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양생
고대의 선인들은 자연을 인식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이들은 거의 모든 것을 식용으로 쓸 수 있었고 또한 거의 모든 것을 치료약물로 쓸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물은 그 기원이 같다고 보았다. 고대의 본초학 저술을 읽어보면 우리가 지금 약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인식을 바꿀 수 있고 자연을 회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람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제1편 밥인가 죽인가?
쌀은 여덟 가지 곡류(八穀)에 속한다. 여기서 ‘팔곡’이란 ‘서(黍 기장), 직(稷 기장), 도(稻 쌀), 양(粱 기장), 화(禾 쌀), 마(麻 삼), 숙(菽 콩), 맥(麥 보리)’을 말한다. ‘본초비요’에는 쌀에 갱미(粳米 멥쌀), 선미(秈米 멥쌀), 속미(粟米 좁쌀)의 구별이 있다고 했다. ‘갱미(粳米)’는 모든 쌀의 총칭으로 쓰이며 선미는 일반적인 쌀이며 속미는 좁쌀 종류다.
이 중에서 갱미는 약으로도 쓰는데 비위(脾胃)를 보호하고 자양(滋養)하는 좋은 약재다. 갱미로 죽을 쑤거나 밥을 짓거나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는데 심지어 처방전에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본초비요’에 의하면 갱미는 달고 서늘하며(甘凉) 천지의 ‘중화(中和)’한 기를 갖추고 있어 위기(胃氣)를 조화롭게 한다. 갱미는 흰색인데 흰색은 폐(肺)에 들어가 제번청열(除煩淸熱)하는 효능이 있다.
갱미를 삶아 즙으로 만들어 먹으면 갈증을 그치게 한다. 갈증을 없애는 쌀의 능력은 지금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콜라나 사이다보다 훨씬 낫다.
중국 고대의 많은 처방에서는 쌀을 갈증해소(解渴) 약으로 사용했다. 예를 들면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지은 ‘상한론’에는 ‘백호탕(白虎湯)’ ‘도화탕(桃花湯)’ ‘죽엽석고탕(竹葉石膏湯)’ 등의 처방이 등장하는데 이들 처방에서는 공통으로 갱미를 약으로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쌀의 감량(甘凉)한 성질을 이용해 청열제번(淸熱除煩)하는 것이다.
갱미를 사용한 또 다른 처방 중에 ‘맥문동탕(麥門冬湯)’이 있다. 이것은 기가 거꾸로 올라가는 것을 치료한다. 기침할 때 기가 거꾸로 올라가면 매우 괴로운데 이를 기가 상역(上逆)한다고 말한다. 맥문동탕에 들어가는 갱미는 또 위기를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이 처방은 만성적으로 잘 낫지 않는 기침에 사용해 폐기(肺氣)를 보호하며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를 내려가게 할 수 있다.
청나라 때 왕앙(汪昂)이 지은 ‘본초비요’에는 “요즘 사람들은 매일 죽을 먹으면서도 죽의 오묘함을 모른다. 그러다 병이 생겨 죽을 먹을 때에야 비로소 죽이 장부(臟腑)에 유익함을 깨닫고 그 어떤 음식도 죽만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로부터 죽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몸이 아픈 사람에게 아주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종류의 곡식도 모두 밥을 지을 수 있다. 명나라 때의 의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는 ‘본초습유(本草拾遺)’의 한 단락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팔곡은 모두 밥으로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곡식 자체의 약성(藥性)을 따라서 해야 하며 또 일부 차이점이 있다.”
