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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이 웃어야 인생이 편하다

醉月 2010. 2. 17. 09:22

관절이 웃어야 인생이 웃는다
‘국민병’ 관절염, 운동이 최선의 예방법 … 바른 자세와 체중 관리도 중요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모호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골목이나 마을 어귀에는 봄이면 햇볕 좋은 자리, 여름이면 큰 그늘을 만드는 아름드리나무 밑에 큼지막한 평상이 놓여 있었다. 그곳은 늘 동네 어르신인 할머니들의 차지. 늙어 운동력과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그곳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게 생의 낙이었다. 골목문화가 사라지고 농촌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경로당이나 노인회관이 생겨났지만 그곳을 찾는 이들은 드물다. 동네를 떠나 그곳까지 걸어가는 것 자체가 고역인 노인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다리 관절염에 걸린 노인들은 이제 아파트 안에 갇혀 잘 들리지도 않는 TV 채널만 돌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노인에게 100세까지 사는 현실이 과연 얼마나 행복하게 느껴질는지.

관절염 환자가 너무 많다. 회갑이 지난 어르신 중에서 “아이고! 다리야, 어깨야, 팔이야”라며 관절마다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성 노인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 2007년 정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녀 통틀어 60대는 10명 중 3명(28.9%), 70대 이상은 4명(37.6%)이 관절염을 호소한다. 10명 중 2명을 넘지 못하는 남성 노인에 비해 여성은 60대의 41.8%, 70대 이상의 48.5%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 숫제 절반이 관절염 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절염으로 매년 6400억원 손실 … 살인에 자살까지

2000년대 들어 관절염은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고지혈증)을 제치고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의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 됐다. 10여 년 전인 1998년 통계와 비교해도 다른 만성병보다 유병률의 증가폭이 크다. 60대 이상 여성 노인의 경우 매년 1% 이상씩 유병률이 상승하고 있다. 만성질환마다 ‘국민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국민병’의 진정한 으뜸은 바로 관절염.

매년 관절염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도 국내총생산(GDP)의 0.11%에 해당하는 약 6249억원에 달한다. 이는 요통·좌골통(4233억원), 사고·중독(3602억원), 위염·소화성궤양(2627억원), 뇌졸중(1930억원), 당뇨(1406억원)로 인한 손실액보다 1.5~3배 높은 수치로, 질환의 생산성 손실액으로는 독보적 1위다. 정신적 피해도 크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 중 과거 1년간 슬픔이나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여성의 경우 74.1%, 남성은 67.1%에 달했다. 또한 관절염 환자의 26.7%가 늘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환자의 비율도 31.2%나 됐다.

관절염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손모(68·경기 안양시 동안구) 할머니는 남편인 강모(72) 할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한 뒤 자신의 머리도 내리쳤지만 미수에 그쳤다. 손 할머니는 평소 관절염과 우울증으로 거동까지 불편한 남편에게 “치료할 돈도 없는데 같이 죽자”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관절염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커져가는 이유는 고령화와 수명 연장에 있다. 관절염은 말 그대로 온몸에 있는 206개의 뼈와 뼈 사이에서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100개 이상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관절염은 질환의 세부 종류만 120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또 잘 알려진 질환이 바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관절염이다. 통계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의 83%가 50대 이상이다. 나이 든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관절염 환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이 관절염에 유독 약한 까닭은?

퇴행성관절염은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의 물렁뼈, 즉 연골이 닳아 생기는 질환. 연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모가 심해져 종래에는 뼈가 맞부딪치게 되는데, 그럼 차츰 통증이 심해지다 염증이 생기고 관절의 운동 기능마저 급격히 떨어진다. 관절에 물이 차 붓기도 하고, 다리가 뻣뻣해지며, 움직일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나 우두둑 소리가 나기도 한다. 심하면 무릎이나 어깨가 구부러지지 않거나 다리가 O자형으로 휜다. 어깨, 팔목, 발목은 뼈 자체에 기형이 오기도 하는데 최악의 경우 걸을 수도 없고, 팔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가벼운 노환’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질환이 되는 것이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퇴행성관절염을 부르는 주범이다. 그 자체로 바로 관절염이 생기지는 않지만, 관절에 부상을 입은 후 방치하거나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또는 무리한 압력이 지속적으로 관절에 가해지면 연골이 급속히 마모되면서 젊은 나이에도 퇴행성관절염이 찾아온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팔목관절, 껌을 많이 씹는 사람은 턱관절, 점프 동작이 많거나 다리를 혹사하는 운동선수들은 무릎관절에 염증이 생겨 고생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이 하는 평범하고 지속적인 운동은 인대와 근육에 생긴 부상을 방치하지만 않는다면 큰 지장이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

10년 전보다 20대 관절염 환자가 크게 늘어난 점도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인대와 근육 부상을 방치한 데서 기인한다. 1998년 0.7%대에 머물던 20대 관절염 유병률은 2007년 1.9%까지 늘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상훈 교수는 “정상 관절로 달리기와 마라톤 같은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관절염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든 일반인이든 무리한 운동과 잘못된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관절 내 여러 조직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조직이 망가지면 관절의 퇴행성 변화 및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도 “인간과 동물실험에서 전방십자인대와 반월판의 손상은 관절 연골의 손상을 유발한다고 밝혀졌다. 발목관절염은 발레 무용수, 팔꿈치 관절염은 투수, 중수수지 골관절염은 권투선수에게 흔한 반면, 일반인에게는 이런 부위의 관절염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심한 외상을 제외하면, 특정 운동과 관절염 발생의 확실한 인과관계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골의 퇴행성 마모 외에도 관절 혹사가 관절염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관절은 뼈와 뼈 끝부분을 에워싼 연골과 관절을 둘러싼 관절막, 그 속에 든 활막, 영양분을 흡수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활액, 인대, 근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부상이나 과도한 사용, 무리한 압력 등이 관절에 가해지면 활막, 뼈 등에서 염증 물질이 분비돼 연골 분해(마모)를 촉진한다.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 그중에서 여성이 유독 관절염에 많이 걸리는 이유도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입식 생활을 하는 서양인은 엉덩이관절염, 즉 고관절염 환자가 많은 반면, 좌식 생활을 하는 동양인은 무릎관절염이 많다. 구들장 문화를 가진 한국 사람들은 관절에 과부하가 걸릴 여러 요인을 갖고 있다. 걸레질, 재래식 화장실 이용, 김장, 세수 등 쪼그려 앉아 하는 일이 많은 것. 지금 60세가 넘은 여성들은 쪼그려 앉아서 생활한 시간이 서서 걸어다닌 시간보다 많다.

   

주 교수는 “관절 연골은 여러 마찰에 매우 잘 견디는 특성이 있는 반면, 반복적인 충격에는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관찰된다.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걸을 때 본인 체중의 4~5배, 특히 쪼그리고 앉았을 때 체중의 10배 압력이 무릎 연골에 가해진다. 쪼그려 앉기, 꿇어앉아 하는 걸레질처럼 무릎 연골에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자세를 매일 아침저녁 취한다면 골관절염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체육대학의 실험 결과, 하루 30분 이상 쪼그린 자세로 장기간 생활한 사람이 일반인보다 무릎관절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걸을 때→계단을 오르내릴 때→뛸 때의 순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많았다.

 

관절염 난치병 아니다

체중 증가도 관절염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교수는 “과체중인 사람은 정상 체중의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관절염 발생위험성이 높다.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사람(예 : 키 170cm, 몸무게 87kg)은 정상 지수인 사람(예 : 키 170cm, 몸무게 70kg)보다 관절염 발생위험성이 4~6배 높다는 보고가 있고, 체중을 5kg 줄였을 때 관절염 발생위험성이 50%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은 연골에 가해지는 부하로 인한 마모뿐 아니라 다른 요인과도 관련이 있는데, 과체중인 사람은 비정상적인 걸음걸이가 많아 연골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 경우 연골 손상 빈도도 그만큼 높아진다. 특히 비만은 관절에서 염증 관련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관절염이 더 이상 불치나 난치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가벼운 실내 유산소운동(스트레칭, 수영, 실내 자전거)과 근력운동(최대 부하량의 30% 수준), 약물치료를 병행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지가 60세 이상 노인 439명에게 18개월 동안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시킨 결과, 무릎관절염 노인 환자들의 장애 정도, 통증, 육체적 능력이 모두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관절염이 조금 진행됐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술법이 발달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심한 경우에는 인공관절을 끼움으로써 관절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질환에 공통된 이야기이지만, 최대의 치료법은 역시 예방이다. 관절염 예방법은 조기 환자의 치료법과 거의 다르지 않다(32쪽 참조).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낮은 흙산은 괜찮지만, 40대 이상이라면 높낮이가 일정치 않은 돌산 등반은 피하는 게 좋다.

흔히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 관절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명심해야 할 점은 관절염이 그 어느 질환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면 감옥에 갇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 그리고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뼈저리다. 그 때문일까. 모든 질환에 대한 통계조사에서 관절염은 다른 질환보다 삶의 질 지수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 80세 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노인들의 희망은 단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죽는 날까지 통증 없이 편안하게 생을 즐기는 것이다. 일명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일 아프고 3일째 죽는다)’가 그들의 꿈이다. ‘9988’하게 살려면 관절을 보호하는 게 우선. 관절이 건강해야 인생이 편안하다는 말이 더 이상 헛구호가 아닌 세상이 됐다.

