원지에 대해 그 이름만큼이나 다채로운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생물학적 공격이라는 등 괴담 수준에 불과한 황당무계한 것들도 있지만, 곰곰 읽다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느껴지는 주장도 제법 있다. 전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제약사 자작극이나 미군의 생물학무기 실험 같은 몇몇 음모론을 정설로 믿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이들 음모론은 크게 두 가지를 따져 묻는다. 우선 신종플루가 과연 자연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다음은 신종플루의 발원지가 과연 멕시코인지, 아니면 미국인지다.

신종플루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은 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를 돼지, 조류, 사람 인플루엔자 각각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형태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의 경우처럼 한두 가지 유전자에서 변이가 일어난 게 아니라 세 가지 유전자가 결합하는 자연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이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신종플루 발생지가 멕시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주장도 신종플루의 인위적 발생론을 뒷받침한다. 호세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신종플루 환자 발병 당시 기자회견에서 감염환자가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멕시코가 신종플루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멕시코에서 첫 감염환자가 보고된 것보다 앞선 4월28일 캘리포니아 남부와 텍사스에서 감염자가 처음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WHO의 그레고리 하틀 대변인도 “지금까지 첫 발병지가 멕시코라고 알려졌지만 북미와 영국 등 유럽에서의 감염사례 중 그 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발표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

신종플루 발원지로 알려진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 주 라글로리아 마을에서도 주민들 사이에 ‘근본적인 원흉은 미국’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마을 근처에는 미국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양돈업체 스미스필드의 공장이 있는데, 이 회사는 분뇨를 공장 근처 강에 불법으로 무단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2000년 미 대법원에서 1260만달러의 벌금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인근 돼지 공장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파리떼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 낯선 변종 바이러스가 그 발원지마저 불분명하다는 이유 때문에 혹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모론이 그러하듯 신종플루를 둘러싼 음모론도 ‘누가 이익을 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발생했다면 신종플루 창궐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선진국 제약사들이다. 이들이 약을 팔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음모론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인도네시아 고위 관료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티 파딜라 수파리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은 4월28일 기자회견에서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신종플루가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의 제약사인 박스터(Baxter)와 WHO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박스터가 신종플루 대유행을 마치 예상하기라도 한 듯 신종플루가 창궐하자마자 바로 WHO로부터 백신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따냈다는 점도 의구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당시 박스터는 빠르면 7월부터 신종플루 예방 백신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박스터는 5월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로부터 신종플루 바이러스 샘플을 제공받은 후에야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박스터는 백신 개발을 확신하고 이미 여러 국가와 대유행(Pandemic) 관련 계약을 체결했으며, 때맞춰 WHO의 대유행 선포로 백신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국가들에 대해 수량을 차등화해 판매할 계획이다. 박스터는 이와 함께 WHO에도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종플루 창궐-WHO의 대유행 선언-박스터의 백신 개발이 시나리오처럼 딱 들어맞는다는 추론이 나올 법한 정황이다.

의구심의 근거는 또 있다. 박스터는 앞서 또 다른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유포할 뻔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 있다. 자연치유요법으로 유명한 미국 일리노이주의 조지프 머콜라 박사에 따르면 2008년 12월 박스터는 통상적으로 개발했던 인간 인플루엔자(H3N2) 예방 백신에 완벽하게 살아있는 조류 인플루엔자(H5N1) 병원체를 섞어 오스트리아 지사로 하여금 무려 18개국에 발송케 했다.

문제는 이를 가장 먼저 받아본 체코 정부기관이 이 백신을 실험실의 흰족제비들에게 주사하자 이들이 한꺼번에 몰살했다는 사실. 이 내용이 공개되면서 박스터의 안전관리 능력은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흰족제비는 보통의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사망하지 않지만, 조류 인플루엔자가 섞이면서 죽어버린 것이다.

   

신종플루가 거대 제약회사와 미국의 결탁으로 만들어진 부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도네시아의 보건장관 시티 파딜라 수파리.

박스터는 이에 대해 “실험실 내에서 감염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아마도 두 개의 인플루엔자가 실수로 혼합돼 벌어진 일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우연히 혼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굴지의 제약사인 박스터의 연구소는 생물안전3등급인 밀폐연구설비를 자랑하는 최첨단시설이다. 이런 시설에서 일하는 숙련된 과학자들이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믿기는 쉽지 않다. 결국 백신을 팔기 위해 일부러 병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만에 하나 이 혼합 바이러스가 외부에 유출됐다면 사건은 더욱 무시무시해진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지만 인간 인플루엔자는 전염되기 때문에, 만일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혼합된 형태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지면 2차 감염이 발생할 확률도 매우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제3세계의 분노

앞서 등장했던 인도네시아 수파리 장관이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제약사 음모론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월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샘플 공유와 백신 개발 뒤에 WHO와 강대국의 음모가 숨어있다며 ‘세계가 바뀌어야 할 때: AI 뒤의 신의 손’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펴낸 적이 있다. 그는 이 책의 출판기념 토론회에서 “내 경험을 토대로 책을 썼고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수파리 장관의 책은 선진국 제약사와 WHO의 결탁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백신 확보 전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부를 축적하려는 제약사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WHO는 서방국가의 제약회사들에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샘플을 제공하고 있고, 백신을 독점 개발한 회사들과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파리 장관은 “선진국들은 백신 판매로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있다. 이들만이 백신을 개발할 수 있고 또 이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HO가 인체에 치명적인 조류 인플루엔자의 H5N1형 바이러스 샘플(균주)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서 공짜로 가져다가, 이를 미국 등 선진국의 제약사에 공급해 백신을 개발한 뒤 조류 인플루엔자 발병 국가에 비싸게 되팔고 있다”는 비난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조류 인플루엔자 사망자 중 절반가량인 104명의 환자가 희생된 나라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조류 인플루엔자 사망자 샘플을 공유하도록 WHO가 지정한 국가에서 제외돼 있다. 인도네시아가 “선진국이 빈곤국으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받아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비싸게 되파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2006년부터 WHO에 샘플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백신 연구과정에서도 인도네시아는 결국 배제된 상태다.

