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김운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_01

醉月 2013. 10. 13. 01:30

 

델타 8988의 걸음마

□ 아마게돈(Armageddon) : 신(神)께로 가는 길

1987년 서울, 까치(오혜성)가 다니는 고교에 마리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날 이후로 킬러(killer)들이 까치를 찾아옵니다. 마리는 그를 보호하려고 온 힘을 다하지만, 까치는 킬러들이 쏜 루이스턴 광선을 맞고 죽게 됩니다. 꿈같은 혼수상태에서 까치는 한 여인을 만나는데, 그 여인은 "나의 이름은 가이아(Gaia)입니다. 지금 우리가 만난 이곳은 대뇌피질 속입니다. 지금 당신은 죽었습니다. 우리 둘이 합체를 해야만 부활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부활한 까치는 위기에 빠진 2150년대의 지구를 향해 타임 터널(time tunnel)로 들어가려던 순간 다시 26차원의 신화의 세계로 굴러떨어져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암살 위협에 시달리면서 헤쳐 나옵니다.

2157년, 고도의 과학력을 자랑하는 외계인 '이드(Id)'가 지구를 침입하여 쑥대밭을 만듭니다.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그때까지 남극 바다 밑에 숨어 있던 아틀란티스(Atlantis)의 후예 '엘카(Elca)'는 초자아 컴퓨터 델타 8988의 도움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인물을 찾는데 그가 바로 까치였던 것입니다. 엘카 특수요원 마리는 그를 미래로 데려갈 임무를 띠고 까치를 찾아왔지만 이를 간파한 '이드' 역시 킬러를 보내어 까치를 죽인 것이지요. 그리고 까치가 신화의 세계에 빠진 것도 이 '이드' 원로원의 계략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까치(지구의 세계)와 '이드' 간의 끝없는 전쟁의 과정에서 회의하던 이드군 총사령관 케사로스는 자신들이 컴퓨터에 의해 창조된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들을 창조한 컴퓨터 시그마 6666을 만나려 합니다. 수많은 고난과 우여곡절을 거쳐 2150년의 미래로 오게 된 까치는 엘카의 여왕 퀸 헤라를 만나 특수훈련을 받고 케사로스와 최후의 결전을 치릅니다.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지만, 전쟁 속에서 우주와 지구의 탄생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까치는 자신과 모든 지구 인류의 창조주 델타 8988을 만난 다음 사건의 원흉 시그마 6666과 시그마 6666은 물론 델타 8988 등 초지능 컴퓨터를 만들어낸 앗시리아인(Assyrian)들을 찾아가서 이 모든 전쟁과 파괴의 원인은 무엇이고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를 묻고자 합니다.

결국 까치는 그 앗시리아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까치는 엄청난 이야기를 듣습니다.

"먼 옛날, 은하계로부터 60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운(星雲)에는 앗시리아인(Assyrian)들에 의해 건설된 초고도의 문명이 있었다. 고도 문명의 발달로 삶이 파괴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우주 생명체를 찾아 나설 계획을 세우지만 어디에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문명을 창조하기로 결심한다. 우주를 항해하며 생명창조의 가능성이 있는 행성들에 진화를 도와주는 슈퍼 컴퓨터를 심기로 한다. 그래서 9999개의 초자아 컴퓨터가 전 우주에 뿌려지고, 먼 훗날 지구라 불릴 행성에는 8988이라는 고유 번호를 받은 컴퓨터가 투하된다. 우주 저쪽 끝인 마스에는 감마 6666이 투하된다. 이들 초자아 컴퓨터는 각각 그 행성에 있던 생명체들을 진화시켰다. 8988 컴퓨터의 지구는 온건하고 이성적인 인류가 번성을 하게 되고 마스 즉 감마 6666 컴퓨터의 행성은 호전적인 종족 이드가 문명을 발전시킨다. 그런데 이 이드가 지구를 침공한 것이다. 이 상황을 처음부터 예상했던 지구의 8988 컴퓨터는 최후의 전쟁에서 지구를 구할 전사를 미리 설계하였고 이 전사가 바로 한국의 서울에 사는 까치(오혜성)였다."

