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부산 사직구장

醉月 2014. 9. 5. 08:45


롯데자이언츠와 기아타이거즈가 맞붙은 지난 8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한 롯데 팬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대형 응원깃발을 휘두르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순위 싸움에서 밀려 관중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롯데자이언츠 팬들의 응원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사직구장은 한목소리로 뜨거운 함성을 지르는 새로운 ‘문화체험’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훌륭하다.


‘야구장으로의 여행.’

좀 낯선 제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여정의 목적지는 구도(球都·야구도시) 부산의 사직구장입니다. 가장 뜨겁고 열광적이면서 가장 편파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경기장이 바로 롯데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사직구장입니다. 관중들이 일제히 쓰레기봉투를 머리에 쓰기도 하고,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목놓아 부르기도 하며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떨어질 때마다 ‘아(아이)주라(줘라)’란 함성이 질러대는 곳. 경기가 펼쳐지는 사직구장은 불에 델 듯 뜨거웠습니다. 야구팬이라면 이른바 ‘가을야구(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기 관람과 더불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고 최동원 선수의 전설을 만날 수 있는 ‘성지순례’의 여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문화체험’의 공간으로 떠나는 훌륭한 여정으로 넉넉합니다. 경기장으로의 여행은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미국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리그의 경기장 여행은 이미 고전에 속합니다. 부산으로 떠난 야구 여행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풀려나왔습니다.

사직구장에서는 8회말이면 쓰레기봉투를 머리에 쓰는 것이 응원의 전통이다. 이 응원에는 외국인도 예외 없다.




# 야구팬이 만들어낸 야구의 성지, 부산 사직구장

서울에서 부산역까지는 KTX편으로 2시간 40분 남짓. 역에서 사직구장까지는 지하철로 40분 남짓이 걸린다. 길이 막히지 않는다면 택시로 20분 거리지만, 부산의 악명높은 교통체증을 감안한다면 지하철이 낫겠다. 부산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사직역 1번 출구나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걸으면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이다. 길은 물을 필요가 없다. 족발이며 치킨, 김밥, 맥주 따위를 좌판 가득 펼쳐놓은 노점들이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야구 한 경기의 시간에도 못미치는 3시간 30분이면 부산 사직구장의 응원석에 앉을 수 있다.

사직구장을 처음 찾거나, 롯데자이언츠의 열성 팬이라면 좀 서두르는 게 좋겠다. 경기장 곳곳에 볼 것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경기 전에 먼저 꼭 들러야 할 곳이 ‘자이언츠 야구박물관’. 여기서는 1984년과 1992년의 두 번의 우승을 기념하는 우승컵과 사인볼, 유니폼과 최동원, 윤학길, 박정태, 이대호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썼던 글러브와 유니폼 등이 사연과 함께 전시돼 있다. 야구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한 선수는 최동원이다. 최동원이 입던 유니폼과 공 등이 놓여있는 전시대 앞에는 1984년 우승 당시의 그의 감동적인 활약상이 뜨거운 문구로 적혀있다.

▲ 자이언츠 야구박물관의 우승관에 전시된 1984년 우승 당시 투수 최동원의 유니폼과 글러브.

외야석의 전광판 아래쪽에도 따로 전시 공간을 만들어 역대 선수와 감독의 기록들을 동판에 새겨두었다. 당대 대한민국 최고로 꼽혔던 투수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주형광, 손민한의 이름과 한시대를 풍미했던 야수 박정태, 전준호, 마해영, 이대호의 이름이 뚜렷하다. 좀 더 세심하게 보겠다면 야구장 밖 주차장 인근 바닥의 동판을 찾아보자. 2007년 이대호가 때린 150m짜리 사직구장 최초의 장외 홈런공이 떨어진 자리를 표시한 동판이다.

마침 사직구장을 찾아갔던 날은 때가 좋지 않았다. 연전연패. 롯데자이언츠가 7연패 끝에 겨우 1승을 올린 직후였다. 이른바 ‘가을야구(플레이오프)’를 위해서는 1승이 아쉬운 상황에서 연패를 했으니 구단 분위기는 침울했다. 팬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듯 이날 관객 수도 1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잠실야구장보다 1000석이 많은 2만8000석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한 시즌 138만 명이 넘는 관중동원 기록을 세운 사직구장 명성에 걸맞지 않은 관중 숫자였다.

