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화끈한 한방!” 지프에 탄 ‘탱크킬러’ 토우

醉月 2008. 10. 20. 21:02

“화끈한 한방!” 지프에 탄 ‘탱크킬러’ 토우

▲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의 험비에 탑재된 토우. 토우는 필요할 때 야간투시경을 조준경 위에 장착하게 되어있다. (USMC)

 

 토우(TOW)라는 이름은 억지로라도 ‘있어 보이는’약자를 만들려는 미군답게  ‘발사관 발사식, 광학 추적, 유선 유도(Tube launched, Optically tracked, Wire guided)’라는 세가지 특성의 머릿글자를 모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만든 이름의 미사일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쓰는(60개국) 대전차미사일이 되었고, 그중에는 우리나라도 들어있다.

 

 토우는 예전에 소개한 메티스-M과 마찬가지로 SACLOS, 즉 유선/반자동 시선 유도식이다. 따라서 사수는 쏘고 나도 목표를 조준경으로 계속 추적해줘야 하므로 명중할 때 까지는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토우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한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효사거리가 길다는 것이다. 초기형이 3km, C형 이후는 3.75km에 달한다. 이 정도 거리면 최소한 목표가 총기로 반격하기는 어렵고, 전차포로 쏘는 것도 정확한 조준에 나름대로 시간이 걸린다. 엄폐물에 몸을 잘 숨긴 상태로 20초(최대 사거리 기준) 버티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특징이 토우를 미군에서 예상 밖으로 장수하도록 만들었다. 1970년에 첫 모델인BGM-71A가 등장한 이래 F형까지 실전배치되어 있고(D형 부터는 토우-2로 불린다), 개발된 것만 따지면 H형까지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에 채용된 드래곤이 재블린으로 진작에 대체됐지만 더 덩치가 크고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긴 사거리 덕분에 토우는 살아남아 곧 채택 4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토우의 장점은 단순한 유도방식과 적응능력에도 있다. 어차피 유도는 발사기에 연결된 컴퓨터가 해 주기 때문에 탄 자체에는 고가의 시커등이 필요 없고, 덕분에 가격도 한 발에 약 1천만원 정도로 정밀 유도무기 치고는 싸며 사거리나 탄두 위력등의 개량도 쉽다.

 

▲M151 다목적차량을 이용한 토우 발사차량. 미군이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운용. 발사되는 탄은 가장 초기형인 BGM-71A형이다. 

 

▲아마도 70년대 후반에 촬영되었음직한 미군의 토우 운용장면. 토우는 필요하면 차량에서 내려 삼각대에 거치사격할 수 있으며 네명이 인력으로 운반할수도 있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토우는 코브라나 500MD같은 공격헬기가 아니면 K111지프를 개조한 발사차량에서 운용된다. 오리지널인 미국의 M151보다 무게중심이 높은 점 등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운용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

 

▲K111은 공간이 협소하므로 발사차량에는 예비탄을 두발밖에 싣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과 같은 예비탄 운반차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운용중인 토우 미사일의 바리에이션들이다.

BGM-71A: 가장 초기형. 위력을 약간 개량한 B형도 있지만 외관상 구분이 안된다. 사거리도 3km정도.

BGM-71C: 사거리가 3.75km로 늘어났고, 앞부분에 연장막대를 추가해 성형작약탄이 가장 높은 위력을 발휘하는 위치에서 폭발하게 했다. 덕분에 관통력이 A형의 700mm에서 800mm로 증가.

BGM-71D: 이것부터 토우2로 불린다. 관통력이 900mm로 늘고, 꽁무니에 붙은 제논 램프가 적외선 램프로 교체.

BGM-71E: 토우2A. 반응장갑을 격파하기 위해 탠덤탄두를 장착.

BGM-71F: 토우2D. 전차의 상부를 지나면서 전차 윗부분에 자가단조탄을 쏴 관통시키는 탑어택 버전.
버전에 따라 무게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21~22kg. 사거리는 C형 이후 동일.

 

▲토우의 기본 구성(지상발사형). 발사기 유닛은 M220으로 불린다. 일단 미사일이 포장된 상태의 운반/발사통(1회용, ?), 발사관(?), 상하좌우 가동장치(?), AN/TAS-4 야간조준경(?), 주간 조준/추적장치(?), 삼각대(?), 미사일 유도장치(?), 배터리(?). 배터리는 충전식이며, 발사된 미사일은 그 위치를 추적장치로 확인하며 유도장치의 컴퓨터로 경로가 벗어나지 않게 끔 조종한다.

 

▲M151A2 무트를 발사차량으로 사용하던 시대에는 발사차량과 운반차량의 2대 1조가 기본이었다. 장착된 발사기는 길이가 긴 초기형의 M151.

 

▲현재의 험비 기반 발사차량은 과거 운반차량이 싣던 예비탄까지 전부 한대로 운반해 운용할 수 있다.

 

 물론 토우가 장수한 비결에는 탈냉전도 한 몫 한다. 냉전이 예상밖으로 일찍 끝나면서 토우가 주적으로 생각했던 거대한 소련 기갑군단도 소멸했다. 그래도 단거리용 대전차 미사일은 적의 총탄에 노출될 수도 있는 거리에서 쓰는 만큼 냉전 이후의 적을 고려해서라도 재블린같은 첨단 방식으로 업데이트됐지만, 냉전 이후의 적은 3km가 넘는 사거리의 토우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걸프전과 이라크전등에서 미군은 토우에서 뚜렷한 약점을 느끼지 못하고 잘 써먹었으며, 특히 이라크전에 이르면 주로 파괴하는 목표가 전차가 아니라 적의 진지나 건물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2003년 7월에 후세인의 두 아들을 죽인 것도 그들이 버티던 건물에 발사된 여러 발의 토우 미사일이었다.

