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음식과 藥의 道를 말하다_34

醉月 2015. 5. 5. 01:30

냉이

冷氣 몰아내고 간 튼튼하게 하는 최고의 봄나물

엄동설한에도 얼어죽지 않는 능동초(凌冬草)…추출한 물질로 고혈압 치료약과 지혈제 등 제조

 


	 냉이는 땅바닥에 퍼져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춘곤증에 효과가 좋은 봄나물이다.
▲ 냉이는 땅바닥에 퍼져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춘곤증에 효과가 좋은 봄나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달래, 쑥과 함께 냉이를 봄철에 나는 최고의 나물인 동시에 약초로 여겼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매월 해야 할 일과 풍속을 노래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도 봄나물을 캐는 것이 곧 약초를 캐는 것이며 달래김치와 냉잇국이 비위를 깨치는 약이라고 했다. 냉이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첫 번째로 꼽아 온 봄나물 중에 하나다.


냉이는 영하 몇십 도의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겨울을 난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깊이 박고 땅과 엇비슷한 빛깔의 잎을 바닥에 붙이고 잔뜩 움츠린 채로 기나긴 겨울을 견뎌 낸다. 겨울이 지나면 제일 먼저 눈 속에서 깨어나 파릇파릇한 새잎을 내어 놓으며 봄을 알린다.


엄동설한에도 얼어죽지 않는 풀들을 일러 겨울을 깔보는 풀이라고 하여 능동초(凌冬草)라 하는데, 냉이는 보리나 씀바귀, 마늘 등과 함께 대표적인 능동초 중 하나다. 냉이라는 이름도 냉(冷)을 쫓아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냉기와 한기를 몰아내는 풀

냉이는 냉(冷)과 한(寒)을 쫓아내는 풀이다. 눈 속에서 냉이가 푸른 잎을 내면 추위가 물러간다. 냉이가 푸른빛을 띠면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다. 성질이 따뜻한 것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냉이는 우리 몸속에 있는 냉기와 한기를 몰아낸다.


이른 봄철 꽃샘추위는 찬바람이 살을 파고들어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이럴 때 냉이차나 냉잇국을 며칠 동안 먹으면 몸이 따뜻해져서 꽃샘추위쯤이야 얼마든지 업신여길 수 있다.


냉이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풀 중 하나다. 우리 겨레는 수천 년 전부터 냉이를 나물로 먹고 약으로 쓰고 구황식물로도 중요하게 여겨 왔다. 냉이를 한자로 제채(薺菜)라고 쓴다. 냉이 제(薺)는 풀 초() 아래 가지런할 제(齊)를 붙인 글자이다. 가지런할 제(齊)는 건널 제(濟)와 같다. 제(濟)는 굶주림이나 고통에서 구해 주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다. 제채(薺菜)라는 이름에는 굶주릴 때 허기를 면하게 하고 다쳤을 때 피를 멎게 하는 등으로 백성들을 두루 살펴서 구해 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곧 제채(薺菜)는 백성들을 굶주림과 질병에서 구해 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또 옛사람들은 냉이를 ‘옹생초(擁生草)’ 또는 ‘호생초(護生草)’라고 불렀다. 이는 ‘생명을 안아 주는 풀’, ‘생명을 보호해 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초식동물들이 겨울 동안 풀이 없어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서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으로 다리를 절룩거리다가 봄철에 냉이를 뜯어 먹으면 모든 질병이 물러간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냉이를 ‘달력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잎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걸쳐서 한 잎씩 돋아나고, 열엿새부터 그믐까지 한 잎씩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신기하게도 하루가 모자라는 달에는 냉이의 마지막 잎이 시들기는 하지만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냉이의 잎을 보고 날짜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냉이는 이름이 많다. 냉이의 옛 이름은 ‘나이’인데 지역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황해도에서는 ‘내이’, 평안도에서는 ‘냉이’, 경상도에서는 ‘난생이’ ‘나수랭이’, 충청도에서는 ‘나상이’ ‘나승갱이’ ‘나싱이’, 전라도에서는 ‘나세’ ‘나상구’ ‘나생개’, 충청도·전라도·경상도에서 ‘나숭개’ ‘나승개’, 충청도 경상도에서 ‘나새이’, 충청도·전라도·경상도 함경도에서 ‘나시’ 등으로 부른다.


