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한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시의적절한 재정·외환·금융 정책의 덕도 크지만 실제 현장에서 뛰고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위기의 와중에서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덕분에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과 추진한 경영 전략은 전세계 기업들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
삼성그룹은 ‘창조 경영’을 통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선도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36조원의 매출을 올려 미국 휼렛패커드(hp)와 독일 지멘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세계 최고급 TV 시장을 석권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달 세계 처음으로 초고해상도(풀HD)급 ‘능동형 3차원(3D) LED TV’를 내놓았다. 3D용으로 제작되지 않은 2D 영상도 3D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전환하는 기능이 있다. 6월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벌어질 3D TV 글로벌 전쟁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에서 실시한 신차 품질 조사에서 현대차가 일반 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덕분에 현대차의 철저한 품질 관리에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도요타 리콜 사태 속에서 단순히 반사이익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품질 경영’을 앞세워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기존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지난달 준공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통해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한국차의 우수성을 뽐낼 태세다.
LG
LG그룹은 올해 매출 목표(135조원)의 75% 이상을 해외에서 올려 해외 매출 100조원을 돌파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발판으로 2012년에는 미국·중국 등 세계 15개 주요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2012년까지 세계 1위에 올려 그룹 간판 기업의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도 대형 액정화면(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화학은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용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매진해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목표다.
SK
SK그룹의 올해 경영 화두는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임직원은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히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일하고 있다. 현재 16개국 33개 광구에서 자원개발을 하고 SK에너지는 ‘그린 에너지’ 개발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높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청정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그린 폴’이 중점 분야다. ‘알파라이징(alpharising)’이란 신조어를 만든 SK텔레콤은 초단위 요금체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는 세계 유명 펀드 매니저와 투자자가 가장 좋아하는 철강 기업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포스코 주식 395만 주를 보유할 정도다.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는 지난달 ‘2010년 철강사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포스코를 꼽았다. 포스코는 원료 확보 부문을 제외하고 생산 규모, 기술력, 수익성, 원가 절감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내수 시장 위주로 출발한 다른 정유사와 달리 가동 초기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해온 결과다. 최첨단 고부가가치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벙커C유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을 성공적으로 가동해 수익성을 높이면서 수출 물량을 늘려온 것이 주효했다.
엔진오일·자동변속기오일 같은 윤활유 사업 부문은 국내 생산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윤활유 사업 부문은 2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중국·인도 등 20여 개국에 윤활기유를 수출하고 있다. 덕분에 석유화학 제품은 국내 5대 수출 품목에 꼽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합성윤활기유급 그룹 III 윤활기유인 ‘울트라-S’를 미국 시장에 공급해 2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 그룹 III 윤활기유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미국 시장이 급격히 그룹 III 윤활기유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쓰-오일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의 평가 등급을 받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노사간 무교섭 임금 동결을 이끌어내는 등 상생의 노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CEO의 소통 리더십=2008년 3월 취임한 수베이 CEO의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는 “회사의 존립 근거는 C.E.O. 즉 고객(Customer)과 종업원(Employee) 그리고 주주(Owner and Stakeholder)”라며 “이들의 다양한 기대 사항을 충족하고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제를 수립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덕분에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수베이 CEO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수베이 CEO는 리더십의 핵심으로 ‘조직과 임직원에 대한 관심’을 꼽는다. 그는 “일반적으로 조직의 현재와 수익성 등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CEO들의 리더십은 일종의 관리자를 의미한다”며 “진정한 리더는 늘 구성원들을 보살피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그의 소신은 특유의 현장 경영, 소통 경영에서 나타난다. 그는 울산 온산공장을 한 달에 두세 차례 방문해 현장 임직원들과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신입사원들과 정기적 대화, 각 부문 팀장들과 매주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등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언어나 문화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한여름 삼계탕을 먹으면서 한국 속담인 “이열치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거래처 사장의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라고 하자 “닭갈비로 유명한 호반의 도시지요”라고 한국어로 화답해 감동을 준 일화도 있다. 순직 소방관 가족 후원, 서울 쪽방촌 방문, 두루미 보호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기업 시민’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황 때 “공격 앞으로”=적극적인 위기관리 경영도 돋보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6월 온산공장 확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번 확장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1조4000여억원. 18만4500㎡의 부지에 연간 90만t의 파라자일렌과 연간 28만t의 벤젠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 조성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수베이 CEO는 “공격 앞으로”를 외친 것이다. 내년 6월께 공장이 완공되면 이 회사는 석유화학 부문 생산량이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연 160만t 규모에 이르게 된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량이 획기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목표는 지난해(46조원)보다 10%가량 늘어났다. 2조3000억원의 투자는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 탈황시설 건설, 유전개발 사업 등 에너지 부문에 1조2000억원 ▶GS리테일의 편의점·수퍼마켓 점포 확장과 GS샵의 브랜드 경쟁력·해외사업 강화 사업 등 유통부문에 9000억원 ▶GS건설의 개발사업·민자 SOC 출자 등 건설 부문에 2000억원 등이다.
허창수 회장은 “올해 GS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신성장 동력의 발굴”이라며 “그룹과 계열사의 역량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GS는 특히 지난해 인수한 종합상사 GS글로벌(옛 ㈜쌍용)을 통해 신사업 발굴 및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S그룹은 2004년 출범 이후 에너지와 유통을 중심으로 전문화를 강화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2004년 23조원이던 매출은 올해는 50조원을 목표로 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그룹의 주력 GS칼텍스=GS칼텍스는 올해 석유 및 석유화학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수출 확대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올 하반기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제3중질유 분해시설을 통해 추가 생산되는 경질유 석유제품을 전량 수출해 해외 시장을 보다 확대한다는 목표다. 윤활유 제품도 중국·러시아·인도 등 해외 주요 시장을 적극 공략해 현재 20% 수준인 수출 비중을 2014년 5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료전지·박막전지·탄소소재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이 분야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그리드 제주 실증단지 사업’ 가운데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통·건설 부문 사업 확대=GS리테일은 올해 9000억원을 투자해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 사업 등 유통 부문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S25는 800여 개 신규 점포를 새로 열고 수퍼형 편의점·베이커리형 편의점 등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GS수퍼마켓은 새로운 점포 확충과 함께 가맹점 사업으로 업계 선두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수제 전문도넛 미스터도넛, 헬스·뷰티 전문점 GS왓슨스 사업도 강화한다. 미스터도넛은 올해 60개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열어 현재 36개인 매장을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GS왓슨스도 올해 14개 점포를 더 열어 연말까지 40개 매장을 확보할 예정이다.
GS샵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 강화를 통해 업계 선도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TV홈쇼핑·인터넷쇼핑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GS샵은 중국 충칭GS쇼핑을 비롯한 해외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주요 도시와 아시아 신흥국가의 유통 시장에 적극 진출해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국내 최초의 민자 발전회사인 GS EPS는 올해 LNG복합화력 발전소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CDM(청정개발 체계)사업,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국내에서 축적한 전력개발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해외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GS그룹의 식구가 된 GS글로벌은 올해 해외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석유화학제품 거래, 해외 자원개발 사업 등 신규 사업 기반의 토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GS글로벌은 또 GS칼텍스·GS건설 등 그룹사와 연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및 플랜트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GS건설은 2015년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사’가 된다는 목표 아래 올해 내실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충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EPC(설계·구매·시공)를 기반으로 가스·발전·환경 등 기존 전략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그린홈·그린건축, 스마트 그리드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뛰어난 상품 경쟁력도 가져야 한다. 삼성생명은 국내 1위 생명보험사지만 해외에서는 거의 무명이다. 단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계열사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향후 성장 전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글로벌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한 현지 법인 설립으로 본격화했다.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태국 2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영국 2개국에 투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영국의 투자법인은 해외 아웃소싱 투자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100% 출자했다. 중국·태국 법인은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설립했다.
