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보면 압니다”… 관상, 취업의 비밀통로
‘사람 됨됨이’ 평가의 한 방법으로 애용 2000년 이후엔 과학적 설계 인·적성검사로 대체
4월 초 임혜진(24·여) 씨가 무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직한 것은 ‘부드러운 눈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신생업체 벤처스토리는 신입사원 최종선발 단계에서 관상(觀相) 면접을 봤다. 면접장에 임원진과 함께 ‘관상면접관’ 윤광희 피플비즈넷컨설팅 대표가 참석해 지원자들의 생김새와 걸음걸이, 앉은 자세, 목소리 등을 주의 깊게 살폈다.
임씨는 눈과 눈썹 사이가 넓어 통이 크고, 턱이 발달해 고집이 세며, 코가 높아 자기 주관이 강한 성격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길고 부드러운 눈매 덕분에 높은 관상 점수를 받았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 윤 대표는 “환경 적응력이 좋다는 것은 위기와 변화에 강한 인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종합격 후 자신의 관상에 대해 전해들은 임씨는 “나의 실제 성격과 딱 맞아떨어져서 놀랐다”며 “관상면접이 있다는 건 소문으로 들었지만 실제 겪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직원 채용, 승진심사 때 관상면접 활용
관상면접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존재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관상면접의 존재를 부인한다. 그러나 역술가나 관상가 중 일부는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관상을 봐주고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채용 때는 물론이요, 경력직 사원 선발이나 임원의 승진심사에도 관상면접이 동원된다고 한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 회장은 198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의 관상면접을 도와주고 있다. 백 회장은 관상면접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회장이 한복판에 앉고 그 왼쪽에 인사담당 이사가, 오른쪽에 내가 앉는다. 나머지 자리에 전무, 총무부장 등 간부들이 죽 앉는다”고 설명했다.
“면접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얼굴 생김새, 앉은 자세, 목소리를 살피고 이력서에 쓰인 생년월일으로 회장과의 궁합을 맞춰본다. ‘눈이 나쁘다. 코가 빈약하다. 그러나 회장과 궁합이 좋아 회사에 덕을 가지고 온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평가한 뒤 ○, △, × 표시해 제출한다. 관상이나 회장과의 궁합이 좋지 않다고 평가한 사람이 채용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40여 년간 인상학(人相學)을 연구하며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구봉 최형규 선생은 “이사 명함을 앞에 놓고 면접장에 앉아 있는다”고 귀띔했다. 그가 살피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에 해당하는 오관(五官)과 음성. 최 선생은 “가만 앉아 있으면 면접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므로 가끔 ‘아버지는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 ‘형제들은 다 결혼했느냐’는 등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의 명함에는 ‘채용면접교육 및 관상면접관’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동양철학상담지도사, 역학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100여 개 기업에서 현재 관상면접관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면접장에 관상전문가가 배석하지 않더라도 관상과 인상이 채용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전문가는 “특히 관상을 중요시하는 오너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오너 나름의 판단으로 관상이 좋지 않은 사람을 걸러낸다”고 전했다. 한국인성컨설팅 노주선 대표는 “주관적으로 느낀 좋지 않은 첫인상을 ‘관상이 나쁘다’고 합리화하는 기업인들이 아직도 꽤 있다”고 말했다. 한 헤드헌터는 “상당수의 기업이 비밀리에 관상을 본다”며 “관상 혹은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은 추천해봐야 뽑히지 않기 때문에 추천에서 배제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눈빛이 사납거나 우울하게 생긴 사람, 표정이 밝지 않은 사람, 불편한 기운을 자아내는 사람 등이 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위한 툴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바 없지만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관상가를 앉혀두고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원광대 조용헌 교수는 “이 회장이 관상으로 보려 했던 것은 첫째 복이 있는가, 둘째 배신하지 않고 충성을 다할 것인가, 셋째 건강과 체력이 좋은가였다”고 전했다. 조직생활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 즉 인성(人性) 평가의 방법으로 관상면접이 쓰인 셈이다.
이 같은 관상면접의 목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백운산 회장은 “최근 적발된 충남 홍성 새마을금고의 직원 횡령 사건에서 보듯, 부적합한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면 크게 화를 입는다”며 “회사에 해를 끼칠 소지가 있는 사람을 미리 걸러내는 것이 관상면접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형규 선생은 “통계에 바탕을 둔 관상은 정확도가 80~90%에 이른다”며 “잔꾀 부리는 사람, 거짓말 잘하는 사람, 성실하지 않은 사람 등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표는 관상면접의 목적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김새에 따라 성격과 성향,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적합한 업무도 다르다는 것이다(16쪽 상자기사 참조).
그는 생김새뿐 아니라 걸음걸이, 앉은 자세, 말투, 찰색(察色) 등을 통해서도 사람 됨됨이와 특성을 파악한다. 위를 보고 걷는 사람은 유아독존 성향이 강하고, 뒤에 기대지 않고 앞으로 나와 앉는 사람은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며, 목소리가 크면 성격이 개방적이고 호탕한 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찰색은 관상학에서 운기(運氣)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윤 대표는 “얼굴색은 속마음을 대변하는 심상(心相)”이라며 “인상이나 자세가 좋아도 찰색이 좋지 않으면 젊은이다운 패기가 부족해 도전을 싫어하고 쉬운 일만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채용과정이 체계화하면서 관상면접의 빈도는 줄었다. 최 선생은 “90년대까지만 해도 봄철이 되면 면접 보러 다니느라 바빴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한두 회사만 관상면접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2000년 이후 2, 3세 경영체제로 바뀌면서 관상면접 의존도가 확 줄었다”며 “관상면접을 해주는 것은 1년에 1번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채용 전 인성 파악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성 평가의 중요성은 확대되고 있다. 각 회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을 서류심사나 역량면접만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성평가의 툴이 관상에서 심리학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설계된 인·적성 테스트로 바뀌는 추세다. 삼성그룹의 SSAT(Samsung Attitude Test), LG그룹의 RPST(Right People Section Test), SK그룹의 종합직무적성검사 등 인·적성 테스트는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발굴할 수 있도록 특화, 개발된 것으로 크게 직무적성평가와 인성평가로 나뉜다. 인성평가의 목적은 리더십과 조직적응력, 즉 개개인의 성품을 파악하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이나 산업심리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관상가를 대신해 면접장에 배석하는 것도 달라진 채용 트렌드다. 기업에 인성평가와 관련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인성면접관으로 활동하는 노주선 한국인성컨설팅 대표는 “임원들 뒤에 배석해 면접자들의 대인관계나 자기관리 능력을 위주로 평가한다”며 “그 때문에 면접자들에게 관상가로 오해받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인성면접관은 면접자들에게 협력 과제를 제시하고 행동을 관찰한다. 취업 포털사이트 헬로잡 김성규 본부장은 “토론면접이나 단체과제를 수행할 때 면접자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팀워크, 책임감, 창의성 등을 1~5점 척도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직무에 따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인성 요인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카지노나 백화점 직원을 채용할 때는 ‘자기통제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다. 노 대표는 “이런 직무의 사람들은 근무하면서 돈 감각이 대단히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밝은 표정, 바른 자세 노력으로 갖추기
