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계조암은 굴 입구에 바위들이 포진해 기가 새는 것을 막아준다. |
또 하나는 비를 피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석기시대부터 동굴은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조건 때문에 인간의 거처로 이용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기운이다. 석굴은 압력밥솥과 같은 기능을 한다. 바위동굴은 바위 속에 함유되어 있는 각종 금속물질에서 기가 뿜어져 나온다. 인체의 혈액 속에도 미네랄이 있으므로, 바위동굴에 있으면 암석에서 나오는 암기(岩氣)를 인체 속으로 흡수할 수 있다. 암기가 몸 안에 들어가야 깨달음이 온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몸 안에다가 가능한 한 기를 축적해 놓아야 한다. 마치 자전거 튜브에 팽팽하게 바람을 넣어 두는 것처럼 말이다.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기운이 축적되어 있다가 물소리, 돌이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 또는 해가 지는 모습, 경전의 어떤 한 구절을 읽다가 빅뱅이 온다. 이 빅뱅이 깨달음이다. 자연석굴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악산 울산바위 밑에 있는 계조암(繼祖庵)은 자연석굴이 지닌 이러한 장점을 모두 갖춘 수행터이다. 계조(繼祖)라는 이름도 그렇다. 역대 내로라하는 조사(祖師)들이 이 터에서 계속 수도를 했다는 뜻 아닌가. 652년 자장율사를 비롯해 동산, 각지, 봉정, 의상, 원효 대사와 같은 수많은 고승이 이곳 계조암에서 수도하였다. 설악산 신흥사에서 산길을 40분 정도 걸어가면 거대한 울산바위가 나온다. 우리나라 단일 바위 중에서 가장 장엄한 느낌을 주는 바위가 울산바위다. 멀리서 보면 흰색으로 보이는 울산바위는 신령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바위를 좋아하는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울산바위는 성지에 가깝다. 범속의 세계를 벗어나 4차원의 초월세계로 안내해주는 비밀스러운 문이라고나 할까. 설악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암산이다. 설악산 중에서도 울산바위는 암중암(巖中巖)이다. 울산바위의 맥이 아래로 내려온 끄트머리쯤의 지점이 목탁바위이다. 그 목탁바위 위에 바로 계조암이 있다.
울산바위의 기운이 뻗쳐 내려간 곳
계조암이 돋보이는 이유는 바위의 퀄리티이다. 바위에도 퀄리티가 있다. 계조암은 고퀄리티다. 왜? 단단하기 때문이다. 아주 단단한 차돌 같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단단한 차돌바위는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뼛속까지 들어온다. 바위 기운이 피부에까지만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계조암 바위는 뼛속까지 찌르듯이 들어온다. 이게 문제이다. 뼛속까지 들어오므로 뇌세포를 자극한다. 전생의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는 뇌 속의 송과체를 자극한다고 본다. 송과체를 마치 레이저로 쏘듯이 자극하면 이 송과체에 저장되어 있는 수만 년 진화의 정보가 풀린다. 자기 전생도 보인다. 그리고 앞일도 보인다. 도가 터지는 셈이다. 현대과학이 아직 못 풀고 있는 부분이 이 송과체와 전생 정보의 비밀이다. 이것을 연구한 과학자는 대과학자가 될 것이다.
굴 입구에 현판이 붙어 있다. ‘神通第一羅漢石窟(신통제일나한석굴)’이다. 신통제일이란 여기에서 수행을 하면 여러 가지 신통력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불가에서 신통력이 많이 발생하는 도량이 따로 있다. 이러한 신통력 도량은 나한도량이라고도 부른다. 대개 암반 위에 있다. 신통력이란 무엇인가? 숙명통, 천안통, 천이통, 신족통과 같은 초능력 아니겠는가. 보통 범부는 신통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도력을 믿지 않는다. 예수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불치병 환자들을 고쳐 주었다. 이러한 신통력이 없었으면 예수를 메시아라고 믿었을까? 눈앞에서 기적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예수를 따랐을까? 이런 신통력 없이 말로만 진리를 설파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여주는 신통력, 이 신통력을 얻는 데 제일 효험이 있다는 간판 내용이 ‘신통제일나한도량’이다.
계조암의 장점을 또 살펴보자. 굴 입구가 뻥 뚫려 있으면 효험이 없다. 기운이 다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굴 입구 쪽에 몇 개의 바위가 서 있다. 이가 없으면 발음이 샌다. 입구의 바위들이 이 역할을 해 발음이 새는 것을 막아준다. 시골 동네 입구에도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기 마련이다. 이건 일부러 심어 놓았다. 외부인이 동네 앞을 지나가다가 동네가 훤히 보이면 좋지 않다. 아울러 동네 기운도 이런 느티나무가 없으면 새어나간다. 그래서 기운 빠지는 것을 막아주려고 느티나무를 일부러 심어 놓았다. 이걸 ‘수구(水口)막이’라고 부른다. 계조암 동굴은 자연바위 몇 개의 덩어리가 수구막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볼 때 동굴이 훤히 보이지 않게 가려주는 기능이라 하겠다. 계조암 앞으로 보이는 산을 보자. 그 터의 앞에 보이는 산을 풍수에서는 ‘조안(朝案)’이라고 한다. 터의 바로 눈앞에 가깝게 보이는 산은 안산(案山)이다. 안산 뒤로 멀리 보이는 산은 조산(朝山)이다. 터에 안산이 없으면 턱이 없는 셈이다. ‘어림 턱도 없다’는 말이 있다. 안산이 없으면 턱이 없는 것이다.
계조암의 조산은 권금성(權金城)이다. 권금성은 날카로운 바위가 불꽃처럼 보인다. 권금성은 화체(火體)에 해당하는 봉우리이다. 불꽃처럼 뾰쪽뾰쪽하게 보이는 화체 봉우리는 기도발을 상징한다. 앞에 이런 화체 봉우리가 있으면 그 터는 기도하기에 적합하다. 불은 영발을 상징한다. 사주팔자에 불이 많은 사람이 기도를 하면 효험을 빨리 본다. 다른 사람이 100일 걸리는 기간을 보름만 해도 효험을 보는 수가 있다. 불이다. 권금성이 계조암 터에서 보면 조산에 해당하고, 조산이 기도발을 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계조암 터가 조건을 갖추었다고 본다. 계조암 터에서 보기에 권금성 우측으로는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이 연이어 있다. 권금성 왼쪽 끄트머리에는 하얀색 암봉이 소뿔처럼 솟아 있는 달마봉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달마봉 역시 물건이다.
계조암의 한 가지 약점은 너무 관광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계조암 바로 앞에 흔들바위가 있다. 수학여행 가서 흔들바위 흔들어 보는 게 한때 유행이었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들락거린다는 점이 성스러운 수행터의 기운을 탁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