지난 1997년 설립한 태국 합작법인 ‘시암삼성’(자본금 1250만 달러)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 보험시장은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됐다. 태국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축적한 후 중국 같은 이머징 마켓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25% 지분 참여를 했다. 태국 파트너인 SAHA그룹(50%)과 SCIB은행(25%)이 나머지를 부담했다. 2008년 2월 태국 보험업법 개정으로 외자사 지분 한도가 25%에서 49%로 확대돼 현재 추가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합작법인은 내실 경영을 추구해 사업 개시 8년차인 2005년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7년에는 한화 274억원, 2009년에는 3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입보험료 신장률도 17%에 이른다.
특히 시암삼성은 97년 이후 설립된 생보사 12곳 가운데 처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국 측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회사들이 태국 합작법인의 문을 모두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2008년에는 텔레마케팅을 신규 판매채널로 론칭해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중장기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도 구축했다.
하지만 시암삼성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주재원과 현지 채용인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주재원의 현지어 구사 능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다. 현지인 부서장을 채용할 때도 비용절감을 앞세워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주재원이 부서장 역할을 수행했지만 규정을 잘 몰라 혼선이 심했다.
이에 회사는 주재원을 축소하고 현지인 부서장을 채용하는 인력 현지화를 추진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지화는 상품 개발에도 집중됐다. 대표적인 게 교육보험이다. 태국시장 최초로 교육보험을 도입해 상품 현지화에 성공했다.
2005년 7월 출범한 중국 합작법인 ‘중항삼성’도 계획 대비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자본금 6700만 달러의 중항삼성은 중국항공(AIR CHINA)과 50대 50 비율로 투자해 설립했다. 2007년 매출은 5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43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항삼성은 개인채널 위주에서 벗어나 단체 및 방카슈랑스를 도입해 채널 다각화에 성공했다. 상품도 무배당 보장성 위주에서 탈피해 배당상품 및 투자연계형 상품을 팔아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9년 3월에는 톈진에 분공사를 열어 영업범위를 확대했다. 톈진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인구가 1100만 명이 넘는 대형 도시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과 가깝고 외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시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들어 본사의 해외사업부서도 팀으로 격상시켰다.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은 지난해 289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2008년보다 21%나 오른 것이다. 특히 중국사업의 경우 179%나 순이익이 늘었다.
이 회사의 글로벌 브랜드화 전략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중국과 프랑스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워 현지생산을 시작,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추진기를 맞고 있다. 현재는 세계를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중국시장은 물론 미주시장에까지 활발하게 진출 중이다. 해외사업의 핵심은 역시 문화·경제적 유사성이 강한 중국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기 이전인 1993년 중국 선양에 현지법인을 세워 선양·창춘·하얼빈 등 동북 3성 지역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전문점에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공급해 동북 시장에서 4~5위권 화장품 업체의 자리에 올랐다.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라네즈(LANEIGE)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 것에서 시작된다. 아모레퍼시픽은 1994년 라네즈를 ‘아시아 브랜드화’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라네즈 중국 진출에 앞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중국 시장 조사. 아모레퍼시픽은 3년간 사전 시장 조사와 3500명에 달하는 현지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라네즈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서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백화점에 한정해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에서 롱런 브랜드로 남기 위해선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전략의 일부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 곧바로 라네즈 브랜드를 도입하기에 앞서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며, 중국시장의 창 역할을 하는 홍콩 시장에 전략적으로 먼저 도입했다. 현재 홍콩 소고(SOGO) 백화점에 1호점을 오픈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이부·하비 니콜스 등 주요 백화점에 잇따라 점포를 냈다. 라네즈는 이미지 숍을 비롯해 홍콩에서만 1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1억원이 넘는다. 특히, 2004년에는 라네즈 딸기 요구르트 팩이 호응을 얻으면서 또 하나의 한류열풍을 만들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축적한 이해와 인력을 바탕으로 중국 상하이에 별도의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02년 9월부터 ‘라네즈’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라네즈의 젊고, 발랄한 이미지와 부합되는 백화점 시장을 집중 공략한 덕에 2009년 3월 현재, 상하이의 1급 백화점인 팍슨· 태평양 등은 물론 37개 도시 172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뿐 아니라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 80%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시장 진출은 아시아권에 그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글로벌 대표 브랜드 ‘AMORE PACIFIC(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AMOREPACIFIC은 2003년 9월 뉴욕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인 ‘AMOREPACIFIC Beauty Gallery & Spa’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전 세계 패션시장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세계 최고 프레스티지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백화점에 한국 화장품 최초로 AMOREPACIFIC 브랜드가 입점했다. 최근에는 고급 백화점 체인인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 백화점의 뉴욕·워싱턴·LA·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30곳의 지점에 입점하는 등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바탕으로 2015년까지 미국 내에서 아시아 대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화수를 올 상반기 중 미국 시장에 론칭하기로 했다.
CJ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CJ를 향한 제2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1차 목표로 중국을 선정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에 ‘제2의 CJ’를 구축한 후 주변 지역인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국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판단해 해외 법인에 보다 공격적인 매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CJ그룹은 1991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사료첨가용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생산 공장을 설립한 이후로 96년 중국 칭다오에 육가공 공장, 97년과 2001년에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사료공장을 설립하면서 아시아 진출을 확대했다.
전통적인 내수업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일찍부터 해외진출에 힘써온 CJ제일제당의 경우 바이오와 사료 등 B2B 업종은 이미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해외 판매의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국영기업과의 합작한 두부사업은 베이징 두부시장 점유율 70%를 넘었고, 조미료 사업에서는 닭고기 다시다로 베이징 조미료 시장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쌀단백질), 필리핀(자일로스) 등에 식품 신소재를 위한 추가 생산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CJ오쇼핑은 2004년 중국 유명 미디어 그룹과의 합작으로 둥팡(東方)CJ를 만들면서 중국 상하이에 진출했다.
이후 2008년 톈진에 톈톈(天天)CJ를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현지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하는 등 중국 온라인 유통 전문기업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상하이의 둥팡CJ는 방송 3년 만인 200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월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스타그룹과 합작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스타 CJ’로 인도에 진출, 현재 하루 6시간 시험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 24시간 방송 송출을 계획하고 있다.
CJ GLS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글로벌 물류 기업의 가능성을 키운 사례다. 2006년 3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물류회사인 어코드 엑스프레스를 인수했다. 현재 중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베트남·말레이시아·미국·멕시코 등 아시아 및 미주지역 11개국에서 2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CJ GLS는 올해부터 CJ GLS 중국본부를 설립하고 현지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에서도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의 콘텐트를 최고의 문화 수출상품으로 만들고 한류를 이어 나가는 것이 그룹 경영진의 오랜 의지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확보해가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는 현재 중국 상하이와 우한에 19개 스크린 규모로 3개의 극장을 운영중이다. 올해 중국에 극장 5개를 추가로 내고, 향후 5년 내에 50개 극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산업 심장부인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LA에도 영화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06년 4월 일본 시장에 ‘엠넷 재팬’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CJ미디어는 2009년 ‘tvN 아시아’를 시작했다. ‘tvN 아시아’는 지난해 11월 대만 케이블(TBC)에 첫 송출한 이후 12월에는 홍콩 PCCW가 운영하는 IPTV에, 올 1월에는 필리핀, 2월에는 싱가포르 케이블에서도 방송을 시작했다. CJ미디어 자체 제작 콘텐트 100%로 편성된 케이블 채널을 현재 동남아시아 16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2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엠넷 아시안뮤직어워드는 스포츠 경기 외에 최초로 일본·중국·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 주요 10개국에 동시 생중계됐다. 위성까지 포함하면 총 45개 국가다.
