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정경대_한의학 이야기_10

醉月 2015. 5. 11. 12:09

심장(心臟)

심장은 생명의 마지막 보루이다. 다른 장부가 다 정지되어도 심장만 멎지 않으면 생명은 단절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고대 왕조시대에 황제가 존재하는 한 국가가 망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동양의학에서는 심장을 황제에 비유하였다. 폐는 재상이고 다른 장부는 요즘 같으면 장관들이며 그 외 몸의 조직은 백성에 해당한다. 황제가 정치를 잘하면 신하가 충성스럽고 백성이 편하지만, 황제가 무능하면 신하가 부패하고 백성이 고달파지는 원리와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심장이 건강하면 다른 장부도 건강하고 몸의 조직체계도 무너짐이 없이 일사불란하게 운동하므로 병을 앓지 않는다. 그러나 황제가 부패한 신하로부터 겁박을 받으면 황제로서의 직분을 수행할 수 없듯 폐, 간, 비장, 신장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병들면 심장도 따라서 병든다. 심장이 병들면 기혈이 통하지 않아서 몸에 여러 가지 불편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 또한 황제가 무능하면 백성이 고달파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제와 신하와 백성이 직결되어 있듯 심장은 유일하게 간, 신장, 폐, 비장과 연결되어 있으며 혈맥을 주관하므로 몸의 모든 부위와 통한다. 이러한 심장은 심포(心包)에 싸여 있으며 폐와 간 사이, 그리고 척추 5번 안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오장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오장 중 어느 하나만 아파도 심장을 괴롭히는데, 심장과 폐가 가장 가까워서 괴로움은 폐로 전해진다. 《황제내경》에서는 심장의 모양을 ‘덜 핀 연꽃과 같은데 폐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하였다.

서양의학과 사뭇 다른 심장의 해부학적 논리가 있다. 형이상의 관점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을 관찰할 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무조건 비과학적으로 인식하는 서양의학과는 크게 다르다. 심장의 해부학이 더 그러하다. 덜 핀 연꽃 모양의 심장 가운데 9개의 텅 빈 곳이 있는데 하늘의 진기(眞氣·순수한 본질 氣)를 끌어안아서 박동하므로 곧 신(神)의 집이라 하였다.


심장이 작으면 추위에 약해

깊은 철학을 요구하는 말이다. 인간의 생명활동은 하늘의 정기(精氣)에 의지해 있고 하늘의 중심인 구궁(九宮)과 통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9개의 구멍 중 7개는 북두칠성과 상응해 그 기운과 교류한다 하였다. 그리고 9개의 구멍 중심에는 3개의 털이 있으며 북두칠성과의 교류에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주의 중심은 영원한 붙박이 별인 북극성이고 천체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따라서 천체는 북극성의 기운에 의지해 있거니와 인간의 생로병사 역시 그 기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장의 7개 구멍과 3개의 털은 인간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매우 지혜로운 사람은 7개의 구멍과 3개의 털이 치우침이 없이 선명하게 다 나 있고, 보통 지혜로운 사람은 구멍이 5개이고 털은 2개이며, 보통 이하의 사람은 구멍이 3개이고 털은 하나이며, 천하고 우매한 사람은 구멍과 털이 각각 하나 있기는 하지만 아주 작아서 없는 것과 같고 칠성의 기운과 교류하는 문이 없다 하였다.

이처럼 심장은 인간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몸의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핵심기능은 산소를 공급받은 동맥혈을 받아들여서 펌프질로 온몸에 혈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운동을 반복한다. 1분에 70~80회 박동하는데 박동이 빠르면 열이 올라 몸이 더워지고 느리면 열이 낮아 몸이 차지며 박동이 멎으면 몸이 싸늘해지니 곧 죽음이다. 그런데 심장은 물리적 기능 외에도 정신적인 면에서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 다른 장부에서 발현한 의식과 뜻 등 인간의 정신활동을 집약하여 일체 생각을 일으키는 마음의 곳집이다.

