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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체질

醉月 2008. 7. 25. 10:15

암 잘 걸리는 體質 따로 있다 한국인의 체질

● 사상의학에서 64체질론까지
● 특정 체질에서만 나타나는 질병들
● 지문으로 진단하는 북한의 체질분석기
● 체질 알면 성격과 운명 바꿀 수 있다
● 체질설로 접목되는 동서의학

지난 8월13일 오후 4시 경희대 한의과대학 2층 강의실. 200명 남짓한 한의대 본과 3년생들이 선배 한의사인 이승교 원장(삼정한의원)으로부터 ‘사상(四象)체질 분석법’이란 주제의 특강을 듣기 위해 모였다.

 

100여 년 전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00)가 “사람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체질로 분류된다”고 주창한 사상체질의학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의대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지금은 웬만한 한의대에서 전공 필수과목으로 채택할 정도로 보편화한 의학이론이다.

 

이윽고 이원장이 컴퓨터와 관련 부속 기기를 한아름 들고 와서는 강단에 섰다. 그는 1996년 27명의 사상체질 전문의와 조선컴퓨터센터(KCC)가 합작으로 개발한 북한식 체질분류 소프트웨어 ‘금빛말3.0’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한의사다. 그래서인지 한의대생들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에게 집중했다.

 

“사상의학 이론에 의해 자기 체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손 좀 들어볼래요?”

 

강의 서두에 이승교 원장의 난데없는 제안. 그러자 학생들이 잠시 쭈뼛거리는 듯하더니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전공이 한의학이다 보니 선배 한의사들이나 사상의학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체질을 감별받아 본 모양이다.

 

“그러면 이중에서 자기 체질이 태음인과 소음인 등 두 가지 이상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 사람들은?”

 

다시 이원장의 질문에 무려 50여 명이 재차 손을 들었다. 이들은 체질의학자들로부터 각기 다른 체질로 분류된 경우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여러 명의 체질의학자들로부터 동일한 체질로 진단받았다고 하는 학생들은 두 명에 불과한 반면, 자신의 체질이 세 가지 이상 다양하게 나왔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여덟 명이나 됐다.

 

사상의학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사상체질 중 태양인은 매우 희귀한 편이라고 한다(1만명당 1명꼴). 그렇다면 이 8명의 학생은 관찰자의 판단에 의해 대체로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이란 세 가지 경우의 수가 다 나온 셈이고, 결국 진짜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 사람의 체질은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인가? 마른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뚱뚱해지기도 하고, 급한 성격이 차분해지는가 하면, 내성적인 성격이 어떤 계기를 맞아 바뀌기도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사상체질학자들은 체질은 타고난 것이어서 결코 바뀌는 법이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사람이 후천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체질이 일시적으로 가려 보이거나 다른 체질의 성향이 섞여 나타날 수는 있어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물이 수증기도 되고 얼음도 되지만 물의 본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듯이.

 

이원장은 스스로 태음인으로 판단한 학생 두 명을 강단으로 불러내 금빛말로 진단해보기로 했다. 컴퓨터에 부착된 CCD 카메라를 통해 학생의 열 손가락 지문을 모니터에서 확인해보면서 입력해본 결과 컴퓨터는 한 학생은 태음인, 다른 학생은 소음인으로 판명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지문을 분석해 사상체질을 분류해낸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체질별 지문 분석으로 수천 명의 환자를 임상 검증한 결과, 특정한 체질은 특정한 지문 형태(패턴)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한다. 남한에서는 지문과 사상체질의 관계에 대해 아주대와 동국대 등 일부 대학에서 그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아직 미완의 영역이다.

 

아무튼 북한측 자료에 따르면 지문으로 분석한 체질분류의 정확도는 85%에 이르며, 이원장이 국내 임상에 적용해본 결과 우리나라 사람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태음인의 경우 그 정확도가 90%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사상의학에 대한 관심은 한의대생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근래 들어 체질의학이 일반인 사이에도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 나온 체질 관련 책만 수십 종에 이르고, 인터넷에서는 자가진단용 사상체질 설문지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모두 자기 체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애달아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체질의학 전문가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의학관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즉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증상)은 비슷하지만 그 병의 뿌리가 다르면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테면 똑같은 질병에 똑같은 치료법을 써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체질의 차이는 쉽게 인지된다. 맥주 한 잔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사람이 소주를 한 병 마셔도 끄떡없는가 하면, 반대로 소주에 약한 사람이 맥주를 마시면 시원하게 갈증이 풀린다고 해서 좋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남과 다른 체질적 특성이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라는 것.

 

 

4체질로 만나는 동·서양 의학

 

따지고 보면 ‘체질’이란 용어는 동·서양 의학사에 처음부터 등장한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중국 진·한대에 편찬된 가장 오래된 의서)’에서는 일찌감치 인간의 25체질론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할 히포크라테스 역시 4체질론을 부르짖은 바 있다.

