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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휴대폰'

醉月 2009. 3. 19. 10:02

고(高)환율 돛달고 신(新)제품 노젓는 '코리아 휴대폰' , 노키아 등은 대규모 감원… 우리는 점유율 26% 넘어


까다로운 한국시장 경험, 빠른 신제품 개발이 비결  

지난 17일 낮 경기도 평택에 있는 LG전자 휴대폰 공장. 입구에 들어서니 '중석몰촉(中石沒鏃·돌에 화살이 깊이 박혔다는 말로, 정신을 집중해 온 힘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뜻)' '리세션(recession) 무한도전' 같은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올림픽 경기장 같은 분위기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기자는 취지에서 지난달부터 내건 구호들이다.


축구장 만한 크기의 공장 내부에서는 30개의 생산라인이 쉴새 없이 보이저·뷰티·아레나 같은 주력 수출제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 공장은 근로자 1인당 1시간에 35대를 생산한다. LG 평택공장의 이상철 부장은 "이번 달에만 42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당초 예상치는 250만대 정도였으나 주문량이 엄청 늘어났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생산량 200만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한 격차다.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이곳 직원 대부분은 평일 두 시간씩 연장 근무 중이다. 점심식사 시간까지 포함하면 회사 근무 시간이 평균 12시간에 이른다.

한국 휴대폰이 '불황 속 호황'을 구가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노키아가 1700명의 감원과 순환 근무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이 1년 새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삼성·LG전자는 불황기를 이용해 오히려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 한 모델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랑스에서 5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침체기에 글로벌 휴대폰시장 지각변동

삼성전자·LG전자의 약진은 최근 2년 새 특히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2006년 4분기 11.2%에서 작년 4분기 18%로 껑충 뛰었고, LG전자도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위 노키아를 멀찌감치 제치고 1, 2위를 다투고 있다. 또 유럽의 중심 격인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불황기를 맞아 노키아 등 경쟁업체들은 주문 감소를 호소하고 있지만, 삼성·LG전자는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오히려 일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재고 물량을 급격히 줄였던 미국 유통업계에서 올해 들어 주문을 늘리고 있다"면서 "올해 1분기에도 북미 시장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 LG전자 '랩소디 인 뮤직폰' 음향 작업에 참여한 '오디오 거장' 마크 레빈슨(가운데)이 제품을 들고 모델들과 함께 서 있다. LG전자 휴대폰은 노키아·삼성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라있다. /LG전자 제공
고(高)환율과 세계 최고의 휴대폰 개발 능력 접목

한국 휴대폰이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데에는 미국의 맹주인 모토로라의 몰락이 결정적이다. 모토로라가 무너지면서 생긴 거대한 시장을 삼성·LG전자가 빠르게 치고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노키아는 유럽이나 중국·인도와는 달리,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해 왔다. 자체적으로 칩을 생산하는 노키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휴대폰 칩 제조업체인 퀄컴과 사사건건 부딪쳐왔고 그러다 보니 시장진출도 소극적이었다.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고(高)환율 덕분에 삼성·LG는 상대적으로 해외 메이저업체에 비해 자금 사정이 낫다"면서 "두 회사는 이를 활용해 북미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 특유의 '극성스러운' 신제품 개발 능력도 점유율 확대의 공신이다. 삼성전자 우종삼 상무는 "세계적으로 연간 100개 정도의 신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회사는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개발자들은 과제가 주어지면 목숨 걸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실제 노키아는 연간 40~50개 신제품 생산에 그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전 세계 휴대폰의 대세가 된 터치스크린이다. 한국은 애플의 '아이폰'으로 터치스크린폰이 인기를 끌 조짐을 보이자, 집중적으로 터치폰을 출시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반면 노키아는 우리보다 1년이나 늦은 작년 11월에야 겨우 터치스크린폰을 개발했다. 게다가 최근 북미 시장에 터치스크린폰을 출시했다가 5일 만에 제품 결함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는 등 망신만 톡톡히 샀다.

국내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 능력이 뛰어난 데에는 유달리 새 제품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성향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무대) 역할을 한국 소비자들이 충실히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환율 효과 탓?

일각에서는 한국 휴대폰의 약진이 환율효과가 무너진 다음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언제든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폭락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이 경우 세계 시장에 대한 공세가 일시적인 소나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고환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한국 업체들의 약진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만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반영곤 파트너는 "삼성·LG전자의 제품경쟁력을 고려한다면 환율이 다시 떨어지더라도 한국 휴대폰은 당분간 세계 정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니 꺾은 '독한 승부사'… 트렌드 읽는 '시장의 예지자' , 한국 휴대폰 현장 사령관들

 

삼성전자 최지성(崔志成·58) 사장은 2006년 삼성 LCD TV를 세계 1위로 만든 데 이어 휴대폰시장에서도 노키아를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한 주역이다. 2007년 1월 그가 정보통신 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첫 일성(一聲)은 "노키아를 따라잡겠다"였다.

