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도시모형영상관의 실감체험 영상 상영 모습.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설 연휴에도 ‘오픈’ … 추억의 공간에서 시간여행
문화체험 나들이
서울역사박물관 다양한 전시
‘옛 서울’ 보고 민속놀이 즐겨
공릉동 명소 생활사박물관선
외식메뉴 변천사 등 한 눈에
영화·드라마와 만남
오! 재미동·인천미림극장 등
국내외 고전 다채롭게 상영
순천·합천엔 ‘드라마 촬영장’
달동네·청와대 세트장 인기
이제 곧 설 명절입니다. 명절을 귀찮고 불편한 구습처럼 여기게 된 시대에, 오래전 설레던 명절의 풍경을 떠올려봅니다. 돌이켜보면 다들 가난했지만 나누는 마음만으로도 풍족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낡고 오래된 그 시절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곳들을 추려봤습니다. 중년 이상의 나이라면 명절은, 과거의 추억을 호명하는 시간입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봤습니다. 감쪽같이 한두 세대 전의 거리풍경을 복원해둔 곳이나,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입니다.
# 서울이 건너온 시간…서울 종로 서울역사박물관
2002년 5월 21일 개관한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최초의 종합박물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서울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서울생활사박물관, 청계천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경희궁, 백인제가옥, 경교장, 딜쿠샤, 동대문역사관, 동대문기념관, 돈의문역사관, 군기시유적전시실 등 12개의 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전시공간은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로 나뉜다. 상설전시실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콘텐츠 공간. 조선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1존부터 5존까지 다섯 개로 나눠서 전시구성을 했다. 1존은 ‘조선시대의 서울’, 2존은 ‘개화와 대한제국기의 서울’, 3존은 ‘일제강점기의 서울’, 4존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5존은 서울의 오늘과 내일을 전망하는 도시모형영상관이다.
각 존마다 시대의 생활상을 모형과 스토리, 전시물, 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가로 3.6m, 세로 5.2m의 목판에 조선 전기 한양의 모습을 형상화한 지도를 새기고 채색한 작품 ‘1481 한양’을 비롯해 첨단 실감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시 체험 존인 ‘개화의 거리, 종로’, 경성역 준공 당시 원본 도면과 ‘1930 경성역’ 영상, 길이 6m에 이르는 대형 도시모형 ‘2002년 서울’ 복합연출 등의 전시콘텐츠가 인상적이다. 1971년도 남서울 건설안내 약도, 국회의사당 준공기념 펜꽂이, 서울종합운동장 주 경기장 준공 기념메달 등의 전시품도 눈길을 끈다.
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그때 그 서울’에 전시된 1956년 선거발표 속보판.
1958년 뚝섬유원지의 냉차 파는 매점.
1954년 벚꽃놀이가 한창인 창경원에서 돗자리로 확보해놓은 자리를 파는 모습.
특별전시실에서는 해마다 전시를 교체하는 기증 유물특별전이 열린다. 작년 12월 15일부터 오는 3월 10일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6·25전쟁 종군기자였던 임인식 작가의 사진전 ‘그때 그 서울’전을 전시하고 있다. 2013년 기증받은 임 작가 사진 1003점 중 1945년부터 1965년까지 격동기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애환을 담은 140점의 사진을 골랐다. 서울의 거리와 분주한 시장, 고궁과 한강에서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 골목을 놀이터 삼아 뛰어노는 아이들 등 평범한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전시는 무료다. 반갑게도 본관과 분관 모두 설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연다.
11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연다. 매시 정각에 사물놀이판굿, 쇠놀이, 버나놀이, 장구놀이 등으로 이어지는 ‘풍물놀이’와 ‘봉산탈춤’ 공연이 열리고, 활쏘기와 투호 던지기 등 민속놀이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 전시된 1975년에 처음 나온 현대자동차 포니1 택시.
오른쪽은 1974년 기아의 브리사 승용차.
# 외식 메뉴의 변천…서울 공릉동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 노원구 공릉1동의 서울생활사박물관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울 시민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근현대 박물관이다. 2010년 서울북부지방법원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있던 북부 법조단지가 이전하면서 남은 유휴지에 2019년 9월 개관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총 4층인데, 1∼3층에서는 상설전시가 열리고, 4층은 기획전시 공간이다. 생활사전시실 1층에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1950년대부터 압축성장의 시기인 1960∼1980년대 등 희망을 찾아 부지런히 살아온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시대별 사진, 영상 자료 등으로 전시한다. 동대문 지하철 공사장, 천호 시영아파트 준공 등 그 시절 사진이 인상적이다. 1970년대 포니 택시와 브리사 승용차, 초기 라디오와 삐삐, 시티폰 등도 전시해놓았다.