 

그러나 임상적 실증이론에 바탕을 두지 않은 고대의 체질이론은 동·서양 의학사에서 그 빛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한국 땅에서 비로소 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조선의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이제마다. 그는 1894년에 완성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통해 인체를 정밀하게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임상한 결과물인 사상체질 이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이제마 이전에 사상체질과 엇비슷한 사대(四大)이론을 소개한 이도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 내경편에서 인체가 흙(土), 물(水), 불(火), 바람(風)의 4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옛 문헌을 빌려 이미 밝혀 놓고 있었다. 다분히 불교적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사대 이론을 의학적으로 풀어보면 이렇다.

 

“힘줄, 뼈, 힘살, 손·발톱, 이 등 딱딱한 것은 모두 흙 기운에 속하며 정액, 피, 콧물, 진액 등 흐르는 것은 모두 물기운에 속한다. 호흡과 체온 등은 불 기운에 속하고, 영혼과 정신활동은 바람기운에 속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이 네 가지가 배합돼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흙 기운이 왕성하면 근골(筋骨)이 무쇠처럼 강해지고, 물 기운이 왕성하면 정(精)이 잘 분비돼 몸이 구슬처럼 아름다워지고, 불 기운이 왕성하면 기운이 구름처럼 뻗치며, 바람 기운이 왕성하면 지혜가 많아진다고 한다. 양의사로서 동·서양의 체질이론을 깊게 연구한 이의원 박사(선릉통증의원)의 말.

 

“동양의 사대 사상은 그리스 신화와 점성학 등에서 우주와 인간에 대한 근본 인식의 틀로 제시하는 공기(바람), 불, 흙, 물 4대 에너지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 이것은 히포크라테스의 4체질설(혈액, 황담즙, 흙담즙, 점액)과 그 500년 후에 등장한 갈렌의 사대 기질설(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국내에서 28체질론을 주장하는 백승헌(28체질건강연구원장)씨는 한층 인체 의학적 관점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의 4체질설과 이제마의 사상체질론을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연결시켜 해석한다.

 

먼저 다혈질(多血質)은 그 말이 의미하듯 혈액 활동이 왕성하다는 의미로 소양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양인 체질은 사상의학이론에서 비대신소(脾大腎小, 비장 기능이 발달하고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소양인은 비장이 발달돼 혈액 생성이 많다고 본다.

 

둘째, 담즙질(膽汁質)은 담즙이 많다는 의미로 태음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음인은 사상의학이론에서 간대폐소(肝大肺小, 간장 기능이 발달되고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태음인은 간장이 발달돼 담즙 생성이 많다고 본다.

 

셋째, 우울질(憂鬱質) 또는 흑담즙질(黑膽汁質)은 담즙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태양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양인은 사상이론에서 태음인과 반대로 폐대간소(肺大肝小, 폐 기능이 발달하고 간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태양인은 간장 기능이 약함으로 인해 담즙 분비가 부족하다고 본다. 우울질이란 말 역시 간장 기능이 약함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을 잘 느끼는 태양인 체질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액질(粘液質)의 경우. 점액은 인체 내에서 내분비계가 발달돼 호르몬과 수분이 많다는 의미로 소음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음인은 사상이론에서 소양인과 반대로 신대비소(腎大脾小,신장 기능이 발달하고 비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소음인은 신장이 발달해 점액 분비가 많다고 본다.

 

아무튼 이러한 접근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에서 체질에 따라 인간을 네가지로 구분했다는 점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체질 잘못 알아 건강 망친 사람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면 평생 건강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놀라운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체질의학. 그러나 앞의 한의대생들 경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체질전문가들조차 치료의 전제로 체질을 정확히 감별해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상체질 의학자들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체질 진단법을 찾아내는 게 일생의 화두(火頭)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상체질로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복합체질이니, 8체질이니, 28체질이니, 64체질 유형이론 등도 국내에 선보여 나름대로 자생력을 가지고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모두 사람의 고유한 체질을 정확히 찾아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이런 시도들은 동양의학의 장자라고 주장하는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체질의학 분야에서는 종주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할 것이다.