 

평생 먹어도 ‘속버림’ 없는 ‘속편한’ 치료제 아시나요?
한국화이자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 기존 소염진통제 위장관 부작용 사라져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 팔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절이나 뼈의 변형 때문이 아니라 연골에 생긴 염증, 통증 때문이다. 무릎, 어깨, 발목, 엉덩이관절 등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끔찍한 통증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걷거나 팔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무서울 정도. 그래서 관절염의 최초 치료는 운동, 살빼기 등과 함께 소염진통제를 먹거나 붙이는 것(파스)으로 시작된다. 소염진통제는 관절염의 모든 치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공관절을 끼우는 등 수술로 완치되지 않는 경우라면 평생 먹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대한슬관절학회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미한 통증의 퇴행성관절염에는 해열진통제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을 먹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이 계열 약물은 진통 및 해열 효과가 뛰어나 두통, 치통 등에 널리 쓰이지만, 항염증 효과는 약해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중증 이상의 통증이 있는 퇴행성관절염에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추천된다. 이 계열 약물은 소화제, 비타민제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많이 처방되는 약물로 전 세계 약 3000만명의 관절염 환자가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장기복용 환자나 일부 예민한 환자의 경우 위장관(위와 십이지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계열 약물은 체내의 ‘콕스-2(COX-2)’ 효소의 합성 및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소염, 진통·해열 작용을 한다. 이 효소는 체내의 통증·염증 유발 효소인 프로스타글란딘을 합성하는 효소. 즉 이 효소의 분비를 억제하면 프로스타글란딘 효소가 감소하고 종국에는 염증과 통증이 줄어든다. 하지만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통증·염증을 유발하는 콕스-2 효소뿐 아니라 위장관을 보호하는 콕스-1 효소까지 억제해 부작용을 일으킨다. 즉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위장관에 속쓰림이나 궤양을 일으키고 이를 방치하면 위장관에 구멍(천공)이 난다. 심하면 출혈이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대한슬관절학회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 중인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위장관계 질환 위험요인을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은 위궤양, 위출혈 등 중증 위장관계 부작용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골병’ 고치려다 ‘속병’ 얻은 셈. 따라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고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추가 복용은 삼가야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아스피린을 함께 먹으면 위장관 합병증의 위험이 9배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3월 위장 출혈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아스피린과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아스피린의 허가 사항을 변경 지시했다.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효과는 빠르지만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속쓰림, 위궤양 등 위장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애증의 약’이라 불린다. 관절염은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인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스테이로성 소염진통제의 위장관 부작용으로 잠깐 국정 위기가 온 적도 있다. 2002년 4월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이후 쓰러져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후송돼 5일간 입원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고관절장애가 있던 대통령이 치료를 위해 복용한 소염진통제가 위장장애를 일으켜 영양 수급에 문제가 생긴 상태에서 국빈 영접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입원 3일 전부터 위장관장애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푹 자지 못했다고 한다.

   

5일간 DJ를 쓰러뜨린 관절염 치료제

이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위장관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도 강력한 소염, 진통 효과를 가진 약물이 한국화이자제약의 쎄레콕시브(상품명 쎄레브렉스)다. 일명 ‘선택적 콕스-2 억제제’라고도 하는 이 약물은 위장관 보호작용이 있는 콕스-1 효소는 건드리지 않고 콕스-2 효소만 억제함으로써 통증·염증 유발을 원천 차단한다. 이 약물의 이름 앞에 ‘선택적’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도 이 때문. 미사일로 치면 정확히 목표지점만 타격하는 스마트탄이라 할 수 있다.

쎄레브렉스의 이러한 효과는 23개국 1만3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50차례 이상의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치료 효과가 유사하면서 안전성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것. 이 약의 위장관 안전성은 장기간 임상연구에서도 입증됐다. 퇴행성관절염 환자 약 5800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관절염 안전성 연구(CLASS: Celecoxib Long-Term Arthritis Safety Study)를 한 결과, 쎄레브렉스를 복용한 환자는 기존의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를 투여한 환자보다 위궤양 및 천공성 위궤양, 상부 위장관 폐색 등 심각한 위장관 합병증이 2배에서 3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환자·위궤양 병력 환자들에게 희소식

관절염 치료제는 정해진 시간에 때맞춰 먹어야 효과가 좋다.

대한슬관절학회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가이드라인’이 쎄레브렉스를 경미한 통증 및 심한 통증, 위장관계 이상반응 위험이 높은 퇴행성관절염 환자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제시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내시경을 이용한 위·십이지장 관찰연구에서도 쎄레브렉스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보다 궤양 발병 위험률이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고령의 환자나 위궤양 등의 병력이 있는 환자, 즉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이 높은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쎄레브렉스 같은 콕스-2 억제제 계열의 약제가 관절염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쎄레브렉스는 저용량 아스피린과 함께 복용해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병용할 때보다 위장관 이상반응의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달리 저용량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을 방해하지 않아 아스피린의 심혈관 예방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9년 영국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은 “다수의 관련 논문을 검토한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보다 쎄레브렉스를 사용하는 것이 선호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명철 교수는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환자나 위궤양 등 과거 위장 질환을 앓은 환자, 노인 환자 등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관절염 환자들은 처음부터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없는 쎄레브렉스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병 억제가 최선 … 당뇨처럼 평생 관리해야


류머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에 만성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주로 손·발가락 등 작은 관절에 생기며, 흔히 양쪽 관절에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퇴행성관절염이 50세 이상 여성에서 빈발하는 것과 달리 류머티스 관절염은 30~50세 여성에서 빈발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로 추정되며,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높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가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면역 질환은 바이러스, 세균 등이 인체에 침투했을 때 방어 구실을 해야 할 면역계가 세균 등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면역계의 공격을 받은 관절에선 염증, 통증이 일어나고 끝내는 관절이 변형된다. 발병 후 2년 안에 관절의 파괴와 변형이 시작되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현재 류머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물은 없다. 따라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의 목적은 최선의 약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 류머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한다. 수술 등은 상태가 심할 때 고려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주로 쓰는 약물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항류머티스 제제, 스테로이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다양한 약물이 출시돼 있어 관절염 환자들이 선호하지만 속쓰림, 위출혈 등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위장관 부작용을 현저히 줄인 약물인 콕스-2 억제제가 개발돼 사용 중인데 대표적인 제품이 쎄레브렉스다(본문 참조).
항류머티스 제제는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항말라리아제, 메토트렉세이트, 설파살라진제 등이 대표적. 그러나 항류머티스 제제는 효과가 1~6개월이 지나야 나타나고 약제마다 독특한 부작용이 있으며, 효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는 당질코르티코이드이며, 소량씩 먹는 약으로 처방되거나 염증이 생긴 관절에 주사를 놓을 때 사용된다.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 증상은 빠르게 완화되나 장기간 또는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 고혈압, 백내장, 위궤양, 골다공증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도 사용되는데, 이들 약물은 류머티스 관절염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염증성 물질들을 차단해 활막염과 골미란을 억제한다. 엔브렐,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가톨릭의대 류머티스 내과 민준기 교수는 “일부 환자들은 류머티스 관절염이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 생각해 치료를 포기한다. 그러나 류머티스 관절염은 초기에 발견해서 항류머티스 약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해 치료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 후 약물이나 운동 등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류머티스 관절염의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콕스-2 억제제 같은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이 없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망가진 무릎관절 내 연골로 치료
연골재생술·PRP 주사로 수술 없이 말끔히 원위치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결혼 13년차 주부 김지선(42) 씨는 다가오는 설이 두렵기만 하다. 매일 빨래와 걸레질로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일을 많이 한 터라 무릎 통증을 달고 살았다. 특히 명절이면 음식 준비를 하느라 무릎을 더 혹사하게 돼 벌써부터 겁이 나는 것. 고통스러운 설을 앞두고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연골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무릎 통증에 시달린다. 보행하는 인간이라면 무릎관절을 숙명처럼 사용하기에 평생에 걸쳐 많은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강도 높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외상에 의한 무릎연골 손상도 많아졌다. 무릎연골은 등산이나 달리기, 또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손상되며, 통증 없이 진행되다가 퇴행성관절염의 발병까지 앞당긴다.

무릎연골은 무릎 위뼈(대퇴골)와 아래뼈(경골)를 3~4mm 두께로 감싸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한다. 무릎뼈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일종의 쿠션 장치인 셈. 연골은 관절의 말단부 외에도 코나 귀 등 여러 부위에 있다. 뼈와 성분이 비슷하긴 하지만, 칼슘은 들어 있지 않다. 뼈보다 탄력성이 있고 질긴 고무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는다.

연골은 일반적으로 퇴행성 변화로 닳지만, 점프해서 착지하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순간적인 충격으로도 손상될 수 있다. 김씨처럼 집안일을 하면서 무릎을 굽히고 펴는 일을 반복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릎에 충격을 주면 조금씩 연골이 손상되기도 한다.

