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정경대_한의학 이야기_07

醉月 2015. 1. 28. 19:23
체질의 확정과 변화
동양의학에서 생각하는 인체도. 五臟 등 신체의 기능은 陰陽五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체질의 확정과 변화는 운명적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난 그때 그 시간의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에 따라서 갖가지 체질이 확정되니 말이다. 지구가 공전해서 자신이 태어난 곳이 태양의 동쪽에 위치하면 봄이고 자전해서 동쪽에 위치하면 아침이며, 남쪽에 위치하면 여름이고 낮이며, 서쪽에 위치하면 가을이고 저녁이며, 북쪽에 위치하면 겨울이고 밤이 된다. 지구의 자전 공전은 쉼이 없으므로 기후와 에너지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해마다 다르고, 봄의 음력 1월·2월·3월이 다르고 3개월 중에서 매일과 매시가 다르다. 여름의 4월·5월·6월 그리고 매일·매시, 가을의 7월·8월·9월 그리고 매일·매시, 겨울의 10월·11월·12월 그리고 매일·매시가 다르다.
 
  따라서 태어난 그해와 계절별 월(月)·일(日)·시(時)의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에 따라서 체질이 각기 다르게 확정되는 것이다. 가령 금년 2014년은 전체적으로 덥고 가뭄이 심한 해이므로 금년에 태어난 사람은 체질이 덥고 건조하다. 그러나 태어난 그달이 가장 추운 음력 12월이고 그 날짜가 추우며 시간이 아침이라면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 된다. 뿐만 아니라 틀림없이 심장은 작고 허약한 반면 신장·방광은 크고 실하게 확정되는 데 한 치의 착오도 없다. 그렇게 확정된 체질은 마치 대해를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다. 심장이 작고 체질이 찬데 기후변화로 인해 추위가 극심하면 심장 기능이 쇠퇴하고 망가지며 심하면 그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생로병사의 절대원리이자 체질진단의 착오 없는 진실이라 단정 짓는다.
 
  물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란 것이 있어서 인종과 가족력이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테두리에서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미국의 한 지역 종합병원에서 근무한다는 한국인 여의사가 73세의 미국인 남성 체질을 메일로 문의해 왔다. 폐가 크고 열이 많은데 간이 작고 약한 체질이었다. 그런데 그 전해의 기후변화는 폐 에너지가 강하게 지배하는 시기였다. 오장육부는 자연계와 같아서 상생하고 상극하거니와 폐는 간을 억압하는 성질이 매우 강하다. 그 미국인 남성은 폐의 열사(熱邪·병을 유발하는 더운 기운)가 매우 강하게 간에 침범한 경우인데 그 정도면 간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하고 두말없이 간암을 앓는 사람이라고 답하였더니 정말 그렇다며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은근히 여러 환자를 문의할 줄 알았는데 다시는 연락이 없었다.
    
  “오장은 각기 주관하는 색깔이 있다”
 
  이처럼 그때 그 순간을 지배한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을 인체에 대입하면 타고난 체질과 오장육부의 크고 작음을 여실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이 드는 장부와 그 시기를 거울을 보듯 환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진단의 진실은 태어날 때 확정된 체질을 파악하는 데 있지가 않다. 타고난 체질은 어느 것은 많게 혹은 어느 것은 적게 버무린 오색물감을 하얀 천에 뿌려놓은 것과 같다.
 
  굳이 오색물감을 예로 든 까닭은 오장은 각기 주관하는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간담은 녹색, 심장·소장은 붉은색, 비장·위장은 황색, 폐·대장은 흰색, 신장·방광은 검은색과 통한다. 따라서 가령 신장·방광이 약한 사람이 검은색 옷을 입고 오링 테스트를 하면 손가락 힘이 굉장히 강화된다. 그러나 신장·방광을 억제하는 비위의 색깔인 황색 옷을 입으면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검은색은 약한 신장에 에너지를 보태주고 황색은 에너지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질에 맞게 색깔을 적용하는 것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여하간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타고난 체질은 크게 보아 한(寒), 풍(風·추위 중 따뜻함), 서(暑·더위), 조(燥·아주 더움), 건(乾·건조함), 습(濕·습기)으로 나누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크고 작은 오장육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현상이다. 하지만 타고난 체질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기 마련이다. 봄에 싹을 틔운 작은 나무가 그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고 잎이 지고 열매 맺고 그리고 병들기도 하고 늙고 썩어 죽기도 하듯 태어날 때 확정된 체질이라고 해서 영원불변의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면야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돌고 도는 지구를 밧줄로 묶어 놓을 수 있다면야 기후변화가 없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구는 단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자전 공전을 거듭하면서 기후와 에너지를 시시각각 변화시킨다. 그에 상응한 체질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가 다 그 때문이거니와 체질진단의 진실이 바로 거기에 있다. 즉 몇 살의 나이에 어느 장부가 약해져서 늙고 망가져서 병들고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진단의 진실이라 할 것이다. 가령 태어날 때 확정된 오장육부 중에서 비위가 작고 약한 반면 상대적인 간담이 크고 실한 체질일 때 비위를 돕는 에너지가 작용하는 때를 만나면 건강하다. 하지만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이 간담을 강화하는 때를 만나면 반드시 비위가 망가지고 심하면 반드시 위암이나 췌장암을 앓는다.
 
