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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이 수만명에 이르는 각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 각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는 사실 외부인에게 더 유용한 공간이다. 게시판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속 깊은 얘길 주고받는 재학생은 거의 없다. 이들이 선호하는 공간은 재학생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고파스를 비롯해 서울대 스누라이프(www.snulife.com), 연세대 연정공(home.freechal.com/yonseishare), 이화여대 이화이언(www.ewhaian.com), 성균관대 성대사랑(www.skkulove.com) 등이 유명하다. 이들 커뮤니티에 담긴 정보량은 어마어마하다. 강의정보나 자유게시판 등 ‘기본’ 메뉴 외에도 유머게시판·중고장터·자취방 정보·맛집 리스트·동아리 홍보게시판 등 상차림이 푸짐하다. 규모 면에서 단연 앞서는 건 스누라이프다. 개설된 지 10년도 더 됐고 회원 수도 7만명을 넘어섰다. 강의평가와 수업자료 등 강의 관련 정보가 다양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게 특징.
고파스도 꽤 활성화된 커뮤니티 중 한 곳이다. 게시물만 매일 3000개 이상씩 올라온다. 고파스 운영자 박종찬(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재학)씨는 “하루 평균 접속자만 2만5000명에 달해 대학 커뮤니티 중에서도 참여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화이언은 여자대학의 특성을 십분 살린 커뮤니티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대학 학생의 접근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비밀의 화원’ 게시판의 경우, 남자친구에게도 밝히기 곤란한 여자들만의 솔직담백한 얘기가 공유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화여대 3년 김화미(가명·22)씨는 이화이언 매니아다. 거의 매일 이화이언에 접속한다는 그가 즐겨 찾는 공간은 비밀게시판.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얼마나 잘하는지에 대한 자랑에서부터 남자를 ‘뿅 가게 하는 테크닉’은 이런 것이다 등등 별의별 얘기가 다 올라온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마음에 안 드는 교수나 친구에 대한 험담도 이곳에선 자유롭다. 김씨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여대의 특성상 학과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의 동질감도 느끼고 대학생활의 재미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을 등지고 온라인으로만 은둔하는 요즘 대학생 문화가 선배 세대에겐 낯설다. 93학번 출신으로 1990년대 중·후반에 대학생활을 했던 박준호(35)씨는 “우리 때만 해도 과방이나 동아리방에서 공강시간을 죽이다가 친구 만나 밥이나 술을 먹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줄어든 것 같다”며 “호기심에 후배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본 적이 있는데 학생회관을 옮겨놓은 듯해 영 적응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2. 공부는 인터넷이!
팀프로젝트도 말이 필요없다… 메신저로 회의하고 자료 공유
고려대 4년 박준원(24)씨는 이번 학기 팀플(팀플레이의 줄임말·조별 과제) 수업을 듣는다. 팀별로 과제를 작성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점을 받는 과목이다. 팀장을 맡은 그에게 떨어진 첫 번째 미션은 팀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시간표가 제각각인 팀원의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자 그는 메신저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일요일 밤 11시에 각자 인터넷 메신저를 켜고 서로의 아이디를 친구로 등록해 대화를 나누기로 한 것.
- 1시간가량의 회의 끝에 팀원들은 각자 맡은 부분을 정리해 모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커뮤니티 자료실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박씨는 “요즘 대학생은 네이버나 싸이월드 같은 곳에 팀플용 커뮤니티를 개설해 정보를 공유하고 과제용 자료를 올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나만 해도 대학생활 4년 동안 가입한 커뮤니티를 세어보니 15개가 넘더라”고 말했다.
대학의 조별 과제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그 비중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공동연구와 보고서 작성, 발표에서 벗어나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성과물을 요구하는 수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 일부 과목의 경우 팀플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대체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익숙한 요즘 세대는 팀플 수행에도 사이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 예가 팀 활동에 소홀한 팀원을 가려내는 것. 개인의 기여도와 관계없이 팀 전체의 성과로 평가 받는 팀플의 특성을 악용하는 이런 학생은 (다른 팀원에게 묻어간다고 해서) ‘꽃가루’ 혹은 ‘프리라이더(free rider·무임승차자)’로 불린다.
한국외대 3년 김정은(가명·23)씨는 지난해 2학기 전공과목 팀플을 수행하다가 팀원 한 명 때문에 단단히 곤욕을 치렀다. 그 팀원은 매번 회의에 늦고 제때 자료도 챙기지 않는 데다가 아무리 지적을 받아도 도통 바뀌는 게 없었다. 결국 김씨는 나머지 팀원들과 의논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각자 맡은 분량과 진행경과, 결과물은 전체 팀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누가 어떤 자료를 얼마나 많이 올렸는지는 물론, 몇 시 몇 분에 자료가 올라왔는지까지 검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완성된 과제물에 커뮤니티 주소를 첨부했다. 담당 교수에게 과제 진행상황을 검토해 달라는 메일도 보냈다. 그는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성적이 상대평가로 매겨지기 때문에 공정한 채점을 위해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3. 교수들 꼼짝마!