조기 진단 퇴행성관절염 예방 지름길

뼈에는 신경세포가 있어 서로 닿고 부딪치면 통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연골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찢어지거나 닳아도 통증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연골판이나 연골 손상이 진행된 뒤다. 연골을 다쳤지만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늦췄다가 오히려 병을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퇴행성관절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최선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암도 과거에는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말기에 발견,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았지만,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연골 손상도 초기에 진단해 손상된 연골을 복원하면, 통증 완화는 물론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연골재생·세포치료센터 박영식 원장은 "연골 손상이 너무 심하면 그만큼 수술이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의 조기 진단법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관절내시경 검사가 있다. 6개월 이상 무릎에 통증이 있고 이유 없이 무릎이 부으며, 무릎의 자세를 바꾸거나 양반다리 자세를 취할 때 무릎 안쪽에 통증이 느껴지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하다면 연골 손상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MRI는 무릎의 구조물과 무릎 주위의 구조물(근육, 인대 등)을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진단하는 데 80~90%의 정확성을 보인다. 간혹 MRI 결과는 정상인데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돼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관절내시경은 무릎 내 구조물을 직접 보기 때문에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의 손상을 100% 진단한다. 하지만 무릎 주위의 구조물인 근육, 인대 등의 손상은 진단할 수 없다. MRI와 관절내시경을 모두 이용해야 퇴행성관절염을 100% 가깝게 진단할 수 있다.

“인공관절을 해야 하나 겁이 덜컥 났습니다.”

조금만 무리했다 싶으면 무릎이 시큰거리던 주부 이순자(46) 씨. 그는 나이 탓이려니 하고 무릎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온 다음부터는 간단히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다급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씨는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나이도 젊고, 심한 상태가 아니니 인공관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자신의 연골을 이용한 연골재생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연골 손상 크기 따라 연골재생술 달라

그동안 초기 관절염이나 연골 손상 치료법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연골주사 등을 이용하면서 점점 심해질 때까지 방치했다가 마지막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골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재생 가능하다.

연골 손상 치료는 손상 부위와 크기에 따라 미세천공술, 자가 골연골 이식술, 자가 연골세포 배양이식술, 반월상연골판 이식술(38쪽 참조)로 나뉜다. 연골 손상 부위가 2cm2 이하일 때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연골 밑 뼈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서 나온 혈액성분을 연골로 분화시켜 손상된 부위를 덮는 방식이다. 미세천공술은 원래 연골이 아닌 섬유성 연골로 재생하기 때문에 연골의 강도가 정상 연골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술 뒤 주의해야 하며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자가 골연골 이식술’은 연골 손상 부위가 5cm2 이하일 때 가능하다. 건강한 무릎 연골 중 체중 부하를 받지 않는 연골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뼈와 연골을 함께 채취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전통적인 연골이식술이다. 초기 퇴행성관절염은 대부분 내측 관절면 연골의 손상에서 시작한다. 초기 연골 손상 부위에 자가 골연골 이식술을 시행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관절염 진행도 막을 수 있다.

모든 환자에게 이런 시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연골재생·세포치료센터 박영식 원장은 “연골 손상이 너무 심하거나 무릎뼈까지 관절염을 앓고 있다면 연골세포가 부실해 세포 증식이 쉽지 않다. 손상 부위가 지나치게 크면 몸의 하중을 견딜 지지체를 함께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이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연골 손상 부위가 더 클 경우 위의 두 방법이 아닌, 자신의 연골세포를 이식해 연골을 재생하는 ‘자가 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시행한다. 먼저 환자의 무릎에 5mm의 구멍을 뚫고 관절경을 집어넣어 정상 연골조직을 5mm 정도 채취한다. 채취한 연골조직에서 약 10만개의 연골세포가 분리되면 이 연골세포를 실험실에서 1200만~1500만개로 배양해 환자의 연골에 이식하는 2차 수술을 하게 된다. 이때 무릎을 4cm 정도 절개하고, 관절경으로 손상된 연골 부위를 잘 다듬은 뒤 세포를 주입한다. 이식수술 후 6주 내에 목발 보행을 하게 되고, 8개월 후부터는 운동이 가능하다.

▶▷ 관절질환 초기에 잡아라!

관절과 관절 사이에 자리 잡은 연골은 완충작용을 하면서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연골은 통증을 느끼지 못해, 관절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연골이 많이 닳아 있기 일쑤. 그만큼 치료와 회복이 늦어진다. 연골재생술과 PRP 주사요법 역시 연골 손상 부위가 작거나 비교적 젊었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관절질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RP 치료 “흉터와 입원은 없다”

연골 재생과 회복 속도는 연골 손상 부위와 크기, 환자의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난다. 55세 이전, 연골 재생 능력이 비교적 뛰어난 초기 손상일 때 효과가 가장 크다. 또한 비교적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박 원장은 “자가 연골세포배양이식술은 자신의 연골세포를 일정 기간 배양해 사용하기 때문에 이물질 반응이나 거부 반응 등 부작용이 없고, 일단 재생되면 영구적으로 자신의 연골과 관절이 된다. 인공관절 이식처럼 수명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기에 관절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제외하곤 자체 연구시설을 갖추고 연골재생술을 시행하는 병·의원을 찾기 어렵다. 연세사랑병원은 병원 내에 관절염·연골재생센터를 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3명의 연구원과 2명의 해외 연구원이 협력해 연골재생과 세포치료 연구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연골 연구를 위해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연골재생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무리 절개를 최소화해도 흉터와 입원에 대한 부담으로 시술을 망설이는 환자들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또 다른 세포치료법이 등장했다. 바로 PRP(혈소판 풍부혈장) 주사요법이다. 국내에는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가 이 시술로 부상을 이겨내 알려졌다.

혈소판에는 PDGF, TGF, EGF, VEGF 등 성장인자가 풍부해 세포 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 촉진, 신생혈관 재생, 상처 치유능력이 있어 연골의 파괴를 막고 연골을 강하게 만든다. 특수 키트를 이용해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 5배 이상 농축한 것이 바로 PRP다. PRP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 몸에서 20~40cc(소주 반 잔 정도)의 피를 뽑은 뒤 그것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분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노란색의 혈소판을 특수 키트를 이용해 처리하면 2~4cc의 PRP를 얻을 수 있다. PRP를 아픈 부위에 주입하면 모든 시술이 끝난다. 고 원장은 “PRP 주사요법을 시행하고 4주의 시간이 지나면 점차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골이 50% 이상 닳아 없어진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보다 초·중기 단계인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PRP 주사요법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30분 안팎이면 시술이 끝나기에 무척 간편하다. 일주일에 1회씩 총 3회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시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에 바쁜 현대인에게 각광받는 치료법이다. 자신의 피를 사용하기에 거부 반응이나 부작용도 없다. 또한 PRP 주사요법은 세포 재생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치료뿐 아니라, 더 나아가 퇴행성관절염이 유발되기 전에 미리 연골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

PRP 주사요법은 무릎 연골 치료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회전근개 파열, 힘줄 손상, 오십견, 팔꿈치 만성 염증, 스포츠 인대 손상, 발목 인대 및 연골 손상,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등 다양한 관절질환에서 무궁무진하게 사용된다. 고 원장은 “PRP 주사요법은 이미 각종 논문에서 치료 효과가 활발히 입증되고 있는 만큼, 신뢰할 만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RP 주사치료 과정

1 팔에서 혈액을 20~40cc 뽑는다.

2 원심분리기에 돌려 성분별로 분리한다.

3 무게에 따라 적혈구층, 혈소판, 백혈구층, 노란 혈장층으로 분리된다.

4 중간층인 혈소판과 백혈구층을 2cc로 농축한 뒤 통증 부위에 주사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환자에게 PRP 주사를 놓는 모습.

