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보듯 뇌도 들여다 보는 시대
시나리오 1
회사원 A씨는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뇌에 이상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과 함께 마트에 시장을 보러 가서 한쪽에 마련된 ‘병원’ 파트에 들러 최첨단 뇌영상 장비로 촬영을 해보았다. 결과는 바로 프린트되어 나왔고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시나리오 2
주부 B씨는 우울증에 걸렸다. 집안일은 하기도 싫고 외롭다는 느낌만 자꾸 든다. 자살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B씨는 병원에 가서 최첨단 뇌영상 장비로 촬영을 하고 약물 요법으로 우울증을 완치했다.
-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에 이어 ‘뇌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도 인간의 뇌에 의해 이뤄진 것이니 뇌가 모든 과학과 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됐고 정보화 혁명이 컴퓨터의 발명으로 시작됐다면 뇌 혁명은 뇌를 들여다보는 영상장비의 발명에 의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뇌 과학연구가 다른 분야에 비해 진전이 느렸던 것은 뇌 영상 장비의 개발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CT(컴퓨터 단층촬영),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기),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으로 자신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첨단기술은 국가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 선명하고 정확하게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장비의 유무가 국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뇌의 신비한 기능을 누가 먼저 밝혀내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는 말도 실감나게 다가온다. 뇌 영상기술을 바탕으로 한 뇌 혁명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1 인터뷰 | 세계적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
“뇌세포 변화 3차원 촬영도 곧 가능 치매·뇌출혈 조기진단 길 열린다”
뇌 과학과 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발전이 늦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의 개발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뇌를 평면으로 찍을 수 있는 X선이 등장한 것이 1895년입니다. 1972년 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CT(컴퓨터단층촬영)가 개발되었어요. 1975년 제가 PET를 만들었고, 1980년 초 CT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MRI가 개발되었죠. 또 뇌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컴퓨터 등이 합쳐진 복합과학이기에 쉽게 진전시키기 어렵습니다.”
MRI에 비해 PET의 발전 속도가 느렸던 이유는.
“뇌는 정교하기 때문에 뇌 전용 PET를 만들어야 하는데 전신 질환에 비해 뇌만을 위한 PET는 경제성이 떨어져 그동안 회사들이 안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뇌를 볼 수 있는 fMRI가 나오면서 전세계적으로 뇌 과학에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뇌 연구가 시작되면서 뇌의 분자과학적인 면을 보기 위한 PET가 필요하게 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거죠.”
- ▲ photo 이구희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PET-MRI 퓨전 영상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기기에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PET로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살펴보면서 해상도가 뛰어난 MRI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아 치료하게 됩니다. 또 뇌세포 분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3차원 동영상으로 관찰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뇌출혈 등 뇌신경계 이상에 따른 뇌질환 조기 치료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실용화되면 의료영상장비 시장의 40%를 장악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 해 80억달러(약 10조원)가 넘는 판매수입이 예상됩니다. PET와 MRI를 모두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뇌과학연구소가 프런티어가 될 것입니다.”
14.O 테슬라 MRI 개발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1테슬라는 지구자장의 5만배 정도에 해당하는 자장의 단위입니다. 테슬라 숫자가 높다는 것은 뇌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는 끝이 없는 전쟁이죠. 7.0 테슬라를 3년 정도 사용했어요. 작년부터 14.0 테슬라 MRI에 대한 개념설계 작업에 들어갔고 2013년쯤 완성될 것 같습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게 되는 거죠. 현재 병원에서는 1.5 테슬라나 3.0 테슬라 MR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뇌 과학이 발달한 나라는 어느 나라입니까.
“미국, 독일 등입니다. 특히 독일은 지멘스를 통해 의료영상 장비를 잘 상업화 시키고 있습니다.”
- ▲ ‘뉴스위크’에 게재된 조장희 박사.
박사님은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 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정도면 노벨상 수상 후보라고 할 수 있는데 5000명 정도나 돼요. 거기에는 저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한국인이 속해 있죠. 그동안 제가 발표한 논문 200여편은 모두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지수)에 등재되었어요. SCI는 과학학술지 5000개에 실린 논문을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예요. 200여편 중에서도 뛰어난 논문을 꼽으라면 30~40편 됩니다. 그것으로 미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이 되고 노벨상 평가 대상도 되는 겁니다.”
박사님 논문 중에는 침 연구 논문도 있는데요.
“1992년 등산을 하다가 허리를 다쳤어요. 침을 맞았는데 10분 정도 지나니까 아픈 게 사라졌어요.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뇌과학을 연구하게 됐죠. 침을 경혈에 놓기 때문에 그렇다고들 하는데 제가 연구해 본 결과 경혈보다는 자극이 중요하더라고요. 뇌로 전달된 침 자극은 치료하려는 해당 장기를 관장하는 두뇌피질을 변화시켜 해당 부위를 치료하는 겁니다. 호두를 가지고 다니면서 손을 자극해주는 것도 뇌에 좋아요.”
사람은 뇌를 100% 사용할 수 있습니까.
“뇌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보통은 1~2%를 사용하죠. 이는 컴퓨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을 담긴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도 매일 사용하는 프로그램만 쓰게 되듯이 뇌도 비슷한 부위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거죠.”
술을 많이 마시면 뇌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알코올이 사람 뇌의 신경 줄을 녹이고 끊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또 알코올은 뇌 세포를 죽인다고 하죠.”
