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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부산

醉月 2008. 6. 7. 23:38

Ⅰ 잊을래도

찬란한 아침은 바다에서 열리고 도도한 무대는 우렁찬 오늘이 내일을
투시하는 무성한 숲으로 내일을 밝히리
한가닥 육백리 굽이친 여운마다 낙동강...
오곡은 영글다

금정산의 전설이 도량에 잠들고 애끈한 절규속에 날을세운 태종대
애환를 남긴 흘러간 시간이여
정아랑 걷던 발자국 물결이 스치고 백사장에 묻은 이름 한으로 쌓여

바람이 자고 고고한 달이 파도의 노래를 지키면
오! 정적은 다시 내려라 태초의 신비로운 전설이...
정아의 체온으로 수평선으로 온다
수평선으로 돌아간다

잊었던 이름이 홀연히 생각나면
당신이여 부산으로 오라
정말 오랫동안 당신을 만나지 못하면 이곳으로 발길을 돌려
당신을 찾으리라
고독에 잠긴 선량한 당신을 만나리라
어머니의 마음속에 자리한 당신의 마음을 보리라...

나란히... 나즉히...
어제를 속삭이던 정아의 얼굴처럼
다대포는 즐겁다
생각하는 버릇을 키우고
무리지은 참새들의 사연을 들으며
하구를 건너면 달빛을 받은 갈대밭은
강이래도 좋소
바다래도 좋소
우리들의 마음 포개어 오직 정아를 위한 한 송이 꽃으로 돌아가리라

내마음 속에 가꾸어온 오직 한 송이 꽃으로
정아가 자리한것 처럼...
송도를 휘몰아 태종대 깍아지른 절벽위에 서면
아! 잊었던 청운은 되살아 난다
아! 스치고 간 시간 나의곁을 지나고
낭떠러지를 쳐다보면 도사린 망각의 심연
이렇게 무한한 의미의 수평선

칼을 갈리라
눈물로 몰래 날을 세우리라
상처한 젊음을...
상처의 영광으로 정아 너에게로 가리...
너에게로 가리...
청운을 찾으리...
옛님이 섰던자리...
옛님이 섰던자리...
내가 서보니 말없는 바다에 청운을 남기다

여기 해운대...
가슴을 열다
정아의 마음 한점 구름으로 떠고
한숨으로 메울수 없는 자리
한가닥 삼삼한 수평선...
잊을래도...
잊을래도...
불고간 바람처럼
잊어 버릴래도 별처럼 새삼 빛나는 아름다운 이름이여

잊을래도 잊을래도 차마 그리워
엄마처럼 다정한 피묻은 이름이여
금정산의 향운에 정아의 눈물이 젖는다
조용한 체념 은은한 파문으로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물소리에 세월이 흐르고
바람소리에 전율하는 범종
정아!
우리 모두 손을 거두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Ⅱ 바다에는

바다에는 바다에는 아!
노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애끈한 합창의 무성한 숲을 이루면
바람은 자취없이 씻어가리라
모래톱으로 흘러간 이름처럼 묻히어 가리

오직 남은 망각속에서
바람에 입맞추는 파도여 파도여
그래서 밤을세워 몸짖 하는가
당신의 그림자 노을속에 찾아 헤메던
해변엔 오늘도 노을을 타고
당신이 보내준 들국화 훌러보낸 그 향취는
어느뭍에 안타까이 잠들었으리라

이등서면 저등의 꽃이
저등가면 이등의 꽃이
환희핀 들국화의 손짓으로 하루해를 보내던 나의 소녀는
시집을 가고 아!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았다지
그래도 파도는 설레이는 것을
물살을 쫏는 마음처럼
짚신을 신고 돌를차던
오!
피맺힌 쓰라림이 있기를
그래서 해가 저물도록 파도를 쫏는 내마음에
당신의 마음 포개어 날린다

정아는 욱의 잠든 얼굴을 이불에 묻어두고
바닷가로 나간다
달빛 받으며 바다로 간다
정아의 기막힌 노래를
바람에 날리기 위해서다
정말 알 수 없는 자신을
미궁의 한가운데 한숨의 의미를...
사랑의 의미로
바람이 되어 깜박이는
별나라로 떠나가는
시간의 의미도 무상의 의미인 것을
파도는 타일러 온다

