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여성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仙藥
글·사진 최진규 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약으론 만병통치, 옷감으론 신선들 입는 명품 소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장 큰 복(福)이다. 옛사람들은 오복(五福)이라고 하여 오래 사는 것(壽), 부를 누리는 것(富), 건강하고
편안한 하게 사는 것(康寧), 많은 사람한테 덕을 베푸는 것(攸好德), 주어진 수명을 다 마치는 것(考終命)의 다섯 가지를 최고의 복으로
보았다.
복(福)이라는 글자에는 한(一) 입(口)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의 밭[田]을 갖게 해달라고 조상(示=祖)한테 기원하는 뜻이
들어 있다. 부(富)라는 글자도 집(家)에 한 입 굶지 않을 만큼의 밭이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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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칡의 뿌리는 통통하고 살이 많으며 전분이 많이 들어 있다
- 세상에서 복을 가장 많이 받은 식물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사는 식물 중에 하나가 칡이다. 칡은 식물 중에서 가장 복을 많이 받은 식물이다. 벌레 먹지 않고 병이 드는 일도 없이 수천 년을 예사로 살기 때문이다. 산삼이 오래 사는 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칡은 산삼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산삼은 수백 년을 살지만 칡은 수천 년을 산다. 간혹 깊은 산 속에서는 5,000살이 넘은 칡도 발견할 수 있다. 옛날 절간을 지을 때 오래 묵은 칡 줄기로 대웅전이나 일주문의 기둥으로 삼기도 했다. 충남 논산의 불명산 기슭에 있는 쌍계사 대웅전에는 천 년 묵은 칡덩굴로 만든 아름드리 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을 안고 세 바퀴를 돌면서 기도하면 편안하게 임종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산삼이 훌륭한 불로장생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오래 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긴 식물을 주식으로 삼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 칡은 불로장생약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칡은 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덩굴나무로 줄기가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뿌리는 땅 속에서 차츰 굵어진다. 산기슭 양지바른 흙에서 잘 자라는데, 토심이 깊고 물기가 많은 흙을 좋아하며 줄기가 수십 m를 뻗어가면서 자란다. 칡은 다른 풀이나 나무의 뿌리가 도달할 수 없는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서 물과 영양분과 땅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생장력이 약해지거나 말라 죽지 않는다.
“사금파리는 썩어도 칡은 썩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칡뿌리는 사람의 몸통만큼 굵은 것도 드물지 않은데, 아무리 크고 오래 묵은 것이라도 실뿌리 하나도 상하거나 썩은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 온갖 해충과 병원균을 이겨내는 면역력이 아주 높기 때문에 병들지도 않고 벌레가 먹지도 않으며 오래 산다.
칡이 오래 살고 생명력이 강한 것은 염기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염기성이 강한 것은 무엇이거나 장수한다. 염기(鹽氣)란 말 그대로 짠맛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염기는 식물성 유기 미네랄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짠맛이 강한 것은 대체로 생명력이 강하고 수명이 길다. 민들레, 씀바귀, 질경이, 잔대, 산도라지, 소나무, 붉나무, 함초(鹹草), 광나무 같은 것들이 짠맛, 곧 함성(鹹性)이 강한 식물들이다. 소금이 많이 들어 있어서 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미네랄이 많은 것을 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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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칡녹말인 갈분은 녹말 중에서 맛과 품질이 제일 좋다
칡은 염기성이 강한 식물이므로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는 데 아주 좋다. 체질이 산성이 되면 빨리 병들고 늙어서 죽고 알칼리성이
되면 천천히 늙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 칡은 고기, 달걀, 우유, 버섯 같은 것을 많이 먹어서 살결이 거칠어지고 주름살이 많이 생겨 겉늙거나,
암,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같은 병을 치료하는 데 아주 좋다.
칡은 효모(酵母)를 키우는 데 으뜸가는 재료이기도 하다. 발효균은
알칼리성(염기성) 환경에서 잘 번식한다. 그러므로 온갖 발효식품을 만들 때 칡뿌리나 칡즙을 넣으면 발효가 잘 이루어진다. 장 담글 때 칡즙을
넣으면 장이 잘 발효 숙성되고 맛이 좋으며 기능이 좋아진다.
