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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 신뢰를 묻다

醉月 2009. 8. 14. 08:41

2009년 대한민국 신뢰를 묻다  시사IN 100호 기념 여론조사 

 [100호] 2009년 08월 10일 (월) 14:41:43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다들 못 믿겠다고 아우성이다. 국민은 정부를 못 믿고, 정부는 국회를 못 믿고, 야당은 여당을 못 믿고, 보수는 진보를 못 믿고,

신문은 방송을 못 믿겠단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회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무색하다.

믿지 못하면 마음을 열기가 주저된다. 마음을 못 열면 함께 뭔가를 도모할 수가 없다.

‘함께’ 하지 못하면 흥도 안 나고 시너지를 내기도 어렵다.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하는 사회를 어찌 건강하고 행복하다 할 수 있겠는가?

2007년 창간 당시 우리 사회에 드물게 신뢰도의 잣대를 꺼내들었던 <시사IN>이 지령 100호를 맞아 다시 한번 대한민국 신뢰도를 점검한다. 특히 정치와 언론·종교 등 이른바 권력 집단의 신뢰도에 주목한다. ‘힘깨나 쓰는’ 집단일수록 ‘믿음’을 잃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조·중·동 안 믿고 MBC 믿는다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 미디어 양극화가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소비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연령에 따라,

학력 수준에 따라 신뢰하는 미디어가 크게 달랐다.

 

2007년 9월 창간호에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던 <시사IN>은 창간 100호 특집으로 이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2년 만에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언론이었다. 2년 동안 정권 교체와 촛불집회 등을 거치면서 언론에 대한 국민의 의식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언론 분야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KBS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중·동 등 보수 신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마지막 변화는 미디어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이나 연령대에 따라 혹은 학력에 따라 신뢰하는 미디어가 판이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신뢰도 조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KBS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미디어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부문에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참여정부 시절 KBS는 영향력 부문에서는 부동의 1위였던 조선일보를 제쳤고 신뢰도 부문에서는 한겨레를 제쳤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으로 군림했던 KBS는 그러나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MBC에 왕좌를 내주어야 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MBC라고 답한 응답자가 32.1%(복수 응답 기준)로 KBS라고 답한 응답자(29.9%)보다 많았다(1순위 기준으로는 MBC 19%, KBS 18.4%). 비록 차이는 오차 범위 이내지만 2007년 조사에서 KBS가 43.1%로, 35.3%를 기록한 MBC를 여유 있게 제쳤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KBS의 신뢰도가 무려 13.2% 포인트나 하락했다. 

KBS의 신뢰도가 급락한 것에 대해 김진우 KBS 기자협회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사장이 바뀌고 보도국 수뇌부도 교체됐다. 바뀐 수뇌부는 ‘좌편향이었던 KBS뉴스를 원상회복시키자’고 우편향 정책을 폈는데 오른쪽으로 너무 가서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신뢰도 1위라는 것에 기자들이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상처를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KBS의 쇠락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KBS의 전성기를 일구었던 정연주 전 사장이었다. 정 사장 시절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기록하고 시청률과 각종 수상 실적에서도 1위를 나타냈다. 해임 무효 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는 정 전 사장은 “안타깝다. 신뢰도 1위라는 것이 나의 유일한 보람이었다.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때는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S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문제를 꾸준히 비판해왔던 민주언론시민연대의 정연우 대표는 “낙하산 사장인 이병순 체제가 들어오면서 KBS의 보도 프로그램이 변질되었다.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시청자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신뢰도가 높게 나온 것 같다. 아마 시청자들이 KBS 상황을 제대로 알게 되면 신뢰도가 훨씬 낮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권에 장악된 KBS, 신뢰도 하락

   
국민은 권력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언론사와 공적 소유 구조를 가진 언론사를 정권에 우호적이거나 사적 소유 구조를 가진 언론사보다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하는 MBC.
사장 교체 이후에 인사 발령, 프로그램 개편, 출연자 개편을 통해 정권친화적인 방송으로 거듭난 KBS와 MBC는 다른 길을 걸었다. MBC는 <PD수첩> ‘쇠고기 협상’편 이후 정권과 검찰·보수 언론에게 1년 동안 맹공을 당했지만 오히려 신뢰도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MBC를 탄압하고 ‘좌파 방송’이라고 매도했지만 국민은 MBC가 언론으로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었다. 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도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이번 조사로 알 수 있다. MBC를 불신하는 언론사로 꼽은 비율이 2007년 6.4%에서 12.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권과 보수 언론의 MBC에 대한 공세가 어느 정도는 먹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MBC를 공격한 보수 언론은 더 큰 치명상을 입었다.