 

Tip! 관절염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1. 관절에 이상신호가 오면 즉시 진단을 받고 치료한다. 관절의 이상신호는 통증이다.
2.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관절은 자꾸 움직여야 활액이 꾸준히 분비돼 유연해지고, 인대도 튼튼해진다.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를 추천! 단, 운동 후 관절 통증이 2시간 넘게 지속된다면 운동량을 줄인다.
3. 표준 체중을 유지한다. 체중이 1kg 증가할수록 무릎에는 2~3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비만은 무릎에 무리를 준다.
4. 관절에 좋은 특별한 음식은 없다. 칼슘·단백질·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곡류 등을 골고루 섭취한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육류 등의 지방은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지나친 섭취를 피한다.
5. 온찜질을 한다. 15분 정도 따뜻한 물에 입욕하거나 핫팩, 전기담요 등을 사용한다. 관절염이 갑자기 악화된 경우에는 냉찜질로 부종과 통증을 줄인다.
6. 쪼그려 앉거나 무릎 꿇는 자세를 피한다. 무릎에 통증이 있다면 계단 이용을 자제한다.
7. 약물 사용은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른다. 뼈주사(스테로이드)는 필요할 때만 맞는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연골재생·세포치료센터 박영식 원장

 

인공관절도 내비게이션 시대
정확한 수술로 관절수명, 운동범위↑… 자기 관절 보존하는 부분 수술도 큰 인기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mhkoo@donga.com   

벼농사를 지어 4남매를 키운 강만복(58·가명) 씨는 10년 가까이 무릎 통증을 달고 살았다. 5년 전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지금껏 진통제로 고통을 억누르며 버텼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인공관절은 수명이 짧아 60세 이전에 수술을 하면 나중에 재수술 받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러나 최근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큰딸의 손에 이끌려 전문병원을 다시 찾았고, 결국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반평생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50대 임모(여) 씨는 어딜 가나 계단을 만나면 한숨부터 내쉬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경기장 청소를 하느라 다리에 무리를 준 것이 화근이 돼 관절염을 오래 앓았던 것이다. 걸을 때마다 무릎이 욱신거리는데도 임시방편으로 파스를 붙이고 일을 계속한 탓에 양쪽 다리가 안쪽으로 많이 휜 상태였다. 임씨는 고민 끝에 ‘하루라도 더 편하게 살자’ 마음먹고 연골이 닳아 없어진 무릎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흔히 관절염이라 하면 나이가 들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긴다. 오래 사용했으니 닳고 약해져 삐걱거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탓으로만 돌리고 방치하면 큰 고통과 불편을 초래한다. 뼈와 뼈를 이어주는 관절에 생기는 염증을 통칭하는 관절염은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약하면 간단한 운동과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하면 망가져버린 관절을 다 들어내고 인공구조물을 삽입하기 위해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무릎 10~12cm 절개, 부작용 최소화

그럼에도 무릎관절염을 앓는 많은 노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뼈를 깎는’ 통증이나 수술 후 다리를 제대로 굽힐 수 없거나 걷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삽입하는 인공관절의 위치, 뼈와 인대의 균형이 얼마나 잘 맞는가에 성패가 달렸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일반적으로 골 절제 후 3~4도 이상 어긋나면 실패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뼈와 인대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운동 범위가 감소한다”고 말한다. 수명이 다한 관절을 들어내고 인공관절을 넣기 위해 뼈를 약간 깎아야 하는데, 이때 뼈의 절단면과 인공관절이 무리 없이 맞물리려면 뼈를 깎는 각도와 주변 인대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오차가 크면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아 ‘뻗정다리’가 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에 ‘내비게이션’이 쓰이면서 수술이 정교해지고,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술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GPS(위치추적시스템) 원리를 관절염 수술에 응용한 것이다. 환자의 다리에 부착한 특수장치가 환자의 다리 정렬 축과 관절 면을 계측한 다음, 잘라내야 할 뼈의 두께와 각도 등을 컴퓨터 모니터 상에 알려준다.

고관절(엉덩이관절) 축 중심에서 발목관절 축 중심으로 수직선을 그었을 때, 그 선이 무릎 한가운데를 지나야 제대로 된 수술이다. 과거 의사의 육안에만 의존했을 때는 인공관절과 다리 축이 제대로 맞지 않아 통증에 시달리고 무릎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을 단축시켜 재수술 가능성을 높였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인공관절센터 권오룡 소장은 내비게이션 도입 이후 “수술이 정교해지고 정확해짐에 따라 수술 후 무릎의 움직임이 한결 원활해지고 안정돼, 인공관절 수명이 기존보다 5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때 안쪽 무릎 피부를 10~12cm만 절개하는 최소 절개 수술법을 쓰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수술 중 뼈 내부의 골수강을 건드리지 않아 혈전증이나 폐색전증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수술 다음 날이면 걸을 수 있고, 3~4일 뒤엔 무릎관절을 90도로 구부릴 수 있다.

   

재활운동이 운동범위, 회복속도 결정

내비게이션 수술은 과거 X-레이와 CT 촬영 사진에만 의존했던 수술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왼쪽)과 권세광 부원장.

무릎에는 내측관절, 외측관절, 슬개·대퇴관절이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이 3개 관절 연골이 모두 닳은 경우가 약 70%, 3개 중 하나에만 문제가 생긴 경우가 약 30%다. 기존에는 연골 하나만 닳아도 3개 모두 바꾸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부분치환술로 손상되지 않은 관절은 되도록 보존한다. 부분치환술은 7cm 정도만 절개해도 수술이 가능해 이전의 방식보다 회복이 더 빠르고, 수술 후 움직임도 훨씬 좋다. 무릎을 구부리기도 더 편하고 방바닥에 앉거나 쪼그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기능 회복 또한 뛰어나다. 인대를 비롯한 자기 관절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기 때문에 위치 감각도 유지할 수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결 수월하다.

내비게이션은 휜 다리를 교정하는 절골술에도 쓰인다.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면 무릎 안쪽에 하중이 심해지면서 무릎관절이 변형을 일으켜 다리가 O자로 휜다. 절골술은 O자로 휜 다리를 바르게 펴는 수술로, 무릎 내측 관절에만 손상이 있고 외측 관절은 정상적일 때 효과적이다. 40, 50대에 진행된 중년의 퇴행성관절염은 우선적으로 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절골술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관절이 휜 정도를 정확히 계산하고 교정각도 또한 모니터로 볼 수 있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인공관절 수술 후 불편감이 사라지려면 한 달 정도 걸리고 환자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회복하려면 3개월은 지나야 한다. 이 기간에 재활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권세광 부원장은 “누워서 다리를 한 뼘 정도 들고 10초간 버티는 운동을 하루 100회 이상 하면 허벅지 근력을 키워 무릎관절에 좋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관절염은 예방이 중요하다. 노년의 인공관절 수술을 피하려면 평소 쪼그려 앉기나 재래식 화장실 사용을 피하는 등 입식 생활을 해야 한다.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가 클수록 관절의 마모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퇴행성관절염이 발견되면 무리하게 걷는 것보다 우선 무릎 주위의 근력을 키우고 적절한 체중 조절로 관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 권세광 부원장,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인공관절센터 권오룡 소장

 

초정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재수술·합병증 크게 줄어
시화 센트럴병원 공식 교육센터 지정 … 절개 부위, 입원기간 대폭 감소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무려 8년 동안 속을 썩이던 고질적 질환에서 해방된 기쁨 때문일까. 눈에 확 띄는 보청기를 끼고 입원실에서 걸어나오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올 1월 중순 센트럴병원(경기도 시흥시)에서 최신 의료로봇 ‘로보닥(ROBODOC)’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2급 청각장애인 서영신(62) 씨.

서씨는 그간 손상된 오른쪽 무릎 연골을 치료하기 위해 4번이나 관절경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은 잠시뿐, 결국 무릎을 절개해 연골손상 치료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후유증이 생겨 같은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괜찮았던 왼쪽 무릎에도 이상이 생겼다.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오른쪽 무릎을 치료하는 동안 갖게 된 불신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 우울증까지 걸렸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로봇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큰마음을 먹었다. 수술은 대성공. 퇴행성 관절염으로 ‘O’자가 된 다리도 일직선으로 펴졌다. 이젠 양복을 입을 용기가 생겼다. 이 수술로 무릎 치료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싹 사라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 수술 오차 0%에 도전

1980년 도입된 이래 만성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마지막 선택으로 알려진 인공관절 수술. 하지만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해 환자의 불만이 컸다. 학계에서는 수술 환자 10명 중 1명 정도에게서 △감염 △출혈로 인한 혈관합병증 △관절이 제 위치를 잡지 못해 생기는 탈구 △다리 저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쏟아졌다. 의사도 인간인 만큼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보완 연구를 해오던 의학계가 최근 제시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서씨가 받은 수술, 즉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다. 로봇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그에 맞게 뼈를 깎아 정리한 후 그곳에 인공관절을 집어넣음으로써 의사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로보닥이라 부르는 의료 로봇은 의사가 직접 집도하는 인공관절 수술에서 발생 가능한 수술 오차를 크게 낮춤으로써 재수술 가능성을 대폭 줄였다. 수술의 정확성이 높아지니 수술 절개 부위가 작아졌고, 입원 기간이 단축됐다. 합병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은 엉덩이와 무릎, 발목 관절의 각도를 어떻게 정확히 맞추느냐에 달렸다. 이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통증과 운동 범위 제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로보닥 수술’은 엉덩이와 무릎, 발목 등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 병변 부분과 다른 관절의 각도를 정확히 계산해 미리 컴퓨터로 세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각 관절 부위를 CT로 세밀하게 촬영해 수술 부위를 측정한 뒤 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해 가상수술을 한다. 몇 번의 확인 작업이 끝나면 로보닥이 직접 관절 부위로 들어가 인공관절이 삽입될 대퇴부와 경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깎아낸다. 의사는 그곳에 인공관절을 끼우고 절개 부위를 봉합하면 수술 끝.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 계측된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진행되므로 기존의 방식과는 수술 오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의사가 하는 인공관절 수술은 오차가 2~3mm였는데, 로보닥은 0.05mm 이하로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 재수술률도 15~20%에서 1%대로 대폭 줄었다.

   

(좌)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설명하는 센트럴병원 오승환 인공관절 로봇수술센터장.