CJ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내 아시아 전문 채널인 ‘이매진아시안TV’를 인수하기도 했다. 뉴욕을 비롯해 LA, 워싱턴DC, 시카고 등지에서 60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 현지에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드라마 등을 집중 내보낼 예정이다.
외환위기 등으로 주춤했던 이마트의 중국 시장 진출은 국내 대형 마트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한 2002년부터 다시 본격화됐다. 이마트는 이때부터 중국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해 2004년 상하이에 2호점인 루이홍점을 열었다. 이후 이마트는 매년 2~3곳씩 추가로 점포를 내면서 1호점 오픈 10년 만인 2007년에 중국 상하이와 톈진 등 2개 지역에 10개의 점포망을 구축했다. 2008년 이후에도 베이징을 비롯해 13곳에 점포를 열었다. 2007년에는 공격적인 확장을 위해 중국의 10대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뤼청그룹과 전략 동맹 협의를 맺어 뤼청 그룹이 개발하는 상업용 부동산에 이마트를 우선 입점시키기로 합의해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의 토대를 닦았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로 철저한 현지화와 그 안에 한국형 대형마트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잘 조화시켰다는 점을 꼽는다. 점포 곳곳에 휴식장소를 배치하고 집기도 고급화 해 고객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상하이 지역 최초로 TV 시청 시설을 갖춘 ‘셔틀버스 승객 전용 대기실’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유기농 상품과 같은 고급형 상품을 선보여 현지 중산층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매장 운영과 인력 관리 등은 철저히 현지화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쇼핑환경을 제공했다. 이마트는 2006년부터 중국에 있는 외국계 대형 마트로는 최초로 점장 전원을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했다. 이듬해에는 기존 중국 총괄을 중국 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2008년부터는 한국에 있던 중국 본부를 상하이로 옮기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마트가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신세계백화점은 국내를 찾는 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글로벌 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대표 주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다. 센텀시티점은 외국인 쇼핑객뿐 아니라 해외 언론 및 여행사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부산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 이후 일본의 주요 언론매체를 비롯해 중국·동남아 국가의 주요 도시 시장단을 비롯해 LVMH 그룹 등의 세계적 명품브랜드 CEO들도 센텀시티점의 규모와 시설운영 노하우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왔다.
센텀시티점의 최초 개발 스토리와 세계최대 백화점으로 등재된 과정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돼 오는 3월부터 일본·홍콩·대만·중국 등에서도 방영될 예정이어서 이곳을 찾는 쇼핑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센텀시티점의 관광객 유치효과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센텀시티점이 위치한 부산에는 올해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25%가 넘는 수준이다. 센텀시티점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주요 방문지’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해 2013년까지 외국인 매출 비중을 20%까지 높이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각종 항공사와 공항·항만·크루즈선에 센텀시티점 투어 안내 브로슈어를 비치하는 것은 물론 영어·일어·중국어로 된 특별혜택 쿠폰북 배포량도 늘려갈 계획이다. 또 해외 유명 온라인 여행사이트 및 관광안내 사이트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외국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유명 포털사이트와 연계한 마케팅도 고려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최근 중국인 쇼핑객이 하루 200명 이상씩 방문하면서 중국인 고객의 구매금액이 일본인 고객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본점에서는 중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외국인 쇼핑객이 좋아하는 해외명품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외국인 구매객에게 도자기와 보석자개함 등 한국적인 특별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이런 모토 아래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03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운 것을 필두로 자산운용이 영국·인도·미국·브라질에 진출했고, 증권은 홍콩·베트남·중국·영국·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미래에셋의 현지법인들은 ‘펀드 종합상사’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입한 해외 펀드 운용을 위해 만든 게 아니란 소리다. 국내 펀드는 물론 현지 펀드도 만들어 현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상품으로 치면 수입·수출은 물론 외국에서의 현지 제조·판매까지 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의 현지 펀드는 빼어난 수익률로 각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도 성장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오퍼튜니티 펀드’는 현지의 동종 펀드 중 연간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 유력 일간지인 ‘Mint’는 이 펀드를 ‘인도 주식형 우수 10대 펀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내놓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배당주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 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주식 시장의 보베스파 지수 상승률(62%)을 33%포인트 웃도는 실적으로, 브라질 내 비슷한 성격의 펀드 중 가운데 최상위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 1월 열린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개소식. 왼쪽부터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장(당시 전략기획본부장), 비제이 솔로몬ICICI은행 아시아 홍보담당, 마드하브 칼리안 ICICI은행 아시아 총책임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 [미래에셋 그룹 제공] | |
사정은 이렇다. 오퍼튜니티 펀드는 인도 주가지수가 거의 꼭짓점에 다다랐던 2008년 1월 출시됐다. 초반에는 그런 대로 괜찮았으나 그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여기에 뭄바이 호텔 인질 테러, 인도 정보기술(IT) 기업 사트얌의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회계 분식 사건 등이 터졌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악재란 악재는 죄다 겹친 것이다. 당연히 주가지수는 폭락했다. 2만에 가깝던 주가지수는 80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펀드에 넣었다 돈을 잃은 고객들 항의가 빗발쳤다. 그런 사정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때 미래에셋은 다른 길을 택했다. 여느 운용사들은 주식에서 돈을 뺐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환매에만 응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오히려 주식 비중을 높였다. 이미 바닥이어서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판단이었다. 그게 적중했다. 인도 주식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래에셋의 펀드는 정상을 되찾았다. 주식에서 돈을 뺀 경쟁사들의 펀드는 도저히 미래에셋의 수익률을 따라올 수 없게 됐다. 이런 실적을 쌓으면서 미래에셋은 매년 펀드 수탁고가 40%씩 늘어나는 인도 시장에서 고객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사고’를 쳤다. 이른바 ‘메이저급’ 대형 외국 금융회사들을 제치고 2007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이 1호 증권사(합작)를 세운 것. 인구 1억 명에 이르는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투자시장을 선점하려고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눈독을 들여오던 터였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의 신흥 시장 주식 투자 규모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어 신흥 시장에서 평판이 좋은 데다가, 베트남의 한류 열풍 덕도 봤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데 맞춰 글로벌 인재들도 속속 끌어들이고 있다. 시티증권 수석전략가 아제이 카푸, 노무라 증권의 로한 댈지엘 등 거물들을 홍콩에 자리한 글로벌 리서치본부에 영입했다. 해외 현지법인의 최고운용책임자(CIO) 자리도 외국인들이 상당수다. 현지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산운용의 최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의 현지법인 CIO들은 수시로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 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글로벌 투자 전략을 논의한다.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브라질에 증권 현지 법인을 설립 중이다. 2008년 설립 작업을 시작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이기동 실장은 “브라질에서는 펀드 시장뿐 아니라 투자은행(IB)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해외진출 성공 비결? 철저한 현지화죠”
“해외 진출을 통해 이머징 마켓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면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금 조달의 창구가 되는 셈이죠.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국가 부의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원회(사진)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은 해외시장 공략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국내 투자자에게 폭넓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 영토’의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와 산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주요 해외 공략 대상은 이머징 마켓이다.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블루칩 시장’에 주목합니다.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중심이죠. 안정된 정치제도와 시장 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 외국인 투자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도 고려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한 지역이 중국과 인도·베트남. 이곳엔 이미 현지 법인을 설립해 뒀다. 이어 브라질의 현지법인 설립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의 현지법인에 브라질까지 추가되면 이머징 마켓의 핵심 지역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이머징 마켓에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에 비해 브랜드와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세워 대형 IB와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길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투자시장을 공략할 때는 해당 국가의 세법과 법률, 금융환경과 문화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적 마인드로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죠. 이 때문에 현지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해외법인 인력의 90% 이상을 현지 채용으로 채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행운도 있었다”며 “훌륭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롯데백화점이 중국 기업인 인타이(銀泰)그룹과 합작해 중국 베이징(北京)에 세운 ‘러톈인타이(樂天銀泰)’백화점 전경.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왕푸징 거리에 있다. 내년에는 톈진에도 백화점을 세운다. [롯데 제공] | |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의 해외 출장이 부쩍 늘었다. 전략 지역인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에 사업체가 대폭 늘고 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한 해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낸다. 글로벌 사업 확대는 올해도 그룹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유통 부문=롯데백화점은 올해 약 1조4000억원을 글로벌 전략과 신규사업 개발에 투자한다.