냉이는 잎과 뿌리뿐만 아니라 씨도 먹을 수 있다. 냉이씨는 겨자처럼 매콤한 맛이 나는데 옛날 가난한 선비들은 글을 읽을 때 냉이씨를 씹어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냉이씨를 침대 밑이나 옷장에 넣어 두면 벌레가 생기지 않고, 태워서 연기를 피우면 파리나 모기 같은 것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냉이씨는 물기와 접촉하면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생긴다. 이 점액질은 흙에 있는 영양소를 빨아들여서 발아가 잘 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삼월삼짇날은 봄철 생기가 제일 왕성한 날이다. 추위를 피해 강남 갔던 제비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개구리·뱀 같은 것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밖으로 기어 나온다. 산과 들에는 봄풀이 푸르러지고 나비가 날며 사람들은 이웃과 함께 야외로 나가서 냉이나 달래 같은 봄나물 반찬과 함께 화전을 부쳐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냉이는 최고의 봄나물이다. ‘삼월삼일제채당영단(三月三日薺菜當靈丹)’이라는 옛말이 있다. ‘음력 삼월 삼짇날에 먹는 냉이는 만병을 통치하는 영약’이라는 뜻이다. 또 삼월 삼짇날에 부녀자들이 냉이꽃을 머리에 꽂고 다니면 한 해 동안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냉이는 우리 민족이 최고로 치는 봄나물이다.
▲ 냉이는 우리 민족이 최고로 치는 봄나물이다.

춘곤증을 물리치는 약초

봄철이 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하품이 나면서 온몸이 나른해지는 ‘병 아닌 병’이 유행병처럼 번진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몇 주일 동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긴 하지만 매우 괴로운 계절병이다. 춘곤증은 봄철에 만물이 생동하면서 뿜어내는 계절의 생기(生氣)를 사람의 기운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뭇 생명들이 깨어나고 풀과 나무에 새잎이 나서 세상이 생명력과 활기로 가득할 때에 사람이 청명한 봄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몸 여기저기에 병이 나서 삐걱거리게 된다. 봄철에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몸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신진대사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춘곤증이다.


그러나 병이 있으면 반드시 약도 있는 법이다. 조물주께서는 춘곤증을 물리칠 수 있는 훌륭한 약을 마련해 두셨으니 곧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들이 가장 훌륭한 춘곤증 치료약이다. 냉이에는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알칼리성 무기질들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봄철에 냉이죽을 끓여 먹고 냉이차를 마시며 냉잇국을 끓여 먹으면 나른한 몸이 마치 마른 풀밭에 단비가 내린 듯 활기차게 새록새록 살아난다.


봄철 나른하고 입맛이 없을 때 냉이를 먹으면 독특한 향기가 입맛을 되살리고 냉이 뿌리와 잎에 가득한 봄기운이 오장육부에 생기와 활력을 준다. 냉이에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는 비타민 B1이 100g당 0.18㎎으로 여러 봄나물 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B1은 우리가 먹은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꿀 때 필요한 비타민이다. 이 비타민이 결핍되면 탄수화물이 잘 분해되지 않아 젖산 등 피로물질이 몸에 쌓여 만성피로와 춘곤증의 원인이 된다.


냉이에는 열을 가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이 들어 있다. 비타민 A다. 이 비타민은 야맹증을 고치고,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며, 온갖 병원균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준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피부가 거칠어진다. 특히 비타민 A는 냉이의 잎에 많이 들어 있는데, 10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와 C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냉이에는 모든 나물과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제일 많이 들어 있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4.7~7.4g으로 콩에 버금간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시금치의 2배, 칼슘은 3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같은 미네랄이 많아서 변비를 없애고 장을 깨끗하게 하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빈혈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도 아주 좋다.


냉이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없애고 몸속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데 아주 좋은 나물이다. 옛사람들은 냉이를 정장초(淨腸草)라고 불렀다. 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특히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냉이를 먹으면 장 속에 쌓여 있는 노폐물이나 독소들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장을 청소하고 간 기능을 살린다

냉이는 간 기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옛 의학책에는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끌어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해 준다’고 했다. 냉이 뿌리에 있는 콜린이라는 성분이 간의 지방을 제거한다. 숙취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간을 튼튼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 주며 근력을 좋게 한다.


우리 속담에 ‘먼 데 단 냉이보다 가까운 데 쓴 냉이가 낫다’는 말이 있다. 먼 곳에 있는 좋은 것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는 그보다 못한 것을 더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냉이는 구황식물로도 아주 훌륭하다. ‘조제모염(朝薺暮鹽)’이라는 옛글이 있다. 당나라 때의 문장가 한유(漢愈)의 <송궁문(送窮文)>에 나오는 글로 ‘아침과 저녁을 냉이와 소금만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몹시 가난한 삶’을 가리키는 말이다.