전시실 2층 주제는 ‘서울살이’다.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이 서울에서 성장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 풍속과 육아 등을 다룬다. 3층은 ‘서울의 꿈’이 주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집, 열성적인 자녀교육, 부모의 직업에 대한 전시다. 연탄아궁이가 있던 과거 주택의 거실과 부엌, 양은 도시락을 데워먹던 난로 등을 재현해놓았다.
4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오는 3월 말까지 ‘서울 외식 이야기’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인 이문설농탕, 하동관, 태능배밭갈비를 비롯해 3대째 이어오는 화교 중국 음식점 ‘신락원’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옛날 전화기와 수저통, 음식을 배달하던 철가방 등은 물론이고 서울 왕십리에서 6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해장국집 ‘대중옥’의 미닫이문도 있다. 뉴타운 재개발로 이전하는 해장국집으로부터 철거 전까지 사용한 미닫이문을 기증받은 것이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인기 있었던 외식 메뉴를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소개한 전시가 자못 흥미롭다.
# 추억의 영화를 언제든지…서울 충무로역 ‘오! 재미동’
지하철 충무로역 지하에 있는 충무로 영상센터 ‘오! 재미동’은 서울시가 지원하고 서울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공공문화기반 영상문화센터다. 전시실과 아카이브 공간, 작은 극장, 커뮤니티 룸 등을 갖추고 있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게 다양한 서적과 DVD를 갖춘 아카이브 공간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아카이브 공간에서 무료로 DVD를 빌려서 감상실에서 모니터로 감상할 수 있다. 아카이브 공간에는 5개의 모니터룸이 있으며, 모니터룸에서 최대 2명까지 함께 DVD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오! 재미동이 보유하고 있는 DVD는 최근작부터 오래된 추억의 영화를 망라한다. 이장호 감독의 1974년 작 ‘별들의 고향’, 유현목 감독의 1963년 작 ‘김 약국의 딸들’, 강대진 감독의 1961년 작 ‘마부’ 등 한국영화를 비롯해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54년 작 ‘콰이강의 다리’, 1921년 찰리 채플린의 ‘유한계급’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외국영화의 아카이브도 충실하다.
작은 극장은 28석의 좌석을 갖춘 말 그대로 ‘작은 극장’이다. 이곳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영화부터 다양한 독립예술영화 등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상영프로그램은 ‘동동 쇼츠’와 ‘단편영화 마티네’ 등이 있다. 상영은 부정기적인데 2월에는 두 번 상영한다. 동동 쇼츠는 많은 곳에서 소개된 단편작품을 기획·상영하는 프로그램이고, 단편영화 마티네는 기획상영 프로그램이다. ‘마티네’란 프랑스어로 ‘오전 중’을 의미하는 단어로 주간이나 정오에 열리는 공연을 뜻한다. 아쉬운 건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이 휴무라는 것. 설 연휴 기간에도 문을 닫는다. 운영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휴일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찾아가 추억의 영화를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 존 웨인과 진추하를 만나다…인천 동구 인천미림극장
동인천역 배다리로 향하는 길에 인천미림극장이 있다. 1957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며 문을 연 미림극장은 인근 현대극장, 오성극장, 문화극장과 함께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으나 1990년대 이후 상권이 이동하면서 쇠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 2004년 7월 29일 영화 ‘투 가이즈’ 상영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등장하면서 미림극장의 폐관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2013년, 극장을 살려내 보자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 9년 만인 그해 10월, 극장은 다시 문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위기가 왔지만 비영리 단체인 인천시 사회적기업협의회가 관리하면서 인천 유일의 실버극장이 됐다. 그러다가 2020년, 다시 ‘실버’를 떼고 ‘인천미림극장’이란 이름으로 되돌아갔다. 추억 속에 사라지거나 잊힌 것을 그리워하되, 독립예술영화를 함께 상영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과 내일을 함께 보겠다는 선언이다. 미림극장은 253석의 단관 극장. 입장료는 고전영화는 6000원(65세 이상 3000원, 19세 이하 4000원), 독립예술영화는 8000원(65세 이상·19세 이하 6000원)이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임권택 감독의 1962년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상영한다. 김석훈, 엄앵란, 황해가 주연한 만주를 무대로 벌이는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존 웨인 주연의 서부극 ‘코만체로스’와 진추하 주연의 ‘사랑의 스잔나’도 설 연휴 기간 상영목록에 있다.