현재 모스크바와 베이징에 해외 1·2호점을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2011년 중국 톈진시의 고급 상권인 둥마루(東馬路) 지역에 해외 3호점 개점을 확정짓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 러시아 2호점 추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다각화하고 있다. 2006년부터 주재원을 인도에 파견했고, 2008년에는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구체적인 진출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과 2008년 러시아와 중국에 해외 1·2호점을 잇따라 오픈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선 지상 65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인 ‘롯데센터하노이’의 기공식을 했다.
롯데마트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대형마트 체인인 마크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토종 대형마트인 ‘타임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중국 3개 점도 추가로 오픈했다. ‘타임스’는 장쑤(江蘇)와 상하이(上海), 저장(浙江), 산둥(山東) 등에서 6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추가로 점포를 낼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월말 현재 해외 101개 점(중국 81개, 베트남 1개, 인도네시아 19개)과 국내 70개 점 등 총 171개 점(GS마트 14개 점 제외)을 운영하며 국내 유통업체 중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관광 부문=롯데제과는 해외 각지에서 건설 중이던 공장들이 올해 연달아 완공된다. 베트남 호찌민 빈증 산업단지의 초코파이 공장은 지난달 25일 준공식을 마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1만6500여㎡(5000평 규모)로 앞으로 베트남 내수시장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 전체를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인도의 신설공장도 올 상반기 완공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중국 베이징과 허난성에 있는 음료공장 두 곳의 영업망을 확충해 매출을 늘리고, 러시아·중동·미국 등 해외 수출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올해가 해외진출 원년이 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옆에 상반기 문을 열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6성급 럭셔리 호텔이다.
지난해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직원의 한국 연수를 완료했고, 올 1월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의 전문 호텔리어가 현지에 대거 투입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롯데호텔이 서울 마포에 선보인 실속형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도 다음달 일본 도쿄에 진출한다. 롯데호텔은 비즈니스호텔이 즐비한 도쿄에서 프리미엄급의 시설과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중화학 부문=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해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호남석유화학은 연산 10만t 규모의 에틸렌옥사이드(EO) 공장과 5만t 규모의 에탄올라민(ETA) 공장을 중국 저장성 자싱(嘉興)시에 이르면 이달안으로 착공한다. EO 공장은 중국의 자싱산장과의 합작사업으로 호남석유화학과 자싱산장이 각각 450억원씩을 투자한다. ETA 공장은 호남석유화학의 단독 투자로 750억 원이 투입된다. 모두 내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케이피케미칼은 지난 1월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PTA(고순도테레프탈산) 및 PET(페트) 생산설비를 인수했다.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롯데건설은 3일 요르단 알카트라나에서 400MW급 복합화력발전소 착공식을 가졌다. 4억6000만 달러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는 2008년 7월 국제경쟁 입찰에서 한국전력공사, 사우디 제넬 컨소시엄에 롯데건설이 참여해 수주를 확정했다.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30~40대 직장인들은 요즘 스마트폰이나 앱스토어를 모르면 대화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국내 스마트폰 본격 경쟁은 KT가 애플사의 아이폰을 도입하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아이폰 출시 후 100일 정도 지난 지금 가입자 수는 40만 명을 넘었고 지금도 하루 평균 4000대가 팔리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해 주는 것이 바로 앱이고, 이 앱들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장터가 앱스토어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콘텐트 산업의 활성화로 2012년까지 49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또 아이폰 관련 액세서리나 주변기기 시장도 함께 성장해 2381억원 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를 위해 AT&T·오렌지·NTT 도코모 등 전 세계 24개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글로벌 앱스토어인 WAC(Wholesale App Community)를 구축하기로 했다. KT가 주도하고 있는 WAC는 전 세계 사업자와 개발자를 직접 연결시켜 주는 수퍼 앱 장터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통신시장이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소비자들은 요금이 너무 높아 데이터를 맘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KT가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인 ‘i-요금제’와 데이터정액 부가요금제인 ‘스마트요금제’를 내놓으며 스마트폰용 데이터 요금이 90% 이상 낮아졌고, 데이터 사용이 크게 늘었다. 실제 KT의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아이폰 도입 이전 11개월에 비해 약 250%가 증가했다.
KT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길거리에서 아이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들어가 다양한 웹 서핑을 즐기고 있다. [KT 제공] | |
◆모든 휴대기기로 무선 인터넷 확대=이석채 회장이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미디어 서밋 행사에서 발표한 MBB(Mobile Broadband) 전략은 스마트폰에 이어 전자책(e-book)·태블릿PC 같은 휴대기기로까지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테더링(Tethering) 서비스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요금제 ▶와이브로 네트워크 활용 극대화 등을 추진 중이다. 테더링은 별도의 무선모뎀 없이 이동전화를 PC나 휴대기기에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테더링이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을 모뎀처럼 활용해 휴대기기에서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OPMD는 하나의 데이터 요금제로 여러 대의 IT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무선 인터넷을 쓰기 위해 기기마다 별도의 가입비나 기본료를 낼 필요 없이 하나의 요금제만 가입하면 되므로 소비자들의 통신료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KT는 이르면 3월 중순부터 이러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재 8.75MHz인 와이브로 대역폭을 글로벌 표준인 10MHz로 상향 조정해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에 대응하고, 와이브로 기반의 다양한 데이터 송수신용 단말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박혜민 기자
“국내 최고 네트워크 … 데이터 폭발 이끌 것”
“KT가 데이터 폭발(Explosion) 시대를 선도하겠습니다.”
