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楚辭_03

醉月 2013. 1. 14. 10:44

 九辯구변

(一)
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易變衰,비재추지위기야, 소슬혜초목요락이변쇠,
가을이 되는 기운이 슬프구나!
가을바람이 소슬히 불어 초목이 떨어지고 쇠하게 변하고,

 

心慄兮若在遠行, 登山臨水兮送將歸.
심율혜약재원행, 등산임수혜송장귀.
먼길을 떠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 오는데, 산을 올라 강물에 임하여 사람을 보내는 듯하다.

 

沆寥兮天高而氣淸, 寂寥兮收了而水淸,
항요혜천고이기청, 적요혜수료이수청,
적막한 하늘은 드높고 기운은 청명하여 고요히 흐르는 가을 물은 맑기도 하여

 

慘悽增噫兮薄寒之中人.
참처증희혜박한지중인.
슬픔에 잠겨서 탄식만 나오는데 추운 기운이 사람을 덮친다.

 

愴況狂量兮去故而就新.
창황광량혜거고이취신.
한을 가지고 상실하여 옛 사람과 헤어져 새 사람에게로 가네.

 

坎凜兮貧士失職而志不平.
감름혜빈사실직이지불평.
너무도 가난한 선비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가니 원망에 가득 차 멍하니 우뚝 서 있네.

 

廓落兮棄旅而無友生.
곽락혜기여이무우생.
벗도 없이 방황하는 나그네 신세여.

 

추창兮而私自憐.
추창혜이사자련.
서글픈 마음을 스스로 달래보네.

 

燕翩翩其辭歸兮, 蟬寂漠而無聲.
연편편기사귀혜, 선적막이무성.
제비는 훨훨 날며 집으로 돌아가려 하고 매미는 조용히 아무 소리내지 않고

 

雁翁翁而南遊兮, 昆鷄鳥察而悲鳴.
안옹옹이남유혜, 곤계조찰이비명.
기러기는 기럭기럭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昆鷄(곤계)가 서글픈 울음소리를 낸다.

 

獨申旦而不寐兮, 哀실率之宵征時未未而過中兮,
독신단이불매혜, 애실솔지소정시미미이과중혜,
(실: 귀뚜라미)
뜬눈으로 새우니 밤이면 뛰는 귀뚜라미의 소리가 날 더욱 슬프게 하고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 반이 넘었지만,

 

蹇淹留而無成.
건엄유이무성.
밤마다 홀로 고생하고 이 긴 세월 동안 이룬 것이 없구나.

 

(二)

悲憂窮戚兮獨處廓, 有美一人兮心不繹.비우궁척혜독처곽, 유미일인혜심불역.
슬프고 답답하기 그지없어 홀로 떨어져 거처하는데, 아름다운 한 사람이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

 

去鄕離家兮徠遠客, 超逍遙兮今焉薄?
거향이가혜래원객, 초소요혜금언박?
고향을 버리고 집을 떠나서 먼 곳에서 나그네 되어 떠도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제 어디서 소요하는가?

 

專思君兮不可化, 君不知兮可奈何!
전사군혜불가화, 군불지혜가내하!
오직 임금만을 그리워하며 그 마음 변함이 없건만 임금은 알아주지 않으니 어찌하나.

 

蓄怨兮積思, 心煩憺兮忘食事,
축원혜적사, 심번담혜망식사,
쌓인 원망과 그리움 때문에 마음이 번잡하여 식사도 잊었다.

 

願一見兮道余意, 君之心兮與余異.
원일견혜도여의, 군지심혜여여이.
원컨대 한 번 뵈옵고 나의 뜻을 말하려 해도
임금의 마음은 나와 다르구나.

 

車旣駕兮乞而歸, 不得見兮心傷悲.
차기가혜걸이귀, 불득견혜심상비.
수레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뵈러 가지 못하니 마음이 슬프구나.

 

倚結令兮長太息, 涕潺湲兮下霑軾.

의결령혜장태식, 체잔원혜하점식.
수레난간에 기대어 길게 한숨을 쉬니 눈물이 흘러 아래로 떨어져 방석을 적시네.