조장희 박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73) 박사는 한국인 가운데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후보 ‘0순위’로 꼽힌다. 조 박사는 1975년 Circular PET(원형양전자 단층촬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스웨덴 웁살라대학원에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 박사는 2004년 40년간의 해외 연구생활을 접고 귀국해서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뇌과학연구소는 뇌를 분자과학적·해부학적으로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PET-MRI 퓨전영상기기’를 제작 중이며 14.0 테슬라 MRI 개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테슬라
자장의 단위. 1테슬라는 지구자장의 5만배 정도에 해당한다. 1961년 국제순수 및 응용물리학 연맹(IUPAP)에서 공식 단위로 지정했다. 미국의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따왔다. 니콜라 테슬라는 발명왕 에디슨의 직류 전기 발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류 발전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뇌 들여다보는 기술 어디까지 왔나
7테슬라 MRI 이용, 혈관·척수까지 한눈에, 내비게이터 역할 ‘腦지도’ 나왔다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중풍이나 치매 같은 노인성 뇌질환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뇌질환의 직접적 원인은 당연히 뇌 속에 있기 때문에, 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신체를 훼손시키지 않고 자신의 몸속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면서부터로, 이제 100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다. 뇌의 경우에는 X선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머리뼈만 관찰할 수 있지 정작 뇌 자체는 자세히 들여다볼 수가 없어 뇌질환을 진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몸을 훼손시키지 않고 뇌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 자기공명영상장치(magnetic resonance imagingㆍMRI)가 구현되면서부터다. 그 이후 인류는 뇌의 구조물을 훨씬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공명영상장치는 물체에 있는 수소분자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 에너지를 가한 후 반사되어 나오는 1차원 신호를 조합해서 입체영상을 구성하는 장치이다. 이것은 기존의 X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ㆍCT)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다.
자기공명영상 기술이 개발된 이후로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켰다. 자기공명영상 기술 연구는 크게 영상 기법 개발과 영상을 선명하게 하는 기술 개발로 나눌 수 있다. X선이나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와는 달리 자기공명영상장치는 다양한 영상기법을 적용해 촬영할 수 있다. 새로운 영상기법의 개발은 뇌를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런 기술들에 힘입어 지금은 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서 뇌의 구조물을 다양한 대조도(對照度ㆍ사진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과 가장 밝은 부분의 밝기 비율)로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 혈관이나 뇌 신경다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뇌 신경의 활동도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영상기법 연구를 통해 뇌의 다양한 측면을 관찰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뇌 사진의 선명도 자체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뇌 사진의 선명도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 개선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자기공명영상장치의 하드웨어가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 장치는 선명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자장 장치는 자기공명영상장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물체에 있는 수소분자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소분자가 정렬이 많이 될수록 자기공명영상에 반영되는 신호가 많아진다. 따라서 영상의 질은 향상된다.
실제로 <그림 1>에서와 같이 자기공명영상장치의 발전은 주자장 세기의 증가와 비례한다. 처음 자기공명영상장치가 개발될 당시만 하더라도 주자장의 세기는 1테슬라(teslaㆍ T)도 되지 않았다. 1테슬라는 지구자장의 5만배 정도에 해당하는 자장의 단위이다.
그러나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 세기만 크다고 좋은 뇌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과 함께 뇌 사진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 요소는 자기공명영상장치용 헤드안테나 제작기술이다. 헤드안테나는 환자가 뇌 사진을 찍으려고 자기공명영상장치 안에 들어갈 때 착용하는 것으로 머리에 에너지를 주고 뇌를 영상화 하는 데 필요한 신호를 받는 장치이다. 헤드안테나는 다양한 원리와 형태로 제작할 수 있으며 장치를 얼마나 최적으로 설계하느냐는 뇌 사진을 얼마나 선명하게 하느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 세기가 크다 하더라도 주자장 환경에 맞는 적합한 헤드안테나를 제작하는 기술이 없다면 제대로 된 뇌 사진을 얻을 수가 없게 된다.
- ▲ 그림 2 - 기존의 1.5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뇌 사진(왼쪽)과 뇌과학연구소의 7테슬라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뇌 사진 선명도 비교(뇌간 부분).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Neuroscience Research InstituteㆍNRI)는 고해상도 뇌 사진을 얻기 위해 필요한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장치와 이에 적합한 헤드안테나 제작 기술을 같이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연구소이다.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는 2005년에 독일의 지멘스(Siemens)사로부터 주자장의 세기가 7테슬라인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장치를 도입한 후, 그것에 적합한 헤드안테나를 자체 개발해서 세계 최초로 초고해상도 뇌 사진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그림 2>는 뇌간 부분을 찍은 것으로, 기존의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영상과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의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영상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 2>에서 뇌 사진의 선명도가 기존의 사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1.5테슬라나 3.0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와 같이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20여곳에 불과하다. 특히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처럼 자체적인 헤드안테나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월등히 향상된 뇌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손꼽을 정도다. <그림 3>은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SENSE(sensitivity encoding) 형태의 헤드안테나들이다.
- ▲ 그림 3 - 뇌과학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채널별 헤드 안테나.
<그림 2>와 같은 초고해상도 뇌 사진은 기존의 병원에서 얻은 뇌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자기공명영상의 원래 취지인 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 개선이 가능해진다. 뇌 질환은 뇌 부위의 모양과 크기나 기타 특성과 많은 상관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뇌 부위에 대한 해부학적인 정보를 정밀하게 얻을수록 더 정확하게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고, 좀 더 효과적으로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그림 4>는 해마의 초고해상도 영상을 기존의 뇌 사진과 비교한 것이다. 해마, 천공 동맥, 흑질 등 세 부분 모두 뇌 질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뇌 질환 진단에 중요한 영역이다. 3대 뇌 질환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는 치매, 중풍, 파킨슨병도 각각 해마, 천공동맥, 흑질 부분이 손상되어서 발생하는 뇌 질환들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초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은 기존 뇌 사진에 비해 뇌 속의 세부 정보를 훨씬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뇌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또한 초고해상도 뇌 사진은 새로운 뇌 지도를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뇌 지도는 뇌 사진 위에 피질, 혈관, 척수 같은 뇌의 구성 요소들의 위치를 표시한 그림이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 도로 지도를 참고하듯 뇌 수술을 하거나 뇌 질환을 진단하거나 혹은 뇌 기능을 연구할 때 뇌 지도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 ▲ 그림 4 - 기존의 1.5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뇌 사진과 뇌과학연구소의 7테슬라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뇌 사진 비교(해마 부분).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는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초고해상도 뇌 사진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새로운 뇌 지도를 완성하였다. 이 뇌 지도책은 세계적 출판사인 독일 스프링거사를 통해 책으로 출판됐다.
