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선시(禪詩)감상_19

醉月 2011. 4. 3. 07:41

별들은 널려 있고(無題五)


衆星羅列夜明深 岩點孤燈月未沈
圓滿光華不磨瑩 在靑天是我心


별들은 널려 있고 밤은 깊었는데
바위에 외로운 등불 달은 기우네
뚜렷이 찬 광명 이지러짐 없거니
하늘에 걸려 있는 이 내 마음이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한산(寒山, 766?~779?)
당나라 때 사람. 천태산 시풍현(始縣) 서쪽 70리에 있는 한암(寒岩)의 굴에 살았다. 몸은 비쩍 마르고 더벅머리에 미치광이였다. 국청사(國淸寺)에 와서 친구 습득(拾得)과 함께 찌꺼기밥을 얻어 가지고 박장대소하며 돌아갔다. 태주자사(台州刺史) 여구윤(閭丘胤)이 한산(寒山)을 찾아가 옷과 약을 주었다. 한산은 큰 소리로 “이 도적놈 빨리 꺼져라”하면서 굴속으로 깊이 들어가 버렸다. 그 뒤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후세 사람들은 한산습득을 문수보현(文殊普賢)의 화신(化身)이라 하였다.

 

감도 없고 옴도 없고(無題一)

無去無來本湛然 不居內外及中間
一顆水晶絶瑕 光明透出滿人天


감도 없고 옴도 없고 본래 고요해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네
한 덩이 수정이여 티 하나 없어
그 빛살 이 세상을 두루 덮었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습득(拾得, 766?~779?)
한산(寒山)의 친구. 천태산 국청사(國淸寺) 근방에서 얻어먹으며 일생을 보냈다. 부모는 누군지 알 수 없고 출생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우물 밑 붉은 티끌이 일고(無題二)


井底紅塵生 高山起波浪
石女生石兒 龜毛數寸長


우물 밑 붉은 티끌이 일고
높은 산 이마에 파도가 치네
돌계집이 돌아기 낳고
거북털이 날로 자라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벽상시(壁上詩)
本來無一物 亦無塵可拂
若能了達此 不用坐兀兀


본래 한 물건도 없음이여
티끌 묻을 것 또한 없나니
만일 이 이치를 깨달았다면
두 눈을 부라리며 앉아 있을 필요 없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풍간(豊干, 766?~779?)
당(唐) 때 천태산(天台散) 국청사(國淸寺)에 은거했던 선승. 한산(寒山), 습득(拾得)과 친구였다.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십이시가(十二時歌) -하나, 닭이 우는 때(丑時)


鷄鳴丑 愁見起來還漏逗
裙子衫箇也無 袈裟形相些些有
無腰 袴無口 頭上靑灰三五斗

比望修行利濟人 誰知變作不


문득 잠에서 깨어 쓸쓸한 내 모습 보네
속옷과 웃옷은 한 벌도 없고
다 해진 겉옷만 남아 있네
허리 없는 잠방이, 발 들일 곳조차 없는 바지 한 벌
머리에서 비듬이 서너 말은 되겠네
도를 깨쳐 중생제도 해보려던 내가
이렇게 멍청하게 될 줄 뉘 알았으랴.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조주종심(趙州從, 778~897)
778년 산동성 조주(曹州)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조주의 호통원(扈通院)에 출가하였고, 후에 남전보원(南泉普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40년 간 참선수행을 하고 40년 간 당대의 모든 선지식을 찾아본 다음 하북성 조주(趙州)의 관음원(觀音院)에서 40년 간 후학을 가르쳤다. 897년(唐 乾寧 4년) 11월 2일 120세로 입적했다.

 

십이시가(十二時歌) -둘, 새벽녘(寅時)

平旦寅 荒村破院實難論
解齊粥米全無粒 空對閑窓與隙塵
唯雀 勿人親 獨坐時聞落葉頻
誰道出家憎愛斷 思量不覺淚沾巾

벽촌의 부서진 암자 말로 형언키 어려워
아침 죽 속에는 쌀알이라곤 전혀 없나니
하염없이 창 틈 사이 먼지만 바라볼 뿐
들리느니 참새 지저귀는 소리뿐, 인적은 없어
홀로 앉아 잎 지는 소리 듣네
누가 말했는가 수행자는 애증(愛憎)을 끊는다고
생각할수록 눈물이 손수건을 적시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셋, 해 뜨는 시간(卯時)

日出卯 淸淨却爲煩惱
有爲功德被塵埋 無限田地未曾掃
眉多 心少 耐東村黑黃老
供利不曾將得來 放驢喫我堂前草

청정함이 도리어 번뇌가 되나니
유한한 공덕은 티끌에 묻히고
무한한 마음밭은 빗질 한 번 한 적 없네
눈썹 찌푸릴 일만 많고 웃을 일 적은데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동쪽마을 황씨 노인
공양이라곤 단 한 번도 가져온 일 없는데
노새를 놓아 우리 절 앞의 풀 함부로 뜯어먹이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넷, 아침 먹을 때(辰時)

 

