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호흡

도인과 도사

醉月 2008. 3. 20. 22:32
 

도인과 도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차’에 대해서 잠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차 한잔 하러가자 라고 말하면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지만,

본래 차라고 하는 것은 차나무에서 난 잎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녹차라 불리어지는 것이 바로 ‘차’다.

차가 커피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어절 수 없이 갖게 된 이름이 바로 녹차인 것이다.

왜 난데없이 차이야기를 시작하는가 하면,

시골장터에 가면 아직도 볼 수 있는 싸구려 약장사에게 이름을 빼앗긴 도사라는 단어가,

커피에게 이름을 빼앗긴 차와 닮은꼴이라는 생각에서다.

 

흔히 도사라고 하면 왠지 우스꽝스러운 기벽을 가진 사람들을 상상하는 이유도 도사라는 이름을 도난 당해서이다.

누구에게? 사이비 약장사에게... 그 때문에 도를 닦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사라고 불려지길 바라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이비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인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처럼, 도사는 싸구려 약장수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도인은 도사에게 이름을 빼앗겨서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 해져 버렸지만,

도를 이루기 이전까지는 ‘선비 사’자를 써서 도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도인이란 도를 이룬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도를 닦는 선비를 도사라고 하고,

도를 이룬 이를 도인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도를 닦는 사람들을 모두 통틀어 도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도사라는 좋은 표현이 사이비화 되면서 도사들이 졸지에 도인이 되고만 것이다.

 이렇게 도사들이 자칭타칭으로 도인화 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났다.

즉 진정한 도인 상이 왜곡되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 근래 방송 프로그램에 도인이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보통 산 속에서, 혹은 고도로 조직화되고 대형화된 집단 속에서 오직 도를 얻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복에 지팡이를 들고 무술시범도 보이고,

생식을 위해 나무뿌리를 캐어먹기도 한다.

이것이 방송에 소개되는 도인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방송에 비춰지기 때문인지, 실제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도인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를 얻으려면 조용한 산으로 들어가서 토굴에 틀어박혀 수행을 해야 하고,

하얀 백발에 수염을 달고 있어야 폼이 나며 흰 도포,

최소한 한복에 두루마기라도 곱게 빼입고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위 이슬을 먹고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신선의 모습과 흡사한 도인에 대한 선입관!

그러나 도인이라는 단어의 ‘인’자가 바로 사람 人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인은 도를 이룬 사람일 뿐 신선은 아닌 것이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도인의 외양은 사람이나 그 속내는 신선이다.)

도인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산 속의 도인들이 아니다.

 

사실, 도를 이루겠다며 산에 들어가 고독한 수련을 계속하는 이들은 차라리 남에게 해를 안 끼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정말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사회 속에서 도를 팔아 부와 헛된 명예를 축적하려는 가짜 도인들이다.

 

그들은 선도수련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만족이라는 이름 하에 사이비 종교단체와 다를 바 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치료를 해준다며 돈을 강요하고, 여기를 나가면 기운이 끊어진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기혈을 뚫어 준다며 부녀자들을 노리개로 삼기도 한다.

심지어 소주천 수련에 얼마, 대주천 수련에 얼마라는 식으로 선도수련을 돈으로 팔고 사는 죄악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사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만약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도라면 재벌이나 부유층은 모두가 이미 도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돈이 없는 사람은 아예 도를 닦을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도의 본질과 의리를 생각해 보자. 수련을 돈으로 사고 판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수련을 돈으로 파는 사이비 도인은 그렇다고 하자.

본질을 망각한 채 수련욕심에 눈이 멀어 돈으로 수련을 사는 이들이 잇기에 그러한 사이비 도인들이 발붙일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도 있다.

 

처음엔 건강과 정신안정에 좋다며 선도수련을 권한다. 운동 삼아 가입을 하여 수련을 하다보면,

갑자기 종교적 색채를 띠기 시작하면서 천제를 올린다.

수련진도를 위해 돈을 내야 한다.

조상이 죄가 많으니 천도를 위해 천도식을 해야 한다 등등... 갖은 명목으로 회원들의 돈을 갈취한다.

도를, 하늘을 이야기하는 자들의 모습이 이러할진대 어찌 도에 대한 바른 이해를 구하겠는가?

 

이들은 머지않아 스스로 지은 죄에 의해 스스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하늘의 법칙이다. 선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회를 빌어 모든 분들께 사과의 뜻을 표한다.

도를 완성한 이를 도인이라 부른다면,

도인이 될 수 잇는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

선도를 통해 자신을 완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일까?

선도수련은 호흡수련이다.

흔히 단전호흡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선도수련의 요체라 하겠다.

혹자는 주문수련이 선도수련의 요체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주문수련이란 선도수련(호흡수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환자나 고령의 노인들이

이생이 아닌 다음 생에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곁가지일 뿐,

주된 수련법은 아니다. 즉, 주문만 읊고 있다고 해서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다.

 

왜 호흡수련이 선도수련의 요체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정기신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도의 길을 걸으려는 수련자는 정, 기, 신의 참 이치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참 이치를 알아야 참 이치에 맞는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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