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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블로그·파워 카페 그 힘의 비밀

醉月 2008. 8. 14. 18:30
▲ 일러스트 이경국
얼마전 미국의 블로그 평가 전문사이트인 ‘24/7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가치 있는 25개의 블로그’ 중 2위를 차지한 ‘맥루머스닷컴’의 운영자가 한국인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설립한 맥루머스닷컴은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컴퓨터회사 애플에 대한 정보와 소문, 신제품 정보 등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어 “애플 경영진보다 애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달 방문객 440만명에 4000만페이지뷰를 자랑하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30대 중반의 재미 한국인 2세 아놀드 김씨는 지난해 의사까지 그만두었다. 방문자 수가 늘고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문가 뺨치는 내용이나 생생한 경험담을 얻을 수 있는 카페와 블로그가 활성화 돼 있다. 이전에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면 이제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부터 켜고 카페나 블로그를 살펴본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신간 나오면 블로거 먼저… 시사회 모시기도


회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하루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카페나 블로그의 파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파워 카페’나 ‘파워 블로그’에서 오가는 얘기나 정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상에도 위력을 떨친다. 매니아들의 입방아에 따라 특정 제품의 매출이 오르내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 출판사 직원은 “인기 블로거의 긍정적 서평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신간 홍보 중 하나”라며 “신간이 나오면 스타 블로거에게 먼저 선물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쌍꺼풀을 잘한다”고 자주 오르내리는 한 성형외과는 “상담 예약 고객의 60% 정도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고 왔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에 따로 카페를 만들거나 블로그를 만드는 성형외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소문이 중요한 문화공연과 관련해서도 카페나 블로그의 파워는 막강하다. 무료 시사회나 단체 관람과 같은 이벤트를 전문으로 하는 ‘문화충전 200%’라는 카페는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곳으로 매일 1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다. 또한 이 카페에서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무조건 리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홍보담당자들도 선호한다고 한다. 운영자 피은성(45)씨는 “회원들이 보고 온 작품리뷰는 검색을 통해 회원이 아닌 네티즌들에게도 노출된다”며 “우리나라 공연업계의 특성상 홍보비로 많은 금액을 지출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카페를 많이 애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로 ‘문화충전200%’ 한 곳에만 월평균 250건 정도의 이벤트 문의가 있다.


1인 카페의 힘
광고 문의 쏟아져… 회원 악평에 문 닫은 민박집도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 10명 중 8명이 이용한다는 유럽여행 전문 카페 ‘유랑’. 회원 수 28만명을 자랑하는 이 카페는 권재혁씨가 4명의 마음 맞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해 오고 있다. “10년 전 친구들이랑 유럽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정보 수집용 카페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가입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카페 규모가 커졌죠. ‘유랑’이란 이름도 회원 분들이 지어 준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 수집을 위해 만든 카페였지만 몸집이 불어나면서 다른 카페와의 차별성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의 카페들을 보면 게시판별 카테고리의 분류가 체계적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유랑’의 게시판을 좀 더 세분화했고 리뷰 글도 단순히 ‘좋았다’가 아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고 가격은 얼마인지’같이 구체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유랑’에는 인터넷 언어를 비롯해 비속어, 반말 등의 사용도 금지한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규칙들은 결국 ‘유랑’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 유럽여행전문 카페 ‘유랑’의 운영자 권재혁씨.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카페의 영향력도 커졌다. 하루에도 수건의 광고 문의가 들어올 정도다. 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민박집 하나가 문을 닫은 적도 있다. 권씨는 “민박집에 관한 리뷰는 주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이 실리기도 한다”며 “민박집 주인들도 사람이기에 항상 친절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부분들은 여행객들이 알아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랑’과 같이 규모가 큰 카페를 10년 동안 운영해온 비결에 대해 권씨는 “지금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서 하루 2시간 정도밖에 관리를 못하지만 2년 전만 해도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카페 관리에 쏟아부었다”며 꾸준한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권씨는 “카페 회원들이 올려주신 콘텐츠가 지금의 유랑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랑’을 제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며 “‘유랑’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전문 홈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