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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철도(TSR)

醉月 2009. 8. 27. 09:51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우리에게 시베리아는 어떤 땅인가

 

한국철도대학과 철도협회, 안중근·하얼빈학회는 지난 8월 6일부터 13일간 ‘한국철도 110주년’과 ‘안중근 장군 의거 10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길, 녹색의 비전, 대륙철도 횡단 행사’를 가졌다. 러시아와 몽골 국경 근처에 있는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해 극동의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 랴오닝성 다롄까지 러시아와 중국 철도를 직접 기차를 타고 답사하는 행사다. 한국철도대학 학생 20여명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진 등 철도 관련 인사 등 174명이 함께 했다. 이번 답사에 동참해 취재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기사와 화보로 소개한다.

▲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여름 풍경.

시베리아 교통 허브 러시아 이르쿠츠크 출발해, 하바로프스크까지 3336㎞ 장장 65시간 달려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중심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을 가진 인구 60만의 작은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로는 바이칼호에서 발원하는 시베리아의 젖줄 앙가라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앙가라강 서안에 자리잡은 러시아풍의 이르쿠츠크 기차역. 1번 플랫폼으로 ‘빵’ 하는 기적 소리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들어왔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극동의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대륙횡단철도다. 철도의 총길이만 서울~부산 간 경부선의 20배,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하는 9288㎞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6박7일가량이 소요된다. 1898년 이르쿠츠크에 처음 열차가 들어온 이후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항구와 멀리 떨어져 물가가 비싼 이르쿠츠크에 생필품을 공급해 주는 주요 공급선이기도 하다.

플랫폼 끝에 서 있던 역무원이 붉은색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드디어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가 향하는 곳은 극동의 하바로프스크. 이르쿠츠크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지는 3336㎞ 떨어져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구간으로 기차로 65시간가량 걸린다. 3박4일간 밀폐된 열차에 ‘갇힌’ 승객들은 객실에서 독서를 하거나 게임을 즐긴다. 객차의 복도에 군데군데 220V 전원이 있어 노트북 사용은 가능하나 인터넷은 불가능하다. 일부 승객들은 식당칸에서 보드카를 한잔 들이켜고 깊은 잠에 곯아 떨어지기도 한다. 하바로프스크로 이어지는 철로변에는 시베리아의 풍광이 펼쳐진다. 춥고 어두운 유배지의 풍경이 아니라 울창한 삼림과 목초지가 이어지는 대초원의 모습이다. 철로로 야생동물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울타리도 보인다. 일부 승객들은 단조로운 풍경에 지루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름과 여권번호 표기된 항공기식 열차표, 7~8월 여름 성수기 땐 3개월 전 예약해야
장거리 철도인 만큼 시베리아횡단열차는 항공기와 같은 방식으로 운행한다. 개인별로 열차표가 발급돼 다른 사람과 임의로 교환하거나 양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러시아어가 잔뜩 적힌 열차표에는 탑승객의 이름과 여권번호가 영어로 표기돼 있다. 탑승시간과 도착시간은 모두 수도 모스크바의 시간을 기준으로 통일돼 있다. 일부 승객들은 현지 시각과 모스크바 시각을 혼동해 종종 열차를 못 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전세기 운항과 마찬가지로 100명 이상의 단체승객 대상으로는 전세 열차도 운행한다. 투박한 파란색 페인트에 곰팡이가 군데군데 파먹은 목조 창틀을 붙인 구 소련제 낡은 열차지만 러시아 국민들에게 시베리아횡단열차는 하나의 전설이다. 러시아 철도공사 동시베리아 지사 드미트리 요시보비치 여객수송국장은 “러시아 사람들의 평생 소원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여행하는 것”이라며 “7~8월 여름철 성수기에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려는 사람들로 열차표가 매진돼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거리를 횡단하는 기차라서 객차 내부는 침대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불하는 요금에 따라 2인1실, 4인1실, 6인1실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르쿠츠크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지 2인1실과 4인1실의 요금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우리돈으로 50만원, 25만원가량이다. 같은 구간 항공기 요금의 80% 수준이다. 매트리스커버와 베개커버, 그리고 수건 한 장을 승무원이 가져다 준다. 매트리스와 모포는 침대 아래 철제 보관함에 들어있다. 각 객실의 미닫이문에는 도난 방지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다.

