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차기 차륜형 장갑차의 현재와 미래

醉月 2019. 12. 24. 11:24

보병, 이제는 걷지 마라! 차기 차륜형 장갑차의 현재와 미래




대한민국 육군 보병의 차기 차륜형 장갑차 K808이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전술시범을 보이고 있다.<출처 : 대한민국 육군>.



현대 기동전의 필수 장비

‘보병(歩兵, Infantry)’은 육군의 가장 기본적인 병과로, 이름처럼 장비를 휴대한 채 도보로 이동하며 전투를 벌인다. 따라서 행군은 보병에게 필수적이지만 소요 시간, 병력의 피로도 그리고 생존성 측면에서 취약점을 가진다.






좌 : 현재 우리 육군의 주력 K-200 병력수송장갑차 

우 : 병력수송장갑차는 보병을 작전지역으로 안전하게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출처 : 아미누리 / 사진 임영식]




특히, 현대전은 작전지역이 넓어진 만큼 속도가 필요하다 보니 이제는 작전지역까지 빠르게 이동하고 방어력까지 갖춘 차륜형 장갑차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 육군도 K806과 K808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차륜형 장갑차 시대를 열고 있다.


병력수송장갑차(APC)의 한 축 - 차륜형장갑차
보병이 탑승하는 장갑차량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IFV(Infantry Fighting Vehicle)로 불리는 보병전투차이며, 두 번째는 APC(Armored Personnel Carrier)로 불리는 병력수송장갑차다. 보병전투차는 기관포 등의 무장을 갖춘 전투차량이지만, 병력수송장갑차는 무장은 기관총 정도만 갖추고 병력 수송에 중심을 두었다.

병력수송장갑차는 다시 무한궤도를 사용하는 궤도형, 바퀴를 사용하는 차륜형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주로 궤도형 장갑차가 사용되었다. 지형 극복 능력과 함께 전차보다는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의 장갑을 장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런플랫 타이어와 독립현가장치 등이 개발되고, 축 하중이 늘어나면서 차륜형 장갑차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차체 하부를 V자로 만드는 등 지뢰 폭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런플랫타이어가 적용된 차륜형 장갑차 [출처 : 현대로템]



K808 차륜형 장갑차의 지뢰방호시험 장면 [출처 : 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는 처음부터 널리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구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은 냉전시대부터 차륜형 장갑차를 대량 운용했지만, 서방권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도입이 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전략과 전술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나토 등 서방권은 야지 주행능력을 중요하게 여겨 궤도형 장갑차에 집중했고, 구소련 등 동구권은 속도에 집중하면서 차륜형 장갑차에 집중했다.

1990년대부터 현대적인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미국과 서유럽은 해외 신속 대응을 위해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의 스트라이커, 프랑스의 VBCI, 독일과 네덜란드의 복서(Boxer), 오스트리아의 판두르(Pandur) 등이 있다. 러시아도 기존 BTR-80 외에 2010년대 들어서 부메랑(Bumerang)을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




좌 :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차륜형 장갑차 <출처 : 미 육군>

우 : 독일과 네덜란드가 공동 개발한 복서 차륜형 장갑차 <출처 : 독일 육군>



군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도 기동군 건설을 위해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 육군은 ZBL-08로 불리는 08식 차륜형 장갑차를 대량 도입하고 있다. 일본도 기동성을 중시하면서 96식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미사일과 무인항공기 등 첨단 무기 수출로 유명한 이스라엘도 에이탄(Eitan)이라는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하여 도입을 앞두고 있다. 에이탄은 차륜형 장갑차 가운데 가장 무거운 35톤인데, 메르카바 계열 전차와 나메르 중장갑 병력수송장갑차처럼 높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의 에이탄 차륜형 장갑차 [출처 : 이스라엘 국방부]


위에 언급한 방위산업 능력이 뛰어난 국가들 외에도 다양한 국가들이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이 자체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진화하는 차륜형 장갑차


​차륜형 장갑차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어, 공격, 상황인식, 그리고 네트워크 등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방어력은 오랫동안 차륜형 장갑차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장갑차량의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갑을 늘리면 차량 중량이 늘어나고, 결국 기동성에 영향을 준다.