 

慷慨絶兮不得, 中 亂兮迷惑.
강개절혜불득, 중무란혜미혹.
분한 마음이 절정이라 이름을 알지 못하고 어지러운 중에 방향도 알지 못한다.

 

私自憐兮何極? 心評評兮諒直.
사자련혜하극? 심평평혜량직.
내 스스로 가련해 하지만 어찌 다하리요? 마음의 충직함을 그대로 알리고 싶구나.

 

(三)

皇天平分四時兮, 竊獨悲此冷秋.황천평분사시혜, 절독비차냉추.
하늘은 고르게 사계절을 나누는데 나는 유독 이 찬 가을이 서글프다.

 

白露旣下百草兮, 奄離披此梧楸.
백로기하백초혜, 엄리피차오추.
흰 서리 백초에 서렸으니, 어느덧 이들 오동과 가래나무가 흩어지누나.

 

去白日之昭昭兮, 襲長夜之悠悠.
거백일지소소혜, 습장야지유유.
밝은 해는 지고 기나긴 밤이 오니

 

離芳隘之方壯兮, 余萎約而悲愁,
이방애지방장혜, 여위약이비수,
풀 향기는 좁아지고 시들어져 쓸쓸하구나.

 

秋旣先戒白露兮, 冬又申之以嚴霜,
추기선계백로혜, 동우신지이엄상,
가을은 벌써 흰 서리 내리고 어느새 얼음 서리 겨울 오네

 

收恢台之孟夏兮, 然減懷而沈藏.
수회태지맹하혜, 연감회이심장.
성대한 여름 거두어 감에 회포마저 갈무리 깊이 숨는다.

 

葉於邑而無色兮, 枝煩拏而交橫,
엽어읍이무색혜, 지번나이교횡,
잎은 말라 고운 빛 자취 없고 가지는 어지러이 얽혀 빛은 바래고

 

顔淫溢而將罷兮, 柯彷彿而萎黃.
안음일이장파혜, 가방불이위황.
가지 끝에는 똑같이 시들어 누렇게 되었구나.

 

蔬蔬支之可哀兮, 形銷削而瘀傷.
소소지지가애혜, 형소삭이어상.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뻗어 있어 더욱 서글픈데
이 내 몸도 여의어서 병에 들었다.

 

惟其紛惟而將落兮, 恨其失時而無當,
유기분유이장락혜, 한기실시이무당,
근심 어린 생각 어지러운데 좋은 때 놓치고 어쩔 수 없으니 원망스럽네.

 

擥世未而下節兮, 要逍遙以相佯,
남세미이하절혜, 요소요이상양,
세월은 어언 다 가고 내 인생 얼마 남지 않은 듯,

 

歲忽忽而주盡兮, 恐余壽之弗將,
세홀홀이주진혜, 공여수지불장,
내 인생 헛되이 보낸 일 슬퍼지누나.

 

悼余生之不時兮, 逢此世之 攘,
도여생지불시혜, 봉차세지광양,
이 슬프고 두려운 세상을 만나서

 

澹容與而獨倚兮, 실率鳴此西堂.
담용여이독의혜, 실솔명차서당.
(실: 귀뚜라미)
조용히 홀로 살아가려니 쓸쓸히 귀뚜라미 이 서당에서 우는구나.

 

心出慽而震蕩兮, 何所憂之多方.
심출척이진탕혜, 하소우지다방.
이 마음 놀라고 두려워서 울렁거리니 이 많은 근심을 어찌하면 좋을 건가!

 

仰明月而太息兮, 步列星而極明.
앙명월이태식혜, 보열성이극명.
밝은 달 쳐다보며 긴 한숨 토하니 뭇별만 헤며 지새는구나.

 

(四)

竊悲夫蕙華之曾敷兮, 紛宜臨乎都房,절비부혜화지증부혜, 분의임호도방,
혜초 꽃이 겹겹이 피어 큰 화방에 가루 되어
무성한데 남몰래 어이 슬퍼하는지.

