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부풀린 사기, 과학적 근거 없다”VS“가능성 언급한 것, 효과 주장한 적 없다”
한국해양연구원의 해양심층수 연구단지가 들어선 강원도 고성군. 연구단지 뒤쪽으로 푸른 동해가 펼쳐져 있다. 연구원들은 500m 깊이의 바다 밑에서 해양심층수를 끌어올리고 있을 것이다.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어갔다. 큼지막한 지도가 벽에 걸려 있고, 고성군을 가리키는 곳에 신문기사 스크랩 몇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중 ‘바다 밑서 생명水 펑펑, 고성군 돈벼락 꿈’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지난해 연구센터가 심층수를 본격적으로 뽑아올리던 시기에 맞춰 씌어진 기사다.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 창출”
‘돈벼락 꿈’이라…. 사무실에 앉아 있던 고성개발주식회사 신웅재 상무에게 정말 ‘그런 꿈’을 꾸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분위기는 들떠 있지만, 이 지역 일대가 관광개발진흥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10년 동안 땅을 팔지 못해 아직은 조용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우럭이나 명태 양식장에 심층수를 공급했더니 세 배나 빨리 자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심층수가 상품화하면 지역 개발은 시간문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양심층수가 활력을 잃은 동해안 일대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고성군에서 가까운 거진 앞바다는 과거 명태 산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민들 표현에 따르면 “바다가 바짝 말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냉수성 어류인 명태, 대구가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린 고기마저 마구잡이로 잡는가 하면, 바닷속에 방치된 그물이 냉수성 어류의 이동을 막았다.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명태 축제에서 국산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해양심층수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해양심층수가 지역 개발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서 해양심층수를 ‘신비의 물’인 양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앞을 다퉈 일본과 미국 하와이의 심층수 개발 현장을 보여주며 몸과 피부에 좋은 ‘생명수’로 소개했다.
해양수산부는 수년 전부터 심층수의 특성 및 활용분야에 대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제공하면서 심층수를 홍보했다. 2004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해양심층수는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거의 없고, 풍부한 영양염을 보유해 해양식물 배양 및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해 12월 고성군 연구센터가 심층수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자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의 창출 기반을 이룩한 큰 성과”라며 자축했다.
연구센터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심층수 활용방안이 나열돼 있는데 이것만 보면 훌륭한 해상자원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심층수는 당뇨약, 투석액, 신약 등의 약품에 활용될 수 있고, 피부염 치료, 해양요법 등 의료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생수나 기능성 음료수는 물론, 식품 첨가제와 화장품, 화장수, 약용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해는 ‘축소판 해양’
그런데 해양화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보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 대학의 해양학 교수는 “해양수산부나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밝힌 내용 중 어떤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데도 마치 신비의 물인 양 떠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동해 심층수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의 그린랜드에서 출발한 심층수가 1500년에 걸쳐 태평양까지 도달해 동해로 넘어온 것으로 돼 있다. 4000년이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
“대양 컨베이어벨트 이론(심층순환설)에 따르면 표층수(깊이 100m 미만의 해수)가 북극해에서 가라앉아 심층수(깊이 200m 이상의 해수)가 되고, 이것이 대서양을 출발해 인도양을 돌아 태평양까지 도달하는 데 2000년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태평양에 도달한 심층수가 동해로 들어올 수 없게 돼 있다. 동해로 들어오려면 대한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해협의 깊이는 100m 안팎이다. 그러니 심층수가 흘러와도 동해에선 표층수가 되는 것이다.”
-심층수와 표층수는 어떻게 다른가.
“북극해 주변의 바닷물은 온도가 낮고, 밀도가 높고, 염분 농도가 높다. 그래서 가라앉는다. 이런 해수를 심층수라고 한다.”
