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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몽 결합은 몽상 아닌 필연…

醉月 2009. 8. 17. 07:28

인명진 목사의 몽골 드림
“한·몽 결합은 몽상 아닌 필연… 한·몽 국가연합 저작권자는 MB”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 한·몽 국가연합이란 말을 처음 만든 건 MB
● 몽골에선 자존심 상한다고 그런다
● 몽골은 금덩이를 깔고 앉아 굶는 처지…

 

소설가 황석영(66)씨가 좌파한테 훼절했다, 변절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수행원으로 참여한 그는 ‘몽골+2코리아’ ‘알타이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뜻을 나누면서 ‘한번 해봅시다’ 하게 됐다”는 거였다.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사람을 동지(同志)라고 한다. 인명진 목사(63·갈릴리교회)는 황씨의 동지 격이다. 2월 출범한 ‘코리아몽골포럼’의 수장인 인 목사도 몽골+2코리아라는 꿈을 꾼다. 그런데 그는 “소설가가 소설을 썼다”고 황씨를 맹비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MB정권 인사인 그도 좌파한테 훼절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긴급조치 위반, YH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투옥됐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지낸 그는 MB정권 창출을 도왔으며,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부모 몰래 연애해야 한다”

그도 황씨처럼 달변(達辯)이다. 말이 능숙하고 막힘이 없다. 그는 “몽골-코리아 연합의 저작권은 MB에게 있다”고 말했다. 몽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한국과 몽골의 관계가 깊어지는 건 필연이란다. 그게 가능한 얘기일까?

몽골+2코리아란 말을 듣고 황당무계(荒唐無稽)했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황씨의 발언을 두고도 비꼬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나그네이고, 작가인데 그냥 나둬라”(김지하 시인), “완전히 뿜었다”(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그런데 저작권자가 한국의 대통령이란다. 이쯤 되면 그저 그런 몽상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인 목사의 말을 듣다보니 그럴듯한 구석도 없지 않다. 상상력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MB도 “중국의 반대가 없다면 실현가능하다”고 한 적이 있다.

▼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황당무계하다거나 몽상(夢想)이라고 비꼬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소설 같은 얘기다. 그러나 길게 보면 가능하다.”

▼ 30년, 50년 뒤를 말하는가.

“급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황씨처럼 책임지지 못할 말 꺼내서 오해 살 일이 아니다. 몽골이 바싹 긴장할 거 아닌가.”

▼ 10년 안에도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그런데 부모 몰래 연애해야 한다. 부모가 반대할 거 뻔히 알면서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

그가 말한 ‘부모’는 중국을 가리킨 것이다. 언론이 황씨의 발언을 보도한 5월15일 그는 몽골에 있었다.

▼ 몽골에선 어떻게 보나.

“굉장히 민감하게 본다. 한마디로 냉담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몽골은 한반도 7배 면적의 영토대국이다.

“자존심 상한다고 그런다.”

▼ 황씨는 대통령과 교감을 가진 것처럼 말했다. 현실정책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뉘앙스였다.

“그게 잘못됐다는 거다. 소설가가 그런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주위 환경도 있고, 민감한 문제인데…. 지금 입 밖에 꺼낸 건 경솔했다. 최소한 중국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훗날의 일이고,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교감 있는 것처럼 말해서 득 될 게 없다. 정부가 나설 때도 아니고 나서서도 안 된다.”

칭기즈 칸의 나라

몽골은 13세기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대(大)제국을 세웠다. 그 후 중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1년 옛 소련의 도움으로 독립해 1924년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중국과 러시아 틈에 낀 몽골은 자원부국으로, 영토 면적은 미국 알래스카 주보다 조금 작다. 몽고(蒙古)란 명칭은 중국이 오랑캐라면서 얕잡아 부른 것.

▼ 몽골 친구가 여럿 있는데 자부심이 강하더라.

“그렇다. 몽골이 어떤 나라인가. 칭기즈 칸의 후예 아닌가. 한국에서 몽골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커뮤니티에서 왕따당한다. 칭기즈 칸의 피를 더럽힌다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살만하니, 돈푼이나 있으니 흡수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잘못된 거다.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주장이 그렇지 않았는가. 몽골대사관에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국가연합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근로자들 때리지나 말라’고.”