食時辰 煙火徒勞望四隣
饅頭子前年別 今日思量空嚥津
待念少 嗟歎頻 一百家中無善人
來者祗道覓茶喫 不得茶去又嗔


이웃들의 밥 짓는 연기만 바라볼 뿐
만두와 떡은 작년에 이별했나니
지금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어 탄식만 하고 있나니
백여 호나 되는 마을에 착한 사람 하나 없네
찾아오는 이는 오직 차만 달라 하고
차를 내주지 않으면 화를 내며 돌아가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다섯, 해가 높아지는 시간(巳時)

 

中巳 削髮誰知到如此
無端被請作村僧 屈辱飢悽受欲死
胡張三 黑李四 恭敬不曾生些子
適來忽爾到門頭 唯道借茶兼借紙

머리 깎고 이 지경이 될 줄 뉘 알았으랴
어쩌다가 시골 중이 되어
굴욕과 굶주림에 죽을 지경이네
키다리 장씨 노인, 얼굴 검은 이씨 영감
나를 존경하는 마음은 전혀 없고
아까도 왔다 가더니 또다시 찾아와서는
차를 꿔 달라 종이를 꿔 달라 귀찮게 구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여섯, 해가 머리 위에 온 시간(午時)

 

日南午 茶飯輪還無定度
行却南家到北家 果至北家不推註
苦沙 大麥醋 蜀黍米飯
供養不得閑 和尙道心須堅固


차를 마시다 밥을 먹다 도무지 순서가 없어
남쪽집에 갔다가 북쪽집에 들렀더니
쓰디쓴 소금덩이에 쉬어 버린 보리밥
수수밥에 상추를 내주고 하는 말이
식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니
도심(道心)은 더욱 견고해야 하다나…….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일곱, 해가 기우는 때(未時)

 

未 者回不踐光陰地
曾聞一飽忘百飢 今日老僧身便是
不習禪 不論義 鋪箇破蓆日裡睡
想料上方兜率天 也無如此日炙背

이제는 굳이 밥 빌러 다닐 필요가 없네
배부르면 지난날 굶주린 일 잊는다더니
오늘 내 신세가 그리 되었네
참선도 하지 않고 경전도 안 읽나니
해어진 멍석 깔고 누워 한잠을 자네
천상(天上)의 그 어디라 해도
등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이런 햇살 없으리.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여덟, 저녁때(申時)

 

時申 也有燒香禮拜人
五箇老婆三箇面子黑
油麻茶 實是珍 金剛不用苦張筋
願我來年麥熟 羅羅兒與一文

그래도 향을 사르며 예배하는 사람 있네
다섯 할멈 가운데 세 명은 혹이 달리고
두 사람의 얼굴은 온통 주름투성이
참깨와 차를 공양 올리다니 진귀한 일이네
금강역사여, 팔뚝에 너무 힘을 주지 말게나
내년에 누에농사 보리농사 잘되면
나도 나한전에 공양 좀 올리려 하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아홉, 해지는 시간(酉時)

 

日入酉 除却荒更何守
雲水高流定委無 歷寺沙彌鎭長有
出格言 不到口 枉續矣尼子孫後
一條藜 不但登山兼打狗


이 황량함밖엔 무엇이 또 남아 있는가
눈 푸른 납자(수행자)는 눈에 안 띄고
절을 거쳐 가는 사미승은 언제나 있네
벼락 치는 활구(活向)는 단 한 마디 없이
그저 엉터리로 부처의 뒤를 이어 가네
한 개의 든든한 이 쥐똥나무 주장자여
산 오를 땐 지팡이요 때론 개도 후려쫓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열, 황혼의 때(戌時)

 

黃昏戌 獨坐一間空暗室
陽焰燈光永不逢 眼前純是金州漆
鐘不聞 虛度日 唯聞老鼠鬧
何更得有心情 思量念箇波羅蜜


캄캄한 방에 홀로 앉아 있나니
가물거리는 호롱불은 켜 본 적 없어
눈앞은 온통 어둠뿐이네
종소리도 듣지 못한 채 하루 해가 저무나니
들리는 것은 늙은 쥐의 찍찍거리는 소리뿐
아아, 내 무슨 심정으로
저 바라밀(진리)을 생각하겠는가.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열하나, 잠들 시간(亥時)

 




휘영청 저 달은 밝기만 한데
제일로 걱정되는 것은 잠자리에 누울 때라
옷 한 벌 없으니 무엇을 덮고 자겠는가
절 살림 사는 원주와 신도들은
입으론 곧잘 착한 말 하나 그 마음씨 의심스럽네
내 호주머니 이렇게 텅 비어 있는데도
물어 보면 그저 무조건 모른다고만 하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십이시가(十二時歌) -열둘, 한밤중(子時)

 




생각은 잠시도 멈추지 않아
출가한 수행자 가운데
나처럼 사는 사람 얼마나 되리
맨흙바닥에 다 해어진 깔자리
느릅나무 목침에 이불은 전혀 없네
불전에 피울 향조차 없으니
재 속의 쇠똥 타는 냄새나 맡을 뿐이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