‘MBC 민영화’ 등 MBC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는 “MBC는 공정성에서 KBS에 못 미치고 선정성에서 SBS를 능가한다. 그러나 비판 기능은 가장 뛰어난 방송사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그에 가장 충실한 방송사다. 다만 사회적 쟁점을 소개하는 데 너무 일방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것만 보완하면 더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양상은 MBC를 비롯해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이었다. 2007년과 비교하면 한겨레는 12.2%에서 19.2%로 7% 포인트 상승해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랐고, 경향신문도 2.8%에서 8.7%로 5.9% 포인트 증가해 13위에서 8위로 다섯 계단 상승했다. 국민이 언론 본연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S 직원 모습.
지난 1년여 동안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을 벌인 YTN의 뉴스 신뢰도가 증가해 SBS 뉴스를 제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내부 홍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뉴스에 대해 이전보다 진지해졌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촛불정국 이후 조·중·동에 대한 불신 깊어져


이번 조사에서 KBS의 몰락과 함께 두드러진 변화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에 대한 불신도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들 3사를 불신하는 언론사로 꼽은 응답이 2007년 조사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조선일보는 20%에서 34.2%(14.2% 포인트 증가)로, 중앙일보는 9.2%에서 20.8%(11.6% 포인트 증가)로, 동아일보는 11%에서 18.9%(7.9% 포인트 증가)로 급증했다.

이들 3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언론소비자주권연대의 김성균 대표는 “조·중·동의 왜곡 보도는 항상 있어왔다. 중요한 것은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평범한 시민이 이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신을 폭도라 매도하고 배후 세력이 있다는 식의 왜곡 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실체를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조·중·동 3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이라고 낙인이 찍히는 일이다. 이들 3사가 방송에 진출할 길을 터준 미디어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이런 인식은 더욱 강해졌는데 최근 이들은 ‘MB 비판 언론’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의 이런 선입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조선일보는 8월5일자 사설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조선일보를 현 정권에 ‘까칠한’ 대표 매체로 꼽았다”라며 자신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위)을 벌인 YTN의 뉴스 보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조·중·동 3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다양한 비판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진정성 있는 비판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방송 진출 문제로 정부와 이해관계를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민언련 정연우 대표는 “국민이 미디어법은 잘 모르지만 조·중·동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서 조·중·동에 방송을 준다니까 확 일어섰다. 그들에 대한 불신이 크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나타난 세 번째 변화는 국민의 미디어 이용 행태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정치 성향과 연령 그리고 학력 차이에 따라 신뢰하는 언론사가 달랐다. 일단 여당 지지자는 KBS와 조·중·동을 더 신뢰했고 야당 지지자는 MBC와 한겨레·경향신문을 더 신뢰했다. 2007년에 비해 이런 경향은 더욱 깊어졌다.

나이·학력에 따라 선호 미디어 달라

연령대에 따라서도 신뢰하는 언론사가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대와 60세 이상 연령대를 비교하면 MBC(38.1%/19.3%, 20대/60대 이상) 한겨레(27.3%/8.4%) 경향신문(11.8%/ 4.6%)은 20대 신뢰도가 60대 이상에 비해 월등히 높았지만, 조선일보(5.2%/25.8%) 동아일보(3.5%/16.2%) 중앙일보(6.2%/8.8%)는 60대 이상의 신뢰도가 훨씬 높았다. 불신하는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20대는 주로 조선일보(48.5%/13.6%) 동아일보(26.7%/7.8%) 중앙일보(25.4%/5.9%)를 불신하는 언론사로 꼽았지만 60대 이상은 MBC(4.3%/13.8%) 한겨레(8.9%/15.7%)를 불신하는 언론사로 지목했다.

다른 언론과 비교해보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MBC·한겨레·경향신문과 비슷한 신뢰도/불신도 분포를 보였다. 대체로 젊은 세대에서 신뢰한다는 답이 높았고 불신한다는 답은 낮았다. 반면 KBS는 조·중·동과 비슷한 신뢰도/불신도 분포를 나타냈다. 대체로 노년층에서 신뢰한다는 답이 높았고 불신한다는 답은 낮았다. 미디어 양극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뿐만 아니라 학력에 따라서도 미디어 이용 행태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중졸 이하의 저학력층에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을 더 신뢰했고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층에서 한겨레·경향·MBC 등 진보 언론을 더 믿었다. 이는 50~60대에 저학력층이 많고 20~30대에 고학력층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이번 조사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신뢰하는 언론 매체를 보면 MBC(29.4% /35.0%, 중졸 이하/대학 재학 이상) 한겨레(11.6%/24.4%) 경향신문(4.1%/11.9%)은 저학력층보다 고학력층에서 더 신뢰했고 조선일보(15.3%/12.2%) 동아일보(8.3%/7.4%)는 고학력층보다 저학력층이 더 신뢰했다(중앙일보는 저학력층이 5.8%로 고학력층 7.0%보다 낮았다). 불신하는 언론 매체의 경우 MBC (6.9%/11.2%) 한겨레(7.9%/11.1%) 등 진보 언론도 고학력층의 불신율이 저학력층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조선일보(9.3%/ 43.4%) 중앙일보(6.2%/26.1%) 동아일보(9.5%/23.3%) 등 보수 언론에서 격차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저학력층에서 보수 언론 신뢰도가 높고 고학력층에서 진보 언론 신뢰도가 높은 것에 대해 김서중 교수(성공회대·신문방송학)는 “보통 보수층은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아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거나 혹은 이와 정반대여서 현실을 막연히 수긍하는 층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보수층 내에서 논리성을 갖춘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이탈해 보수 언론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 양상은 국민은 신문보다 방송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MBC·KBS·YTN 등 방송사는 신뢰도가 높고 불신도가 낮았고, 조·중·동 등 대표 일간지는 신뢰도가 낮고 불신도가 높았다. 이런 차이에 대해 김서중 교수는 “방송이냐 신문이냐 하는 매체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소유냐 사적 소유냐 하는 매체 소유 형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공영방송의 틀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라고 말했다.

