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굼지오름이라고도 불리는 단산 정상은 ‘제주의 이른 봄’을 보는 가장 훌륭한 자리다. 단산에 오르면 유채밭을 두른 산방산과 겨울 무, 쪽파를 심어 진초록으로 반짝이는 대정의 들녘과 코발트 빛 제주 해안, 모슬포의 바다와 형제섬, 마라도가 마치 한 장의 두루마리 그림을 편 듯이 펼쳐진다.
어디서든지 봄은 ‘꽃’입니다. 꽃이 피어야 비로소 봄입니다. 지난 겨울은 폭발적 코로나19 감염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와 집합 금지로 말 그대로 ‘유폐의 시간’이었습니다. 꽃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이유입니다. 봄이 된다 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따스한 봄이 온다면, 충만한 봄기운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겁니다. 봄이 가장 먼저 딛고 오는 땅, 제주의 봄 마중을 안내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봄을 데려오는 제주의 꽃 이야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들려드리고 싶었던 건 딱 이맘때에 오로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별, ‘노인성(老人星·카노푸스)’ 이야기입니다. 한 번 본 사람은 장수하고, 아홉 번 보면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구천(九天)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던 그 별입니다. 옛사람들이 생전에 한 번이라도 보기를 소원해 마지않았던 별. 그 노인성이 지금 밤마다 제주의 남쪽 바다 수평선 위에 낮게 떠서 빛나고 있습니다.
# 매화 꽃잎에 붉은 점을 찍는다
꽃의 개화로 봄을 가늠한다면, 제주는 이미 섣부른 ‘봄’이다. 보름쯤 전부터 그랬다. 수선화에 이어 매화가 축포처럼 터졌고, 오름에는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노루귀 같은 야생화들이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관광객 사진촬영용으로 드문드문 주민들이 심어 기르는 유채꽃이야 겨우내 피어있다시피 하지만, 돌담 아래 돌보지 않는 자리에서 저 스스로 자라난 유채꽃들까지도 이제 무더기로 흐드러지기 시작했다. 무채색의 겨울 속에 갇혀있는 육지를 벗어나, 온통 충만한 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른 봄에 제주를 찾는 이유이자, 즐거움이다.
사실 제주가 가진 봄, 혹은 봄꽃의 가치는 ‘존재’보다는 ‘시차’다. 제주의 봄꽃이 육지에서 피는 꽃과 그다지 다를 건 없다. 한때 제주의 상징과도 같았던 유채꽃은 이제 육지에서도 흔전만전이다. 제주나 육지나 꽃이 피는 순서도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제주의 봄꽃이 각별한 건, 육지보다 개화 시기가 짧게는 열흘쯤, 길면 한 달쯤 이르다는 것이다. 봄꽃의 가치야말로, 봄의 기미를 알아채고 일찍 피는 데 있다. “어차피 피는 꽃, ‘좀 빠르다’는 게 무슨 대수냐”는 질문은, 여름꽃이나 가을꽃에 해당한다. 봄꽃의 가치는 ‘이르게 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봄꽃은 지루한 기다림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제주에서 만나는 봄이 늘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가득한 건 고대하던 꽃소식을 이르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긴 겨울 동안 옛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 부르는 독특한 일력(日曆)을 만들어 걸었다. 추위를 견디며 하루하루 가까워 오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일력이다. 선비들은 동지로부터 9일마다 점차 추위가 누그러지는데 그걸 9번 반복하면 날이 풀린다고 믿었다. 9일이 9번이니 그게 ‘구구(九九)’다. 구구소한도는 매일 동그라미에 색칠하게 돼 있는 것도 있고, 9획짜리 글씨를 매일 한 획씩 9번을 쓰게 돼 있는 것도 있는데, 가장 많은 게 매화 그림이었다.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아홉 송이 흰 꽃을 단 매화 가지 아홉 개를 그린 뒤 날마다 꽃 하나씩에 붉은 색칠을 해 백매화를 홍매화로 만들어가면서 봄을 기다렸다. 지나간 동지가 12월 21일이었으니, 다음날부터 81일 동안 색칠을 하면 마지막 한 잎을 색칠하게 되는 날은 오는 3월 13일이다. 경칩과 춘분의 중간쯤이니 이때쯤 구구소한도를 떼 내고 창문을 열면 비로소 매화가 피면서 봄을 맞이하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면 구구소한도에 아직 덜 칠한 백매화 꽃이 스무 송이쯤 남았을 때이지만, 수선화에서 매화의 개화로, 복수초에서 변산바람꽃과 노루귀의 개화로 이어지는 제주의 봄날은 이미 시작됐다.