 

반면 수파리 장관은 이러한 상황이 선진국 제약회사와 WHO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6년 호주 정부를 고소한 적이 있다. 호주가 인도네시아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샘플을 훔쳐다가 백신을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이때의 일 때문에 백신의 독점권을 원하는 선진국 제약회사와 WHO가 인도네시아를 ‘왕따’시키고 있다는 게 수파리 장관의 주장이다.

 

럼스펠드가 음모론에 오른 이유

음모론 자체를 믿느냐 여부와는 상관없이, 신종 바이러스 질환의 창궐 과정에서 벌어진 선진국 제약회사의 ‘백신 장사’와 WHO 대응정책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WHO는 각국에 백신 준비와 항바이러스치료제를 구입하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가는 그럴 기술도 돈도 없다는 것. 이 과정에서 치료제와 백신에 대해 특허를 갖고 있는 선진국 대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의 신종플루 사태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제약사로는 타미플루와 리렌자의 독점 판매회사인 로슈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조류 인플루엔자로도 이미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린 바 있다. 2005년 미국의 ‘포천’지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타미플루 생산자인 스위스 로슈사가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지목해 보도한 바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음모론은 새로운 물줄기를 만난다. 연결고리는 타미플루의 최초 개발자인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길리드사이언시스(Gilead Sciences)다. 스위스 로슈가 타미플루 판매권을 유지하기 위해 2005년부터 3년 동안 이 회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11조원이 넘는다. 흥미로운 것은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길리드사이언시스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사람이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라는 사실이다. 현재도 이 회사의 대주주 가운데 한 명으로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그는, 국방장관 재임시절에도 지분을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미 국방부가 전세계 미군에게 타미플루를 일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당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어 조류 인플루엔자가 창궐해 타미플루 사재기가 일어나면서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폭증했다. 로슈와 길리드사이언시스는 물론 럼스펠드 전 장관 본인도 돈벼락을 맞았다. 근래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로슈와 길리드사이언시스의 이익이 2008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이번에는 때마침 신종플루가 나타났다. 길리드사이언시스와 로슈의 주가가 다시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은 불문가지. 인플루엔자를 둘러싼 제약사 음모론은 이런 얼개를 통해 구체화된 것이다.

 

미 국방부 얘기가 나온 김에 신종플루에 관한 또 다른 음모론을 들여다보자. 미군이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종플루가 만들어졌고 유출됐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바이러스 전염병 가운데 대다수는 자연발생적이었지만, 일부는 전쟁 상황의 전략전술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유포됐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은 세균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생물학전이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가 무기화되었다.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오른쪽)와 타미플루. 리렌자 생산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신종플루 발생이 확인된 지난 4월 “향후 3개월 생산량을 500만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물무기’의 원죄

신종플루가 생물학 무기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음모론에도 앞서 등장했던 수파리 장관이 다시 나온다. 인도네시아가 미 국방부 연구실에 보낸 바이러스 샘플이 백신 개발 외에 생물학 무기 개발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의 책에서 그는 “미국과 WHO가 손을 잡고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 샘플을 백신 개발에 쓸 것인지, 생물학 무기 개발에 사용할 것인지는 순전히 미국 정부의 뜻에 달려 있다. 인류의 운명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주장에 WHO 측은 황당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WHO는 세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할 뿐 연구를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 WHO 측은 수파리 장관의 주장에 대해 “WHO의 시스템은 지극히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세계 연구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결코 특정 국가와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대응한 바 있다.

WHO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인터넷을 달구는 음모론이 가시지 않는 것은 미군이 그동안 생물학전 대비와 관련해 바이러스를 활용했다는 의혹과 사례가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1975년 민주당 상원의원 프랭크 처치가 주관했던 조사위원회가 입수한 중앙정보국(CIA) 비망록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비망록에 따르면 미군 생물학 무기실험시설인 데트릭 기지에서는 치명적인 화학 병원균과 독소들이 비축돼 있었다는 것.

 

2001년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

이러한 의혹을 다루는 저술도 심심찮게 발간된다. 2003년 미국에서 출간된 ‘바이오테러: 전쟁을 조작하는 미국의 방법’이라는 책은, 이러한 병원균들을 이용해 1960년대 초 콩고의 초대 총리인 루뭄바와 쿠바의 혁명지도자였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있었음을 앞서 설명한 처치 위원회가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와 유사한 병원균을 미국이 퍼뜨린 적이 있다는 주장도 음모론을 구성하는 한 축이다. 미국 서부지역의 유력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977년 “반(反)카스트로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는 CIA 요원들이 아프리카 돼지 인플루엔자를 쿠바에 퍼뜨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초 쿠바에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엔자가 유행했고, 50만마리의 돼지가 도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웨인 맥슨은, 대략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신종플루는 생물학 무기’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당사자다. 그는 익명의 유엔 고위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와 HIV/AIDS 희생자를 검사한 유엔의 고위 과학자가 신종플루(H1N1)는 생물학전에 이용할 목적으로 유전학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특정한 전염 벡터(vectors)를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한다.

특히 맥슨은 “이 유엔 전문가는 에볼라와 HIV/AIDS, 지금 문제가 되는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모두 생물학 무기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음모론이 그러하듯,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근거는 공개된 바 없다. 다만 4월 미국의 ‘프레드릭뉴스포스트’지가 “미군 사법당국이 생물학무기 실험시설인 데트릭 기지에서 병원균 샘플이 사라졌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한 사실이 그의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을 뿐이다.

