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와 대장의 해부와 질병
《황제내경》에서 말하기를 ‘폐는 오장의 위에 붙어서 오장의 영화로운 꽃’이라 하였다. 생명운동의 핵심인 각기 장부의 기질을 꽃처럼 피운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고 열매는 땅에 떨어져 다음 생을 준비한다. 마찬가지로 폐의 기능이 꽃처럼 시들면 죽음에 이른다.
사람의 장부에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무형무질의 기물(氣物)이 있거니와 영원한 생명인 본질이 있고, 생명을 지속시키는 정기(精氣)가 있으며, 생명을 갉아먹는 파괴자가 있다.
태어남은 창조이며 그 정기는 불멸의 영(靈·본질)이고 영은 심장에 있다. 생명을 지속시키는 정기는 혼(魂·정신을 주관한다)이고 혼은 하늘의 것으로 간에 있다. 육신을 파괴시키는 자가 있으니 바로 백(魄·넋 육신을 주관한다)이고, 백은 땅의 것으로 폐에 있다. 그러므로 폐는 곧 생명의 파괴자이다. 폐가 건강하면 사고나 다른 장부에 흉한 병이 들지 않는 한 천수를 누릴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의 지속과 단절은 숨에 달려 있고 폐가 숨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는 오관(五官·다섯 가지 감각기관, 시각·후각·청각·미각·촉각)을 주관한다. 폐가 허물어지는 정도에 비례해 오관의 기능이 쇠퇴해지다가 죽음에 이르러서는 감각이 없어진다.
폐의 형상과 작용
폐의 전체 모양은 사람의 양 어깨와 같은데 표현할 때는 잎이라 한다. 어깨 모양인 2개의 큰 잎과 2개의 큰 잎 사이에 6개의 작은 잎이 있으며, 작은 잎에는 청탁(淸濁·깨끗하고 탁함)을 주관하는 24개의 구멍이 줄지어 있다.
폐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일은 생명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는 숨이며, 숨으로 몸속에 청탁이 들어오고 나간다.
폐는 깨끗함을 좋아하므로 24개의 구멍이 깨끗하면 건강하고 탁하면 병이 든다. 깨끗함은 청정한 공기이며 탁함은 오취(五臭·썩은 내, 향내, 누린내, 탄내, 비린내)이나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탁함은 음식과 물, 그리고 대기를 더럽힌 오염이다.
옛 시절 공기는 청정했어도 철분이 많고 탁한 우물물을 마시고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난과 열악한 환경 탓에 폐결핵이 가장 무서운 병이었다. 요즘은 폐결핵이 드물고 폐암이 많은데, 이는 대기오염이 가장 큰 주범이고 농약과 제초제에 오염된 음식과 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폐암을 앓을 수밖에 없는 체질이 따로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체질도 적지 않으니 그 까닭이 바로 오염에 있는 것이다.
내경에 이르기를 ‘폐는 오른쪽에 감추어져 있다. 혈이 통하는 2개의 혈계(血係·혈을 이어 주는 줄)가 있는데, 하나는 위로 목구멍으로 통하고 하나는 심장에서부터 폐의 양 큰 잎 사이에 들어가서 구부러져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가운데 두 혈은 폐의 막(膜·폐의 껍질)이니 늑막(肋膜·갈빗대 꺼풀) 사이에 있고, 등뼈 제3추 아래에 있다. 따라서 등뼈 제3추에 뜸을 뜨면 웬만한 독감도 잘 낫는다. 거기다가 혈기통치로 제3추에 강하게 타격을 가하면 그 파동이 전류처럼 흘러서 폐를 건강하게 해 준다. 자가 치료 시에는 등을 나무에 강하게 부닥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폐의 기능에 있어서는 코, 인두(咽頭·목 안 깔대기 모양의 근육성 기관), 후두(喉頭·공기 통로이며 발성기관), 기관지 등을 주관한다. 특히 숨 쉬는 임무를 맡아서 숨을 쉴 때 기도를 통해 산소를 혈액 속으로 공급하고 탄산가스를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심장을 도와서 기혈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순조롭게 흐르도록 하여 몸을 생장해 준다. 따라서 심장은 한 국가의 제왕이고 폐는 재상이라 하였다.