마사유키 다카하시(高橋正往)가 쓴 ‘해양심층수’라는 책에 심층수 생성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빙하로 둘러싸인 그린랜드 앞바다는 점점 빙결(氷結)된다. 얼음은 물의 결정(結晶)이다. 따라서 해수 중 염분은 남고 물은 얼음으로 빠져나가 얼지 않은 해수의 염분 농도는 올라간다. 해수가 대규모로 빙결한 곳은 저온에다 염분 농도가 진한, 무거운 해수를 공급한다.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이 심층수가 남극지방에 도달하는 데 1000년이 걸린다. 이 해수가 태평양에 도달하기까지 다시 1000년이 걸린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데 2000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바퀴를 돌려면 4000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동해의 심층수는 어떻게 생성된 것인가.
“동해는 일종의 작은 대양이다. 동해에서도 표층수와 심층수가 순환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표층수가 가라앉아 심층수가 되고, 이 해수가 한국의 동해로 흘러들어온다.”
한국해양연구원 석문식·장경일 연구원이 펴낸 ‘동해 해수순환의 이해’라는 논문은 이를 좀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논문에 따르면 동해에선 대양과 유사하게 해수가 순환한다. 동해 북부의 일본 분지에서 추운 겨울철 표층에서 냉각된 차고, 산소가 풍부한 물이 동해 바닥까지 내려가 저층수를 만들고 이것이 동해 내에서 순환한다. 이 때문에 동해를 ‘축소판 해양’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동해 심층수라고 하면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해수를 말한다.
“과학적 입증 필요”
-동해의 심층수와 대양에서 형성된 심층수는 어떻게 다른가.
“다를 게 없다. 형성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좀 차이 날 것이다. 대양에서 형성된 것이 1500년 이상 걸렸다면 동해 심층수는 200년 이상 걸렸을 것이라고 본다.”
-심층수에 어떤 성분이 있기에 개발 가치가 높다고 하는가.
“표층수보다 염분, 카드뮴, 아연이 많고, 반면 납 성분은 적다. 산소 농도가 높다고 하지만 미미한 차이다. 심층수는 사람에겐 해롭지만 해양식물에 도움이 되는 영양염류가 많다. 질소(N)나 인(P)이 그렇다. 정리하면 표층수보다 염분이 많은 정도라고 할까. 아까 예로 든 중금속 등은 미량이니까 별 차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심층수를 개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래된 물이라고 하니까 몸에 좋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그렇다면 오래된 물이 몸에 좋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설명한 심층수의 다섯 가지 특성이 그것 아닌가. 우선 저온성이란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냉수성 어패류의 종묘 생산 및 양식이나 냉방, 냉장을 위한 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가능한 얘기라고 본다. 다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냉수성 어류를 살리는 것이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경제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병원균과 유기오염 물질이 적어 청정한 해수라는 특징도 있다.
“표층수도 깨끗하다. 물은 육지에서 하천,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지 않나. 오염물질은 통상 육지에서 묻어오는데, 바다로 가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오염물질이 없어진다.”
-해양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질소나 인, 규소(Si) 등 무기영양염이 풍부해 식물성, 동물성 플랑크톤을 배양하는 데도 좋다고 한다. 해조류를 배양하고 이를 이용해 양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정한다. 플랑크톤으로 미역 같은 해조류를 양식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다시마나 미역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굳이 동해에서 생산할 필요가 있을까? 심층수에 영양염이 풍부하다고 하는데, 영양염은 비료를 말한다. 시중의 질산비료를 써도 해조류 양식이 가능하다.”
-수압 20기압 이하에서 오랜 기간 숙성된 해수여서 식품 첨가제나 화장수,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다양한 필수 미량원소가 균형 있게 용존돼 희소금속이나 에너지원을 추출할 수 있고, 기능성 음용수나 의료 또는 약용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은 어떻게 보나.
“우라늄 같은 것을 추출할 수는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지만. 의료 및 약용수 얘기는 근거가 없다. 첨가제를 넣으면 모를까.”
이 교수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심층수는 그저 ‘염분을 제거한 바닷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전문가들은 심층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해양화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또 다른 교수를 만났다(이들 전문가는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 정부 발주 연구용역을 따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층수가 몸에 좋을 수 있다고 보나.
“다른 물과 똑같다. 몇백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막연히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필터로 소금과 이온을 걸러낸 것인데 특별히 좋을 게 뭐가 있겠나. 일본에서 사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하지만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잡지 같은 데서 몸에 좋다는 얘기는 나왔어도 학계에서 심층수의 효과를 증명한 논문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세금을 수익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업적 목적이라면 기업에 맡겨놓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심층수 개발에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것.