(우) 수술 이전 각 관절 부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센트럴병원 인공관절 로봇수술센터장인 오승환 박사는 “의료 로봇 장비인 로보닥은 환자 CT-스캔(Scan)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계획(Pre-Planning), 위치정보등록(Registration), 확인(Verification), 절삭(Cutting) 등의 과정을 통해 타 수술 방법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재수술을 해야 할 때 기존 수술에서 사용한 시멘트를 쉽게 제거할 수 있고, 무시멘트 수술의 재수술 시에도 뼈 안의 섬유조직을 정확하게 제거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 시스템이 모든 것을 설정하고 직접 인공관절이 접합될 부분을 깎아내기 때문에 일반 인공관절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느슨함, 불안정성, 탈구, 골절, 감염 같은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환자는 대퇴부의 통증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다리가 잘 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의사가 하는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6~7일이 지나야 보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지만 로보닥 수술은 24시간 이내에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오 박사는 “로봇수술은 수술 실패율이 줄어 2차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사회 전반적인 의료경비 절감 효과가 있다. 수명이 다한 인공관절을 교체할 때에도 육안보다 병변 확인이 세밀해 기존 인공관절 제거와 새로운 인공관절 대체 수술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로보닥 수술의 단점이라면 기계가 비싸고 훈련된 CT 조작원 등 많은 인원이 필요해 기존 수술보다 치료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외국에 로봇수술 교육 … 의료관광의 메카 부상

로보닥은 2008년 8월, 미국과 일본의 5개 대형병원에서 이뤄진 120여 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조품목 허가 공식 승인을 획득한 의료기기로, 국내에선 이보다 앞선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의 허가를 받았다. 2009년 정부 주관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의료로봇 부문에 선정된 ‘국가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경희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소장을 지낸 오승환 박사는 요즘 그동안 많은 병원에서 축적한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 경험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실제 센트럴병원은 로봇시술 운영 노하우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로봇수술(로보닥) 공식 트레이닝(교육)센터’로 지정됐다. 로보닥 제조업체인 큐렉소(대표 이경훈) 측과의 협약을 통해 러시아,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로보닥 관련 교육과 세미나, 연수 등을 하고 있다. 센트럴병원이 관절 병원 사이에서 ‘로보닥 학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박사는 “이제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해외 유수의 병원으로 연수 가는 것은 옛말이 됐다. 로봇 인공관절 분야만큼은 우리가 기술을 전수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를 기회로 의료용 로봇시장 1위인 미국에 도전할 때가 됐다. 그러므로 교육센터를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 타 국가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발판으로 해외 환자유치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국내 유명 관광회사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센트럴병원을 의료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운동 중 갑자기 ‘우두둑’ 무릎 인대의 비명
이동국과 황선홍도 울고 간 ‘스포츠 관절 질환’ … 관절내시경으로 싹~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8년의 기다림이 비로소 결실을 보는 듯했다. 2002년 가을, 한일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이동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절치부심 기다렸다. 지역 예선에서 5골을 몰아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고, K리그에서 연일 골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두 번의 좌절을 뒤로하고, 현재 이동국은 허정무호(號)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승선을 위해 담금질이 한창이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비운을 겪은 스타는 비단 이동국만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황선홍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참가 직전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로 월드컵에 불참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과거가 있다.

십자인대 파열은 운동선수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조 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페페를 비롯해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웨스 웰커도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국내 선수 중에서도 일본 프로축구 교토상가 FC의 곽태휘, 여자 프로농구 금호생명의 조은주,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허준과 김영민이 십자인대가 파열된 적이 있거나 현재 치료 중이다.

 

십자인대 파열 일반인도 증가

십자인대는 무릎관절의 안정성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인대로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가 있다. 종아리뼈가 전후방으로 불필요하게 이동하는 것을 막고, 과도한 회전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그동안 십자인대 파열은 운동선수에게 생기는 부상이라 여겼지만 최근 들어 일반인에게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관절내시경센터 조승배 소장은 “‘웰빙=건강=운동’이라는 생각이 보편화하면서 운동인구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무리한 운동으로 일반인도 십자인대 파열 같은 스포츠 손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후방 십자인대 중 많이 다치는 쪽은 전방 십자인대. 축구나 족구, 스키, 배드민턴 등 순간적인 방향전환이 많거나 점프를 많이 하는 운동일수록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기 쉽다. 등산을 하다가도 같은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예컨대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근육의 긴장이 풀려 발을 잘못 디디거나, 뛰어내려오다가 다리 힘이 풀어져 무릎이 꺾이면서 십자인대가 파열되기도 한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순간적으로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무릎관절에 피가 차면서 붓고,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관절내시경센터 문홍교 과장은 “무릎의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손상된 관절이 빠지거나 어긋나고 밀리는 증상과 통증이 나타난다”며 “자연치유는 거의 불가능한 만큼, 반드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에는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이용한다. 보통 최소 절개를 통해 인대 재건술을 시행한다. 내시경을 이용하면 상처가 작고 출혈도 거의 없는 데다 통증까지 적어 재활치료가 빠르다. 파열된 양상에 따라 십자인대를 바로 꿰매어주는 1차 봉합술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인대나 다른 사람의 인대를 이용해 재건술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조승배 소장은 “십자인대 손상을 당하고도 수술하지 않으면 연골판 손상을 일으켜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관절내시경센터 조승배 소장(맨 오른쪽)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반월상연골판 이식술’ 부작용 적어 인기

반월상연골판 부상 역시 십자인대 파열과 함께 흔히 당할 수 있는 무릎관절 질환이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 뼈의 완충 구실을 해주는 물렁뼈. 무릎 내에서 관절운동을 원활하게 하며, 움직일 때 생기는 마찰을 최소화해 무릎관절염을 예방한다.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는 사례는 연골판 퇴행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축구나 농구 등 과격한 운동으로 인한 손상도 적지 않다.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 찢어지거나 닳는다고 해서 아픈 것은 아니다. 연골이 닳아 아래위 뼈가 맞부딪쳐야 비로소 통증을 느낀다. 문홍교 과장은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면 이미 연골판이나 연골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연골은 혈관이 없어서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치유되지 않으므로 인위적으로 복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면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양반다리를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을 느낀다. 심지어 무릎을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고, 몸을 돌릴 때도 통증이 뒤따른다. 이때 무릎이 힘없이 꺾이거나 다른 부위보다 심하게 관절이 붓는다.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과 더불어 운동능력이 제한된다.

손상 정도가 경미하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손상된 연골판 부위를 제거하거나 파열 부위를 봉합하는 등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손상 정도가 심하면 연골판이식술을 해야 한다. 이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특수 처리된 생체 반월상연골판을 관절에 이식해 뼈와 뼈의 마찰을 줄이는 방법이다. 퇴행성관절염 예방은 물론 관절 통증까지 없앨 수 있다. 수술 3~4일 후 퇴원할 수 정도로 안전하며, 몇몇 대학병원과 관절전문병원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

실제 연세사랑병원이 최근 1년간 반월상연골판 이식술을 받은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술 3개월 후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식한 반월상연골판이 무릎관절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문홍교 과장은 “일반적으로 반월상연골판이 찢어지거나 크게 손상되면 해당 부분을 도려내지만 이로 인해 퇴행성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반월상연골판 이식술은 그런 단점이 없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반월상연골판 절제술 후 6개월마다 검진을 통해 퇴행성관절염이 의심되면 바로 반월상연골판 이식술을 권유하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수술 못지않게 재활치료도 중요하다. 일반인도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수술을 한 뒤에는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와 운동기능 회복을 위해 재활 관리가 필수다. 조승배 소장은 “재활치료를 무시하면 ‘다친 데 또 다치기’ 십상”이라며 “이는 손상 부위의 퇴행성 질환을 앞당기기 때문에 스포츠 손상을 입었을 때는 즉시 치료는 물론 재활치료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강남점) 관절내시경센터 조승배 소장, 연세사랑병원(부천점) 관절내시경센터 문홍교 과장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어깨통증 중 90%가 회전근개 파열 … 관절내시경, 체외충격파로 말끔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어깨관절은 100개가 넘는 관절 중에서도 독특한 관절이다. 관절 중 유일하게 상하좌우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움직임의 범위가 넓지만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 결과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어깨 질환 외래환자 수’를 보면, 어깨 질환자는 2005년 115만9140명에서 2008년 138만5657명으로 19.5% 증가했다. 환자 증가속도 면에서 단연 1위다. 어깨관절 질환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 가장 많다. 고령화와 노인인구 증가가 환자를 양산해온 것. 최근에는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 사이에서도 이 질환이 느는 추세다.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이 많은 보디빌딩이나 골프, 수영,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이 어깨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쌀쌀한 겨울철 불청객 오십견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58)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팔을 90도 이상 올리기조차 힘들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겨울이 되면, 쌀쌀한 날씨 탓에 근육이 굳어지면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흔히 이 같은 증세를 ‘오십견’이라고 부른다. 50대에 주로 발생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나 젊은이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앓는 이가 많다. 오십견은 독립된 질환이 아니라, 통상 명확한 원인은 없지만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에 제한이 따를 때를 지칭한다. 정확한 명칭은 ‘유착성 관절막염’.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은 “오십견의 원인으로는 노령, 당뇨병, 외상 등이 있다. 대개는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발병하며 석회화 건염이나 견봉 쇄골 관절염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있으면 오십견 발병 가능성이 5배 이상 증가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염증으로 관절 통증이 심해져 어떤 방향으로 팔을 움직여도 어깨 전체가 아프다. 또 아프다고 해서 어깨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가 더욱 좁아진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전방거상 운동, 팔을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외회전 운동, 팔을 뒤로 해 등 쪽으로 이동시키는 내회전 운동 등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오십견은 예방이 중요하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해 근육과 힘줄을 튼튼히 하고 유연하게 해야 한다. 오십견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낫기도 하지만, 그 사이 통증을 참기가 쉽지 않다. 김성훈 부원장은 “오십견은 재활 및 물리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약 3개월간의 재활치료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관절내시경 수술을 한다. 간단한 수술로 어깨통증을 없애고 자유자재로 팔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십견? 알고 보면 회전근개 파열