경기 파주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의 교실에서 교복체험을 하는 모습.
# 추억의 물건과 시간…경기 파주 한국근현대사박물관
경기 파주 헤이리의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지난 2005년 근현대생활사 유물자료 7만여 점을 모아 파주시 교하면 목동리에서 처음 개관한 테마 박물관이다. 개관한 그해 문을 닫았다가 2010년 지금의 자리인 헤이리에서 재개관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의 박물관은 층마다 풍물, 문화, 역사, 소장품 등 네 개의 주제로 꾸며져 있다.
지하 1층 풍물관에는 1960∼1970년대 도시 풍경을 통째로 옮겨놓았다. 옛 풍경을 재현한 골목을 거닐며 관람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옛날 우체국, 가전제품을 고치는 전파사, 옛날식 다방, 선술집, 사진관, 떡 방앗간, 구멍가게를 재현해 놓았고, 기와집 속 풍경, 달동네 살림살이 등에 실물크기 인형을 배치해 실감 나게 전시했다. 세월의 느낌이 묻어나도록 재현한 간판과 시내버스 정류장 안내판, 전신주에 붙은 광고판, 각종 포스터 등이 현실감을 더해준다.
1, 2층 문화관은 ‘학교가는 길’이란 제목의 체험관으로 꾸며졌다. 문방구와 학교 앞 번데기 장수와 풀빵장수, 중고책방, 국민학교 교실과 교무실 풍경, 분식점 등을 주제별로 전시했다. 특히 학교 앞 문방구에는 책받침과 유리구슬, 불량식품 쫀드기와 아폴로 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시절 물건들을 전시해놓았다. 옛날 교실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무료로 교복 입어보기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3층은 옛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은 ‘추억관’과 근대 역사 자료를 전시하는 ‘역사관’으로 나뉘어 있다. 추억관에서는 국내 최초 국산 TV와 공중전화, 못난이 인형, 옛날 잡지와 달력부터 카세트테이프, 라디오, 286컴퓨터, 밥솥,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물건을 전시하고 있다. 역사관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 등이 있다. 설 연휴 기간 내내 정상개관 운영한다.
전남 순천의 드라마촬영장에서 가장 재현율이 높은 곳인 서울 달동네세트장. 시간의 태엽을 감아 한 세대쯤 전의 서울 변두리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 순천에 ‘서울 달동네’가…전남 순천 드라마촬영장
전남 순천의 ‘드라마촬영장’은 실제 영화나 드라마촬영을 위해 만들었다가 순천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른 곳. 이곳의 매력은 오래전의 누추했던 경관을 감쪽같이 모사한 공간이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준다는 점이다.
2006년 방영된 김수현 극본의 TV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드라마촬영장 조성의 계기가 됐다. 196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상반된 성격의 두 형제가 겪는 인생 역정과 가족사를 다룬 드라마의 배경은, 주인공이 어렸을 때 살았던 순천 읍내와 서울로 올라가 살게 되는 달동네, 그리고 1980년대 서울 변두리다. 이 세 곳의 공간이 순천 드라마촬영장에 있다.
순천의 드라마촬영장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디테일’이다. 작고 사소한 옛것의 풍경을 충실하게 재현해 육안으로도 진짜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을 추구했다. 서점에는 오래된 책을 사다 꽂고, 문방구에는 한 세대 전의 학용품을 가져다 놓았으며, 골목에는 그 시절의 낙서까지 했다.
순천 드라마촬영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단연 달동네 세트장과 1980년대 서울 뒷골목 풍경이다. 시멘트벽에 붙여놓은 오래된 쥐잡기 포스터, 후미진 골목 구석의 가위 그림과 소변 금지 글씨, 얼음을 ‘어름’으로 쓴 얼음 가게, 붉게 녹슬어 있는 양철지붕, 드르륵 열리는 구멍가게 진열장의 유리 미닫이문이 거기 있다.
대나무 살로 만든 파란색 비닐우산, 우량아 얼굴이 그려진 분유통, 주근깨투성이 못난이 인형, 안장이 높은 낡고 투박한 짐 자전거 등의 소품들도 금세 그 시절의 기억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촬영장에는 교복 등을 빌려 입을 수 있는 ‘추억여행관’이 있고, 사진 등을 출력할 수 있는 ‘청춘사진관’도 있다. 교복을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건 주로 젊은이들이지만, 교련복을 빌려 입은 중년의 남성들도 간혹 눈에 띈다.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의 촬영세트공간. 1980년대 서울 뒷골목 분위기를 감쪽같이 모사해낸 공간이 탄성을 자아낸다.