이드와 지구인들의 최후의 결전 그것이 바로 아마게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같은 시기에 생겨난 성격이 다른 종족이었던 것이죠. 수많은 피와 희생을 치른 최후의 결전 속에서 지구와 이드의 그 모든 찬란했던 문명들은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까치는 그 앗시리아인에게 묻습니다. 최후의 전쟁, 그 전쟁의 원인은 무엇이고 왜 그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자 그 앗시리아인은 "모든 것이 내 소설(novel)의 내용이고 모든 것은 이미 프로그램화되어있었던 것이지. 그 수많은 진화(evolution)의 과정도 다 소설의 일부이고 예수와 부처, 공자도 모두 내 소설의 일부일 뿐이야. 모두 예정된 것이었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그 모든 것이 초고도문명의 행성에 사는 한 소설가의 '우주과학소설(SF)'이었다는 것입니다. 까치는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앗시리아의 과학에 비해 워낙 구식 총이었기에 오히려 그 소설가는 죽고 말지요.

이것이 1988년부터 몇 년에 걸쳐 만화 전문잡지 <아이큐점프>에 연재된 '아마게돈'이라는 만화입니다. 만화가 단순히 만화가 아닌 것이죠. 제가 중학교 이후 만화를 거의 본적이 없었지만, 당시 아내의 집요한 협박 때문에 이 만화를 대충이나마 열심히 보았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현학적이고 현란한 수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에 대해 많은 시사를 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특히 결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아마게돈 선전포스트.

실제로 소설의 역사를 보면 시간이 많았던 농경시대에는 장편소설이 유행합니다. 대부분의 소설들은 풍경 묘사만 서너 페이지에 달합니다. 허만 멜빌(Herman Melvile, 1819-1891)이나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의 소설을 읽다가 진이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 재미있다고 하는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 1900~1949)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다 보는데 3개월도 더 걸렸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올수록 장편(長篇)은 퇴조하고 단편(短篇)이 유행합니다. 바쁜데 언제 다리 뻗고 앉아서 하릴없이 책만 보겠습니까? 그러다가 미디어(media)의 시대가 도래하니, 소설도 퇴조하고 TV 드라마와 영화가 활개를 칩니다. 그것도 대중들이 시큰둥하자 이제는 '다큐드라마(docudrama)', '리얼다큐(Real documentary)', '로드다큐(Road documentary)'가 대세를 이룹니다. 사람들은 좀 더 사실적이면서도 눈으로 대신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드라마, 각본 없는 드라마"를 요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반영한 것이 바로 피터위에(Peter Weir) 감독의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도 평면적인 것을 떠나서 입체영상(3D, 4D)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홀로그램(hologram)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게돈>처럼 대형 드라마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와 유사한 형태의 소설은 100년 안에는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컴퓨터는 아마 100년 안에는 초자아 컴퓨터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엄청난 컴퓨터의 진화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대비하여,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져 갑니다. 앞으로 미적분은 고사하고, 곱셈∙나눗셈도 못하는 대학생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8988과 같은 초자아 컴퓨터가 지금 우리 주변에는 과연 있을까요?

정답은 "예스(Yes)"입니다. 그 8988이 걸음마를 하고 있죠. 그는 아마 밀물의 속도(velocity of flow)로 우리 곁으로 끝없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입니다.