 

‘세계정부’의 무능함?

앞서의 두 음모론이 다국적기업의 제약 특허권 독점과 미국 군산복합체라는 사회적 맥락을 깔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모론은 황당함 그 자체다. 4월말 미국의 인터넷매체 ‘프리즌플래닛’이 소개한 이른바 ‘인구조절론’이 그것이다. 역시 신종플루는 연구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기사는 미세생물학과 유전학을 전공한 마이크 애덤스라는 인물이 작성했다. 그는 기고를 통해 “인구 증가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면서 ‘세계정부’가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인플루엔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플루가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SF영화 소재로 어울릴 법한 그의 주장을 조금 더 들어보자. 그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심각한 기후변화에 봉착하자 각국 정부가 모여 싱크탱크를 조직했고, 여기서 가장 은밀하고 손쉽게 인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이러스 유포를 택했다고 주장한다. 서두에 등장한 미국의 제약회사 박스터는 이들 세계정부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것. 박스터는 이들을 위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만들어 검역체계가 허술한 멕시코에 퍼뜨렸는데, 이는 이 인플루엔자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베타테스트’였다는 게 음모론의 요지다. 물론 그 최종목표는 세계의 인구를 줄이는 것이다.

 

만약 세계정부가 있다면, 그래서 세계 인구를 줄이기 위해 신종플루를 만들었다면, 이 세계정부의 능력은 한심스럽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신종플루는 현재 전염속도는 빠르지만 생각보다 치사율은 낮으며, 위험도도 일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기 때문. 7월9일 기준으로 WHO와 보건당국이 집계한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는 341명이며, 전세계적으로는 9만4512명이 감염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망자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19개국에서 4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정도로는 ‘인구조절’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음모론의 숨은 의미

물론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구 남반구에서 기승을 부리는 신종플루가 다시 기온이 내려가는 10월 이후 북반구에 재유행하면 변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덴마크, 일본, 브라질 등지에서는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가 산발적으로나마 발견된 바 있다. 내성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1918년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바로 이 불안감이 신종플루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난무하는 음모론의 ‘진짜 원인’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사시대로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는 순간에는 그 위협의 정체에 대해 어떻게든 나름의 설명을 붙이고 이를 신봉하는 대응패턴을 보여왔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과학으로 발전했고, 다른 한 가지는 종교로 발전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음모론은 이 새로운 위협에 대한 나름의 대응패턴이다. 여기에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나 국제기구, 다국적 거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결합하면 그럴싸한 그림이 완성된다. 그 가운데 십중팔구는 주류 질서에서 배제된 이들의 소외감과 분노가 녹아 있다.

럼스펠드 전 장관이 길리드사이언시스의 대주주가 아니었다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창궐하는 전염병 앞에서 특허권의 일부를 공탁하는 적극적인 대응책에 동참했다면, 그래서 세계가 맞닥뜨린 위협을 조기에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을 인류 전체가 공유할 수 있었다면, 과연 이러한 음모론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음모론을 그냥 웃어넘길 헛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백신 전쟁, 재생산되는 불안
신종플루 공포가 더욱 확산되면서 나라마다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백신의 안전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037호] 2009년 09월 02일 (수) 노진섭 no@sisapress.com

   
ⓒ시사저널 이종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일부러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엄마도 있다.” 개학날인 지난 8월25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모인 학부모들은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이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신종플루에 감염될까 두렵다고 답했다.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은 30%에 그쳤다. 8월24일 현재 감염자는 3천1백13명으로 지난 7월22일 1천명을 넘긴 뒤 한 달 만에 세 배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하루 만에 100명 이상 감염자가 나오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심폐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언제든지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서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에서는 내성 바이러스까지 생겼다는 소식도 들린다. 내성이 생기면 타미플루ㆍ릴렌자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도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와중에 충격적인 보고서가 8월27일 공개되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게 되면 최대 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신종플루 가을철 대비 방안이라는 관계부처 합동회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신종플루 유행 규모를 입원 환자 10만~15만명, 사망자 1만~2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항바이러스제와 백신 등으로 방역 대책을 펼쳤을 때의 예상치이다. 방역 대책이 없는 경우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감염되고 입원 환자가 20만명, 사망자는 2만~4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이 최근 “한국에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 1천만명이 발병해 1만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유행하면 최악에는 1천만명까지 발병”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본 등 다수 나라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 (한국도) 조속히 국가재난대책본부를 출범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거점 병원(4백55개)과 거점 약국(5백67개)을 지정하고 항바이러스제 24만명분을 배포하는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치료제 확보율을 11%(5백31만 명분)에서 20% 선으로 올리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사실 치료제는 유사시에 복제약으로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백신이다. 전세계 감염자가 63개국에서 27만명, 사망자가 2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WHO는 전세계 신종플루 백신 생산 규모를 연간 49억명분으로 발표했다가 최근 당초 예상의 25~50%로 생산 전망을 낮췄다. 선진국의 백신 확보율은 9~40%에 머무르고 있다. 이환종 서울대의대 감염관리과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생산할 백신 대부분은 이미 선진국이 예약해놓은 상태이다. 벌써 백신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백신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까지 미국인 가운데 2백만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고, 5백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가 최대 9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섬뜩한 보고서까지 나왔다.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상 초유의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20억 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서 1억5천9백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개월 내에 자국민의 절반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것이다. 하워드 마켈 미시간 대학 의학사 교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백신 접종 계획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위해 필요한 백신은 신종플루 대유행이 예상되는 오는 10월 중순까지 기대치의 3분의 1에 못 미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추가로 30억 달러를 증액해서라도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 2천8백여 개 지역 의료 기관은 백신 접종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신종플루 감염자가 1주일 동안 11만명이 늘어나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비축 목표는 5천3백만명분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7월 시작한 백신 제조에 속도를 붙여 10월부터 접종할 방침이지만 연내에는 생산량이 1천3백만~1천7백만 명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비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종플루 백신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후생노동상은 최근 “내년 3월까지 5천3백만명분의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 부족분 1천5백만~2천만명분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캐나다도 3억7천100만 달러를 투입해 백신 2천5백20만명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국민 3천3백60만명 중에서 예방 접종을 희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도국들은 생산 시설이나 경제력 부족 등으로 백신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 정부 산하 제약업체인 GPO는 생산 시설이 확보되지 않아 오는 12월께 1천만명분의 백신 공급 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백신의 제한된 공급량 중 큰 몫이 부자 나라에 돌아가는 반면, 한쪽에서는 값을 치를 수 없어 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녹십자 백신 생산량 6백만명분으로 줄어