  이와 같이 체질의 확정과 변화 그리고 질병의 진단은 하나도 둘도 기후와 에너지의 변화규율을 파악하는 데에 있다. 첨단을 간다는 현대의료기기가 제아무리 발달해도 꿈조차 꿀 수 없는 이 진단의 논리와 정확성은 그야말로 하늘이 인간을 위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소리를 높여서 호언할 수 있다. 그리고 의료기기에만 의존하는 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한의사는 더더욱 이 진단의 법을 의심 없이 공부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일반인 역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절대로 허망하지 않고 진실하여 병자를 바르게 치료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죄 중에서 사람의 몸을 두고 맞지도 않는 진단법을 적용해서 장삿속으로 적당히 약을 처방하는 죄만큼 무거운 죄도 드물 것이다.
    
  陰陽五行으로 체질진단
 
  아무튼 그건 그렇다 하고 지금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의문에 대답할 차례다. 체질의 확정과 변화 그리고 병증을 진단하기 위한 기후와 에너지의 변화규율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의 대답이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음양오행이다. 음양오행은 창조의 논리이자 천지만물 그리고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과 성분을 함축해서 표시해 주는 문자이다. 대개들 음양오행 하면 마치 사주팔자나 보는 그런 속된 점술을 보는 부호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천만부당한 말씀이다. 철학이 없는데도 어찌해서 철학관이라 하였는지 모르지만 음양오행은 그런 것이 아니다. 노자의 《도덕경》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반드시 음양오행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공자의 주역계사전, 주자의 이기론 등등 할 것 없이 동양학은 모두 음양오행으로부터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동양의학원전 《황제내경》은 음양오행 그 자체이다. 음양오행을 모르고서는 절대로 원전을 해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단과 치료의 법을 터득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의명학의 바탕이 《황제내경》이고 그 원리가 바로 음양오행이거니와 태어난 그때 그 순간을 지배한 기후와 에너지의 성질을 표시한 문자 음양오행을 인체에 대입하면 오장육부의 크고 작음 내지 강약성쇠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몇 살의 나이에 어느 장부가 약화되고 망가져서 병이 들지 진단이 가능한 것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질서가 정연하다. 질서가 정연하므로 밤과 낮, 사계절이 변함없이 때맞추어서 오가는 것이다. 고대의 위대한 선각자들이 이러한 천지의 섭리를 음양오행이란 문자에다가 함축해 놓았기 때문에 동양의학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음양오행을 하늘과 땅의 섭리로 세분화한 문자들의 뜻을 알아보자. 하늘의 섭리는 그대로 두고 먼저 땅의 섭리를 앎에 있어서 우리가 잘 아는 띠란 것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사실 띠란 말은 허리띠의 띠와 같은 뜻이다. 궁합놀이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한 철학이 담겨 있다. 아무튼 띠는 땅의 섭리를 표시한 문자 12지지(地支)에다 동물을 배속시켜 놓은 것이다. 그리고 12가지 문자는 체질의 확정과 변화 그리고 병증을 나타내주고 매년·매월·매일·매시의 섭리를 표시해 준다.
    