MBC·KBS·YTN 모두 공적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근행 위원장은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사적 소유구조를 지닌 언론보다 더 신뢰를 얻는다. 이런 언론을 사적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으로 바꾸면 그 폐해는 엄청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수 단체는 방송의 영향력이 신문에 비해서 훨씬 커졌고, 그 방송이 좌편향되어서 여론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방송을 열어줘서 여론 시장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방송법 개정을 합리화했다. 한나라당이 개정을 추진하다 야당의 원천무효 주장으로 합법성 시비가 일고 있는 방송법은 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는 제도(지분 10%까지 허용)를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적 소유구조를 가진 저신뢰 매체 보수 신문이 공적 소유구조를 지닌 고신뢰 매체 방송을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처장은 “방송의 영향력은 신뢰도에 기반한 것이다. 방송사 허가 조건을 정할 때 해당 언론사의 신뢰도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의 퇴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시청자는 ‘PD 저널리즘’ 신뢰하네

 

요즘 방송가에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PD 저널리즘 논쟁’이다. 기자가 아닌 프로듀서가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합당하냐를 놓고 벌어진 이 논쟁은 지난해 KBS에서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폐지할 때 본격 시작돼 검찰의 <PD수첩> ‘쇠고기협상’ 편 수사로 더욱 심해졌다.

‘PD 저널리즘’ 문제를 지적하는 쪽에서는 PD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편집을 한다며 기자가 제작하는 것에 비해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반면 ‘PD 저널리즘’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기자가 하지 못하는 심층 취재를 해내고 있고 출입처 등을 통해 취재원과 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비판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맞선다.

   
MBC
이 ‘PD 저널리즘 논쟁’에 대한 답을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PD 저널리즘’ 역시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인정했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0위권에 PD 제작 프로그램이 4개(MBC <PD수첩>,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소비자 고발>, KBS <아침마당>)나 포함되었다. MBC <시사매거진 2580>(9위)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제작하는 심층 보도 프로그램은 순위 밖이었다.

이 ‘PD 저널리즘 논쟁’에 대한 답을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PD 저널리즘’ 역시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인정했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0위권에 PD 제작 프로그램이 4개(MBC <PD수첩>,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소비자 고발>, KBS <아침마당>)나 포함되었다. MBC <시사매거진 2580>(9위)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제작하는 심층 보도 프로그램은 순위 밖이었다.

 

‘PD 저널리즘 논쟁’에서 뉴라이트 단체들이 가장 문제라고 꼽은 프로그램은 MBC <PD수첩>이었다. 이들은 <PD수첩> ‘쇠고기협상’ 편이 ‘PD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PD수첩>은 오히려 신뢰도가 높아졌다.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으로 <PD수첩>을 꼽은 비율은 2007년 4.5%에서 7.2%로 2.7%나 높아졌다.

<PD수첩>의 김환균 CP는 “<PD수첩>은 늘 공평했다. 차별 없이 비판했다. 오직 권력 비판이 <PD수첩>의 ‘정명’일 뿐이다. 검찰 수사를 비롯해 <PD수첩>에 대한 압박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등 현안을 거침없이 다뤘다”라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까지 공격적이라고 비판하더라”
믿음직한 언론인 1위는 2007년에 이어 손석희 교수(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가 또다시 차지했다. 2위와 격차가 워낙 커서 독보적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지나치게 균형을 잡으려 한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그를 왜 우리 국민은 가장 믿음직한 언론인으로 꼽을까. 8월5일 MBC에서 나눈 그와의 대화에 얼추 답이 들어 있다.

신뢰도 1위가 왜 나왔다고 보는가?
글쎄, <100분 토론>이나 <시선집중>이 가진, 보기에 따라 미흡할 수는 있지만 공정함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사람들한테 좀 인정받는 것 아닌가 싶다. 첨예한 사안을 다룰수록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려는 노력, 또 가능하면 모두에게 비판적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노력이 가상하구나’ 정도의 인식을 준 것 아닐까?(웃음)

영향력이나 신뢰도에서 이렇게 독주하면 부담스럽기도 할 텐데.