관상면접은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취업의 사다리다. 아직 과학으로 검증된 바 없기에 정식 채용절차로 진입할 수도, 기업들이 드러내놓고 활용할 수도 없지만 면접관들은 면접자의 관상과 인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여전히 일부 기업은 관상전문가를 면접장에 배석시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평가 대상자가 관상면접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없지는 않다. 관상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바른 걸음걸이와 앉은 자세, 또박또박한 말투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굳이 관상면접관이 배석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태도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듀오아카데미에서 맞선을 앞둔 이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강의하는 유세진 이미지컨설턴트는 “이미지란 게 보이는 외모에 국한한 게 아니다. 당당한 태도, 예의 바른 매너, 밝은 표정 등을 갖추면 생김새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또한 “표정을 통해 성격을 알 수 있다. 눈에 선량함과 씩씩함, 마음의 평정이 드러나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관상의 문화학’). 결국 관상면접이라는 ‘비과학적’ 관문도 면접자 자신의 마음과 자세, 그리고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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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 상태에 따라 낯빛이 수시로 바뀌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인상 좋은 사람은 관상도 좋을까? 반대로 관상 나쁜 사람은 인상도 나쁠까? 온 나라를 경악하게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은 이런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을 읽기 힘든 얼굴이기 때문이다. 관상과 인상의 미묘한 관계.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관상이론의 대가로 손꼽히는 신기원 선생과 인상이론의 틀을 체계화한 주선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사람은 엇갈린 주장을 편다. 신 선생은 관상과 인상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 교수는 마음에 따라 인상도 달라지고 자연히 관상도 변한다고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맞닿아 있다. 관상과 인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같은 얼굴’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 본성은 불변” 관상이론 대가 신기원 선생 “자기 분수를 알아야 현명한 행동” 구부정한 어깨,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의 작고 동그란 눈, 갸름한 얼굴에 뾰족한 턱과 웃을 때 환하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 관상가들 사이에서 관상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신기원(70) 선생은 허영만 화백의 동아일보 인기 연재만화 ‘꼴’에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다. 만화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정말로 똑같다. 신 선생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관상 강의를 한다. 허 화백과 위즈덤하우스 편집장 고정란 씨, 용인대 이동철 교수(중국학), 문화평론가 강영희 씨 등이 주요 수강생. 동아일보에 매일 실리는 허 화백의 만화는 이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신 선생은 또 월요일마다 성동구 도선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한다. 6시부터 7시까지는 기초반, 이후부터 10시까지는 심화반이다. 30~40명의 수강생은 대부분 40, 50대 중년층으로 수업 열기가 뜨겁다. 평범한 주부와 직장인, 사주와 관상을 접목하려는 역술인, 스님 등 수강생의 직종은 다양하다. 신 선생은 ‘마의상법(麻衣相法)’을 주교재로 삼고, 유명인이나 뉴스에 등장한 인물들의 사진을 보조교재로 활용한다. “호상불여호신(好相不如好身)이라는 말이 있어요. 관상이 좋아도 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관상이 4라면 몸이 6이에요. 몸의 생김새와 건강이 그만큼 중요하죠.” 기초반 강의가 끝난 뒤 신 선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평일은 손님이 끊이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어 금요일 저녁 7시 자택에서 만나기로 어렵게 약속시간을 잡았다. 신 선생의 집은 ‘신기원 관상학당’으로 불린다. 약속한 시간에 집에 도착하니 손님 한 사람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 선생은 관상도 보지만 단골에게는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님은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듯했다. 1시간 넘게 상담을 받은 손님은 결국 신 선생의 조언에 따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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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꼴’을 보면 관상의 정의에 대한 신 선생의 언급이 자주 나온다. 가장 빈번한 말이 특정 부위만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렇다. “얼굴의 기세가 전부 나쁜 꼴은 없다. 낮은 곳이 있으면 높은 곳이 있고, 부족한 곳이 있으면 넘치는 곳이 있다. 얼굴 구석구석을 모두 따져서 꼴의 총점을 봐야 그 사람의 관상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한두 곳이 나쁘더라도 실망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상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관상 전문가에게 관상을 믿느냐고 묻는 것이 결례일까 싶어 망설였지만 궁금한 것을 안 묻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관상이란 꼴을 보고 그 사람의 본성부터 타고난 자질과 격, 복까지 알아보는 것이다. 관상학 책을 보면 관상은 6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연구됐다. 일반인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100% 믿는다. 상법(相法)은 얼굴을 살피는 방법을 말하는데, 명확하고 신빙성이 있다. 글자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사주명리학과는 비교가 안 된다. 관상은 바로 실상을 살피는 것이다.”
같은 사람의 관상과 사주는 비슷한가, 아니면 차이가 있나. “사주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람이 똑같을 수밖에 없다. 쌍둥이가 그렇다.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이 사는 인생이 같은 경우를 본 적이 있나? 사주로는 이들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관상은 두 사람의 인생을 구분할 수 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이 동생을 데려온 적이 있다. 형은 성공한 의사인데 동생은 취직을 못해 형의 병원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쌍둥이인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안신(眼神·눈빛의 기운)에 차이가 있었다. 정신의 기운이 안신의 차이를 가져온다. 음성도 달랐다. 음성 또한 그 사람의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
관상이론이 오래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얼굴이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준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무슨 소리… 기준과 원리는 그대로다. 사람들의 상과 체형이 진화한 것이지 바뀐 게 아니다.”
관상이 좋으면 인상도 좋은 건 아닌지. “그건 아니다. 좋은 인상인지, 나쁜 인상인지는 마음이 순수한 어린아이에게 물어보면 가장 잘 안다. 넉넉하게 방긋 웃는 해적왕 털보를 어린이들에게 보여줘봐라. 해적이 무서운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털보는 좋은 인상으로 남을 것이다. 인상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그냥 보이는 것일 뿐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보라. 인상으로만 보면 도저히 살인마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상학적으로 보면 무서운 범죄자형이다. 감정이 없는 찬피(冷血) 동물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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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과 인상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아무 관계가 없다. 관상과 인상이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상법의 이치를 모르는 말이다.” 관상은 정해져 있나, 아니면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갈 수 있나. “관상은 타고나는 것이다.” 심성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마음 씀씀이에 따라 관상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심장이 심포(心包)고, 심포가 바로 얼굴이다. 성 제롬(가톨릭 성인)은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며, 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했다. ‘마음에 따라서’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마음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관상은 얼굴을 통해서 마음을 읽는 것이다.” 심포라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심장을 감싸는 기운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심장의 기운, 바로 심기다. 사람들이 기분이 좋다, 나쁘다고 표현하는데 추상적인 개념이다. 사진으로 촬영할 수는 없지만 기분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심포도 의지에 따라서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심장이 바뀌나? 심포는 타고나는 것이다. 노력하면 바뀐 것처럼 착각하거나 숨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본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건 일반인이나 성인이나 마찬가지다. 그 너그럽다는 공자도 아내에게 반찬 타령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야사에 나온다.” 관상이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한데. “마음이 일생을 지배한다고도 하고, 성격이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마다 기질과 성품, 천성이 모두 다르다. 격에도 차이가 있다.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지금은 얼굴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관상을 바꿀 수 없다면 굳이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솔직히 나도 내 관상을 고치려고 애썼다. 조금이라도 더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내 본성이 튀어나왔다.