백신 부족 문제는 ‘남 얘기’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는 백신 생산 제약사가 있다. 녹십자가 2006년부터 국비 1백80억원 등 총 8백억원을 투입해서 전남 화순에 백신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7월 준공한 이 공장으로 한국은 세계 12번째 백신 생산국이 되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녹십자는 연간 1천만명분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그동안 느긋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생산 물량은 약 6백만명분으로 확 줄었다.

그 이유는 계란이다.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란이 필요하다. 신종플루 바이러스 증식의 최적 환경이 부화되지 않고 태아 상태에 있는 병아리의 폐(肺)이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계란이 청정란이다. 청정란을 생산할 암탉은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수 양계장에서 길러진다. 일반 양계장에서는 전염병이 도는 것을 막기 위해 사료에 항생제를 섞거나, 닭에게 예방 주사를 맞힌다. 하지만, 신종플루 백신 재료로 사용할 계란은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항생제가 계란에 남아 있으면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유정란(수정란)은 항생제 등을 접하지 않은 ‘깨끗한 알’이라는 뜻에서 청정란이라고 불린다.

유정란 1개당 1.5명분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일반 독감 백신의 50%에 불과하다. 또,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 특성에 따라 계란에서 잘 자라는 것이 있고 안 자라는 것이 있는데, 이번 신종플루는 계란 배양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내년 초까지 6백만명분 백신 생산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많은 유정란을 확보하려면 양계장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암탉은 6개월마다 살처분해야 하고 양계장 설비에 수십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백신이 안 팔리면 양계 농가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인이 양계장을 무작정 늘리지 못한다. 정부도 지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투자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지만 신종플루가 슬그머니 사라지면 백신은 말 그대로 물로 전락한다. 1976년 미국 사례가 있다. 당시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지자 미국 정부는 1억5천회분 백신을 개발했다. 그러나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산되지 않아 백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정부, 백신 생산 때 면역증강제 사용 검토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1천3백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분 외에 나머지 7백만명분은 해외에서 구입해 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8월24일부터 벨기에와 프랑스 제약사를 돌면서 백신 확보에 나섰다. 외국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추가로 구입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면역증강제 사용을 검토 중이다. 백신 원료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같은 수의 유정란으로도 백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별 문제 없이 생산한다면 백신 1천만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방법이므로 안전성 문제가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백신은 전혀 새로운 신약이다. 그 약을 사용하려면 임상시험 등을 새로 해야 한다”라며 안전성 담보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정란이 부화 과정에서 각종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오염된 유정란으로 만든 백신은 쇼크사를 일으킬 수 있다. 부화장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유정란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이상할 정도이다. 정부가 백신 생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묵인하는 것인지 의심된다”라며 유정란과 백신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정부는 지난 6월 신속한 심사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백신 대량 생산 허가에는 최소 6.5개월 걸린다고 했다. 올해 백신 접종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최근 정부는 11월 중순 백신 접종 실시를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녹십자가 생산한 백신 원료에 대한 임상시험이 9월7일부터 고대구로병원 등에서 8주간 시행된다. 백신 생산과 접종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백신 안전성에 허점이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치료제 확보에는 이상 없나

 
▲ 미국 밴다빌트대학의료센터에서 새 신종플루 백신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AP연합
현재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타미플루는 1백99만명분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타미플루 확보 물량을 3백31만명분으로 늘릴 예정이다. 흡입제 형태의 치료제인 리렌자까지 포함하면 5백31만명분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약의 판매권은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가지고 있다. 독점 판매권은 2016년까지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치료제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는 ‘특허권 강제 실시’라는 긴급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이는 1995년 발표된 WTO 협정에 따른 것으로 국가적 비상사태 및 공공의 목적의 경우 정부가 특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국내 제약사가 타미플루 복제약(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타이완 국가위생연구원은 18일간의 작업으로 타미플루와 99% 일치하는 시제품을 생산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은 8월25일 치료 거점 병원 간담회에서 “타미플루 특허 조치는 국제적인 신뢰가 걸린 문제이다. 현 단계에서 신종플루 치료제 특허 정지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약을 구입하거나 개발할 능력이 있는 한국에서 강제 실시는 국제적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점과 통상 마찰에 미칠 영향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하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특허권을 무효화하는 조치는 법적으로 사변에 준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한해서만 적용되는데, 현재는 타미플루를 추가 구입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고 약이 부족해서 치료를 못 받는 상황도 아니다. 다만, 최악의 사태가 오면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문의가 이어지자 울스 플루어키어 한국로슈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타미플루는 연간 4억명분 생산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믿는 구석은 또 있다. 최근 페라미비르라는 새로운 신종플루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신종플루 내성 인플루엔자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는 아직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이 약물을 이미 비축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사 녹십자는 내년에 이 약을 미국과 공동으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의 역습 ‘2차 파동’ 오는가
변종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세계 인구의 66%가 감염돼야 저절로 사멸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의 공포는 과장된 것인지,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지, 국내산 백신은 안전한지 진단했다.
그날의 두려움과 짜증을 어찌 잊을까. 지난 7월 말. 이른 아침부터 10대 딸이 고열과 목 통증을 호소했다. 기침은 없었지만 어느 모로 보나 신종 인플루엔자(플루)로 의심되었다. 두려움에 휩싸여 급히 보건소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보건소는 복닥복닥했다. 딸을 의자에 앉히고 진료실 창구 직원에게 “신종플루 같아서 왔다”라고 알렸다. 30대 여직원은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 사이 여학생들이 깔깔거리며 진료실을 드나들었다.