왜 안 그러겠나?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개의치 않는 것이다. 개의치 않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전방위적 비판’ 때문에 평가도 받고 비판도 받는데, 평소에도 늘 그걸 고민하게 되나?

거의 집착 수준이다. 그것이 일상화되지 않으면 민감한 아이템을 소화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혼자만이 아니라 제작진이 다 같이 크로스 체크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근데 섭외한다고 다 나와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출연하면 (전방위 비판이)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손석희 교수(위)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요건으로 건전한 상식, 호기심, 어려웠던 경험을 꼽았다.
방송이 아닌, 평소 인간관계에서도 그런가?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방송 끝나고 회사 식당에서 밥 먹고 나면 사용한 수저를 놓는 통이 두 개가 있는데, 어느 수저통 한쪽이 비어 있으면 난 거기다 꼭 채워놓고 간다. 그래야 속이 편해진다(웃음).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일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건조하다고 욕 많이 먹고, 서운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최근 들어 날카로운 공격 대신 기계적 균형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의 잣대와 지금의 잣대, 전방위로 비판한다는 원칙은 똑같이 적용한다. 다만 지금은 그 방위가 좁혀진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정부 관료도 (인터뷰이로) 잘 나왔는데, 지금은 전혀 안 나오는 탓이다. 참여정부 시절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시선집중>의 몇몇 ‘불편한’ 인터뷰 중에는 정부 관료가 대상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관료가 그만큼 안 나오니까 듣는 입장에서는 ‘약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 오죽하면 제작진끼리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국무회의에서 우리 방송 안 나오기로 의결을 했나보다”라고.

이 정부 관료는 왜 안 나오려고 하나?

아무래도 인터뷰가 좀 까칠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앞서 질문에 한 가지만 보충 답변하자면, 청취자가 느끼는 대로 점점 균형을 잡는 데 집착한다는 것이 실제 맞는다면, 그게 착시가 아니라 청취자가 맞다고 인정한다면, 그건 아마도 프로그램이 지니는 무게가 점점 늘어가는 데 대한 책임감일 수 있다.

조정자 구실을 하는 <100분 토론>과 달리 <시선집중>은 진행자가 출연자 반대편에 서서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제 역할 아닌가?
인터뷰를 하다보면 본능적으로 논리 싸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여당이 나오든 야당이 나오든 시민단체든. 그래서 여기 나오는 걸 대부분 꺼린다. 심지어 요즘 야당의 주요 인사도 대놓고 안 나온다. 그런데 이 프로만큼 인터뷰이가 자기 주장을 맘 놓고 펼칠 수 있는 곳도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국면마다 우리 프로를 가장 잘 활용했다. 따라서 어떤 부분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능력 부족이지 다른 어떤 것의 변화는 아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바뀌면서 ‘손볼’ 프로그램으로 <100분 토론> <시선집중>도 거론된다.
이 부분은 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백토> (100분 토론)나 <시선집중>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겠다거나 폐지 대상에 올랐다거나 이런 얘기가 한번도 공식으로 나온 적이 없다. 앞으로도 안 나오리라고 본다. 그런데 언론에서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백토>는 그야말로 토론의 장인데, 공영이든 아니든 방송에 토론의 장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시선집중>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거취 문제로 고민한 적은 없겠다.
없다. 가만히 있는 사람 정치권에 나가라는 기사 좀 쓰지 마라.

정말 정치할 생각이 없나?
2002년도에 이미 방송에 대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것도 이름값이라고 마케팅하는 데 가끔 쓰인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 당에 들어온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나에게 직접 대고 그런 제의한 적 한번도 없다. 최근에 내 이름을 제목에 달고 나온 한 책도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그 책에 관련된 줄 아는데, 난 광고 보고 알았다. 

지나친 장담 아닌가?
내가 서른 살이면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담 못하는데, 이 나이 되면 장담해도 된다.

방송인이기도 하고 학자이기도 하다. 이번 미디어법 논란을 보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참 어려운 처지다. 아시다시피 내가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곳이 MBC이기 때문에 그동안 <100분 토론>이나 <시선집중>에서 이 문제를 더 공정하게 다루려고 애썼다. 공정방송 하겠다고 해놓고 회사와 관련 있는 사안이라며 편향되게 방송할 수는 없잖은가. 그런데 그와 관련해 개인 견해를 밝히면 그건 곧바로 프로그램 입장과 동일시된다. 옛날에 ‘황우석 사태’ 때는 <PD수첩>팀 PD를 불러놓고 공격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그쪽 제작진이 서운해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믿음도 약해진다

1위를 제외한 순위권 내 인사들은 모두 응답률 5% 이하를 기록했다. 엄기영 사장은 2년 전 조사에 비해 신뢰도가 7% 포인트가량 감소했다. ‘MBC 간판 앵커’에서 상대적으로 미디어 노출 빈도가 줄어든 ‘사장’으로의 신분 변화가 인지도는 물론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금희씨가 3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이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과

KBS FM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정통 시사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다.