간장이나 된장 같은 전통발효식품을 만들 때 칡뿌리를 넣으면 콩만 쓰는
것보다 월등하게 맛도 좋고 약효도 높아진다. 김치를 담글 때에도 칡뿌리에서 얻은 전분을 약간 넣으면 김치가 아주 잘 익으며 맛도 좋아진다.
메주를 만들 때에도 칡 전분을 섞어 주면 발효가 아주 잘된다. 누룩을 만들 때에도 칡 전분을 섞으면 가장 품질이 좋은 누룩을 만들 수 있다.
막국수에도 칡 녹말을 넣으면 맛도 좋아지고 몸에도 좋다.
칡뿌리는 멧돼지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다. 멧돼지의 괴력(怪力)은 칡뿌리에서
나온다. 칡에는 가장 질기고 튼튼한 섬유소와 알칼리성 식물성 종합 유기미네랄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칡은 가장 좋은 알칼리성 종합 유기미네랄의
보고(寶庫)다. 칡을 올바르게 가공해 먹으면 수백 년을 살 수 있고 멧돼지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칡은
덩굴로 뻗으며 자라는 식물이다. 스스로 독립하여 일어설 수 없고 주변에 있는 나무를 감아 올라가면서 나무에 의지해 자란다. 이처럼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고 덩굴로 뻗는 식물은 대개 여성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천연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보름달이 떠
있을 때 칡밭을 지나면 칡덩굴의 잎들이 유난히 환하게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칡은 넓은 잎으로 달빛을 흡수해 광합성하여 여성 호르몬
성분을 만든다. 칡잎에는 미세한 솜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이 솜털이 달빛을 받아들이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칡은 잎이 세 장씩
붙어 있다. 이는 하늘에 있는 뭇 별 중에서 삼태성의 기운을 받으며 자란다는 것을 나타낸다. 삼태성(三台星)은 자손을 점지해 주는 별이다. 그런
까닭에 칡은 모성적인 기질과 기능을 길러 주는 데 가장 좋다.
달빛으로 광합성해서 여성호르몬
만들어
칡은 달빛의 영향을 주로 받아서 자라므로 여성적인 특징들이 많고 여성들한테 가장 훌륭한 약이고 음식이 된다.
칡에는 천연 여성 호르몬 성분이 콩이나 석류, 구기자 같은 것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가 더 많다. 칡은 여성들의 갱년기 질환이나 온갖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훌륭한 약이다. 칡을 제대로 가공해 먹으면 여성들이 가장 여성다워진다.
칡을 먹으면 여성들의 빈약한 가슴이 커지고
풍만하게 되며 허리는 잘록해져서 몸매가 날씬하고 아름답게 바뀌고 살결이 아주 곱고 부드러워진다. 칡은 여성의 살결과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어
미인으로 만들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칡을 잘 활용하면 여성들의 생리통, 냉증, 자궁근종, 자궁염, 불임증, 불감증 같은 온갖 부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여성들은 성격이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번민이 많고 생각이 복잡하다. 생각이 많으면 기운이 머리로 몰려서
상조하습(上燥下濕) 증상에 나타난다. 곧 하체는 습하고 상체는 말라서 건조한 상태가 되어 아랫배와 손발은 차갑고 얼굴은 달아오르는 증세가
나타난다. 이것을 흔히 홧병(火病)이라고 한다. 이럴 때에는 아래쪽의 수기(水氣)를 끌어올려 상체의 화기(火氣)를 진정시켜야
한다.
상조하습 증상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머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은 음식이 칡이다. 곧
여성들의 갱년기로 인한 온갖 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칡은 여성을 가장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음식이다.
칡은 술독을 푸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술에 칡즙을 넣으면 알코올 농도가 낮아진다. 술을 마시기 전이나 마신 뒤에
칡즙을 마시면 술이 빨리 깨고 숙취가 남지 않는다. 칡은 숙취를 없애고 독을 풀며, 위장과 간을 보호하고, 열을 내리고 변통을 좋게 하며, 목이
마른 증상을 없애고 피로를 풀어 주는 등의 효과가 있는데 특히 칡꽃은 술독을 푸는 효과가 크다.