<그림 5>는 뇌 지도책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얻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 사진과 광학사진으로 얻은 죽은 사람의 뇌 사진을 같은 위치에서 비교해 관찰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이 책이 전세계 의료인들에게 뇌 사진을 판독하거나 뇌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뇌 사진 영상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영상이 최적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상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도 자기공명영상의 비균일성은 가장 큰 문제이다. 뇌과학연구소의 초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은 영상의 밝기가 균일하지 않아 뇌 부위에 따라서 아주 어둡게 나타나거나 아주 밝게 나타나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는 주자장의 세기가 클 때 두드러지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또한 자기공명영상의 감도를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영상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뇌과학연구소에서는 헤드안테나 제작기술과 뇌 사진 영상 방법의 개선, 또는 얻은 영상을 교정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 ▲ 그림 5 - 뇌과학연구소에서 완성한 새로운 뇌 지도책.
초고해상도 뇌 영상 분야에서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차세대 자기공명영상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뇌과학연구소에서 지난 2005년 세계에서 5번째로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를 확보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소에서 같은 장비를 설치해 왔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20여군데가 이 장비를 보유하게 되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11.7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를 보유할 계획을 세웠고 2011년쯤 설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뇌 영상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장비를 도입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일본과 프랑스의 11.7테슬라 장비를 능가하는 14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의 개발과 영상화가 중요한 연구 과제로 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과제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14테슬라 자기공명영상 장치는 관련 학계에선 아직 고려 대상도 아니다. 또한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 세기만 크다고 선명한 뇌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자장의 세기와 함께 헤드안테나를 최적화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주자장 세기가 커지는 만큼 점점 더 개발이 어려워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치를 개발해 영상을 성공적으로 얻게 된다면, 기존의 1.5테슬라와 7테슬라 장치에서 보던 뇌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영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발생되는 부가가치 또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는 뇌 영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첨단 원천 기술들을 확보 유지해나갈 수 있게 된다.
아직 일반 병원에서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초고해상도 뇌 사진을 찍어볼 수 없다. 그러나 <그림 1>에서의 추이로 볼 때 앞으로 5년 후쯤이면 일반 병원에서도 초고해상도 뇌 사진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시에 그때쯤 우리 연구원들이 14테슬라 자기공명영상장비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1000억개 신경세포 연결 지도 커넥톰(Connectome)이 뇌의 비밀 쥐고 있다
정보 입력 → 출력 과정의 핵심은 신경세포 연결고리인 시냅스의 변화,
뇌 영상기술 발전으로 뇌의 각 부분이 담당하는 기능·행동 속속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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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에는 무려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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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위를 들자면 역시 뇌이다. 뇌의 중요성은 뇌가 기능을 잃게 되었을 때 개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는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뛰어난 연주나 운동 선수의 멋진 동작뿐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과 사고, 학습과 기억, 의사 결정, 깨어있음과 잠자는 것이 모두 뇌에서 비롯된다. 즉 모든 생존행위에 뇌의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뇌가 기능을 잃으면 이 모든 것이 끝난다.
개인의 모든 생존 행위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행동, 창작, 문화 등도 뇌의 작동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회의 복잡성만큼이나 뇌의 구조와 기능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뇌는 신경세포들이 연결된 전기적 회로의 작동을 통해 기능한다. 신경세포가 이 회로의 기본 구성 요소이다. 한 개의 신경세포의 전기적 정보는 신경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된다. 시냅스는 신경계의 단위인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를 말한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다양한 신경회로가 형성되고, 이들 회로의 작동에 의하여 다양한 뇌 기능이 나타난다. 즉 단일 신경세포는 회로의 한 부분으로서 뇌 기능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시냅스는 생성·약화·소멸 과정 거쳐 신경세포 활동 따라 끊임없이 변화
뇌는 대표적인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뇌가 복잡하게 기능하려면 뇌의 회로와 신경세포들의 복잡성·다양성이 필요하다. 우선 신경세포의 수가 많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1011)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하여 신경세포보다 10배 정도 많은 신경 아교 세포들도 있다. 이들은 다양한 유전자를 발현하고 있기 때문에 종류도 그만큼 다양하다.
뇌의 복잡·다양성의 문제를 생각할 때에 신경시냅스의 다양성을 빠뜨릴 수 없다. 신경세포 하나가 평균 10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고 보면, 모두 100조(1014)개의 시냅스가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들 시냅스는 고정적인 구조물이 아니고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서 생성, 강화, 약화, 소멸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존재이다.
뇌의 기능을 가장 단순하게 보면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 이 두 가지다. 그러나 실제로 정보가 들어와서 나가기까지 뇌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뇌가 하는 기본적인 일은 환경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고 분석하여 환경의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절한 반응이 생존에 필수적임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환경이란 몸의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현상들까지 포함한다. 즉 복통처럼 우리가 인식하는 것, 혈압이나 혈당 농도처럼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몸 속에서 잘 조절되어야 하는 것 등도 뇌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의 일부이다.
뇌가 겪게 되는 정보처리의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뇌에 보관되고, 이렇게 축적된 기억은 뇌의 작동 방식에 변화를 준다. 구구단을 외우고 난 후에 ‘9 곱하기 8은 72’라는 답이 그 이전보다 빨리 얻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컴퓨터와 달리 소프트·하드웨어 통합돼 학습·기억 거치면 회로구조 자체가 변화 -
- ▲ 파킨슨 환자의 뇌 속에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 /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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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연구결과로 보면 학습과 기억이 형성되고 보관되는 과정의 핵심 요소가 시냅스의 변화라는 가설이 힘을 받고 있다. 특정 회로가 학습을 거치게 되면 그 회로에 참여하고 있는 신경세포의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 그 결과로서 시냅스의 구조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서 그 시냅스의 기능이 강화된다는 증거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즉 학습의 결과로서 기억이 생성되면 회로 자체의 구조가 변화되어 기능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이 점이 뇌와 컴퓨터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컴퓨터에서와 달리 뇌에서는 소프트웨어(Software)와 하드웨어(Hardware)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통합(Integrate)되어 있다는 뜻이다. 컴퓨터의 경우 MS 워드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한글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다. 만들어 보관했던 파일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파일을 만들 수도 있다. 컴퓨터 작동에 자꾸만 오류가 생기면 아예 전체를 지워버리고 컴퓨터 자체를 리 포맷(Re-format)할 수도 있다. 뇌에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로의 시냅스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안다. 과거의 언짢은 기억을 모두 없애려고 해도 쉽게 안 되는 이유이다.