이씨 특유의 편안한 화법이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신뢰도 순위에서도 멀어진다. 2007년 조사에서 3위(4.5%)에 올랐던 홍기섭 전 KBS <뉴스9> 앵커와 5위(1.6%)에 있었던 시사 평론가 정관용씨(전 KBS <심야토론>, KBS 라디오 <열린토론> 진행자)는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난 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현재 MBC <마감뉴스>를 진행 중인 김주하 앵커는 2007년 여론조사 때와 같은 4위(1.4%)에 올랐으며, 신뢰도도 2년 전(1.7%)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노출 빈도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 보수 논객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1.4%의 신뢰도로 보수 진영에서 유일하게 5위권 내에 들었다. 이밖에  손범수 전 아나운서(1.0%), 박영환 KBS <뉴스9> 앵커(0.8%), 김동길 명예교수(0.7%), 권순표 MBC <뉴스데스크> 앵커(0.7%) 순으로 나왔으나 모두 1% 이하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신뢰할 만한 언론인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37.4%로 가장 많았다. 언론의 위기만큼이나 언론인도 위기다.

 

 

 

검찰과 경찰이 ‘꼴찌’ 차지했으니…
이명박 시대, 검찰과 경찰이 크게 바빠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찰과 경찰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 검찰과 경찰은 최하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치(法治)를 말한다. 법치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이기도 하다. 이용훈 대법원장·김경한 법무장관·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는 물론 극우·보수 단체도 법치 확립을 외친다. 이명박 정부의 법치는 국민의 헌법적 자유와 권리 보호라기보다는 ‘공권력의 엄격한 시행’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권력의 구실이 확대되었지만 국가기관의 신뢰와 권위는 추락하고 있다. <시사IN> 조사 결과 국가기관은 불신의 대상이었다. 신뢰도는 4~5점대(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매우 신뢰하면 10점)로 낮았다.

   
2009년 5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용산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용산 참사 수사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검찰을 불신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법원은 믿어왔다. 하지만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5.52점)와 대법원(5.35점)의 신뢰도는 낙제점이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도는 60세 이상(5.91점), 대구·경북(5.99점), 학생(5.74점) 층에서만 약간 높은 신뢰를 보였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으로 법률과 양심 이외에 인사권자의 출세욕에 따라 판결이 영향받았다는 점이 법원 신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의 성향에 의해 판결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국민을 더욱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법원의 신뢰도는 지속으로 하락하는 형편이다. 한국행정학회 조사에 따르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1996년 70%에서 2003년 58%, 2007년에는 48%로 떨어졌다. 한 현직 판사는 “담당 판사를 석궁으로 테러한 사건과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거치면서 법원에 대한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법정에서 막말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법원에 비해 감사원·국가정보원·국세청·경찰·검찰 등 사정·권력기관의 신뢰도는 모두 4점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법의 최고 집행기관인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국민 47.1%가 검찰을 불신한다고 대답했다. 그 다음으로 불신받는 조직은 경찰(46.2%), 국세청(41.9%), 국가정보원(36.8%) 순이었다. 검찰에 대한 신뢰는 한나라당 지지자(5.21점), 대구·경북(4.78점)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수치의 차는 크지 않았다. 검찰은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자유선진당 지지자(3.79점)와 친박연대 지지자(3.25점)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강희락 경찰청장.
법원마저 신뢰도 추락하니…

검찰이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주요 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1위에는 시민단체(21.6%)가 꼽혔고, 검찰(3.2%)은 꼴찌였다. 검찰은 언론(8.5%), 종교단체(8.1%), 법원(8.0%), 국회(6.3%), 군대(3.4%)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선진국에서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2005년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미국인(1001명)을 상대로 ‘신뢰하는 자국의 공공기관과 조직을 꼽으라’는 질문(복수 응답)을 던졌다. 미국인의 경우 군대가 81%로 1위를 차지했고, 병원(80%)이 2위였다. 3위가 경찰·검찰(72%)이었다. 그 다음 교회(70%), 학교(6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법의 날 기념식에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전에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을 다루는 검찰의 신뢰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첫 번째 이유는 검찰의 공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불신의 시대를 바로잡아야 할 검찰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낙마한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
검사들은 BBK 수사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증거는 거의 무시했고, KBS 사장 등 공기업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전방위 수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남발했다. 광우병 파동, 용산 참사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국면마다 검찰이 청와대 앞에 나서 정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연차 로비’ 수사에서 검찰은 죽은 권력 주변은 모두 죽이고, 산 권력 주변은 거의 건드리지도 못했다. ‘정치 검찰’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은 “출세하려고 생사람을 잡는 검사들의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누가 검찰 말을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전체 사건의 1%도 안 되는 정치 사건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다. ‘주구’라고 불릴 만한 출세에 눈이 먼 검사 몇 명이 검찰을 불신의 수렁에 빠뜨린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대선자금 수사 때는 검사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검사 개개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기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검사의 도덕성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하차한 데 이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와 거짓말 등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면서 검찰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여기에 도덕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고르고 골랐다는 김준규 후보자조차 자고 나면 의혹이 하나씩 터져나온다. 1992년과 1997년 두 차례 위장전입, 5억원짜리 무기명 채권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점, 배우자와 이중 소득공제로 소득세법 위반, 근무 시간에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장으로 활약, 수천만원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매년 500만원씩 공제, 승마·요트 등 귀족 검사 논란 등…. 한 중견 건설업체 사장은 “검사들이 자기 돈으로 골프 치고 룸살롱 가는가? 다 우리같이 사업하는 사람 돈이다. 천성관 사태로 검사들의 스폰서비가 크게 오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폰서 도움 받는 검사는 극히 일부”