끝내 소리질러 노래하지 못하는
끝내 마음놓아 통곡하지 못하는
응결된 안타까움으로
그래도 나는 한그루의 청정한 나무가 되어
그래서 푸른 하늘을 저 푸른 바다를
그리고 저 우람한 노래를 마음에 새기며
살으리라는 내마음을
파도는 노래해 주는 것이다

 

Ⅲ 겨울이 가면

소리없는 신음의 아우성이 눈물의 여울되어
마음에서 마음의 강철로 식어가는 계절이었다
우리를 버리고 발바닥을 핥던...
날뛰던 앞잡이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부둥켜 안고 기다리던 숨막히는 시간
언니도 오빠도 아가도 흙발에 짓밟혀갔다
아! 꽃잎이 되어 회오리 바람에 시들어 갔다

동구밖으로 나서면 급행이 떠난다
저녁의 노을은 방출성 환자가 토한 임종의 장미
유복이는 갈수록 총살당한 애비를 자꾸 자꾸만 닮아간다
달이뜨면 불쑥 나타날 것만 같애
종이 울리면 다가올 것만 같애

정아---
할 수 있는 마지막 몸짖으로 조국을 움켜지고 살았지
음습한 겨울 눈물을 깨물고
그래도 어린것을 위하여 노래를 불렀지
나홀로 솟구치는 푸른마음
실을 풀어라 산을 넘어라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은 오듯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어오면
아~아~ 헛되지 않아 기도하던 기다림 헛되지 않아
둑은 터졌다
자유의 함성은 삼천리에 메아리 치고
분노로 얼었던 강은 풀렸다

우리 부둥켜 안고
통곡하던 8.15의 노래는 8.15의 노래는 자유의 노래는
그러나 정녕 스며든 한 줄기의 볕삭이었던가
한줄기 꿈이었던가
정아~ 우리들의 길은 멀고먼 숙명의 길이었다
화사하게 피어난 모란 다시 아물고
부끄러운 동족의 상잔
통일의 염원은 휴전의 벽으로 산화하여 밤도 다시 길었다

그리운 만큼이나 투명한 노예일수 있는 행복
당신을 잉태한 꽃병이고 싶었다
그리운 만큼이나 당신이고 싶은
꽃병속의 나올줄 모르는 시간이고 싶었다
시간이고 싶었다

 

Ⅳ 당신이 빛을

당신이 빛을
그래서 출렁이는 바다이래요
창변을 스치는 낙엽이 이름을 불러주는 손짓만으로
행복한 메아리예요
당신이 빛을
그래서 오늘 기도하는 기다림에
고이는 마음은 고요한 숲인가 봐요

당신이 있어야 할 반자리를 메운
입술에 번지는 은은한 여운을 간밤에 들었어요
당신이 빛을
그래 저도 빛으로 되는거예요
넘치는 푸름속에
당신이 빛을...
당신이 빛을...
당신이 빛을 받들고 설때
나의 마음은 기도하는 숲으로 된다
당신의 마음속에 내가 꿈을 받들고 설때
종소리는 승화하는 기쁨으로 된다

숲은 당신의 염원으로 깨어나고
저녁노을은 들길에서 숲을 본다
눈부신 영광이
아~아~ 기다렸던 그날이 이적처럼 온다
영광은 마침내 조국의 품으로 웃으면 돌아온다
아~아~ 조국의 품으로 웃으며 돌아온다
철길 헤메이던 철이도 순이도
눈물을 거두고 돌아온다

이국의 하늘 및 외로운 고혼으로
아~ 얼마나 안타까운 세월인가
선열의 무명용사들 다들 말없이 돌아오다 다들 말없이 돌아오다
통일된 조국의 품으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다
압록강을 달리고 싶던 염원
안개속에 정철하는 다도해의 섬들

아~ 보고싶던 이겨레의 불타는 기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도도한 강물처럼 아우성이 함성이
자유의 불길처럼 타올랐다
정아
숨막히는 나날들 부끄러운 수모를 참고 이겨낸 그 희생위에
아~ 통일의 탑을  받들어 역경은 물러가리

남으로 북으로 철새가 아니래도 마음껏 날개를
당신은 외로운 밤을 견디게 하고 슬픔을 보람으로 빛낸 당신은
정말 당신은 나의 장한 빛
오직 당신만이 찬란한 겨레의 보람이었다
아~ 오라 다들 오라 조국의 품으로
고독을 거두고 눈물을 거두고
아~아~ 우리 오천만 뜨거운 포옹으로 조국을 노래하자
나의 조국 우리의 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