주말마다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즐기는 김모(54) 씨. 그는 골프채를 잡고 스윙을 하다가 어깨에서 ‘뚝’ 소리와 함께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는 ‘오십견’이라며 며칠 참으면 나아진다고 했지만, 간단한 팔 스트레칭도 할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50세를 전후해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심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흔히 오십견을 의심한다. 하지만 중년 이후 어깨통증의 90%는 어깨 근육의 힘줄인 회전근개가 파열돼 생긴다. 회전근개 파열이란 어깨를 들고, 돌리는 4개의 힘줄(극상건, 극하건, 견갑하건, 소원건)이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초기엔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줄어들고 팔도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염증이나 타박상으로 오인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1년 이상 방치하면 파열 부위가 커지고 만성화된다. 또한 근육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하면서 수술로도 완치가 힘들어진다. 간혹 파열된 힘줄이 신경에까지 말려들어가 팔을 아예 못 쓰게 되기도 한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나 평소 어깨를 과도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어깨를 다쳤다면, 곧바로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이 작으면 환자의 상태에 맞춰 보존적 치료를 한다. 보존적 치료에는 진통소염제, 국소 스테로이드 투여 및 온열 치료 등이 있다.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끊어진 힘줄을 원래의 뼈 부착부에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한다. 예전에는 회전근개 파열이 큰 경우 절개 수술을 해야 했으나, 관절내시경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파열 크기에 관계없이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

1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이 관절내시경으로 회전근개 파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2 오십견 어깨관절을 둘러싼 관절막이 노화로 변화를 일으키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

3 회전근개 파열 어깨 깊숙이 자리한 4개의 힘줄(극상건, 극하건, 견갑하건, 소원건)이 끊어져 생기는 질환.

   

극심한 통증 발생 땐 석회화 건염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왼쪽 아래) 석회화 건염 - 어깨의 힘줄에 석회(돌)가 생기는 질환. 일단 석회가 생기면 어깨 통증이 대단히 심한 것이 특징.

옷을 입을 때마다 어깨통증을 느꼈던 정찬수(49) 씨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해 밤늦게 응급실을 찾았다. “어깨 부위에서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호소하자 의사는 어깨에 석회질이 쌓여 돌처럼 굳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올 정도로 극심한 어깨통증이 발생했다면 석회화 건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탤런트 김민정이 앓아 유명해진 석회화 건염은 비정상적으로 석회(칼슘)가 힘줄에 침착해 통증, 운동장애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대개 50세 전후에 발생하며, 아직까지 석회가 힘줄에 침착하는 이유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은 석회가 형성되는 전 단계인 ‘석회 전기’, 석회질이 침착되는 ‘석회화기’, 침착된 석회질이 소실되는 ‘석회질 소실’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석회질이 소실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어깨마루(견봉) 아래쪽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석회화 건염은 X-레이 검사로 질환 유무와 석회의 크기, 위치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깨 힘줄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면 초음파와 MRI 검사를 해야 한다. 석회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염증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김성훈 부원장은 “급성이거나 석회의 크기가 작으면 이를 제거하지 않고 2주 정도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통증이 심하면 약물을 주입하거나 주사기로 석회를 뽑아내는 방법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체외충격파는 강한 충격파로 손상된 조직을 자극해 조직 손상을 치유한다. 만성적인 통증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로 석회와 염증을 제거한다. 김성훈 부원장은 “석회화 건염은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석회를 제거하면 해당 부위에는 잘 재발하지 않지만, 다른 부위에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세 이하 운동남녀 단골손님 슬랩

새내기 대학생 김성환(19) 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가 어깨를 접질렸다. 공격을 하던 도중 팔을 짚고 넘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통증을 참으며 지내기를 며칠. 지속되는 어깨통증에 병원을 찾게 됐다. 김씨의 병명은 ‘상부관절와순 파열’로, 슬랩(SLAP: 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으로 불린다.

슬랩은 어깨관절 위쪽의 이두박근 힘줄과 이어진 연골판이 손상돼 찢어진 것을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야구 등 공을 다루는 운동선수에게 주로 발생했다. 레포츠와 몸짱 열풍을 타고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가 늘면서 30세 이하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성창훈 원장은 “20대 젊은이 중에서 어깨를 많이 쓰거나 장기간 치료에도 어깨통증이 지속되고, 특정 자세를 취했을 때 팔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슬랩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랩은 운동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상이 주된 원인이다. 떨어지는 무거운 물건을 잡으려고 할 때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 팔이 갑자기 잡아당겨지거나 공 같은 것을 세게 던지려 할 때 생기는 견인력 등도 한 요인이다. 손을 뻗은 상태로 넘어지면서 어깨 부분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기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마찬가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반복적으로 잡아당기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어깨에 큰 무리가 간다.

슬랩은 진단만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부위를 꿰매거나 붙이는 등 비교적 간편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시술 시간도 30분 정도로 짧다. 문제는 슬랩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 성창훈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 등 다른 어깨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엉뚱한 치료를 받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연골 약한 10, 20대 노리는 습관성 탈구

스포츠를 즐기는 직장인 이모(28) 씨. 지난가을 야구 경기를 하던 중 잘 쓰지 않던 오른쪽 팔을 순간적으로 사용하다 어깨가 탈구됐다. 그 후로 작은 동작만 취해도 쉽게 어깨가 빠진다. 옷을 입거나 갑자기 뒤를 돌아볼 때, 엎드리고 자는 도중에도 어깨가 빠진다. 심지어 재채기를 하다가 어깨가 빠지는 바람에 병원을 찾기도 했다.

어깨 탈구란 어깨와 팔꿈치 사이의 큰 뼈인 상완골이 어깨관절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주로 10대와 20대에게 생긴다. 이때가 움직임이 활발해서이기도 하지만, 어깨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탈구되기 쉽다. 어깨 탈구는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방, 후방, 다방향으로 나뉘는데, 외상으로 몸 앞쪽으로 어깨가 빠지는 전방 탈구가 80% 이상이다.

어깨가 탈구되면 다급한 마음에 자신이 또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빠진 어깨를 끼우는 경우가 있다. 성창훈 원장은 “임의로 어깨를 끼울 경우, 자칫 인대 및 신경이 손상되거나 골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전문가에게 어깨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병원에 가면 빠진 어깨를 끼워 맞춘 뒤,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 진통소염제를 처방한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2~3개월은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 한 번 일어난 탈구는 습관성으로 재발하기 쉽다. 특히 10, 20대는 연골이 굳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어깨뼈를 맞춰놓더라도 사소한 외부 자극에 의해 계속적으로 탈구될 수 있다.

2번 이상 탈구가 반복되면, 수술을 해 차후 발생될 어깨 질환을 예방한다. 과거에는 겨드랑이 부분을 절개해 시술했지만, 요즘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절개 없이 수술한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CT나 MRI 같은 특수촬영으로도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진행 상태까지 진단해준다.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테니스 엘보’ 혹은 ‘주부 엘보’
팔꿈치 혹사 주부 환자가 상당수


연세사랑병원(부천점) 문홍교 과장이 테니스 엘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순자(42) 씨는 3년 전부터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처음에는 쉬고 나면 통증이 가라앉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통증이 발생하는 횟수와 강도가 증가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최씨의 병명은 ‘주관절 외상과염’. 주관절은 팔꿈치를 가리키는 의학 명칭이며, 외상과는 팔꿈치 왼쪽에 튀어나온 뼈를 지칭한다. 팔꿈치 관절의 외상과에 발생한 염증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뼈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외상과 주변에 있는 근육의 부착부에 발생한 염증이 주원인이다. 이 근육의 이름은 ‘단 요 수근 신전근’으로 손목을 펴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질환은 테니스 선수에게 자주 발생한다고 해서 ‘테니스 엘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주부 엘보’라고 할 만큼 주부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설거지, 걸레질, 밥상 옮기기, 세탁기 돌리기 등 가사노동을 하면서 팔꿈치를 혹사한 탓이다. 테니스 대신 프라이팬을 많이 들어서 나타난 증상이라 ‘팬 엘보’라는 별칭을 지닌다.
치료를 위한 첫걸음은 팔, 특히 손의 사용을 줄이는 것. 일하는 동안 팔꿈치 보조기를 착용해 충격이 아픈 근육에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는 외상과염의 통증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으나 보통 몇 개월이 지나면 재발한다. 스테로이드 주사 자체가 근육의 변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단기간 반복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치료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면 근육이나 힘줄에 염증이 생겨 신경종말세포가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근육 위축으로 혈액량이 감소해 통증 유발 물질이 다량 생산된다. 체외충격파는 신경종말세포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신생 혈관 생성 및 혈류량 증가를 가져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았으며 일주일에 1회 20~30분씩, 3~4회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90% 이상의 환자가 보조기와 체외충격파로 완치 혹은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은 환자에게는 다른 치료가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때는 2cm 정도 피부를 절개하는 최소 절개 수술을 하는데, 보통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테니스 엘보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팔꿈치, 손목의 스트레칭 운동과 근력강화 운동을 한다. 손목 아래에 수건을 받치고 2~3kg의 아령을 쥔 상태로 손목을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