커뮤니티 게시판은 교수 강의평가 마당… 학교 측도 평가에 반영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교수와 학생 간 위상도 바꿔놓았다. 강의평가제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커뮤니티에 강의 게시판을 만들어놓고 학기별로 개설되는 강의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대학 측이 학기마다 실시하는 강의평가보다 훨씬 솔직하고 노골적인 ‘진짜 평가’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 대학 신입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며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수 강의 평가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S여대는 교수 재량에 따라 한 학기에 여러번의 강의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학교 3년 최혜정(22)양은 평가제에 회의적이다. “괜히 나쁘게 평가했다가 작성자가 밝혀져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나 불안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평가서에도 대충 좋은 말만 늘어놓게 되죠. 시간 걸리고 귀찮으니까 대충 써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공간은 제법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고려대 2년 김종석(20)씨는 “해당 강의를 이미 들어본 학생들이 올린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나쁜 강의를 색출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강의 스타일에 따라 교수 이름 앞에 별칭을 붙여 성적 잘 주는 교수는 ‘난사○○’,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는 ‘불꽃○○’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활발해지면서 학교 측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유명무실한 기존 방식을 버리고 평가결과를 공개하거나 학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지난해 동국대가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상당수의 대학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서강대는 올해부터 강의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에 미달되는 교수의 안식년 휴가를 반납토록 했다. 한양대는 평가성적이 높은 상위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3년간 교수와 강사 전원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모아 ‘교수를 위한 학생들의 수다(부제 ‘기절초풍 대학강의 실태’)’란 책을 펴낸 숭실대 이윤재 교무처장은 “강의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만큼 교수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4. 사이버 강좌
집에서 강의 듣고 시험치고… 부정행위 쉬워 부작용 속출
인터넷이 바꿔놓은 대학가 풍경 중 대표적인 게 사이버강좌다. 현행 대학 사이버강좌는 열린사이버대학(www.ocu.ac.kr)과 연계해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열린사이버대학은 전국 26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약을 맺은 후 협약체결 대학이 올린 강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개설된 강의 수는 많지만 가볍고 부담없는 교양과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이버강좌로 들을 수 있는 학점은 대학 방침에 따르는데 보통 학기당 6학점(2과목)을 넘지 않는다.
사이버강좌는 여러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학교까지 오가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학교끼리 연계만 돼 있다면 유명 교수가 진행하는 다른 대학 강좌도 수강할 수 있는 건 물론, 시험기간도 대부분 오프라인 강좌와 겹치지 않는다. 요즘 대학생은 중·고교 시절부터 ‘인강(인터넷 강의)’에 익숙했던 세대다. 컴퓨터 모니터로 강의를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이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중앙대 3년 김유환(가명·24)씨는 지난해 사이버강좌를 들었다가 낭패를 겪었다. 학과 친구들과 PC방에서 치른 기말고사가 문제였다. 사이버강좌는 시험 역시 온라인으로 치른다. 수강생이 동시에 응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월 ○일 ○시부터 ○시까지’ 하는 공지가 뜨면 그 안에 시험을 치르면 된다. 부정을 막기 위해 문항 순서가 달라지지만 문항 수와 내용은 똑같다. 얼마든지 ‘꼼수’를 부릴 수 있는 구조다.-
- ▲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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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강좌를 제대로 듣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그러다 시험기간이 되면 강의노트를 메모장에 옮겨 저장해놔요. 시험일이 되면 한 명이 희생을 해야 해요. 대개 가위바위보를 이용하죠. 진 사람이 먼저 시험을 시작, 문제가 띄워진 창을 ‘복사하기→붙이기’ 방식으로 저장해 친구들에게 보내요. 문제를 받으면 ‘찾기’ 기능으로 해당 부분 강의노트를 검색해 예상답안을 작성하는 거죠. 그렇게 시험을 치르면 나쁜 점수를 받으려야 받을 수 없어요.”
말썽이 된 기말고사에서 김씨는 가위바위보에 지는 바람에 ‘시험문제 전달책’을 맡았다.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니 컴퓨터가 작업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먹통이 됐다. 결국 그는 ‘A학점 이상 못 받으면 바보’라는 사이버강좌에서 C학점을 받고 재수강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사이버강좌는 사실상 부정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정직하게 공부하고 시험 치른 학생에게 오히려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사이버강좌가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긴다는 사실이다. 충남대 3년 안정현(23)씨는 지난 학기 일부 교양수업을 사이버강좌로 선택했다. 학교가 멀어 오가기 불편하기도 했고 마침 관심 있던 분야의 사이버강좌가 개설돼 있어 망설임 없이 수강신청했다. 모든 강의를 성실하게 들었고 시험도 몇 문제 빼곤 만족스럽게 치렀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뜻밖의 결과에 학교 측에 문의한 그의 점수는 전체 수강생 중 중간 정도. 그제서야 뒤늦게 사이버강좌 수강생 대부분이 부정행위로 학점을 딴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씨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시험도 최선을 다해 치렀는데 짜고 문제를 빼돌린 애들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5. 뛰는 교수 나는 학생
리포트 베끼다 적발? 문장만 살짝 바꾸면 걱정 끝!
대학생 자녀를 둔 최형자(53)씨는 지난해 12월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 통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액결제 이용료’ 명목으로 2만4000원이나 나온 것. 아들을 추궁한 끝에 그는 이 돈이 모 리포트 사이트 결제액이란 걸 알았다. 리포트 작성 과제가 있을 때마다 이 사이트에서 비슷한 주제의 리포트를 구입해 적당히 고쳐 제출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적발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기에 더 이상 베껴쓰기는 안 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남이 쓴 리포트도 조금만 손을 대면 절대 안 들킨다는 아들 말에 ‘뛰는 교수 위에 나는 학생’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www.albamon.com)이 지난해 전국 대학생 9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리포트 표절 경험이 있는 비율은 74%에 이르렀다.
건국대 3년 김성현(가명·23)씨는 “대학생활 동안 리포트 쓰면서 말 바꾸는 능력 하나는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능동태를 수동태로 바꾸거나 영어 원문 번역투로 고쳐 쓰면 적발 프로그램에 절대 걸리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손쉽게 남의 리포트를 고쳐 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다 보니 단순 문서 형식의 리포트는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게 됐다. 대학가에 만연한 리포트 표절 풍토가 리포트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