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본성대로 판단하고 처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관상을 보는 이유는 자신에게 복이 있는지 없는지, 만약 없다면 왜 그런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단점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천성과 분수를 알아야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처세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도 내 본성을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을 결정하거나 처리할 때 과거보다 많이 생각하고, 어리석은 일도 덜 저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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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을 알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안 좋은 때도 있을 듯한데. “그런 경우는 없다. 그동안 내가 관상을 봐준 사람은 대부분 용기를 내고, 자신에게 적절한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다.” 사람을 볼 때마다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게 될 듯한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얼굴을 보고 인격이 소인배 같으면 멀리하고 좋은 사람이면 가까이한다. 나쁜 점보다는 편리한 점이 많다.” 관상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나. “없다. 그보다는 보람을 느낀 적이 많다. 실의에 빠져서 나를 찾아온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희망도 주고 용기도 준다. 지난해 서른네 살 난 젊은이가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따라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시험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딱 1년만 더 공부하라고 그랬다. 1년 정도 뒤면 시험에 합격할 관상이었다. 결국 내 말을 믿고 1년간 더 공부해서 합격했다.” 관상은 어떻게 봐야 하나. “흔히 좋은 관상과 나쁜 관상으로 구분하려 하는데, 그건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의 격을 따져서 귀천을 가리고, 선악을 가린다. 이것이 올바른 관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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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산다? 사는 대로 생긴다” 국내 첫 인상학 박사 주선희 교수 “닮고 싶은 사람 보며 ‘마음 훈련’을”
소년 어니스트가 살고 있는 마을 산꼭대기에는 전설 속의 얼굴인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어니스트는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걸출한 인물이 언젠가 마을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실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어느덧 노인이 된 어니스트. 마을 사람들은 평생 진솔한 삶을 살아온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을 가장 닮은 사람임을 깨닫는다.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소년이 마침내 노인이 되어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됐다는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에 대해 인상학 박사 주선희(50·사진) 교수(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는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얼굴을 가슴에 담고 그 얼굴을 닮고 싶어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면 결국 닮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굴은 타고나며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완성되며 사는 대로 생긴다는 것이 인상학의 핵심이다. 인상학에서는 타고난 인상은 20~30%에 그치며 나머지는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정형화돼 고정불변하다고 보는 것이 관상학이라면, 인상학은 인간 의지에 따라 변화와 개선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서까래로 삼는 것이다. 관상학과 인상학의 차이를 좀더 부연한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예수와 그를 배반한 가롯 유다의 모델이 동일 인물이라는 거다. 다 빈치가 교회 합창단 중 한 명에게서 ‘예수의 얼굴을 봤다’며 그를 예수의 모델로 삼았으나, 유다의 모델을 구할 수 없어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몇 년 후 다 빈치는 교도소를 들락거린 부랑아에게서 유다의 얼굴을 발견하고 모델이 돼줄 것을 청했는데 부랑아가 그림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단다. ‘몇 년 전 자신이 예수의 모델이었다’고. 이 이야기는 관상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관상은 ‘얼굴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얼굴의 변화를 흔히 경험한다. 스타들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찾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런데 왜 다들 친구를 찾아내는 데 애를 먹을까?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거나 살이 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는지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남의 호주머니를 탐하는 생활을 1~2년만 해도 눈빛이 도적의 그것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번들번들 살기(殺氣)가 흐른다.” 무엇을 보고 사람의 인상을 판단하나. “관상학은 눈, 코, 입을 따로따로 보지만 인상학은 표정을 중점적으로 본다. 표정이 좋은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인상이 금세 나빠진다. 그러니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마음 성형’을 해야 한다. 마음이 즐거우면 표정이 좋고, 그러면 인상이 좋아지니까.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상대의 85%를 파악한다고 한다. 말의 내용으로 파악하는 건 8%에 그친다. 대화 상대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눈길이 서늘하면 ‘나를 경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좋은 인상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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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부르는 좋은 인상이란 어떤 것인가.
“우선 눈빛은 너무 밖으로 드러나서도, 희미해서도 안 된다. 번들번들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더욱 안 좋다. 코는 빵빵해야 한다. 펑퍼짐한 코는 좋지 않다. 멍한 표정을 많이 지으면 코가 펑퍼짐해진다. 결심하고 다짐할 때 코 앞 부분이 단련된다. 깊은 숨을 쉬면 코 전체가 운동이 돼 단단해진다. 또 많이 웃어야 코 옆이 빵빵해진다. 입은 양쪽 눈동자 사이에 놓인 정도의 크기가 가장 좋다. 입꼬리가 올라가야 좋다고들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입꼬리가 내려간 사람은 불만이 많은 사람일 수 있지만,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을 때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좋다. 또 날씬한 사람은 날렵하게, 체격 있는 사람은 여유 있게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씬한 사람이 느리게 걸으면 아파 보이고, 덩치 큰 사람이 빨리 걸으면 급한 일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균형과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 같은 고용 불안기에는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며 오래 근무하길 바란다. 회사에서 선호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인상의 특징이 있나. “이런 사람들은 얼굴색이 좋고 피부에 탄력이 있다. 일을 즐기니까. 얼굴이 검은 사람은 햇볕에 잘 그을린 듯한 구릿빛, 하얀 사람은 우윳빛, 노란 사람은 찰밥에 조를 뿌려놓은 것 같은 빛깔이어야 얼굴색이 좋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 채용 때 종종 자문을 해주는데, 얼굴색 좋고 탄력 있는 사람을 쓰라고 조언한다. 과일을 살 때 색이 좋지 않은 것은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는 대로 인상이 바뀐다’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도 인상만 살피고 그간의 생활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방금 전에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조금 전에 화를 냈다면 화가 얼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만난 어느 검찰총장이 갓난아이인 외손자가 자길 보면 웃질 않는다고, 외할아버지라서 차별 대우하나 서운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인상을 가장 잘 보는 사람이 바로 갓난아이’라고 했다. 아기는 인상 나쁜 사람을 보고는 절대 웃지 않는다. 자기 인상이 어떤지 궁금하면 갓난아이 얼굴을 가만히 쳐다봐라. 아기가 울면 ‘내가 인상이 나빠졌구나’ 생각하면 된다.” 나쁜 관상을 가진 사람도 노력하면 좋은 인상, 나아가 좋은 관상까지 가질 수 있나. “물론이다. 얼굴은 완성되어 불변하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변한다. 턱이 뾰족한 사람은 의지와 참을성을 키워라. 힘든 일 앞에서 인내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주 어금니를 깨문다. 그러면 턱에 근육이 생기면서 넓적해진다. 나이가 들어도 정신세계가 맑은 사람은 눈의 흑백 구별이 선명하다. 사생활이 복잡한 20대 청년의 눈은 반대로 누리끼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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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썹 사이를 명궁이라 하는데, 관상학에서는 이 부위를 복이 들어오는 관문이라고 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눈썹을 위로 올리며 명궁을 펴준다. 이게 반복되면 이 부위를 운동시키는 결과가 돼 명궁에 탄력이 생기고 저절로 살집이 두꺼워진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죽는소리 하지 말고 이 부위를 열어놓아라. 그러면 복이 들어오는 관상이 된다.” 좋은 인상을 가꾸는 구체적인 팁을 알려준다면.