뇌에 어떠한 경험 정보가 축적되어 있는가, 그에 따라 새로 접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는 것은 우리의 성격, 능력, 건강 등의 개별적 특성이 만들어지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을 보고서 사람마다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상을 보고서 그것이 자신의 상임을 알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진화한 동물한테서나 볼 수 있는 뇌의 기능이다. 더구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만이 던질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뇌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뇌의 이러한 모든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작용 기전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일러스트 배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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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보듯 뇌 들여다보는 시대 모든 비밀 밝히기엔 아직 갈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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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작용 기전을 이해한다고 할 때에 ‘어느 수준에서 이해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개체의 행동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전통적인 심리학의 영역이었다면, 현재의 뇌 과학은 자연과학의 다양한 발전에 힘입어 분자에서부터 신경세포, 신경회로, 행동에 이르는 전 과정의 연결 고리를 밝히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이 이러한 목표를 욕심 내게 된 것은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예전에는 행동을 분석하는 것으로 뇌 기능을 유추하고자 했다면, 이제는 작동하는 뇌의 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됐다. 또한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생리학, 약리학 등 제반 생명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뇌 기능의 기전을 신경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신경세포의 전기 활동을 직접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 신경 정보가 어떠한 신호 체계로 구성되는지를 유추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뇌 영상 기술의 발달은 뇌 각 부분의 기능과 행동의 관계를 점점 밝혀내고 있다. 뇌 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떤 기능을 수행할 때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기적인 활동이나 혈액 흐름, 대사의 변화 등을 물리적인 신호로 측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를 ‘뇌기능 지도 작성 연구’라 부를 수 있겠다.
뇌 영상 기술이 뇌 기능 연구에 기여하는 바는 엄청나다. 특정 행동이나 감정, 생각이 진행될 때에 뇌의 어느 부분이 활동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우 아무리 뇌 영상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분자, 세포 수준에서의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인간의 뇌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뇌의 신경세포를 떼어내 그 특성을 관찰하거나, 뇌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전극을 삽입하거나,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 기능을 변화 시키기 위하여 약물을 주입하는 등 윤리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특정 신경세포나 회로의 기능을 없앤 후 그 결과 나타나는 뇌 기능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신경세포 및 회로 수준에서의 뇌 기능을 밝혀내는 실험 역시 인간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따라서 뇌 기능의 작용 원리를 연구할 때 분자 수준에서 행동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모델 동물을 사용할 필요가 생긴다. 모델 동물을 동원할 경우 행동 분석이나 뇌 지도 작성의 단계를 넘어 분자, 세포, 신경회로에서의 작용 원리를 밝히기 위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처럼 단순한 동물에서부터 침팬지 같은 고등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이러한 실험에 이용되어 왔다. 특히 유전자 녹아웃(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것) 생쥐를 제작하는 기술의 발달 덕분에 ‘분자에서 행동까지’의 고리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 대상 동물 생쥐가 많이 이용된다.
분자 → 신경세포 → 신경회로 → 행동 전 과정 연결고리 밝히는 것이 궁극 목표
현대의 신경과학연구는 매우 빨리 발전해가고 있다. 행동을 분석하여 유추하는 데에 머물던 옛날의 심리학적 방법에서 훨씬 멀리 나아가 있다. 실제 행동이 진행될 때 뇌 속을 들여다보고, 뇌 세포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고, 뇌 속 분자의 기능을 검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행동, 감각, 느낌, 정서, 생각, 판단 등 모든 생존 행위 하나 하나에 뇌 기능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뇌의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가능하다. 그러나 뇌의 복잡성을 살펴보면, 이는 전혀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미래 신경과학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뇌의 복잡성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현대 신경과학의 큰 과제는 복잡계인 뇌의 구조·기능을 어떻게 낱낱이 밝혀낼 것인가에 있다. 궁극적으로 각각의 신경세포 간 유전자 발현의 차이, 그에 따른 각 신경세포들의 서로 다른 특성, 모든 시냅스들의 연결 상태 및 활동에 연관된 시냅스 전도 효율, 각 회로들의 구조 및 작동 방법을 구별하고, 그들 간의 전기적 활동을 파악하여 이것이 어떠한 뇌 기능으로 나타나게 되는가를 이해하고자 함이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뇌세포와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모든 시냅스의 연결 상태, 즉 커넥톰(Connectome)을 파악하고자 하는 거대한 목표가 거론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목표가 우주를 이해하려는 것 못지않게 광대한 것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향하여 가는 길에 현재까지 인간이 축적한 모든 지혜와 기술을 뛰어넘는 훨씬 더 깊고 높은 수준의 개념 및 기술이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를 뛰어넘는 인간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뇌는 결국 인류가 풀어야 할 미래의 큰 숙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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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짱’ 되는 법] 腦 갈고닦아라 천재도 훈련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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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안 쓰면 퇴보하지만 훈련·운동 반복하면 회로 재구성돼,