능동방어시스템은 장갑을 늘리기 어려운 차륜형 장갑차의 방어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출처 : nextbigfuture.com]


중량 증가 없이 방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능동방어 시스템(APS, Active Protection System)이 있다. 능동방어 시스템은 레이더를 이용하여 다가오는 포탄이나 대전차미사일을 탐지하고, 컴퓨터가 다가오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은 에이탄 차륜형 장갑차의 방어력 향상을 위해 엘빗이 개발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기반의 능동방어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미 육군도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장착할 능동방어 시스템을 찾고 있다.




좌 : 차체 안에서 조작이 가능한 원격조종무장장치 RCWS [출처 : kongsberg.com]

우 : 외부 영상을 조합하여 360도 상황인식을 제공하는 아이언비전 시스템 [출처 : elbitsystems.com]


또 다른 방어수단으로 차체 안에서 조종할 수 있는 원격조종무장장치(RCWS)를 들 수 있다. RCWS의 채용은 단순히 차체 밖으로 포수가 노출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외에도,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조합하여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상황인식의 향상도 시도되고 있다. RCWS의 센서를 이용하여 파악할 수도 있지만, 장갑차량의 안에서는 바깥 상황을 파악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스라엘의 엘빗 시스템스(Elbit Systems)는 아이언비전(IronVision)이라는 상황인식 시스템을 장갑차량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아이언비전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장면을 컴퓨터로 합성하여 차량 승무원이 착용한 헬멧을 통해 보여준다. F-35 전투기에 장착된 조종사 헬멧을 통해 외부 촬영 영상을 보여주는 전자광학·분산개구 적외선 추적 시스템(EO-DAS)의 기갑차량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화도 추세다. 현대전은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이라고 불린다. 네트워크 중심전이란 전투 공간 속의 작전 요소들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여러 개의 탐지 체계와 지휘통제 및 공격 무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갑차에 음성 외에 데이터링크와 전장정보 단말기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전장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 효율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네트워크 중심전 체계로 전환하면서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수행 플랫폼으로 포함시켰다. 프랑스는 스콜피온(Scorpion) 프로그램을 통해 도입하는 병력수송용 그리폰 VBMR 차륜형 장갑차를 네트워크 중심전의 핵심 플랫폼 중 하로 삼고 있다. 우리 육군도 마찬가지이다.


아미 타이거 4.0의 기동화 자산, K806/K808



아미 타이거 4.0’ 개념도 [출처 : 육군본부]



우리 육군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미 타이거 4.0이 있다. 아미 타이거는 아미(Army)와 4차 산업혁명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화(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다. 4.0은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아미 타이거 4.0의 핵심은 기동력이고, 기동력을 실현하는 수단이 차륜형 장갑차와 소형 전술차량이다. 이 가운데 보병 분대 수송을 담당하는 것이 차륜형 장갑차다.

차륜형 장갑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워리어 플랫폼을 통해 늘어날 개인 장구류의 무게로 인한 병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야시장비나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 전원 장치의 충전소 역할도 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의 보병과 지휘부를 연결하는 데이터링크 중계 역할도 하게 된다.



육군의 K806과 K808 차륜형 장갑차 [출처 : 현대로템]


육군에 도입되는 차륜형 장갑차는 기본형 K806(6X6형)과 보병전투용 K808(8X8형) 두 가지다. K806은 후방 도심 작전과 수색정찰 및 주요 시설 방호 임무를, K808은 전방지역에서 전투와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K806과 K808은 중구경 기관총과 대인지뢰 방어가 가능하고, 화생방 방어도 가능하다. 독립현가시스템을 채택하여 모든 바퀴가 개별적으로 구동할 수 있고, 험한 지형도 극복할 수 있다.



험로 시험 중인 K808 차륜형 장갑차 [출처 : 현대로템]


타이어가 펑크가 나더라도 시속 48㎞로 1시간 이상 달릴 수 있도록 런플랫 타이어를 채택했다. 노면 상태에 따라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는 공기압자동조절장치(CTIS)도 채택되었다. 차체 후미에 워터제트를 달아 8km/h의 속도로 하천 도하도 가능하다.

K806과 K808은 독일의 복서나 이스라엘의 에이탄처럼 중장갑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육군이 설정한 능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세계 각국의 차륜형 장갑차들과 대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차기 차륜형 장갑차 K808이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전술시범을 보이고 있다.<출처 : 대한민국 육군>.


우리 육군 보병의 든든한 발이 되어줄 차륜형 장갑차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

<글 : 최현호 군사전문가 육군SNS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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