황씨는 블로그를 통해 “현재의 세계적 공황과 한반도가 부딪친 정치·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고 활로를 모색하려면 국가 경영에 대한 비약적 상상력과 기획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돕고 남북이 불가침협정을 맺어 광활한 땅을 개발하는 게 문명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인 목사도 황씨와 생각이 비슷했다.

영토대국 몽골은 중국의 영토욕을 두려워한다. 사막화는 몽골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몽골 민족은 우리와 핏줄이 가장 가깝다. 한국인은 몽골을 떠올리면 향수를 느낀다. 몽골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외국인이 아닌 형제로 느낀다. 재미난 게 미국의 한인타운 근처엔 예외 없이 몽골 사람이 산다. 핏줄이 당겨서 그런 거다. 언어도 알타이어 계열로 비슷하다. 우리말의 ‘사돈’이라는 단어가 몽골에서 유래한 것이다. 몽고는 고려를 사돈국이라고 불렀다. 고려의 왕비가 몽골인이고, 고려 여자가 몽골의 귀족을 낳았다. 제주도 방언은 몽골말에 뿌리를 둔다. 제주도의 합덕이라는 지명은 몽골의 함트에서 나온 거다. 그리고 몽골이 보유한 엄청난 지하자원을 생각해봐라. 몽골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건 우리에겐 필연이다. 한국 자본은 몽골의 소득을 늘려줄 수 있다. 내륙국인 몽골은 바다로 진출하기를 원한다. 그 꿈을 이뤄줄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몽골은 또한 남북의 통일을 돕는 다리 구실을 할 수 있다.

                                                                             대륙 한복판의 광활한 땅과 북한 노동력을 연계하면 엄청난 효과가 나온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몽골과 역사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가깝다. 쿠빌라이 칸(1215~1294)은 20만명의 여성을 한국으로 보냈으며, 몽골과 고려는 서로를 ‘신부 나라’ ‘신랑 나라’ ‘어머니 나라’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은 명나라 주원장(1328~1398)의 군대와 전쟁을 치르던 몽골군이 현지에 살던 고려인을 동족이란 이유로 죽이지 않았다고 전한다.

“잃어버린 형제 찾는 일”

▼ 언제부터 몽골에 관심을 가졌나.

“19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선교를 해왔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게 우리 교회다. 당시 만 해도 이주노동자가 갈 교회가 없어 주일마다 600~700명씩 우리 교회에 왔다. 인권·복지·의료가 모두 열악할 때다. 보험 안 되고 말 안 통하니 약 한 알 못 사 먹었다. 주일마다 의사를 조직해서 치료해줬다. 우리 민족이 따지고 보면 단일 민족도 아닌데 다른 인종에 배타적이다. 지금은 한결 나아졌지만 백인에겐 열등감을 느끼면서 그밖의 인종은 깔본다. 목욕탕에서 이주노동자를 안 받아 교회에서 목욕시설을 제공했더니 그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교회 안에 몽골교회를 세워 몽골인 목사를 데려와 목회하게 했다. 그런데 몽골인과 함께 지내보니 풍습, 정서가 우리랑 똑같은 게 아닌가. 그즈음부터 몽골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박원길 교수(고려대) 같은 몽골 전문가와 교유하게 됐다.”

코리아몽골포럼은 5월 울란바토르에서 촐 몽 울란바토르대 부총장을 비롯한 몽골 학자 7명과 한국의 역사학자 3명이 참석한 세미나를 열었다. 몽골+2코리아 국가연합을 학문적 차원에서 뒷받침하고자 마련한 행사다.

“몽골 학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또 한번 놀랐다. 인종적, 역사적으로 몽골과 한국은 뿌리가 하나다.”

▼ 혈연공동체 운운하는 건 파시즘적이지 않은가.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그게 어떻게 파시즘적인가.”

▼ 경술국치가 떠오른다. 한국이 더 강하니까….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몽골이 그렇게 느끼지 않게끔. 잃어버린 형제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일이다. 민간에서 문화적, 역사적 공통점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리아몽골포럼도 몽골과 문화 역사 교류를 긴밀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 코리아몽골포럼이 황씨한테 지적재산권을 빼앗긴 형국이다. 그래서 특임대사로까지 거론된 황씨를 비난하는 거 아닌가.