폐와 통하는 자연
폐는 소음(少陰·양기가 많은 중에 음기가 조금 있는 것)이라 한다. 하늘에 있어서는 서쪽이고 계절은 가을이며 질에 있어서는 근조함이다. 그리고 자연에 있어서 오곡은 벼이고, 오색은 흰색이며, 오미는 매운맛이고, 오채는 파이며, 오과는 복숭아이고, 오축은 말이며, 오충은 껍질이 있는 것이다.
폐가 허약하면 몸을 서쪽으로 향할 경우 폐활량과 몸의 전체 에너지가 왕성해진다. 반대로 남쪽이나 동쪽으로 서면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폐가 크고 강하면 서쪽 방향은 힘을 쓰지 못하고 다른 방향은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 방위별로 주관하는 에너지가 허약한 장부는 강하게 해 주고 강한 장부는 약하게 해 주어서 오장육부를 평등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색깔과 음식도 마찬가지다. 폐와 통하는 것들이 약한 폐를 건강하게 해 준다. 폐가 크고 강하면 폐와 통하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폐를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간담까지 망가뜨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폐가 너무 강하면 반드시 사기가 침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부는 상대적으로 작고 약해서 천지의 에너지가 돕지 않으면 즉시 병든다. 따라서 너무 크면 그 강한 성질을 덜어 주고 상대적으로 작은 장부는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바르게 음식을 섭취하고 바르게 약을 쓰는 올바른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폐는 피부를 주관한다. 폐가 작으면 대개 몸이 날씬하고 뼈가 가는 편이다. 피부가 얕고 희면서 부드럽고 살결이 촘촘하면 폐가 작다.
흔히들 실핏줄이 보일 만큼 희고 고운 피부를 우윳빛이라며 아릅답게 묘사하지만 이런 사람은 폐가 작고 건강하지 않다. 피부도 그렇다. 멍이 잘 드는 데다가 링거주사를 맞을 때 애를 먹을 만큼 혈관이 좁고 느슨하다.
반대로 폐가 크면 몸이 크고 양 어깨와 가슴이 넓은데 목은 굵고 짧은 편이다. 그리고 피부는 두껍고 살결은 거칠며 몸에는 털이 많이 난다. 몸의 털은 적자생존의 논리가 자연히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폐가 크면 심장은 작은데 몸에 열이 있다. 하지만 허한 열이므로 사실은 찬 체질이어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저절로 털이 많이 나는 것이다. 폐가 크고 작음에 따라 잘 걸리는 질병이 있다. 폐가 작으면 열이 태과할 때 암에 취약하고 폐가 크면 사기(邪氣·병을 유발하는 탁기)가 폐에 있으므로 천식에 취약하고 그 사기가 간으로 침범해서 간을 병들게 한다.
폐가 병들었을 때의 현상
폐에 사기가 침범하면 피부가 아프고 한열(寒熱·추위와 더위)이 오르내린다. 그리고 숨이 가빠지며 어깨와 등이 땅기면서 아프다.
폐병은 기침하면서 기(氣)가 차오르므로 어깨와 등이 아픈 것이며, 땀이 많이 흐르고 엉덩이, 사타구니, 무릎, 넓적다리, 장딴지, 정강이, 다리 모두가 아파진다.
폐에 기운이 떨어지면 숨을 내쉴 때 힘이 들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며 목구멍이 아프다. 그리고 열이 나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잔털이 부서진다. 폐가 많이 상하면 얼굴이 희어지고 재채기를 잘하며 슬픔이 많고 우울해진다. 또 피로하고 권태로워서 의욕이 없어지며 기침하면 피를 토한다. 입안이 마르고 탁한 가래와 침에 거품이 있으면서 가슴속이 은근히 아프면 폐에 악창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심화되면 큰 뼈가 마르고 살이 빠지며 가슴속이 그득해져서 숨이 차고 헐떡이는데 이승과 이별할 징조라서 하늘의 신의가 와도 고치지 못한다.