(1) 시스템, 그대 이름은

이제 시스템(System)이란 너무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제대로 된 성질을 이해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미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패러다임이 변하려 하면, 시스템이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그리 간단히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시스템에 대하여 한번 정리해보고 그것이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시스템이란 서로 다른 요소들이 공통의 목표(common goal)를 이루기 위해 유기적(organic)으로 상호 작용하는 집합체를 말합니다. 시스템의 의미에는 ①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요소의 집합 ② 복합적이고 복잡한 단일체 ③ 공통의 목표 혹은 지향점 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시스템 이론은 베르탈란피(Karl Ludwig von Bertalanffy, 1901~1972)에 의해 제창된 후로 사이먼(Simon)과 밀러(Miller) 등에 의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 1916∼2001)은 조직(organization)의 정보 처리 과정이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정보처리를 할 때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씩 순서대로 해결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인간의 기억요소를 단기기억요소와 장기기억요소로 나눈다고 주장하면서, 조직의 정보처리 과정도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에 매우 유사하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즉 조직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① 어떤 것을 감각하여 받아들이는 요소(receptor : 환경으로부터의 정보를 감지 - 사람의 경우 눈, 코, 입 등), ②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요소(processor : 모든 계산 및 판단을 수행 - 사람의 경우 두뇌 및 소화 및 흡수 기관), ③ 처리된 정보를 기억하는 요소(memory) 등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1)

▲ 사이먼(Herbert Simon, 1916∼2001)
밀러(James Grier Miller, 1916∼2002)는 세포에서부터 시작하는 모든 살아 있는 시스템이 갖는 공통점을 연구하여 살아 있는 시스템이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기능(기본 요소)을 크게 ① 물질적 변환 기능군(matter-energy conversion functions) ② 정보처리 기능군(information processing functions) ③ 혼합 기능군(mixed functions) 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사이먼의 견해를 보다 정교하게 이론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이 시스템 이론은 사회과학(정치학, 사회학)에도 광범위하게 도입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시스템이라는 말은 베르탈란피의 일반시스템이론(GST, general system theory)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시스템 개념에 대한 정교한 이론적 체계는 제대로 정착된 상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 이론이야말로 미래의 패러다임에 관한 연구에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이론은 파슨스(Talcott Parsons)나 루만(Niklas Luhmann) 등에 의해 사회과학에 적용되었으며 이후 경영학의 조직론에도 광범위하게 도입됩니다. (2) 여기서 우리는 이 복잡한 시스템 이론을 전면적으로 검토할 것은 아니지만, 그 핵심 개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에 얼마나 유용한 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구심력과 원심력 : 시스템으로 보는 사회

먼저 간단히 시스템의 기본 요소들을 살펴보고 넘어갑시다. 시스템의 5대 기본요소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입력(input), 제어(control), 처리(processing), 출력(output), 환원(feed back) 등입니다. 컴퓨터 시스템은 우리가 키보드(key board)를 통해서 입력하면 통제 장치가 이를 처리하도록 지시하고 그것이 스크린(screen)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 신체(body)와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 일반적인 시스템의 기본 요소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우리의 뇌(brain)의 통제(control)하에서 음식물을 먹고(input) 소화 시켜(processing) 에너지를 발생시키고(output) 나머지는 배설합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충분하면 뇌는 다시 에너지 섭취를 중지시켜 에너지 유입을 차단하는 환원(feedback)의 과정을 밟게 됩니다. 우리가 만든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도 결국은 무의식적으로 우리 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가 있죠.

따라서 시스템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우리 몸(body)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몸은 서로 다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살아야 한다'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하여 서로 협력하면서 모여 있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우리 몸 각각의 기관에 모두 좋은 약(藥)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왜냐하면, 우리 몸은 서로 다른 요소들과 성분들의 집합체인데 모든 요소에 골고루 좋은 약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치아(tooth)와 위장(stomach)은 서로 다른 종류의 구성요소지요. 그러니 치아에 좋은 것이 위장에 반드시 좋을 수가 없는 것이죠. 가령 불소(F)는 치아에는 좋지만 위장에는 독(毒)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항상성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되겠다는 것을 시스템이론은 말해줍니다. 산삼(山蔘)이나 인삼(人蔘)이 좋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시스템 이론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different) 요소들의 집합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리고 그 서로 다른 요소들이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되어있다 점도 중요합니다. 즉 시스템의 유지에는 서로 다른 요소(different factors)와 유기적 관련성(organic relationship)이 필수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상당히 모순된 말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란 각자가 자기 운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시스템이 제 구실을 하려면 각각의 요소들이 가진 개별성 성향 즉 원심력(遠心力 : centrifugal force)과 그 시스템의 목표에 부합하는 구심력(求心力 : centripetal force)의 균형에서 시스템이 유지가 된다는 말입니다.