“먼저 매일 잠들기 전에 마음 정리를 한다. 하루의 얼굴은 전날 밤부터 만들어진다. 자기 전에 미운 사람을 떠올린 뒤 입장 바꿔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미움을 되도록 지워라. 마음에 걸리는 일은 부정적인 쪽보다는 희망적인 쪽으로 생각한다.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면 ‘더 나쁜 일이 생길 것을 이것으로 때웠다’ 여긴다. 이렇게 하루 마음을 정리하고 반성하고 감사해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얼굴색과 윤기를 점검한다. 윤기가 사라졌다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인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찰색(察色)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그럴 때는 자신의 마음과 몸 상태를 판단하면 된다.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찰색이 달라지니까.” 평소에 잘 웃는 것도 중요한가. “요즘에 입꼬리 올리는 기구까지 팔더라. 사람들이 얼마나 안 웃고 살면 이런 물건이 팔리나 싶었다.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기(氣)를 받아야 한다. 많이 웃는 것은 기가 살아나는 것이고, 남들한테 칭찬받는 것이 기를 받는 거다. 책을 보거나 깊은 생각을 하면 기가 응집한다. 슬퍼하는 것은 기가 흩어지는 것이요, 사람이 죽는 것은 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슬퍼하는 것과 죽는 것이 결국 같은 것이니 슬퍼하는 시간이 길면 좋지 않다. 웃는 것이 중요하지만, 웃음을 쥐어짠다고 좋을 건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며 기를 살려라. 좋은 사람을 만나 기를 살리는 웃음을 나눠라.” ‘큰 바위 얼굴’의 어니스트처럼 닮고 싶은 사람을 계속 보는 것도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동경하는 사람의 전기를 읽고 그의 얼굴을 잘 기억해둔다. 혹은 닮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가까이 두고 꺼내보면서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러면 행운이 찾아오는 얼굴이 만들어져 꿈이 실현될 거다. 또 매년 초 자신의 사진을 한 장씩 찍어두고 얼굴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인상 관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동경할 만한 인상을 가진 위인으로는 누구를 꼽는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상 관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사납게 생기고 수염이 듬성듬성 나고 얼굴이 붉은 장비도 용맹함을 배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 적합하다. 존경하는 상사나 사회적 명사, 역사적 위인 등 누구나 자신이 닮고 싶은 부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얼굴과 인상을 자주, 유념하며 봐라. 좋아하면 닮는 건 금방 할 수 있다. 목소리, 말투, 동작까지 금세 비슷해진다.” 본인의 인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상 연구가의 인상은 어떠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인상은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남이 봐주는 게 인상이다. 그러니 내 인상은 나를 대하는 사람들이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3명 이상이 똑같은 지적을 한다면,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지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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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라는 것, 사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소재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얼굴을 읽어 사람 속을 알 수 있다니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허영만 화백은 2006년 11월부터 신기원 선생에게서 관상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2년6개월째. 허 화백도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읽는다는 것은 재미있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공부를 계속하고 만화 ‘꼴’을 연재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느 정도는 알아두면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요즘 그의 생각이다. 다만 허 화백은 일반인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그동안 배운 게 있다 보니 자꾸 사람들의 얼굴을 뜯어보려는 버릇이 생겼다.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이런 유혹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관상을 일상생활에서 필요 이상으로 이용하면 위험하다. 고수들도 틀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마추어들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빠지면 위험한, 하지만 알면 손해 보지 않을 관상. 허 화백이 동아일보에 연재한 만화 ‘꼴’의 내용을 얼굴 부위별로 정리해봤다. 신 선생은 “‘좋은 관상’과 ‘나쁜 관상’은 없다. 다만 빈부, 귀천과 격이 높고 낮은 관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얼굴 3마당과 12궁(宮) 12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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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음식, 말, 호흡, 에너지의 통로다. 내학당(內學堂)에 해당하는 입은 귀에 이은 학문의 종결판이다. 입이 귀하게 생긴 사람이 학문을 크게 이룬다.
턱 51세 이후 말년의 복은 턱 전체로 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얼마나 도움을 받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이마가 하늘이라면 턱은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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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이마는 하늘이다. 초년 운과 부모의 운을 같이 볼 수 있다. 자손도 본다. 넓고 깨끗하고 기색이 좋으면 학문을 이룬다.
눈썹 눈썹은 수명이다. 잘생기면 이름을 떨치고 오래 산다. 그 사람의 격과 영혼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눈썹은 눈보다 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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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콩팥과 연결돼 있어 건강을 볼 수 있다. 귀가 깨끗하고 색이 좋으면 콩팥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반대로 어둡거나 검으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 귀는 지혜의 뿌리다.
눈 사물을 보고 살피는 눈은 재물이요 지혜다. 정신력과 재복, 선악을 구분할 수 있다. 눈동자는 검고 깊고 반짝여야 한다. 흰자위는 맑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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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코는 나 자신이다. 마음의 보따리, 즉 심포(心包)다. ‘심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재복을 가늠하는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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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고쳤다, 운명아 길 비켜라! 사업 시작 중장년층 관상성형 붐 … 호감 가는 인상, 자신감 회복엔 긍정적 | |||||||
[사례 1] “미간이 낮고 콧등까지 낮아 재물운이 없다 보니 지금까지 이 모양인가 봅니다.” [사례 2] B씨는 K성형외과 단골손님이다. 이마, 쌍꺼풀, 코 등을 수술하느라 자주 찾았다. 특이한 것은 B씨가 점집을 먼저 찾아가 관상 얘기를 듣고난 뒤 성형외과를 찾는다는 점이다. 오늘 B씨는 5번째 성형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어느 점집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좋은 관상은 운명을 바꾼다? 관상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성형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을 합친 ‘관상성형’이라는 말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관상성형은 말 그대로 성형수술을 통해 재물, 인복, 운 등을 불러들이는 인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얼굴로 성형하기보다는 관상학적으로 ‘운’이 따르는 인상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관상성형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 한창 유행하고 있는 요즘도 관상성형이 성형수술의 주류는 아니다. 미용성형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취업 시즌이나 연말, 연초에 반짝 유행할 뿐 평상시에는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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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도 관상성형과 비슷한 의미의 성형수술은 있었다. 다만 관상성형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 뿐. ‘김형준 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관상성형이라는 것은 기존의 성형외과 개념에 포함돼 있다. 도드라진 광대뼈나 들창코 등 인상이 안 좋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은 것이 관상성형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관상성형의 주된 고객은 40, 50대다. 특히 사업을 시작하는 중년층 남자가 많다. 장년층의 경우 자녀와 함께 와서 그들이 성형수술할 때 관상학적 고려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일부 취업을 앞둔 20대도 관상성형 하러 병원을 찾지만 많은 수는 아니다.
