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의 진단과 치료원리
간담의 형태와 위치.간담(肝膽)에 병이 들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체질진단과 치료원리를 설명하기에 앞서 간담의 형태, 작용, 증상, 병이 드는 시기와 낫는 시기 등에 대해서 동양의학원전의 기록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담은 창조논리에 있어서 천지만물의 씨눈과 같고 종교적으로는 삼신에 비유될 만큼 대단히 중요한 장부이다. 태어나지도 않았고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며 스스로 탄생한 도(道)로부터 1(陰水)이 처음으로 탄생하고 2(陽火)가 탄생된 다음, 1과 2가 합한(陰水+陽火) 3이 곧 천지만물의 씨눈(三神)이며 씨눈을 목(木)이라 하고 영기(靈氣)의 씨라고도 하였다. 목(木)은 나무가 아니라 생육(生育)의 덕(德)이란 뜻이다. 즉 만물을 낳아 주고 길러 준다는 뜻이며, 물질에 있어서는 초목이고 바람이며 방위는 해가 뜨는 동쪽이고 계절은 봄과 아침이며 오곡은 보리이고 오미는 신맛이며, 인체에 있어서는 간담이 된다. 따라서 간담은 어느 장부보다도 중요하다. 간담만 건강해도 웬만한 병쯤은 능히 이길 수 있다.
간담의 모양은 나뭇잎과 같다 하였다. 두 개의 큰 잎이 좌우로 싸고 그 밑으로 7개의 작은 잎이 가로로 겹쳐 있는데 그 속에 혼(魂)이 깃들인 집이 있다 하였다. 서양의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해부론인데 혼은 마음의 씨눈으로서 잠재의식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간은 생명수라 할 혈(血·피)을 보관하고 혈액 속의 독을 없애 준다. 오염된 음식이나 여타 독성물질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해독작용으로 온갖 병을 이기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부이다. 그리고 혈액 속의 적혈구를 성숙시키고 영양분의 하나인 알부민을 생성하며, 매일 600g 정도의 담즙을 생산해 소화를 돕고 음식물에 함유된 지방을 분해하며 눈으로 사물을 밝게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손톱발톱을 자양하고 근육을 주관하기도 한다. 중풍이라든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루게릭이란 병도 알고 보면 간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척추에 강하게 충격을 주어서 파동을 온몸에 보내 근육을 강화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간에 병이 들었을 때의 증상은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신경질이 있으며 눈이 피로해 온몸에 힘이 없고 공포감과 분노가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성을 내면 양 옆구리 밑이 아프고 아랫배가 결리며 손발에 쥐가 잘 나고 발이 잘 접질리는데 심하면 손가락 발가락이 오그라든다. 만약 살이 빠지고 가슴이 그득하고 뱃속이 아픈데 어께와 목 전신에 열이 나면서 눈덩이가 꺼지고 사물이 잘 보이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담은 간과는 마치 부부처럼 같은 부류이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서 이르기를, 담은 그 색깔이 검다. 그 형상은 박을 매달아 놓은 것과 같은데 간이 쓰다 남은 기(氣)가 넘쳐흘러서 즙이 되고 즙은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소화를 돕는다 하였다. 담 병의 증상은 한숨을 잘 쉬는데 입이 쓰고 구역질을 하면 쓴 즙이 나오고, 가슴속이 울렁거리며 목구멍에 가래가 끓는 것처럼 그렁그렁하고 짙은 가래침이 나오며, 심하면 종기가 나고 통증이 심한 데다 한열(寒熱)이 오르내린다 하였다.
1962년 7월 1일 0시에 태어난 경우
간담의 에너지에 대하여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의 기록은 이러하다. 간은 봄과 아침과 통하고 음중의 양(少陽)이며, 동쪽에서 풍(風)이 일어나고 풍은 목(木·간담)을 낳는다 하였다. 이 말은 사계절과 하루에 있어서 봄과 아침의 에너지가 간담의 크고 작음 내지 강약성쇠를 확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작고 약한 간의 병은 아침에 아픔이 덜하고 봄에 병이 낫는다 하였다. 그리고 간이 크고 실하면 봄에 간에 병이 드는데 이는 크고 실한 장부에 반드시 병을 유발하는 사기(邪氣)가 정체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범띠 해의 봄과 아침의 에너지인 인(寅), 토끼띠 해인 묘(卯)년에 태어나고 생월이 음력 1월 입춘 인(寅)이나 2월 경칩 묘(卯)이면 간담이 크고 실한 것이다. 그러나 오장육부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처럼 상생하고 상극한다. 신장 방광이 간담을 돕고, 폐 대장이 간담을 억압한다. 따라서 폐 대장의 에너지인 잔나비띠(申) 닭띠(酉)가 생월이 음력 1월(寅)이나 2월(卯)이면 간이 작고 허약하다. 이는 오행의 논리로서 목(木)은 간담의 에너지이고 금(金)은 폐 대장의 에너지이며 금(金·쇠)이 목(木)을 이긴다는 자연계의 현상을 적용한 것이다. 동양의학의 논리가 바로 그러하거니와 인간의 육신을 비롯한 만물이 다 물질이기 때문에 자연계 현상과 조금도 다르지가 않다.
그러면 실질적인 체질진단과 치료법을 알아보자.