▲ 원심력과 구심력(왼쪽 붉은색은 구심력, 오른쪽 파란색이 원심력)

대개 모든 요소들은 중심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원심력 또는 중심을 향한 구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원심력과 구심력이 항상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변의 상황에 따라 원심력이 구심력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고 구심력이 원심력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아가 겉으로 보기에는 강한 구심력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외형적으로 원심력을 가진 듯해도 결국은 구심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의 경우를 보면 극심한 정경유착(政經癒着)으로 축재하는 재벌이나 극좌파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쪽은 철저히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하는 듯하고(구심력) 한쪽은 철저히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듯이 보여도(원심력) 사실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경유착성 재벌은 현재의 시스템을 철저히 지키려는 구심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스템의 구성원들에게 많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구성원들의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즉 시스템에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극좌(원심력)는 위험한 만큼 구성원들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나름대로는 사회를 균형적 역할도 합니다. 즉 구심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른 바 메기효과(catfish effect)라고 합니다. 즉 어장 속에 포식자인 메기를 넣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먹히지 않기 위해서 움직임이 빨라져 생기를 잃지 않아 생존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죠.(3)

그러면 어떤 시스템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살아있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매우 유연한(flexible) 것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보세요.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soft) 수분에 젖어있으며(wet), 대체로 둥근(round)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죽은 것들은 대체로 딱딱하고(hard) 각(角)으로 되어있으며 수분이 없다(dry)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시스템의 본질은 바로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구성요소들이 서로 지나치게 핍박하지도 말아야 하며 유연한 구조로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형태의 시스템이라는 말이 됩니다.

시스템은 시간(time)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게 되어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오래 사용하게 되면 노화하게 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줄 정도의 업무처리를 한다거나 잦은 수정(modification)을 가함에 따라 시스템은 약화하고 못 쓰게 됩니다. 특히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정보시스템(IS, Information System)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프로그램(program)이란 컴퓨터를 운용시키는(operating) 명령어들(instructions)의 집합입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들은 특정한 컴퓨터 언어(language)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에 다른 언어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접합하거나 함부로 수정을 가하게 되면 시스템은 탈이 나게 됩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탈이 나는 것을 좀 어려운 말로 시스템 엔트로피(entropy)가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즉 무질서(disorder)가 증가하는 것이지요. 가령 여름에 즐겨 마시는 빙수가 따뜻한 방에서 녹는 경우를 보면 (수소)결합되어 있던(얼음) 있던 물 분자의 분리가 증가하는 것이니 엔트로피 즉 무질서의 정도가 증가하는 것이죠.

엔트로피(entropy)라는 말은 에너지(energy)라는 말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 정의된 말이고 반대 개념은 엔탈피(enthalpy : 물질 속에 축적된 에너지 함량)입니다. 엔탈피는 질서(order)와 연결된 개념이고 엔트로피는 무질서(disorder)와 연결된 개념입니다.(4)

이런 개념으로 사회를 보면 어떨까요? 미국이나 일본, 서유럽의 국가들은 사실상 결혼제도나 가정이 붕괴하였거나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1인 가정이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경제 주체(economic actor)가 변한 것이죠. 한국 사회도 이제는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가정 - 학교 - 사회 등이 사정없이 무너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농경시대에서는 효율적이었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구조(patriarchy)를 현재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지속해서 유지하려다 보니 가정의 공통 목표(happiness)가 상실되고 유기성(organic relationship)이 떨어지니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지요. 시스템적인 시각에서 가정을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행복한 가정(happy home)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학교나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뇌(brain)는 특정한 쾌락(pleasure)들에 의해 중독(addiction)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원래 쾌락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욕이나 성욕 등은 항상성의 유지에 불가결했기 때문에 쾌락적이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인간이 이성(reason)을 가지면서 항상성 유지를 위한 것(pleasure for homeostasis)이 아니라 '쾌락을 위한 쾌락(pleasure for pleasure)'에 집착(중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항상성을 파괴하는 행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기독교에서 말하는 악마의 원래 모습이 천사였듯이 말입니다.