그러므로 심장의 심 자를 마음 심(心) 자라 쓰거니와 괴롭거나 기쁘거나 그 정도가 심하면 심장이 아프고 상한다. 심장이 크고 강하면 열이 많고 감정의 변화기복이 심하지 않지만 심장이 작고 기능이 약하면 추위를 타고 웃음과 눈물이 많고 새침하게 삐치기를 잘한다. 심장의 크고 작음을 외부형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심장이 작으면 대개 피부 색깔이 붉은 빛을 띠는데 이마가 넓은 편이며 주름살이 가늘다. 심장이 크면 이마가 좁은 편이며 굵은 주름살이 가로로 길게 나 있는 특징이 있다.

심장이 작으면 추위를 만나서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빠르게 진행할 뿐만 아니라 심장병을 앓기 쉽다. 심장이 크면 더위에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심장병을 앓기 쉽다. 심장병이 나타내는 증세는 먼저 심리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심장에 병을 유발하는 사기(邪氣)가 침범하면 가끔 심장이 아프면서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마음이 허망해지며 기쁨과 슬픔을 자주 느낀다. 작은 기쁨에도 웃음을 못 참고 작은 슬픔에도 눈물을 참지 못한다. 외부로 나타나는 현상은 얼굴빛이 붉어지고 입이 자주 마른다. 그리고 배꼽 위가 단단하게 뭉쳐서 만지면 통증이라기보다 아픈 느낌이 들고 손바닥이 화끈대며 열이 난다.

이러한 현상은 심장병의 초기증세라 할 수 있는데 대개의 사람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고 무심히 지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병이란 방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진화하기 마련이다. 진화의 정점은 뭐니뭐니 해도 심장경색이 가장 위험하다. 특히 심장허약이 심한 부정맥의 경우 언제 어느 때 소리 소문 없이 저승사자가 찾아올지 모른다. 노곤해서 잠시 누워 눈을 감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멎어 이승과 이별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죽음의 고통 없이 조용히 저승으로 떠나기 때문에 그나마 편안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심장 통증이 느껴질 때 신맛 음식 먹으면 가라앉아

그러나 심근경색의 경우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마치 동아줄로 가슴을 조이는 것과 같다. 심장이 터져나갈 듯 밀려드는 통증은 아픈 신음조차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설사 심장약이 곁에 있다 해도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먹지 못한다. 필자는 두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그 고통을 잘 안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있다. 심장에 통증이 시작되는 순간 즉시 양손의 손가락을 안으로 구부리면서 살짝 숨을 들이쉬었다가 펴면서 살짝 내쉬면 된다. 숨만 쉬면 굳어 가는 심장이 저절로 풀어지기 때문이다. 단 0.1초의 순간이라도 그렇게 숨을 계속해서 들이쉬고 내쉬면 들숨과 날숨이 점점 길어지면서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지고 심장이 편안해진다.

늙고 병들어 죽는 원인이 기후변화이기는 하지만 심근경색의 경우 거의가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혹독한 추위에 떨다가 갑자기 더운 곳에 들어가거나 무더위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거나 찬 곳에 들어가면 심장이 멎는다. 마치 뜨거운 그릇을 갑자기 찬물에 넣거나 찬 그릇을 뜨거운 곳에 갑자기 놓으면 그릇이 터져 버리듯이 약한 심장이 급격한 기후변화에 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어떤 남성은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갑자기 더운 방에 들어가자마자 통증으로 쓰러졌다가 심장이 터져 죽은 예도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혹독한 추위에 떨다가 불을 쪼일 때는 항상 등부터 따뜻하게 한 뒤에 돌아서서 불을 쪼이라 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더워도 찬물로 손끝과 발끝을 먼저 씻고 몸에 끼얹은 뒤에 물속에 들어가라 하였다. 따라서 목욕탕에서 냉온욕을 할 때 심장이 약한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욕탕에서 더워진 몸으로 갑자기 냉탕에 풍덩 몸을 던지면 위험할 수 있다.