▲ 1. 열차 사이에서 작업 중인 선로 보수공. 2.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들. 발판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3. 차창 너머로 보이는 러시아 일반열차의 승객들.

바이칼호가 시베리아철도의 최대 장애물, 겨울엔 빙판에 임시선로 가설해 통과하기도
맑고 청명한 시베리아의 하늘에도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시베리아는 밤 11시쯤 해가 떨어진다. 서남쪽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던 열차가 동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열차의 왼쪽 창가 너머로 바이칼호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북 길이 636㎞, 평균 폭 48㎞의 바이칼호는 철도 건설에 최대 난관이었다고 한다. 한때는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북안 포트 바이칼까지 94㎞가량을 내려가서 열차 페리로 환적한 뒤 배로 바이칼호를 건너기도 했다. 바이칼호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며 얼어붙기 때문에 1901년부터 1904년까지는 겨울철 빙판 위로 임시 레일을 가설한 뒤 열차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요즘은 바이칼호 남쪽으로 한 바퀴 빙 돌아서 극동으로 나가는 노선이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철도공사 동시베리아 지사의 올가 카이예프스키야씨는 “포트 바이칼까지 직행하는 과거 열차 페리 구간은 현재 관광노선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 바이칼호를 벗어난 열차는 울란우데역에 도착했다. 울란우데는 극동으로 향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몽골종단철도의 분기점이다. 철도시설공단의 신철수 경영기획처장은 “몽골철도는 지분의 51%를 러시아 철도공사가 가지고 있어 광궤를 쓰는 등 러시아 철도와 시스템이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울란우데에서 잠시 정차한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몽골로 방향을 꺾지 않고 극동의 하바로프스크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 (좌)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2인1실은 성인남자 한 명이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침대 겸 의자 2개가 나란히 배열된 구조다. 천장에 LCD모니터도 달려있다. (우)2등석이라고 할 수 있는 4인실의 경우 이층침대 겸 의자 2개가 나란히 배열돼 있다. 숨이 막힐 만큼 비좁다.

최대 골치는 화장실…‘골프공’ ‘물수건’ 필수, 장거리 ‘갇힌 여행’에 따른 질병도 조심해야

▲ 초창기 열차표

열차가 수십 시간째 쉬지 않고 달리자 승객들이 화장실을 찾기 시작한다. 열차 화장실은 우리나라의 무궁화호와 별 차이가 없다. 각 객차 앞뒤로 한 개씩의 화장실이 있을 뿐이다. 3박4일 이상 장거리 구간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화장실 사용은 가장 큰 불편이다. 수시로 손과 발을 닦을 수 있는 휴대용 물수건을 챙기는 것은 필수다. 노하우가 있는 여행객들은 ‘골프공’을 휴대하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세면대 배수관을 골프공으로 막으면 물을 세면대에 받아 쓸 수 있다. 일부 승객들은 가지고 온 페트병에 물을 담아 머리에 부으면서 머리를 감기도 한다. 철재로 된 용변기에서는 대소변을 함께 해결한다. 대소변은 물을 내리는 즉시 열차 선로 위로 ‘후두둑’ 떨어진다. 때문에 열차가 역에 정차하는 전후 20분간은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역 구내가 대소변으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에 따른 고통도 따른다. 밀폐된 객실에서는 흡연이 전면 금지돼 있다.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애연가들은 담배를 피기 위해 객실과 복도를 들락거린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 수십 시간 넘게 갇혀있다 보니 일부 승객들은 다리 저림이나 멀미와 변비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비위가 약한 승객들은 열차에 딸린 식당칸에서 판매하는 러시아 음식을 먹은 뒤 설사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객차의 앞뒤에 있는 열차 승무원들은 간단한 지사제를 비롯한 구급약을 항상 비치해 둔다고 한다.

