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와 대장, 직장 병의 원인과 치료원리
폐, 대장, 직장은 작용만 다를 뿐 같은 부류이다. 이것들의 주체는 폐이다. 대장과 직장이 병드는 원인도 폐의 건강 여하에 달렸다. 폐가 건강하면 대장과 직장도 건강하고 폐가 망가지면 대장・직장도 망가진다.
생명활동에 있어서 폐가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작용은 숨이다. 들숨으로 산소를 흡입해서 생명운동을 연속시키고 날숨으로 몸속의 탄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 병들지 않도록 몸속을 청정하게 해 준다. 폐는 워낙 깨끗한 것을 좋아하므로 청탁(淸濁)을 주관하는 24개의 구멍이 있다.
깨끗함을 좋아하는 것은 대장・직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숨을 주관하는 폐와 달리 음식물의 찌꺼기가 체내에 정체되지 않도록 해 준다. 대장은 소장이 영양소를 흡수하고 남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잘 숙성시켜서 직장으로 내려보낸다. 대장의 꼬리인 직장은 내려받은 음식물찌꺼기의 숙성물인 변을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꼬불꼬불한 통로를 통해 잘 조절해서 몸 밖으로 내보낸다. 폐와 그 부류인 대장과 직장은 몸속의 오염물질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만 잘하면 절대로 병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이 제 역할을 순조롭게 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훼방꾼이 있으니 바로 천지자연의 섭리다. 거기다가 대기오염과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물이 결정타를 가한다. 암을 앓지 않을 체질을 타고났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체질에는 대기오염이나 맞지 않는 음식물이 암의 원인이 된다.
체질 면에서 폐와 대장・직장은 본래 열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폐를 소음(少陰·火氣가 많은 중에 약간의 水氣)이라 하는데, 열이 태과하면 수기(水氣·신장의 氣)가 증발해 폐와 그 부류가 병든다. 대개는 폐결핵이나 폐암을 유발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습한 기(氣)가 침투하면 대장암 또는 직장암을 앓기 쉽다.
이런 체질에는 쓴맛이나 더운 성질의 음식물이나 약초가 치명타를 가한다. 반드시 짜고 매운 음식물이나 약초를 섭취해야 위험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반대로 체질이 차고 냉해도 폐와 그 부류가 병든다. 본래 열이 있어야 할 것들이 차고 냉하므로 당연하다. 그런데 체질이 차고 냉할 때는 폐보다는 대장과 직장이 더 취약해진다. 보통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데 감기, 변비, 설사, 위염이 잦은 편이지만 체질이 차고 냉하면 암과 같은 무서운 병에 취약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이 차고 냉하면 음식물 찌꺼기를 충분히 숙성시켜서 아래로 모두 내려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염된 음식물의 찌꺼기가 대장에 머물기 마련이며 썩은 그것들이 염증이나 용종 또는 암세포를 자생시킬 테니 당연하다.
이런 체질에는 짜고 찬 음식물이나 약초가 건강에 치명타를 가한다. 반드시 신맛, 쓴맛, 단맛이 나고 더운 성질의 음식물과 약초를 섭취해야 위험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과 약초를 먹으면
요즘 사람들은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도 모르고 아무 음식이나 약초를 함부로 즐긴다. 언론을 통해 이 음식은 무슨 성분이 있고 저 약초는 무슨 약성이 있어서 어디에 좋다는 등의 단편적 지식을 읽고 듣는 데서, 혹은 무엇을 먹었더니 무슨 병이 나았다는 체험자의 광고나 입소문이 그리하도록 부채질한다.
음식과 약초의 성분과 약성은 반드시 코드가 맞는 장부로만 찾아 들어간다. 오장육부는 지독한 편식가여서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음식과 약초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 단맛은 비위, 매운맛은 폐와 대장, 짠맛은 신장과 방광, 신맛은 간담으로만 찾아 들어간다.