표현명(사진) KT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유·무선 결합 경쟁에서 무선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KT는 지난해 KTF와의 합병을 완료한 후 유무선 네트워크 역량을 총동원해 데이터 폭발을 선도한다는 전략 목표를 수립했다”며 “산업의 틀을 바꾼다는 사명감으로 경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 폭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네트워크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그는 “지난해 KTF와의 합병을 완료함으로써 KT는 국내 최고의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며 “그 기반 위에 스마트폰과 유·무선 통합(FMC) 상품, 모바일 브로드밴드(MBB) 전략을 통해 올해 무선인터넷 매출 성장률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3월 중 시작할 예정인 테더링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3G망 사용이 너무 늘어나면 음성 통화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폰 테더링을 허용하지 않거나 상당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KT는 3W 네트워크(WCDMA, WiFi, WiBro)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안정적으로 테더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쇼 옴니아’ 이용자와 아이폰 이용자의 네트워크 이용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쇼 옴니아는 와이브로·3G·와이파이 이용 비율이 각각 2 : 1 : 7이고, 아이폰은 3G와 와이파이 비율이 3 : 7로 분산돼 있다. 데이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원활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아이폰 40만 대, 쇼옴니아 3만 대 등 테더링 가능한 휴대전화 43만 대가 이미 시장에 깔려 있기 때문에 무선모뎀이 43만 대가 있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하나의 무선인터넷 요금제에 여러 대의 IT기기를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선인터넷 활용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 사장은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를 선보여도 고객이 선택해줘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연속적이고 불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M&A를 통해 발전·담수 등 핵심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2005년 말에는 미국 AES의 미주지역 수처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원천 기술을 들여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쿠웨이트에서 플랜트를 수주했고,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대 규모 담수 플랜트의 설비 공사를 수주했다.
2006년에는 영국의 발전설비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인 밥콕을 인수해 발전소 핵심 설비인 보일러의 설계 기술을 갖게 됐다. 두산은 현재 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세계 4대 기업 중 한 곳이다. 두산밥콕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순(純)산소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순산소 연소 기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와 물만 나오게 하는 기술이다. ‘그린 발전소’ 건설을 위해 필요한 기술인 셈이다.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연간 시장규모가 50조~60조원이 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 9월 캐나다 HTC사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HTC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이 기술은 2013년부터 강화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소 사업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없다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발전 설비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 두산중공업은 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2013년 이후 연 평균 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향후 발전·담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을 달성해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2004년 8월 오만소하르 담수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바닷물을 섭씨 60도로 데울 때 나오는 수증기를 얼려 담수로 만드는 방식의 플랜트다. [두산그룹 제공] | |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의 절반을 건설·기계 부문에서 올리는 계열사다. 이 부문의 핵심은 중국 시장이다. 이 회사는 1994년 중국에 단독 출자해 두산공정기계를 세웠다. 현재 중국에서 1600여 명의 종업원이 연간 1만7500대의 굴삭기를 만들고 있다.
두산은 캐터필러·고마쓰 등 세계적인 건설 중장비 업체보다 늦은 1996년 6월에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굴삭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경쟁사를 제치고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8년 동기 대비 매출이 21% 늘어 역대 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중국시장 고객만족 브랜드 평가’에서도 굴삭기 부문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출발도 순탄한 분위기다. 1월에 중국 시장에서 굴삭기 1300여 대를 팔아 1월 판매대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2.2배 늘어난 수치다. 정해익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이전의 성과에 안주하면 도태할 수 있다”며 “다양화·고급화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화’를 위해 두산공정기계는 소형 굴삭기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 쑤저우 지역에 제2생산공장을 짓는 것이 좋은 예다. 1단계로 2011년까지 연간 소형 굴삭기 8500대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완성한다. 2단계 설비 확장을 통해 연간 1만2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휠로더 시장도 공략한다. 중국 건설기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휠로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7년에 현지 생산 업체를 인수했다. 현재 연간 8000대의 휠로더를 만들고 있다.
‘고급화’를 위해 두산공정기계는 국내외 유명 전시회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전시 장비의 70%는 2007년 인수한 밥캣 제품으로 채웠다. 소형 건설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다. 내구성을 강화한 23t·26t급 굴삭기와 신형 휠로더를 내세웠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유럽 수준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갖춘 고급형 모델”이라며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화·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면 ‘굴삭기=두산’이란 인식은 ‘건설기계=두산’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환 기자
두산건설, 공공사업 수주 늘려‘SOC 강자’목표
두산건설은 올해 초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종합 건설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종합 건설사를 만들겠다. 회사를 보다 내실 있고 강하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산건설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원가 경쟁력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성장사업 발굴의 대표 분야는 ‘녹색 기술’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추세에 발맞춰 수처리사업 등 친환경 미래기술에 특화함으로써 환경 관련 분야의 사업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내 전산 시스템도 개선한다.
공공사업 분야 진출에도 집중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공공부문에서 영업력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을 개선했다”며 “공공사업의 수주를 늘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분야의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선박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두산엔진은 올해를 위기이자 기회로 본다. 이성희 두산엔진 사장은 “올해는 최악의 위기상황은 벗어났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시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위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경영 품질을 향상시킬 것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해외 진출은 올해의 중점 과제다. 브라질·러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형 저속엔진과 추진용 중속엔진 시장에 진출해 제품 공급 범위도 넓힌다. 디젤 발전 사업과 부품 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조선사업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에도 적극 진출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쳐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이 지난해의 가장 큰 성과”라며 “올해는 반드시 흑자를 이뤄내 반전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1월 개최한 ‘CEO포럼’에서 올해 투자 목표를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잡은 9조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포스코 사상 최대 규모로, 철강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 전망에 맞춰 기회 선점을 위한 공격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에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1조15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생존경영도 병행하기로 했다.
투자비의 세부내역을 살펴 보면 국내 설비투자에 5조원, 기업 인수합병 등 성장투자비에 3조원을 쓸 예정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해외 투자에 쓰인다. 올해 해외 투자는 인도·인도네시아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또 해외 철강가공센터를 확대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투자를 적극적으로 했다. 지난해 8월 멕시코에 40만t 규모의 연속아연도금(CGL·자동차용 고급 소재) 공장을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엔 베트남 냉연공장, 11월에는 미국 API강관공장을 준공했다. 또 12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했다.
이 같은 글로벌 투자는 올해도 이어진다. 15일 인도 서부 지역 마하라슈트라주에 연산 45만t 규모 CGL 공장을 착공해 인도 자동차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착공을 목표로 인도 제철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자바섬 북서안 칠레곤(Cilegon)시에 총 600만t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다. 연 3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1단계 공사는 2011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3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해외 가공센터도 늘린다. 포스코의 해외 가공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2개국에 42개가 있는데, 이를 늘려 고객 위주의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2012년까지 원료자급률을 30%까지 높이기 위해 해외 원료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호주·브라질 등 철강석 자원보유국에서 초기 단계의 광산을 개발하거나 중견 공급사와의 합작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유관 기관 등과 해외 자원 공동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종합소재 기업으로 위상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마그네슘·티타늄 등의 생산 등을 위해 합작투자 계약을 진행했다.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자동차 강판 위에 “포스코 멕시코의 임직원 및 투자자에게 성공을 빈다”는 문구를 쓰고 있다. [포스코 제공] | |
올 2월엔 원전용 지르코늄 제련 기술을 보유한 호주 아스트론사와 원전 연료봉 소재 양산 및 판매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또 휴대전화와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2차 전지의 핵심 원료로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을 바닷물에서 추출해내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손을 잡았다. 2014년까지 각각 150억원씩 총 300억원을 투자해 리튬 상용화를 위한 플랜트 설비를 짓기로 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연간 2억 달러에 달하는 리튬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8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은 중국과 칠레에서 주로 나오는데, 육상에서 상업적으로 채광할 수 있는 물량은 410만t에 불과하다. 10년 내 고갈이 예상돼 세계 각국의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2008년 기준으로 필요한 물량 5000t을 전량 수입했고, 향후 연간 2만t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는 2020년께 리튬 수요가 약 60만~200만t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는 종합소재 사업에 2018년까지 총 2조9000억원을 투자, 이 분야에서 연 매출 3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안혜리 기자
“조직 내 소통 없으면 글로벌 기업도 없다”
포스코의 글로벌 경영은 지난해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더욱 가속화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에 앞장서 세계 곳곳에서 결실을 봤다. 지난해 준공한 멕시코 CGL 공장과 베트남 냉연공장, 미국 API강관공장이 그것이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포스코의 글로벌화를 위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노력도 이런 일환이다. 이와 함께 내부 소통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이와 관련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재미있게 표현해 포스코 내에선 ‘정준양 어록’이 유행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는 “계층별로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예컨대 5도씩만 벗어나도 6단계를 거치면 30도 이상 벗어난다. 어떤 때는 180도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톱(고위층)과 말단 사이의 전달이 5% 이내에서 유지되는 게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소통이다”는 말이 사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올 2월 열린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는 “처음에는 50%만 같고 50%만 다르면 두 번째 만날 때는 다른 50%에서 같은 것을 찾아나가면 구동존이(求同存異·상대방과 같은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되 현재 생각과 입장이 서로 다른 것은 잠시 마음속에 접어 둔다) 대동소이(大同小異·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거의 같다)가 된다”는 소위 ‘구동존이 대동소이’론을 펼치기도 했다.