아무튼 생명의 마지막 보루가 심장인 만큼 항상 심장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장은 고도로 정제된 면역성을 함유한 혈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내보내므로 암과 같은 병을 앓지는 않지만 멎으면 곧 바로 죽음이니 말이다. 따라서 화급한 심장병일 때 다스리는 응급법을 익혀 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응급처치법이 있지만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정도로 화급한 경우이고 보통 심장병을 급히 다스릴 때는 물리적 처치나 약보다도 음식을 우선한다.

심장이 허약해서 심장박동이 느리며 통증이 느껴질 때는 급히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가라앉는다. 신맛 중에서도 오미자가 좋다. 심장 열이 심해서 못 견딜 때는 검은깨, 들깨, 끓인 물을 먹고 감초로 열을 사해 주면 된다. 그리고 평소에 쓴맛과 신맛이 약한 심장을 돕는다. 음식은 팥, 개고기, 피쌀, 부추, 식초 등이고 약초는 맥문동, 인삼, 원지, 생지황, 석장포, 지골피, 적작약, 목통 등이다.


소장(小腸)

소장은 심장과 같은 부류이다. 기능은 다르다. 소장은 위장으로부터 내려 받은 음식을 꿈틀꿈틀 주물러서 항문으로 이동시킨다. 소장 속의 수많은 점막에 장의 분비물을 생산해 내는 샘이 있는데 끈적끈적한 알칼리성 분비물로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물과 음식물의 영양소를 흡수하여 몸을 자양하고, 음식물의 깨끗한 것과 탁한 것을 걸러서 소화시키되 수액(水液)은 방광으로 보내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소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살이 아프고 대소변이 힘들어진다.

심장이 건강하면 소장도 건강한데 그 생김새는 판이하다. 소장의 형상을 판단하려면 입술과 인중을 보면 알 수 있다. 입술이 두꺼우면 소장의 막이 두껍고 인중이 길면 소장이 길다. 반대로 입술이 얇으면 소장의 막이 얇고 인중이 짧으면 소장도 짧다. 그리고 피부가 두꺼우면 소장이 두껍고 피부가 얇으면 소장도 얇다.

소장에 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먼저 장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난다. 이런 증상은 심장기능이 약화되면 소장도 따라 약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급히 심장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만약 장에서 소리가 나다가 아랫배가 아프면 소장에 병이 났다는 신호인데 심하면 허리가 땅겨서 고환이 아파지고 설사를 한다. 그리고 소장이 막히면 아랫배가 아프고 혈이 맺히면 소변이 막히고 소장에 열이 있으면 여성의 성기 속이 아프다. 만약 몸의 털이 메마르고 뻣뻣이 서면서 계속해서 땀이 흐르면 생명이 위험하다. 《동의보감》에서는 6일 만에 죽는다 하였다.

소장에 좋은 음식과 약초는 심장과 동일하다. 하지만 특별히 소장에 좋은 약초로는 패랭이꽃과 쑥이 있다. 패랭이꽃은 약한 소장을 도와서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그리고 성병 중에서 임질에도 효과가 있고 눈이 맑아지며 열로 인한 염증 부스럼 결막염 등에 좋은 약재이다. 제조방법은 패랭이꽃 뿌리와 가지를 햇볕에 말려서 물 600mg에 뿌리와 가지를 같은 분량으로 10~15mg 정도 넣고 충분히 우려낸 뒤에 마시면 된다. 쑥은 심장소장에 다 좋은 훌륭한 약재이다. 심장소장을 보양하고 경맥을 따뜻하게 하며 차고 습한 것을 걷어 낸다. 그리고 토혈, 하혈, 부인요통, 빈혈, 위장병, 소화불량, 고혈압 등에 두루 효과가 있다. 제조방법은 말린 쑥을 한지로 싸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었다가 물 500cc에 말린 쑥을 15g 정도 넣고 충분히 달여서 마시면 된다. 결명자를 적당히 혼합해서 달인 물을 마시면 쑥의 쓴맛이 완화돼 마시는 데 불편하지 않다.