냉이에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소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옛날, 한 재상의 딸이 한 총각을 무척 사랑해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집안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딸은 집에서 도망쳐 나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동굴 속에서 18년 동안을 혼자 살았다.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주지 않았으며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총각도 끝내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냉이를 뜯어 햇볕에 말려 저장해 두고 동안 냉이만 먹고 살았다. 18년이 지난 뒤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몸이 조금도 여위지 않았으며 별로 늙지도 않았다고 한다.


냉이는 간기능을 좋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황달이나 간염 치료에 아주 좋은 약이다. 우리 조상들은 황달이나 만성 피로에 냉이죽을 쑤어서 먹었다.


오래 전 이른 봄철에 강원도 어느 지방을 여행하다가 산골 주민들이 묵은 밭에서 냉이를 캐서 밭둑에 여기저기 쌓아 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모두 모아 보니 그 양이 두 가마니나 되었다. 그것을 흥정해서 모두 사서 집으로 갖고 와서 3분의 2는 물을 많이 붓고 물엿처럼 되게 졸여 냉이고를 만들어 두고, 3분의 1은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양념으로 썼다. 냉이가루를 된장찌개나 국에 한 숟갈씩 넣으면 맛이 아주 좋다.


그런 어느 날 마흔다섯 살 된 한 남자가 찾아와 “병원에서 만성간염으로 인해 간이 부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몇 달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몹시 피로해서 아무 일도 못하고 밥맛이 없어서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했다. 복수가 차서 배가 볼록하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다. 병원에서는 혈청에 빌리루빈 수치와 GOT, GPT 수치가 아주 높아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했다.


마침 냉이고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 생각이 나서 2kg쯤 주면서 이것을 하루에 세 번씩 한 번에 20g을 따뜻한 물 한 잔에 풀어서 물이나 차 대신 수시로 마시게 했다. 환자는 두 달 동안 냉이고를 먹고 식욕이 좋아지고 부은 것이 완전히 내렸으며 혈청 빌리루빈 수치와 GOT, GPT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냉이는 눈을 밝게 하는 데 매우 좋다. 줄기와 뿌리를 달여서 차 마시듯이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익상취편(翼狀翠片)이라고 하여 눈꼬리 부분에 군살이 생겨나서 자라는 데에는 냉이를 곱게 가루 내어 눈에 넣는다. 눈이 까칠하고 통증이 약간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통증이 없어지고 군살이 삭아 없어진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아프며 까칠까칠한 느낌이 들 때에는 냉이를 짓찧어 고운 천으로 걸러서 눈에 한 방울씩 넣으면 염증이 없어지고 눈이 밝아진다.



	냉이 씨에는 유황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면역력을 늘리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 냉이 씨에는 유황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면역력을 늘리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우윳빛처럼 하얗게 나오는 것을 유미뇨(乳糜尿)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드물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음식물 중에서 지방질은 소장의 유미관에서 흡수해 임파선을 통해 정맥으로 들어가서 신체의 각 부분으로 운반된다.


그런데 임파선에 구멍이 생겨서 유미즙이 요관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유미뇨이다. 유미뇨 증상으로 지방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버리면 빈혈로 기운이 없고 몸이 몹시 여위며 면역력이 떨어져서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유미뇨에는 하루에 냉이 60g에 물 1.8ℓ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대개 일주일쯤 지나면 소변의 빛깔이 맑아지기 시작~~ 두세 달 동안 마시면 낫는다.


폐심증이라고 하는 병이 있다. 폐심증은 심장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갖가지 폐질환으로 인해 심장이 비대해져서 심부전증과 비슷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폐전색이나 폐경색으로 인해 급성 폐심증이 나타날 수 있고, 기관지천식, 진폐증, 폐기종, 폐결핵, 기관지확장증, 폐동맥경화 등으로 인해 만성 폐심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지천식으로 인한 만성 폐기종 때문에 폐심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숨이 몹시 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가래와 기침이 나오고 얼굴과 몸이 퍼렇게 되며 목의 정맥이 굵어지고 얼굴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간이 붓고 다리가 부으며 복수가 찬다.