쌀은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곡식이었고 특히 남방에서는 주식(主食)으로 삼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한방치료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2편 병을 치료하는 밥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어야 하며 특히 중국 남방 사람들은 대부분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북방 사람들은 밀가루음식을 많이 먹는다. 중국 고대에는 곡식을 말할 때 ‘팔곡(八穀)’이라고 하여 서(黍 기장), 직(稷 기장), 도(稻 쌀), 양(粱 기장), 화(禾 쌀), 마(麻 삼), 숙(菽 콩), 맥(麥 보리)을 언급했다. 이 중에는 소위 오곡잡량(五穀雜糧) 뿐만 아니라 쌀과 밀도 포함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당(唐)나라 때 진장기(陳藏器)가 쓴 ‘본초습유(本草拾遺)’를 인용해 “모든 곡류 즉 팔곡은 모두 밥을 지을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팔곡에는 또 각기 다른 특성이 있다. 고대 본초서적에는 밥을 짓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약으로 쓸 수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는 이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신취반(新炊飯, 새로 지은 밥)
신취반이란 막 새로 지은 밥을 말한다. 고대인들은 새로 지은 밥을 약으로 쓰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여겼다. 가령 어린이가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옛날에는 세탁기나 건조기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많은 시간을 들여 말려야 한다. 이럴 때 신취반으로 오줌싸개를 치료할 수 있다. 사용방법은 새로 익힌 뜨거운 밥을 아이가 오줌 싼 곳에 놓고 비벼서 으깬 후 이렇게 으깬 밥을 아이에게 먹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이불에 오줌 싸는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이는 아주 재미있으면서 또 돈도 들지 않는 치료법이다. 이 외에도 신취반을 종기가 난 곳에 문지르면 종기의 독을 치료할 수 있다.
한식반(寒食飯)
‘한식반’이란 청명절(淸明節) 이틀 전인 한식에 지은 밥을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밥을 지을 때 몇 가지 다른 약재를 넣기도 한다. ‘본초강목’에서는 한식반을 가리켜 ‘분반(鐼飯)’이라고 하는데 흉터와 각종 종기를 치료할 수 있다. 가령 얼굴이나 몸에 흉터가 생겼다면 이것을 이용해 흉터를 없애거나 혹은 여드름과 같은 다른 종기를 없앨 수도 있다. 사용방법은 한식반을 햇볕에 말리거나 불을 쬐어 말린 후 가루를 내어 부스럼이나 흉터 위에 바르면 된다. 또 한식반을 태워 재를 만든 후 술과 함께 복용하면 ‘안색이 나쁘고 복통(黃瘦腹痛)’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사조반(祀灶飯)
사조반이란 바로 부뚜막신에게 제사지낸 밥이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천지와의 소통을 매우 중시했으며 천지간의 일체 만물에는 모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고대 전설 중에도 부뚜막신(灶神)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섣달 해가 바뀔 때가 되면 부뚜막 신에게 제사를 지내 ‘하늘에 좋은 일이 있어 세상을 평안히 보호해주길’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다.
사조반은 바로 이때 제사용으로 사용하던 밥을 말한다. 사조반은 ‘졸열(卒噎)’을 치료할 수 있는데 졸열이란 음식을 먹다 갑자기 식도와 분문 사이에서 막혀 위로 토하지도 못하고 아래로 삼키지도 못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음식이 목에 걸린 것이다. 이럴 때 사조반을 조금 먹으면 곧 좋아진다. 또, 사조반을 태워 분말로 만든 후에 콧속 상처에 붙이면 상처가 잘 낫는다.
제3편 병을 치료하는 밥
분변영반(盆邊零飯 흘린 밥)
분변영반이란 밥을 짓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부뚜막에 떨어진 밥을 말한다. 이것을 태운 후 분말로 만들면 콧속에 생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이유는 밥의 본래 성질이 서늘해 부스럼(瘡)이 생긴 곳에 바르거나 열이 나는 곳에 붙이면 효과가 아주 좋기 때문이다.
치중잔반(齒中殘飯 치아 속 잔반)
밥을 먹을 때 치아 사이에 밥찌꺼기가 남는 것을 ‘치중잔반’이라 한다. 이쑤시개로 잔반을 긁어내 모아두면 전갈에 물린 독을 치료할 수 있다. 중국 북방에는 전갈이 많은데 특히 황토고원 지대에 전갈이 많이 분포한다. 전갈은 원래 한약으로 쓸 수 있지만, 독성이 매우 강하다. 이럴 때 사람 치아 사이에 끼인 잔반을 이용하면 전갈의 독을 제어할 수 있다. 잔반에 있는 사람 타액 속의 독으로 전갈의 독을 공격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사람의 타액이나 개의 침에 모두 독이 있음을 알고 있는데 이 독으로 벌레를 죽일 수 있다. 특히 전갈과 같은 독충(毒蟲)에 물린 곳이나 염증이 아주 심한 경우 치중잔반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
손반(飱飯) 손반은 또는 수반(水飯 물밥)이라고도 하는데 소갈과 가슴 답답한 증상을 치료한다.