관상성형을 하는 이유는 좋은 관상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주나 손금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관상은 겉으로 드러나다 보니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올 초 관상성형을 했다는 김모(44) 씨는 “일이 안 풀려 점을 봤는데, 쌍꺼풀 수술을 해야 앞길이 트인다는 말을 듣고 성형외과를 찾았다”며 “나이 든 남자가 성형수술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동안 일이 잘 안 된 게 관상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주저 없이 수술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에 따르면 본인이 관상 공부를 해서 ‘이렇게 수술해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권유(점을 봤거나 집안 어른들의 추천)로 관상성형을 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고 한다. 관상성형이라고 해서 비용이 많이 들거나 따로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미용성형과 성형 목적이 다를 뿐이다. “상술에 불과 … 의사가 운명 바꿀 수는 없다” 과연 성형으로 관상을 바꿀 수 있을까. 관상학자들은 관상성형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심상(心相)을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얼굴이 변하는 것인데, 단순한 외과적 수술이 그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의학적 자만이라는 것. 관상 전문 사이트 ‘페이스인포’ 최필진 대표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최 대표는 “코에 실리콘을 넣는 등의 보강형 수술은 보기에는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운명적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얼굴은 순환하고 자연적으로 변하는 것인데, 실리콘처럼 변하지 않는 물질을 넣어두면 오히려 얼굴의 자연스러움을 망가뜨린다”고 꼬집었다. 관상 자체를 비과학적이라 보는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 역시 ‘관상’을 전면에 내세운 관상성형에 비판적이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관상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부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는데, 나아가 성형으로 운명을 바꾸겠다는 관상성형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 그래서 관상성형은 일부 성형외과 의사의 상술일 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상학자는 “처음에는 관상학적으로 보기 좋은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했겠지만, 그것이 결국 성형수술의 한 분야인 것처럼 과대포장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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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들도 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 김형준 원장은 “관상성형이란 것도 호감 가는 얼굴,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만드는 미용성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굳이 관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수술 전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인상을 좋게 해 취직, 결혼, 사업 등에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성형수술이 관상성형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관상학 지식이 부족한 의사들이 관상성형이라는 이름을 붙여 수술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상에 대해 깊이 들어가려면 전문 지식과 의학 외적인 공부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관상성형을 위해 관상 공부를 따로 하는 의사는 매우 드물다는 것. 성형외과 의사들은 “관상학 지식이 없어도 제대로 배운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기본적으로 성형수술로 인상을 좋게 하고, 나아가 좋은 관상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관상학자들은 이런 논리야말로 관상에 대한 성형외과 의사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좋은 관상’보다 ‘이상적인 얼굴’ 관상성형을 둘러싼 이런 비판에 대해 성형외과 의사들은 관상학에서 말하는 좋은 인상과 성형외과에서 규정하는 이상적인 얼굴이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둘의 관계에서 관상과 성형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관상학자는 눈빛이 살아 있으면 생김새가 좀 떨어져도 좋은 얼굴로 치지만, 성형외과 의사들은 좌우 균형이 잡히고 턱선이 원만하면 아름다운 얼굴로 꼽는다. 관상학에서는 부위별로 이상적인 형태가 정해져 있다. 예컨대 쌍꺼풀 없이 가늘고 긴 눈, 적당히 솟은 광대뼈와 풍성한 턱, 곱게 뻗어내린 윤기 있는 코 등을 좋은 관상으로 친다. 물론 한 가지만 좋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고 각 부위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반면 성형외과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얼굴형이란 다소 작은 얼굴에 광대뼈나 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상안면부와 중안면부, 하안면부의 길이가 같은 얼굴을 뜻한다. 상안면부는 이마 끝부터 눈썹까지, 중앙면부는 눈썹부터 코끝까지, 하안면부는 코끝부터 턱 끝까지를 말한다. 이상적인 얼굴은 좌우 방향으로 볼 때도 관자놀이 사이의 거리가 광대뼈 사이 거리, 그리고 턱선 사이의 거리와 각각 같아야 한다. 또한 눈 사이 거리는 코의 너비와 같아야 하는데, 이 길이는 각각 좌우 눈의 길이와 같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균형 잡힌 비율의 얼굴이 성형외과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얼굴형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흔히 한다는 관상성형은 ‘이상적인 얼굴’을 만드는 성형수술에 더 가깝다. 따라서 성형수술을 통해 이상적인 얼굴로 변했다고 해서 관상이 바뀌어 운명이 달라진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좋은 관상과 이상적인 얼굴은 일부 차이점에도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상성형을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일반 미용성형보다 높다. 수술 전 원하는 것이 확실한 데다 자신이 수술 방향까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수술 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환자가 잘 적응한다는 평가다. 비교적 주관이 뚜렷한 환자들이 수술을 원하므로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수술되면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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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관상성형을 내세우는 병원이 아니어도 이왕이면 수술 후 관상이 좋아진다고 강조하는 병원이 많다. 김형준 원장은 “우리에게 좋아 보이는 인상은 관상학적으로도 좋다. 관상을 따지지 않더라도 성형수술은 황금비율의 이상적 얼굴을 갖추려 하기에 환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상학적으로 좋은 얼굴과 현대 성형학적으로 좋은 얼굴 사이에서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관상을 중시하는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 세대는 관상보다 미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들은 좋은 관상과 미적인 얼굴이 충돌하면 관상을 따르지 않고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눈을 크게 한다. 미의 기준이 달라졌기에 과거에 좋은 관상으로 본 얼굴 형태가 반드시 현대 미의 기준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서구화한 미적 기준을 중시하는 20, 30대에게 관상은 고리타분한 것일 뿐 성형할 때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다. 때문에 한의원을 찾지 않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상당수 한의원이 불황을 겪는 것처럼, 관상성형도 의외로 빠른 시일 안에 도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랜드 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50대 어머니와 20대 초반 딸이 성형외과에 오면 어머니가 관상학적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딸이 전혀 듣지를 않는다. 딸에게 중요한 것은 성형수술을 통해 얼마나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이느냐일 뿐”이라며 “관상성형도 한때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자신감 회복하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 관상성형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자신감이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성형으로 관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로미안 성형외과’ 강민범 원장은 “관상학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굴은 마음의 창이며, 얼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믿는다”고 했다. 즉 성형수술로 외모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 그로 인해 성격이 변하고, 그 결과 취업이나 결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얼굴이 바뀐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닐 터. 하지만 얼굴에 대한 자신감이 결국 인생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관상성형은 의미가 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요, 눈은 마음의 밀고자다”라고 했다. 얼굴로 그 사람의 성격과 길흉화복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만큼 관상을 바꾸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때 드러나는 겉모습도 결국 자신의 심상(心相)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겉모습에 대한 성형보다는 마음의 성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