다른 대학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해양학계 대부’로 알려진 한 교수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기업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심층수를 개발한다면 몰라도 정부와 신망 있는 연구원이 나서서 심층수의 효과를 광고하는 듯한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심층수에 관해 수백편의 기사를 검색해봤지만 효과를 부정하는 기사는 한 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학계에선 이미 심층수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해양수산부가 해양심층수를 MT (Marine Technology, 해양과학기술) 분야 중 처음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백억원을 들여 연구센터를 짓고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에 연구 과제를 위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로부터 위탁 과제를 받아 연구한 대학과 기업 연구소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고성군 연구센터의 심층수 홍보관에 들어가 보면 위탁과제를 수행한 연구소 이름과 실험 내용이 전시돼 있다. 이들 중 몇 곳과 접촉해봤다.
심층수를 이용해 발효음료의 생산 가능성을 연구한 경북과학대. 심층수연구센터의 지원으로 2년간 연구에 참여한 대학 관계자는 “아직 연구 성과로 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읽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기간이 짧아 성과가 미미했냐고 묻자 “연구비 지원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심층수를 활용해 발효음료를 만드는 것과 표층수나 지하수를 활용해 만드는 것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임상 실험을 못해 차별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수년 동안 생태계의 순환을 연구한 강원도립대학은 심층수가 패류 양식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맡았다. 심층수로 미역을 키우고, 이 미역을 먹고 자란 전복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맛은 어떤지 등을 연구한 것. 그러나 대학 관계자는 “아직 결과물이 없으며, 올해부터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실험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학 관계자는 “연구를 진행할 시간과 연구비가 부족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심층수로 키운 전복이 잘 자란다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험하는 것이라 확인된 자료는 없다”며 “일본에선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층수라고 해서 모든 해양생물에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일본이 실패한 것은 온도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자체 개발한 순환 시스템과 적정한 온도 유지를 통해 전복의 생장 과정을 연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확인된 것은 없었다.
두산의 주류연구소는 심층수가 발효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발효주는 와인이나 정종 등을 말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술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용감은 개선됐으나 그 외에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더 연구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단서는 달았다. 심층수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표층수나 지하수를 이용해 비교 실험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심층수만의 효능을 발견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지금껏 확인한 것은 ‘가능성’에 불과하다. 자신있게 ‘이것’이라고 말하는 곳은 없었다. 물론 최초의 연구를 놓고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확인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심층수 홍보관에 마치 확인된 것처럼 연구 성과를 나열해놓은 것은 성급한 행동이다.
“식량, 식수, 에너지원 이용 가능”
논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심층수 사업에 초기부터 참여, 현재 고성군 해양심층수연구단장으로 있는 김현주 박사를 만났다. 다음은 김 박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심층수 연구를 두고 학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우선 심층수 연구의 목적이 궁금하다.
“동해를 관찰하는 일종의 ‘내시경’을 장착한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해양심층수를 취수하기 위해 바닷속 300m, 500m에 두 개의 관을 넣어두었고, 이를 통해 동해의 수질, 해양 환경, 대양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선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심층수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나.
“식량, 식수, 에너지원 확보에 이용할 수 있다. 동해는 지구 온난화, 먹이 고갈, 무분별한 어획으로 명태나 대구 같은 냉수성 어류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엔 물을 차갑게 유지하는 칠링(chilling) 시스템으로 냉수성 어류를 키웠는데, 여름이 되면 모두 죽었다. 효과가 없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깨끗한 찬물을 확보하면 가능할 것 같다. 여름철에 문제가 되는 것은 병균인데, 심층수는 병균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실험을 하고 있나.
“오늘(4월7일)이 처음으로 연어와 송어를 심층수에서 키우는 날이다. 나중엔 명태와 대구도 해볼 생각이다. 그러나 연구센터는 배양 기술을 습득한 뒤 지자체의 도립 배양장으로 기술을 넘기는 데까지만 관여할 것이다.”