 

체질의학은 치료에 응용할 경우 그 효과가 매우 극적으로 나타나 한의사들의 매력을 끄는 반면에, 체질을 잘못 적용할 경우 그 폐해도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영화배우 김보성씨의 어머니인 설정혜(60)씨는 수년간 잘못 알고 있던 체질로 오히려 건강을 해쳤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평소 썩 건강한 편이 아닌 나는 체질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체질 전문가를 찾아가 체질을 진단받았다. A한의원에서 태음인으로 진단받아 태음인에 맞는 섭생을 권유받았다. 태음인은 쇠고기를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쇠고기를 열심히 찾았다. 그런데 쇠고기를 먹기만 하면 속이 얹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체질전문으로 소문난 B한의원을 찾았다. 거기서는 내 체격과 외양을 이모저모 살펴보고 맥진도 해보더니 소음인이라고 진단했다. 그 한의원에서는 소음인이 태음인 음식을 먹었으니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면서 소음인 체질식단을 짜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음인에 좋다고 하는 홍삼을 열심히 복용했더니 나중에는 대변이 사탕처럼 나오고 설사를 하면서 몸이 더욱 나빠지는 걸 느꼈다. 결국 다른 체질전문병원인 C한의원에서 내가 소양인 체질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설씨는 두 번씩이나 체질 진단을 잘못 받았지만, 체질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정확한 체질을 찾아냈다고 말한다. 자신을 소양인이라고 감별한 세 번째 한의원의 진단 결과도 미심쩍었지만 소양인 처방과 소양인 음식인 돼지고기와 생보리를 갈아 먹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껴 스스로 소양인이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씨는 그 동안 잘못 알고 있던 체질 때문에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섣부르게 알고 있는 사상체질 지식으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부부 한의사로 한의원을 경영하는 J원장의 ‘아픈 기억’. 같은 한의과대학 동문이자 J원장의 남편 P원장은 재학 시절 과음한 후 혈변으로 고생해 당시 사상의학을 강의하던 교수로부터 태음인 체질이라는 진단과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처방으로 혈변이 멈추자 P씨는 당연히 태음인으로 알고 지내왔다. 이후 J원장과 P원장 부부는 딸을 낳았다. 딸은 그 외모나 성격이 남편 P씨를 쏙 빼닮아 당연히 태음인일 것이라 판단했다. 사상의학에서는 체질은 부모로부터의 유전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외모와 성정을 주로 따져 체질을 구분 하기 때문에 딸을 의심할 바 없이 태음인으로 진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태열(아토피 피부염)이 있었고 커가면서 점점 증상이 심해졌다. J원장은 태음인의 대표적인 처방인 ‘열다한소탕’을 딸에게 복용시켰다. 딸은 탕제를 먹은 후 소아의 생리 특성상 그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증상이 급격하게 심해졌다. 그때 부부는 명현현상을 생각했다. 명현이란 약을 복용한 후 치유되기 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생태반응을 의미하는데, 이 명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연구되지 않아 약물 중독이나 부작용과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딸은 치유가 되기 위한 명현이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겪어 약 복용을 중지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남편 P씨도 대학 졸업 후 생긴 십이지장궤양이 악화돼 태음인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효가 듣지 않았다. 오히려 심해져 밤이고 낮이고 복통으로 인한 발작 때문에 한의원을 경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사상체질이 아닌 침술 치료를 전문으로 하던 부부는 결국 딸을 데리고 8체질의 창시자로 알려진 권도원 박사를 찾아갔다. 진단 결과 세 사람 모두 금양체질(8체질 분류법상의 용어)로 육식을 끊으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었다. 금양체질은 사상체질로 말하면 태음인과 정반대 체질인 태양인.

 

J원장은 한의대에서 알고 있던 체질 상식과 달리 나온 결과에 너무나 당황했다. 진단대로라면 지금까지 남편과 딸은 태양인의 독약(毒藥)이라 할 태음인 약을 복용해오지 않았던가. J원장은 별다른 치료법도 없고 해서 그날부터 육식을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짰다. 그로부터 한 달 후 P씨의 복통도 호전돼 갔고, 딸도 믿기 힘들 정도로 피부가 맑아졌다고 한다.

 

 

 

사상체질의학의 세 가지 특성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역시 체질진단을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는 ‘동의수세보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물의 형용(形容)을 자세하게 헤아려보고 두 번 세 번 확인해 본 다음에 체질에 의심되는 바가 없으면, 병증을 상호 참작해 표리한열(表裏寒熱)에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을 때라야 약을 쓸 수 있다. 절대로 경솔하게 약을 써서는 안 되니 만일 한 첩이라도 중병 험증에 잘못 쓰게 되면 그 한 첩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게 된다.”

 

체질 감별에 그만큼 주의하라는 경고다. 이는 일본인이 개발한 오링테스트(O-Ring Test)를 체질감별에 이용하거나, 심지어 혈액형으로 사상체질을 감별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서는 더욱 명심해야 한다는 게 사상체질 전문가들의 말이다.