외모로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동서양의 눈으로 본 관상과 범죄의 연관성 |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해!” 최종 용의자는 3명. “향숙이는 예뻤다”를 외치는 박노식(백광호 역), 성도착증 환자 류태호(조병순 역), 범인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곱상한 박해일(박현규 역). 결국 박해일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지만, 관객은 물론 영화 속 형사들까지 미소년 같은 그가 과연 천인공노할 연쇄살인범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끝내 누가 범인인지 드러내지 않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타락의 낙인’에 대한 오랜 믿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우리 반응은 둘로 나뉜다. 흉악하고 험상궂은 얼굴이라면 “그럼 그렇지, 범죄 저지를 관상이네”라 하고,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얼굴이거나 잘생긴 얼굴이라면 “아니, 저런 사람이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지?”라며 놀라워한다. 살인범은 정말 사람을 죽일 만큼 잔인하게 생겼고, 사기꾼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할 듯한 교활한 얼굴이며, 강간범은 변태 성욕자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를 저지를 관상은 따로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모로 범죄자를 식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서양 관상학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16세기에 살았던 최초의 범죄학자인 델라 포르타는 범죄자의 신체적 특성과 범죄유형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도둑들은 작은 귀, 짙은 눈썹, 작은 코, 자주 움직이는 눈, 날카로운 시선, 벌어진 입술, 길고 가는 손가락을 가졌다”고 기록했다. 관상학이 과학의 외피를 쓰고 좀더 체계적으로 연구된 것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범죄학자 롬브로소에 의해서다. 그는 범죄의 원인을 신체적 특성과 결합한 범죄인류학의 기초를 세웠다. 그는 ‘범죄자론’에서 두개골과 귀의 모양, 안면의 뼈와 이마 모양, 입술과 치아, 머리카락 등이 범죄성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롬브로소의 뒤를 이어 20세기 초 미국의 인류학자 E.A. 후턴도 ‘범죄와 인간’이라는 저서에서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살인자나 강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왜소한 사람은 절도범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작고 살이 찐 사람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이들은 관상과 범죄를 연결하는 자신들의 이론을 과학적으로 포장했다. 수많은 사례를 분류하고, 통계를 통해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관상학이 ‘과학적 실증주의’를 기반으로 한 학문임을 강조했다. 관상학이 주장하는 객관성을 부정할 수 없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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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양의 관상학이 범죄와 관상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중한 반면, 동양의 관상학자들은 개인의 기질과 범죄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동양, 특히 한국의 관상학자들은 ‘범죄형’ 관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난폭한 기질을 가진 얼굴형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비록 외모가 평범하거나 곱상하기까지 하더라도 폭력 기질이 얼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눈빛이다. 그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백이면 백’ 광기 어린 눈빛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들의 눈빛도 이들의 분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상자기사 참조). 관상 전문 사이트 ‘페이스인포’ 최필진 대표는 “범죄자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광기를 읽을 수 있다”며 “눈썹이 지나치게 짧다거나 눈동자가 중심에 있지 않고 상하좌우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에서도 자기 성격을 못 이기고 범죄를 저지르는, 욱하는 성격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관상과 범죄는 전혀 무관”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 학자와 전문가는 관상과 범죄의 관련성은 전무(全無)하다고 말한다. 두개골의 형상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심적 특성, 운명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골상학’을 비롯한 범죄와 관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미 20세기 초에 수명을 다했다고까지 표현한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범죄와 관상이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경찰관 개개인의 처지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얼굴상을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을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관상이 있다’는 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표 교수는 “범죄에 대한 관상학적 접근이 해부학, 통계학, 생리학 등 여러 학문을 동원하며 마치 합리적인 과학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실무에서도 관상과 범죄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한 강력계 형사는 “과학수사를 강조하는 요즘 경찰이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관상을 보며 수사한다면 아마 여러 명 옷을 벗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경찰수사연구원 오지형 교수실장은 “예컨대 ‘범죄를 많이 저지를 얼굴’이라는 식으로 예단했다가는 수사에 혼선을 빚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용의자의 관상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죄와 관상(인상)의 관계를 가르치는 ‘범죄인상학’은 수사과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경찰은 1999년부터 1만1000여 개의 한국형 얼굴 데이터를 입력한 몽타주 그래픽 프로그램을 개발, 범죄자의 인상을 추적하는 데 활용한다. 데이터는 얼굴 윤곽과 눈, 코, 광대뼈, 볼, 입, 턱 등 16개 부위에 1000여 개씩인데, 해마다 업데이트된다. 그럼에도 경찰 몽타주 요원들 또한 특정 범죄와 관상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과학수사대(CSI) 소속의 한 몽타주 요원은 “과거에는 더러 범죄형 얼굴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은 오히려 곱상하고 잘생긴 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몽타주 요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그려내는 만큼 관상학적 선입견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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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학적 편견은 인종차별주의 근원 범죄와 관상이 과학적으로 무관한데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범죄는 특정 외모의 소유자가 저지르는 행위로 인식한다. 이런 생각의 기저에는 ‘아름다운 것은 곧 선한 것’이라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겉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은 악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문제는 관상학적 편견이 선입견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 관상학적 편견은 대상의 속사정까지 정확하게 알고 판단한 것이라기보다는 첫인상만 보거나 외모, 사진 등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예단해서 내린 결정이다. 이처럼 섣부른 선입견은 대상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과 증오로 확대 재생산된다. 연세대 사학과 설혜심 교수는 “관상학이 인종이나 계급을 구별하는 표지로 쓰일 때 그것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는 관상학적 편견으로 인종을 차별하다 엄청난 비극을 겪었다. 20세기 전반의 관상학은 외모를 지적, 윤리적 자질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진화론 및 우생학과 결합해 ‘타락의 낙인’이 유전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독일의 나치는 관상학적 편견을 수용해 열등한 인자들을 ‘품종개량’ 차원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반유대주의를 내걸었고 실제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 인종차별주의에는 외모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극단적인 관상학적 개념이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금도 관상학적 편견에서 비롯된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 “저 사람은 잘 놀 것 같다” “청순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이다” “얼굴을 보니 성격이 까다로울 것 같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그런 관상학적 편견이 애꿎은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관상학적 편견 그 자체가 타인에게 저지르는 범죄일지 모른다. ※ 참고 문헌 :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설혜심), ‘Crime and the Man, 1939’(E.A. Hoo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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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도 관상학이 있었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을 동물에 비유 … 관상은 모든 문명에 나타나는 공시적, 통시적 관습 |
김희연 자유기고가 foolfox@naver.com |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족제비처럼 짧은 팔을 가졌다. 동정적인 사람은 섬세하고 창백하며 욕정적인 눈을 가졌다. 수다쟁이는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배가 둥글고, 배 둘레에 굵은 털이 무성하게 나 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상체가 유달리 작고 뼈대는 가늘지만 살이 보기 좋게 차올라 있다.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글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상학’이라는 책에 쓴 내용이다. ‘몸은 영혼을 드러내는 표지(標識)’라는 믿음을 근거로 한 관상의 전통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뿌리가 깊다. 관상은 문명이 발생한 시기와 비슷한 때에 생겨났다. 기원전 2000년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선 ‘어깨에 곱슬곱슬한 털이 난 남자에게는 여자들이 따를 것이다’라는 식의 내용이 적힌 관상학 핸드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에는 자연현상을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비정상적인 신체 특징이나 움직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인간의 미래를 읽고자 했다. 이 시기에는 이처럼 어떤 일이 생긴 이유를 신체에 새겨진 운명 탓으로 돌리는 ‘예언적 관상’이 주를 이뤘다. 기원전 2000년 관상 핸드북 발견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생김새를 유형별로 나눠 인간의 성격을 해석하는 ‘분석적 관상’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관상은 종교나 신비적 성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과학으로 자리잡아갔다. 타고난 신체가 성격을 말해주지만, 이러한 성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과 닮은 동물의 대표적인 특질로 관상을 해석했다. ‘이마가 좁은 것은 돼지에서 보듯 멍청함을 나타내고, 사각으로 균형 잡힌 이마는 사자처럼 자존심이 강하다’는 식이다.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예언적 관상학은 로마시대 들어 다시 힘을 얻었다. 이때는 정치와 관상이 결합했으며, 신의 뜻을 계시하는 점성학이 관상학에 영향을 끼쳤다. 로마시대 대표적 관상학자인 폴레몬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을 실생활과 연결해 나름의 체계를 만들어냈다. 관상에서 눈이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도 그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황제의 관상을 신화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기 122년에 출간된 ‘황제전’은 로마의 폭군 칼리굴라(가이우스 카이사르)가 외모 자체에서 호감을 주지 않는다고 묘사한 반면, 아우구스투스는 ‘균형 잡힌 골격을 갖고 있다’고 서술했다. 이는 권력을 잡고 있는 황제의 모습을 이상적인 관상에 일치시켜 대중에게 널리 알리려는 시도였다. 중세에는 여러 분야와 결합 친숙한 학문 한편 관상학은 수사학이나 웅변술과도 결합했다. 