갈화해정탕(葛花解酲湯)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한 사람인 이동원(李東垣)이 만든 것으로 칡꽃이 주요 성분이다. 정(酲)은 술에 취해 정신이 흐리멍텅해진 것을
나타낸 글자인데, 갈화해정탕은 술로 인해서 위와 장, 간, 뇌의 기능이 망가진 것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좋은 것으로 이름이
높다.
칡뿌리에는 가장 훌륭한 녹말이 들어 있다. 칡뿌리에서 추출한 녹말을 칡녹말이나 칡전분, 갈분(葛粉)이라고 한다. 칡녹말은
온갖 녹말 중에서 가장 맛과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이름이 높다. 칡녹말은 병자나 허약한 어린이, 노인들의 영양식으로 아주 훌륭하다. 염증을 삭이고
면역력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서 문둥병, 백혈병, 면역결핍, 아토피 피부염, 감기, 폐렴, 폐결핵 등에도 아주 좋은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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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칡꽃은 술독을 푸는 데 효험이 크다.
은근한 불로 오래 달여야 차가운 성질이 없어진다
칡녹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영양분이 많이 저장되어 있는 늦가을에서 이른 봄철에 굵은 암칡의 뿌리를 채취해 흙을 깨끗이 씻어낸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낸다. 대바구니나 소쿠리를 3분의 2가량 물속에 담그고, 칡뿌리 가루를 넣고 손으로 잘 저어서 두세 시간 두어 녹말을 가라앉힌다. 그런
다음에 윗물을 쏟아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잘 휘저어서 다시 가라앉힌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빛깔이 매우 희고 점성이 많으며 맛이 좋은
녹말가루를 얻을 수 있다.
칡녹말은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근력을 키우고 면역력을 늘리는 데 매우 훌륭한 식품이다. 여성들의
산후병이나 부인병, 피로회복,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크다.
칡덩굴은 매우 질기고 튼튼하다. 칡에는 가장 튼튼하고
질긴 섬유소가 들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칡덩굴에서 실을 뽑아서 밧줄을 만들었는데 이 밧줄은 몹시 질기고 잘 썩지 않아서 배를 매거나 줄다리기를
하는 데 썼다. 칡덩굴로 만든 돗자리나 바구니 같은 것도 매우 튼튼하고 내구력이 강해서 인기가 높았다.
칡에 가장 좋은 섬유소가
들어 있지만 몹시 튼튼하고 질겨서 어지간히 오래 달이지 않고서는 물에 녹아나오지 않는다. 섬유소가 많은 수칡 뿌리를 길고 잘게 찢어서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은근한 불로 달여서 우러난 물을 차처럼 오래 마시면 뼈와 근육이 아주 튼튼해지고 근력이 세어진다.
칡은 성질이 차가우므로
생즙을 내어 먹거나 짧은 시간 동안 달여서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고 오래 먹으면 몸이 차가워진다. 그러나 은근한 불로 오랫동안 달이면
성질이 따뜻하게 바뀐다. 칡을 일주일 이상 은근한 불로 오래 달여서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비위의 기능이 좋아지며 소갈증이 없어지고
천하장사의 기운을 낼 수 있게 된다.
칡은 성질이 차가워서 생즙을 내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옛날에 부엌에서 칡뿌리를 썰던 한
요리사가 칡의 차가운 기운이 코를 통해 몸속으로 파고들어가서 기절해 바닥에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칡은 성질이 차갑고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성질들을 없애려면 매우 오랫동안 물로 달여야 한다. 칡은 수칡이 있고 암칡이 있다. 뿌리를 캐 봐서 뿌리가 길고 미끈한
것은 수칡이고, 고구마처럼 통통한 것은 암칡인데 시중에 나오는 것은 대부분 암칡이다. 전분을 얻거나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암칡이 좋고, 약으로
쓸 때는 수칡이 좋다. 또 남자한테는 수칡이 좋고 여자한테는 암칡이 더 좋다.