한 검사는 “청문회에서 부끄러운 처신은 물론이고 10초 후면 탄로 날 거짓말을 하는 총장 후보를 보면서 검사로서 정말 창피했다. 이제 사람들은 모든 검사들이 스폰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출세 지상주의에 젖은 일부 검사가 스폰서의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신뢰도 또한 바닥이다. 최근 검찰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국민이 경찰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촛불 과잉 진압·용산 참사·장자연씨 수사·쌍용차 노동자 진압 등 사회적 고비마다 경찰은 인권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강남 한 파출소의 뇌물상납 관행에서 경찰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경찰 고위 간부는 “무릎 꿇린 노동자를 짓밟고 곤봉으로 때리는 현실에서 국민에게 신뢰받고 수사권을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경찰 수뇌부가 국민보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뢰도, 개신교 두 배

천주교가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 나타났다. 천주교의 신뢰도는 불교와 비슷했으나 개신교 신뢰도의 두 배가 넘었다(중복 응답). 2005년 기준으로 종교인 분포는 불교 22.8%, 개신교 18.3%, 천주교 10.9%로 천주교 신자 수가 가장 적다. 불교와 개신교의 절반가량인 신자 수를 감안하면 천주교의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추모 열기는 천주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인권과 민주화를 실천해온 한국 가톨릭의 역사가 신뢰의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젊은이와 지식인층을 천주교로 끌어들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다른 종교의 신도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드는 데 반해 천주교 신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1784년)된 지 225년 만인 2008년 한국 천주교 신자는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2007년에 비해 13만명이 늘었고 2.7% 증가율을 보였다.

   
ⓒ문화관광부 제공
2008년 5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천주교 신뢰도는 30대(39.8%), 서울(44.9%), 강원·제주(46.1%), 화이트칼라(37.7%) 층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박 부원장은 “강원교구는 사회복지 사업을 많이 하고, 제주교구는 제주도민들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함께 하는 등 지역민과 밀착된 활동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사에서 천주교의 부상보다 개신교의 추락이 눈에 띈다. 실천신학대학원 조성돈 교수는 “개신교가 사회참여나 봉사활동 같은 대외 활동이 부족하고 다소 공격적인 길거리 포교로 신뢰를 잃었다”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교회의 비리와 세습 등도 개신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또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개신교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국민의 반감을 샀다. 취임 초기 ‘고소영’이라는 신조어는 소망교회 인맥을 측근에 기용하면서 생겨났다. 조 교수는 “파벌주의를 조장하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많은 양심적인 개신교 인사가 오히려 피해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교의 높은 신뢰도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함께 하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못 믿겠고 정당도 못 믿겠다
대통령 신뢰도 10점 만점에 4.31점. 7개 원내 정당 중 가장 높은 신뢰도는 민주당의 3.80점.

한 나라의 입법부와 행정부가 받아든 참혹한 성적표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의 신뢰도는 또다시 바닥을 기었다. <시사IN>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7개 원내 정당의 신뢰도를 ‘0점(가장 불신)~10점(가장 신뢰) 척도’로 물은 결과다. 모든 설문 대상이 중간값인 5점조차 넘기지 못했다. 행정부보다 입법부를,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을 더욱 믿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8개 설문 대상 중 가장 높은  신뢰도 4.31점을 기록했다. 함께 조사한 어느 원내 정당보다 높다. 이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오른쪽 상자 기사)에서는 한 자릿수 지지에 그쳤다는 데 비춰보면 역설적인 결과다. 유권자는 정치권 전반을 신뢰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정부보다 국회를 더 불신한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는 보여준다.

   
대통령에게 국회가 졌다. 7개 원내 정당은 중간도 못 간 대통령의 신뢰도보다 낮았다. 위는 지난 7월22일 미디어법 강행 처리 당시의 국회.
“MB보다 국회를 더 못 믿겠다”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세대별 간극은 뚜렷했다. 분기점은 40대와 50대 사이다. 이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로 20대는 3.40점, 30대는 3.58점, 40대는 4.11점을 매겼다. 모두 평균 점수 아래다. 반면 50대는 5.02점, 60세 이상은 5.81점으로 믿음을 실어줬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13점), 직업별로는 가정주부(5.02점), 교육 수준별로는 중졸 이하(5.46점)에서 신뢰도가 높았다. 반면 광주·전남·전북(3.08점), 학생(3.53점), 대학 재학 이상(4.00점) 층의 신뢰도는 낮게 나왔다.