의학 분야에서는 ‘체질’과 결합해 겉모습으로 건강을 파악하는 또 다른 전통을 만들었다. “웅변가의 표정은 목소리 톤과 부합해야 한다. … 훈계를 할 때는 느린 제스처가 필요하다.” 키케로의 웅변술에서도 관상학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를 구성하는 4가지 체액이 기후와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해가 뜨는 쪽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색은 다른 지역보다 밝고 붉은색을 띠며, 목소리가 곱고 기질도 우수하다’는 식이었다. 중세에도 관상학은 학문의 한 분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성서의 구절 가운데 관상학과 관련 있는 부분을 찾아내 하느님이 창조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신학 안에서 재해석됐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동물을 비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신의 모습을 본뜬 존재라 믿었으므로 인간을 동물에 비유하는 일이 금지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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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는 예언적 관상학과 분석적 관상학이 결합했으며 점성술, 체질의학이 점차 가미되면서 관상학이 여러 계층에게 친숙한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시기의 관상학은 엄격한 신분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이동성이 낮은 상황을 반영했다는 특징이 있다. 몸은 정지되고 조각난 부분으로 파악됐으며, 전체적인 조화보다는 개별적이고 특징적인 부분이 부각됐다. 표정이나 행동보다는 고정된 생김새가 도덕적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됐다. 중세인은 머리나 피부 색깔이 도덕적 가치를 나타낸다고 믿었고, 어둡고 검은 것에 대해 차별하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고정된 생김새에서 표정과 동작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타고난 운명보다 자율적 의지가 더 중요해졌다. ‘관상은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이런 변화는 신분상승이 활발해진 사회 분위기와 일치한다. 이 시기에는 옷 밖으로 드러난 얼굴과 손이 관상의 중요한 대상으로 부각됐다. 17세기에는 손금을 보는 수상학이 관상학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당시 수상학 서적을 살펴보면 이 시기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알 수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반면, 질병에 맞서 싸워보려는 태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또한 수상학 서적의 주요 독자가 남성이었기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도 드러난다. 여성의 성격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부정적이고 타락한 존재로 그려졌다. 기후변화, 경기침체, 혁명과 반란으로 혼란스럽던 17세기에 사람들은 사고나 재난보다 타인의 성격에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르네상스 시기의 관상학은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전제하고 있었지만, 이 시기에 들어서면 관상학 서적에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내용이 훨씬 많이 나타난다. 예전부터 가까이 지내던 가족이나 친지마저 의심하며 적의 성향을 파악해야 했던 17세기의 후퇴한 사회상이 관상학에서 반영된 대목이라고 하겠다. 인종차별 종족주의 비극 초래도
18세기는 과학혁명의 영향으로 관상이 서양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난 시기다. 또 가발, 화장, 가면, 옷 등 몸을 가리는 다양한 도구가 시대를 풍미하면서 꾸미지 않은 외양을 읽어내는 관상이 발붙일 데가 없어졌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떠오르고 스위스의 신학자이자 의사인 라바터(Lavater)의 저서 ‘관상학’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관상의 전성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라바터는 생리학, 해부학, 동물학 등 당시에는 새로운 과학을 총망라해 관상학을 집대성했다. 라바터 이후 19세기에는 관상학과 결합한 골상학이 등장했다가 쇠퇴하는 과정을 겪었다. 제국주의와 인종주의 속에서 관상학은 유전학과 우생학에 영향을 끼치면서 엄청나게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나치의 인종차별주의는 서양의 오랜 관상학적 전통에 기반을 둔 신체적 종족주의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대인은 열등 인종의 전형으로 정의된 반면 아리안 인종의 뛰어난 내적 자질은 출중한 외모를 통해 증명된다는 학설이 전파됐다. 나치에 동원된 학자들은 관상, 골상, 수상과 홍채에 대한 집중적인 차별담론을 생산했다. 과학적 합리주의로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서양도 관상을 통해 계층 간 차별과 다른 문명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사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타인에 대한 판단을 돕는 관상은 인간의 본능적 행위에 가깝다고 하겠다. 과학과 미신은 시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뿐이다. 관상은 동양이나 서양, 둘 중 한 곳의 고유한 문화현상이 아니다. 관상은 모든 문명에서 오랜 역사에 걸쳐 나타나는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습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에 기대 관상학이 휘둘러온 차별과 배타의 그림자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걷어내야 할 필요성 역시 모든 문명에 있다. |
공작새 수컷 화려한 꽁지깃으로 말하다 진화생물학으로 본 관상 … 개체 운명 바꾸는 외모가 곧 권력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harihara@korea.ac.kr |
인간은 일방통행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시간은 미래로만 흘러갈 뿐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만을 돌이켜볼 수 있고, 미래는 전혀 볼 수 없다. 마치 출발지에서 목적지를 바라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서서 뒷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한 발 한 발 가는 형국이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알아보고자 미래를 점쳐주는 여러 방법에 쉽게 유혹된다. 얼굴 생김새에 그 사람의 운명이 담겨 있다는 관상도 이런 심리와 맞물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왔다. 과연 얼굴에 자신의 운명이 담겨 있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말일까?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 유전자 작용 생물학적 견지에서 얼굴을 포함한 외모는 개인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외모적 특성이 개체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카만 깃털을 가진 긴꼬리과부새(이하 과부새) 수컷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긴 꽁지깃을 가졌는가다. 수컷 과부새의 꽁지깃이 길수록 짝짓기 성공률과 번식률이 높은데, 암컷들이 수컷의 길쭉한 꽁지깃을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적어도 과부새 수컷 사회에서 꽁지깃 길이는 성적 매력의 지수이자 권력의 바로미터다. 숫공작은 화려하고 무거운 꽁지깃을 갖기 위해, 새인데도 날지 못하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수사슴은 나뭇가지에 뿔이 걸려서 스스로를 옭아맬 위험성이 있는데도 복잡하게 얽힌 뿔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동물세계에서 나타나는 외모적 특징은 대개 수컷에 국한되며, 수컷이 이러한 특징을 발달시킨 이유는 암컷들이 매력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유전자의 이기성으로 설명된다. 유전자의 존속과 확산을 절대과제로 삼는 생명체, 특히 암컷의 몸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야 하는 수컷에게는 짝짓기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 역시 유전자의 근본적인 명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에게도 외모적 특징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간도 생명체이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뇌가 발달하면서 유전자의 욕구를 교묘하게 숨길 줄 알게 된 인간은, 공작이나 사슴보다는 복잡한 방식으로 이를 표출한다. 인간은 특정한 생물학적 자질을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까. 많은 학자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바로 ‘대칭성’과 ‘생산성’이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좌우 얼굴 합성 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사람의 얼굴이 미묘하게 비대칭이라는 데 착안해 얼굴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거울쌍으로 합성하는 놀이다. 대부분의 경우, 왼쪽 혹은 오른쪽 얼굴만을 떼어 합성하면 어느 쪽 얼굴을 이용해 합성하는지에 따라 원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미남미녀로 알려진 연예인이다. 즉 인간은 좌우대칭이 완벽할수록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얼굴을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좌우대칭의 몸을 가졌다. 우리에게는 신체를 균형 잡힌 몸으로 발달시키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좌우대칭이 뚜렷하다는 것은 유전자가 환경의 방해에도 원래 가진 특징을 충분히 발현할 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우리의 두뇌는 좌우대칭의 얼굴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관상학에서 얼굴의 형태와 이목구비가 좌우 균형이 맞는 경우를 길(吉)하다고 여기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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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의지로 극복 가능한 대상 또 하나,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생산성’과 연관된 것이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수없이 변하는 과정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상부터 현대 미인대회 출전자들까지 변치 않고 적용되는 미의 특징은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다. 여성의 허리와 엉덩이 황금비율은 0.7대 1 정도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호하는 비율이다. 흥미로운 것은 몸매가 이 비율일 때 가임 능력이 최고조라는 것.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엉덩이에 지방을 비축하고 피하지방은 줄여 허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 에스트로겐의 분비는 난소의 활성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에스트로겐이 많이 배출되는 시기의 여성은 가임 능력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관상학에서도 지나치게 마른 몸은 바싹 마른 대지에, 너무 뚱뚱한 몸은 흘러넘치는 물에 빗대는데 이 역시 ‘생명을 잉태하는’ 신체의 생산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체 안에 인생이 녹아 있다는 관상학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생명체의 몸에는 그 생명체가 유전적 특질을 바탕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과거가 녹아들어 있기에, 몸을 통해 생명체가 살아온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 역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특질을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몸으로 표현해내기 때문에 몸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시간 속에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존재인 터라, 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과거일 뿐이다. 현재 얼굴은 그가 살아온 과거를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미래를 말해줄 수는 없다. 어떤 이의 몸에 흉터가 많다면 그가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인생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간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운명 그대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이미 종의 운명을 ‘본능에 충실한 존재’에서 ‘의지로 변화하는 존재’로 바꾼 쾌거를 이뤘다. 애초부터 인간은 운명을 탈피하고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시작했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스스로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해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얼굴과 몸에 집착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두 손을 묶어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한국인, 관상에 빠지는 이유는? 우뇌 발달한 우리 체질과 맞아 … 선입견, 자포자기 등 사회적 폐해 우려 |