 

툭하면 접질리고 시큰시큰 알고 보니 ‘발목 관절염’
부기·통증 2주 넘게 지속 땐 의심을 제때 치료 안 하면 주변 관절에 악영향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mhkoo@donga.com    

김춘자(54) 씨는 굽이 조금 높은 신발을 신었다 하면 어김없이 발목을 접질렸다. 심하면 며칠씩 아플 때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발목을 삐는 횟수가 잦고, 발목이 시큰거려 오래 걸을 수 없게 되자 족부 전문병원을 찾았다. MRI 촬영 결과 발목 연골이 닳아버린 상태였다. 김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다.

유독 발목을 자주 삐는 사람이 있다. 순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만 이내 견딜 만해져 특별히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거나 파스 또는 진통제에 의존한다. 하지만 접질린 발목을 방치하면 2차적 발목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손상된 인대가 늘어나 서로 붙고, 관절이 불안정해져 걸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김씨처럼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충돌해 연골이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지는 발목 관절염으로 발전한다. 무릎 관절염은 대부분 나이 들어 생기는 퇴행성 질환인 반면, 발목 관절염은 발목이 자주 접질리는 등 외상에 의한 경우가 많다.

 

X-레이 상으론 이상 없는데 … 인대 파열과 연골 손상

발목 관절염은 무릎 관절염보다 흔하지 않지만 통증이 보행을 어렵게 해 무릎, 허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잠깐 삐었다고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발목 관절염을 예방하는 길이다. 최근에는 PRP 주사(혈소판 풍부 혈장)를 이용해 발목 연골을 간편하게 치료할 수도 있다.

‘발목이 삐었다’ ‘발목이 접질렸다’를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발목 염좌’다. 발목 바깥쪽에 있는 3개의 인대 중 부분적으로 파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발목 안쪽에도 인대가 있지만 매우 튼튼한 구조라 대부분의 발목 염좌는 발목 바깥쪽에서 발생한다. 발목을 접질리면 몇 주 안에 회복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10~20%에서 발목을 자주 삐는 만성 발목 염좌가 발생한다. 그 결과 연골이 손상되고 심하면 관절염으로 발전해 발목 고정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발목을 접질리고 1~2주가 지나도 부기나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30대 김모 씨는 지난해 겨울 스키를 타다 발목을 삐어 동네 병원을 찾았다. X-레이 촬영 결과 뼈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증상이 호전되자마자 스키를 탔다가 발목을 또 접질렸다. 이번에도 괜찮겠지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록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MRI 촬영 후 발목 연골손상(박리성 골연골염) 진단을 받았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인대봉합술과 연골재생술을 받았다.

 

Tip! 발 건강, 이렇게 지켜요!

1. 갑작스러운 운동은 발과 발바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운동량을 점차 늘린다.
2.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은 중간 중간 스트레칭으로 발바닥과 장딴지 근육을 이완시킨다.
3. 평발이거나 발에 변형이 있는 사람은 운동할 때 신발에 깔창을 덧대는 등 약점을 보강하는 것이 좋다.
4. 급격한 체중 증가는 발에 엄청난 부담이 되니 체중 조절에 유의한다.
5. 하이힐을 신을 경우 주기적으로 편안한 신발로 바꿔 신어 발에 휴식을 줘야 한다. 단, 뒤꿈치를 받쳐주지 않는 슬리퍼나 샌들은 피하는 게 좋다.

   

편한 신발 신고, 발목 스트레칭 자주 해야

연세사랑병원 재활전문 클리닉에서 발목 근력을 강화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동호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축구를 하는 고명훈(36) 씨는 몇 개월 전, 공을 차다 발목이 삐었다. X-레이에서는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몇 주 후 MRI 정밀촬영 결과 인대 파열과 연골 손상이 확인됐다. 인대재건술과 미세천공술을 받고 지금은 다시 축구에 열심이다.

발목 염좌가 관절염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법으로는 인대재건술과 연골수술이 있다. 인대재건술 또는 복원술로 망가진 인대를 정상으로 회복한 후, 발목이 자주 접질려 손상된 연골을 관절내시경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연골수술에는 연골성형술, 미세천공술, 자가골연골이식술, 자가연골배양이식술 등이 있다. 연골성형술은 연골이 닳은 부위를 다듬어 추후 연골 손상이 확대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미세천공술은 연골이 없는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 원래 연골과 비슷한 연골이 재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무릎에서 뼈와 연골을 일부 떼어내 발목에 이식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과, 환자의 연골세포를 배양해 발목 안에 주입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은 연골 손상이 한 부위에 국한될 때 가능한 수술이다. 연골이식술은 수술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연골이 크게 손상되기 전에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목에도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다. 대부분 접질려서 생긴 일시적인 통증이라 가볍게 여기고 방치했다가 발목 모양이 변형되고 부기가 가라앉지 않는 관절염 말기 상태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이미 연골이 다 닳아서 뼈끼리 충돌하는 상황이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럴 경우 가장 흔하게는 수술로 관절염이 있는 발목 부위를 고정한다. 통증을 없애고 걷기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인데, 환자 상태에 따라 발목이 잘 고정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모양으로 고정된 경우 수술 후에도 통증이 남고 걸음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발목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하고 절룩거리면 발등과 무릎, 허리 등 주변 관절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족부센터 박의현 부원장이 발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발목고정술의 이러한 단점 때문에 발목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인공 발목관절은 발목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하고,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족부센터 박의현 부원장은 “발목 관절염 환자들은 발목 관절의 움직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발목 인공관절 수술의 등장으로 관절의 정상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져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발목 인공관절의 수명은 10년 정도다. 무릎이나 엉덩이 인공관절보다 짧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명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발목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편안한 신발을 신고 발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피하고, 운동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서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끄럼 방지 장치가 돼 있거나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족부 질환의 모든 것
하이힐 때문에 무릎 통증… 발바닥 아프면 족저근막염…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족부센터 심동식 과장이 절개 수술을 하고 있다. 발은 여간해서 탈이 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탈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발에 문제가 생기면 무릎과 허리 등 몸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거꾸로 몸의 이상에 어느 부위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발이다. 대표적인 예로 무릎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으면 발목과 발바닥에 부담이 가중돼 통증을 일으킨다. 무릎관절이 변형돼 휜 다리를 방치하면 발바닥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인 발 질환을 정리했다.
굵은 종아리가 콤플렉스인 대학원생 권미진(27·가명) 씨는 겨울만 되면 과감하게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가 굵은 종아리를 가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밤이면 발과 허리가 심하게 아파 병원을 찾았더니 무지외반증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직장인 강윤희(46) 씨는 하이힐 마니아다.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발이 아프고, 3년 전부터는 엄지발가락 부위의 뼈가 약간 돌출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무릎과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발의 문제가 심각해져 무릎과 허리 통증을 초래한 것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면서 뼈가 돌출되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개 폭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점차 걸음걸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발목과 무릎 관절염, 허리디스크 등 2차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초기에는 볼이 넓은 신발이나 보조기로 증상을 개선하지만,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수술을 한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족부센터 심동식 과장은 “수술 직후 통증완화 약물을 주입해 통증이 적다”며 “깁스 대신 특수신발을 착용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고 말했다.
소건막류 또한 볼이 좁은 신발을 신어 생기는 질환이다. 새끼발가락 바깥쪽 부분이 튀어나오고 빨갛게 변하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네 번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사이가 많이 벌어져 신발을 신기 불편한 사람도 간단한 수술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구두를 신을 때마다 발이 아팠던 손숙자(47) 씨는 2개월 전 X-레이 촬영 결과 볼이 넓고 네 번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이 많이 벌어져 있다는 진단을 받고 소건막류 수술을 받았다. 최소 절개로 약 15분간의 간단한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극심한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부터 발가락 쪽으로 신발 깔창처럼 발바닥을 싸고 있는 두껍고 강한 섬유조직이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에 탄력을 주는 구실을 한다.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오래 걷거나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하면 족저근막이 붓고 염증이 생긴다.
주부 이난희(53) 씨는 폐경기 이후 갑자기 불어난 체중 탓인지 얼마 전부터 발뒤꿈치가 찌릿찌릿 아팠다. 통증이 심해져 집안일 하기도 어려워지자 병원을 찾았다가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다. 족저근막염은 폐경기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발바닥 지방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 증상이 나타나도 대부분 일시적 현상으로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관절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족부센터 박의현 부원장은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심한 경우 걷기 힘들 만큼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데, 20~30%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추염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족저근막염 치료법으로는 체외충격파 요법과 PRP 주사치료가 대표적이다. 이는 외부에서 충격파로 결석을 깨뜨리는 요로결석 치료법을 정형외과 치료에 도입한 것으로,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충격파를 가해 통증을 느끼는 자율신경세포의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통증 완화와 더불어 혈관을 생성시켜 손상된 족저근막의 회복을 돕는다.
PRP 주사치료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자기 피 속에 있는 혈소판을 농축 추출해 환부에 주입하는 것으로 조직의 재생을 돕고, 자가 치유력을 높이는 치료법으로 인대 및 연골 치료에 효과적이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족부센터 박의현 부원장,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족부센터 심동식 과장