▲ (좌)진공청소기로 복도를 청소 중인 승무원. (우)식당칸에서 음식을 나르는 승무원.

레일 폭 1520㎜인 광궤, 한국의 표준궤와 달라, 구 소련제 낡은 열차는 덜컹거리고 승차감 최악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고 알려졌다. 25m짜리 철도레일 8개 이상을 용접해 길이가 200m가 넘는 장대레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년 이상 된 구 소련제 노후열차를 탈 경우 승차감은 급격히 떨어진다. 다만 노반을 자갈로 다져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은 것은 장점이다. 철도 레일 사이의 폭이 1520㎜인 광궤를 사용하기 때문에 좌우로 흔들림도 덜하다.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준궤(1435㎜)보다 100㎜가량 폭이 넓다. 과거 독일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는 독일의 침공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철도를 광궤로 부설했다. 표준궤간을 사용하는 독일 열차가 러시아 영토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군수물자 조달과 병력수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 주황색 야광 작업복을 입은 선로 유지보수공.

낯선 남녀가 같은 객실 배정 받기도, 블라디보스토크서 북한 나진으로 연결
이르쿠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에 탑승한 지 65시간째인 8월 11일 오전 10시(한국시각). 평균 시속 80㎞로 3박4일간을 달려온 열차가 시커먼 아무르강이 유유히 흐르는 철교 위를 건너며 기적 소리를 울렸다. 모스크바에서 8523㎞가량 떨어져 있는 하바로프스크에 곧 도착함을 알리는 기적 소리다. 하바로프스크와 모스크바는 7시간의 시차가 있다. 하바로프스크역 구내에는 자갈, 석탄, 원목과 원유를 가득 적재한 100량가량의 화차(貨車)가 줄지어 늘어서있다. 화차들 가운데는 중국 한자가 적힌 화차도 간간이 눈에 뜨인다. 하바로프스크는 아무르강(중국어로 헤이룽장·黑龍江)을 기준으로 중국의 헤이룽장성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러 국경도시다. 하바로프스크역 앞 광장에는 이 도시를 최초로 발견했다는 러시아 탐험가 하바로프의 동상이 서있다. 하바로프스크란 도시 이름은 하바로프에서 나온 말이다.

하바로프스크역에서 내려 러시아의 정규 열차로 갈아탔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가는 열차다. 같은 객실을 배정 받은 율리아(여·25)씨는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은 비즈니스 승객들의 이용이 많기 때문에 열차가 더 고급스럽다”고 말했다. 열차 내 객실 배정은 컴퓨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낯선 남녀가 한 객실에 배정될 수도 있다. 율리아씨가 잠옷으로 갈아입는다며 남자 승객들한테 객실에서 잠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남녀가 한 객실에 배정될 경우 이와 같이 양해를 구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열차가 다시 11시간을 달려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기지개를 켜며 옷가지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역전 광장에는 소련의 혁명가 레닌의 동상이 손가락을 들어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북한의 나진과 이어진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철도대학의 최연혜 총장은 “과거에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모스크바를 거쳐 파리까지 갈 수 있었다”며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위)이르쿠츠크역 앞, 노면전차와 각종 차량이 어지럽게 엉켜있다. (아래)이르쿠츠크역 매표소. 모든 열차시간은 수천㎞나 떨어진 모스크바 시각 기준이다.

| 인터뷰 |  최연혜 한국철도대학 총장
“러는 TSR 위해 이미 남북한 철도 연구 끝내, 우리도 국익 위해 대륙철도 연구 본격 나설 때”

지난 8월 11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의 극동교통대학(FESTU)에서는 ‘한ㆍ러 철도협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철도대학 최연혜(53) 총장도 이날 극동교통대학을 찾아 러시아 철도계 인사들과 교류를 가졌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극동교통대학의 보리스 딘킨 총장, 연방 철도국의 미하일룩 교육담당국장, 마쉬코프 안전담당국장, 하바로프스크 교통산업장관 등 러시아 철도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최 총장을 비롯 국회 국토해양위 강길부 의원, 코레일 유재영 기획조정실장, 철도시설공단의 신용선 건설본부장, 의왕 ICD(내륙컨테이너기지) 김천환 사장, 현대로템 장화경 상무 등 철도계 인사 수십 명이 참여했다. 최연혜 총장과의 인터뷰는 이르쿠츠크에서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시베리아횡단열차와 극동교통대학에서 이뤄졌다.