조용진 얼굴연구소 소장·미술해부학 박사 |
관상이란 얼굴에서 운명(길흉화복)을 보는 일이다. 얼굴에 나타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뜻하는 인상과는 구별된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가진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 살 정도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생물학적 정보뿐 아니라 교육수준, 성격, 현재의 감정상태, 나에 대한 호오(好惡) 같은 무형적인 것까지 1초도 안 돼 알아챈다. 모양, 색채,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광학적 경로를 통해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 어떤 이는 광학적 경로만이 아니라 비광학적 경로로 상대방을 더욱 상세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다. 관상이나 인상에 대한 관심도는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관상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지대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관상이 대중적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점술보다 ‘체질’에 맞기 때문이다. 한국인 중에는 우뇌형이 많다. 인구의 70% 정도가 좌뇌보다 우뇌가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뇌형 인구 비율이 20%인 유럽과 30%인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얼굴을 보는 전문적 뇌회로 발달 우뇌는 주로 시각적 정보처리를 담당한다. 자연물의 모양과 움직임, 위치, 거리 등을 눈으로 측정하는 능력, 즉 형태감각과 공간감각이 우뇌의 기능과 상관있다. 한국 선수들이 활쏘기와 골프를 잘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형태와 공간감각이 우수하다 보니 얼굴 보는 능력도 탁월하다. 얼굴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응답속도 및 질을 다른 나라 대학생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학생이 적어도 5배는 빠르고 신뢰도도 높다. 얼굴 기억력-얼굴 분별력-얼굴 판독력이 탁월한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얼굴을 보는 전문적인 뇌회로가 발달해 있고, 이것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한국인의 생물학적 뒷받침이 관상술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관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다. 조물주가 인간의 얼굴에 감춰놓은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 하는 지적 동기가 발동한 것이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서다. 사람들에게서 예기치 못하게 당할 수 있는 손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될 사람을 선별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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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운다고 누구나 고수가 되지는 않는다. 같이 배워도 이룸의 정도는 본인의 천품에 달려 있다.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시각적 정보처리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은 사진 찍듯 얼굴을 한 번에 보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으로 나눠 본 뒤 이를 뇌에서 재구성한다. 이때의 재구성 프로그램이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조립한 상(像)도 다르게 마련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을 봐도 머릿속에 재구성된 얼굴은 제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만들어놓은 뇌 속의 조립상 때문에, 당연히 해석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본 조립상이 정확한 것일까. 여기에서 고수와 하수가 구분된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해석하는 능력이나 비광학적 경로를 통한 인지능력에서 실력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과거가 기록된다. 사람의 모든 행동은 뇌의 정보처리 결과이고, 뇌가 정보처리를 하는 동안 생기는 신경전기가 얼굴이나 몸에 새어나와 흔적을 남긴다. 이 때문에 얼굴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과거를 알 수 있다. 가까운 과거라면 더욱 알아보기 쉽다. 사는 방식이 달라지면 인상도 바뀐다. 경험에 따라 뇌의 정보처리 방식이 바뀌고, 그 사람의 됨됨이가 만들어지고 변화할 수도 있다. 인상은 심상(心相)에서 온다. 인상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나 생활의 습관화 같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인상이 앞으로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관상과도 통한다. 인상에도 어느 정도 운명적인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인상이 좋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면 인상으로 내가 선택된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관상이 피동적인 것이라면 인상은 능동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운명이다. 결국 인상과 관상은 통한다. 문제는 관상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폐해다. 관상은 선입견을 만들어 순수한 인간적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관상가들의 주장처럼 관상으로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확률이 80%라고 하자. 그러면 나머지 20%의 부정확함에서 오는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설사 관상이 맞더라도 모든 사람이 관상이 좋지 않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미래지향적 새 상법 제시 필요 또 관상은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자칫하면 차단할 수도 있다. 좋지 않은 관상을 가진 사람이 이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자포자기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관상도 분명 사람이 가진 지적 사고의 산물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신봉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대중이 받아들여야 문화가 되고, 문화가 돼야 발전한다. 우리나라에서 관상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런 만큼 대중적 관심도 높다. 따라서 관상에서 발생한 사회적 폐해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옛 상법(相法)의 대가들은 스스로 터득해 경지를 이룬 이 방면의 천재였다. 그렇다고 의고주의(擬古主義)에 매여 이들의 상법을 언제까지나 따를 수는 없다. 시대에 맞는, 가능하다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상법을 제시해야 한다. 현대 한국인, 특히 197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인의 얼굴과 체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했다. 길흉화복의 정의도 달라졌고 사회 분위기도 딴판이다. 직능이 단순해 관직이 유일한 출세길이던 과거에는 우뇌가 우세하여 인문학적 소양이 출중한 사람이 존경받았으나, 요즘은 수리 타산적인 좌뇌 우세형이 살아가기 유리한 세상이다. 관상에 대한 관심은 불경기일수록 높아진다. 불안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회의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이를 처리하는 좌뇌의 활동성이 커지는 대신 형태와 공간 지각력이 저하하는 데 따르는 변화다. |
(김연아) 지적 수준 높고 재치 만점 VS 꽉 찬 기운에 안정과 여유 (신지애) 관상과 인상으로 본 라이벌 스타들의 빅 매치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
연예·스포츠 스타들의 관상은 어떨까. 유수한 대기업 후계자들의 인상에서 엿볼 수 있는 스타일과 성격도 궁금한 대목. 5개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 2명씩, 모두 10명을 선정해 이들의 관상과 인상에 대한 평가를 각각 관상학과 인상학을 대표하는 신기원 선생과 주선희 교수에게서 들어봤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신기원 사업가형이긴 하지만 아버지만큼 재복은 없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중역 업무는 잘 수행하겠으나 아버지의 부(富)를 다 물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입이 좀 부족하지만 머리는 명석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신 청귀(淸貴)한 귀골이다. 다만 눈이 지나치게 동그랗다. 놀란 토끼눈이다. 깊은 지혜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눈이 가늘고 길면 좋은데 아쉽다. 이마, 턱 등 다른 곳은 부족한 데가 없다.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선수 신 정신력이 무쌍하다. 콩팥이 남달리 강하고, 체력이 뛰어나다. 눈이 가늘고 길며, 검은 눈동자가 깊은 것을 보면 지적 수준이 높다. 재치 만점이다. 입꼬리가 올라가 자식운이 좋다.
신지애 프로골퍼 신 눈과 귀로 미뤄볼 때 머리가 비상하고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지모(智謀)가 깊다. 재물에 대한 욕망도 크다. 실제로 부가 따른다. 옛날로 치면 대부는 아니지만 소부는 된다.
조수빈 KBS 앵커 신 피부도 맑고 눈도 맑아 총명하다. 귀가 다소 약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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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SBS 앵커 신 한없이 순수하고 착하다. 감성이 풍부하다. 수려한 눈썹과 귀가 어우러져 지적 수준이 높다. 눈이 가늘고 길지 않아 수재는 아니다. 다만 귀가 만점이다. 귀와 입을 보면 자식운이 좋다.
이민호 탤런트 신 눈썹의 기운이 좋다. 재운이 있는 편이다. 그 밖에는 별로 특별한 점이 없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미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관상학적으로는 미남이 아니다.
김현중 가수·탤런트 신 눈이 크고 눈동자가 검은 것을 보면 감성이 풍부하다. 순수하고 착하다.
윤아 ‘소녀시대’ 멤버 신 좋은 상이다. 머리가 영리하다. 전체적으로 수려하지만 귀골의 인상이 강하진 않다.
소희 ‘원더걸스’ 멤버 신 눈이 둥글고 눈동자가 크고 검은 것을 보면 감성이 풍부하다. 꿈이 많고 낙천적이다. ‘기분파’ 눈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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