 

何曾華之無實兮, 從風雨而飛量.
하증화지무실혜, 종풍우이비양.
어찌 겹겹이 핀 꽃이 열매 없이 비바람을 따라 흩날려 헤아리는가.

 

以爲君獨服此蕙兮, 羌無以異於衆芳.
이위군독복차혜혜, 강무이이어중방.
군주를 위함으로써 홀로 그 혜초를 입고 있으나, 아! (군주는) 다른 꽃과 구별해 보지 않으시네.

 

閔奇思之不通兮, 將去君而高翔,
민기사지불통혜, 장거군이고상,
충성 어린 마음이 통하지 않음을 슬퍼하니 장차 군주를 떠나 높이 날아가리라.

 

心閔憐之慘悽兮, 願一見而有明,
심민련지참처혜, 원일견이유명,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군주를) 한 번 뵙고 뜻을 아뢰기를 원하나

 

重無怨而生離兮, 中結軫而增傷,
중무원이생리혜, 중결진이증상,
원한도 없이 멀쩡히 버림받은 것을 깊이 생각하네. 마음이 맺혀 아픔을 더하니

 

豈不鬱陶而思君兮, 君之門以九重,
기불울도이사군혜, 군지문이구중,
어찌 마음이 울적하여 군주를 생각지 않으리요? 군주가 계신 집의 문이 아홉 겹이니

 

猛犬哈哈而迎吠兮, 關梁閉而不通,
맹견합합이영폐혜, 관량폐이불통,
사나운 개가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 짖어대며 맞이하고, 관문과 교량이 막혀 통하지 않으며

 

皇天淫溢而秋霖兮, 后土何時而得乾.
황천음일이추림혜, 후토하시이득건.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려 가을에 장마지니 이 나라의 땅은 언제나 마를 것인가.

 

塊獨守此無澤兮, 仰浮雲而永歎.
괴독수차무택혜, 앙부운이영탄.
홀로 이 물이 없는 못을 지키며 뜬구름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네.

 

(五)

何時俗之工巧兮, 背繩墨而改錯,하시속지공교혜, 배승묵이개착,
어찌 세속이 (바르지 않고) 교묘한가? 법도를 어기고 잘못되어

 

却騏驥而不乘兮, 策駑 而取路.
각기기이불승혜, 책노태이취로.
駿馬를 팽개치고 타지 않으며, 느린 말을 채찍질하여 갈 길을 취하네.

 

當世豈無騏驥兮, 誠莫之能善御.
당세기무기기혜, 성막지능선어.
당세에 어찌 駿馬가 없으리요, 진실로 능히 말을 잘 부릴 수 없음이로다.

 

見執駕者非其人兮, 故國跳而遠去.
견집자자비기인혜, 고국도이원거.
멍에를 잡고 있는 자를 보면 그 사람이 아니거늘, 말이 서서 몸부림치며 뛰어 멀리 가네.

 

鳧雁皆米夫粱藻兮, 鳳愈飄翔而高擧.
부안개미부량조혜, 봉유표상이고거.
오리와 기러기 모두 기장과 물풀을 쪼아먹으며
봉황이 가벼이 날아 높이 올라가네.

 

環鑿而方銳兮, 吾固知其徐齬而難入.
환착이방예혜, 오고지기서어이난입.
둥근 구멍과 네모진 자루가 내 진실로 서로 어긋나 들어가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네.

 

衆鳥皆有所登棲兮, 鳳獨遑遑而無所集.
중조개유소등서혜, 봉독황황이무소집.
뭇 새가 올라 깃들 곳이 있지만 봉황만은 갈 곳 없이 헤매며 모일 곳이 없다.

 

願銜枚而無言兮, 嘗被君之渥洽.
원함매이무언혜, 상피군지악흡.
재갈을 물고 말을 하지 않음을 원하니 예전에는 군주의 두터운 은덕을 입었었네.

 

太公九十乃顯榮兮, 誠未遇其匹合,
태공구십내현영혜, 성미우기필합,
太公은 九十세에야 이름을 드러냈으니 진실로 그 알맞은 짝을 만나지 못했음이라.