게임·학습기 등 두뇌훈련 소프트웨어 시장 5년 내 20억달러 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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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2년 영국의 한 대학. 신경해부학자인 토머스 윌리스(Thomas Willis·1621~1675)는 인간의 뇌를 청중에게 보이면서 뇌의 복잡한 구조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상상을 일궈내며 꿈을 꾸게 하는지 설명한다. 이는 뇌의 작용을 통해 인간의 정신현상을 파악하려는 첫 시도였다. 인간의 영혼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던 ‘심장중심주의’ 세계관에 맞서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선구자적 노력이 있은 지 3세기 반이 지난 지금,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진행되는 ‘뇌’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사활을 건 경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뇌’라는 용어를 접하며 살고 있다.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현상에는 ‘뇌의 활동’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 따라서 뇌의 활동과 정신현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정신건강(mental health)과 정신질환(mental disease)은 뇌를 통해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이나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서 신체적 건강 혹은 신체 질환 문제와는 달리 부정적 편견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건강한 정신이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말하면 뇌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뇌가 건강한 사람의 특징은 항상 자신의 뇌를 잘 계발하고 활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뇌를 계발하고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건강한 신체를 위해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듯이 마음의 근육 또한 뇌라는 실재를 통해서 훈련시킬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지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며 순간 순간을 나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 ▲ 명상시 나타나는 정신현상의 생물학적 기반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 photo 조선일보 DB
뇌 깨우는 명상
수련 중 대뇌피질 두꺼워지고 신경세포 활발해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혈중 농도는 감소시켜 -
불안정한 경제 상황, 기업 파산과 실직 위험, 잇따른 자살 소식 등 최근 우리는 스트레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장기간의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뇌세포의 재생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야기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 반복되는 단기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과 함께 여러 신체 증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부분이 명상(冥想·Meditation)이다. 오래 전부터 명상이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 기능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혈중 농도를 감소시키며 인터루킨과 감마인터페론 같은 면역지표를 정상화시키는 등 전반적인 신체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명상 시 나타나는 정신 현상의 생물학적인 기반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관심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미국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정기 총회에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가 초대되면서부터이다.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명상 자체가 주의집중력, 단기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나 활력감, 긍정적인 생각 등 정서 기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었다. 실제로 대뇌 피질 두께를 MRI 영상을 통해 측정하면 명상 수련 시에 주의력과 감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회색질 두께가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그 효과는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영역의 신경세포 기능이 활발해진 것을 의미한다. 성인의 뇌도 훈련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년 이상 매일 수행한 참선 수행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뇌 피질 두께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명상이 정상 노화에 따른 인지저하를 막아줄 수 있는 예방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명상 시 나타나는 정신 현상의 생물학적인 기반에 대한 뇌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몸’을 자아와 세계와의 교통방식으로 보는 동양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몸을 통해 뇌를 깨우는 명상법이 서양적 사고 체계가 중심이 되고 있는 뇌과학에서 큰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명상이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몸과 마음의 통합적 관점에서 관리하는 좋은 훈련법일 뿐 아니라 앞으로 뇌가 가진 신비의 베일을 벗기는 좋은 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브레인 피트니스
훈련 반복할수록 신경세포 생성·증가 확인, 닌텐도 등 관련 콘텐츠 산업의 새 트렌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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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뇌를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뇌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근래에는 특정 활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뇌에 일정한 훈련을 반복시키면 신경계에는 특정한 행동순서를 조절하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처음에는 소수의 신경세포가 관여하다가 훈련이 반복되고 강화될수록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수가 점차 늘어나게 된다. 이런 반복된 훈련을 통해 뇌가 정교하게 변화되고 강화됨으로써 우리의 뇌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정신질환도 광의에서 보면 이러한 뇌기능의 장애를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뇌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뇌 질환의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21세기 뇌과학의 화두이자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뇌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두뇌 훈련 소프트웨어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뇌 관련 서적과 교육, 게임, 음악, 음식, 학습관련 기기, 심지어 사이버 마약까지 뇌 관련 콘텐츠가 주요 문화 트렌드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닌텐도 DS 시리즈가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되었고 ‘브레인 피트니스(brain fitness)’로 통칭되는 두뇌 훈련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두뇌 개발 관련 시장규모는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 성장을 하여 2015년에는 20억달러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노인이나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위한 재활훈련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일반인을 대상으로 게임처럼 쉽고 재미있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 같은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로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여전히 인지기능 향상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연구가 더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지기능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일부 보고되기 시작했다. 2009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단순한 계산을 반복 연습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산속도나 정확도가 증가할 뿐 아니라 뇌도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두뇌를 훈련하고 단련시키는 게임 또는 뇌파를 이용한 뉴로피드백 같은 기기가 보급되고 있고 두뇌 트레이닝 관련 서적들도 꾸준히 관심을 끌고 있다.