# 1980년대 서울 도심이 거기 있다…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
경남 합천의 영상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시대물 오픈세트장. 합천의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적 성공을 거두자 이 영화가 촬영된 세트장을 보전하고 영상테마파크로 조성해 문을 연 것이 시작이다. 이곳의 특징은 세트장 규모가 클뿐더러 시대별로도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는 것. 이런 이유 때문인지 ‘택시운전사’ ‘변호인’ ‘밀정’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상테마파크에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서울이 있다. 종로4가를 달리는 전차부터, 남영역 아래 굴다리와 조선호텔 옆의 환구단, 서울역이 그곳에 있다. 이곳에서 가장 놀라운 건 정교하게 모사해놓은 1980년쯤의 서울이다. 그 시절의 서울역과 남영동 뒷골목이 마치 흑백사진에서 꺼내진 것처럼 눈앞에 있다. 건물뿐만 아니라 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소품들이 현실감을 더해준다. 88올림픽이 열리기 전 서울의 풍경이 딱 이랬다. 옛 건물과 오래된 물건을 둘러보다 보면 문득 자신이 건너온 과거의 시간과 마주치게 된다. 세트장 골목을 기웃거리다 때때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영상테마파크 뒤쪽에는 청와대 세트장도 있다. 실제 크기의 68%로 청와대 건물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다. 서울의 옛 모습에 도통 관심이 없던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을 궁리하다가 청와대를 선택했는데 대성공을 거뒀다. ‘진짜 청와대’의 개방으로 예전보다는 덜 하긴 하지만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빌려 찾아온 단체 관광객들이 적잖다. 영상테마파크는 연휴 기간 내내 정상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인데,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에 문을 여는 대신, 화요일인 13일 문을 닫는다.
경북 경주 ‘추억의 달동네’의 달동네 구멍가게를 재현한 ‘순이점빵’.
# 서툰 키치의 매력… 경주 ‘추억의 달동네’
유적지가 즐비한 경북 경주에 다소 뜬금없지만 1970∼1980년대 생활상을 재현한 테마파크 ‘추억의 달동네’가 있다. 근대사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4년 12월 개관한 곳이다. 순천 드라마촬영장이나 합천 영상테마파크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규모도 적고 허술하지만, 가장 압축적으로 과거의 추억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싸지 않은 입장료에도 관람객이 적잖은 이유다.
여기는 촬영세트장이 아니라 애초부터 관람시설로 만든 곳이어서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공간 곳곳에 마네킹 크기만 한 인형을 배치해 놓은 게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구멍가게와 전파사, 국밥집, 복덕방의 공간 속에다 인형을 집어넣는 것으로 낡은 흑백 사진 속의 풍경을 완성했다. 국민학교 교실의 풍경이며, 남녀 학생이 미팅을 하는 빵집, 경찰과 취객이 실랑이를 벌이는 파출소, 장발의 DJ가 있던 옛날식 커피숍, 가위를 들고 아이들을 부르는 엿장수 등의 모습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추억의 달동네에서 감탄하게 되는 건 엄청난 양의 소품이다. 오래된 악보, 영화 포스터, 양은 도시락, 옛날 담배와 껌…. 이걸 다 어떻게 구했나 싶은 옛 물건이 무려 6000개가 넘는다. 이런 소품이 150개 코너 곳곳에 전시돼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곳의 매력은 ‘허술하다’는 것에 있다. 전반적으로 공간 연출이나 전시기법이 다소 서툰 편인데, 촌스러운 전시가 그리 거슬리지 않는 건, 그것마저도 의도적인 ‘키치’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체험 프로그램에 충실한 편이다. 연탄불 위에 설탕을 녹여서 만드는 달고나와 구워 먹는 쫀드기가 있다. 오려서 옷을 갈아입히는 종이인형이나 주사위를 굴리며 놀던 뱀주사위 놀이판도 판다. 국민학교에서는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을 수도 있다. 과거의 공간 속에서 보고,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설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연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내가 기증한 물건, 박물관서 볼 수 있을까
내가 기증한 물건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까. 서울역사박물관의 소장품 10개 중 7개 정도가 시민들이 기증한 것들.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서울의 시공간 범위에 포함되는 보존가치가 있는 유물과 자료를 기증받는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최근 기증된 물품을 보면 오래된 월급봉투나 공중전화카드, 성냥, 각종 복권, 카세트테이프, 다방메뉴판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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