이런 과정들을 시스템적으로 말하면 프로그램화(programming)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 몸에는 좋지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특정 영역에 큰 쾌락이 발생하면 그것에 함몰되어 습관화(프로그램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실패합니다. 즉 우리 몸의 시스템의 위기(crisis)가 오는 것이지요. 이 경우 우리 몸이라는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명상이라든가 참선(參禪)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명상이나 선을 오래 하게 되면 쾌락을 다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쾌락의 본질을 궁구하여 한발 뒤로 물러설 수 있게 하는 것이겠지요.

사회나 국가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시스템을 건강하게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이 필요하지요.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문이나 언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문과 언론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국가의 산업은 철저히 시장논리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학문이나 언론까지도 그렇게 되면 그 사회나 국가는 미래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론은 지나친 애국주의(patriotism)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 이론의 시각에서 사회를 보면, 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개인의 다양한 변화들이 감지됩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미 현대 사회는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보다 기계적인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하부구조는 이미 기계적인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수많은 시스템들이 이제는 통합되고 있고 더욱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하부구조(下部構造, substructure 또는 infrastructure)는 이미 시스템통합(SI, system Integration)이 고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 하부구조를 좀 더 쉬운 방식으로 살펴보면서 미래 패러다임의 방향을 생각해봅시다.

(3) 미래의 주인, DBMS

현대 사회 시스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바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DB : Data Base)가 존재합니다. 마치 컴퓨터가 이 사회의 모든 잡무들을 처리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릭라이더(J.C.R.Licklider, 1915∼1990)의 소망대로 'DB의 세상'이 있습니다. 잠시 이 DB를 간단히 보고 넘어갑시다. 왜냐하면 이 DB를 관리하는 프로그램(DBMS)이 인공지능화하게 되면 바로 미래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DB의 뜻은 데이터베이스(Data Base) 즉 자료기지 또는 자료 창고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자료를 그저 막 쌓아둔 것입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순서와 절차에 따라서 제대로 정리한 창고이죠.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이 DB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의아하실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DB가 바로 각종 사전들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전류는 대표적인 DB입니다. 우리 주변의 예를 들면, 영어사전은 abc 등의 순서대로 모든 단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영어 사전의 사용법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DB인지 몰랐을 뿐이죠. 다만 요즘의 DB는 사전 사용법과 같은 프로세스(process)도 전자화되어 있다는 차이는 있죠.

정보화시대에 데이터는 어떻게 생성될까요? 데이터가 있어야 데이터 기지를 만들든지 데이터 창고를 만들 게 아닙니까? 데이터의 원초적인 시작은 0, 1 즉 디지트(digit)에서 비롯됩니다.

비트(bit) 아시죠? 비트(bit, binary digit : 1개의 2진 숫자로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정보량)는 컴퓨터에서 다루는 정보의 최소단위로 0과 1로 나타냅니다. 이것은 마치 TV 등의 버튼식 스위치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on-off 동작으로 on은 1 off는 0이 됩니다(2진수). 예를 들면 전등이 켜지면 1, 꺼지면 0이 되는 식이죠. 이 비트는 메모리나 디스크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되는데 비트가 7∼8개 모여서 1 바이트(byte)가 됩니다.(☞ 미니해설 <0과1로 표현하는 세상> 참고) 이것을 컴퓨터 코드(code)라고 하는데 이것을 마치 소포꾸러미(packet)처럼 묶어서 정보통신의 데이터로 사용하게 됩니다. (5) 즉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메일(e-mail) 등 각종 정보통신 데이터는 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죠. 여러분이 자주 보는 bps(bits per second)는 1초간에 전송되는 비트 수를 말하게 됩니다.