“그런 거 아니다. 특임대사 같은 거 관심 없다. ‘한·몽 국가연합’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 누군가.

“한·몽 국가연합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이 MB다. 기업에서 일할 때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오가면서 자원 문제로 접근했던 것 같다. MB는 몽골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엔 서울과 결연한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적도 있다. 몽골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가 쥔 여러 카드 중 하나였다고 한다. 8월 MB가 몽골을 방문한다.”

▼ 인 목사도 수행하는 걸로 들었다.

“비공식적으로 함께 가자는 얘기를 들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MB는 서울시장으로 일하던 2006년 사석에서 한·몽 국가연합과 관련해 ‘신동아’에 이렇게 밝혔다.

“중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선 실현가능하다. 몽골과 함께하는 것은 한국으로선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러 여건이 맞으면 몽골도 원할 것이다.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몽골 인구가 280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몽골 인구가 1000만명을 넘으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인구 4800만명의 한국은 280만명의 몽골과 충분히 연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 취업한 몽골인은 몽골 전체인구의 1%인 2만5000명 정도다. 그런데 이들이 몽골로 송금하는 돈이 연간 3억달러로, 몽골 GDP(18억7000만달러)의 16%나 된다. 한국이 몽골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이처럼 크다. 몽골은 한국과 경제활동을 함께 할 기회를 더 많이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또한 몽골은 한국을 우방국으로 여긴다. 한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좋은 환경이다. 몽골인도 ‘몽골과 한국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본다. 몽골인은 한국인과 같은 종교(불교)를 믿고 있어 금방 친해진다. 몽골은 중국 물자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내몽골에서 몽골 민족을 몰아내는 소수민족정책을 쓰고 있다.”

 

“금덩이를 깔고 앉아 굶는 처지”

MB가 저작권을 가졌다는 한·몽 국가연합이 발전한 게 몽골+2코리아 국가연합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코리아몽골포럼 구해우 이사는 ‘남·북·몽골 3자 연방통일국가’를 주장한다. 1단계는 ‘코리아·몽골 경제문화공동체’로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자면제협정을 맺는 것이다. 2단계는 ‘남·북·몽골 간 국가연합’. 유럽연합(EU)처럼 독자적 정부와 군대를 갖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통합력을 키우는 단계다. 그리고 3단계로 남·북·몽골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해우 이사는 우리 포럼의 상임이사인데 나하고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분은 높은 사람을 주로 만나서 그런지 훨씬 정치적이다. 나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많이 접해서인지 구 이사 생각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방법론은 달라야 한다고 여긴다.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가연합, 연방 같은 말은 꺼내지도 말고 교류를 늘리는 게 현 단계에서 할 일이다.”

국가연합은 유럽연합을 떠올리면 된다. 독립한 국가가 느슨한 연합체(Union)를 구성한 것이다. 국제법상 연합의 구성국은 별개의 주체다.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국가연합 형태로 출발했다. 스위스도 국가연합이 연방(Federation)으로 발전한 국가로, 연방을 구성한 뒤에도 스위스국가연합(Confe·de·ration)’이란 국호를 유지한다.

결혼했다가 이혼한 나라도 있다. 리비아 모로코의 아랍아프리카연합(Arab-African Union), 세네갈 감비아의 세네감비아 국가연합(Senegambia Confe-deration)이 그렇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옛 소련의 공화국으로 이뤄진 독립국가연합(CIS)은 국제법상 의미에서 국가연합은 아니다.

한·몽 국가연합이 경제에 곁점을 찍었다면 몽골+2코리아 국가연합은 경제+안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몽골은 금덩이를 깔고 앉아 굶는 처지”(나차긴 바가반디 전 몽골 대통령)다. 자원부국이지만 인구, 자본, 기술이 부족해 발전이 더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몽골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몽골은 2003년 이라크에 179명의 전투병을 파병했다. 육군 병력이 8000여 명인 몽골은 미국이 지어준 유엔(UN) 평화유지군(PKO) 훈련장을 갖고 있다. 최근 몽골을 다녀온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몽골을 친미(親美)국가로 만들려는 미국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코리아몽골포럼의 한 인사는 “미국은 친미 노선을 추구하는 몽골이 한국과 짝을 맺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몽골+2코리아연합의 그림이 더 커진다. 한국-미국-일본의 해양 세력이 북한과 몽골로 영역을 넓히거나 중국, 일본, 몽골+2코리아연합이 동아시아에서 세력을 균점하는 구도다.