급성이나 만성 폐심증에는 냉이씨가 특효약이다. 냉이씨를 부드럽게 가루 내어 한 번에 1~2g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30분 뒤에 먹는다. 3~4일 뒤부터 소변량이 늘고 부은 것이 내린다. 심부전 증상은 2~3주 만에 낫거나 좋아진다. 대략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먹으면 완전히 낫는다.


눈을 밝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

냉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다.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데 효과가 좋다. 부종에는 질경이와 같이 쓰면 효과가 더 좋다. 냉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고, 질경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면서 염증을 삭이고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어서 두 가지를 같이 쓰면 약효가 몇 배 더 높아진다.


<광서중약지(廣西中藥志)>에 ‘냉이 40g과 질경이 40g을 물로 달여 먹으면 부종이나 수종이 낫는다’고 했다. 또 견권(堅權)이 지은 <약성본초(藥性本草)>에 ‘적리와 백리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질에 냉이의 잎과 줄기를 태운 재를 복용하면 효과가 매우 좋다’고 했다.


<성혜방(聖惠方)>에는 ‘눈 속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아프고 눈알이 빨갛게 되었을 때에는 신선한 냉이 뿌리를 짓찧어 즙을 내서 눈에 떨어뜨리면 낫는다’고 했다.


<성제총록(聖濟總錄)>에는 ‘안구각막박예(眼球角膜薄翳)에 냉이의 뿌리와 잎을 깨끗이 씻어 약한 불에 쬐어 말려서 가루낸다. 밤에 잠자기 전에 눈을 씻고 나서 냉이 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물과 반죽해서 떡을 만들어 눈에 덮어 두면 통증이 멎고 각막을 가리고 있던 막이 저절로 떨어진다’고 했다. 각막박예는 안구의 각막이 혼탁하게 흐려져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눈병이다.


냉이의 꽃은 지미화(地米花)라고도 부르는데 독을 풀고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오대(五代) 때 명나라 진사량(陳士良)의 <식성본초(食性本草)>에는 ‘냉이의 꽃을 방석 속에 넣어두면 벌레가 꼬이지 않으며 모기와 나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대명본초>에는 ‘냉이의 꽃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만들어 대추 달인 물과 함께 먹으면 잘 낫지 않는 이질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냉이의 씨를 차실(實)이라고 부르는데 음력 3월 3일에 따서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쓴다.


진사량은 <식성본초>에서 ‘흉년에 냉이의 씨를 채취해 죽을 끓여 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으면 끈기가 있다’고 했다.


<천금방(千金方)-식치(食治)>에는 ‘냉이씨는 몸속의 바람기를 몰아내고 눈을 밝게 하고 눈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밤눈이 어두운 것을 낫게 하고 각막이 흐려지는 것을 낫게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봄철에 냉이를 넣어 빚은 만두를 먹는데 이를 ‘춘병(春餠)’이라고 한다. 또 냉이에 양념과 고기를 섞어서 ‘춘반(春盤)’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또 냉이로 끓인 국을 ‘백세갱(百歲羹)’이라고 하여 이를 먹으면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냉이와 쌀, 보리, 기장 같은 곡식과 섞어서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냉이는 피를 빨리 멎게 하고 잘 엉기게 한다. 자궁출혈과 상처로 인한 출혈, 피를 토하는 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 소화기관의 염증이나 궤양으로 인한 출혈, 망막출혈 등 온갖 출혈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 냉이는 또 비뇨기 계통의 감염이나 신장염으로 인한 부종,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냉이는 고혈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일본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날마다 냉이 120g을 물로 달여서 마시면 혈압이 정상적으로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화가 잘되고 위장이 튼튼해지며 위경련, 장염, 위궤양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냉이는 초산과 주석산, 사과산 등 7종의 유기산과 11종의 아미노산, 서당, 유당, 포도당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타카로틴, 비타민 B1, B2, B6, C와 칼륨, 망간, 칼슘, 나트륨, 철분, 인, 염소 등의 미네랄과 콜린, 아세틸콜린, 사포닌, 루틴 등의 여러 약효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단백질, 탄수화물, 섬유소, 회분, 유황 화합물, 리보플라빈 등의 갖가지 영양물질이 골고루 들어 있다.


현대의학의 약리 실험 결과 냉이는 자궁수축 작용과 관상동맥확장 작용, 혈압을 낮추는 작용, 혈액에 산소 농도를 높이는 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에서는 냉이에서 추출한 물질로 고혈압 치료약과 지혈제 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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