 

사상의학에서 체질은 크게 외모, 심성, 병증의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된다. 이 중 어느 한 기준만으로 체질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진 가능성도 많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체질전문가 이세훈 원장(뉴코아한의원)은 일반인들이 체질에 대한 오해와 오진(誤診)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상체질의학의 세 가지 특성, 즉 ▲품수(稟受)의학적 측면(부모 혹은 그 윗대 조상으로 물려받는 유전적 경향) ▲심신(心身)의학적 측면(몸과 마음을 함께 보는 것으로 사람의 심성을 중요시 여김) ▲체질의학적 측면(체질 차이에 따른 병증 치료)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정밀한 체질진단을 위해 자신의 몸까지 임상실험에 ‘제물’로 바친 한의사도 있다. 유년 시절부터 사상체질의학자인 ‘성운(成雲) 선생’을 문중 주치의로 둬 집안 전체가 사상체질식을 해왔고, 현재 성운 선생의 뒤를 이어 체질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 김주(65·수생당한의원)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 이세훈 원장의 스승이기도 한 김주 원장은 1960년대에 한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사상의학을 백안시하던 풍토에 맞서 객관적이고 정밀한 사상체질 진단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는 원로 한의사다.

 

그는 1960년대 중반 자신이 추정한 환자의 체질진단이 옳은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방편으로 진단 시약을 개발하면서, 먼저 자신의 몸에다 시험 투약을 해보다가 결국 중병을 얻기도 했다. 그가 온몸을 던지면서까지 개발해낸 진단 시약법은 이제 체질 전문 한의사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체질전문 한의원을 가면 일단 먹어보라고 건네주는 한약이 대체로 체질진단 시약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김주 원장은 의료인은 반드시 추정→예정→확정 등 철저한 단계를 거쳐 체질을 감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추정단계에서는 골상법(骨相法, 얼굴의 체형 파악하기)과 진맥법(맥을 짚어보기), 설문지(소변 대변 월경 상태 및 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어떤 체질인지 추측한다. 그 다음 예정 단계에서는 추정한 체질이 맞는지 며칠간 진단 시약으로 알아봐야 한다. 마지막 확정단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일정 기간 약물과 음식을 가려서 질병 치료를 통해 최종 확인하는 것이다.

 

김주 원장은 21세기로 들어선 요즘 세상에서는 체질을 감별해낼 수 있는 정밀한 진단 기기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도 현대과학이 동양에서 말하는 기(氣)의 실체와 그 운행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단계에 와야만 체질진단 기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북한에서 개발한 지문을 이용한 체질진단기기는 골상법의 일종인 지문만 채택했기 때문에 아직은 미완의 기기일 뿐이라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상체질과 다른 8체질

 

 

최근 들어서는 사상의학적 체질 분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다양한 체질론이 선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8체질론. 사상의학을 연구하다가 8체질론을 주창한 권도원 박사(제선한의원 원장)는 사상의학과 8체질론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말한다. 또 8체질론은 침 치료를 위한 인체 분류 체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8체질은 동양의 음양오행론 가운데 화(火)를 뺀 뒤 목(木)·토(土)·금(金)·수(水)를 다시 음과 양 두 개로 나눠 모두 8개로 구분한 것이다. 이와 달리 사상의학은 오행론 가운데 토(土)를 주축으로 목·화·금·수를 각각 4체질인 태양·소양·태음·소음에 대입한 것이다. 또 사상의학에서는 인체를 4장(四臟)4부(四腑)계로 보는 반면 8체질론은 인체를 5장(五臟)5부(五腑)계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론적으로 보아도 두 체질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권박사는 인체는 심장·폐장·췌장·간장·신장의 5장과 위·대장·소장·담낭·방광의 5부로 되어 있는데, 이런 5장5부는 그 강약(强弱) 배열이 8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8체질론을 주창한다.

 

5장5부의 10개 내장을 강약 구조로 나눠 8체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간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목양(木陽) 체질(Hepatotonia-肝性體質)

▲담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목음(木陰) 체질(Cho lecystotonia-膽性體質)

▲췌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토양(土陽) 체질(Pancreotonia-膵性體質)

▲위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토음(土陰) 체질(Gastrotonia-胃性體質)

▲폐가 제일 강하다는 뜻의 금양(金陽) 체질(Pulmotonia-肺性體質)

▲대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금음(金陰) 체질(Colonoton ia-大腸性體質)

▲신장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수양(水陽) 체질(Renotonia-腎性體質)