하엽소반(荷葉燒飯 연잎 밥)
하엽소반은 연잎으로 쌀을 싼 후 구들에서 익혀 만든 밥이다. 옛날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밥을 지었다. 야외에서는 각종 잎으로 쌀을 싸거나 대나무를 잘라 그 속에 적당량의 쌀과 물을 넣고 밥을 짓기도 했다. 연잎에 싸서 밥을 지으면 비위(脾胃)의 소화기능을 강화시켜 상중하초(上中下焦)를 모두 통하게 할 수 있고 생발의 기운(生發之氣)을 도울 수 있다.
그러면 연잎에 이런 작용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연잎의 상(像)이 팔괘(八卦)의 진괘(震掛 ☳)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진(震)은 오행에서 갑목(甲木)에 속하는데 갑목(甲木) 자체에 생발(生發)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괘상를 지닌 약재를 쓰게 되면 생발의 기운을 돕는다.
진미(陳米 묵은 쌀)와 신미(新米 햅쌀)
옛날 본초서적에는 또 쌀을 진미와 신미로 구분한다. 진미는 또 진름미(陳廩米)라고도 하는데 창고에 놓아둔 지 오래된 묵은 쌀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비교적 서늘한 성질이 있다.
제4편 수도인이 먹던 오반(烏飯)
오반은 색깔이 있는 특수한 밥이다. 이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재료는 일반적인 쌀이다. 하지만 다른 재료를 삶아 즙을 내고 이 즙을 이용해 밥을 짓는다. 이런 밥을 ‘청정건석반(靑精乾石飯)’내지는 ‘신반(䭀飯)’이라고도 한다.
그럼 여기서 ‘신(䭀)’은 무엇을 말하는가? ‘신(䭀)’은 ‘신(信)’으로 읽으며 ‘손반(飧飯)’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특히 송나라 때의 ‘도경(圖經)’에 기재되어 있다. 도은거(陶隱居)가 쓴 ‘등진은결(登眞隱訣)’에 보면 ‘오반(烏飯)’에 관한 기록이 있다. 태극진인(太極眞人)이 ‘청정건석반’을 만들었는데 술, 꿀, 약초 등과 함께 밥을 만든 후 햇볕에 말린다고 했다. 이 밥을 ‘신반’이라고도 하며 진장기(陳藏器)가 지은 ‘본초’에서는 ‘오반’이라 했다.
오반을 만드는 방법
‘등진은결’에는 “멥쌀 15말을 ‘남촉목(南燭木)’ 즙과 함께 밥을 짓는다. 남촉목 즙은 남촉목 생잎 5근, 마른 잎 3근, 줄기와 껍질을 함께 쪄서 만든 즙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쌀과 함께 밥을 지을 때는 익히면서 밥을 으깬다. 으깬 후 쌀의 일부는 푸른빛이 나고 일부는 검은빛이 난다. 오반을 만들 때는 또 흰 감잎과 백양나무의 잎을 같이 쓰기도 하는데 이때 밥 색깔이 더 아름답게 변한다. 이렇게 만든 오반을 햇볕에 말린 후 매일 조금씩 먹으면 양생(養生)할 수 있고 또 병이 잘 생기지 않는다. 이것은 아주 특수한 밥으로 양생하거나 수도하던 사람들이 먹던 밥이다.