그러나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가장 뜨거운 응원의 열기를 맛보려면 1루측 홈팀 2층 자리가 제격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응원 깃발은 휘날렸고, 열광적이고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공 하나 하나에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감정표현을 서슴지 않는 부산 관중들의 사투리 섞인 걸쭉한 육두문자도 간간이 끼어들었다.

신문지를 찢어 응원도구로 삼는 전통적인 응원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춰 구덕경기장 시절부터 경기장 밖에서 신문을 팔아왔다는 최영호(62) 씨는 풀이 죽었지만, 6회말이 끝나고 관중들이 일제히 주황색 쓰레기봉투에 바람을 넣어 머리에 쓰는 응원은 여전했다. 상대 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질 때면 관중들이 입을 모아 ‘마’하고 외쳤고,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떨어지면 ‘아(아이)주라(줘라)’라는 세음절의 합창이 이어졌다. 경기장의 롯데리아에서 파는 치킨 세트 ‘아주라’의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파울볼을 챙겨보려던 한 젊은이는 ‘아주라’의 함성과 몰려든 아이들에 그만 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아 타이거즈에 6대5로 리드한 가운데 8회로 접어들자 응원은 절정으로 접어들었다.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합창이다.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입을 모아 내지르는 노랫소리로 사직구장은 거대한 노래방이 됐다.

응원은 내야 응원석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외야 쪽에는 혼자 일어서서 몸을 흔들면서 응원의 춤을 추는 팬들의 열성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중 눈길을 끈 건 장하림(15·부산 구남중3) 양이었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저 혼자 담요를 휘두르며 춤을 추어대고 구호를 외치며 목이 쉬어라 응원을 했다. 장 양과 함께 온 같은 반 친구 김선희 양은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는데 친구의 극성스러운 응원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관중석으로 날아온 파울볼을 잡으면 ‘아(아이)주라(줘라)’는 관중의 함성과 함께 손 벌린 아이들이 몰려든다.


# 롯데자이언츠의 팬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야구관람을 목적으로 한 부산 여행이라면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에서의 맛집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이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다. 서울이라면 이른바 ‘고관대작’이나 연예인들의 출입 여부가 맛집을 공인하는 기준이지만, 부산에서만큼은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얼마나 자주 찾느냐’가 맛집을 결정한다. 부산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는 것이 프로야구 선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선수들이 출입한 식당이라면 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것으로 인정받는 셈이기도 하다.

롯데자이언츠 구단에 먼저 야구팬들이 자주 드나드는 맛집을 물었다. 구단 관계자가 첫손으로 꼽아준 식당이 사직야구장 건너편의 ‘진주갈비’(051-502-6002)다. 본래 이 식당은 ‘백번 간바지’란 상호를 달고 있던 시절, 롯데자이언츠 선수들과 임직원들의 식사를 두루 차려내던 곳이다.

지금이야 케이터링업체가 식단을 책임지고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장 주변의 식당을 정해놓고 식사를 해결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롯데자이언츠 1, 2군 선수들의 세끼 식사를 모두 책임졌던 게 손 맛좋기로 이름난 진주갈비의 안주인 김숙자(60) 씨다. 김 씨는 경기 당일 식사부터 원정 이동 중의 새벽 도시락이며 심야의 간식까지 모두 차려냈다. 롯데자이언츠의 염종석, 공필성, 김응국 선수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었다.

김 씨는 ‘이건 기사로 쓰면 안된다’며 살짝 귀띔해 준 이야기 한 토막. 김 씨의 식당에서는 롯데자이언츠 선수는 물론 부산으로 원정온 다른 팀들의 식사도 도맡았다. 그런데 구단마다 선수 한 명당 책정한 식사비용이 달랐다. 메뉴를 주문하는 게 아니라 1인당 식대를 정해주면 거기에 맞춰 식사를 차려내는 방식이었는데, 삼성라이온즈 구단의 경우는 1인당 1만1000원, 기아타이거즈는 9000∼1만 원짜리 밥을 주로 주문했다. 한데 정작 롯데자이언츠 선수의 1인당 식대는 이에 절반도 안되는 4500원이었다.

롯데 구단의 팬이기도 한 김 씨가 그렇다고 홈팀의 식사를 허술하게 차려낼 수는 없는 일. 타 구단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식재료를 좀 여유있게 구입해서는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을 거둬 먹였다. 김 씨는 ‘알려지면 안된다’며 두 손을 저었지만, 그거야 어차피 다 지난 일이 아닌가.

