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S&W社의 신형 권총 M&P
권총 메이커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스미스&웨슨社(이하 S&W), 이런 S&W이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과거의 영광’이 크게 바란 것은 사실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악몽 같은 20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볼버가 미국 시장을 주름 잡던 80년대까지 S&W의 리볼버는 특히 경찰용 시장에서 제왕이나 다름없었지만, 80년대에 미국의 경찰용 권총시장이 자동권총으로 급선회하면서 S&W의 입지는 빠른 속도로 깎여나갔다. S&W가 자동권총의 개발에 소홀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S&W는 미국 최초로 9mm 더블액션 자동권총(M39)를 생산했고 뒤이어 9mm 더블액션-다연발 탄창의 모델(M59)도 미국 최초로 생산했다. 미국 경찰이 최초로 채택한 9mm 더블액션 자동권총도 S&W의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에도 S&W는 소위 ‘제 3세대’로 진화해 엄청난 숫자의 자동권총 라인업을 전개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처했다.
하지만 80년대부터는 SIG나 글록, 베레타 라는 뛰어난 3세대 경쟁작과 싸워야만 했고, 여기에 더해 너무 방만하게 벌여놓은 판매-생산 전략도 문제였다. ‘소비자가 요구하면 무엇이든 만든다’는 각오로 등장한 제3세대의 S&W의 자동권총은 종류가 복잡해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란시켰고, 또 지나차게 생산라인이 확장되면서 돈은 돈대로 잡아먹었다. 그중에서도 경쟁작, 특히 글록의 등장은 80여년에 걸쳐 S&W가 쌓은 미국 경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10년도 안되어 무너뜨리는 폭발력을 자랑했다.
글록의 등장에 날이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S&P는 결국 도중에 소유주가 바뀌는 등 시련을 겪었고, 그 결과 94년에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글록과 정면 대결할 완전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1994년에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시그마’는 글록의 특징을 그대로 베껴 출시하여, 글록 측에선 소송을 소비자로 부턴 외면을 받았다. 시그마는 ‘싼맛에 사용하는 글록 대체품’ 정도로 인식되어 어느 정도의 수요는 있었지만, 그 성능은 도저히 글록의 경쟁작이 되지 못했다. 이후 시그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독일 발터사의 P99의 프레임과 구조를 그대로 들여와 SW99라는 모델을 출시했지만, 애초에 P99라는 총이 글록의 아성에 정면 도전할 정도로 뛰어난 총도 아니었고, 또 S&W 로서도 팔릴 때 마다 로열티를 줘야하는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S&W는 2002년부터 시그마도 SW99도 아닌 새로운 독자모델의 개발을 시작한다. 극비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한 때 1년 정도 중단된 일도 있다고 하지만, 결국 재개되어 2006년 SHOT 쇼를 통해 일반에 대대적으로 공개된다. 이 제품이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 M&P(Military & Police)이다.
M&P의 특징 - 기존 S&W의 모든 노하우 반영
M&P는 그야말로 S&W가 10여 년간 폴리머 프레임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가 총동원된 작품이다. 시그마와 SW99에서 얻은 교훈을 있는 그대로 넣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M&P가 온갖 기능을 마구 섞인 복잡한 총은 아니다. 오히려 왜 글록이 성공했는지 잘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잘 빚어낸 제품이다.
먼저 M&P는 척 보기부터 ‘군살’이 없다. 전작인 시그마가 척 보기에도 어딘가 ‘군더더기’가 낀 느낌이 든 것과는 정반대다. 덕분에 크기 자체에 비해 휴대성도 나쁘지 않고, 또 손잡이와 총열 축선사이의 거리도 짧아 반동에 의한 컨트롤도 쉬운 편이다. 이 부분은 글록에서 잘 배웠고, 총의 두께도 글록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구입시 기본으로 두 개의 탄창과 청소용 꼬질대가 구성되어 있다.