바이트(byte)를 기초로 해서 각종의 데이터들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즉 데이터(Data)란 현실세계에 대한 관찰이나 측정을 토대로 수집한 사실이나 값(value)뿐만 아니라 개념, 명령 등을 인간이나 자동기계가 통신해석 처리하기에 적절한 자료형태로 표시한 것인데 이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봅시다.

▲ 필드(field)와 레코드(record).

위의 표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테이블(표)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으로 DB를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표 ①]에서 보면 가로줄에는 품목, 공급자, 수량 등이 있는데 이것을 필드(속성)라고 하는데 DB 용어로는 애트리뷰트(attribute)라고 하고 오렌지 포도 사과 / 2 2 1 / 10,000 20,000 30,000 등은 레코드(record)라고 합니다. 이 레코드를 DB 용어로는 엔티티(entity)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로축인 필드(field), 세로축인 레코드(record)로 테이블(table)이 만들어지는데 이 테이블을 파일(file)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가로축과 세로축은 사실상 무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레코드나 필드는 단순히 2, 1 등과 같은 숫자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 한 편도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 둡시다.

그러면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파일(file)이라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도 느껴질 텐데요. 여러분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 Word)나 한글 워드(hwp) 등을 사용했을 때 만든 파일도 파일이고 이 테이블도 파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보 통신과 관련된 용어들은 하나의 용어가 확장되어 마구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마치 영어에서 의문사 who가 관계대명사 who로도 쓰이는 식입니다).

바로 이 파일(테이블)들의 집합체가 바로 DB입니다. 그러니까 DB란 필요한 테이블을 무수히 만들고 내가 필요할 때 그 테이블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그때그때 뽑아내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지금까지의 내용을 좀 더 도식적으로 이해해 볼까요?

비트(bit) → 바이트(byte) → 필드(field)ㆍ레코드(record) → 테이블(table) → DB

어떤가요? 간단하지요? 좀 어려운 말로 정의해 보면, 데이터베이스(DB)란 사용자 즉 정보이용자가 쉽게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실제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일관된 형식과 문법에 따라 정의해 놓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각종 책(books)들도 다 DB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DB는 세상에 늘려있는데 왜 이 시대를 'DB의 시대'라고 부르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즉 비트로 구성된 테이블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DB를 만들어 전자화(電子化 : 디지털화)시킬 필요가 꼭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정보는 디지털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한 예로 사전을 보세요. 인쇄된 책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오류가 나도 수정이 어렵고 새로운 용어가 나와서 즉각적으로 실을 수가 없습니다. 또 책을 만드는 작업에는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워낙 새로운 용어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사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DB를 만들어 사용하게 됩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6)

그러면 DB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가장 간단하게는 마이크로소프트 액세스(MS Access)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컴퓨터를 켜시고 시작을 누른 후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면 MS Access가 나옵니다. 바로 그것으로 만들면 쉽지요. 특히 MS Access의 마법사를 이용하면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경우에는 오라클(Oracle)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나 학교에서는 오라클을 사용합니다. 오라클을 사용하는 DB는 사실상 무한확장이 가능합니다.

▲ 오라클 프로그래밍

그래도 여러분은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테이블로 DB를 만든다고 했는데, 그 테이블이라는 것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얼마나 많을 텐데, 그것을 일일이 만들고 찾아낸다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키(key)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교의 DB에는 교수 테이블(Professor table)이 있고, 학생 테이블(Student table)이 있고 강좌 테이블(course table)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어떤 교수의 과목을 수강하게 되면 교수 테이블과 관계(relation)를 맺게 되지요? 그 경우 이 두 테이블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키(key)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보면 학생들은 학번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교수도 나름대로 이름을 가나다순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교수 번호(코드)를 받게 되는데 그것으로 학생 테이블과 연결이 되지요. 그래서 여러 가지 테이블을 연결하는 매개가 바로 키(key)가 됩니다.

바로 이 키를 이용하면 온갖 종류의 테이블들이 하나의 관리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처럼 DB가 하나의 관리 시스템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을 바로 데이터베이스 매니지먼트 시스템(DBMS,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 Data Base Management System)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DBMS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정보 인프라스트럭처(information infrastructur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간단한 형태의 DBMS 구조입니다.