 

謂騏驥兮安歸? 謂鳳皇兮安棲?
위기기혜안귀? 위봉황혜안서?
駿馬에게 어디로 돌아가라 말할까?
봉황에게 어디에 머물라고 말할까?

 

變古易俗兮世衰, 今之相者兮擧肥,
변고역속혜세쇠, 금지상자혜거비,
옛 좋은 풍속이 바뀌어 세상이 쇠하니 오늘날의 말을 가려내는 자는 살찐 말만을 내세우네.

 

騏驥伏匿而不見兮, 鳳皇高飛而不下,
기기복익이불견혜, 봉황고비이불하,
駿馬는 숨기어 보이지 않고 봉황은 높이 날아 내려오지 않으니,

 

鳥獸猶知懷德兮, 何云賢士之不處,
조수유지회덕혜, 하운현사지불처,
새와 짐승이 또한 바른 덕을 지닐 줄 안다면
어찌 어진 선비가 있지 않고,

 

驥不驟進而求服兮, 鳳亦不貪 而妄食.
기불취진이구복혜, 봉역불탐위이망식.
駿馬가 급히 나아가 타기를 구하지 않으며, 봉황이 먹을 것을 찾아 무턱대고 먹는다고 말하겠는가?

 

君棄遠而不察兮, 雖願忠其焉得.
군기원이불찰혜, 수원충기언득.
군주가 멀리 버리고 돌아보지 않으시니 비록 충성하기를 원하나 어찌할 수 있으리요.

 

欲寂漠而絶端兮, 竊不敢忘初之厚德,
욕적막이절단혜, 절불감망초지후덕,
조용히 모든 생각을 끊고자 하나 처음의 두타운 덕을 감히 잊을 수 없어서

 

獨悲愁其傷人兮, 馮鬱鬱其何極?
독비수기상인혜, 풍울울기하극?
홀로 상처받은 사람(군주)을 슬퍼하며 가슴 아파하니 분하고 답답한 마음 그 어느 때 그치겠는가?.

 

(六)

霜露慘悽而交下兮, 心尙幸其弗濟,상로참처이교하혜, 심상행기불제,
서릿발이 쓸쓸히 엇갈려 내리는데, 마음으로 화가 없기를 바라노라.

 

霰雪雰流其增加兮, 乃知遭命之將至,
산설분유기증가혜, 내지조명지장지,
싸라기눈이 부슬부슬 어지러이 더 내리는데, 불길한 운수가 곧 닥칠 줄 아노라.

 

願要幸而有待兮, 泊莽莽與野草同死.
원요행이유대혜, 박망망여야초동사.
다행히도 좋은 일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아득히 먼 데에 있어 들풀과 같이 죽으리라.

 

願自往而徑游兮, 路壅絶而不通,
원자왕이경유혜, 노옹절이불통,
곧 가서 뵙고 싶어도, 길이 막혀 끊어져 있지만,

 

欲循道而平驅兮, 又未知其所從,
욕순도이평구혜, 우미지기소종,
바른길을 따라서 서서히 달려가리니, 또 어디에서 떠난 줄을 모르고서,

 

然中路而迷惑兮, 自壓感而學誦,
연중로이미혹혜, 자압감이학송,
곧 도중에 길을 잃었으니,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시를 읊는다.

 

性愚陋以片淺兮, 信未達乎從容.
성우루이편천혜, 신미달호종용.
성품이 어리석으며 좁고 옅으니, 진실로 나의 의젓한 마음을 알릴 길이 없다.

 

(七)

竊美申包胥之氣盛兮, 恐時世之不固,절미신포서지기성혜, 공시세지불고,
신포서의 대단한 의기를 찬미하나니, 세상이 더렵혀져 예전 같지 않을까 두렵도다.

 

何時俗之工巧兮, 滅規求而改鑿,
하시속지공교혜, 멸규구이개착,
어찌도 세상이 공교하여 법도를 없애고 멋대로 바꾼다.

 

獨耿介而不隨兮, 願慕先聖之遺敎.
독경개이불수혜, 원모선성지유교.
홀로 밝고 바르게 살며 따르지 않으며 성현이 주신 가르침을 사모하노라.