 

다양한 발사 플랫폼
 토우가 장수하는 이유중 하나는 다양한 운용 플랫폼이다. 지프, 험비, 장갑차, 공격 헬기등 다양한 수단으로부터 발사된다. 물론 전용 삼각대를 이용, 차량에서 떼어내서 쏠 수도 있고 분해해서 인력으로 운반할 수도 있지만(이스라엘군이 산악지대에서 실제로 이렇게 운용한다), 단 한발의 미사일을 합치면 발사기와 유도장치등의 시스템 총 중량이 무려 144kg에 달하는 만큼 운용 인원도 넷이나 필요하다.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토우는 바퀴와 엔진이 달린 물건 위에서 쏘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 헬기 운용(코브라와 500MD)을 제외하면 K111지프를 개조한 발사차량에서 운용하는데, 이것은 과거 미국이 험비 채택 전에 운용하던 M151A2 MUTT, 일명 ‘케네디 지프’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M151A2보다 좁고 높은 K111의 특성상 무게중심이 높아 험지 주행시 꽤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잘못하면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군이 M151A2를 퇴역시키고 험비를 채택한 이유도 토우 때문이다. M151에는 토우 예비탄이 두발밖에 실리지 않고, 그 때문에 토우 발사팀에 필요한 나머지 예비탄 5~6발을 실은 운반차량이 뒤따라야 했다. 반면 험비는 한 대가 이 모든 탄약을 전부 운반할 수 있다.

 

▲2007년에 촬영된 미 육군의 토우. 조준기는 기존의 것 대신에 ITAS가 달려있다. ITAS는 아예 열상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되어있을 뿐 아니라 레이저 거리측정기및 발전형 유도시스템이 달려있어 이동목표에 대한 명중률과 기본 명중률 모두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미사일을 쏠 일이 없을 때에도 고성능의 감시 시스템으로 이라크에서 잘 활용되겠다.

 

▲토우는 처음부터 발사통에 수납된 상태로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온다. 발사통은 운반통을 겸하며, 방습상태로 진공포장되어있기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발사통의 앞뚜껑을 제거한 다음 발사관에 끼우고 발사관의 덮개를 덮고 잠그면 장전 완료.

 

 

 

▲발사관의 뚜껑. 외부로부터의 습기및 충격 차단을 위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발사 순간. 아직 탄이 발사관을 빠져나가지 않은 상태이다. 토우에는 두개의 추진 모터가 있는데, 발사하면 먼저 발사 모터가 발사관 안에서 연소되어 추진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발사 모터의 연소는 워낙 단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미사일이 발사관을 나설 때 쯤에는 이미 불꽃은 사라져 있다.

 

▲발사관을 빠져나간 직후의 토우. BGM-71C형으로 보인다. 아직 비행 모터가 점화되지 않은 상태다. 비행 모터는 사수와 발사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발사기로부터 약 7m떨어진 지점에서 점화되어 본격적인 비행이 시작된다. 최대사거리(3.75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주간조준경 겸 추적장치. 렌즈가 두개인 이유는 하나가 조준경, 또 하나가 미사일의 꽁무니에 있는 제논 램프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추적장치가 미사일의 위치를 파악하면 그 정보는 전선을 통해 유도장치에 전달된다. 그러면 내장된 컴퓨터가 위치정보를 토대로 미사일이 올바른 방향(즉 조준기가 향하는 방향)을 유지하도록 조종한다. 

 

▲발사관은 경합금제로, 경량화를 위해 아래에 구멍이 뚫려있다. 자세의 정밀조절은 두개의 다이얼을 이용하는데, 발사기와 조준기가 함께 움직이므로 결국 이 다이얼이 미사일을 유도하는 조종기가 되는 셈이다.

 

▲M2브래들리 보병전투차도 토우 미사일로 무장한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당시 적잖은 이라크 전차가 브래들리의 토우에 격파당했다고 전해진다.

 

▲ ‘유선 유도’라는 말은 ‘전선을 이용해 유도’한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쏘고 나면 몇 km에 달하는 전선이 땅에 떨어진다! 명중후 전선은 자동절단되므로(따로 끊어야 하는 러시아제와 비교된다) 실전이라면 전선은 버리고 도망가면 되지만 훈련장에서야 엄청난 양의 전선을 회수해야 한다.

 

▲전선의 재질은 아주 고전적인 구리이지만 머리카락만큼이나 가늘다. 전선은 미사일 안쪽에서 풀어져 나온다.

 

▲2,000m밖의 표적에 보기좋게 명중. 이곳에 도달하는데 약 7초가 걸린다. 

 

▲뒤에서 본 발사차량. 사수와 부사수석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 옆에는 두발의 예비탄이 보관될 자리가 있다.

 

▲ 예비탄 거치대 밑에는 언제라도 발사기를 내려 쏠 수 있도록 삼각대가 접혀있다. 사용된 일도 많다고….

 

 신형 지프인 K131을 베이스로 한 토우 발사차량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K131이 예상보다 오프로드 성능이 좋지 않은 점 등의 문제도 있다지만, 어차피 운용상 K131이나 111이나 발사 차량과 운반 차량이 나뉘어지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토우는 현재 우리 육군 사단들의 대전차중대에서 아주 강력한 대전차 저지수단으로 활약하고 있다. 좀 오래되기는 했어도 정비 상태는 매우 좋고, 병사들의 숙련도도 높아 늘 높은 명중률을 기록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에 취재한 17사단의 토우도 발사된 모든 탄을 목표에 명중시키는 성과를 보여줬다. 위력면에서도 현존하는 사실상 모든 북한 전차를 충분히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 나와도 한동안은 현역으로 활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