10여 분쯤 기다리다가 슬쩍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여학생들이 웃으며 키와 시력을 재고 있었다. 응급 환자가 우선이지 않나 싶어서 창구 직원에게 “신종플루 의심” 운운하면서 재차 진찰을 재촉했다. 그러자 또다시 돌아온 대답은 사무적인 한마디뿐이었다. “기다리세요!” 잠시 뒤, 진료실 문을 열고 직원이 소리쳤다. “신종플루 때문에 오신 분!” 순간 복도에 우왕좌왕 서거나 앉았던 사람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신종플루 때문에 오신 분’을 찾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앉아 있던 딸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순간, 와락 짜증이 났다. 비록 의심 환자지만 신상을 보호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런 식으로 환자를 관리한다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겠다 싶어, 한바탕 항의를 하고는 끙끙대는 딸을 데리고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그 시간 내내 ‘신종플루에 걸렸으면 어쩌나’ 싶어 어찌나 불안하던지…. 다행히 딸은 종합병원에서 “편도선이 부었다”라는 진단을 받았고, 처방약을 사흘간 복용한 뒤 완치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 당시 일을 떠올리면 얼굴에 두려운 기운이 어른거린다.

지나친 공포, 이유 있는 공포 최근 우리 사회에 번지는 신종플루 공포에 견주면, 딸이 겪었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강 아무개씨(서울 관악구 봉천동). 그녀는 최근 신종플루 관련 뉴스를 본 뒤 마스크 한 상자를 사들였다. 김 아무개씨(서울 노원구 중계동)는 항균 비누와 손 세정제를 상자째 들여놓았다. “없어서 불안에 떠는 것보다 충분히 확보해두고 안심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무리를 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회사원 박 아무개씨(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인플루엔자 치료제(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리렌자)를 미리 사놓으려다가 실패했다. 약사로부터 “처방전이 없으면 내주지 않는다”라는 핀잔만 들은 것이다. 60대 최 아무개씨(경기 의왕시)는 백신이 모자란다는 뉴스를 보고, 신종플루 감염에 대비해 폐렴 예방주사를 맞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녹십자 제공
유정란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위쪽 왼쪽·위 오른쪽)은 겉으로 보기보다 ‘복잡 미묘’하다.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나 유치원은 더 혼란스럽다. 여섯 살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 아무개씨(서울 양천구 목동). 그녀는 8월28일 아침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본 어린이집의 7세 어린이 한 명이 신종플루 1차 선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문자를 받자마자 겁에 질린 채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은 물론이다. 황 아무개씨(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요즘 중학교 갔다 온 아들에게 “너희 반에는 기침하는 애 없니? 고열에 시달리는 애 없니?”라고 묻는 게 일이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아이 학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까봐 챙기고 또 챙긴다”라고 황씨는 말했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건 지나친 공포감”

8월27일 사망자가 또 발생하면서 신종플루 공포는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 보기에 이 같은 공포 분위기는 좀 과하다. “확진 환자 3705명 중에 단 3명만이 사망했다. 다른 질환이나 다른 나라 피해와 견주어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사망자는 모두 고위험군에 속했던 분들이다”라며 공포 확산을 경계했다. 오돈명 교수(서울대병원·감염내과)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지나친 공포감이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까지 두려움에 질려 백신이나 타미플루를 찾다보면, 결국 그 피해는 고위험군 환자나 취약 계층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의 신종플루 피해만 놓고 보면 우리 사회의 신종플루 공포는 지나친 감이 있다. 8월28일 현재, 국내 신종플루 환자 치사율은 0.1%가 안 된다. 누적 환자 3700여 명 중 단 3명만이 사망했을 뿐이다. 이는 하루에 사망자를 약 1.6명 유발하는 교통사고나, 하루 평균 4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유방암, 그리고 지난 1~7월에 11명을 사지로 내몬 A형 간염에 비하면 지극히 안전한 수준이다. 이영순 교수(서울대·수의학과)에 따르면, 수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스의 치사율(9.6%)과 257명의 사망자를 양산한 조류독감의 치사율(57%)과 비교해도 신종플루의 위력은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집계는 안 되지만, 겨울철 계절독감으로도 매년 수백~수천명이 사망한다).