특히 손잡이 부분은 가장 평가가 높다. 실패작이라는 시그마의 손잡이 느낌 하나 만큼은 평가가 꽤 좋았는데, M&P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켰다. 또 손잡이 뒤에 넉넉한 ‘꼬리’가 튀어나와 있어 잡았을 때 안정감과 높은 하이 그립(High Grip)자세, 즉 손과 총열 축선을 최대한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는 파지의 실현도 가능해졌다. 손을 최대한 높은 위치로 잡아도 엄지와 검지 사이가 ‘꼬리’에 의해 후퇴하는 슬라이드로부터 보호되는 것이다. 즉 잡을 때의 느낌이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사격의 안정에도 연결되는 것이다. 게다가 반동에 의해 미끄러지기 쉽다는 시그마의 단점 역시 피드백이 잘 되어 개량됐다. 또 사용자의 손 크기에 맞춰 손잡이의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손이 작은 여성 경관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큰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분해 방법 역시 개량을 거쳤다. SIG와 같은 대형 분해 레버를 돌리는 방식으로 바꾸어 힘도 별로 안 들고 부품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 다만 기존의 S&W 권총들과 마찬가지로 권총 내부의 시어 해제 레버를 따로 눌러야 분해되는 방식을 지금까지 고집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방식은 반드시 슬라이드를 당겨야 하는 만큼 ‘약실에서 탄을 꼭 뺀다’는 분해의 철칙을 싫어도 지키게 되겠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기본 작동 방식은 사실 평범하다. 글록이나 SIG와 같은 브라우닝 식 쇼트리 코일, 심지어 완충스프링도 글록과 같은 유닛 형이다. 과거의 시그마처럼 총열이 글록과 호환되는 파렴치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디자인은 매우 비슷하다. 격발기구도 글록과 흡사하다. 슬라이드가 후퇴할 때, 방아쇠를 당기면 나머지 거리를 공이가 후퇴하는 방식의 ‘싱글 액션 같은 더블액션’ 식 스트라이커를 거의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시그마의 경우 이것 때문에 소송까지 걸렸지만 M&P에서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혼합한데다 글록의 특허가 2004-2005년 사이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종료되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슬라이드의 뒷부분 아래. M&P는 글록과 마찬가지로 공이가 직접 앞뒤로 움직이는 스트라이커 격발 방식이다.
▲ 완충스프링의 모습, 글록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제의 가이드와 한 유닛으로 된 타입이다.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쪽이 뒷 부분이다.
▲ 구입하면 기본으로 부속되어 나오는 건케이스에는 예비 탄창과 청소용 꼬질대, 백스트랩 교환부품 두 개가 들어있다.
M&P의 방아쇠는 비록 남의 아이디어를 일부 쓴 것이지만 결과는 예상 이상으로 좋게 나왔다. 방아쇠를 당기는데 필요한 거리는 짧고 느낌도 꽤 좋다. 쓸데없이 무거운 주제에 언제 끊어지는지 감도 안 잡히던 시그마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설계 디자인 면에서도 글록보다 나은 점이 있다. 바로 프레임에 들어가는 금속 보강재다. 글록은 슬라이드와 프레임이 맞물리는 금속제 레일을 앞뒤로 분할해 아예 프레임을 성형할 때 몰딩 기법으로 박아 넣어버렸지만 M&P는 앞뒤의 금속제 레일을 일종의 새시처럼 하나의 부품으로 만든 뒤 프레임에 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폴리머 프레임에 수축 같은 변화가 생겨도 레일의 위치에는 영향이 적고, 또 고장 날 때 부품의 교환도 쉽다. 경쟁작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나온 신형모델 다운 구석이다.