▲방광이 제일 강하다는 뜻의 수음(水陰) 체질(Vesicotonia-膀胱性體質)이 그것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장기의 영향력은 사람마다 다른 개성, 다른 병리를 초래하며, 거기에 따라 섭생과 치료법이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 게 8체질의학의 특성이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각 체질마다 독특하게 걸리는 질환도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피부질환 중 난치병으로 알려진 아토피성 피부염은 다른 체질에는 없고 금양체질(Pulmotonia)만 걸리기 때문에, 가족 중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금양체질로 자가 판별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육식을 완전히 끊어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햇살을 받아 일사병으로 겨드랑이에서 약간의 땀이 나면서 쓰러지는 사람들은 수양체질, 위하수증은 수음체질, 페니실린 중독은 토음체질, 3년 이상 임신이 안 되는 불임증은 토양체질, 본태성 고혈압은 목양체질, 배꼽 주위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근제통은 목음체질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8체질은 맥을 짚어서 진단한다. 그런데 8체질 분류법 역시 진찰자가 주관에 의해 판단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체질진단이 숙제로 남는다. 충청권 대학에 근무하는 Y교수는 서울까지 올라와 8체질 진단을 받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힌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8체질전문 한의원에서 진맥을 받은 뒤 금양인으로 판정받았다. 금양인은 채식 외에 달리 건강법이 없으므로 채식을 하라고 권유받았다. 그래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1년간 채식 생활을 했는데,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전에는 없는 증상들이 나타났다. 진땀이 나고 힘이 빠지는 듯 가라앉아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다른 체질연구소를 찾았더니 금양인(사상체질로는 태양인)이 아니라, 고기를 섭취하는 게 유리한 태음인체질로 판정받았다. 그래서 채식을 때려치웠고 이후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갔다.”

 

Y교수는 자신의 체질을 파악해 그에 맞는 건강생활을 유지하려다 오히려 잔뜩 고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또 사상체질의학자들은 일부 8체질 한의사들의 치료법에 대해 못마땅해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사상체질 의학자의 말.

 

“8체질하는 한의사 중 일부는 자기들의 이론체계가 사상의학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환자를 치료할 때 이제마 선생이 제시한 사상체질 처방약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자기 모순이다. 예를 들어 8체질로 보면 태음인도 목양(양성 태음인)과 목음(음성 태음인)으로 나뉘고 그 치료법도 달라야 하지만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은 태음인일 뿐 음성이나 양성으로 구별하지 않고 처방한다. 그런데 무얼 근거로 8체질론자들이 사상체질 처방전을 쓰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8체질 주창자인 권도원 박사는 8체질에 입각해 침술치료만 하고 있다지 않은가.”(8체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 w.health8.co.kr)를 참고할 것)

 

 

 

복합체질 주장하는 28체질론

 

사람은 과연 사상체질이든 8체질이든 무조건 한 체질에만 속하는가.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는 의사들도 있다. 양의사이면서 레이저 체질침 시술을 구사하는 이의원 박사는 사상의학적으로 순수한 태양·태음·소양·소음인이 있는가 하면 태양체질과 소음체질, 태음체질과 소양체질 등이 혼재한 복합체질도 적잖다고 주장한다.

 

또 28체질론의 주창자인 백승헌 원장 역시 주체질과 부체질론을 설파한다. 즉 한 체질을 주체질로 하면서 거기에 다른 체질이 섞여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중 의학적 이론 배경을 갖춘 28체질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백원장은 28체질론의 탄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28체질론을 이야기하면 사상체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28체질은 ‘황제내경’의 음양 25체질과 이제마의 4체질론을 결합시킨 것으로, 실제 임상에서 실험과 검증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에 따르면 28체질은 이제마의 사상체질이 세분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상의학에서 태음인은 태음인 하나로 끝난다. 그러나 28체질론에서 태음인은

▲순수 태음인체질

▲소양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

▲태양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

▲소음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

▲소음인과 소양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

▲소음인과 태양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

▲소양인과 태양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주체질)로 7가지 유형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을 따져 나가면 4×7체질=28체질로 나온다는 것이다.

 

28체질론에 입각해 각 체질에 맞는 체질식품을 연구·보급하고 있는 백원장은 체질과 음식물 섭취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고 한다. 특히 채식주의가 그렇다는 것.

 

“채식만으로 건강해진 사람은 채식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주장할 뿐이지, 그것이 자신의 체질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가능성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장수촌으로 이름난 일본 오키나와현 사람들이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28체질론의 시각에서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야 하는 체질은 많지 않다. 태양인 주체질이나 태양인 부체질에 해당하는 체질 중에서도 소양인과 태음인 체질이 섞여 있지 않을 경우에만 채식을 위주로 할 수 있으며, 이런 체질은 전체 인구의 15% 미만으로 본다. 실제 통계를 보아도 채식을 많이 하는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15% 미만을 차지하는데, 이는 28체질론의 관점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육식 위주의 식단을 짜야 하는 체질도 있으며, 이 역시 전체 인구의 15% 미만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백승헌)는 태음인 주체질에 소양인 부체질인데 채식을 거의 하지 않으며 육식 위주의 음식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70%는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

 

백원장은 28체질론의 관점에서 볼 때 체질별 식품 구별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태음인체질-간장기능의 발달로 인해 육식 중심의 구조

▲소양인체질-비장기능의 발달로 인해 육식 중심에 채식 보조의 구조

▲태양인 체질-간장기능의 저하로 인해 채식 중심의 구조

▲소음인체질-비장기능의 저하로 인해 채식 중심에 육식 보조의 구조.