# 제주의 봄, ‘꽃보다 별’을 권하다
이른 봄날의 제주라면, 꽃보다 더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제주가 아니면,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게 있다. 남반구의 밤하늘에 뜨는 겨울철 별자리, ‘카노푸스’ 얘기다. 시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밝은 별인 카노푸스는 ‘초거성(超巨星)’이다. 태양 크기의 65배. 태양의 크기가 지구의 109배이니, 환산하면 카노푸스는 지구보다 자그마치 7085배나 크다는 얘기다. 그 별은 빛의 속도로 313년을 가야 하는, 즉 313광년 건너에 있다.
그렇게 크고 밝은 별이지만 카노푸스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렵다. 남반구의 별이라 북반구에서는 지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남쪽 끝으로 내려가야 겨우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낮게 뜨는 카노푸스를 볼 수 있다. 제주가 카노푸스를 볼 수 있는 적지인 건 그래서다. 카노푸스는 겨울철 별자리라 겨울에만 볼 수 있는데, 그것도 관측이 가능한 밤 시간대에 떠 있는 건 연중 한두 달에 불과하다. 바로 지금이, 제주에서 수평선 위로 환하게 뜬 그 별을 볼 수 있는 때다.
제주까지 가서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름의 별을 올려다보자는 제안이 뜬금없으신가? 그렇다면 이 얘기부터 들어보자.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카노푸스를 보러 제주도까지 와서 한라산을 오른 이가 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토정비결’을 썼다고 알려진 토정 이지함이다. 그때의 이야기가 ‘연려실기술’에 실려있다. 400년 전쯤 제주에서 일어난 역모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어사로 파견됐던 청음 김상헌도 한라산에 올라 카노푸스를 관측하고 그 감회를 시로 지어 남겼다. 세종대왕도 천문에 능한 윤사웅을 제주로 보내서 ‘카노푸스를 보고 오라’는 명을 내렸다. 제주에 오는 관료나 묵객들은 너나없이 카노푸스를 보고자 열망했다.
옛사람들은 왜 카노푸스에 열광했을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카노푸스를 ‘노인성(老人星)’이라 불렀다. ‘목숨 수(壽)’ 자를 써서 ‘수성(壽星)’이라고도 했고 의인화해 수노인(壽老人), 혹은 남극노인이라고도 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카노푸스를 목숨을 관장하는 영험한 별이라고 봤다. 노인성을 세 번 보면 무병장수하고, 아홉 번 보면 옥황상제가 사는 ‘구천’에서 태어난다고 믿었다. 민간에서만 그리 생각했던 게 아니었다. 국가와 행정까지도 노인성의 신성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추분과 춘분에 노인성을 모시는 국가 제사를 지내도록 ‘국조오례의’에 명시했으며, 해마다 설날이면 궁중에서는 도화서에 지시해 임금의 만수무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수성노인도’를 그리게 했다.
누구나 한 번이라도 보기를 열망했던 노인성, 카노푸스를 지금부터 딱 한 달간 제주의 서귀포에서, 옛사람의 뜨거운 열망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서귀포 앞바다의 수평선 위로 살짝 떠올라 밝게 빛나는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건, 그러나 지금부터 딱 한 달 남짓이다. 이른 봄의 제주 여정에서 ‘꽃보다 별’을 얘기하는 건 그래서다.