   

신종플루의 감염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한 채 근무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피해 물론 앞으로도 신종플루가 계속 유순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김우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감염내과)는 “안 일어났으면 싶지만,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돼지나 새의 몸에서 변종한 뒤 사람 몸으로 오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차 파동에 이어 2차 파동이 곧 올 것이다. 세계 인구의 66%까지 감염되어야 저절로 사멸한다는 전망도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에서도) 사나흘 만에 환자 수가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미국에서만 사망자가 최대 9만여 명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이 국민 불안 키워


방역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8월27일 최영희 의원(민주당·보건복지가족위)이 공개한 보건복지가족부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 10만∼15만명이 입원하고, 1만∼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이 시나리오에 대해 전병률 전염병센터장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의 자료를 참고해 만든,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공포를 키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의 대응 정책이 불확실해 국민 불안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유행할지 예측 보고서를 내고, 그 같은 상황에 대비해 백신 확보와 항바이러스제 비축을 서둘렀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서 국민의 두려움이 배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과거는 과거일 뿐, 신종플루와의 ‘진검승부’는 9월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방역 당국은 6~8월에 겨울을 난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르헨티나 같은 남반구 국가들의 대응 전략과 피해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8월22일 현재, 확진 환자 3만3228명이 발생해 그중 132명이 사망했다(치사율 0.4%).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확진 환자가 각각 1만2000여 명·10만여 명 발생하고, 그중 각각 127명과 439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각각  1%, 4.5%. 만약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의 신종플루 사망률(10만명당 1.08명) 수준으로 피해를 입으면 사망자가 400여 명쯤 발생한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망률(0.61명) 수준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250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항바이러스제를 둘러싼 갈등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단순 비교 분석과 대응이 피해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비축분이 인구 대비 62%나 되어 피해를 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타미플루 비축량은 인구 대비 5% 정도(275만명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양을 연말까지 531만명분(약 12%)으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서 다량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항바이러스제 강제 실시권 발동을 주장한다.

8월21일 건강연대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정부에 강제 실시권을 발동하라고 촉구했다. 강제 실시권을 발동하면 특허법 106조에 따라 특허 만료 기간이 끝나지 않은 의약품이라도 특허권자와 상의 없이 국내 제약사가 ‘복제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강제 실시권 발동에 부정적이다. “왜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미국·캐나다 등은 수시로 발동한다. 2001년 9·11 사태 무렵 탄저병이 돌았을 때도 미국은 특정 항생제의 강제 실시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제조사가 서둘러 해당 항생제를 값싸게 공급한 적이 있다”라고 송미옥 건약 회장은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항바이러스제의 강제 실시권에 반대한다. 미리 대유행에 대비해 필요량을 확보하지 못한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고, 또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정상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약품을 우리 형편만 고려해 생산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리 이익만 챙기려 국제 특허권을 무시하다보면,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우리나라 지적재산권도 언젠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항바이러스제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이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8월24일 남용을 경고했다. 사용량이 늘면 늘수록 항바이러스제 내성 바이러스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언젠가 내성 바이러스가 생겨 플루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7월 말 현재, 일본·미국 등지에서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12건이나 보고되었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항바이러스제 내성 균주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용자가 늘면 사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겨울 국내에서 유행한 계절독감 바이러스는 타미플루에 강한 내성을 보인 바 있다.

   

신종플루 확산을 막으려면 ‘보이는 대책’(위)보다 ‘보이지 않는’ 항바이러스제 비축 등을 우선해야 한다.

 

국내산 백신 안전할까? 전 세계에서 ‘신종플루 백신’(백신) 개발 경쟁이 뜨겁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백신 제조사들은 이미 임상 시험에 들어갔고, 세계적인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이미 8월 중순부터 임상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국내 백신 생산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을까. 과연, 정부의 목표대로 11월 접종은 가능할까?

녹십자에 따르면, 백신 생산은 순항 중이다. 지난 6월8일, 영국 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시드 바이러스(씨앗 균주)를 받아 달걀에 이식한 뒤, 균주가 순조롭게 배양되어 최근 전임상(동물실험) 단계에 돌입했다. 따라서 빠르면 9월7일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들어가고, 3상 시험이 두 달 안에 완전히 끝나면 11월 접종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녹십자의 백신 생산 목표량은 12월 말까지 약 1000만 도스. 1도스씩 1인당 두 번 접종한다고 해도 500만명이 혜택을 본다. 문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다. 통상 백신 제조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걸린다. 그런데 녹십자는 불과 5개월 만에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과속’이 가능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생물학적 제제 등의 허가 및 심사 과정을 간편화한 덕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부의 요청과 도움으로 생산 기일을 앞당기려 애쓰고 있다”라고 녹십자 관계자는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나 의학자들은 “지나치게 서두르면 약효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염려한다. 이에 대해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제제과장은 “시간을 앞당겨도 별 문제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녹십자는 이미 계절독감 백신의 생산 허가를 받았고, 지난 7월 실제 2009~2010년 계절독감 백신을 생산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받았다. 계절독감 백신은 A형 H1N1 바이러스와 다른 바이러스 두 종을 뒤섞은 것이었다. “계절독감 균주 가운데 하나인 H1N1과 신종플루 균주는 같은 타입이다. 게다가 두 백신 모두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한다. 그 덕에 서류 심사나 허가가 빨라 생산 일정을 앞당기게 되었다”라고 강 과장은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백신 생산국들도 ‘선허가, 후임상시험’ 형식을 활용해 신종플루 백신 생산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데도 아직 국내산 첫 백신 공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바이러스가 유정란에서 잘 배양이 안 되거나, 동물실험과 인체 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항원 효과가 떨어져 접종 횟수가 늘어나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학자들의 주장대로 백신을 두 번 접종해도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으면 애써 만든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녹십자는 항원 효율을 높이려 면역 증강제 사용도 고려한다. “H5N1 백신 생산 과정에서 면역 증강제를 사용했더니, 효과가 4배나 높아졌다”라고 녹십자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면역 증강제 사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십자가 백신 생산에 사용하는 유정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전문가도 있다.

한 전문의는 “급하게 수백만 도스의 백신을 생산하다보면 신선한 유정란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유정란의 노른자를 희석해 쓰거나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석연 과장은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백신용 유정란을 낳는 닭은 알을 낳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폐기하는데, 요즘은 물량이 달려 그 닭들을 5개월째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백신의 유효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 같은 연구 결과를 본적이 없다”라고 강 과장은 말했다.   