 

處濁世而顯榮兮, 非余心之所樂,
처탁세이현영혜, 비여심지소락,
흐린 세상에서 영욕을 드러냄은 내 마음의 기쁨이 아니니,

 

與其無義而有名兮, 寧窮處而守高,
여기무의이유명혜, 영궁처이수고,
외롭지 않게 살아서 이름을 얻으리니 차라리 어렵더라도 高潔을 지키며,

 

食不苟而爲飽兮, 衣不苟而爲溫,
식불구이위포혜, 의불구이위온,
먹는 데 구차히 배부르지 않으며 입는 데 구차히 따뜻함을 바라지 않노라.

 

竊慕詩人之遺風兮, 願託志乎素餐,
절모시인지유풍혜, 원탁지호소찬,
시인의 유풍을 사모하여, 복록에 뜻을 두지 않으니,

 

蹇充屈而無端兮, 泊莽莽而無垠.
건충굴이무단혜, 박망망이무은.
아! 옷이 남루하고 단정치 않으니 망망대해 떠돌아다니노라.

 

無衣求以御冬兮, 恐闔死不得見乎陽春.
무의구이어동혜, 공합사불득견호양춘.
털옷이 없어 겨울을 막을 수 없으니 홀연히 죽어서 봄을 못 볼까 하노라.

 

(八)

靜焦秋之遙夜兮, 心愁慮而有哀,정초추지요야혜, 심수려이유애,
늦가을의 긴 밤을 보노라니 마음이 수심에 어려 슬퍼지누나.

 

春秋擢擢而日高兮, 然追唱而自悲.
춘추탁탁이일고혜, 연추창이자비.
봄가을이 바뀌어 해는 높은데 이 마음 괴로워 슬픔따라 노래 부르네.

 

四時遞來而卒歲兮, 陰陽不可與儷偕.
사시체래이졸세혜, 음양불가여려해.
사계절이 바뀌어 한 해가 저무니 음과 양의 한서를 함께 누릴 수 없네.

 

白日遠元其將入兮, 明月銷 而減毁,
백일원원기장입혜, 명월소삭이감훼,
밝은 해가 어느새 지려 하고 밝은 달이 져서 없어지니,

 

歲忽忽而 盡兮, 老髥髥而愈弛.
세홀홀이주진혜, 노염염이유이.
세월은 문득 저무는데 나이가 들어 늙어 가니 정신이 흐릿하다.

 

心搖悅而日幸兮. 然招請而無冀.
심요열이일행혜. 연초청이무기.
마음이 산란하면서도 날마다 뵙기를 청하나, 믿을 수 없기에 바라지 않네.

 

中慘惻之悽愴兮, 長太息而增犧.
중참측지처창혜, 장태식이증희.
마음이 아프고 슬프니 긴 탄식만 더해 희생되는구나.

 

年洋洋以日往兮, 老心廓而無處,
연양양이일왕혜, 老심곽이무처,
세월은 유수같고 해는 져서 늙고 쓸쓸하여 마음 둘 곳 없으며,

 

事美味而企進兮, 蹇淹留而躊躇.
사미미이기진혜, 건엄유이주저.
일이 잘되어 뵙기를 바라지만, 아! 암자에 있어도 주춤거리네.

 

(九)
何氾濫之浮雲兮, 漂壅蔽此明月,하범람지부운혜, 표옹폐차명월,
어찌 뭉게뭉게 떠가던 구름이 갑자기 이 밝은 달을 덮었는가.

 

忠昭昭而願見兮, 然陰碍而莫達.
충소소이원견혜, 연음애이막달.
충심으로 밝게 뵙고 싶지만 구름이 끼고 날이 어두워 전할 수가 없네.

 

願皓日之顯行兮, 雲蒙蒙而蔽之.
원호일지현행혜, 운몽몽이폐지.
밝은 해가 떠가는데 구름이 어둑어둑 덮여 있구나.

 

竊不自聊而願忠兮, 或曇點而汚之,
절부자료이원충혜, 혹담점이오지,
스스로 돌아보아 충성하지 않았으나 때로는 더러운 먼지로 더러워졌구나.