이번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답사하는 행사를 주최한 배경은 뭔가.
“한국철도 110주년과 안중근 장군 의거 100주년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배경이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청철도(현 만주횡단철도)를 이용해 중국 하얼빈으로 들어왔다. 안 의사의 군자금은 열차 비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특등열차를 타고 하얼빈역으로 왔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질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은 모두 철도와 관계돼 있다. 다행히 과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 가운데 철도기술 독립을 통해 철도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 중요성을 철도대학 학생들과 철도계 인사들과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도로와 비교해 철도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러시아에 ‘영하 40도 이하는 추위가 아니고, 400㎞ 이하는 거리가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 철도 연장만 8만6000㎞에 육박하는 러시아는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철도대국이다. 철도가 주고, 도로는 보조란 의미에서 ‘주철종도’라는 말도 있다. 러시아 교통 수송분담률에서 철도는 승객과 화물을 합해 전체의 50%가 넘는다. 화물만 따지면 90%에 달한다. 시베리아의 눈보라가 몰아쳐도 열차는 악천후를 헤치고 나간다. 반면 도로는 겨울철 결빙과 동파를 반복한다. 또 러시아는 인구 밀도가 낮고, 자동차 보급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철도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서 철도 운영의 주체는 어디인가.
“러시아 철도운영의 주체는 러시아 철도공사다. 우리나라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같은 공기업이지만 위상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매출액 39조원, 순이익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러시아 전체 4위의 기업이다. 러시아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철도 인력도 러시아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러시아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남성들은 1년간 군 복무를 해야 하지만(고등학교 졸업의 경우 1년6개월) 철도대학생은 병역을 면제 받는다.”

러시아는 철도 연장에서 세계 2위지만 기술이나 운영 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러시아 철도가 낙후됐다는 것은 단견이다. 러시아는 경제적인 이유로 철도 수준을 전반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전투기도 만들고 로켓도 쏘는 러시아가 철도를 최첨단으로 하지 않는 것은 경제성을 고려한 것이다. 상용구간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700㎞ 구간 고속열차를 선정할 때도 시속 300㎞가 아닌 시속 250㎞ 모델을 선택했다. 러시아 철도공사 야쿠닌 사장은 지난번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시속 300㎞ 열차를 도입하면 최소한 30% 이상의 비용이 더 든다. 돈이 많이 들면 오히려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하바로프스크 극동교통대학과 학술교류 행사도 가진다. 학술교류 이외에 다른 목적도 있다고 들었다.
“구 소련의 권위주의적 영향이 남아있는 러시아에서 인맥 구축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향후 러시아 철도망 확장이나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에도 이번 교류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러시아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에 있어 한국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접경의 나진~핫산 구간 철도 보수 사업에도 극동교통대학 교수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또 극동교통대학에는 약 20명의 북한 학생들도 유학 중이다. 이번 교류를 통해 북한 철도 관련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연결되면 우리 철도가 러시아 철도에 종속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 지역 간 철도 연결은 한국과 일본의 물류참여가 관건이다. 러시아는 이미 남북한 철도에 대한 연구가 끝났다. 우리도 국익 보호 차원에서 러시아 철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러시아 철도 연구를 소홀히 할 경우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에 말려들 우려도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자원개발을 위해 횡단 철도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자원개발을 위해서는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시베리아 자원개발도 요원하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켜야 한다.”


최연혜
1956년 대전 출생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 석ㆍ박사
한국철도대학 운수경영학과 교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사장
현) 한국철도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