오반을 먹을 때 주의사항
옛날 사람들은 오반은 선인(仙人)의 음식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수도인(修道人)이 먹는 음식이란 뜻이다. 이 밥을 먹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것은 피가 있는 음식은 먹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비린내가 나거나 동물성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매일 오반을 먹으면 배가 부를 뿐만 아니라 골수(骨髓)를 보(補)하며 또 삼충(三蟲)을 소멸할 수 있다. ‘상원보경(上元寶經)’에서는 “그대가 초목(草木)의 왕성한 기를 복용하면 신과 통할 수 있고 청촉(靑燭)의 진(津)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오반을 먹으면 초목의 가장 왕성한 기를 흡수해 신선(神仙)의 기와 통할 수 있고 남촉목의 진액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골수(骨髓)를 보(補)하고 삼충(三蟲)을 없애
중국 고대에 수도인이 먹던 음식은 매우 다양했다. 당나라 때의 손사막(孫思邈)은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에서 선가(仙家)에서 먹는 많은 종류의 약과 음식에 대해 언급했다. 명나라 때의 이시진(李時珍)도 이것이 ‘선가(仙家)의 복식법(服食法)’임을 인정했다. 그는 또 불학(佛學)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불교에서도 4월 초파일(석가탄신일)에 이런 오반을 지어서 공양한다고 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또 매일 오반을 먹으면 나중에 배가 고프지 않으며 또 안색이 좋아지며 근육에 힘이 생겨 걸음이나 동작이 민첩해진다고 했다. 진장기도 오반은 소화기에 좋고 골수를 보해주며 삼충을 없애는 외에 “장기간 복용하면 얼굴색이 좋아지며 노화를 막을 수 있다”라고 했다.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이 간단한 음식 처방만 있으면 양생하고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5편 죽(粥) 양생법
중국인은 많은 방면에서 다재다능하지만 특히 먹거리 예술이 발달되어 있다. 죽(粥)에는 곡류와 야채류 등 종류가 매우 많다. 심지어 채소를 삶아 죽의 재료로 쓰기도 한다. 중국 고대 의사는 밥 외에 죽으로도 양생(養生)하고 병을 치료했다. 여기서는 옛날 사람들이 어떤 죽으로 사람의 양생을 돕고 병을 고쳤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오래 병을 앓는 사람은 과식(過食)하거나 육식(肉食)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과식하거나 고기를 먹으면 후유증이 생기거나 병이 재발한다고 했다. 이럴 때는 죽을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 아래에는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기록된 대표적인 죽 몇 가지를 소개한다.
보리죽(小麥粥)
보리(小麥)는 성질이 서늘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번갈(煩渴)을 없애준다. 그러므로 보리를 죽으로 만들면 소갈(消渴)과 번열(煩熱)을 없앨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갈(消渴)’은 목이 몹시 말라 물을 찾지만, 막상 물을 먹어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대부분 소갈의 원인은 우리 신체 내에서 상초(上焦)가 특히 뜨거워져서 조성된 것으로 목과 입안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예전에는 이를 상소(上消)라 불렀다.
한의학에서는 ‘삼소(三消)’를 말하는데 바로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이다. 상소는 물을 마셔도 갈증을 해결할 수 없고 중소는 위 속이 텅 비어 아무리 먹어도 표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소는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이것이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당뇨병(糖尿病)이라고 하지만 사실 소갈과 당뇨병은 같지 않다. 왜냐하면, 비록 양방 생리학 교과서에서 당뇨병에는 삼다(三多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배출하는 것)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보는 당뇨병 환자 중에는 진정한 목마름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갈이 꼭 현대의학의 당뇨병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소갈의 증상이 있으면 된다. 따라서 보리죽이 치료하는 소갈도 꼭 당뇨병으로 생긴 갈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식죽(寒食粥)
한식죽이란 한식 때 만든 죽을 말한다. 한식죽은 살구씨(杏仁)와 여러 종류의 꽃을 함께 삶아 만든 죽이다. 진장기(陳藏器)는 한식죽으로 기침을 치료하고 혈기(血氣)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비위(脾胃)를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죽(粥)의 한자 풀이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죽(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죽(粥)은 미(糜)라고도 하는데 양옆에 궁(弓)이 있고 중간에 미(米 쌀)가 있다. 이는 마치 쌀을 가마솥 안에 넣고 솥 안에서 삶는 모양이다. 또 다른 해석은 궁(弓)이 파도가 치는 모양으로 두 개의 궁자 안에 쌀 미자가 들어 있어 쌀이 물속에서 끓을 때의 모양이라고도 한다. |
찹쌀죽(糯米粥) 수수죽(秫米粥) 기장죽 (黍米粥)
찹쌀(糯米)은 멥쌀(粳米)보다 차진 쌀을 말하고 수수(秫米)는 고량(高粱)과 같은 종류의 쌀이다. 기장(黍米)은 비교적 차진 쌀의 일종인데 이런 재료로도 죽을 만들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이 옥수수(玉米)를 좋아한다. 옥수수를 갈비와 함께 삶으면 탕이 매우 향기롭고 단맛이 난다. 이상의 몇 가지 죽은 모두 달고 따뜻하며 무독(無毒)할 뿐만 아니라 기운을 돕는 기능이 있다. 아울러 비위가 차고 약한 것을 치료할 수 있으며 설사하고 구토하는 증상에도 쓸 수 있다.