종합평가
일단 직접 쏴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은 좋다. 전작인 시그마가 방아쇠만 당겨도 정이 떨어지던 것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느낌이다. 고장도 없고 꽤 잘 맞는 다는 얘기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본 미국 쪽의 다른 사람들도 M&P에 대한 평가는 높고, 몇몇은 ‘글록과 M&P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 된다’고 할 정도다. 시그마나 SW99때에는 보기 힘든 반응이다. 드디어 미국의 메이커가 글록과 싸울 대항마를 내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글록과 M&P, 어느 쪽이 나은지는 간단하게 정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S&W의 권총으로부터 멀어져만 가던 미국 경찰들이 점점 M&P를 통해 S&W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276 곳의 미국 치안조직들(미국은 경찰의 지방자치가 뚜렷하므로 주, 시는 물론 군 같은 시골의 경찰들까지도 독자적으로 장비를 선택한다)에서 M&P를 선택했고, 그중에는 애틀란타 시경(1,900정)이나 샤를롯 시경(1,650정)처럼 1,000단위 이상의 규모로 구매한 곳도 적지 않다. 또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뉴멕시코 등의 주 경찰들도 채택하는 등 M&P의 보급은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흥미로운 것은 40S&W등의 대구경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인 미국 경찰답게 납품된 M&P도 대부분이 M&P40이나 M&P45라는 점이다. 물론 M&P의 보급이 경찰용만으로도 미국에서 수십만 단위의 보급이 이뤄진 글록과 비교될 수준은 아직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체적인 자동권총 시장에서 글록과 ‘경쟁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던 S&W로서 전례 없이 좋은 성적이기도 하다. 권총의 평가라는 것이 10년은 가야 정확하게 나온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M&P의 ‘개시’ 성적은 매우 고무적이며 적어도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2부] 권총 새로운 역사 M&P 낱낱이 보기
▲ M&P 시리즈의 45ACP탄 사용모델인 M&P45. 예상외로 경찰용으로도 상당한 성공을(미국에서)거두고 있다. 원래는 미군 특수부대를 노리고 만든 총으로, 크기 자체는 M&P9이나 M&P40과 거의 같지만 약간 더 무겁고 손잡이도 두꺼우며 길이도 조금 길다. 탄창은 10연발.
▲ M&P 45컴팩트. M&P시리즈는 이미 컴팩트 모델이 사용탄별로 발매되어 있다. 참고로 M&P45 계열에서는 수동식 안전장치 레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프레임 색깔도 검은색과 탠의 선택이 가능
▲ 액션슈팅등을 위한 긴 총열버전, M&P9L도 존재한다.
▲ 손잡이 뒷부분(백스트랩)을 떼어내는 방법. 먼저 탄창 삽입구 뒤의 돌출부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린다. 그 뒤 이걸 뽑아내면 백스트랩 고정막대가 빠지고, 백스트랩도 자연스럽게 빠진다.
▲ M&P 한자루에는 대,중,소 세가지의 백스트랩이 부속되어 있다. 손 크기에 따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꿔 끼우면 된다.
▲ 슬라이드를 분리한 상태의 프레임. 피카티니 레일이 몰딩된 부분(A)은 레이저나 라이트등을 달았을 때 좌우로 조여드는 것을 막기위해 안쪽이 립(돌기)들로 보강되어 있다. 슬라이드가 끼워지는 작동용 레일(B)부분은 앞뒤로 분리되어 있으나 아예 다른 부품은 아니고, 아래쪽으로는 하나의 섀시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 프레임 자체의 변형에 의해 위치가 바뀔 걱정이 별로 없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지난 10여 년간 쌓인 노하우를 잘 활용했다.
▲ 슬라이드를 후퇴 고정시킨 뒤 분해 레버를 90도 아래로 돌린다.
▲슬라이드를 앞으로 빼기 전에 시러 해제 레버를 탄피배출구를 통해 아래로 눌러 공이를 전진시킨다.
▲ 슬라이드를 앞으로 잡아 뺀 뒤 완충 스프링과 총열을 슬라이드로부터 분리한다.
▲ M&P의 탄창. 9mm가 17연발, 40S&W및 357SIG가 15발, 45ACP가 10발로 용량은 결코 작지 않다. 만든 곳은 뜻밖에도 이탈리아의 MEC-GAR라는 메이커인데, 이 회사는 이탈리아의 베레타는 물론 많은 해외 메이커들에 탄창을 공급하는 탄창 명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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