  12地支와 신체
 
  해(亥·돼지띠)의 계절은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음력 10월 입동 절이고 하루는 밤 9시부터 11시이며, 물질은 물(水)이고 성질은 차며 인체에 있어서는 방광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자(子·쥐띠)의 계절은 추위가 한창인 겨울의 중심이고 음력 11월 대설 절이며 하루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이고, 물질은 해보다 적은 물인데 그 성질은 아주 차고 인체에 있어서는 신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축(丑·소띠)은 일 년 중 추위가 가장 극심한 음력 12월 소한 절이고 하루는 새벽 1시부터 3시까지이며, 물질은 흙(土)인데 꽁꽁 얼어붙은 흙에 비유되고 그 성질은 냉하며 인체에 있어서는 비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인(寅·범띠)의 계절은 추위가 남아 있는 봄의 시작인 음력 1월 입춘 절이며 하루는 새벽 3시부터 5시까지이며, 물질은 풍(風·木)이며 그 성질은 추위 중 양기가 있고 인체에 있어서는 담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묘(卯·토끼)의 계절은 봄의 중심인 음력 2월 경칩 절이고 하루는 아침 5시부터 7시까지이며, 물질은 인보다 약한 풍이고 그 성질은 추위가 좀 남아 있으며, 인체에 있어서는 간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진(辰·용띠)의 계절은 봄의 끝이고 음력 3월 청명 절이며 하루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이고, 물질은 흙이며 그 성질은 아주 습하고 인체에 있어서는 위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사(巳·뱀띠)의 계절은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의 시작이고, 음력 4월 입하 절이며 하루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이며, 물질은 서(暑·火·열)이고, 인체에 있어서는 소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오(午·말띠)의 계절은 여름의 중심이고, 하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이며, 물질은 서이고 그 성질은 아주 더운 열기이며, 인체에 있어서는 심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미(未·양띠)의 계절은 여름의 끝이고, 음력 6월 소서 절이며 하루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이고, 물질은 흙이고 그 성질은 아주 뜨거운 흙이며, 인체에 있어서는 비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신(申·잔나비)의 계절은 가을의 시작이고 음력 7월 입추 절이며, 하루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이고, 물질은 쇠(金)이며 그 성질은 아주 뜨겁고 건조함이고, 인체에 있어서는 대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유(酉·닭)의 계절은 가을의 중심이고 음력 8월 백로 절이며, 하루는 저녁 5시부터 7시까지이고, 물질은 쇠이고 그 성질은 건조함이며 인체에 있어서는 폐를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술(戌·개)의 계절은 가을의 끝이고, 음력 9월 한로 절이며, 하루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이고, 물질은 흙이며 그 성질은 아주 건조함이고, 인체에 있어서는 위장을 확정 변화시키는 에너지원이다.
 
  이와 같이 12지지는 사계절과 매월·매일·매시의 기후변화를 표시해 준다. 간편하게 묶으면 돼지띠 해(亥)와 쥐띠 자(子)는 성질이 찬(寒) 신장·방광의 에너지(太陰)를 표시한 문자이고, 소띠 축(丑)은 아주 냉한 비장의 에너지(至陰)를 표시한 문자이며, 범띠 인(寅)과 토끼 띠 묘(卯)는 추위 중 양기가 흐르는 간담의 에너지(少陽)를 표시한 문자이며, 용띠 진(辰)은 아주 습한 위장의 에너지(至陰)를 표시해 주는 문자다. 뱀띠 사(巳)와 말띠 오(午)는 열이 많은 심장·소장의 에너지(太陽)를 표시한 것이다. 양띠 미(未)는 아주 뜨거운 비장의 에너지(至陰)를 표시한 것이며, 잔나비띠 신(申)과 닭띠 유(酉)는 뜨겁고 건조한 폐·대장의 에너지(少陰)를 표시한 것이다. 개띠 술(戌)은 아주 건조한 위장의 에너지(至陰)를 표시한 문자이다.
    
  확정된 체질을 12가지 문자와 비교분석하면 현 상태 진단 가능
 
  이러한 기후변화를 표시해 주는 12가지 문자를 태어난 매년·매월·매일·매시에 대입하면 자신만의 고유한 체질을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확정된 자신의 체질을 다가오는 세월의 12가지 문자와 비교분석하면 비로소 현재의 몸 상태와 병증을 여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작고 약한 장부는 강하게 하고, 크고 강한 장부는 그 에너지를 덜어주고 억제해 주는 음식과 약초를 섭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올바른 예방과 치료의 법인 것이다. 음식과 약초는 그 성질과 성분이 반드시 코드가 맞는 오장육부로만 찾아가서 약이 되어준다.
 
  오미에 있어서, 신맛은 간담으로만 찾아가서 간담을 돕고, 쓴맛은 심장·소장으로만 찾아가서 심장·소장을 돕고, 단맛은 비장·위장으로만 찾아가서 비장·위장을 돕고, 매운맛은 폐·대장으로만 찾아가서 폐·대장을 돕고, 짠맛은 신장·방광으로만 찾아가서 신장·방광을 돕는다. 모든 약초와 오곡(五穀)·오축(五畜)·오채(五菜)·오과(五果)가 다 마찬가지다. 이치가 이러하므로 정확한 진단으로 약한 장부를 돕는 음식과 약초를 많이 섭취하면 병을 앓지 않고 앓는 병도 치료하기 쉬워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강한 장부를 돕는 음식과 약초를 많이 섭취하면 없던 병도 앓고 앓는 병은 더 치료하기 어려워서 오래 살지 못한다. 따라서 체질에 맞는 음식과 약초는 많이 섭취하고 맞지 않는 음식과 약초는 적게 섭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체질진단의 진정한 의미라 할 것이다. 다음 회부터는 실질적인 체질진단과 음식과 약초 등으로 치료하는 법을 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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