폐가 작고 허약한 폐병은 사시(四時)에 있어서, 겨울에 낫고 겨울에 낫지 않으면 봄에 지속되다가 여름에 심해지며, 여름에 죽지 않으면 가을에 낫는다. 오행으로는 수(水)가 주관할 때에 낫고, 목(木)이 주관할 때는 병이 지속되다가 화(火)가 주관할 때 심해지며, 화가 주관할 때 죽지 않으면 금(金)이 주관할 때 낫는다. 하루 중에 밤에는 안정되고 아침에 지속되다가 낮에 심해지며 저녁에 안정된다.
폐병이 심할 때는 급히 쓴맛으로 배설시켜야 한다. 만약 기(氣)가 차올라서 숨이 가쁘면 급히 신맛으로 다스린 다음 매운맛을 쓴다. 기가 심하게 차오르면 가자피를 끓여 마시고, 다음으로 백작약을 끓여 마시면 가쁜 숨이 진정된다. 체질적으로 폐가 약하면 오미자로 폐를 돕고 사기를 없앨 때는 상백피를 달여 마신다. 폐병은 근본적으로 기장쌀, 닭고기, 복숭아, 파, 보리에다가 양고기를 구워 먹고 찬 음식과 찬바람을 쐬지 않아야 한다.
체질에 의한 폐병 원인 진단과 치료
폐병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체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열이 많아서 폐가 작은 경우이고, 하나는 허한 열이 많은데 폐가 큰 경우이다.
열이 많아서 폐가 작고 허약한 체질은 거의가 범띠(寅·木의 성질이다) 토끼띠(卯·木의 성질이다) 뱀띠(巳·火의 성질이다) 말띠(午·火의 성질이다) 양띠(未·土의 성질이다) 해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생월이 음력 1월(寅) 4월(巳) 5월(午) 6월(未)이고 생시가 아침 3시부터 7시까지(寅時~卯時)이거나,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巳時~午時~未時), 또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申時~酉時)일 때이다.
이러한 체질이 잔나비띠(申·폐와 대장에 열이 있고 건조한 金의 성질이다) 닭띠(酉·폐와 대장이 건조한 金의 성질이다) 해를 만나면 폐에 병이 들기 쉽다.
속 열이 많은 체질은 대개 속은 열한데 겉은 찬 경우가 많다. 감기가 잘 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감기가 잘 들지 않으므로 내심 건강을 자만할 수 있어서 오히려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어느 때에 갑자기 감기가 들고 잘 낫지 않으면 폐암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를 잘 앓지 않는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되며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
열이 많은 체질이 지켜야 할 건강법은 짜고 매운 음식이 필요하다. 음식으로는 현미, 율무, 기장쌀, 파, 마늘, 양파, 검은콩, 들깨, 검은깨, 미역, 다시마, 어패류, 돼지고기, 복숭아, 배, 고추 등이 폐를 건강하게 한다. 약초는 상백피, 도라지, 더덕, 천문동, 겨우살이, 백하수오, 복분자, 지황, 차전자 등이다.
허한 열이 많고 폐가 큰 체질은 반대가 된다. 닭띠(酉·폐와 대장이 건조한 金의 성질이다) 잔나비띠(申·폐와 대장에 열이 많은 金의 성질이다) 소띠(丑·비위가 냉한 土의 성질이다)해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태어난 달이 음력 7월(申) 8월(酉) 12월(丑)이고 생시가 새벽 1시부터 3시까지(寅時~卯時)이거나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申時~酉時)라면 폐가 크고 실하다.
이런 체질은 폐에 사기가 잔뜩 들어 있으며 사기가 신장에 가장 먼저 침투한다. 만약 잔나비띠해나 토끼띠해를 만나면 즉시 사기가 간으로 침투해 간을 망가뜨리므로 상당히 위험한 병을 앓을 수 있다.
따라서 예방을 잘해야 하는데 열이 많아서 폐가 약한 체질과는 반대로 감기에 취약하고 한 번 앓으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심해진다. 예방과 치료에는 짜고 신맛 나는 음식과 약초가 좋다. 음식은 검은콩, 검은깨, 들깨, 참깨, 미역, 다시마, 녹두, 미나리, 보리, 사과 등이고 약초는 겨우살이, 백하수오, 차전자, 오가피, 매실, 인진쑥 등이다.