사실 옛날 사람들은 찹쌀의 점성(黏性)이 커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찹쌀로 죽이나 미음을 만들면 효과가 전혀 달라진다. 찹쌀죽은 비위가 차고 허약한 것, 구토와 설사를 치료할 뿐 아니라 어린이의 흰색 두창(痘瘡白色)도 치료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두창(痘瘡)이란 몸에 종기가 나는 천연두(天然痘)와 같은 질환을 말한다. 두창 중에서도 특히 백색은 예후(豫後)가 좋지 않은데, 왜냐하면 백색은 폐(肺)에 속하기 때문에 폐기(肺氣)가 허한(虛寒)한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찹쌀죽을 먹으면 비위를 보할 수 있으며 비위는 토(土)에 속하고 토생금(土生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강해진다. 다시 말해 찹쌀로 토(土)를 보하면 금(金)의 기운이 강해져 백색의 두창을 빨리 낫게 할 수 있다.
소변이 방울져 떨어지는 것을 치료하는 좁쌀죽(粟米粥)
‘본초강목’에는 또 갱미죽(粳米粥 멥쌀죽), 선미죽(秈米粥 멥쌀죽의 일종), 좁쌀죽(粟米粥), 양미죽(梁米粥)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죽들 역시 모두 맛이 달고 따뜻하며 무독(無毒)해서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 비위(脾胃)를 보(補)할 수 있으며 번갈(煩渴)을 그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단 병이 발생했을 때 죽을 먹는 것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다른 책에 없는 독창적인 견해가 나온다. 그는 나천익(羅天益)의 ‘위생보감(衛生寶鑑)’을 인용해 멥쌀죽과 좁쌀죽은 모두 기미(氣味)가 약하고 담담한 편이라 양(陽) 중의 음(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래로 잘 스며들어 소변을 잘 나오게 할 수 있다.
이시진은 또 한무(韓懋)의 ‘한씨의통(韓氏醫通)’에 등장하는 치료 케이스를 소개했다. 어떤 사람이 소변이 뚝뚝 떨어지는 ‘임(淋)’병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한약 복용을 거부했다. 환자가 약을 먹으려 하지 않는데 어떻게 치료하겠는가? 한무는 그에게 좁쌀죽을 처방으로 내렸다. 결국 십여 일이 지나 병이 점차 호전되더니 계속해서 한 달을 먹자 병이 완전히 나았다. 이로부터 좁쌀죽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사를 멈추게 하는 식은 죽(冷粥)
때론 임상에서 환자가 심한 설사를 하면 필자는 ‘식은 죽’ 한 그릇을 먹게 한다. 고대 의서(醫書)의 기록에 따르면 사람이 설사하는 것은 위(胃)와 장(腸)에 열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위나 장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이다. 이럴 때 시험 삼아 식은 죽을 먹어볼 수 있다. 아마 돈 한 푼 들지 않고 설사가 멈출 것이다. 만약 집 밖에 나가 있어 식은 죽을 구할 수 없다면 이를 대신할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냉수를 마시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냉수를 마신 후 즉각 설사가 멈출 수 있다.