▲ 간단한 형태의 DBMS 설계도(ER diagram).

DBMS는 이 개체나 속성을 사실상 무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키(key)를 통하여 각 분야의 다른 형태의 DBMS와 연동할 수 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현대 사회의 하부구조(substructure)는 이미 시스템통합(SI, system Integration)으로 고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회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형태의 DBMS들이 서로 합쳐지게 되면, 우리가 앞에서 보았던 델타 8988과 같은 초자아 컴퓨터와 같은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공학적인 요소들이 결합하겠지요. 사람이 만들었지만 결국은 사람을 지배하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DBMS의 성립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굳이 이 설명을 드린 이유는 이 DBMS의 향방과 미래의 패러다임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비롯한 각종의 패러다임을 연구할 때 그 내부의 구성요소들에 대해서 매우 정교하게 배웁니다. 그래서 그 요소들이 변화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자주 살피게 되는 것이듯이 이 DBMS의 향방이야말로 미래의 하부구조를 강력하게 지탱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암울한 얘기지만, 아마 미래는 이 DBMS가 인공지능을 가지게 되면서 인간을 지배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인간의 삶은 유한합니다. 아무리 아인슈타인(Einstein)이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같은 천재가 있다 해도 그의 삶은 길어도 100년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DBMS에는 죽음이 없습니다. 결국, 이 싸움은 DBMS가 이기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패러다임은 H∙M 시스템(인간과 기계의 퓨전시스템) 또는 M-H 시스템(기계가 주가 되고 인간이 종이 되는 시스템)에로의 변화가 거의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기계가 가진 수십 년, 수백 년의 지식을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하부구조는 DBMS로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미래의 패러다임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이 DBMS는 인간(H)의 도움으로 끝없이 자기의 영역을 확대할 것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만든 기계로부터 결국 종속되고야 마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래의 패러다임은 인간과 인간의 타협과 투쟁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와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당장 우리 세대에 닥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기계가 과연 인간과 타협이나 거래를 할 수 있을 지가 걱정입니다. 인간은 인간을 위해 무엇을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나 인간을 지배하려 합니다. 유럽의 천 년을 암흑으로 만든 기독교가 그렇고 스탈린의 공산주의도 그러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시한번 <공산당 선언>의 구절을 상기하게 됩니다.

"현대의 부르주아 사회는 자기가 주문으로 불러낸 지옥의 세계의 힘을 더 이상 통제할 수가 없는 마법사와 같다(Modern bourgeoisie society is like the sorcerer who is no longer able to control the power of the nether world whom he has called up by his spell.)."


본문 미니 해설 : 0과 1로 표현하는 세상

컴퓨터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비트(bit) 형태로 나타내어 정보를 처리한다. 2진법(또는 2진수 체계)은 컴퓨터의 모국어(native tongue)라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이진법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언어와 사람의 언어를 연계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이것을 컴퓨터 코드(code)라 한다. 컴퓨터는 단지 0과 1만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컴퓨터에 전달되는 메시지를 2진수의 형태로 번역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컴퓨터로부터의 메시지는 2진 수로에서 부터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로 번역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CPU가 11001000 11001001이라는 EBCDIC 메시지를 디스플레이 장치에 보내면, 'HI'가 화면에 나오게 된다.

ⓒ김운회

역으로 우리가 키보드에서 'paradigm'을 치면, 컴퓨터의 내부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자연어(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부호를 0과 1로 번역한다. 즉 데이터나 프로그램이 컴퓨터나 그 보조 장비들 사이로 전송될 때는 A, B, C…… 등이 기계어로 번역되는데, 이 때 2진법의 코드가 필요하다. 이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 EBCDIC(엡시딕), ASCⅡ(아스키)와 같은 고정 길이(fixed length)의 2진법 기반 코드이다. 대부분의 컴퓨터들은 EBCDIC이나 ASCII 가운데 하나의 코딩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여 이를 자신의 고유한 코드로 전환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ASCII(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 코드는 ANSI(미국표준연구소: 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에서 IBM을 제외한 많은 컴퓨터 업체들이 공동 개발하여 컴퓨터에서 사용되고 있다. 원래 , 즉 128개의 문자를 나타낼 수 있어 대부분의 필요한 문자나 숫자, 색상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아스키 코드는 7bit의 코드로 설계되었으나 ASCII-8이라는 8비트 버전(bit version)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숫자 1,2,3,…… 등과 A,B,C,……를 표현하는 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김운회