선수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자 팬들도 구름처럼 찾아들었다. 김 씨는 “당시의 야구팬들은 점잖았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구워주라’며 갓 잡은 큼지막한 삼치를 인편으로 식당에 보내는 팬도 있었고, 횟감을 떠서 직접 가져오는 팬들도 있었다. 김 씨는 “그럴 때면 음식을 만들면서도 신이 났다”고 했다.

사직구장 외야석에서는 ‘홀로 응원’을 하는 극성팬들이 있다. 외야석에서 혼자 신들린 듯 춤을 추며 응원을 하던 장하림(15·구남중3) 양.


그런데 요즘 팬들은 좀 다르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팬들이 식당으로 우르르 모여들어 구단관계자나 선수들과 자칫 시비가 붙기도 한다는 것이다. 몇 해 전인가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식당에서 선수들과 구단관계자들이 모여 기원제를 가졌는데, 팬들이 몰려들어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시비를 거는 바람에 큰 싸움으로 번졌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는 아예 단체로 오는 팬들을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점잖은 팬’만큼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밥상을 앞에 놓고 김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법 흥미진진한 야구경기 뒷얘기를 들을 수 있다. 간혹 식당을 찾은 선수들과 마주치는 행운도 기대해볼 수 있다.

어머니처럼 밥을 챙겨주던 김 씨의 손맛을 기억하는 롯데자이언츠의 고참 선수들은 진주식당을 잊지 못한다. 최근 은퇴한 조성환 선수도 은퇴식 당일 가족들과 친척, 선후배 등 50명을 초대해 진주식당을 찾아와 저녁식사를 했다. 이 밖에도 은퇴한 선수들이 사직경기장을 찾는 날이면 진주식당을 잊지 않고 꼭 들러가니 열성 팬이라면 찾아가 볼 일이다.

# 통닭과 해물찜…야구도시에서 만나는 최고의 맛

사직구장 부근의 맛집으로 꼽는 또 한 곳이 ‘야구장 통닭’집이다. 이곳은 야구 경기 전에 손님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다른 지역의 구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직야구장에서도 경기를 관람하면서 즐기는 최고의 음식이라면 단연 ‘치킨’이다. 경기장 안에도 치킨 집이 있고, 번듯한 패스트푸드점도 있지만 사직구장을 찾는 부산 팬들은 대부분 선호하는 브랜드의 치킨을 사서 챙겨 들고 왔다. 경기가 펼쳐지는 구장 안에서 치킨 브랜드끼리의 소리없는 경쟁도 함께 벌어지는 셈이다.

부산에서는 소위 ‘3대 통닭’이 있다. 거인통닭, 오복통닭, 희망통닭, 이 세 곳이다. 그에 못지 않은 명성을 누리는 곳이 사직구장 부근 ‘야구장통닭’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야구장통닭 앞에는 길게 줄이 이어진다. 좋은 기름으로 잘 튀겨낸 이곳의 치킨은 오래 두어도 눅눅해지거나 기름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단골 고객들의 설명이다. ‘야구장통닭’집은 대개 경기가 시작하고 나면 문은 열어두되 간판의 불을 끈다. 경기가 종료될 즈음이면 이미 그날 튀겨놓은 닭이 거의 다 팔리기 때문. 그러니 이곳의 통닭을 맛보려면 미리 서둘러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술 한잔 생각이 난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 해운대구 좌동의 ‘석이네 잠수함’이다. 롯데자이언츠의 강민호, 황재균, 장성우, 김대우 선수 등이 단골 중의 단골로 꼽은 집이 이곳이다. 이곳의 메뉴는 해물찜이다. 그중에서도 바닷가재까지 들어간 ‘황제찜’이 단연 압권이다. 펄펄 뛰는 살아있는 해산물의 담백하고 싱싱한 맛은 7만 원이란 가격이 황송할 정도다. 음식 맛 하나로 늘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오는 10월 서울 역삼동에 지점을 낸단다.

‘석이네 잠수함’에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 열성 팬인 주인 최윤석(38) 씨와의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최 씨는 롯데자이언츠 현역 선수들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하다. 식당 내부도 죄다 야구용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강민호 선수의 국가대표 유니폼과 용품은 물론이고 전준우, 문규현, 김주찬이 쓰던 야구 글러브, 이대호의 소프트뱅크 팀의 사인 배트까지 전시해두었다. 스무 개가 넘는 사인볼도 식당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근의 고층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부산 사직구장의 모습. 같은 아파트라도 이렇게 사직구장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쪽의 평당가격이 가장 비싸단다. 환하게 불 밝힌 경기장의 환호성은 경기장을 넘어서 일대에 울려 퍼졌다. 경기를 보지 않고도 함성의 크기로 경기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단골로 찾는 또 한 곳의 맛집이 수영구 광안동의 ‘고성범 연탄구이’다. 다소 허름해 보이는 돼지고기 전문점인데 두툼하게 잘라서 내는 신선한 육질의 돼지고기와 곁들여 내는 파무침과 다양한 소스가 인상적인 곳이다.