 

堯舜之抗行兮, 瞭冥冥而薄天.
요순지항행혜, 요명명이박천.
요순임금의 고결한 언행은 그 언행이 원대하여 하늘에 닿았는데,

 

何險希之嫉妬兮, 被以不慈之僞名.
하험희지질투혜, 피이부자지위명.
나는 어찌하여 음험한 질투를 받아 어질지 못하다는 거짓 죄명을 뒤집어썼는가?

 

彼日月之照明兮, 尙暗曇而有瑕,
피일월지조명혜, 상암담이유하,
저 해와 달이 밝게 비치는데 또한 구름이 검게 끼어서 티가 있는데,

 

何況一國之事兮, 亦多端而膠加.
하황일국지사혜, 역다단이교가.
하물며 한나라의 일에 있어서는 많은 잘 잘못이 얽혀 있구나.

 

被荷蓮之晏晏兮, 然潢洋而不可帶.
피하연지안안혜, 연황양이불가대.
부드러운 연꽃 홑옷을 입었으나 몸에 맞지 않아 띠를 맬 수 없네.

 

旣驕美而伐武兮, 負左右之耿介.
기교미이벌무혜, 부좌우지경개.
뽐내며 무영을 자랑하여 좌우 사람의 충성을 저버리고서

 

憎溫和之修美兮, 好夫人之慷慨.
증온화지수미혜, 호부인지강개.
깊고 온화하며 아름다운 마음을 싫어하고 남의 실속 없는 허풍을 좋아한다네.

 

衆諜接而日進兮, 美超遠而逾邁,
중첩접이일진혜, 미초원이유매,
소인들은 당당히 걸어나가서 날마다 출세하는데 현인은 멀리 버림받아 멀어만 가네.

 

農夫輟耕而容與兮, 恐田野之蕪穢,
농부철경이용여혜, 공전야지무예,
농부는 밭갈이를 그만두고 느긋해 하니 밭이 황폐할까 두려워하고,

 

事勉面而多私兮, 竊悼後之危敗,
사면면이다사혜, 절도후지위패,
일은 끊임없는데 사욕은 많으니, 이후에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두렵다.

 

世雷同而炫曜兮, 何毁譽之昧昧,
세뢰동이현요혜, 하훼예지매매,
세상이 부화뇌동한데 밝으며 명예를 어둡게 헐뜯는 건가?

 

今修飾而窺鏡兮, 後尙可以竄藏.
금수식이규경혜, 후상가이찬장.
이제 나는 잘 다듬어 거울을 엿보고서 이후에 도망가 숨어 지내리라.

 

願寄言夫流星兮, 羌孰忽而難當,
원기언부류성혜, 강숙홀이난당,
떨어진 별에 말을 붙이고 싶지만, 아! 홀연히 만나기 어렵구나.

 

卒壅蔽此浮雲兮, 下暗漠而無光.
졸옹폐차부운혜, 하암막이무광.
마침내 이 뜬구름이 덮이고 어두워져서 빛을 잃었다.

 

(十)

堯舜皆有所擧任兮, 故高枕而自適.요순개유소거임혜, 고고침이자적.
요, 순임금은 모두 적재적소에 등용하여 안심하고 마음가는 대로 유유히 살아갈 수 있었네

 

諒無怨於天下兮, 心焉取此出慽
양무원어천하혜, 심언취차출척.
나는 진실로 세상 사람들과 원한을 맺은 일이 없건만 왜 이다지도 가슴이 뛰고 답답한가.

 

乘騏驥之瀏瀏兮, 馭安用夫强策.
승기기지류류혜, 어안용부강책.
민첩한 천리마를 타고 몰아갈 때 어찌 힘껏 채찍질을 할 필요가 있으리요

 

諒城郭之不足恃兮. 雖重介之何益.
양성곽지부족시혜. 수중개지하익.
진실로 성채가 적을 막아낼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면 비록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가린들 무슨 이득이 있을까.

 

短翼翼而無終兮, 燉昏昏而愁約.
단익익이무종혜, 돈혼혼이수약.
나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여서 일을 맺고 끊지 못하고 근심하느라 마음이 어지러워서 무척 고통스럽네.

