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솜씨로 외국 기자 놀래킨 한국 파일럿 |
외국의 유명 비행단과 비교하면 사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이하 19비행단)의 역사는 짧다. 지난 1991년 5월 15일 정식으로 창설됐으니 사람 나이로 따지면 이제 겨우 17살이 된 셈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기자는 어릴 적부터 비행부대는 물론 다양한 항공기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당연히 항공역사가 긴만큼 얘깃거리도 많다. 하지만 역사는 짧아도 사격명문이라는 전통을 만들어가는 19비행단을 보면 개인적으로 흥미롭다. 이는 사격명문이라는 현재의 업적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들이 훗날 사람들에게 전통의 부대로 회자될 좋은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19비행단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는 정훈실장인 유인수 소령부터 부대역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받았다. 유소령에 따르면 1991년 창설된 19비행단은 처음부터 F-16 전투기를 운용하지 않았는데, 창설 당시 F-4 팬텀II 1개 대대가 19비행단에 예속돼 사실 팬텀 부대로 시작했다.
지금의 F-16 전투기가 19비행단에 예속된 것은 1992년 4월. 대구기지에 전개해 있던 F-16PB 2개 대대가 이곳 19비행단에 전개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19비행단은 명실 공히 한국에서 가장 먼저 F-16 전투기를 운용한 부대가 됐다. 현재 제20전투비행단도 K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먼저 KF-16을 운용한 부대 역시 이곳 19비행단이다. 1994년 12월에 KF-16 전투기를 처음으로 도입, 1996년 9월과 1997년 10월에 KF-16 비행대대가 창설되면서 오늘날의 F-16PB로 구성된 2개 대대와 KF-16으로 구성된 2개 대대로 완편 됐다.
기자가 19비행단을 찾은 이날은 활주로에 잠시도 조용한 틈이 없어 보였다. 2개의 활주로에는 뜨고 내리는 F-16 전투기들로 분주했고, 비행장 상공에도 역시 수대의 F-16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뤄 통과하고 있었다.
이 중 F-16 한 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다름 아닌 단기 기동을 선보인 복좌형 F-16D 전투기. 다른 F-16 전투기들이 이착륙을 모두 마친 가운데 강렬하고도 급격한 기동을 연속적으로 선보여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잠시 후 인상적인 기동을 펼친 그 문제(?)의 F-16D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손을 흔드는 기자에게 2명의 조종사들도 손을 따라 흔들었다. 잠시 후 F-16D 전투기가 격납고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캐노피가 열리자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후방석에 미 공군 조종사가 탑승하고 있었던 것.
사실 기자에게 한미 전투조종사가 한 기체에 함께 탑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날 한국 공군의 F-16D 전투기에 탑승했던 미 공군 조종사는 애슬리 B. 클레이본(Ashley B. Clayborne) 대위. 알라스카 미 공군기지에서 파견돼 현재 한국에서 교환근무 중이란다.
▲알라스카 미 공군기지에서 파견돼 현재 한국에서 교환근무 중인 미 공군 애슬리 B.
그는 지난 2007년 9월, 19비행단에 배속돼 3개월 동안 부대적응과 학술교육 등을 수행해 실질적인 비행파트너로서 이제는 19비행단원과 다름없다. 당연히 그는 비행 강평서를 한국어로 작성하고 실무장 폭격, 제공, 전투준비태세훈련 등 한국 전투조종사와 동등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제3국과의 대적관계 등을 고려해 전투초계 임무 및 비상대기, 경호초계 등 특수작전 임무에는 제외된다는 게 부대관계자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세계적인 명문으로 통하는 MIT 공대 출신이라는 점. 그는 재학 중 공군 ROTC에 지원해 전투조종사가 됐다. 그는 1999년에 미 공군 소위로 임관, 비행훈련을 거쳐 F-16을 주기종으로 조종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약 800시간의 조종시간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 조종사다.
활주로를 뒤로 하고 기자가 찾은 곳은 제162전투비행대대. 창설된 지 막 20년을 넘긴 비행대대다.
F-16 대대로서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창설됐다. 처음에는 11전투비행단 예하였지만 1992년부터 이곳 19비행단 예하로 배속됐다. 특히 1996년 5월 23일, 북한 공군의 이철수 대위가 MiG-19 전투기를 귀순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당시 중부전선에서 공지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던 162대대가 요격임무에 투입돼 귀순기를 수원 공군기지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그런 만큼 162대대장으로 있는 김정일 중령의 자긍심은 남다르다. 그는“162대대는 우리나라에 F-16이 처음 도입된 후 전력화에 큰 기여를 했다”면서“오랜 기간 F-16을 운용한 만큼 종합최우수 사격부대로 3번씩이나 선정됐고, 탑건도 2명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현재 F-15K 전투기가 도입됐지만 F-16의 전평시 핵심임무는 지속될 것”이라면서“완벽한 임무수행은 물론 향후 차기 전투기 운용에 대한 기량을 키우고 정예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일 제162 전투비행대대장
기자는 이어 2007년 탑건으로 선정된 이우범 대위도 만났다. 그 역시 19비행단 소속. 처음 그와 대화를 나눴을 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젊은 조종사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지난해 10월에 열린‘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대공 부문 만점은 물론, 공대지 부문에서도 908점(부문별 1,000점 만점)을 획득해 2위를 무려 114점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할 만큼 당차고 치밀한 전투조종사다.
현재 주기종인 KF-16 전투기를 조종한 지 3년차로 보라매사격대회에는 두 번째 출전 만에 하늘의 제왕인‘탑건’을 거머쥐었다. 특히 그는 지상 7km 상공에서 시속 1,000km(마하0.9)로 비행하면서 지상표적의 정중앙으로부터 1.5m 안에 폭탄을 명중시키는 놀라운 사격솜씨를 보여줘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기자 역시 놀라운 건 마찬가지다.
사실 기자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실력에 대해 간혹 평가를 듣곤 하는데,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들은 이구동성으로“실력 있다”라는 평가다. 한국공군이 강조하는 것처럼‘작지만(Small) 보다 스마트(Smart)하고 가장 강한(Strongest) 공군’이라는 말이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탑건’으로 선정된 이우범 대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가운데 19비행단 취재를 마친 기자는 속으로 흐뭇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외국인인 기자에게 깊은 정을 나누어준 비행단사람들이 고마웠고, 자신들의 일에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비롯해 한국 공군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 공군의 면모를 하나 둘씩 보는 것이 흥미롭고 애착도 많이 간다. 그런 만큼 기자 역시 한국 공군이 세계적인 공군-기자가 봤을 때는 이미 세계적인 공군이다-이 되는 날까지 관심어린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기사제공= 월간항공/ 마틴페너(Martin Fen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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