백신을 안전하게 생산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접종 우선순위에 따라 의사·간호사·검역 요원·경찰 등이 1차 접종을 받고, 다음으로 임신부·중환자·어린이 순으로 접종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많은 사람은 내년 봄까지 접종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은 치사율이 낮아 계절독감 백신을 맞고(신종플루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하루 밥 세 끼 잘 먹으며 아름다운 가을과 겨울을 느긋하게 통과하자.

 

지킬 거 지키면 무서울 게 없다

신종플루 환자와 사망자가 늘자 보건 당국이 우왕좌왕한다. 신종플루 공포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이다.

[103호] 2009년 08월 31일 (월) 11:00:29 정화 인턴 기자

“그냥 감기인 것 같은데 같이 사는 할머니가 걱정돼 왔습니다. 얼마 전에 필리핀에 다녀왔거든요.” 김 아무개씨(30대 남성).

“타미플루는 치료 효과가 있을 뿐 예방 효과는 없다면서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복용해야죠.” 신 아무개씨(20대 여성).

세 번째 신종플루 사망환자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거점병원을 찾았다. 사망자가 늘어 병원 분위기가 혼잡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환자도 의료진도 차분했다. 8월20일 질병관리본부가 치료 중심으로 신종플루 관리 지침을 바꾸고, 21일 갑자기 치료 거점병원을 발표한 직후의 분위기와도 완연히 달랐다. 병원 관계자는 “8월27일에는 23명을 진료했고, 28일 오전에는 14명을 진료했다. 오후에 환자들이 더 오겠지만 다른 날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겨우 이틀 전 다른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 진료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라고 안내데스크에 묻자 “감염내과로 가라”는 대답과 “응급실로 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기자에게 병원 관계자는 “아직 준비가 덜 돼 신종플루 환자 전용 창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이전부터 거점병원을 지정해놓았지만 갑자기 공개해 해당 의료기관이 당황한 듯하다. 드러난 초기 문제를 파악해 거점병원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신종플루 진료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의사의 문진을 거치고 나면 신종플루 의심 환자도 일반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 들어가 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받는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임시 신종플루 전용 진료소에서 한 환자가 검진을 받고 있다.

 

한 거점병원 관계자는 “폐렴 등 합병증 우려가 있는 환자들은 MRI나 CT 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장비를 갖춘 별도 진료소를 만들려면 적어도 몇 달은 걸린다”라고 말했다. 의료진과 기존 환자들의 2차 감염을 염려해 컨테이너 박스나 지하 주차장을 임시 진료소로 쓰는 거점병원도 있다.

‘제대로 된 격리 병상’ 마련한 병원 드물어

신종플루 전염을 차단하는 음압 시설이 갖춰진 1인실 격리 병상이 마련된 병원도 극히 일부이다. 초기에 치료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했던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갑자기 격리 병상을 만들라는데, 에이즈 같은 다른 전염병 환자들을 밀어내고 어떻게 병상을 뚝딱 만들어내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적십자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가 1인실을 쓰면 하루에 몇 십만원인데, 공공 목적이라지만 큰 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병실을 내놓겠느냐. 수익 보전을 해주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반 병원도 신종플루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우선 ‘개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이용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개인 병원은 대부분 관련 장비가 없어 확진 검사가 불가능하다. 확진 검사가 가능하더라도 검사비만 10만원이 넘는 데다 결과가 5~6일 뒤 나온다. 신종플루 감염 뒤 7일간이 전염성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검사 결과는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병원에서는 의심 환자가 찾아오면 검사장비가 갖춰진 근처 보건소나 거점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의 지침 변경 이후 보건소는 고위험군 환자 외에는 일반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다.

   

회사 차원에서도 신종플루 대책이 필요하다.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사원들이 손 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이 혼선을 빚는 통에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신 아무개씨(20대 여성)는 “몇몇 병원에 전화해봤지만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대부분의 거점병원 홈페이지에는 신종플루 환자를 위한 별도의 안내 페이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은 99.9% 자연 치유돼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포증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오명돈 교수(서울대 의대·감염내과)는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 “건강한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99.9%는 저절로 회복된다. 감염자 1000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지만, 이들 가운데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0.3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발열 환자가 의료기관에 몰려들면 진료 체계를 정상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정부가 치료제를 100% 확보하더라도 피해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개인 병원 관계자는 “검사가 꼭 필요치 않은데도 비급여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고, 검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처방을 받겠다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방전이 있어도 확진 진단이 없으면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나 ‘리렌자’를 살 수 없다. 거점약국에는 확진 환자를 위한 치료제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종플루 치사율은 아직 0.1%도 안 된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많은 미국의 치사율도 0.7~1% 정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8월25일에 밝힌 확진 환자 치료 현황에 따르면 3312명의 확진 환자 중 62%인 2048명이 완치되었다. 나머지 환자는 치료 중이고 그중 극히 일부가 사망했다.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다”라고 말한다. 발열(37.8℃) 증상이 있고, 콧물·코막힘·인후통·기침 증상이 더해지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부, 5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비교적 면역력이 높은 성인은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플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예방 수칙은 도외시하는 경우가 있다. 확진 검사를 받은 신 아무개씨(30대 남성)는 “회사에서 마스크 쓰고 일하면 사람들이 유난떤다고 하지 않겠어요? (신종플루가) 아닐 수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회사에 신종플루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지침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검사 결과가 이틀 뒤에 나오니까, 혹시 신종플루면 그때부터는 회사에 못 나가겠죠”라고 말했다.

인터넷 토론방 ‘다음 아고라’에서 누리꾼 EGO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왜 감염자라고 보십니까?’라는 제목 아래 “신종플루를 무서워하지만 말고 예방 수칙을 실천하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보건 당국과 병원이 구해줄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 길을 찾자는 말이다. 첫 단추는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이다.