각종 야채죽
중국에는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본다(民以食爲天)’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현대의학적인 관점에서는 꼭 필요한 영양소를 적당히 먹어야 몸에 좋다고 하는데 전통의학의 관점에서는 음식을 더욱 중시한다. 죽이나 오곡(五穀)의 탕을 먹으면 체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죽은 곡류뿐만 아니라 평소 우리가 즐겨 먹는 야채로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산약죽, 토란죽, 백합죽, 무죽, 당근죽 등이다
산약죽(山藥粥)
서여죽(薯蕷粥)이라고도 하는데 서여가 바로 산약(山藥)이다. 옛날에는 서여를 회산약(淮山藥)이라고 했다. 산약(山藥)은 감자와 같은 계통의 식물이다. 감자류 식물을 현대적으로 분석해보면 전분(澱粉)을 함유하고 있는데 전분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현대의학에서는 전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당뇨가 생기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감자류를 먹으면 오히려 혈당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산약이 들어간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 등의 처방을 사용해 혈당을 낮추거나 관리하는 데 사용한다.
산약으로도 죽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서여죽’이라 한다. ‘본초비요’의 기재에 따르면 산약은 맛이 달아 비(脾)로 귀경하고 흰색이라 폐(肺)로 들어간다고 했다. 쉽게 말해 단맛이 있어 비로 가고 흰색이라 폐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산약은 비(脾), 폐(肺) 두 경락에 들어가 비와 폐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며 비와 폐의 허열(虛熱)을 식힐 수 있고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
한의학적인 이치에 따르면 폐(肺)가 피모(皮毛 피부와 털)를 주관하기 때문에 피모를 윤택(潤澤)하게 하고 가래를 눅일 수 있으며 설사를 그치게 할 수 있다. 폐는 또 오행에서 금(金)에 속하므로 금생수(金生水)의 이치에 의해 신수(腎水)를 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腎)을 돕고 음(陰)을 튼튼히 할 수 있으며 허손(虛損)과 노상(勞傷 과로로 인한 손상)을 치료한다. 또 비(脾)는 토(土)에 속하고 심(心)은 화(火)이므로 화생토(火生土)의 원리에 의해 비토(脾土)가 심화(心火)의 아들이 된다. 그러므로 비를 도와서 간접적으로 심기(心氣)를 도울 수 있다. 결국 산약은 여러 장부를 전체적으로 연결해 조화롭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산약죽을 먹으면 신(腎) 경락을 보호하고 위와 장을 튼튼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건망증, 유정(遺精)을 치료한다. 그런데 신(腎)과 장(腸), 위(胃)와 비(脾)는 한의학에서 사람의 노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한의학에서는 비(脾)를 후천(後天)의 근본으로 보고 신(腎)을 선천(先天)의 근본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약죽은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방지하는데 아주 좋은 식품이다.
백합죽(百合粥)
백합죽은 폐(肺)를 윤택하게 하고 소화기를 조절해주는 작용을 한다. 특히 백합을 가루 내어 죽으로 만든 것을 ‘백합가루죽’이라 한다.
이것도 백합죽과 마찬가지도 폐를 윤택하게 하고 소화기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본초서의 기재에 따르면 백합은 맛이 달고 평이해 폐를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心)’은 유형의 장부인 심장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반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심장(Heart)은 말 그대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장기만을 가리킨다.
백합은 심기(心氣)를 편안히 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또 열을 식히고 기침을 그치게 한다. 그렇다면 열(熱) 중에서 특히 어떤 장부의 열을 식히는가? 바로 폐열(肺熱)을 식히는데 폐열을 식혀 열성(熱性) 기침을 치료한다. 한의학 처방 중에 ‘백합고금탕(百合固金湯)’이 있는데 바로 백합을 군약(君藥)으로 한다.
백합은 또 눈물과 콧물을 멎게 하고 대변과 소변을 조절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치 밑이 답답하고 그득한 증상이나 한열(寒熱)을 다스리고 유방에 생긴 멍울도 치료한다. 명청(明淸) 시기의 명의(名醫) 이중재(李中梓)는 “백합이 백합병(정신병의 일종)을 고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청심안신(淸心安神)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백합병에 대한 기록은 동한(東漢) 시기 장중경(張仲景)의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그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정신분열증과 유사하게 사람이 미쳐 날뛰는 증상들을 종합해 ‘백합병’이라고 했다. 백합이란 명칭을 사용한 이유는 마치 가지 하나에 여러 송이 꽃이 피듯 변화가 다양한 백합처럼 증상의 변화가 심했기 때문이다.