# 서귀포 수평선 위로 뜨는 신령의 별
노인성은 남쪽 바다 위로 뜨니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건 서귀포 일대다. 서귀포의 천지연폭포와 외돌개 사이에 ‘남성마을’이 있다. ‘남녘 남(南)’ 자에 ‘별 성(星)’ 자를 쓴다. 남쪽에 뜨는 별이니 카노푸스, 그러니까 노인성에서 온 이름일 테다. 남성마을 뒷산이 삼매봉이다. 주민들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해발 153m의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올라서면 서귀포 앞바다의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삼매봉 정상 일대를 예부터 ‘남성대(南星臺)’라고 불렀다. 남쪽의 별, 노인성을 관측하는 언덕이란 뜻이다. 삼매봉이 예부터 노인성을 보는 명당이었던 모양이다. 그 자리쯤에다 남성정(南星亭)이란 현판을 건 정자를 지어놓았다. 남성정에서는 지금도 노인성을 볼 수 있긴 하지만, 도시의 잡광(雜光) 탓에 별보다는 오히려 서귀포시 야경이 더 눈에 띈다.
노인성 관측의 최적지는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이다. 천문과학문화관은 제주의 유일한 천문시설이자,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천문대다. 천문과학문화관은 애초에 노인성 관측을 위해 건립이 결정됐고, 위치가 정해졌다. 노인성을 관측하기에 여기만 한 곳은 없다는 뜻이다.
▲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 보조관측실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하는 모습. 여기서 내달 21일까지 노인성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인성은 바다 위로 낮게 뜨는데 워낙 밝은 별이어서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노인성이 가장 잘 보이는 시기에 노인성 관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 16일부터 시작했으며 내달 21일까지 진행된다. 노인성 관측시간은 매일 바뀐다.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해야 한다. 관측시간은 50분 남짓. 관측시간의 절반은 천체투영실에서 계절별 별자리 영상을 감상하고, 나머지 절반 시간에 보조관측실에서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보조관측실에서 올려다본 한라산 중산간의 밤하늘이 별로 가득 찼다. 오리온, 황소자리,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 작은 게자리, 큰 게자리…. 겨울 별자리들이 머리 위에서 보석처럼 빛났다. 노인성은 머리 위가 아니라 서귀포 남쪽 바다 수평선 위 반 뼘쯤 높이에 떠 있었다. 노인성을 본다는 건 다른 별처럼 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게 아니라, 극장 스크린을 보듯 정면을 응시해야 하는 일이었다. 노인성, 그러니까 카노푸스는 놀라울 정도로 밝았다. 카노푸스의 또렷한 존재감은 집중력을 다해서 빛을 가려내야 하는 희미한 다른 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카노푸스’란 별의 이름은 트로이를 침공하던 그리스 원정군의 뱃길을 안내하던 조타수의 이름이다. 부디 노인성이 건강과 장수의 소망을 이뤄주고, 노인성의 다른 이름인 카노푸스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혀주기를….
# 수선화는 져가고, 매화는 피어나고
이제는 뒤로 미뤄둔 제주의 봄꽃 얘기를 해보자. 제주의 봄꽃 명소는 어찌나 많은지 하나하나 소개하는 마음이 다 바쁘다. 이른 봄 제주의 가장 화려한 봄꽃은, 단언컨대 한림공원에 있다. 한림공원의 매화정원은 지금 매화와 수선화가 만개했다. 매화정원의 매화 압권은 서른 그루 남짓한 능수매화다. 60년생 매실나무를 가져다 1994년에 심은 것이라니 수령 90년을 바라보고 있다. 정원의 매실나무 가지마다 그윽한 향기의 매화꽃이 가득 피어났다. 한 나무에서 백매와 홍매가 함께 피어나는 ‘백홍매’도 화려하기로는 빠지지 않는다. 정원에서 가장 이른 꽃을 피워 낸다는 홍매화 ‘설중매’에 이어 백매화 ‘남고’와 홍매화 ‘홍천조’도 꽃이 한창이다. 매화보다 꽃이 이른 수선화는 매화나무 발치 아래서 이미 무리 지어 피었다가 절정을 넘겨 져가고 있는 중이다.
서귀포에는 돈 한 푼 안 내고 공짜로 봄꽃을 실컷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중 한 곳이 서귀포 걸매생태공원이다. 걸매생태공원은 천지연폭포 바로 위쪽의 물길 솜반천 변에 조성해 놓은 아담한 공원. ‘걸매’란 ‘물도랑이 자주 막혀 메워져 있는 곳’이란 뜻의 제주 방언이다. 과거 논으로 이용되다가 공장과 비닐하우스로 온통 어지럽혀진 것을 서귀포시가 1998년 공원으로 되돌려놓았다. 공원에는 제법 둥치 굵은 매화 160여 그루를 촘촘하게 심어 조성한 매화원이 있다. 워낙 볕이 좋은 자리라 해마다 매화가 이르게 피는데, 올해는 매화나무 가지를 쳐내지 않아서 그런지 유독 꽃이 다닥다닥 피었다.