뇌는 계속 바뀐다
머리 많이 쓰는 바둑기사 전두엽, 일반인보다 발달
개인별 맞춤교육으로 잠재력 최대한 발휘하게 하자
그렇다면 똑똑한 뇌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두뇌의 능력 즉 인지 능력이란 것은 기억능력, 주의집중력, 공간지각, 언어능력, 수리능력, 추론 및 사고능력, 집행능력 등을 모두 포함하여 일컫는 말이다. 이런 뇌의 인지능력은 각 사람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의 뇌라도 성장단계에 따라 여러 경험에 따라 평생 동안 변하게 된다. 또한 우리의 뇌는 삶의 경험과 요구를 기초로 변하는 동시에 기적적으로 적응하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뇌의 부족한 기능적인 측면은 저절로 복귀될 수가 없으며 오히려 사용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상실될 수도 있고, 반대로 뇌의 적응성을 이용하여 인지기능의 부족한 측면을 강화시킬 수 있는 훈련과 운동을 해나가면 뇌 회로를 재구성해나가고 뇌기능을 발달시킬 수도 있다. 뇌의 신경학적인 인지기능을 강화시키는 직접적인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뇌의 다양한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인지능력 안 쓰면 퇴보하지만 훈련·운동 반복하면 회로 재구성돼
게임·학습기 등 두뇌훈련 소프트웨어 시장 5년 내 20억달러 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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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문 바둑기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 구조에 대한 뇌 영상을 비교한 결과, 전문 바둑기사들이 일반인에 비해 전두엽과 다른 뇌 부위와의 연결성이 증가된 소견이 관찰됐다. 프로 바둑기사와 아마추어 기사들을 비교해도 같은 패턴으로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프로 기사들이 훈련을 통해 바둑정보 기억저장고에서 효율적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통합하여 빠르게 처리해 나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를 반영하듯 국내 연간 사교육비 시장은 약 13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입시지옥’으로 대변되는 과열된 경쟁 이면에는 ‘청소년 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자살률과 저출산율 세계 1위’라는 숨기고 싶은 현실이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우리의 교육 방식이 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지식전달 교육의 측면이 강하다는 데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요구와 흥미, 능력, 학습 양식 등에 맞추어 설계된 교육을 통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어쩌면 뇌과학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맞춤 교육을 통해서 한 개인의 잠재적인 무의식은 의식화된 사고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고 이러한 개인 아이디어의 집단적 동조화(synchronization)는 창조적으로 세상의 가치를 바꿀 수 있다. 세계의 유명 뇌과학자들이 앞다투어 인간의 잠재능력과 창조성 개발 등의 교육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인간의 뇌에 무한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 최근 좌뇌·우뇌를 함께 움직이는 뇌 훈련법이 중요시되고 있다. /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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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진화
뇌 구조·기능뿐 아니라 마음까지 밝혀내는 과학, 현실 적용에 따른 법적·윤리적 논란 불가피할 듯 -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두뇌 훈련이라는 것은 우리의 몸을 부단히 운동으로 단련하듯이 생활 속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는 훈련, 꾸준히 학습하고 생각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탁월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타고난 능력보다도 뇌의 유연성과 기능의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 투자했던 많은 훈련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조용한 혁명을 이루기 위해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옳은 방법을 알고 이에 꾸준한 노력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뇌과학의 발전’이란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뇌의 물리적 속성과 작동기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뇌과학은 그대로 인간 존재의 실존적 물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있으며 교육, 문화, 정치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윤리적·철학적 문제도 아주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뇌 영상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뇌 프라이버시(brain privacy)와 기술의 부정확성, 인지능력 향상물질의 윤리적 문제, 뇌과학 연구에 따른 인간의 도덕적·법적 책임에 대한 논란 등은 ‘뇌과학의 시대’에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 기술의 진보’를 통해 이루어진 미래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묘사되었듯 인공지능 컴퓨터가 개인의 뇌를 통제하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 사이의 선택을 강요할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 인간 본래의 가치실현을 위한 세상이 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뇌’에 대한 관심과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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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뇌’ 만드는 훈련법
똑똑하고 건강한 뇌를 위해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은 없을까? 현대 뇌과학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원리를 기초로 해서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뇌 훈련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좌뇌·우뇌 함께 움직여라
- 소리 내어 책 읽기·운동·춤추기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지며 서로 다른 작용을 한다. 좌뇌는 주로 암기력이나 언어능력, 계산능력과 관계된다. 우뇌는 공간지각능력, 음악적 능력, 예술적 능력 등과 관련되어 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좌뇌의 기능을 사용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우뇌는 사용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공간지각능력이나 계산능력같이 좌·우뇌의 기능을 모두 필요로 하는 바둑 같은 활동을 취미로 하는 것은 두뇌가 통합적으로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오감과 연결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는 것이 있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몸의 감각과 연결된 뇌의 영역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뭔가를 보고 외울 때에도 단순히 머릿속으로 읽기보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이러한 뇌를 통한 감각·운동의 통합이 신경세포 회로인 시냅스(synapse)를 발달시키고 뇌에 자극을 줌으로써 새로운 뇌를 발달시키게 된다.
습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라
- 집에 가는 길 바꾸기·왼손으로 수저질
습관은 이미 어떤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 뇌 신경회로가 공고히 강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굳어 있는 뇌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습관을 깨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더욱 예민해진다. 예를 들어 집에 갈 때 항상 가는 길을 바꿔 보거나 가끔 왼손으로 수저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 행동의 유연성뿐만 아니라 직면한 문제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같은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문제상황이 생겼을 때 보다 곰곰이 이전에 내가 했던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보자. 문제를 해결했을 때 뇌 발달뿐 아니라 덤으로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매일 일기를 써라
- 스트레스 낮아지고 뇌 부위 간 교류 활발해져
매일 일기를 쓰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좋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감정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면 실제로 스트레스 정도가 낮아져 뇌가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또 일기를 쓰면서 뇌는 그날의 정보들을 조합하게 되고 이는 두정엽에 저장된 장기기억을 전두엽으로 보내도록 촉진함으로써 뇌 부위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한다. 또한 글을 직접 손으로 쓰는 행동은 몸의 감각과 연결된 뇌의 영역들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라
- 뇌에 공급되는 혈액·산소량 많아져 신경세포 재생
규칙적인 운동이 뇌의 크기,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됐다. 생물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세포로 공급되는 혈액량 및 산소량이 많아지면서 뇌에서 생기는 신경성장 유발 물질(BDNF) 수치가 높아진다.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와 스콧 스몰의 공동 연구에서는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서 운동을 통한 신경세포의 생성이 확인되었다. 일리노이대학의 아서 크레이머의 연구에서는 운동이 전두엽의 크기를 확장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는 1960~1970대 남녀를 대상으로 여러 연구에서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이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 개선과 관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지속적인 운동은 해마, 전두엽, 소뇌 같은 기억과 관련된 부분이나 운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인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이상으로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라
- 기쁜 생각 하면 통찰력·인지 조절 능력 향상
슬픈 생각을 하면 뇌가 우울해지고 기쁜 생각을 하면 뇌가 즐거워한다. 우리가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긍정적 삶의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긍정적인 정서가 집중력과 인지조절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통찰력을 증가 시킨다는 보고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로 인해 통찰력이 향상되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해결책이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옛말이 뇌과학 연구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뇌의 구조와 기능] 뇌의 작용은 감각입력→운동출력의 과정
신경시스템의 목표는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
‘해마→유두체→시상전핵→해마’의 파페츠회로가 기억에 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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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감정, 상상, 꿈, 그리고 의식활동 모두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뇌에 관한 과학적 발견들이 뉴스가 되고 개개인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이다. 뇌 과학이 개인의 사고, 판단, 습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해준다. 스스로 삶의 효율을 높이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뇌 공부가 필요하다. 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위해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뇌 구조와 기능을 숙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둘째, 뇌의 작용을 이해한 대로 자신의 일상생활에 적용해 본다.