올 초 임원회의에서는 “군대에서 전투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받을 수 없듯이,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앞으로 승진 요건에 쌍방 간 의사소통 능력을 많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스마트폰 도입, 대면 보고가 아닌 e-메일 보고 활성화, 권한 위임 등을 통해 포스코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 보자”며 “N세대(정보화세대로 젊은 세대를 일컬음)가 앞으로 회사의 주역이므로 잘 연구해 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보다 도전적인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며 “누울 자리를 보지 말고 발을 뻗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전정신을 고취하려면 도전하다 실패하는 것을 과감하게 용인해야 하고, 기업가 정신이 곧 도전정신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신입사원들과 함께한 ‘회장과의 대화’에서 “그룹의 생존전략 차원에서라도 중국은 반드시 가야 할 지향점”이라며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는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과 상품을 그대로 가져가는 공급자 중심의 중국사업 접근법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중국 공략 전략의 일대 변화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7월 1일 13개 계열사가 설립한 90여 개 현지 법인의 중국 내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실행 등을 총괄 관리하는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SK차이나는 앞으로 각 계열사의 인적·물적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을 통해 그룹 차원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베이징 CEO 세미나에서 처음 제안된 ‘리소스 풀링’ 개념은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들이 각개 약진하기보다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SK차이나의 초대 총괄사장으로 선임된 박영호 SK㈜사장은 1월 임직원들에게 밝힌 신년사에서 “1953년 창업한 SK그룹이 60세가 되는 2013년까지 중국에서 그룹의 제3의 성장엔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가정에서 주부와 어린이가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 |
SK그룹은 또 새로운 도약의 실마리를 ‘신기술’에서 찾기로 하고, 연초부터 ‘SK 기술혁신센터’(TIC, Technology Innovation Center)를 신설하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중국·미국 등 3곳에서 동시 가동될 기술혁신센터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프로덕트’를 발굴하고, 그룹 차원의 R&D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남보다 뛰어난 기술이 있으면 해외 어느 시장에서라도 성공할 수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이 없으면 중국 중심의 글로벌리제이션도 성공할 수 없다”며 TIC 설립 취지를 밝혔다. SK그룹은 그동안의 점진적인 ‘진화형 R&D’만으로는 신성장 사업발굴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도약형 R&D’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TIC가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그룹은 올해 투자하기로 한 8조원의 재원 중 1조4000억원을 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R&D 투자액 1조2000억원보다 17% 늘린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기업 단위를 넘는 국가적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그린 테크놀로지’ 선점이 신성장동력 발굴의 핵심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을 7대 중점 추진과제로 정해 2012년까지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이 같은 신성장동력 발굴 가속화를 위해 사내는 물론 외부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품 아이디어와 기술을 내부의 R&D조직뿐만 아니라 영업 등 다른 조직 혹은 외부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안으로 열린 기술 혁신’이라고 불린다. 지금까지 나온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로는 지난해 9월 베이징 ‘P&T/Wireless & Networks Comm. 2009’에서 선보인 ‘e-Paper(전자종이)’가 꼽힌다. SK텔레콤은 입자·패널·구동·플렉시블 등 개별 기술이 강한 벤처 기업이나 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각각의 기술을 모아 성과를 냈다.
문병주 기자
SK브로드밴드, 유·무선 통합시장 ‘리딩 히터’가 목표
SK브로드밴드는 2010년을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해로 삼고 있다. 주력인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사업은 물론 새 성장동력인 기업사업과 인터넷TV(IPTV)를 앞세워 수익성 강화와 신규 성장기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고객가치중심 경영과 내실있는 성장을 두 축으로 유무선 통합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2011년 유무선 통합 1위’를 목표로 SK텔레콤과 사업 전방위에 걸쳐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현재 ▶초고속인터넷 385만 명 ▶전화 312만 명 ▶IPTV 88만 명 등 모두 800만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무선통합(FMC)과 고객경험관리(CEM)를 강화해 수익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유무선 컨버전스의 대표주자인 FMC 부문에서 선두 기업으로 나서기 위해 최근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포스코·동부그룹의 FMC 사업에 참여했다. 또 서울 강남구청, 광주교대와 유무선 통합 서비스 제공에 관한 제휴를 맺는 등 기업·공공기관·대학교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올 한 해 ▶현장 접점 대 고객활동 강화 ▶고객중심 경영 리스크 최소화 ▶고객경험관리(CEM,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등 고객가치중심경영을 위한 3대 과제를 실천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고객가치 1등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방통위 민원 집계 결과 월평균 민원 건수와 가입자 10만 명당 불만율을 나타내는 CPCB 지표 모두 유선 회사 중 최저 수준이었다.
초고속인터넷 부문은 SK텔레콤과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고 현장 접점의 고객신뢰도를 끌어올려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300만 가입자를 돌파한 유선전화 사업은 일반 전화와 인터넷전화를 투 트랙(Two-track)으로 해 균형있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IPTV는 오픈 IPTV와 콘텐트 수급 효율화를 통해 가입자 기반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영업채널 확대를 통한 유통구조 고도화, 네트워크 인프라 향상을 통한 품질 제고 등을 통해 연내에 영업이익 흑자를 실현할 방침이다.