7개 원내 정당의 신뢰도 조사에서는 주목할 만한 역전이 일어났다. 정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의 3분의 2 수준에 머문 민주당이 신뢰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친 것이다. 민주당은 신뢰도 점수 3.80점을 얻어 한나라당(3.69점)보다 앞섰다. 비록 4점대를 밑돌기는 하지만, 7개 원내 정당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다. 두 당에 대한 응답자들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2.7%, 한나라당 34.1%였다.

민주당은 연령별로는 20·30·40대에서, 직업별로는 가정주부와 무직·기타 직업을 제외한 모든 직업군에서, 교육 수준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 층에서 한나라당보다 높은 신뢰를 받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5개 정당 지지자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지지율과 신뢰도가 연동하는 경향이 컸던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의 ‘역전’은 눈에 띈다. 조사 시점 열흘 전인 7월22일에 있었던 미디어법 강행처리 등 한나라당의 잇단 ‘일방통행’이 신뢰도 역전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우선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선전은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이 넘는 36.4%가 민주당의 신뢰도에 중간값인 ‘5점’을 매겼다. “믿지도 불신하지도 않는다”라는 얘기다. 적극적 신뢰보다는 겨우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거나, 심하게는 ‘무관심’의 결과일 수도 있다.

   
TK의 민주당 신뢰도가 왜 이리 높지?


실제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신뢰도는 오히려 평균보다도 높은 4.07점을 기록했고, 이 지역 응답자의 41.4%는 민주당에게 ‘5점’을 줘 신뢰도 점수를 끌어올렸다. ‘5점’ 응답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역전’으로 미뤄보아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라고 잘라 말하기가 주저되는 이유다.

반면 한나라당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신뢰도 ‘6점’ 이상을 매긴 응답도, ‘4점’ 이하를 준 응답도 민주당에 비해 높았다. 강력한 거부 층이 두껍게 형성되었다는 해석과, 좋든 나쁘든 어쨌거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정당이라는 해석이 모두 가능해 보인다.

요구받는 신뢰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진보·개혁 성향 군소 3당은 이번 조사에서 죽을 쑤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은 나란히 신뢰도 5·6·7위를 기록했다. 해당 정당 지지자 외에는 대다수 응답자가 세 당을 믿지 못했다.

흥미로운 차이도 있었다. 창조한국당 지지자는 52.7%가 지지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7개 정당 중 지지와 신뢰 간에 가장 큰 괴리를 보여줬다. 반면 진보신당 지지자는 9.7%만이 지지 정당을 믿지 않는다고 답해 가장 괴리가 적었다.

 

박근혜는 웃고 정동영은 울다

<시사IN>이 2년 만에 다시 실시한 유력 정치인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신뢰도 1위,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불신도 1위를 기록했다. 

 [100호] 2009년 08월 10일 (월) 14:30:07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년 전인 2007년 9월, 당시 대선 주자들의 신뢰도를 묻는 <시사IN>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신뢰도와 불신도 모두 1위를 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지지 진영의 신뢰와 반대 진영의 불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2년 후인 지금은 본격적 대결 국면이 아닌 탓일까.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도에서 압도적 1위를 하면서도 불신도 순위에서는 한 자릿수 응답률에 그치며 4위를 기록했다. 팬층이 두껍다는 사실이야 공인돼 있었지만, 거부층마저 생각보다 공고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시사IN>과 미디어리서치가 각 당 대표와 예비 대선 주자를 대상으로 다시 실행한 같은 조사의 결과다.

    

신뢰도는 독보적이고 불신도는 낮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위).

 

‘이명박 반사효과’에다 ‘이회창 세탁효과’까지
전체 응답자의 38%가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박 전 대표를 뽑았다. 2위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후보는 모두 한 자릿수 응답률에 머물렀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둘러싼 갈지자 행보 이후 지지율 하락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모든 연령대와 모든 직업군,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30% 이상의 고른 신뢰를 얻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불신도 조사 결과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 지지자의 28.9%,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37.8%가 가장 못 믿는 대선 주자로 지목했다. 이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이 갈렸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중 박 전 대표를 가장 불신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1.8%에 그쳤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15.9%)보다 낮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지층에서도 이회창 총재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이른바 진보·개혁층 유권자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회창 총재가 남북 문제 등 몇몇 이슈에서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보수색을 드러낸 탓으로 풀이된다.

물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본격 떠오른다면 반대 여론 역시 박 전 대표를 타깃으로 집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만 보면 박 전 대표는 보수층에서 ‘이명박 반사효과’를 누릴 뿐만 아니라 진보·개혁층에서 ‘이회창 세탁효과’까지 동시에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가 박 전 대표의 보수색을 세탁해주면서 진보·개혁층의 거부감을 나눠 지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불신도 조사에서 전체 2위에 올랐다.