칡은 오랫동안 달여야 칡에 들어 있는 영양물질들이
소화흡수되기 쉬운 상태로 바뀐다. 수칡을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약한 불로 달여서 우러난 물을 먹으면 간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몸 안에 쌓인 온갖
독을 푸는 데 최상의 약이 된다. 칡에는 최상의 섬유질이 들어 있는데 오랫동안 달여야 그 구조가 물러지고 성질이 부드러워져서 소화 흡수될 수
있도록 물에 풀려나온다.
칡은 무엇보다도 종기나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최고의 선약(仙藥)이다. 중국 한나라 때 의성(醫聖)으로
불리던 장중경(張仲景)은 황기를 창가의 선약이라고 말한 바 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황제내경(黃帝內徑)> 같은
의학책에도 황기를 창가(瘡家)의 선약이라고 했으나 창상(創傷)이나 상처로 인해 곪은 것을 치료하는 데에 황기보다 칡이 효과가 훨씬 더
좋다.
칡뿌리를 물로 오랫동안 달여 연고처럼 만들어 두었다가 따뜻하게 데워 말랑말랑하게 해서 종기에 붙이면 상처를 소독하고 고름을
빨아내며 새 살을 잘 나오게 하는 약으로 아주 훌륭하다. 불에 데인 데나 칼이나 창에 다친 상처에 붙이면 새 살이 잘 살아나와 흉터가 남지
않는다. 썩은 부분을 없애고 새 살을 돋아나게 하는 것, 곧 거부생신(去腐生新)에 제일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옴, 습진, 건선 같은 심한
피부병에도 칡 연고를 바르면 염증이 빨리 없어지고 새 살이 빨리 돋아나와 피부가 깨끗해진다. 갈근고(葛根膏)는 창상 치료에 최고의
선약이다.
칡은 피부의 종기나 염증뿐 아니라 오장육부의 염증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식도나 위장, 소장, 대장에
염증이 있을 때에도 칡뿌리를 오래 달여서 먹으면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없어지고 뱃속이 편안해진다. 오장육부의 모든 염증에는 칡을 말려서 절구통에
찧어 가루 내어 체로 내린 다음 칡을 졸여서 만든 고(膏)와 섞어서 우황청심환 크기로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두세 알씩 따뜻한 물과 같이
먹는다.
칡으로 만든 알약은 머리털을 윤택하게 하고 잘 자라게 하므로 독두증, 곧 대머리를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좋다. 그러나
정력이 약한 남자가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털은 나서 자라겠지만 성격이나 체형이 차츰 여자처럼 바뀐다. 남자가 칡을 많이 먹으면 무정자증이나
사장자증이 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된다. 칡에 들어 있는 여성 호르몬 성분이 정자를 죽인다. 옛날 사람들은 칡뿌리를 달인 물을 피임약으로
썼다. 칡은 소심한 졸장부나 숫기가 부족한 남자는 먹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장비 같은 사람이 먹으면 성질이 너그럽게 된다. 옛 기록에도 성질이
불같은 사람이 칡을 오랫동안 먹으면 유순하게 바뀐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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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칡뿌리를 오랫동안 달여서 먹으면 온갖 부인병과 여성 질병에 선약이 된다
여색을 몹시 밝히는 색한(色漢)에게 칡을 오랫동안 먹이면 음탕한 마음이 없어져서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된다. 칡은 특히 몸매가 여윈 남자들의 근육을 늘리고 살을 찌게 하는 데 효험이 크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 칡으로 만든 알약을 한두 알씩 오래 먹으면 피부가 윤택해지고 비듬이나 여드름 같은 것이 없어진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지며 심성이 고와진다. 조급하고 난폭한 성질도 유순하게 바뀐다. 반면, 몸집이 비대한 남자가 칡을 먹으면 더 비대하진다. 인색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도 칡을 먹으면 안 된다. 더 인색해지고 탐욕스럽게 된다.