제주 수선화를 보려면 산방산과 대정읍 일대로 가야 한다. 골목과 밭담 아래 피어난 수선화는 스스로 자생하는 것들이다. 심어 기르는 수선화는 이미 절정을 넘겼지만, 자생 수선화는 개화가 좀 늦어 이제야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다. 대정읍 일대에는 수선화 말고도 잘 자란 마늘과 겨울 무, 양배추의 초록으로 봄기운이 가득하다. 이런 경관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 단산이다. 단산은 ‘바굼지’라고 불리는 오름인데, 다른 오름과는 달리 뿔처럼 솟은 두 개의 봉우리가 비대칭의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로 이뤄진 험한 지형이지만 정상까지 길을 순하게 눕혀 놓은 탐방로가 있다. 탐방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푸른 봄 바다와 대정의 진초록 들녘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제주의 오름에는 야생화도 지천으로 피고 있다. 봄날이라면 오름 어디서든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라산 동쪽 절물자연휴양림 주변의 절물오름과 민오름 일대를 추천한다. 특히 민오름 일대는 봄 야생화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오름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복수초부터 변산바람꽃, 노루귀가 마중을 나온다. 산자고도 기웃거리기 시작했으니 이제 따뜻한 날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별꽃이며 천금성, 새우난, 금새우난까지 가세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리라.
돌이켜보면 무채색의 도시에 가둔 거리 두기 유폐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고 지루했다. 기다림이 간절해서일까. 지금 피고 있는 봄꽃은, 시간이 가고 훈풍이 불면서 ‘저절로’ 피어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서’ 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꽃이 대견하고, 그만큼 봄이 감사하다. 아, 봄의 기척은 이제, 제주까지 와 있다. 대견하게도….
■ 공항서 7분 ‘38층 드림타워’
도심·한라산·해안선 한눈에 호텔·쇼핑몰·카지노 한곳에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도심형 복합리조트인 제주 드림타워(사진)는 지금까지 제주를 봐왔던 시선을 전복한다. 제주 공항에서 차로 딱 7분 거리. 제주 시내의 리조트는 일단 규모부터가 압도적이다. 리조트 연 면적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1.8배다. 리조트는 로비가 있는 중심부 건물을 두고 양쪽으로 38층짜리 두 개의 타워를 거느리고 있다. 중심부 건물은 호텔 로비와 14개의 레스토랑,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앞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여기 들어서게 된다. 중심부 건물 8층 옥상에는 풀장이 있는 덱이 있다.
38층짜리 두 동의 타워는 다국적 호텔 체인 그랜드하얏트그룹이 운영하는 제주 그랜드하얏트호텔이다. 전 객실이 일반 호텔 넓이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스위트급 이상의 객실들이다. 이런 객실이 자그마치 1600개나 있다. 규모나 시설을 뛰어넘어 압도하는 건 조망이다.
제주시는 제주 드림타워가 지어지기 전과 지어진 이후로 나뉜다. 이전에는 제주의 도심은 평면이었다. 제주항을 끼고 있었지만 도시와 바다는 각각 따로 분리됐다. 제주 드림타워가 지어지고 나서 도심 건물과 교차로 너머에 푸른 제주의 바다와 해안선이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한라산에서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사면의 기울기도 보인다.
■ 진시황의 불로초, 별이 아니었을까
중국 진나라 때 불로초를 구하러 남해를 거쳐 제주까지 왔다고 전해지는 서복(徐福·또는 서불). 그가 찾았던 건 약초가 아니라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었던 별, ‘노인성’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있다. 진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별 노인성을 찾아 우리 땅까지 왔을 거란 얘기다. 남해 금산의 보리암에는 ‘간성각(看星閣)’이라는 요사채가 있다. ‘별을 보는 전각’이란 뜻인데, 내륙의 남쪽 끝 금산 정상에서 까치발을 들고서 보고자 했던 별이 노인성, 즉 카노푸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