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선인들은 자연을 인식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이들은 거의 모든 것을 식용과 치료약물로 쓸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물은 그 기원이 같다고 보았다. 고대의 본초학 저술은 우리가 약에 대해 가진 막연한 인식을 바꾸고 자연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즉, 사람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도록 할 것이다.
쑥 양생법
날씨가 더워지면 벌레나 파리가 늘어난다. 특히 옛날부터 음력 5월은 온갖 병이 잘 생기는 까닭에 ‘백독월(百毒月)’로 불렸다. 옛날 사람들은 쑥을 잘 활용했다. 쑥에는 사악한 기운과 독을 제거하고 100가지 복을 가져다주며, 몸을 건강하게 하고 100가지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쑥은 봄에 싹이 올라오며 약 60~90cm가량 자라는데 잎 모양이 국화와 비슷하다. 잎의 앞면은 짙은 녹색을 띄고 뒷면은 흰색의 솜털이 빽빽이 난다. 잎과 줄기에는 모두 정유성분이 있어 특유의 향기가 난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옅은 갈색의 작은 꽃이 핀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수도인(修道人)과 한의학을 배우는 사람의 필독서로 불린다. 이 책에서 경락(經絡)과 혈(穴)에 대한 언급은 많지만, 약물(藥物)에 대한 언급은 드물다. 책 전체에서 언급된 약물과 처방이 겨우 13개에 불과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쑥이다.
쑥, 사기(邪氣)와 독기(毒氣) 물리쳐
음력 오월은 전염병이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그래서 중국 각지에는 전염병을 예방하고 피하는 다양한 풍속이 존재하는데 쑥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만 민속 중에는 단옷날이 되면 대문 입구에 쑥이나 창포 등의 잎을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하면 사기와 독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초(楚) 지방에도 음력 5월 5일에 쑥을 채집해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문 입구에 걸어놓아 독기(毒氣)를 제거하는 풍습이 있었다.
장강(長江)과 한수(漢水)가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단오절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종자(粽子 단옷날 음식)를 서로 선물하고 웅황주(雄黃酒)나 창포주(菖蒲酒)를 마신다. 아이들은 머리에 쑥호랑이(艾虎)로 장식하고 오색 댕기를 맨다. 이를 ‘속명루(續命縷)’라고 하는데 장수를 기원하며 목에 걸어주는 명주실 목걸이를 가리킨다. 또 아이들의 얼굴과 손을 웅황(雄黃)으로 칠해 사기와 독기를 몰아내기도 했다. 호남(湖南) 남부에 있는 가화(嘉禾) 지방에는 단오절에 대만과 유사하게 집집마다 부들포(蒲艾)를 건다. 여자들은 간혹 창포 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거나 쑥 잎을 끓인 물로 목욕한다. 아이들은 이마에 웅황주를 바르고 쑥 잎을 태워 사기를 쫓고 돌림병을 막았다.
지혈(止血)과 자궁 따뜻하게 하는 쑥
어린 쑥은 음식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해도 사기를 물리칠 수 있다. 또 이질이나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서는 봄에 어린 쑥을 채집해 나물로 해먹거나, 밀가루로 동그랗게 빵을 만들어 서너 개씩 밥과 함께 먹으면 일체의 귀신이나 악기(惡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오래 복용하면 냉리(冷痢 속이 차서 생기는 이질)를 그치게 한다. 또, 어린 쑥으로 떡을 만들어 생강 달인 물과 함께 복용하면 설사와 이질을 멈추고 출산 후에 피를 쏟는 것을 그치게 한다. 실제로 써보면 효과가 아주 좋다.
청나라 때 왕앙(汪昻)이 지은 ‘본초비요(本草備要)’ 향부자(香附子) 항목에 따르면 이시진(李時珍)이 전에 향부자를 다른 약재와 함께 사용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인삼(人蔘), 백출(白朮)과 함께 사용하면 보기(補氣)하고 당귀(當歸), 지황(地黃) 등과 함께 사용하면 보혈(補血) 작용이 있다. 만약 쑥과 함께 사용하면 혈기(血氣)를 치료하고 자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한의학 처방에는 아주 일찍부터 쑥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쓴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보면 쑥이 들어가는 두 가지 주요처방이 있는데 바로 ‘교애탕(膠艾湯)’과 ‘백엽탕(柏葉湯)’이 그것이다.
쑥은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지혈(止血)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교애탕은 부인이 몸이 차서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혹은 태가 막히거나 자궁에서 피가 날 때, 자궁이 허하고 차서 불임이 되는 증상 등을 치료한다. 백엽탕은 자궁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에 주로 사용한다. 이 두 가지 처방은 지금도 한의학 임상에서 상용(常用)되는 처방이다.