 

허리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관절이 문제
고관절 질환 조기진단이 중요 … 과음, 스테로이드 남용 치명적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박영목 주간동아 인턴기자 연세대 의학과 4학년    

“10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

건축업자 김모(45) 씨는 어느 날부터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일하다 다친 것으로 생각해 한 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이내 반대쪽 무릎과 엉덩이까지 아파왔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걷는 것은 물론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그의 병명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AVN). 넓적다리뼈(大腿骨)의 머리 부분(頭) 고관절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썩는 질병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관절로, 엉덩이관절이라고도 부른다. 야구 글러브 같은 골반뼈 위에서 야구공 모양의 대퇴골두(大腿骨頭)가 회전하는 구조로 엉덩이 깊은 곳에 자리해 있다. 겉에서는 만져지지 않지만 무릎관절 다음으로 큰 관절이며 어깨관절 다음으로 운동 범위가 넓다. 걷고 뛰며,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고관절 덕분이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대표 질환이 바로 AVN이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AVN은 사실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가수 김경호, 탤런트 이영하, 현대무용가 박명숙 씨도 이 병을 앓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인공관절 수술환자의 50~70%가 AVN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창동 교수는 “30대에서 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나, 요즘에는 20대 환자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DJ도 앓았던 고관절 질환

AVN은 외상에 의한 것과 외상과 관계없는 것으로 나뉜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대퇴골 경부가 골절되거나 고관절 탈구로 혈류가 차단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가 지방 대사과정에 변화를 일으켜 혈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며, 위 사례의 김씨처럼 20여 년간 거의 매일 소주 1병씩 마신 과음이 화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또 다른 질환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이 있다. 이는 무릎·허리 관절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이다. 한국인은 관절 자체를 많이 쓰기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의 형성에 이상이 있거나(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외상에 의한 변형이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년 넘게 지팡이를 짚었던 것도 교통사고와 고문에 의한 고관절 변형 때문이다. AVN이 진행돼 퇴행성 고관절염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허리나 무릎 같은 엉뚱한 곳에서 먼저 나타난다. 퇴행성 고관절염이든 AVN이든 초기에는 통증 외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인 고관절 질환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퇴행성 고관절염 진단을 받은 박모(56) 씨도 처음엔 단순히 사타구니가 땅기는 증세뿐이었다. 과로 탓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나중에는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신경외과, 류머티스 내과 등을 전전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박씨는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다리를 주무르느라 늘 잠이 부족했는데, 병원에서는 원인조차 모르고 물리치료만 권해 짜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대 김영후 교수 ‘프록시마’, 고관절수술 혁신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관절로, 엉덩이관절이라고도 부른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김영후·김준식 교수팀(오른쪽)이 개발한 프록시마.

의심하지 않으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것이 고관절 질환이다.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느끼는 증상이라곤 통증이 전부고 웬만큼 진행되기 전에는 X-레이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MRI를 찍자니 비용이 부담스럽고, 혈액검사나 다른 진단방법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퇴행성 고관절염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아픈 고관절 반대쪽에 지팡이를 짚으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온열요법이나 물리치료도 효과가 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선행 병변과 수술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AVN은 수술이 중요하다. 한창동 교수는 “AVN은 기본적으로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진통제만 찾다가 병을 키우지 말고 즉시 정형외과를 방문할 것”을 강조했다. 병의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핵심 감압 및 다발성 천공술 등)로 자신의 고관절을 최대한 사용하도록 하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했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인공고관절을 삽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고관절 수술과 관련해 낭보가 전해졌다. 이화여대 김영후·김준식 교수팀이 개발한 프록시마(Proxima)가 인공관절 전치환술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낸 것. 프록시마는 기존 인공고관절보다 10~15cm 짧다. 뼈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뼈 손상을 최소화하며, 절개 부위도 작아 출혈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 김영후 교수는 “세라믹 알루미나 델타라는 소재를 이용해 강도가 2배로 늘고 마모도는 5000분의 1로 줄었다. 덕분에 인공고관절 수명도 반영구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프록시마는 해외에서 먼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 도입돼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의 시술이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2006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심사를 통과해 현재까지 160여 명이 시술을 받았다. 시술받은 환자의 골밀도를 측정해 단기 비교한 결과, 프록시마를 이용한 군(群)이 기존의 인공고관절을 이용한 군에 비해 골 손실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김영후 교수는 해외 유명 정형외과 학회지 세 곳에 논문을 제출한 상태이다.

 

고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허리나 무릎 같은 엉뚱한 곳에서 먼저 나타난다.

인공고관절은 수술 후 3~4일이 지나면 목발이나 보행기를 사용해 걷는 것이 가능하고 1~2개월 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달리다가 한 발로 멈추거나 도약을 자주 하는 등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순간적으로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체중의 10배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관절에 대한 관심이다. 평소 다리를 꼬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며, 무릎·사타구니·허리 등이 아프다면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한창동 교수는 “AVN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과음이나 스테로이드 오남용을 피하는 것이 고관절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이화여대 목동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 김영후 교수,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창동 교수

인공관절 수술 후 정맥혈전색전증 혈액응고억제제로 예방
바이엘쉐링제약 자렐토…경구용, 모니터링 필요 없는 편한 약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20세기 멕시코 미술계를 대표하는 프리다 칼로, 미국 NBC 특파원 데이비드 블룸. 사는 곳은 달랐지만 이들은 정맥에서 혈전이 떨어져나와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고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폐색전증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가슴이 답답한 흉통, 어지럼 및 쇼크로 인한 실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을 보인 환자의 10~25%가 2시간 내에 돌연사할 만큼 치명적인 질병이다.

폐색전증의 원인은 정맥혈전색전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맥에 생성된 혈전(피떡)이 혈관을 막아 혈류의 흐름을 차단해 생긴다. 일반인에게 흔히 알려진 질환은 아니지만, 정맥혈전색전증은 병원 내 사망의 10%를 차지한다. 유럽에서는 정맥혈전과 연관된 질병이 연간 150만 건을 넘어섰으며, 매년 54만4000여 명이 사망한다. 유방암, 전립선암, 에이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5만명 임상연구 …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 검증

특히 정맥혈전색전증은 고(엉덩이)관절이나 슬(무릎)관절의 인공관절 수술 뒤 생기기 쉽다. 수술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 혈관이 손상되면 피의 흐름이 느려지고 이로 인해 혈액이 뭉치면서 혈전이 생긴다. 떨어져나온 혈전들은 혈류를 따라 흘러다니다가 신체기관으로 유입되는 혈류의 흐름을 차단한다. 수술로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혈전이 만들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정맥혈전색전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영양식 프로그램과 함께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고혈압을 조절하고, 걷기·수영 등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가끔씩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들어주고 1시간 넘게 앉거나 서 있지 않도록 한다.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금물. 음식은 염분 섭취를 줄이고 혈액이 농축되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신다.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 3나 올리브유, 콩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에 함유된 오메가 6를 많이 섭취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형외과 수술 뒤 적절한 예방조치가 중요하다. 수술 후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면, 2명 중 한 명꼴로 정맥혈전색전증이 발생한다. 정맥혈전색전증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혈액응고억제제 투여로, 혈액의 응고를 억제해 혈전의 생성을 예방하는 것이다. 혈액응고억제제로는 주사제인 ‘저분자량 헤파린’(Low Molecular Weight Heparins, LMWH)과 경구용인 ‘와파린(Wafarin)’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저분자량 헤파린은 주사제이기 때문에 퇴원 이후 자주 투여받기가 어렵고, 와파린은 복용할 때마다 병원을 찾아 혈액응고 모니터링을 해야 하므로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경구용인 ‘자렐토’는 하루에 한 번 복용하면서도 별도의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혈액응고억제제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8년 9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현재 유럽, 호주, 싱가포르, 중국 등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허가돼, 그중 30여 개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13일 승인됐으며, 30여 개의 임상센터에서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및 적응증에 대한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바이엘쉐링제약 관계자는 “자렐토는 전 세계 약 5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임상연구 결과, 기존 약제보다 우수한 임상적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기존 약제에서 사용상 어려움으로 지적된 음식물 상호작용이 없으며, 체중에 따른 용량 조절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