음식뿐 아니라 모든 약초도 오미로 분류된다. 같은 오미라도 차고 더운 성질이 있어서 더운 체질에는 찬 성질, 찬 체질에는 더운 성질의 음식과 약이 필요하다. 한때 개똥쑥이 암에 명약이라고 들썩였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사라졌다. 개똥쑥은 그 성질이 얼음처럼 차서 냉한 체질의 사람에게는 대장・직장・위장에 치명타를 가했을 터이니 그런 부작용을 경험한 입소문이 하나둘 돌면서 사라졌을 것이다. 하여간 건강하게 오려 살려면 반드시 체질에 맞게 음식과 약초를 섭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동양의학이 제시하는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체질진단법이 문제다. 서양의학은 체질을 무시하고 결과만 진단하고, 동양의학은 비록 체질을 중시하지만 오진이 하도 많아서 믿을 만한 진단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질변화를 직시하고 음식과 약초를 섭취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건 상식이자 불변의 진리다. 그리 생각하고 지금부터 어떤 체질이 폐, 대장, 직장을 병들게 하는지 예를 들어 진단하고 예방과 치료법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기후와 에너지 변화규율과 오장육부를 음양오행에 대입해 설명하였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서로 코드가 맞는 것끼리 종합해 표기해 둔다.(표1)
오장육부는 서로 돕기도 하고 해치기도
오행은 서로 돕기도 하고 서로 해치기도 한다. 오장육부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상생상극(相生相剋)이라 하는데, 갑인(甲寅) 을묘(乙卯)는 목(木)이고, 목에 속하는 간담은 심장·소장을 돕지만 비장과 위장을 극해서 병들게 한다. 병오(丙午) 정사(丁巳)는 화(火)이고, 화에 속하는 심장·소장은 비위를 돕지만 폐와 대장을 극해서 병들게 한다. 무진(戊辰) 무술(戊戌) 기미(己未) 을축(己丑)은 토(土)이고, 토에 속하는 비장・위장은 폐와 대장을 돕지만 신장·방광을 극해 병들게 한다. 경신(庚申) 신유(辛酉)는 금(金)이고, 금에 속하는 폐·대장은 신장·방광을 돕지만 간담을 극해 병들게 한다. 임자(壬子) 계해(癸亥)는 수(水)이고, 수에 속하는 신장·방광은 간담을 돕지만 심장·소장을 극해 병들게 한다.
이와 같이 오장의 기운이 극할 때 대개 약한 장부에 병이 든다. 기운이 너무 강하면 강한 장부가 먼저 병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약한 장부는 도와주고, 강한 장부는 먼저 그 기운을 설기(泄氣)시켜 주고 다음으로 억제해 주는 것이 바른 처방법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에너지가 과다한 장부는 자기가 도와주는 장부를 오히려 병들게도 하고, 혹은 항상 이기지 못하는 장부도 세력이 강하면 항상 이기는 장부를 역공해서 병들게도 하는 등의 예외가 있다. 이런 논리는 예문을 풀어 가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체질이 차고 습한 대장암 진단과 치료
여태까지 살펴 본 내용을 1970년 5월9일 14시에 출생한 한 여성(〈표2〉)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체질: 대장이 전체적으로 건조하지만 습기가 있다. 그리고 다른 장부에 비해 대장이 크고 강한 반면 심장이 매우 작고 약하다
▲오장육부와 성질
・庚(경): 대장, 오행은 陽의 金이고 건조하다.
・戌(술): 위장, 오행은 陽의 土이고 습기가 전혀 없이 건조하다.
・辰(진): 위장, 오행은 陽의 土이고 매우 습하다.
・酉(유): 폐, 오행은 陰의 金이고 건조하다.
・癸(계): 신장, 오행은 陰의 水이고 차다.
・未(미): 비장, 오행은 陰의 土이고 뜨겁다.
▲진단: 생년의 戌은 습기 하나 없이 건조한 土(흙)이고 위장을 표시한 문자다. 戌 속에는 심장을 표시한 문자 丁(정)이 들어 있다. 丁은 火氣이며 숯불과 같은 은근한 열을 발산한다.
따라서 土(흙)의 성분인 戌이 정의 火氣로 인해 메말라서 푸석푸석한 흙처럼 습기 하나 없이 건조하다. 생월의 辰(진)은 습기가 많은 土(흙)이고 위장을 표시한 문자다. 戌과 辰이란 두 개의 상반된 성질은 체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생년월일시에 戌이 많으면 위장과 체질이 건조하고 辰이 많으면 위장과 체질이 습하다. 그런데 생월의 습한 辰은 생일의 酉(유·폐)와 합해서 金의 성질로 변한다. 이때 陰의 성질인 酉가 陽의 성질로 바뀌는데 습한 辰이 합했으므로 폐와 대장이 습해진다.
생시의 未는 매우 뜨거운 土(흙)이고 비장을 표시한 문자다. 비장이 뜨거운데 습한 金 때문에 습하면서 열이 난다. 생년과 생월의 庚(경)은 건조한 金이고 대장을 표시한 문자이고, 생시의 癸(계)는 찬 성질의 水(물)이고 신장을 표시한 문자다.
이렇게 문자들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전체를 분별하면 체질이 건조한 중에 습기가 스며 있다.
그런데 체질 전체를 지배하는 오행은 金이다. 金이 과도히 많은 것이다. 따라서 폐・대장이 다른 장부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다. 특히 陽의 성질인 金은 대장의 에너지인데 워낙 크고 강해서 탁기가 많은 데다가 습한 辰으로 인해 대장에 습기가 많이 스며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부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고 강한 장부에는 반드시 병을 유발하는 邪氣가 온상하기 마련이다. 기운이 태과하기 때문에 탁해지는 것이다.
