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칼에 우리 역사가 있다

醉月 2009. 1. 20. 01:07
칼의 세계 어도(御刀), 환도(環刀), 인검(寅劍), 단도(短刀)… 칼에 우리 역사가 있다
칼은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위상이 다르다. 무사가 지배했던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칼이 숭상의 대상이었던 반면 선비가 다스리는 문치주의의 나라 조선에서는 칼이 상대적으로 낮은 취급을 받았다. 따라서 현대 한국인은 칼에 대한 이해도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낮은 게 현실이다. 칼과 관련된 궁금증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 1예도 2어도 3은장도 4별운검 5사인검 6환도의 칼코등이 7환도
검과 도, 어떻게 다른가
검(劍)은 양날, 도(刀)는 외날… 혼용되기도


날이 하나든 둘이든 우리말로는 칼이지만 한자로는 다르다. 흔히 ‘외날도 양날검’이라고 불러 구분한다. 이 말은 도(刀)는 외날이고 검(劍)은 양날이라는 뜻이다. 도는 주로 베는 데 쓰고 검은 찌르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 명칭 구분이 엄격하게 지켜진 것은 아니며 혼용되기도 했다.

어떤 종류 있나
 
무사의 칼은 환도(環刀)… 여인들 호신용은 장도(粧刀)


전통시대에는 다양한 칼이 존재했다. 우선 왕실 칼로 어도(御刀)를 들 수 있다. 어도는 임금이 사용한 칼을 말한다.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무사들이 쓴 칼은 대부분 환도(環刀)라고 불렀다. 환도란 칼집이 있어 고리를 달아 이 고리에 끈을 드리우고 그것을 허리에 찬다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기록상에는 운검(雲劍)이나 패도(佩刀), 패검(佩劍) 등의 명칭이 등장하지만 장식이나 명칭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는 모두 환도의 일종이다. 따라서 환도는 한국 대표 전통도검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들이 찼던 칼에는 인자가 들어가는 연월일시 등에 만드는 인검(寅劍)이 대표적이다. 여인들은 호신을 위해 장도(粧刀)를 갖고 다녔다. 흔히 은 장식이 들어가기 때문에 ‘은장도’라는 명칭이 많다. 이밖에 단도(短刀), 무당칼, 청룡도 등 다양한 종류의 칼이 사용됐다.

남아 있는 전통도검의 수
 
조선시대 도검 300여점뿐… 일본은 수십만 자루


조선시대의 도검 중 은장도류의 작은 칼을 제외하고 속칭 ‘긴 칼’에 해당하는 칼은 300여점이 남아 있다. 한국 내 박물관 등 기관과 개인 소장품 중 문화재로 등록된 도검의 총 수량이다. 이웃 일본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다. 일본은 에도시대까지 제작된 전통도검만 해도 수십만 자루를 웃돈다.

칼 차는 법 
칼자루 앞뒤로 돌릴 수 있는 ‘띠돈 매기’가 보편적


조선시대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휴대 방법은 ‘띠돈 매기’였다. 칼자루를 뒤로 하고 칼끝이 앞으로 오도록 매면 활을 쏠 때나 상체를 움직일 때 편리하다. 그러나 칼을 뽑을 때는 다소 불편한데 이때에 칼자루를 앞뒤로 쉽게 돌릴 수 있게 하는 띠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집을 등쪽 허리춤에 꽂는 ‘뒤꽂이’ 방식은 조총수나 창수(槍手)들이 애용했던 방식이다.

한·중·일의 칼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은 양식·규격 일정… 한국은 전란 때면 길어져


일본의 경우 도검 유형의 일정한 양식과 규격이 정착했다. 조선시대 우리 칼은 길이의 변화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평화시에는 칼날의 길이가 짧았다가 전란을 겪게 되면 칼날이 길어졌다. 패용 방식을 기준으로 하면 조선 칼은 특유의 패용장식인 띠돈을 채택했다. 띠돈 장식은 도검의 패용과 해제를 용이하게 하며, 패용한 도검의 전후 위치 변경을 쉽게 해 패용자가 취하는 자세에 따라 도검의 방향을 바꾸기 용이하게 해준다. 중국식 띠돈은 줄을 뒤집어야만 칼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일본식 다치(太刀)의 경우는 칼집에 장착된 두 곳의 고리에 직접 줄을 걸기 때문에 칼의 위치를 앞뒤로 바꾸기가 애초에 불가능한 방식이다. 칼몸(刀身)을 가리키는 슴베와 칼자루가 결합된 방식도 차이가 난다. 한국과 중국은 도신과 칼자루의 분리가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고 일본 칼은 분리형이다.

칼날의 형태로도 구분된다. 조선의 무인들은 칼날의 한 면은 평평하고 다른 한 면은 중단위에 각진 형태로 배가 나온 칼을 즐겨 사용했다. 이것은 일본에서는 드문 양식이다. 조선의 무인들이 이 칼을 선호한 이유는 절삭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칼집을 보면 조선 칼의 칼집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것이 장점이다.

우리 칼의 특징 중 하나로 조선 중후기에 등장한 ‘클립을 이용한 버튼식 잠금장치’를 들 수 있다. 일본, 중국, 서양 군도(軍刀)의 클립은 호인(護刃)의 외부로 돌출되는 방식이었다. 호인은 도신과 칼코등이·칼자루의 결합을 견고하게 하고, 칼집과 칼몸을 결합할 때 칼집 입구에 꼭 들어맞게 하여 칼날과 칼집의 결합을 안정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부속이다. 이에 비해 조선 관제(官製) 환도의 ‘잠금장치’는 클립을 호인의 내부에 장착하는 방식을 차용했는데 이는 클립 자체는 물론 잠금장치를 보호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드라마·영화의 전통도검 고증
패용법·모양 오류 많아… 심지어 일본 칼 들고 있기도


엉터리가 많다. 이석재 경인미술관장은 “TV드라마 ‘주몽’의 경우 무기와 갑옷이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무기의 패용법, 도검의 모양 등에도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을 호위하는 무사는 모두 일본도를 들고 있다. 더구나 차야 하는 칼을 들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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