2년 전 조사와 비교해보면 친노 진영의 성적표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공고했던 ‘친노 거부층’이 허물어지다시피 했다. ‘안티’를 몰고 다녔던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 진영의 좌장으로 공인받으며 불신도 조사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2년 전, 야권의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니면서도 10.2%로 불신도에서 전체 2위를 기록했던 이 전 총리는 이번 조사에서 0.1%만을 기록했다. 현역 정치인이 아니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의미 있는 변화다.  

   

‘친노 거부층’ 극적으로 허물어졌다
친노 중에서도 특히 유시민 전 장관은 ‘환골탈태’했다. 신뢰도 순위에서는 2년 전 7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고, 불신도 순위에서도 3위에서 7위로 네 계단 내려앉았다. 8.2%의 응답자가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 유 전 장관을 꼽았다. 2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아졌다(2007년 2.4%). 반면 전체 응답자의 4%가 유 전 장관을 가장 불신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7년 9.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흐름을 이어가는 추세다.

지난 4월 재선거에서 국회로 돌아온 정동영 의원(무소속)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후보군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응답을 받으며 가장 불신하는 정치인으로 꼽혔다(10.8%).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6위). 한나라당 지지자의 17.5%, 자유선진당 지지자의 18.7%, 친박연대 지지자의 16.7%가 정 의원을 가장 못 믿는다고 답했다. 보수층이 ‘몰표’를 준 셈이다. 지난 대선의 ‘적장’이었던 기억이 여전하다고 풀이된다. 정 의원이 현재는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10.2%가 정 의원을 가장 신뢰했고 2.9%가 가장 불신한다고 답해 별다른 반감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 체급이 커질수록 거부층 역시 많아지기 마련이어서, 신뢰도와 불신도는 나란히 가는 경향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신뢰도 상위 5인과 불신도 상위 5인은 3명이 겹친다. 신뢰도와 불신도 차이가 유난히 큰 정치인들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신뢰도는 높은데 불신도 순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가 있다. 문 대표는 신뢰도 5.2%(4위), 불신도 1.2%(14위)를 기록했다. 신뢰도 2순위까지 꼽아보게 한 중복 응답 기준으로 보면 각각 11.0%, 3.5%다. 한 전 총리는 중복 응답 기준으로 신뢰도 7.6%, 불신도 1.0%였다.

반대로 신뢰도에 비해 불신도가 눈에 띄게 높은 이도 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이 그렇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정동영 의원 다음으로 믿지 못하는 인물로 꼽혔다(한나라당 지지자의 14.3%). 강성 투쟁 이미지가 보수층의 심기를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친박연대 지지자의 9.2%가 못 믿겠다고 했다. 또 다른 ‘박근혜 효과’인 셈이다.

한편 2012년 대통령감으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적합도 조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는 이어졌다. 박근혜(38.6%), 유시민(9.2%), 이회창(7.2%), 정동영(6.4%), 오세훈(6.1%), 정몽준(6.0%), 손학규(3.8%), 김문수(2.6%) 순으로 나타났다.

 

죽어서 산 노무현, 박정희 아성 흔들다

 

때로 1등보다 주목되는 2등이 있다. <시사IN>과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 10명 중 2위(28.3%)를 차지했다. 2007년 조사에서 6.6%에 불과했던 신뢰도가 4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5월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추모 열기가 신뢰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조사 당시 2위(19.0%)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3위(12.3%)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승만(1.5%), 전두환(1.0%), 김영삼(1.0%) 등 3위 이후는 모두 한 자릿수의 낮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노 전 대통령은 20대(46.1%)와 30대(45.4%)에서 높은 신뢰를 얻었다. 특히 30대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07년 조사에서 30대 응답자가 노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대답은 8.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45.4%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30대 신뢰도(22.6%)와 비교해봐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17.8%)을 제외한 대부분의 곳에서 고른 신뢰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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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위는 장례기간의 봉하마을 빈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뢰도는 41.8%로 10명의 전·현직 대통령 중 가장 높았다. 2007년에 이어 2009년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는 2007년 신뢰도(52.7%)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물론 60세 이상(68.7%)과 대구·경북(63.1%), 한나라당 지지층(64.0%) 등 ‘고정 지지층’의 신뢰도는 2년 전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산업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로, 청년에게는 경제성장에 대한 ‘신화’로 소비됐다. 박 전 대통령이 연령·지역·당 지지층의 차이와 무관하게 고른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고정 지지층’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조금씩 변동이 있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2007년 48.8%였던 당시 30대 응답자의 신뢰도는 이번 조사에서 22.6%로 나타났다. 40대 응답자의 신뢰도(45.2%)도 2007년과 비교해 15% 포인트 가까이 빠져나갔다.

눈여겨볼 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도다. 이 대통령은 5.4%의 신뢰를 얻어 박정희·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집권 2년차인 이 대통령의 신뢰도는 2007년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겪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의 신뢰도(6.6%)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