 

   

운명도 바꾸는 체질이론

 

 

한편 백원장은 만약 잘못된 음식 습관을 오래 유지하면 건강과 두뇌기능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흥미로운 주장도 펼친다.

 

“엄밀히 말해 28체질론은 기본적으로 인체의 장부 기능뿐 아니라 두뇌 기능을 체질 구조의 바탕으로 깔고 있다. 흔히 뇌에서 좌반구 중심을 좌뇌형이라 하고 우반구 중심으로 우뇌형이라 하는데, 이러한 두뇌 신경계가 인체의 정(精, 내분비계)·기(氣, 경락계)·혈(血, 혈관계)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두뇌기능에 장부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그것을 구별한 결과가 28체질이다.

 

결국 28체질로 볼 때 음식은 장부의 건강뿐만 아니라 인체의 두뇌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인생살이의 성공 여부와도 연결돼 있다는 묘한 함수관계가 있다. 식생활이 잘못된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치료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성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임상에서 확인한 바 있다. 건강과 성공을 원한다면 음식물이 생체활동을 강화하거나 약화시켜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풀이하자면 사람은 타고난 체질이 정해져 있고 그 체질에 따라 건강에도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두뇌건강과 몸체건강으로 나누어 한 사람의 운명이 펼쳐진다. 두뇌 기능이 뛰어나고 활동적이면 스스로 성공으로 나아가는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반면에 몸체만 튼튼하고 두뇌가 텅 빈 상태라면 실패와 좌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체질과 건강, 운명은 삼위일체로 작용한다. 체질이 좋고 건강하면 성공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례 하나. 기술자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K씨가 백원장을 찾았다. 그의 체질 분석 결과는 소음인 성향(부체질)의 태음인체질. 철저한 계획성과 끈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체질의 소유자였다. 그는 주체질이 태음인이어서 폐와 대장, 치아가 선천적으로 약했다. 그렇잖아도 그는 치아 3개가 썩어 치통을 앓고 있다고 했다. 백원장은 그에게 맞는 체질식단을 짜주는 한편으로 치아를 치료할 때 금니를 해넣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운세도 좋아질 것이라는 ‘운명풀이’도 덧붙이면서…. 그런 지 몇 달 후 K씨가 다시 백원장을 찾았다.

 

“원장님 말씀대로 금니를 해넣었더니 제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썩은 이빨을 참고 견디는 바람에 위장이 말이 아니었어요. 잘 씹지 못하니 소화도 안 되고 소화가 안 되니 기운이 없어 행동보다는 생각만 많았습니다. 그런데 금니를 한 후 일단 소화가 잘되고 성격도 행동적으로 바뀌어 열심히 노력한 끝에 기술고시에 패스했습니다.”

 

K씨가 과연 금니를 해넣어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성취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백원장은 금(金) 기운이 선천적으로 약한 태음인 주체질에게는 폐와 대장의 기운을 금으로 보강해주면서 체질개선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선천적으로 금 기운이 강한 태양인 체질이 금니를 해넣으면 간장이 약화돼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건강이 허약해지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28체질 이론에도 약점은 있다. 역시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진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백원장은 28체질을 진단할 때 대상자의 생년월일(사주) 및 태어난 환경 그리고 머리 구조, 얼굴 형태를 따져보는 얼굴분석법으로 체질을 판단한 다음, 맥진과 경락요법으로 환자의 체질과 인체 장부 상태를 일일이 점검해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판정을 내린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얼굴분석법 등에 의한 28체질은 체질판정 과정에 주관이 들어갈 위험성이 내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의사들을 상대로 28체질론을 강의하는 백원장은 일단 자신의 체질요법을 익히고 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배우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28체질론은 두뇌기능의 구조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 체질을 증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뇌파측정기는 물론이고 엑스레이, 초음파, 파동측정기 등 과학기구를 사용할 경우 28체질 이론도 과학적으로 증명될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28체질이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28chejil.co.kr, 02-549-8414)를 참고할 것)

 

 

 

64유전체질론의 탄생

 