그는 "당나라 태종의 신하 위증(魏甑)이 '세상을 바꾸는 데 1년이면 족하고, 3년이면 늦다'고 했다"며 당시로써는 무모하게까지 들리는 대담한 목표를 내걸었다.

최 사장은 실제 TV시장에서 소니를 꺾은 '독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 자신의 목표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는 "대충 일하는 것은 낭비이자 죄악"이라고 거침없이 얘기할 정도이다.

최 사장은 특히 '세계 1등 품질'의 삼성 휴대폰에 반도체·TV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면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 구축이다.
그는 중국의 한 대리점에서 휴대폰이 모델별로 어느 정도 팔리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중국·인도 등 노키아의 독무대였던 신흥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소비자나 통신업체들의 요구에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불황기에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왼쪽), LG전자 안승권 사장(오른쪽).

LG전자 안승권(安承權·52) 사장은 휴대폰 연구소장 출신으로 LG 휴대폰의 '싸구려' 이미지를 불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LG 휴대폰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연구소장 당시 개발한 초콜릿폰은 세계적으로 1870만대가 팔려나가며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안 사장은 이후 샤인폰·프라다폰·뷰티폰 등 고급 휴대폰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LG 휴대폰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휴대폰으로 만들었다.

안 사장은 시장의 트렌드(trend·흐름) 변화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작년 화면을 눌러 작동하는 터치스크린폰을 본격 출시해 성공을 거뒀고 올해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이 뛰어난 스마트폰 제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아무리 재료가 좋고 요리사가 뛰어나도 고객의 취향을 모르면 좋은 음식점이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기술 과시가 아니라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기업, 고(高)환율에 취하지 마라" , LG전자 남용 부회장, "엔화 안정되면, 日기업이 우리 압도할 것"

 

▲ 남용 LG전자 부회장. /LG전자 제공

"우리 대기업은 환율 상승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을 뿐이다. 올 연말쯤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일본 전자업체의 경쟁력이 우리를 앞설 것 같아 겁난다."(3월 13일, LG전자 주주총회)

"환율로 인한 나쁜 이익은 독(毒)이다. 이 시기에 일본보다 공격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2월 12일 사내방송)

남용(南鏞·59) LG전자 부회장이 '한국 경제 환율 착시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환율 착시현상이란 지금 한국 주요 수출 기업의 좋은 실적은 고(高)환율 덕분이며, 환율이 떨어지면 정말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49조3330억원, 영업이익 2조1331억원(해외법인 포함)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그는 "직원들이 환율효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실제 전자·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에 대한 환율 영향력은 대단하다. 삼성전자는 1달러당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연간 2조3000억원, LG전자는 연간 7000억원의 영업이익 상승효과가 있다.
올해 달러당 평균 환율이 1425원으로 작년 평균 환율에 비해 320원 넘게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환율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대 경쟁 상대국인 일본 엔화 대비 환율은 작년에 비해 50% 정도 치솟았다.

남 부회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월 달러 표시 매출은 17~18%가량 줄었지만 원화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고(高)환율현상이 지속될 수는 없으며, 이미 달러나 엔화 가치는 하락세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이 최근 들어 무서울 정도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엔화 환율이 안정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우리를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단번에 27개 공장을 폐쇄하고 2만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부회장은 "일본 기업들이 작년 엄청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런 구조조정 비용을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이익 면에서 우리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의 급속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 효과를 나타내는 올 하반기에는 달러당 환율이 1124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금융시장이 먼저 안정된다"며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보이기 전에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수출 기업은 일본·중국 경쟁업체에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도 "환율 착시현상이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지금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경영 혁신을 통해 내년 이후를 대비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 휴대전화, 美고객충성도 1위 차지

 

삼성전자는 2일 미국 브랜드 조사기관 브랜드키즈(Brand Keys)의 미국 소비자 조사결과 휴대전화 부문에서 아이폰과 함께 고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 공동 1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로써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2002년부터 8년 연속 고객 충성도 1위 업체로 선정됐으며, 전 세계 휴대전화 업체 중 브랜드키즈의 최고 브랜드로 8년 연속 선정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브랜드키즈는 항공사, 호텔부터 운동화, 치약, 휴대전화까지 미국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63개 품목 444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소비자 충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를 조사하는 브랜드 조사·컨설팅 기관이다.

브랜드키즈 로버트 파시코프 회장은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가격 등 개별 제품에 대한 개인적 선호에서 브랜드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에서 삼성 휴대전화가 승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 휴대전화 법인 빌 오글 CMO(Chief Marketing Officer)는 “이번 최고 브랜드 선정을 통해 삼성전자 휴대전화가 소비자와 교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됐다”며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휴대전화와 적극적 마케팅으로 이 같은 교감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인스팅트, 비홀드, 이터니티, 옴니아 등 다양한 신규 풀터치폰을 출시, 전체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하며 현지 최고 브랜드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