 

生天地之若過兮. 功不成而無效.
생천지지약과혜. 공불성이무효.
인생살이는 화살처럼 빨라서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네,

 

願沈滯而不見兮, 尙欲布名乎天下.
원침체이불견혜, 상욕포명호천하.
초야에 묻혀 살면서 드러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고 싶은 욕망도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었네.

 

然潢洋而不遇兮, 直苟無而自苦.
연황양이불우혜, 직구무이자고.
그러나 살날이 구만리 같건만 나를 알아주는 임을 만나지 못하고 다만 주위에는 어리석은 이들만 있으니 속마음이 괴로울 뿐이네.

 

莽洋洋而無極兮, 忽孤翔之焉薄.
망양양이무극혜, 홀고상지언박.
끝없이 넓디넓은 이 하늘가 그 어디에 문득 떠나가 이 몸 깃들 곳 있을까.

 

國有驥而不知乘兮, 焉皇皇而更索.
국유기이부지승혜, 언황황이갱색.
나라에 (이미) 준마가 있거늘 (그것을) 탈 줄을 모르고 어찌하여 두리번거리며 다시 (다른 것을) 찾는단 말인가.

 

寧戚謳於車下兮, 桓公聞而知之.
영척구어거하혜, 환공문이지지.
영척이 수레 가에서 노래를 부르자 제나라 환공은 대뜸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보았네.

 

無伯樂之善相兮, 今誰使乎譽之.
무백락지선상혜, 금수사호예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 그 누가 나의 재주를 기리겠는가?

 

罔流涕以聊慮兮, 惟著意而得之.
망류체이료려혜, 유저의이득지.
멍하니 한참을 눈물 떨구다가 곰곰이 생각하여 마음을 추슬렀네

 

紛純純之願忠兮, 妬被離而障之.
분순순지원충혜, 투피리이장지.
오직 임에 대한 충성스러운 마음을 보이려고 하지만 나를 재주를 시기하는 자들이 여기 저기에서 그 길을 막네.

 

亂曰.. 願賜不肖之軀而別離兮, 放游志乎雲中.
난왈.. 원사불초지구이별리혜, 방유지호운중.
노래하기를.. 못난 이 몸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랬지만 결국 임과 이별하게 되어(명산대천을) 마음대로 노닐어도
마음은 임 계신 그곳에 있네

 

乘精氣之端端兮, 鶩諸神之湛湛.
승정기지단단혜, 목제신지담담.
해와 달의 정기를 타고 천지신명의 자취를 좇네

 

龍白霓之習習兮, 歷群靈之風豊
용백예지습습혜, 역군영지풍풍.
하얀 용을 곁말로 삼아서 타고 뭇 영령들을 두루 만나 보네

 

左朱雀之勃勃兮, 右蒼龍之苟逑.
좌주작지발발혜, 우창룡지구구.
왼쪽에는 퍼덕이는 붉은 주작을 거느리고 오른쪽에는 꿈틀대는 푸른 용을 거느렸네

 

屬雷師之展傳兮, 通飛廉之衙衙.
속뢰사지전전혜, 통비렴지아아.
천둥의 신과 펼쳐 이야기하고 바람의 신과 이야기하네

 

前指車之張張兮, 後輜乘之從從.
전지량지장장혜, 후치승지종종.
작은 수레를 앞세우고 큰 수레를 타고 뒤를 따르네

 

載雲旗之委蛇兮, 扈屯騎之容容.
재운기지위사혜, 호둔기지용용.
구름을 깃발로 삼고 수많은 수레와 기마의 호위를 받네

 

計專專之不可化兮, 願遂推而爲臧.
계전전지불가화혜, 원수추이위장.
내가 마음 쓰는 것은 오로지 하나 변함이 없으니 마음먹은 대로 좋은 일을 하길 바라네

 

賴皇天之厚德兮, 還及君之無恙.
뇌황천지후덕혜, 환급군지무양.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기원하나니 부디 우리임에게 우환이 없기를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