대장은 소장으로부터 내려받은 음식물찌꺼기를 숙성시켜서 직장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탁한 데다가 습기가 껴있으면 음식물찌꺼기를 잘 숙성시키지 못한다. 그러면 오염된 음식물찌꺼기가 대장에 달라붙어 그대로 썩는다. 썩은 음식이 습하면 병균이 자생하기 마련이다. 자생한 병균은 염증을 일으키거나 용종 혹은 크롬이란 병을 유발해 대장을 썩게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자생 병균으로 인해 음식물찌꺼기를 숙성시키는 미생물들이 죽어 자생한 병균과 합세하여 흉악한 균으로 변한다. 바로 암이 되는 것이다.
이 여성이 암을 앓게 된 이유
이 여성은 체질을 변화시키는 기후와 에너지가 반드시 木과 火의 성질이어야만 암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잡병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木은 간담을 표시한 문자로서 그 성질은 습기를 흡수하고 火를 생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火氣는 작고 약한 심장을 건강하게 하여 뜨거운 피를 온 몸으로 보내 습기를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여성은 29세까지 간담을 표시한 木의 문자인 卯(묘·간)와 寅(인·담)을 만나 건강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세 되는 그해에 얼음처럼 찬 성질인 丑(축)을 만났다. 丑은 土이며 아주 냉한 비장을 표시한 문자인데 생시의 뜨거운 성질의 未와 성질이 상이해 충돌한다. 따라서 未의 열기가 丑의 냉기를 녹여서 역시 습기를 발생시킨다. 더욱이 丑은 그 속에 癸(계)라는 신장·방광의 에너지를 함축하고 있다. 癸가 얼음과 같은데 더욱이 癸가 土 속에 있으므로 신장·방광마저 탁하다. 신장·방광은 대장의 탁한 水氣를 받아서 밖으로 내보내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장에 오염된 水氣마저 정체가 되므로 30세 젊은 나이에 기어이 암을 앓고 말았다. 암을 앓은 그해도 甲申년이었다. 甲(갑)은 木이고 담의 에너지이지만 金(쇠붙이)은 나무를 벤다는 자연계의 논리대로 생년의 庚(경·대장)으로부터 극을 받는다. 게다가 申(신)은 金이고 대장을 표시한 문자다. 즉 申은 대장의 에너지인 것이다. 가뜩이나 타고난 金氣가 많아서 대장에 邪氣가 많은데 체질을 변화시키는 세월의 에너지마저 金氣가 지배해 대장에 침투하였으니 암을 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生老病死 지배하는 하늘과 땅의 섭리
이렇게 하늘과 땅의 섭리는 생로병사를 절대적으로 지배한다. 인간의 몸은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없는 자연계의 물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물은 흙(土) 물(水) 열(火) 숨 쉬는 공기(風)의 집합체이고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물질로 태어난 인간을 비롯한 일체생명체는 반드시 늙고 병들어 죽기 마련이며, 그리하는 자가 바로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면서 사시(四時)를 변화시키는 기후와 에너지, 즉 하늘의 섭리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신에 버금가는 지혜가 있다. 자연처럼 섭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는다. 능히 병을 이기고 오래 살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체질을 바르게 알고 몇 살의 나이에 어느 장부가 병들지를 진단할 수도 있다. 체질만 바르게 알면 작고 약한 장부는 도와주고 크고 강한 장부는 그 에너지를 덜어주고 억제해 주는 음식과 약초로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좋은 예가 앞에서 예로 든 여성이다. 자신의 체질을 알고 음식과 약초를 바르게 섭취만 하였더라도 대장암으로 고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고 습한 음식과 약초 즉 폐·대장을 돕는 매운맛과 신장·방광을 돕는 짠맛에 속하는 오미와 음식 그리고 약초만 피하면 된다. 그리고 간담을 돕는 신맛과 심장·소장을 돕는 쓴맛의 음식과 약초를 꾸준히 섭취해 대장의 습기를 걷어내 체질을 개선하였다면 결코 대장암을 앓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만 해도 암을 유발한 기후와 에너지를 능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술 없이 치료할 방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치료방법은 음식과 약초 외에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혈기통치로 척추를 강하게 타격해서 파동을 오장육부로 보내고, 둘째는 임독맥을 통하게 하는 침을 등과 배의 혈 자리에 놓고, 셋째는 등의 대장경과 배의 대장과 신장경에 뜸을 놓고, 넷째는 등과 배의 대장경에서 탁기를 빼내는 사혈법이다.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치료해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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