 

타미플루 부족?

 

그건 당신 생각이고! 한국은 연말 기준으로 인구 대비 11%가량의 타미플루를 확보했다. 이는 세계 대다수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항바이러스제 부족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환자실 부족이다.

[103호] 2009년 08월 31일 (월) 11:01:33 황윤엽 박사 (텍사스 주립대학 의과대학·병리학)

신종플루 발병 초기에는 환자가 몇 명 발생하느냐가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가 몇 명인지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심지어 많은 국가가 확진 환자 통계를 추산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유럽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만 환자 통계를 잡는다. 유럽연합 질병관리본부(ECDC) 8월26일자 일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신종플루 사망자는 모두 2600명이 넘는다.

사망자는 대부분 최초 발생지인 멕시코(179명)를 포함해서 인접국인 미국(522명) 캐나다(71명), 그리고 유럽의 영국(59명)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7~8월이 겨울인 남반구의 경우 아르헨티나(439명) 브라질(557명)에서 많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유럽에서는 왜 유독 영국만, 남미에서는 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만 환자가 다수 발생했는지 의아해한다. 과학자들 역시 이 문제가 신종플루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무슨 단서가 되지 않을까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어쩌면 위 표의 사망률과 인구 수를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사망률)가 0.6명이 넘는 국가는 남미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대부분 지구 남반부에서 현재 겨울을 나고 있는 나라들이다. 아르헨티나처럼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거의가 10만명에 0.6명 안팎이다. 물론 아직도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계속 나오지만, 현재 브라질·아르헨티나의 경우 새로운 감염자 수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8월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첫째 주에는 1578명이 신종플루 확진 환자로 판명되었는데, 둘째 주에는 826명으로 감소했다. 셋째 주에는 더 줄어 그 수가 273명이었다. 물론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남반부의 겨울이 차차 끝나가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일단 남반부에서는 신종플루 위험이 한 고비를 넘기지 않았나 하는 예측이 가능하다.

지구 북반구 국가 중에서 신종플루 피해자가 속출하는 몇몇 나라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최초 신종플루 발생국인 멕시코와 인접한 나라들이다. 멕시코·미국·캐나다는 모두 나프타(NAFTA), 즉 북미자    

아르헨티나(위)는 전 세계에서 신종플루 사망률(10만명당 사망자 수)이 가장 높다.

 

유무역협정국으로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영국이 미국과 가장 활발히 교류한다. 또 영국은 유럽의 대륙 국가들과 달리 여름방학을 늦게 시작했다. 따라서 학교를 통한 전염이 조금은 더 지속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인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 특히 신종플루에 대한 지식은 왜 특정 국가에서 신종플루가 더 창궐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기에 무척 제한적이다.

한국 사망자 수 ‘최대 500명, 최소 150명?’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가장 심각한 사망률을 보이는 아르헨티나와 다른 남미 국가들의 경우에도 사망률이 1명 내외가 최대치라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즉, 인구 4900만명인 대한민국을 현재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위)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겨울인 남반구 국가의 평균 피해 상황으로 대입해보면, 최대 500여 명에서 250명 남짓한 피해자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브라질이나 페루 수준이라면 150명가량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신종플루가 북반구의 겨울을 거치며 병원성이 더 강화될지, 아니면 더 감소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대로 희생자가 최대 2만명 발생할 가능성은 그야말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극단적 예상에 불과하다. 지나친 염려가 옳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8월21일 시민단체들은 타미플루 비축량이 부족하다며 특허정지 조처를 내린 뒤, 강제 시행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이 주장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현재 국제 사회의 타미플루 현황을 살펴보자. 영국과 프랑스 정도가 인구 대비 50% 정도의 비축 물량을 준비해놓았고, 미국과 일본은 20~25%를 비축해두었다. 한국의 경우 (연말 기준으로) 11%인데, 세계 여러 국가에 비해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로슈의 생산 능력은 연간 1억명분 정도이지만, 내년 초까지 4억명 분량으로 생산설비를 확장할 예정이다. 그리고 로슈가 라이선스 생산을 허가한 인도의 헤테로 제약사가 이미 지난 5월에 월 8000만명분의 생산 능력을 갖추었다. 더불어 인도는 물질 특허 규제를 받는 나라가 아니다. 따라서 시프라나 란박시 같은 인도의 대형 제약회사도 타미플루와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로슈가 최초로 라이선스 생산을 허가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타미플루는 중국 정부에만 판매가 허가되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중국이 자체 수요를 충족할 생산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은 국제 항바이러스제 수급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두 나라가 자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합법적으로 100여 개국 이상에 판매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4~6주일 정도의 준비 기간만 있으면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들이 있다. 2009년 2월 당시 전 세계 각국 정부가 비축한 타미플루 재고량만 해도 2억명분이 넘었다. 현재 전 세계 각국의 타미플루 생산 능력을 감안하면 이번 겨울 북반구의 항바이러스제 부족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타미플루만 있는 것이 아니다. GSK의 리렌자 역시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다. 이 약품은 연말까지 현재의 연 생산량 6000만명분을 1.9억명분으로 늘릴 예정이다. 자료만 놓고 보면, 예산 확보가 문제이지, 물량 확보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다.

정말 부족하고 준비가 필요한 분야는 따로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중환자실 부족’을 눈에 띄게 강조한다. 대다수 환자는 간단한 치료나 휴식 후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는 패혈증 발병 등 병세가 심각하게 진행된다. 이 경우에는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이미 70~80% 이상인 중환자실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려, 올가을과 겨울에 심각한 중환자실 적체를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일반 시민의 과도한 공포 심리와 맞물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경증 환자까지 병원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투자와 대국민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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