-명태와 대구가 사라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동해 자체가 뜨거워지기 때문이라는데, 배양기술을 습득한 뒤 이 어류를 동해에 놓아주면 다시 죽지 않겠나.
“이런 어류는 양식이 안 되니까 어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류의 자원을 증가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동해 전체로 보면 미미하겠지만, 고성 인근 해역에서라도 냉수성 어류가 늘어난다면 좋지 않겠나.”
-심층수를 이용해 다시마와 김을 증식하는 것은 어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한데.
“심층수를 이용해 다시마를 키우고, 다시마 먹는 전복을 심층수에서 키운다. 심층수에서 자란 전복을 판매한다면 어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표층수에 인공비료를 넣어 다시마를 키우는 것이나, 심층수로 키우는 것이나 효과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표층수에는 납 같은 중금속이 녹아 있어 심층수의 청정함에 미치지 못한다.”
“토마토 당도 높였다”
-표층수가 오염됐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고, 또 표층수에 일반 비료를 넣어 사용하는 것이 심층수를 취수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한다.
“심층수를 취수해서 쓰는 비용과 표층수에 비료를 첨가해 쓰는 비용을 비교한 적은 없다. 그러나 심층수는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 바닷물 1t을 10℃ 낮추는 데 1000원이 드는 데 비해 심층수 1t을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000원 미만이다. 이는 10년간 1500만t을 취수했을 때 얻는 경제적 효과를 산정한 것이다. 게다가 심층수엔 영양염이 풍부해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식량 연구에 응용된 사례가 있다면.
“가지나 오이 등 채소를 모종할 때 어린 싹이 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같은 면적에서 많은 싹이 나온다. 이 때문에 농약을 쓰는데, 심층수로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심층수의 염분이 어린 싹에 스트레스를 줘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토마토의 당도를 높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냥 표층수를 붓는 것과는 무엇이 다른가.
“심층수를 쓰는 게 청정성 면에서 더 낫지 않겠나.”
-증명된 이론인가.
“검증은 못 했다.”
-심층수를 식수로 이용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굳이 심층수를 끌어올려 염분을 빼고 마셔야 할까.
“얼마 전 강원도 속초에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됐다. 새로운 식수원을 개발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는 심층수를 식수로 이용하는 비용이 수돗물을 이용하는 비용보다 비싸다. 그러나 수돗물 개발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표층수에서 염분을 빼고 먹어도 되지 않나. 여러 지역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표층수를 먹는 물로 만들려면 ‘전 처리’ 단계와 ‘본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총 비용이 100원 든다면 전 처리 단계에서 30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심층수는 본 처리만 하면 된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얘긴데, 심층수가 마치 몸에 좋은 생명수처럼 대접받고 있는 것은 문제 아닌가.
“우리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심층수는 그냥 물일 뿐이다.”
-그런데 심층수연구센터 홈페이지에는 심층수가 당뇨병 약이나 신약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뇨병 약의 원료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한때는 업자들이 심층수에 항암성이 있다고 주장해서 실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실험을 통해서는 그런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심층수 효능 연구, 경계하고 있다”
-피부염 치료에 좋다는 얘기도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약처럼 병을 낫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토피 치료에도 좋다고 하지만 그냥 세정제처럼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오랜 기간 숙성된 해수여서 식품첨가제나 화장품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산업적 효과가 명확하게 파악되지도 않았다. 마치 술처럼 오래 숙성되면 좋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게시했나.
“원료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도 심층수 효능 연구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원수(原水) 자체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효과 연구를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니다. 아니, 우리 연구센터에 심층수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계획 자체가 없다.”
김 박사는 과학자로서 심층수에 대한 오해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주었다. 그는 연구센터의 목적을 “동해안 전역의 환경을 연구하고, 심층수를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심층수가 영험한 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일부 연구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연구비를 더 투자하고, 연구 기간도 늘어난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풍부한 해양자원을 보유한 한국으로선 이런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 단계로는 대부분 증명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마치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 주민들이나 개발업자들에게 허황된 꿈을 갖게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만에 하나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면 더더욱 문제의 소지가 크다. 언젠가 진실은 드러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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