심포(心包) 삼초(三焦)

쓰임만 있을 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이 장부는 심장의 부류인데 동양의학 논리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보이고 감각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과학의 잣대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수백 배는 더 많을 텐데 하물며 우주의 축소판인 인체의 신비를 파악함에야 비과학이라 부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리 단정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황제내경》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병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포 삼초에 대한 내경의 설명을 보면 이러하다. 포(包)는 일명 단전(丹田·몸의 정기가 모이는 곳 배꼽 아래 세치 지점 세 손가락 넓이) 또는 명문(命門·몸을 지탱하는 에너지의 곳집. 신장)이라고도 한다. 남자는 정(精)을 간직하여 생명의 힘으로 변화시켜서 널리 퍼지게 하고(신장의 정이 고갈되면 생명이 단절된다) 여자는 포와 연계하여 잉태한다(포와 자궁은 연결되어 있다). 삼초는 셋이 있는데 상초, 중초, 하초로 나뉜다. 상초는 양기(陽氣)로서 뼈와 살 사이를 따뜻하게 해 주므로 안개와 같고, 음식물의 맛을 거두어 들여 변화시켜서 미세한 영양소를 위로는 폐에 들어가게 하고 영양소는 피가 되어 오장과 온몸을 영화롭게 해 주므로 중초를 거품과 같다 하고, 대소변을 순조롭게 통하게 하여 아래로 내려간 것을 되돌려 받지 않도록 막아 주므로 하초를 도랑과 같다 하였다.

포의 부위는 등골뼈와 두 신장 사이(디스크 부위)에 있으며 다섯 가지 색깔이 있는데 왼쪽은 청색이고 오른쪽은 흰색, 위는 붉은색, 아래는 검은색, 가운데는 노란색이라 하였다. 그리고 삼초의 부위는 심장 아래 위의 위에 상초가 있고, 중초는 배 가운데(중완)에 있으며, 하초는 배꼽 아래 방광의 입구에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을 주관한다 하였다. 몸 전체로 보면 머리에서 심장까지가 상초이고 심장에서 배꼽까지가 중초이며 그 아래가 하초이다.

포와 삼초의 기능은 남자의 경우 포는 정(精)을 간직하고 여자는 잉태를 주관하며, 삼초에서 상초는 폐와 심장의 호흡작용을 돕고 중초는 비위의 소화작용을 도우며, 하초는 생식과 배설작용을 돕는다. 근대의학에서는 임파의 작용으로 보고 심장, 혈관, 혈액 등의 순환기를 원활히 하는 제2의 생명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포에 병이 있을 때의 증상은 이와 같다. 포는 거의가 여성 질병을 일으키는데 대부분 월경에 속한다. 월경의 색깔이 자주색이면 열 때문인데, 색깔이 검으면 열이 매우 많은 증세이다. 월경 양이 적은 원인은 설사를 했거나 땀을 많이 흘리고 소변이 많아서 진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양이 많은 원인은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대변을 잘 못 보는데 땀이 말라서이다. 월경이 고르지 못해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는 증세는 모두 삼초가 허약해져서이다.

그리고 삼초에 병이 든 증세는 배 속이 그득하고 아랫배가 부어서 단단하여 소변을 보기 어려워 고통스럽다. 이러한 증세에 좋은 음식은 고소한 맛, 떫은 맛, 구린 맛, 탄내 나는 맛이다. 약재는 월경이 순조롭지 않으면 당귀 망초(芒硝, 후박나무)가 좋고, 포가 막혀서 하혈을 할 때는 황금(黃芩) 건지황(乾地黃) 익모초(益母草) 목단피(牧丹皮)가 좋다. 황기, 연뿌리, 참기름, 인삼, 오미자, 청귤 등은 삼초를 건강하게 한다. 이러한 약재는 남성에게도 적용된다. 모두 가루 내 티스푼 하나 가득 물에 타거나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삼초가 건강해진다. 다음 회에서는 심장병과 심장이 원인인 중풍 암 등의 질병을 예문을 들어서 진단하고 예방과 치료법을 소개하기로 하고 이 장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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