롯데자이언츠의 투수 출신인 주인 고성범 씨는 사회인 야구팀인 수영구청 야구선수단의 감독직을 맡고 있는데, 식당을 찾은 날 마침 제주에서 사회인 야구 경기에 참가하는 중이어서 자리를 비웠다. 가게는 고 씨의 처남인 황정우(24) 씨가 지키고 있었다. 황 씨 역시 지금은 그만뒀지만 영동대 야구팀에서 투수를 맡았던 선수 출신. 식당 벽에는 주인 고 씨가 선수들과 찍은 사진으로 빼곡하다. 식당에서는 연말이면 고 임수혁 선수 가족돕기 행사 등이 진행된다. 주인 고 씨는 롯데자언츠 선수 시절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식당은 맛 하나만으로 체인점을 10개나 두었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 바다 품은 캠핑장, 야구 등대 그리고 옛 야구장

부산으로 떠나는 야구여행은 당일 일정으로는 아무래도 무리다. 경기가 끝나는 시간에 대중교통편으로 귀경하기가 쉽지 않다. 부산에는 수많은 호텔과 모텔, 콘도미니엄이 있지만 야구를 목적으로 부산을, 그것도 동료들과 함께 찾았다면 가장 추천할 만한 숙소가 바로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송정해수욕장 부근의 이오캠핑장(010-7457-4800)이다.

캠핑장은 도로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미리 쳐둔 텐트를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캠핑용품도 대여가 가능하다. 개수대, 화장실 등도 제법 갖춰놓고 있다. 이곳을 추천하는 건 무엇보다 야외공간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의 들뜬 마음을 이곳까지 가져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늦도록 가을밤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바비큐를 빼고 2인 기준 평일 6만 원, 주말 10만 원이다.

▲ 부산 기장 칠암항의 야구등대. 2008년 아시안게임 우승을 기념해 세워졌다.

기장에는 ‘야구등대’도 있다. 기장군 칠암항에는 두 손으로 바다를 품에 안듯 방파제가 놓여있는데 한쪽에는 야구 등대가, 다른 한쪽에는 부산갈매기 등대가 세워져 있다. 야구 등대는 글러브와 배트, 야구공을 형상화한 등대로 야구도시 부산이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는 뜻을 담아 세운 것이다. 처음 세울 당시 야구공 조형물 안쪽에는 이대호, 고영민 등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우승 주역들의 사진과 사인을 전시했는데, 지금은 ‘무쇠팔’ 최동원의 사진과 사인, 그리고 생전에 선동열, 김시진 등과 찍은 사진 등을 전시해두었다. 반드시 찾아가봐야 할 명소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칠암항의 소박한 바닷가 풍경은 마천루로 불야성을 이룬 해운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푸근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야구순례 여행이라면 여기다가 부산 구덕경기장을 끼워 넣어도 좋겠다. 1971년 문은 연 구덕경기장은 사직구장이 지어지기 전인 1985년까지 4년간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이었다. 롯데자이언츠가 처음 우승했던 1984년 한국시리즈 3, 4차전이 여기서 열렸다. 부산의 관중들은 3차전 때 여기서 최동원의 혼신을 다한 역투를 봤다.

구덕경기장에서는 아마추어구단이나 동호인들의 야구경기가 시도때도없이 열린다. 마침 구덕경기장을 찾아간 날에 ‘국민생활체육연합회장기 대학야구대회’가 열렸다. 대회이름은 길지만, 부산의 6개 대학 야구동아리들이 단 이틀의 경기로 우승을 가리는 단기리그 경기였다. 관중보다 선수들의 숫자가 오히려 더 많았고, 에러와 도루가 속출하는 투박한 경기였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준결승전에서 동아대 알파팀은 동명대의 베가본드팀과 12대 12 동점을 이루다가 6회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는데 선수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세리머니가 마치 프로팀의 경기를 방불케 했다. 이곳은 누가 뭐래도 야구로 해가 뜨고, 야구로 해가 지는 이른바 ‘구도(球都·야구도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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