칡은 몸집이 마른 여성들의 몸매를 아름답게 하고 유순한 성품을 만들어 주는 데 최고의 선약이다. 칡을 먹으면 살결이 고와지고 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해지며 허리가 가늘어져 몸매가 S라인으로 바뀐다.
여성들의 불임증에도 칡이 아주 좋은 치료약이다. 여성들의 음부건조증이나 불감증에도 아주 효과가 좋다. 여성들이 칡을 오래 먹으면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고 살결이 고와지고 희어진다. 칡은 여성들을 선녀처럼 만들어 주는 선약이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안구건조증, 코가 건조해서 가습기 아니면 잠을 못 자는 여성들한테도 좋은 약이다.
칡은 훌륭한 당뇨병 치료약이기도 하다. 갈근고나 갈근환을 먹으면 물을 하루에 다섯 되를 마시던 사람이 그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칡은 구갈(口渴)을 없애는 데 최상의 약이다.
칡을 달여 만든 알약이나 고(膏)는 물이나 술로 먹으면 좋다. 술과 같이 먹어야 빨리 흡수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쭉쭉 뻗어 자라는 어린 칡순을 갈용이라고 한다. 칡순은 한여름철에는 하루에 30cm씩 자란다. 칡은 쑥쑥 잘 뻗어나가는 성질이 있어서 어린이들의 성장촉진에 아주 좋다. 아이들이 비쩍 마르고 키가 잘 자라지 않을 때 칡순을 달여서 먹으면 키가 쑥쑥 잘 자란다.
칡은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가 아픈 데에도 효과가 좋다. 수칡을 물로 오래 달여 먹으면 발목이 약해 인대가 늘어진 것이나 자궁 근육이 약해서 유산을 자주 하거나 양수가 일찍 터져서 피가 비치는 경우에도 신묘한 효과가 있다.
칡섬유로 만든 옷은 신선이 입는 옷
칡덩굴로 만든 섬유를 청올치라고 한다. 청올치로 짠 천을 갈포라고 하는데 갈포는 눈이 부시도록 빛깔이 희고 명주보다 결이 부드러우며 질기고 튼튼한 것이 특징이다. 겨울철 저녁에 갈포로 만든 옷을 입고 나가면 눈을 맞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푸르스름하게 빛을 내뿜는다.
갈포는 부패에 강해 아무리 오래 되어도 상하거나 썩지 않는다. 몹시 질기고 튼튼해서 해어지거나 닳지도 않으므로 옷감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옛날에는 돗자리를 만들 때에도 청올치를 많이 썼다. 청올치로 만든 돗자리 위에 물을 흘리거나 아기들이 오줌이나 똥을 싸서 더러워졌을 때 물걸레로 닦아내기만 하면 깨끗하게 잘 닦이고 냄새나 흔적이 남지 않는다.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닥나무로 만든 창호지는 천 년을 가고 갈포는 만 년을 간다는 옛말이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서 더러워진 청올치 돗자리를 잿물에 담가서 씻으면 다시 백설같이 희어진다.
갈포로 만든 옷은 신선이나 도인이 입는 옷으로 이름이 높다. 모시옷은 날씨가 추워지면 섬유가 뻣뻣해져서 부서지지만 청올치는 질기고 부드러워서 겨울철에도 부서지는 일이 없다. 모시옷도 잿물에 담그면 때가 빠져서 표백이 되지만 오래 되면 누렇게 물이 드는데 갈포는 아무리 오래 되어도 변색되거나 물이 들지 않는다.
갈포로 만든 옷은 집을 나서서 몇 달이나 몇 년씩 돌아다니는 사람한테 아주 좋다. 때가 묻어 더러워지면 옷을 입은 채로 물에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기만 해도 때가 말끔하게 씻겨진다.
옛사람들은 도인이나 신선을 갈포(葛布) 도인이나 갈처사(葛處士)라고 불렀다. 갈포는 몇 년 동안 빨지 않아도 때가 타지 않고 결이 몹시 부드럽고 섬세하여 옷감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겨울이 되어도 옷감이 안 부서지고 닳지도 않으며 햇볕을 받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이 난다. 달빛이나 별빛 아래에서도 하얗게 빛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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