大腸의 형상 및 작용
음양에 있어서 폐는 음(陰)이고 대장은 양(陽)에 속한다. 그러나 형상과 작용만 다를 뿐 부류는 같다. 따라서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음식과 약초가 폐의 경우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한 대장의 형상을 회장(廻腸)이라 하는데 빙빙 돌린 장이란 뜻이다. 등뼈 16번 아래 양 옆에 붙어 이어져 배꼽에서 오른쪽으로 16굽이를 겹쳐서 쌓여 있으며 그 끝을 직장이라 하고 직장은 곧 항문으로 이어진다. 작용은 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음식의 찌꺼기를 숙성시킨 다음 항문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교감신경(交感神經)과 부교감신경(副交感神經)이 분포돼 있어서 운동을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척추 양쪽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줄기와 그에 딸린 여러 갈래로 이루어진 신경이며, 심장, 혈관, 땀샘, 소화선 등에 분포하여 호흡, 순환, 소화 따위를 조절해 준다. 부교감신경은 호흡, 순환, 소화 등을 지배하며 교감신경과 반대로 작용한다.
대장의 크기를 진단하려면 콧구멍의 깊이와 얕음 내지 배 둘레와 피부의 두꺼움과 얕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콧구멍이 깊고 배 둘레가 크면 대장이 길고, 피부가 단단하여 탄력이 있고 배 둘레가 작으면 대장이 짧다. 그리고 피부가 두껍고 살이 거칠면 대장의 두께가 두껍고, 피부가 얕고 부드러우면 대장의 두께가 얇다.
대장이 짧고 두께가 얇으면 음식 찌꺼기가 순리대로 잘 통하지만 대장이 길면 기혈이 맺혀서 음식 찌꺼기가 원활하게 통하지 못한다. 기혈이 맺히면 음식 찌꺼기도 맺혀서 병을 유발하는데, 용종과 염증이 다 그 때문이며 맺힌 것이 오래되면 암이 된다.
大腸의 病症
대장 병의 증세는 배가 아프고 부글부글 물 끓는 소리가 난다. 겨울에는 차고 냉함이 겹쳐서 설사하고 배꼽 주위가 아파서 서 있기가 불편하다. 배가 아프고 장에서 소리가 나고 가슴을 헐떡이며 오래 서 있지 못하면 대장에 사기가 있어서 곧 큰 병을 앓을 징조라 생각하고 급히 치료해야 한다.
장이 차면 대장이 우글대고 오리 똥 같은 것이 나오기도 하고 설사도 한다. 대장에 열이 있으면 변이 묽고 가늘며 황금색이 나는데 습한 때를 만나면 불시에 대장암 또는 직장암이 발생할 수 있다. 장이 차서 우글대면 차고 맵고 짠 음식은 피하고 쓰고 따뜻하고 시고 단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보리, 밀, 식초, 사과, 오렌지, 모과, 매실, 조, 인삼, 쑥, 씀바귀, 고들빼기,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가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약초는 생지황, 적복령, 황금, 황백이 좋다.
그리고 열이 많아서 변이 묽고 가늘게 나올 때는 더운 음식을 피하고 찬 성질의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팥, 녹두, 들깨, 검은깨, 검은콩, 미역, 다시마, 복숭아, 배, 기장쌀, 어패류, 돼지고기, 말고기가 치료에 도움을 준다. 약초는 오배자, 석류껍질, 묵은쌀, 굴, 조개껍질 가루, 상백피, 대황, 도토리가 좋다. 동의보감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대장에 열이 나고 배꼽과 배가 아프며 뱃속이 더부룩해서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생지황 8g, 적복령 감초 각 4 g, 진피 죽여 황금 치자 황백 각 2g, 생강 3쪽, 대추 2개를 한 첩으로 하고 15첩을 달여서 하루 3번 복용한다. 대장이 허하고 차서 복통과 설사가 날 때는 실장산 후박 육두구 구운 것, 가자피, 축사 갈아놓은 것, 진피 창출 적복령 각 4g, 목향 감초 구운 것 각 2g, 생강 3쪽 대추 2개를 한 첩으로 15첩을 달여서 하루 3번 복용한다.〉
약초는 건강원이나 경동시장 약재상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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