1962년 음력 7월 1일 0시에 태어난 남성의 예이다. 1962년 그해는 하늘에서는 물(水)이 지배하고 땅에서는 간담의 에너지인 범띠 인목(寅木)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간담을 풍(風)이라 하는데 인(寅)의 해는 바람이 세고 많이 분다. 풍은 간담을 낳고 신맛이 간담을 자양한다 하였는데 이런 해는 신맛 성분이 많은 식물이 잘 자란다. 아무튼 이 남성의 생월에 하늘은 흙(土)의 에너지가 지배하고 땅에서는 폐 대장에 속하는 원숭이띠 신(申·음력 7월 입추), 금(金)의 에너지가 지배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태어난 그날 역시 폐 대장의 에너지가 왕성한 닭띠 유(酉), 금(金)이 지배하는 날이고 생시의 하늘 기운은 활활 타오르는 불(火)이 지배하고(이것을 丙이란 문자로 표시한다) 생시의 에너지는 물(水)이 지배하는 쥐띠 자(子)시였다. 이것을 하나의 진단공식으로 집약하면 이와 같다.
壬寅년(壬=水, 짠맛, 방광 에너지문자/寅=木, 신맛, 담 에너지문자)
戊申월(戊=土, 단맛, 비위 에너지문자/申=金, 매운맛, 대장 에너지문자)
乙酉일(乙=木, 신맛, 간담 에너지문자/酉=金, 매운맛, 폐 에너지문자)
丙子시(丙=火, 쓴맛, 소장 에너지문자/子=水, 짠맛, 방광 에너지문자)
이렇게 놓고 보면 이 사람의 오장육부의 크고 작음 내지 강약성쇠와 체질, 그리고 질병의 원인을 한눈에 알아보고 진단할 수 있다. 마치 그림을 앞에 놓고 관찰하듯 틀리지 않거니와 풀이하면 이와 같다. 금(金)이 목(木)을 이기는 자연의 현상 그대로 생월 신금(申金)과 생일 유금(酉金)이 모두 대장 폐의 에너지인 금(金・申酉)이며 하나뿐인 생년의 간담 에너지 인목(寅木)을 겁박한다. 간담은 근육을 주관하는 중요한 장부이다. 따라서 간담의 기능이 극히 쇠약해져서 루게릭 현상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금(金)이 목 (木) 하나를 겁박하므로 이는 마치 무거운 쇳덩이로 나무를 부수듯 너무 크고 실한 폐 대장이, 작고 약한 간담을 짓뭉개 놓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간담이다. 폐 대장 에너지로부터 공격을 받은 간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혈을 간직한 간담이 심장 소장을 거의 도울 수가 없다. 따라서 이 남성은 20대 때부터 심장 허약으로 인한 갖가지 질병과 근육무기력 증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난간에 의지해 계단을 겨우 오르고 젓가락질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었다. 한마디로 루게릭병이 상당히 진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체질별 치료법은
미역, 미나리, 해삼, 파래, 해삼 등은 폐 대장에 좋다. |
지금부터라도 폐 대장을 돕는 매운 고추, 얼큰한 국물, 파, 양파, 어패류, 마늘, 율무, 기장, 고추장, 생강, 표고버섯, 복숭아, 배, 박하, 수정과, 겨자, 와사비, 후추, 달래, 도라지, 더덕, 말고기, 각종 동물의 허파 등은 아주 조금씩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의원에서 흔히 쓰는 폐 대장을 돕는 약초인 상황버섯, 오미자, 천문동, 상백피, 머루, 자귀나무, 자란 잔대, 갈대, 마두령, 행인, 지골피, 생강, 가자피, 육두구 등은 아예 섭취하지 않아야 병이 더 깊어지지 않는다. 대신 신장방광을 강화시키고 폐 대장의 에너지를 덜어 주는 짠맛 음식이 필요하다. 검은콩, 검은쌀을 주식으로 하고 부식은 부추, 미역, 미나리, 김, 들깨, 된장, 간장, 파래, 수박, 오이, 참외, 대추, 메밀, 해삼, 개구리, 젓갈, 가물치, 돼지고기 등이다. 의원에서 흔히 쓰는 약초는 복분자, 지모, 황백, 숙지황, 토사자, 지황, 차전자, 백자인, 겨우살이, 삼지구엽초, 속단, 하수오 등이다.
모과, 오렌지, 매실 등은 간담을 돕는다. |
음식과 약초를 이와 같이 쓰되 워낙 오래된 지병이라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은 혈기통치이다. 막힌 혈기를 통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시키는 치료법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 척추에서 신장방광, 대장소장, 비위, 간담, 심장소장, 폐 자리에 강하게 충격을 가하는 치료법이다. 그러면 파동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폐와 대장의 사기를 몰아내 간담의 근육을 강화시킨다. 또 침과 뜸이 필요하다. 명치와 배꼽 사이(중완)와 하단전 등에 침을 놓아 소화를 돕고 팔과 다리의 여러 혈 자리, 그리고 머리 어께 팔다리 손발의 혈 자리에 침과 뜸을 놓아 혈액을 순환시키고 느슨한 근육을 팽팽히 당겨 주면 루게릭이라 할지라도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 회부터는 고혈압, 중풍, 담석증, 간암, 간경화 등 간 허약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병과 간담의 강력한 영향으로 위암, 췌장암, 폐암을 앓는 원인 진단과 예방, 그리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법을 제시하기로 한다. 지구의 자전공전에 윤회하는 사시(四時)야말로 체질의 확정과 변화를 주관하는 생로병사의 절대원리임을 보다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필자의 진단이 세상의 어떤 진단보다 정확하고 진실하다는 사실을 믿고 이참에 배우고 익혀서 음식과 약초를 체질과 맞게 많이 혹은 적게 섭취해 주기 바란다. 늦으면 그만큼 손해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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