셋째, 뇌 과학 관점에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관찰한다.
운동의 관점에서 뇌의 작용은 ‘감각 입력’을 바탕으로 ‘운동 출력’을 산출해 내는 과정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 신호’가 오면 기억을 참조하여 처리하고, 그 결과를 타이밍에 맞춰 운동 출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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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입력과 기억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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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에서 투시한 뇌
이러한 다양한 뇌의 능력들은 대부분 신경세포 집단들 간의 상호연결로 가능해진 것이다. 외부 환경입력에 맞추어 운동출력을 산출하는 과정은 대규모의 피질-피질 신경세포의 연결로 신경 세포집단들이 상호간 신호를 주고받는다. 뇌의 신경세포 그룹 간의 상호 신경섬유의 연결망을 에델만은 의식모델에서 ‘재입력’작용이라 했다. 함께 연결된 신경세포들은 신경펄스를 방출하여 뇌의 전체적인 동시성과 결합성을 만들어 의식작용의 일원적, 통일적 속성을 만들게 된다.- ▲ 1 뇌 세부 구조. 2 위에서 본 뇌.
- ▲ 뇌의 주요 부위와 연결망
- <도표> 왼쪽의 감각 피질 영역에서 중간의 파페츠회로 영역, 오른쪽 위의 전두엽 영역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까만 선으로 된 장거리 피질-피질 신경연결을 보자. 해마에서 만들어진 기억이 유두체, 시상전핵 등을 거쳐 대상회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시 해마로 들어간다. 이것이 하나의 상호연결회로를 그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파페츠회로다. 이 신경연결회로는 뇌과학자 파페츠에 의해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의 신경연결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이 회로가 기억에 주로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정과 기억을 생성하는 영역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기억은 감정으로 채색되어 있다. 시각, 청각, 체감각의 감각입력들이 모두 연결되어서 외부신호에 대한 다중감각으로 결합되어 해마에서 기억이 생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신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옮겨져 장기기억이 된다. 뇌 전체 연결망에서 전대상회는 <도표> 오른쪽 전두엽 위에 위치하여 내측두엽의 파페츠 기억회로와 전두엽을 연결한다. 감각 입력을 받아들이는 부위도 후대상회와 마주보고 있다. 대상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앞부분의 전대상회는 전두엽과 연결되어 감정의 인식기능과 관련되며, 후대상회는 주로 감각입력을 대뇌 피질로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 운동출력
<도표>를 입력에서 출력의 순서로 살펴보자.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는 내부 시스템을 하나의 블랙박스로 봤을 때 입력부(시각, 청각, 체감각 피질)가 있고 운동 출력이 있다. 운동 출력은 자율운동, 리듬운동, 지향 운동, 사지에 의한 큰 자세운동, 미세운동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도표> 밑 부분에 적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뇌는 감각입력을 받아서 적절한 운동출력을 만드는 기관이다. 우리 인간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은 얼굴표정근육과 혀와 입술근육으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신경시스템이 하는 일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말을 하고, 음식으로 소화하고, 호흡하고, 심장이 박동하는 모두가 움직임이다. 감정을 표현하며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움직임이다. 뇌 과학자 이나스는 우리 인간의 사고작용도 결국 움직임이 진화적으로 초기 척추동물에서부터 약 5억년에 걸쳐 중추신경계를 통해 대뇌속으로 내면화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운동 출력을 다양하게 생성할까. 입력을 바탕으로 운동을 계획하는 곳이 전두엽이다. <도표> 오른쪽 위의 전두엽 영역을 보면 안와전두엽, 배외측 전두엽, 전두시각 피질, 내측 전두엽, 전 운동영역, 1차운동영역이 있다. 유아기부터 학습된 운동동작은 대뇌 기저핵에 무의식적 절차기억으로 저장된다. 그 후 일생 동안 비슷한 입력이 들어오면 전두엽과 협력하여 대뇌 기저핵에서 저장된 운동 프로그램이 선택된다. 전두엽이 계획하는 운동출력에 해당하는 이미 학습된 관련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곳이 대뇌 기저핵이며, 소뇌는 운동출력의 시간조율, 시간맞춤을 한다고 여겨진다. 운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보완 운동영역, 전운동영역, 1차 운동영역이다. - 신경시스템의 목표는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
‘해마→유두체→시상전핵→해마’의 파페츠회로가 기억에 관여 - ① 시상 - 감각 신호 전달
뇌 전체 작용을 이해하는 데 시상은 매우 중요하다. 이 <도표>에서는 시상의 여러 핵들이 한 군데 몰려 있는 게 아니라, 열 두 개의 핵이 대뇌 피질과 관련된 각각의 신경핵들로 분리되어 흩어져 표시되어 있다. 신경핵은 신경세포체가 집단적으로 모여서 수 ㎜ 정도의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다. <도표>에 회색박스로 나타낸 것처럼 시상핵들은 대뇌피질 대부분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시상은 길이가 3㎝, 폭이 1.5㎝ 되는 앞쪽이 약간 좁은 타원형 구조체로 뇌간의 윗부분에 좌우 2개가 있다. 시상 관련영역을 크게 분류해 보면 시상상부, 배쪽시상, 등쪽시상, 시상하부로 이루어져 있다. 시상상부에는 밤낮 주기와 관련된 멜라토닌 생성의 송과체와 후각을 매개해주는 고삐핵이 있다. 배쪽시상과 등쪽시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쪽에 시상전핵이 있고 아래쪽에 배쪽전핵(VA), 배쪽외핵(VL), 배쪽후핵(VP)이 차례로 있다. 배쪽후내핵(VPM)이 배쪽후외핵(VPL) 위에 있다. 그리고 등쪽외핵(DL)과 등쪽후핵(VP)이 가운데에 차례로 있고, 그 위에 상당히 큰 등쪽내핵이 있다. 등쪽시상은 <도표>에서 D(dorsal)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배쪽시상은 VA, VL, V 등 V(ventral)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시상핵들 중에서 의식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핵은 시상내부에 신경섬유다발로 구성된 시상수질판내핵이다. 시상수질판내핵은 비특수핵으로 다른 시상핵들을 제어하여 감각신호가 피질로 전달될 때 조절 관문역할을 한다.