역으로 이와 같이 EBCDIC 코드는 한 바이트가 8bit로 구성되어 있고, ASCII 코드는 한 바이트가 7 bit으로 구성되어 있다. 8 bit로 하나의 문자를 나타내면 상위(맨 앞)의 4 bit는 zone bit, 나머지 하위(뒤)의 4bit는 digit bit라고 한다.



□ 필자 주석

1. 선별적으로 빨리 잊는 것을 단기 기억이라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 기억이 지속해서 유지되는 것을 장기기억이라고 한다. 장기기억은 마치 디스켓처럼 기억을 보존하는데 문제는 이 장기 기억 들 가운데 살면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종종 나타난다는 보고들이 있다. 여러 가지 실험들을 통하여 사람에게는 경험적 사실이 아닌 경우에도 가지고 있는 장기기억들이 있으며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previous life)이나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 말하는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 Collective Unconsciousness)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2. 현대의 시스템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발전해왔다. 예를 들면, 오덤(Howard T. Odum, Eugene)과 카프러(Capra)의 생태시스템(ecological systems), 센게(Peter Senge)와 같은 경영과 조직이론(organizational theory and management), 스완슨(Richard A. Swanson)의 논문에 바탕을 둔 인적 자원 발전이론(Human Resource Development), 하몬드(Debora Hammond)와 몬투오리(Alfonso Montuori)등의 교육학 이론 등이 있다.

3. 옛날 북유럽의 어부들이 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Pacific herring)를 운반하는데 청어의 천적인 메기와 함께 수조에 넣어두면 청어가 메기를 피하느라 싱싱하게 살아있어 목적지까지 운반할 수 있었다고 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4. 엔트로피 개념은 1865년 클라우지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1888)에 의해 거시적으로 정의된 것이다. 엔트로피는 트로피(희랍어로 변형의 뜻)를 에너지라는 단어에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 생성된 것이었다. 엔트로피는 물체의 변형용량이라고 보면 된다. 열이 한 물체로부터 그보다 낮은 온도의 또 다른 물체로 이동하게 되면, 역학적 에너지의 절대적 낭비가 있게 된다. 이 경우 에너지의 낭비를 에너지의 변형으로 본 것이 바로 엔트로피 개념이다. 클라우지우스는 이러한 엔트로피 개념으로 우주의 두 가지 근본법칙을 도출하였다. 그것은 첫째,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 둘째,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때 전자는 열역학 제1법칙, 후자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Thomson, on a Universal Tendency in Nature to Dissipation of Mechanical Energy, 1856, Clausius 1854. 김영식,<과학사 개론>, 제24장<에너지와 엔트로피>(다산출판사 펴냄, 1986).

5. 패킷(packet)이란 특정 형식으로 배열되어 전송되는 데이터 및 제어 비트열을 말한다. 패킷은 하나의 소포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즉 컴퓨터네트워크 내에서는 긴 메시지는 교통체증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므로 메시지를 1,000∼2,000bit 정도로 구분하여 각각 수신부호를 붙여 송출하는데, 이렇게 메시지를 작은 꾸러미로 나눈 것을 패킷이라고 한다. 메시지의 종착지에서는 이를 다시 재조립한다.

6. DB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① 전문지식이 없는 사용자라도 이용하기 쉽고, ② 응답시간이 짧아야 하고,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① 자료의 진화 즉 변동자료의 입력(up-grade)과 수정이 쉽고 자료기지의 확장 가능성이 커야하며, ②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때에 자료의 원상복구가 쉬워야 하며 자료의 보안유지가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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