한화석유화학은 세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회사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산유국인 중동지역 진출에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 회사인 시프켐(Sipchem)과 합작해 9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 투자 계약을 한 것. 이를 통해 2014년부터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폴리비닐아세테이트(PVA) 등 석유화학 제품 12만5000t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중국 저장성 동부 닝보(寧波)에 건설하고 있는 30만t 규모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은 올해 말 완공된다. 이로써 이 회사의 PVC 생산 능력은 86만t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태국에는 연산 1만5000t 규모의 알칼리수용성수지(ASR) 공장을 지난해 7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 3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주로 만드는 한화L&C도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중국·체코 등 현대·기아자동차가 진출한 곳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회사는 특히 2007년 인수한 미국 아즈델(AZDEL)의 주력 제품인 경량강화열가소성플라스틱(LWRT) 제품 ‘슈퍼라이트(Superlite)’의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2013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48%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까지 수주 5조5000억원, 매출 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요르단 등에서 발전 및 화공 플랜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결과다. 올해는 미주·동남아시아 등에서 건축과 토목 사업을 새로 벌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 계열사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한생명은 지난해 4월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 개시 9개월 만에 2000여 명의 보험설계사를 확보하고 초회보험료 실적 200만 달러를 돌파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보험 수요층인 30세 이하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60%로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베트남에서 대한생명은 ‘위대한 도전’의 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 생명보험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 상태. 1~2년 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증권은 중국·카자흐스탄·헝가리를 해외 진출의 3대 축으로 삼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 증권사인 하이통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 서울지점과도 손을 잡고 투자은행(IB) 업무 협력 관계에 있다. 국내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인수합병(M&A), 중국 기업 한국 증시 상장,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IB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또 국내 최초로 카자흐스탄 증권 및 자산운용회사인 SRC에 지분 50%를 투자했다. 이후 국내 최초 카자흐스탄 펀드 출시, 부동산 직접 투자 등 중앙아시아 금융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헝가리은행을 인수해 금융 사업을 시작한 지는 벌써 15년째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이 은행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6년 연속 흑자를 냈다.
이상재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의 공격 경영
“글로벌 영토 확장, 내가 선봉장 될 것”
한화그룹에서 글로벌 경영을 지휘하는 인물은 단연 김승연(58) 회장이다. 2011년까지 그룹 매출 45조원, 해외 매출 비중 40%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영토 확장’을 독려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07년 1월 태국 방콕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한 이래 그룹의 해외 시장 진출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2011년까지 그룹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올린다 는 ‘그레이트 챌린지 2011’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화 제공] | |
김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화두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월께부터다. 당시 그는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태국으로 불러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불을 댕겼다. 한화가 해외에서 그룹 전략회의를 한 것은 이때 처음이었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김 회장은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2008년 말 ‘그레이트 챌린지 2011’ 전략을 내세우면서 한화의 글로벌 전략은 더욱 정교해졌다. 올해는 해외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스스로는 “필요하다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는 “해외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발걸음도 빨라졌다. 김 회장은 연초 첫 해외 출장지로 스위스를 선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다보스포럼에 장남인 김동관 ㈜한화 차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그룹의 베트남 시장 투자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베트남은 한화의 주력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이 국내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본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그는 또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 REC의 닥 오페달 회장 등을 만나 새로운 성장 동력과 기술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포럼이 끝난 뒤에는 미국·유럽의 태양광, 2차 전지, 자동차용 특수플라스틱 업체들을 방문했다. 어느 때보다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글로벌 한화’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의 중간연도인 만큼 기대도 남다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화에 2010년은 대도약과 전진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 수년 간 뿌려온 국내외 성장동력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올해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고 역대 최대인 13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체 매출 목표 가운데 100조원 이상을 해외에서 올려 명실 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목표다. 또 올해 1만여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국내 직원수 10만 명 시대를 연다.
◆역대 기록 깨는 투자·매출=LG는 올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자한다. 시설투자에 11조3000억원, R&D에 3조7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시설투자·R&D투자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R&D투자는 5년, 10년 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LG는 특히 태양전지·차세대 조명·차세대 전지·공조 등 4개 분야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 분야에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LG는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주력사업 부문에서 시장 선점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테크놀러지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매출 목표 135조원은 지난해(125조원)보다 8%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LG는 국내외 시장에서 고급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고 새로운 신시장 개척 및 신흥 시장 비중 확대를 통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LG는 올해 지난해(9600명)보다 400명이 늘어난 1만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1만 명을 계획대로 채용하면 LG의 전체 국내 고용인원은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분을 고려해도 올해 국내 고용인원이 10만6000 여 명에 달해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선다.
구본무 회장(왼쪽 둘째)이 10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열린‘2010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왼쪽 첫째) 등과 함께 풀 LED 3D TV를 살펴보고있다. [LG 제공] | |
◆주력 3사, 글로벌 리더로 도약=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은 그룹을 이끄는 삼총사다. 이들 3개사가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그룹 전체의 매출(125조원)·영업이익(7조6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LG전자는 스마트폰·3D TV·태양전지 등 미래 성장분야에서 차별화된 신기술·신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휴대전화 부문은 스마트폰 사업 본격화와 신흥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이 편리하면서도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폰, 보급형에서 고급형을 아우르는 터치폰 등으로 국내외 시장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등을 통해 차별화된 콘텐트와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TV 부문은 3D TV에 힘을 쏟는다. 내년에 340만 대의 3D TV를 판매해 ‘세계 1위 3D TV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올해 42~72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3D TV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150인치 대화면을 자랑하는 3D 프로젝터도 국내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4세대 이동통신, 태양전지 시장 등 미래 성장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3조2700억원을 투자, 올 하반기 파주 8세대 확장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통해 올해 LCD패널 6만 장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에는 12만 장까지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50인치급 LCD TV 시장을 선점하고, TV용 LCD 시장주도권을 강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3D·터치 등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고 저소비전력 등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태양전지·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관련 연구인력도 늘릴 예정이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중대형 전지사업, LCD용 유리기판 사업 등에서 선두 업체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CD용 유리기판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등 시설투자에 지난해보다 38.5% 늘어난 1조4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석유화학부문에서는 공장증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원가절감 등을 통해 올해 역대 최고의 수익성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염태정 기자
통합·합병·분사 거듭난 3총사, 다음은 세계다
올해 LG그룹에서 눈여겨볼 기업은 통합·합병·분사로 새롭게 태어난 LG텔레콤·LG이노텍·LG하우시스다. LG텔레콤은 그룹의 통신 3사인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쳐진 유무선 통합기업으로 올 초 공식 출범했다. 통합LG텔레콤은 기존 통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통신 분야를 개척하는 ‘탈(脫)통신’을 통해 시장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1400여만 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통신 3사의 통합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디어·광고, 교육, 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자동차, 헬스케어 등 5대 사업영역에서 통신 인프라와 연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기업 업무에 통신을 접목해 제품의 생산성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솔루션 사업 등을 검토 중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7월 LG마이크론을 합병해 대형종합부품업체로 다시 태어났다. 올해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2015년까지 매출 8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사업 구조 고도화 ▶핵심·원천 기술 확보▶글로벌 역량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LG이노텍은 올해 LED·반도체 기판 사업 등에 지난해보다 110% 이상 늘어난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LED·PCB(인쇄회로기판) 등 고부가가치 소재·소자사업 비중을 현재 40%에서 6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소재·소자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차량부품·태양전지 등 미래성장동력 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LG하우시스는 지난해 4월 LG화학에서 독립한 국내의 대표적인 건축장식자재 기업이다. LG하우시스는 올해 고단열성 창호재, 기능성 유리, 고효율 진공단열재, 친환경 합성목재 등 신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테리어 고급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엔지니어드 스톤’ 사업 육성을 위해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을 설립,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천연석의 단점을 보완하고 인조대리석의 장점을 살린 제품으로 내열성·내습성 등이 뛰어나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지속적 품질향상을 통한 소비자 인식 변화 등 세계 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해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15% 신장한 540만 대를 판매해 확고한 ‘글로벌 톱5’를 굳히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 특유의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신년사였다.