실제로 최첨단 진단기기를 체질 분석에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체질이론도 있다. 64유전체질론이 바로 그것. 이는 사람의 체질을 인위적으로 64개로 구분해놓고 맞히는 것이 아니라 ‘파동(기 정보) 분석기’라는 장치(MRT-OM21)를 통해 생체정보를 판독하다 보니 사람의 체질은 자연스럽게 64유전체질로 구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일단 64유전체질을 발견한 백태종 생명정보기술연구소장의 파동분석기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자연계의 모든 물질과 생명체는 각각 고유의 파동(波動)을 방사하고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 이 파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또 의료기술에 활용해보고자 개발된 것이 서구의 라이오닉스 기술이고, 이것을 가장 정밀하게 구현한 기기가 파동분석기다. 현재 파동분석기는 물질과 생체의 고유한 기 정보를 2300개의 진단코드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양의학의 핵을 이루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성질을 감별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음은 ‘-’ 코드는 해당하고, 양은 ‘+’코드에 해당하며, 오행은 각기 목,화,토,금,수라는 5개의 고유 코드가 진단기 내에 설정돼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백소장은 사람의 머리카락, 소변, 분비물 등을 파동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모든 사람의 생체정보는 64종류의 유전체질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64체질인가에 대한 백소장의 이어지는 설명.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존재는 반드시 +극성 정보 아니면 -극성 정보에 공명(공진)한다. 이는 모든 정보는 고유의 극성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같은 정보가 만나면 자연현상에 따라 공명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람의 시료(모발, 혈액 등)를 일차적으로 +유형과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음인과 양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2단계 배열 형태의 극성 정보를 다시 시료에 보내면 사람은 ++유형과 +-유형, -+유형과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상체질이다. 실제로 사상체질이 확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파동분석기로 생체정보를 분석해보면 ++유형은 태양인 체질에, +-유형은 소음인 체질에 -+유형은 소양인 체질에, --유형은 태음인 체질에서 나타난다.

 

더욱 놀라운 발견이 또 있었다. 파동분석기에 의한 극성정보 공명 패턴 분류법이 과연 이제마의 사상체질 분류와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타났다.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에서 소음인(+-) 약으로 처방한 약재 하나하나를 극성정보로 분류해본 결과 한결같이 소양성 약(-+)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소양인 처방약은 소음성 약으로, 태양인 처방약은 태음성 약으로, 태음인 처방약은 태양성 약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이는 한의학에서 냉성(冷性) 병에는 온열(溫熱)약을 쓰고, 열성(熱性) 병에 양한(凉寒)약을 쓰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즉 이제마의 사상체질 처방약은 극성 배합(극성 궁합)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3단계 배열로 들어가면 모두 8개 유형이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유형에서 ------유형까지 총 64유형이 나온다. 그런데 6단계 64유형에서 더 나아가 7단계, 8단계로 들어가면 파동분석기는 다시 원래의 1단계에서 6단계에 걸쳐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되므로 분석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6단계 64유형이 최대 유형 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백소장은 64유전체질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내가 64유형체질을 파동분석기로 찾아놓고 보니까, 선진국의 게놈연구에서 유전자 64코돈(4가지의 염기와 20가지 아미노산의 배합)을 밝혀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일부 학자는 유전자 64코돈에 주목해 주역 64괘와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논문도 발표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는데 사실 나도 64유전체질이 주역 64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던 참이어서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64유형의 유전체질 코드는 주역 64괘에 그대로 적용된다. 즉 -극성은 음괘(- -)에 +극성은 양괘(―)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64유형 중 ----++의 유전체질은 주역에서 풍지관 괘에 들어간다. 백소장은 주역의 해당 괘에서 풀이하는 내용이 해당 체질의 성격이나 기질 등과 얼핏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귀띔한다.

 

 

   

암에 걸리는 8가지 체질

 

 

64유형 유전체질론을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무극한의원의 민홍규 원장은 임상에서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된다고 밝힌다.

 

“2000여 건의 암환자 임상자료들을 갖고 있는데, 암환자들을 파동분석기로 분석해본 결과 64체질 중 8종류의 체질유형에서만 암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임상을 종합해보면 모두 8종류의 체질 유형에서만 암환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아마도 이들 체질은 선천적으로 매우 과민하기 때문에 다른 체질들과는 달리 주위 환경, 스트레스 등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사례를 보자. 청주에 사는 M씨(남·41)는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무극한의원에서 유전체질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 체질(64체질 유형 중 소음양 계열로, 주역 괘로는 지화명이 형)로 바로 암에 노출된 체질로 나왔다.

 

파동분석기에 의한 염색체 이상 수치는 18(수치가 높아질수록 중증으로 진행됨)로 나와 암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M씨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 체질식 처방(이른바 무극공명식품이라고 함)과 면역요법을 받으면서 심하던 구토 증상이 잡혔으며 최근에는 암 종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민원장은 또 암에 노출된 유전체질로서 염색체 이상 수치가 16∼17 이면 양방 병원에서 하는 암 검사에서는 체크되지 않지만, 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는 신호로 볼 수 있고 한다. 수치가 15 이하면 암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게 민원장의 설명이다.