 

“결혼하려면 연애부터”

▼ 몽골은 중국을 어떻게 보나.

“중국이 몽골한테 무섭게 했다. 청나라 때 탄압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컨대 장자는 전부 승려가 되게끔 했다. 애를 못 낳게 한 거다. 중국은 몽골에 안보위협국이다. 중국은 한반도 북부를 상대로 동북공정을 하면서 몽골을 상대로는 북방공정을 했다. 북방공정을 통해 몽골 영토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몽골은 몽골제국과 칭기즈 칸이 중국과 중국인으로 뒤바뀌는 데 분개한다.”

▼ 러시아의 영향력은 어떤가. 동서냉전 때 몽골은 러시아의 위성국이었다. 지금도 몽골은 친미정책과 함께 친러정책을 펴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 일본이 몽골에 엄청나게 지원한다. 우리가 몽골한테 주는 건 조금이다. 그런데 몽골인은 미국, 일본보다 우리를 더 고맙게 생각한다.”

▼ 왜 그런가.

“핏줄이 통해선지 몽골은 한국을 좋아한다. ‘아내의 유혹’ 같은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되고 1주일 뒤에 몽골말로 더빙돼 방송된다. 라디오에선 한국 가요가 흘러나온다. 한국인은 일본처럼 돈만 주고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스킨십하면서 친구로 사귄다. 몽골어는 러시아 문자로 기록된다. 그걸 한글로 적으면 더 편리하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몽골이 사용하던 문자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몽골인은 한국어와 한글을 쉽게 익힌다.”

▼ 몽골+2코리아 연합에 동의하면서도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누차 말했지만 한국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애부터 시작해야 한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길 만큼 서로 사랑해야 한다. 거듭 말했듯 국가연합 같은 단어는 꺼내선 안 된다. 몽골인한테 내가 이렇게 말했다. ‘황석영씨가 소설 쓴 거다. 작가라서 상상력이 풍부하다. 진실로 받아들이지 말라. 황석영, 이명박 서로 친하지도 않다. 정부의 일이 아니다.’ 황씨가 소설이나 하나 써줬으면 좋겠다. 동(東)몽골에서 헤어진 형제가 수천 년 뒤 다시 만나는 스토리 말이다. 나도 오해받을 사람이지만 민간 베이스인데다 오랫동안 식구처럼 지내왔다. 소설가는 소설 쓰고 목사는 기도하면 된다.”

▼ 연애는 어떻게 하나?

“국제정세도 국가연합을 용납하지 않는다. 중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몽골과 친해지는 게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몽골과 연애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얼마 전 몽골인 한 분이 건설현장에서 죽었다. 우리가 산재보상 다 받아주고 그랬다.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인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 몽골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몽골인이 사는 국가다. 그네들은 초원에서 양 기르다 온 사람들이 아니다. 몽골의 엘리트가 한국에 온다. 그 사람들이 몽골에 돌아가 한국과 협력하면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돈이 좀 있다고 구역질나게 해서는 안 된다. 몽골에 한국문화원을 만드는 것도 시급한데, 기회가 닿으면 대통령한테 건의할 생각이다. 또한 몽골의 인재를 한국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몽골 인구의 1.5%인 4만5000명의 몽골인이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다. 그 수를 10만~20만으로 늘려야 한다. 비자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동포에 준하는 비자 혜택을 몽골인에게 줘야 한다. 또한 몽골과의 FTA(자유무역협정)는 한국에 부담이 거의 없다.”

▼ 몽골에서 나무 심는 사업은 잘되나.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우리가 몽골에서 할 일이 많다. 몽골의 위협은 중국과 사막화다. 호수가 몇십 개씩 없어진다. 한국을 비롯해 먼저 산업화한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연합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이율배반 아닌가. 몽골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사막화를 막는데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북핵과 병원 지붕이 뭔 관계인가”

▼ 코리아몽골포럼에 북한은 빠져 있다.

