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거북이를 술로 바꿔 마시다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하지장은 (술에 취해)말을 타면 마치 배를 탄 듯,
眼花落井水底眠(안화락정수저면). 눈이 침침해져 우물에 빠져도 바닥에서 그대로 잔다네
이것은 두보가 <음중팔선가> 첫머리에서 묘사한 하지장의 모습이다. 다시 사족을 달면, 그가 술을 마시면 완전히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였기에 말을 올라타더라도 자신의 몸을 내맡긴 것이 마치 물결따라 일렁이는 배 위에 몸을 그대로 내맡긴 듯 하였다. 그리하여 잘못해서 우물에 빠지더라도 배안에 있다는 착각으로 인해서 그 속에서 그대로 잠을 잘만큼 호음(豪飮)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지장이란 이름이 귀에 익은 것은 그가 이백을 ‘하늘에서 귀양온 신선(天上謫仙人)’이라고 칭하여, 그 이후로 이백을 ‘이적선(李謫仙)’․‘시선(詩仙)’이라고 불리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지장의 음주고사에는 항상 ‘금거북이를 술과 바꾸다(金龜換酒)’란 고사가 따라 다니는데, 이 또한 이백과 관련된 고사다.
이백은 남쪽 회계군(會稽郡) 섬계(剡溪)일대를 떠돌며 도사 오균(吳筠)을 알게 되었고, 오균은 당 현종의 부름을 받아 궁중으로 들어갔고, 뒤에 이백은 오균 등의 추천으로 궁정으로 들어온다. 이백은 자극궁(紫極宮)이란 도관(道觀)에서 살았는데, 어느날 한 고관이 자극궁으로 이백을 찾아왔는데, 그가 바로 하지장이다. 하지장은 고관이자, 대시인이었으며, 도교의 신봉자였으며, 또한 술을 좋아한 술꾼이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일견 서로 통할 수 있는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백은 하지장에게 <촉으로 가는 일이 어려워라(蜀道難)>는 시를 보여주었고, 하지장은 ‘천지를 놀라게 하고, 귀신도 울게 할 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이백을 곧 ‘천상적선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하지장이 이백을 끌고 술집으로 가서 실컷 술을 마시고, 술값을 계산하려고 보니,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결국 하지장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으로 된 거북이(이는 삼품 이상의 고관에게 하사한 표징임. 오품은 구리로, 사품은 은으로 만들었음)를 맡기고 술값을 계산하였던 것이다.
이 고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여 알 수가 없다. 만약 이 고사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위법행위일 터인데, 봉건사회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했겠는가? 혹은 하지장이 은퇴하여 자신의 고향 회계로 돌아가자, 현종이 경호(鏡湖)․섬천(剡川) 일대를 그의 식읍으로 하사했을만큼 총애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백이 직접 쓴 그의 시 <술을 대하고 하지장이 생각나서(對酒憶賀監)>2수의 병서(幷序)를 보면, “태자빈객 하지장이 장안의 자극궁에서 나를 한번 보고, 귀양온 신선이라고 소리치고, 이로 인해 금거북이를 풀어서 술로 바꾸어 마시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았는데, 그가 죽은 뒤에 술을 대하니 슬픈 생각이 나서 이 시를 짓는다.(太子賓客賀公, 於長安紫極宮, 一見余, 呼余爲謫仙人, 因解金龜換酒爲樂, 歿後對酒, 悵然有懷而作是詩.)”라고 한 것을 보면, 사실은 사실인 듯 하다.
또한 이백의 입장에서 보면, 고관대작인 하지장이 자신을 ‘천상적선인’이라 칭찬함으로 인해서 더욱 유명해졌으니, 어찌 그를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다시 생각함(重憶)>이란 시에서 그를 다시 그리워하고 있다. “무심하게 세월은 흘러가려 하니, 장차 누구와 술을 마실까? 회계산에는 하지장이 없으니 오히려 술배를 되돌리네(欲向江東去, 定將誰擧杯? 稽山無賀老, 却棹酒船回.)”
아!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러한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겠는가? 그러나 이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백처럼 천부적인 재능이 있든지 아니면 후천적인 실력과 아량을 갖추어 준비해야 할 일이다.
