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한비자에서 말하는 부하 식별법

醉月 2008. 10. 17. 17:19

  리더의 역할 중에는 유능한 직원을 선발해 능력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고, 그들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일도 있지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내 조직의 누수를 막는 일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내는가이다.... 


  고전 ''한비자(韓非子)''에서는 찰간술(察奸術)이라고 하는, 간사하고 문제있는 신하를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세객이었던 한비(韓非)는 당시 군주들에게 그들의능력과 충성도 그리고 속내를 알아내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찰간술을 설파했다. 찰간술은 군주가 신하들을 평가하고 분석하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당장 해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리더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부리는 신하의 됨됨이와 능력을 꿰뚫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부하란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능력만으로도 다른 단점을 참아줄 수 있는 것이다.

  한비자에서 말하는 신하의 판별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자신이 보고 들은 개별 정보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는 ''관청법(觀聽法)''이다.

  ''관청(觀聽)''은 글자 그대로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이다.

  측근들은 늘 군주에게 모든 상황을 잘 보이려 하기에 그들의 인물평가와 정보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신하들은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를 동원해 스스로를 홍보하고 과장한다. 주변의 정보에만 의지하고 자신의 주관적이고 직각적인 판단이 결여된다면 부하들의 진면목을 모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는 리더의 직관이다. 그래서 군주가 직접 보고 들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명심보감에서 말하는 인사원칙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衆好之, 必察焉, 衆惡之, 必察焉).'' 모든 평가의 주체는 내가 되어 직접 보고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주변의 곡해된 인물 평가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충고다. 사람을 직접 보지도 않고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는 귀 얇은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리더 옆에는 늘 간신이 들끓고, 권력이 분산되는 화를 면치 못한다.

 

  둘째, 일일이 들어보고 우열을 가리는''일청법(一聽法)''이다.

  이것은 하나하나 일일이 판단한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말하면 개별적으로 사람을 직접 대면해 그의 능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우''라는 악기 연주를 좋아했는데 특히 합주를 좋아해 300명이나 되는 합주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반드시 있는 법. 연주 단원 중 남곽(南郭)이란 자는 사실 연주 능력도 없으면서 그 합주단에 끼어 최고의 연주자라고 자처하며 월급을 받았다. 오늘날 조직의 ''Free Rider'' 즉, 무임승차하는 직원과 유사한 사람이었나 보다.

  세월이 흘러 왕이 죽고 아들인 민왕이 그 뒤를 이었는데, 새로운 왕은 합주를 좋아하지 않아 한 사람씩 독주를 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남곽은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봐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미리 도망갔다고 한다. 군주의 일청법에 걸려 벌을 받을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때로는 개인에게 업무를 부과해 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개별업무 판단법이 유익할 수도 있다. 전체에서 볼 수 없는 개인의 능력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함으로써 상대를 시험하는 ''협지법(挾智法)''이다.

  협(挾)은 ''숨긴다''는 뜻이다. 자신이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안다는 사실을 숨기고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한(韓)나라 왕 소후(昭侯)는 신하들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누가 진실된 신하인지 아닌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왕은 손톱을 깎다가 신하들의 진실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거짓으로 깎인 손톱이 없어졌다며 불길한 징조니 신하들에게 찾게 했다. 측근들은 방안을 다 뒤졌지만 깎이지 않은 손톱이 있을 리 없었다. 그때 어느 신하가 자기의 손톱을 얼른 자르고는 찾았다고 외쳤다. 왕의 마음을 헤아린 행동이었지만 왕은 모르는 채 그를 칭찬해 주었다. 적어도 그 신하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단이 선 것이다.

  리더는 직원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 직원의 인성과 진실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넷째, 사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도언법(倒言法)''이다.

  도(倒)는 ''거꾸로''란 뜻이다. 완전히 다른 말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하늘의 달을 보고 해라고 소리 지를때 누가 그 말에 대해 동의하는지를 보고 신하들의 진면목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말도 안 되는 말에 대해 신하들의 반응을 보며 그들의 속내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진시왕의 아들 호해(胡亥)의 환관 조고(趙高)는 자신의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어느 날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외쳤다(指鹿爲馬). 그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후 조고는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그 때 그들을 모두 제거했다. 적과 동지를 구별하기 위해 도언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섯째,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반찰법(反察法)''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 가를 잘 따져서 사람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한(韓)나라 희후(喜侯)가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돌을 발견했다. 왕은 욕조담당을 혼내지 않고 욕조담당이 파면될 경우 그 뒤를 잇게 될 후임자를 불러 죄를 다그쳤다. 결국 그는 욕조 담당관이 파면되면 결국 자신이 그 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 욕조에 돌을 넣었다고 실토했다. 보여지는 상황의 이면 동기를 찾아내서 역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반드시 진실이 있다. 보여지는 것만 보고 판단한다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 일의 이면을 정확히 꿰뚫어 봐야 진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보여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 밑에 감춰진 진실을 알아야 한다. 한비자가 제시하는 이 다섯가지 인물 판단법은 군주가 어떻게 신하들의 능력과 마음을 알아내 그들을 적절히 콘트롤 할 것인가에 대한 법가 철학자 한비의 충고다. 수많은 직원들을 거느리고 그들의 능력과 진실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조직을 이꿀려는 리더라면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부하 직원들의 능력과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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