이날 시무식에 참석한 현대차의 고위 간부는 “회장님께서 올해도 어김없이 특유의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뛰자는 메시지가 전달된 시무식이었다”며 “10년 동안 공격 경영을 표방해왔기에 이런 도전적 목표에는 이제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요타·혼다 등 미래의 경쟁사들이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로 주춤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반사이익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반사이익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톱 수준에 올라선 품질과 마케팅, 그리고 그 어떤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면 된다’는 정신력으로 초일류 자동차 회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근로자들이 최종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 |
특히 도요타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인 ‘품질 최우선주의’는 더욱 빛나고 있다. 이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 향상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침체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유독 괄목할만한 경영성적을 거뒀다. 현대차의 경우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기아차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지표에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세계시장에서 총 540만 대가량의 자동차를 판매, 국내 및 해외시장을 합해 약 8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럴 경우 도요타·폴크스바겐·GM·르노-닛산에 이은 글로벌 톱5 자리를 놓고 포드와 다툴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2조2350억원. 2005년 2조3000억원 이후 최고였다. 영업이익률도 7%로 전년의 5.8%에 비해 1.2%포인트 높아지며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해 전년 대비 1% 감소한 31조8593억원을 올렸다.
미국에서 호실적을 올린 것은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과 수퍼보울 및 타임스 스퀘어 광고 등 적극적인 판촉,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국 ‘빅3’의 몰락으로 생긴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집중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94%(약 25만 대) 증가한 57만300대를 판매하며 도요타를 제치고 중국 순위 4위로 올라섰고, 중국공장의 지분법 이익은 3110억원으로 전년보다 391%나 늘어났다. 인도에서도 판매대수는 14.4%, 매출은 28.7%나 증가했고 공장도 859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반영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공격경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점유율 5% 벽을 돌파(5.2%)한 데 이어 올해는 5.4%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달 미국에 첫선을 보이는 YF쏘나타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도 확대해 4.6%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차의 미국 점유율 목표인 3.2%를 합치면 7.8%로 닛산을 따돌리고 GM·도요타·포드·혼다·크라이슬러에 이어 6위권 진입이 가능해진다.
김태진 기자
2011년 생산능력 세계 ‘빅3’로
현대·기아차의 강점은 기존 선진 시장인 미국·유럽 이외에 떠오르는 신흥 시장인 중국·인도에서 호조를 보인다는 데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합계 9.8%), 인도(현대차 20.6%) 시장에서는 이미 톱3에 진입한 상태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이미지는 ‘저가형 차’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력 차종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명차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품질력과 철저한 사후 관리로 국내외의 평가가 좋다.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기업인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인수되는 등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도가 바뀐 틈을 잘 파고들었다.
현대·기아차는 2001년 이후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나섰다. 2011년 말이면 해외에 연산 350만 대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세계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300만 대가 넘는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한 자동차 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와 합치면 생산능력은 연산 650만 대로 도요타·GM에 이어 세계 3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권역별로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작업이 2012년이면 마무리된다. 연산 60만 대가 넘는 해외 거점은 중국(130만 대), 인도(60만 대), 미국(60만 대), 유럽(60만 대)이다. 나머지는 브라질(15만 대), 터키(15만 대), 러시아(10만 대)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연산 300만 대가 넘는 해외 공장을 보유한 업체는 도요타·GM·폴크스바겐그룹 등 3개 업체에 불과하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 교수는 “1970년대 미쓰비시자동차에 기술을 배웠던 현대차가 불과 40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한 것은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산업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생산거점뿐 아니라 해외 디자인센터와 연구개발(R&D)센터, 글로벌 판매네트워크를 통해 R&D부터 생산,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에 이르는 일련의 현지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차 i30, 기아차 씨드와 같은 유럽 전략형 모델과 현대차 위에둥(중국형 아반떼), 링샹(중국형 쏘나타), 기아차 중국형 쎄라토, 중국형 쏘울과 같은 전략모델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성적표다. 1978년 매출 166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던 삼성물산이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성장한 것은 외형중시 경영을 과감히 버리고 질 위주의 경영과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기에 가능했다.
90년대 중반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ISO 9001, 14000 시스템을 도입했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품질경영, 지구환경을 고려한 환경경영 등 새바람을 일으켰다. 보건안전시스템인 OHSMS를 도입해 현장 작업자의 건강관리와 재해방지에도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또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고층·하이테크시설·도로·항만·주택·발전플랜트 등 6대 핵심 상품을 선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들 영역에서 고난이도 기술로 국제시장에서 리더십 확보가 가능하다고 삼성물산은 판단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경영목표로 매출 7조1000억원, 수주 19조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과 수주가 각각 18.3%, 88.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건축과 토목·플랜트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82억 달러를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 15억7000만 달러에 비해 422%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초일류 건설회사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세웠다. 꾸준히 전사적인 글로벌 역량 제고와 시장과 고객, 상품을 다변화하고 이를 통해 일류를 넘어 초일류 건설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올해를 초일류 회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인재 육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조직문화 혁신 등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만들면 세계 표준이 된다 … ‘글로벌 스탠더드 삼성’
최근 4년간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한 해외 대학 MBA 대학원생 수가 90여개 팀 26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삼성전자 방문은 필수코스처럼 되었고, 그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코넬·듀크·캘로그대의 MBA 학생들이 삼성전자를 방문했으며 중국 베이징대, 싱가포르 국립대, 인도 니르마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대의 MBA 학생들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해 11월 26일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은 더이상 일본의 학생이 아니라 파트너이며 교사”라고 적시했다. 일본의 경제월간지 ‘팩타(FACTA)’도 지난해 12월호에서 “삼성전자는 40년 전 산요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이후 일본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기업을 목표로 비상하려 한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삼성전자가 내놓는 제품이나 부품은 글로벌 기업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뒤처지게 만드는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 스스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표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SD램·DDR·DDR2 D램을 비롯해 차세대 DDR3 D램이 국제 표준제품이 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DDR D램의 경우 1997년 업계 첫 64Mb(메가비트) DDR 제품발표에 이어 2000년에는 DDR266, 2001년 DDR333, 2002년 DDR400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발표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기술에 대한 시장우위 계보를 이어 왔다. DDR2 D램의 경우도 98년부터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표준화를 추진해 2002년 3월 반도체표준협회(JEDEC)가 국제 표준제품으로 공식 채택했다. 특히 2004년부터 JEDEC의 회장사를 맡아 반도체 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인텔·대만 TSMC 3사가 반도체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산 비용 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2012년 파일럿 라인 가동을 목표로 450㎜ 웨이퍼로의 규격 전환과 표준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450㎜ 웨이퍼의 표면적과 칩의 개수는 300㎜ 웨이퍼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이어서 높은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표준 만들기는 TV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TV 업계 최고 히트 상품으로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LED TV는 초슬림(10.8㎜) LED TV용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기에 출시가 가능했다. 초슬림 TV 시장을 개척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10㎜ 두께의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2008년 7.9㎜를, 지난해 10월에는 3.9㎜를 개발하는 등 초슬림 패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LED를 적용한 TV 패널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지난해 전체 LED TV 패널 시장의 59.6%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영화 ‘아바타’ 열풍으로 인해 3D(입체) TV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에 발 맞춰 초당 240장의 프레임을 보여주는 240㎐ 3D TV 패널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채용한 3D TV가 지난달 첫선을 보이며 소비자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지난해 ‘LED TV=삼성’이었다면 올해는 ‘3D TV=삼성’으로 만들겠다”며 “5년 연속 디지털 TV 세계시장 1위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신분야에서는 3G(3세대) 와이브로를 국제표준으로 승인받은 데 이어 4G 등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모바일 와이맥스로 전 세계 4G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4G 이동통신의 양대 유력 후보 기술인 모바일 와이맥스와 LTE(롱텀 에볼루션) 등 두 가지 신기술을 모두 앞세워 차세대 이동통신 업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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