이 <도표>에 시상핵이 모두 12개나 분포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시상의 중요한 역할은 감각신경 신호를 대뇌피질로 방사하여 전달해주는 것이다. 시상과 피질 각 영역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의식상태의 출현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에델만은 시상-피질 신경신호의 상호 작용을 역동적 핵심부(dynamic core)라 정의하고, 인간 뇌의 고등한 분별기능인 감각질이 바로 시상-피질의 역동적 신경신호 재입력 작용에서 생긴다고 설명한다. 뇌의 전체적 동작으로 시상과 피질 사이의 신경연결망이 다양한 분별작용을 하여 주변 환경을 범주화해 하나의 장면을 생성한다.
② 전두엽 - 운동 계획
전두엽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배외측 전전두엽, 복측 전전두엽, 안와 전전두엽으로 구성된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환경신호를 기억과 비교하여 운동출력 산출을 위한 추론,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작업기억이 주로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배외측 전전두엽이다. 복측 전전두엽과 안와 전전두엽은 감정과 사회적 정서를 형성하며, 후각과 관련된 편도체와 해마에 신경전달을 한다. 인간의 후각입력 신경연결인 후각망울은 전전두엽 아래 들어가 있다. 후각은 편도체와 해마에 연결되어 감정과 기억을 촉발한다. 전전두엽에서도 눈동자가 들어가는 부분인 안와 전전두엽은 사회성과 관련된 곳이다.
신경과학자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안와 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안와 전전두엽에 손상이 생기면 감정이 손상되는 것이다. 감정이 아주 둔감해져서 세상의 변화는 물론 자신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진다. 이 결과로 결정적으로 손상되는 것이 판단력이다. 사회적으로 균형 있는 판단력을 상실한다. 다마지오는 이성적 판단,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 풍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정과 느낌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적절하게 운동 출력을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것이다. 전두엽은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에 장기간 집중하게 하는 의지력을 만든다. 목표를 향한 내적 경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전두엽의 중요한 기능이다.
③ 대뇌 기저핵 - 운동 프로그램의 선택
전두엽에서 프로그램화된 계획들이 상황에 맞게끔 운동출력을 선택하는 부위가 바로 대뇌 기저핵이다. <도표> 중앙의 대뇌 기저핵 영역을 보면, 등쪽 선조체와 배쪽 선조체로 이루어져 있다. 등쪽선조에는 선조체, 창백핵 내절, 창백핵 외절, 시상밑핵이 있고, 배쪽선조에는 배쪽창백과 측좌핵이라 불리는 중격의지핵이 있다. 배쪽선조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운동 출력은 감정과 기억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전체가 대뇌피질로 감싸인 많은 신경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뇌 기저핵이라 한다. 대뇌 기저핵은 회로망을 구성하며, 전두엽과 연결돼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대뇌 기저핵의 중격의지핵은 도파민을 분비해 쾌감과 관련된 영역이다. 중격의지핵도 기억회로의 해마 쪽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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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의 뇌
- 또 도파민을 분비하는 중뇌상부의 배쪽피개 영역이 대뇌기저핵과 연계되어 있다. 중뇌의 흑질 역시 기저핵과 연계되어 있다. 흑질은 흑질치밀부와 흑질그물부로 이루어져 있다. 흑질치밀부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가 세포사하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이다. 대뇌 기저핵에서 의식활동과 관련된 신경조절물질은 아세틸콜린이다. 아세틸콜린은 꿈의 특징인 과잉 시각연상작용과 관련되며, 각성시에도 의식의 연상작용을 만든다. <도표>에서 대뇌각 교뇌핵에서 생성된 아세틸콜린이 시상수질판내핵과 연결되어 있다.
일차의식과 고차의식
① 일차의식
에델만은 의식이론에서 시상과 피질 사이의 신경연결인 역동적 핵심부가 인간 뇌의 고등한 분별력인 감각질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뇌 전체의 신경신호 전달과, 의식의 출현에서 중요한 것이 전두엽과 시상의 연결, 즉 피질-시상계이다. 신경섬유의 상호연결로 진화상으로 시상-피질 시스템과 가치-범주 기억의 뇌간-변연 시스템이 연결되어 주변 환경을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인 일차의식이 포유동물에서 출현한다. 에델만에 의하면 ‘시상-피질 시스템’과 ‘뇌간-변연 시스템’, 이 두 시스템이 진화적으로 연결되면서 일차의식이 생성됐다. 일차의식에서는 기억된 현재만이 작동하므로, 동물에서 과거와 미래는 어려운 개념이며 자아의식도 제한적이다. 동물은 현재라는 사슬에 결박된 존재이다.
② 고차의식과 언어
에델만 의식모델은 진화적으로 이미 형성된 일차의식과 인간에서 가능해진 언어능력을 연결하여 고차의식의 출현을 설명한다. 고차의식으로 인해 인간은 개념의 범주화가 활발히 작동하여 대규모의 기억이 가능해지고, 지난 기억과 현재입력을 비교하면서 과거라는 개념이 형성된다. 언어의 출현이 촉발한 고차의식은 인간에게 자연현상을 기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해주어 미래를 예측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뇌의 진화로 인간은 사회와 문화를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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