무죽(蘿葡粥)
무와 멥쌀을 함께 삶아 만든 죽이 바로 무죽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나복(蘿葍)을 ‘내복(萊菔)’이라고도 하는데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무는 날로 먹는 것과 삶아서 먹는 것의 작용이 크게 다르다. 하나는 기를 다스릴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기를 깨뜨린다. 몸 안에 많은 기가 있을 때 무는 기를 깨뜨리기도 하고 다스릴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팽창한 기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때로 보약(補藥)을 먹을 때 무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를 삶아 먹으면 기를 끌어내릴 수 있고 생으로 먹으면 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무죽은 삶은 무를 먹기 때문에 당연히 기를 끌어내리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가래나 천식을 다스릴 수 있고 비위의 기를 확충해 가래를 가라앉히고 기침을 치료할 수 있다. 무는 또 어혈(瘀血)을 흩게 하고 음식을 소화한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무를 먹고 뜨거운 차를 마시면 화난 의원(醫員)들이 가득 모여든다.” 말뜻인즉 무와 차를 먹어 기를 다스리면 신체의 기가 매우 순조롭게 운행해 의원이 필요 없게 되며 이렇게 되면 돈을 벌 수 없게 된 의원들이 떼로 몰려와 항의한다는 것이다. 무를 먹는 것이 아주 유익함을 설명한다.
쇠비름죽(馬齒莧粥 마치현죽)
마치현(馬齒莧 쇠비름)이란 채소가 있는데 대만에서는 먹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식물은 들판에 나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대개 한약재로 사용된다. 한의학에서도 특히 외과(外科)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화농(化膿)이나 염증(炎症)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그치게 한다. 또 채소로 볶아 먹기도 하는데 먹어보면 좀 시큼한 맛이 난다.
‘본초비요’에서는 마치현의 약성에 대해 맛이 시고 성질이 차서 피를 흩고 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또 상처에 바르면 어혈을 흩어지게 하며 해독 소염하고 풍(風)을 몰아내고 벌레를 죽이며 임질과 설사를 치료한다. ‘해상방(海上方)’이란 처방서에 보면 쇠비름을 찧어 즙을 낸 후 달걀 흰자와 섞으면 이질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피가 뭉치거나 잘 낫지 않는 종기, 어린이의 단독(丹毒)을 치료하며 장 기능을 조절해주고 출산을 원활하게 한다.
한의학에서 비(痺)란 저리고 아픈 것을 말하는데 크게 풍(風), 한(寒), 습(濕) 셋으로 구별한다. 풍비(風痹)는 통증부위가 잘 움직이기 때문에 행비(行痺)라고도 한다. 한비(寒痺)는 통증이 심해서 견디기 어렵워 통비(痛痺)라고 한다. 습비(濕痺)는 통증부위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착비(著痺)라고도 부른다. 쇠비름죽은 이 세 가지 비증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
유채죽(油菜粥)
유채죽의 주재료인 유채(油菜)는 평소 먹을 수 있는 채소의 일종으로 운대(蕓薹)라고도 한다. 유채는 도가(道家)에서 금기(禁忌)하는 오훈채(五葷菜)의 하나이다. 매운맛이 나는데 좀 아린 맛도 있다. 유채는 종기를 없애고 피를 흩는 작용을 한다. 또한 창옹(瘡癰)이나 단독(丹毒) 등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또 쌀과 함께 삶아 죽을 만들면 중초를 다스리고 기를 아래로 내릴 수 있다.
시금치죽(菠薐萊粥)
시금치(菠菜)로도 죽을 만들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시금치를 ‘파릉채(菠薐萊)’라 불렀다. 시금치죽은 중초(中焦)를 조절하며 건조한 것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초(中焦)란 바로 소화기인 비위(脾胃)를 말한다. 옛날 어느 의원이 시금치죽을 아욱과 함께 삶아 죽을 만들면 대변이 잘 나오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변비가 있을 때 이 죽을 먹으면 좋다.