쑥의 다른 작용
연구를 통해 밝혀진 쑥의 주요 성분은 정유(精油), 플라본, 알코올, 다당류, 미량 원소 등이다. 또 약리학 연구 결과 쑥에는 항균, 항바이러스, 기침과 천식 억제, 거담(祛痰), 항히스타민, 지혈과 항응혈 작용뿐만 아니라 면역강화기능 등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임상 응용에서는 냉(冷), 대하(帶下), 생리통(經痛)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또 기관지염, 폐결핵,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2003년 봄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많은 사망자를 낸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에도 쑥을 쓰면 효과가 있다.
묵을수록 효과 좋아
쑥은 국화과(菊花科)의 다년생 식물이다. 중국 각지에 모두 자라지만 산지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조산(潮汕)에서 나는 것은 애초(艾草)라 하고, 요평(饒平)에서 나는 것을 산애(山艾)라 하며, 광주(廣州)에서는 오월애(五月艾), 호북(湖北) 기주(蘄州)에서 나는 것은 기애(蘄艾)라고 하는데 이상 몇 가지가 쑥 중에서도 상품(上品)에 속한다. 기주 지방에는 “집안에 삼년 묵은 쑥이 있으면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3년 정도 묵은 쑥이 있으면 웬만한 질병을 다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뜸쑥(艾絨)
뜸쑥을 잘 만들고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민간에서는 단오절 이전 꽃이 피기 전의 쑥을 채취한다. 산간(山間)의 야생 쑥을 골라 줄기가 높고 크며 잎이 두껍고 긴 것을 뜯는다. 줄기와 가지, 말라 죽은 잎은 버리고 물로 잘 씻어서 햇볕에 말린 후 잡질(雜質)을 제거한다. 잎만 취해 대나무 바구니에 넣어 두었다가 차를 만드는 것처럼 물로 인다. 그리고 돌절구에 넣은 후 공이로 찧고 다시 키로 쳐서 거친 잡질을 제거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체로 쳐서 찌꺼기를 다 제거하면 회백색의 솜처럼 부드러운 섬유가 남는데 이것을 ‘애융(艾絨 뜸쑥)’이라 부른다.
이시진은 쑥을 쓰려면 모름지기 오래된 것을 써야 한다고 했다. 뜸을 뜨기 위해 가늘고 부드럽게 만든 쑥을 숙애(熟艾)라 한다. 만약 생쑥으로 뜸을 뜨면 사람의 기맥(肌脈)을 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맹자는 “칠년 된 병에 삼년 된 쑥을 구한다(七年之病 求三年之艾)”라고 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뜸쑥이 오래되면 정유 성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오래 묵은 쑥으로 뜸을 뜨면 온도가 낮아 뜨거움이나 아픔이 덜하다. 그러므로 뜸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 다만 장기간 보존하려면 방습(防濕)과 방충(防蟲)에 주의해야 한다.
직접구와 간접구
뜸쑥으로 뜸을 뜨는 방법은 크게 직접구와 간접구로 나뉜다. 직접구란 맨살에 직접 쑥을 올려놓고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하며 간접구란 중간에 다른 재료를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직접구(直接灸)’를 사용할 때는 좋은 뜸쑥을 써야 한다. 손으로 비벼 쌀알 크기의 원뿔모양 쑥봉을 만들어 뜸을 뜰 혈자리 위에 놓고 향(香)으로 불을 붙인다. 쑥이 다 타서 열기(熱氣)가 혈도(穴道)로 들어가면 혈(穴)을 따뜻하게 하고 한기(寒氣)와 습기(濕氣)를 몰아내는 작용이 있다.
‘간접구(間接灸)’는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격산구(隔蒜灸)’이다. 격산구란 통마늘을 잘게 잘라 그 위에 바늘로 몇 개의 구멍을 낸 후 치료하고자 하는 혈자리 위에 놓고 그 위에 뜸을 뜨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쑥의 효과에 마늘의 효능이 더해져 악성종양이나 종기를 치료할 수 있다.
또 ‘격강구(隔薑灸)’가 있는데 이것은 마늘 대신 생강을 재료로 쓰는 것이다. 생강을 잘게 잘라 바늘로 몇 개의 구멍을 낸 후 혈자리 위에 놓고 뜸을 뜬다. 격강구는 한기(寒氣)를 몰아내고 습기(濕氣)를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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