다시 이 이후에 ≪주전(酒顚)≫에서 말하는 하지장의 음주모습을 보자. 하지장은 갑자기 코에서 몇 동이의 끈적끈적한 누런 액체를 쏟았는데, 의사가 이르기를 너무 심하게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로써 봐도 과연 하지장은 두보의 <음중팔선인>에 들만한 호음(豪飮)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누런 액체(黃膠)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술꾼들이여 행여나 코에서 이상증세가 보인다면 빨리 병원에 가 보시라. 혹시 코끝이 빨갛지는 않으신지...
眼花落井水底眠(안화락정수저면). 눈이 침침해져 우물에 빠져도 바닥에서 그대로 잔다네
◇ 하지장(賀知章)의 동상 |
그런데 하지장이란 이름이 귀에 익은 것은 그가 이백을 ‘하늘에서 귀양온 신선(天上謫仙人)’이라고 칭하여, 그 이후로 이백을 ‘이적선(李謫仙)’․‘시선(詩仙)’이라고 불리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지장의 음주고사에는 항상 ‘금거북이를 술과 바꾸다(金龜換酒)’란 고사가 따라 다니는데, 이 또한 이백과 관련된 고사다.
이백은 남쪽 회계군(會稽郡) 섬계(剡溪)일대를 떠돌며 도사 오균(吳筠)을 알게 되었고, 오균은 당 현종의 부름을 받아 궁중으로 들어갔고, 뒤에 이백은 오균 등의 추천으로 궁정으로 들어온다. 이백은 자극궁(紫極宮)이란 도관(道觀)에서 살았는데, 어느날 한 고관이 자극궁으로 이백을 찾아왔는데, 그가 바로 하지장이다. 하지장은 고관이자, 대시인이었으며, 도교의 신봉자였으며, 또한 술을 좋아한 술꾼이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일견 서로 통할 수 있는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백은 하지장에게 <촉으로 가는 일이 어려워라(蜀道難)>는 시를 보여주었고, 하지장은 ‘천지를 놀라게 하고, 귀신도 울게 할 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이백을 곧 ‘천상적선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하지장이 이백을 끌고 술집으로 가서 실컷 술을 마시고, 술값을 계산하려고 보니,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결국 하지장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으로 된 거북이(이는 삼품 이상의 고관에게 하사한 표징임. 오품은 구리로, 사품은 은으로 만들었음)를 맡기고 술값을 계산하였던 것이다.
이 고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여 알 수가 없다. 만약 이 고사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위법행위일 터인데, 봉건사회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했겠는가? 혹은 하지장이 은퇴하여 자신의 고향 회계로 돌아가자, 현종이 경호(鏡湖)․섬천(剡川) 일대를 그의 식읍으로 하사했을만큼 총애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백이 직접 쓴 그의 시 <술을 대하고 하지장이 생각나서(對酒憶賀監)>2수의 병서(幷序)를 보면, “태자빈객 하지장이 장안의 자극궁에서 나를 한번 보고, 귀양온 신선이라고 소리치고, 이로 인해 금거북이를 풀어서 술로 바꾸어 마시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았는데, 그가 죽은 뒤에 술을 대하니 슬픈 생각이 나서 이 시를 짓는다.(太子賓客賀公, 於長安紫極宮, 一見余, 呼余爲謫仙人, 因解金龜換酒爲樂, 歿後對酒, 悵然有懷而作是詩.)”라고 한 것을 보면, 사실은 사실인 듯 하다.
또한 이백의 입장에서 보면, 고관대작인 하지장이 자신을 ‘천상적선인’이라 칭찬함으로 인해서 더욱 유명해졌으니, 어찌 그를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다시 생각함(重憶)>이란 시에서 그를 다시 그리워하고 있다. “무심하게 세월은 흘러가려 하니, 장차 누구와 술을 마실까? 회계산에는 하지장이 없으니 오히려 술배를 되돌리네(欲向江東去, 定將誰擧杯? 稽山無賀老, 却棹酒船回.)”
아!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러한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겠는가? 그러나 이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백처럼 천부적인 재능이 있든지 아니면 후천적인 실력과 아량을 갖추어 준비해야 할 일이다.
다시 이 이후에 ≪주전(酒顚)≫에서 말하는 하지장의 음주모습을 보자. 하지장은 갑자기 코에서 몇 동이의 끈적끈적한 누런 액체를 쏟았는데, 의사가 이르기를 너무 심하게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로써 봐도 과연 하지장은 두보의 <음중팔선인>에 들만한 호음(豪飮)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누런 액체(黃膠)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술꾼들이여 행여나 코에서 이상증세가 보인다면 빨리 병원에 가 보시라. 혹시 코끝이 빨갛지는 않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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