“한몽골 포럼이 아니라 코리아몽골포럼을 세운 건 남북관계를 큰 그림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몽골은 지금도 형제처럼 지낸다.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마음대로 오간다. 몽골은 6·25전쟁이 끝난 뒤 북한의 전쟁고아를 돌봐줬다. 형제 간의 불화를 없애는 데 형(兄)으로서 몽골이 할 일이 많다. 그네들도 해줄 일이 많다고 여긴다.”

▼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다.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이 이어진다.

“나는 원래 북한 근처에도 안 갔다. 노동운동 할 때도 누명을 쓸까봐 북한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난 10년간 너나할 것 없이 북한을 돕는다고 설쳐대기에 북한 문제에 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올 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와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꾸린 단체인데 그분들이 다 물러났다. 5월20~23일 평양을 다녀왔는데 가슴이 아프더라. 같은 형제가 한쪽은 살을 빼려고 난리고, 다른 쪽은 못 먹어서 난리다. 운이 좋아 남쪽에서 태어난 사람은 호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생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잘못 다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북지원단체들이 지원금이 끊겨 고생한다. 북한으로 사람 1명을 못 보낸다. 정부가 색안경을 껴서 그렇다. 법륜스님이 도와달라기에 내가 조금 해봤는데 이건 완전히 불통이다. 대통령한테 직접 들은 얘기인데, 예전엔 북쪽에서 만나자고 그러면 누구를 만나는지도 모르고 쪼르르 올라갔다고 한다. 그런 거 바로잡는 건 찬성이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 나갔다. 버릇 고친다는 데 버릇이 고쳐지겠나. 고쳐질 집단이 아니다. 이대로면 버릇만 고치려다가 임기가 끝난다. 평양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다 죽어가기에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남측에서 방제약을 준다더니 안 줬다고 그러더라. 소나무 죽는 것과 북핵이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 대북 지원단체가 병원 공사한다고 지붕 뜯어내고 그랬는데, 남쪽에서 물자가 못 올라가 지붕에서 물이 줄줄 샌다. 북핵이랑 병원 지붕이랑 관계가 있는 일인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돈 주고 만난 것도 큰 잘못이지만 현 정부처럼 해서도 안 된다. 개성공단은 돈 벌려고 한 거니 돈 벌면 계속하고 못 벌면 중단하면 된다. 그런데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시쳇말로 개성공단 부지를 우리가 아주 싼값에 산 거다. 육군 사단 몇 개를 투입해서 그 땅을 빼앗겠나.”

▼ 코리아몽골포럼은 정부한테 보조금을 얼마나 받나.

“안 준다. 우린 우파가 아닌가 보다.”

그는 웃으면서 “농담이다. 신청도 안 했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에 관해서 할말이 많은 듯했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주는데 당최 포장지가 나오지를 않는다고 한다. 2개, 3개를 줘도 마찬가지란다. 집에 가져가서 식구들 먹이는 거다. 초코파이가 자본주의 맛 아닌가. 북한 당국이 암만 통제해도 소문은 못 막는다. 핵을 잣대로 경제협력을 막아선 안 된다. 지금은 대북정책에서 트랙이 딱 한 개다.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핵의 세 트랙으로 가야 한다. 7월29일자로 방북신청을 해놓았다. 사실 북한에 갈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방북 신청할 때 정부 협상용으로 내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했으니 우리 편이다 생각하고, 무시는 안 한다. 앞으로는 북한 문제에서도 나름대로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꿈과 현실

한반도 7배 면적(156만4160㎢)의 영토대국 몽골과 세계 15위 경제규모(GDP 9291억달러)의 한국의 결혼! 중매회사가 보기에 조건은 맞는다. 그런데 부모(국제정세)가 반대하고, 신부(몽골)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 그가 한 말을 되짚어보면서 황하문명과 홍산문명(요하문명)을 다룬 책을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다. 중화민족주의가 거슬리던 터라 주제가 다가왔다.

그런데도 한·몽 국가연합은 몽상(夢想)이란 생각을 거두기 어려웠다. 이란의 아리안족과 미국의 앵글로색슨족은 유전적으로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나 다름없다. 미국+이란 국가연합을 떠올리면서 웃었다. 그러나 인류는 말 안 되는 일을 되게끔 하면서 진화해왔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죽은 거 아닌가. 실현가능성은 잘 모르겠으나 그의 ‘몽골 드림’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