 

“지인의 소개로 한 환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위장질환으로 한의원을 찾았다가 파동분석기 결과 암에 노출된 유전체질로 나타났고 그 수치도 17로 나와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그 환자는 며칠 전에 종합병원에서 검사받은 결과 암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왔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벌컥 화를 내고 돌아갔다. 그런 지 몇 개월 후 그 환자는 암에 걸렸다며 다시 찾아왔다.”

 

민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다. 8가지 체질유형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단 암 질병에 노출될 위험은 매우 희박하고, 만일 그 8가지 체질유형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암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충분한 예방 조치를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민원장은 또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체질도 특정 종류의 체질유형에서만 발견되는 경향을 띠고 있는데, 곧 임상 자료가 축적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64체질론에서도 질병 노출과 관련해 식습관을 매우 중요시한다. 사상의학이나 다른 체질이론에서 제시하는 체질별 식품분류처럼 64체질에서도 유전체질식품을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파동분석기에서 나온 결과에 따른 것으로 객관성과 정확성을 띠고 있다는 게 백소장의 주장이다.

 

“현재 450여 가지의 식품이 코드화돼 있는데, 식품을 극성 패턴별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쌀은 한국인의 주식으로 모든 체질의 사람들이 상식하고 있는데도 사상체질론에서는 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전체질 식품분류에서는 쌀은 ‘무극공명식품(비극성의 무극에너지 정보를 가진 식품)’으로 모든 체질에 좋은 식품으로 분류된다. 즉 쌀은 그 기가 중용적인 특성을 지녀 어떤 체질에도 부합한다는 뜻이다.

 

또 육류 섭취 문제를 보자. 쇠고기는 파동분석기로 태음인 계통의 유전체질에 부합하며 사상체질로도 태음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육류는 생산·유통·조리 과정에 항생제 등 여러 유해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게 파동분석기의 결과다. 그래서 암환자처럼 유해 자극원이 중요하게 관련되는 환자들의 질병 치유에서는 육류 섭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파동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모든 체질이 섭취해도 좋은 식품인 무극공명식품은 대략 다음과 같다. 검은쌀, 기장, 찰흑미, 현미, 쌀, 완두콩, 팥, 메밀, 콩나물, 강낭콩, 검은콩, 녹두, 옥수수, 쥐눈이콩, 죽순, 은행, 솔잎, 쑥, 애호박, 된장, 청국장, 죽염, 살구 등(참고로 64체질 유형 및 모든 체질에 유효한 무극공명식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무극한의원 홈페이지(http://www. 64chejil.com, 02-3462-8270)를 참고할 것.)

 

 

 

알기 어려운 내 체질

 

사실 체질을 취재하는 동안 기자는 사상체질에서 64체질까지 펼쳐진 한국의 체질의학이 과연 일관성이 있는지를 검증해보기 위해 지인인 L씨를 여러 체질 전문가들에게 보내 실험한 바 있다.

 

L씨는 한국에서 가장 흔한 유형인 태음인 체질이었고, 간이 좋지 않았을 때 태음인 약으로 치료한 바 있으며, 본인 역시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볼 때 태음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L씨는 먼저 네 사람의 사상체질 전문가를 만나 감별을 받았다. 그중 두 사람은 L씨를 태음인으로 진단했고, 한 사람은 소음인, 나머지 한 사람은 소양인으로 진단했다. 북한에서 들여온 금빛말 사상체질 분석기에서는 태음인으로 나왔다. 사상체질에서는 태음인 체질이 우세하게 나온 셈.

 

이어 L씨는 8체질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거기서는 토양(土陽) 체질(소양인)로 나왔다. 백승헌 원장이 주창하는 28체질에서는 소음인 주체질에 태음인 부체질로 진단했다. 이처럼 체질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주관에 의해 체질을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L씨의 64체질 분석 현장. L씨의 머리카락 몇 개가 잘려나가 파동분석기에서 올려져 분석됐다. 그 결과 L씨의 생명정보는 ----++ 유형. 사상으로 태음인으로 진단됐고 간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체질 진단을 받은 L씨의 경험담은 이렇다.

 

“각 체질전문가들을 만나는 동안 그들 은 자신의 체질진단법에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있는 어투로 내 체질을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나를 소양인이라고 진단한 한 한의사는 소양인 체질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노라니 내가 소양인 체질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아무튼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 체질이 무언지 아리송할 때가 많았고, 함부로 체질을 진단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명실공히 체질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 아직도 체질의학은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동무 이제마는 자신의 체질의학이 사후 100년쯤에는 빛을 보리라고 ‘예언’한 바 있다. 동무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 체질의학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지만, 아직 진단이라는 확실한 ‘열매’를 거두지 못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