시금치는 다량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보혈(補血)작용이 강하다. 필자는 신속하게 혈을 도와주는 처방을 내릴 때 처방 중에 녹색 채소를 넣는다. 이런 용도로 사용할 때 가장 좋은 음식이 바로 시금치다. 짙은 녹색의 시금치에는 엽록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철분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에 보혈작용이 뛰어나다.
보혈연맥죽(補血燕麥粥)
‘보혈연맥죽’은 쌀 대신 귀리(燕麥 연맥)로 만든 죽이다. 이 처방은 귀리, 붉은 대추, 짙은 녹색의 싱싱한 채소, 달걀과 쇠고기를 잘 섞어 만드는데 다섯 가지 색깔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귀리는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데 마그네슘이나 구리 등의 성분도 있어 피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달걀은 우유와 함께 단백질을 보충한다. 대추는 비위(脾胃)를 보하며 죽 맛을 좋게 한다.
필자는 전에 한 노인의 빈혈을 치료한 적이 있는데 원래 헤모글로빈 수치가 6밖에 안 되었다. 그에게 연속 23일간 ‘보혈연맥죽’을 먹게 했더니 헤모글로빈 수치가 6에서 13으로 올라가 거의 정상치에 가까워진 적이 있다.
미나리죽(芹菜粥)
미나리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대의학의 연구로는 미나리는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중국 고대의 의원들도 미나리가 복열(伏熱)을 내리고 대장과 소장기능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나리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변비에 좋고 혈압을 내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평소 변비가 있는 사람은 미나리죽을 자주 먹으면 도움이 된다.
총시죽(蔥豉粥)
또 ‘총시죽’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총시탕(蔥豉湯)’이라는 처방에서 유래한 것이다. 원래 총시탕은 배고픈 것을 없애주고 땀을 내는 처방이다. 그러므로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 땀을 내게 하여 배출시킬 수 있다. 가령 파와 청국장에 쌀을 함께 넣어 죽을 만들면 발한(發汗) 효과가 더욱 좋다.
강두죽(豇豆粥 동부죽)
그 외 ‘본초종신(本草從新)’에는 아주 특별한 죽이 나온다. 바로 ‘강두(豇豆)’라는 콩을 이용한 것으로 대만에서는 강두를 ‘채두(菜豆)’라 하며 긴 콩의 일종이다. 이 강두는 매우 특수해서 쌀과 함께 삶으면 밥이 곧 퍼진다.
그렇다면 강두는 어떤 작용을 하는가? 그것은 쌀과 같은 종류의 곡식이 쉽게 퍼지게 만들어 소화를 돕고 배가 잘 꺼지게 한다. 강두 껍질을 한약재로 활용하면 배가 부풀고 가스가 차는 창기(脹氣)를 없앤다. 또 어린아이가 밥을 먹은 후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도 강두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두죽을 먹으면 위와 장의 기를 다스릴 수 있고 오곡류의 음식물을 소화한다.
부추죽(韭菜粥)
부추를 죽에 넣으면 중초(中焦)를 따뜻하게 하고 하초(下焦)를 덥힐 수 있어 보신(補腎)작용이 강하다. 한의학에서는 신장(腎臟)을 둘로 나눠 좌측 신장은 수(水)에 속하고 우측 신장은 화(火)에 속한다고 본다. 화(火)는 토(土)를 생기게 하므로 신(腎)의 화(火)를 보하면 비위의 토를 도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초를 따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부추는 또 하초를 따뜻하게 덥힐 수 있는데 하초란 신(腎), 명문(命門), 방광(膀胱), 자궁 및 소장 등 신경(腎經)이 지나는 부위이다. 명나라의 저명한 의학자 손일규(孫一圭)는 부추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부인의 자궁하수(子宮下垂)를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이 외에도 하지(下肢) 질환에도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추는 신수(腎水)와 신화(腎火)를 보(補)하는 작용이 있는데 특히 신화(腎火)를 보하는 작용이 강해 중초를 따뜻하게 하고 하초를 덥힐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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