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머슴아가 18세 어린 사춘기에 이웃마을에 사는 아가씨를 짝사랑하여 상사병이 나버렸어.
아무리 구애를 하여도 그 아가씨는 콧방귀도 안끼는거여. 결국 상사병이 심해져 죽기 일보직전이 되었어.
기가 막힌 건 그 어미였어. 그 어미로 말할 것 같으면 16살에 시집 가서 17살에 아들을 낳고 서방이 급살을 맞아 죽는 바람에 소녀
과부가 되어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수절하면서 아들 하나만을 키운 거야.
밤마다 남자가 그립고 음물이 땡기고 저릴 때마다 넓적다리살을 꼬집으며 긴긴 밤을 눈물로 한숨으로 지새운 거야.
한번은 이웃집 머슴이 한밤중에 문고리를 따고 들어온 적도 있었어.
세상 모르고 깊이 잠들었다가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눈을 떠보니 아랫도리가 벗겨진 채 머슴의 홍두깨가 막 입궁하려는 순간이었어.
얼른 궁을 돌리고서 이러지 말라고 강제로 하면 무슨 맛이냐고 내가 자진해서 하겠다고 방심하게 한 다음 죽은 서방이 설날특집으로
선물한 은장도를 잽싸게 꺼내어 머슴놈의 양물을 쑥하고 짤라버린 거여.
둘은 포도청에 압송되어 내외신 기자들의 불티는 취재경쟁 속에 공판을 받았지.
결과가 어떻게 되었어요?
둘다 무죄선고를 받았지.
아니, 이럴 수가 머슴이 어찌 무죄래요?
당시의 관습이 과부는 보쌈해 먹어도 된다는 거였거던.
으, 열받아 그 다음 이야기나 계속해줘요.
그래서 어미는 그 처녀를 찾아가서 사정을 했단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듣는다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느냐고.
그러나 처녀는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들을 게 따로 있지 여자는 정조가 생명인데 사랑하지도 않는데 정조를 주면 난 죽으라는 이야기냐고.
이번에 전처협(전국처녀협의회) 소속의 늙처녀 하나가 의원에게 자궁 진맥을 하다가 처녀막이 찢어 졌다고 7500냥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7500냥이 뭐 애이름 인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정조가 을매나 소중하냐는 걸 웅변하는 것 아니겠느냐?
하는 수 없이 어미는 포기하고 터덜터덜 돌아왔지. 기다리던 아들은 조바심을 치며 성화를 받치며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지.
그래 어미는 뭐라 대답하였데요?
처녀가 허락했다고. 그러나 결혼은 안되고 오늘 밤 딱 한번 대줄 테니까 한번 하고는 영원히 잊어야 한다고 다짐을 한 거야.
아들은 그러겠노라 약속했지. 그리고 그날 밤 자시에 약속된 사랑주막(오늘날의 러브호텔)로 찾아간 거야.
그믐밤이라 코를 베어 가도 모를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어. 호롱불도 없는 캄캄한 방에 들어서니까 이불속에 여자가 있었지.
실오래기 하나 걸치지 않고...
너무 야해서 눈뜨고 못 보겠군요. 호호호
걱정 마라 우리도 오늘 저보다 더 화끈하게 놀아보자꾸나.
그래요 그렇게 해요. 다음 이야기 어서 해줘요. 무지 궁금해요.
생애 최고의 황홀함을 맛보고 아들은 잠이 들었어.
그런데 너무 기력을 소진한 탓에 목이 타서 오경쯤 눈을 뜨고 자리끼를 찾다가 옆자리에 누운 여자를 보니까 희미한 새벽빛에.....
새벽빛에 보니까...?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어머니였어.
어머나 그럼 소위 말하는 상피(相避)붙은 것이군요.
그렇지. 쉰말로는 제밀헐이라고도 하지.
완죤히 한대국판 오이디푸스왕이군요.
아들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 길로 가출을 하고 말았지.
오이디푸스왕처럼 눈알은 안 뽑았나요?
눈알은 안 뽑았지만 다신 여자랑 이층쌓기를 안하리라 결심했지.
여기저기 방랑하던 중 선도의 대가인 감우팔원 선생을 만나게 되었지.
감우팔원(監于八元)? 어떤 분이신가요?
감우팔원에 대해서는 왕건의 출생과 고려의 건국을 예언한 인물이라는 것만 우선 알아두어라.
감우팔원 선생이 사주를 보더니 자네는 기가 막힌 적승연을 타고 났군.
상피연이 한번 더 있겠다는 충격적인 예언을 한 거야.
어머니 말고 상피연이 또 있다고요? 기가 막힌 운명이군요.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지. 그래서 아들은 여자라면 멀리하고 쳐다도 안 보고 살기를 20년 가까이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사당패가 들어온 거야. 사당패에도 종류가 많지. 남사당패 초라니패 걸립패 솟대쟁이패 대광대패 굿중패 각설이패
풍각쟁이패 이야기패 등 그 중에서도 한대국의 원조집시라고 하는 남사당패가 가장 유명하고
또 남사당패 하면 성안골 청룡사의 남사당패가 으뜸이지... 사슴을 사랑한 노처녀 시인 노천명은 담과 같이 이들을 노래하였단다.
나는 얼굴에 붙칠을 하고
삼단같은 머리를 땋아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남포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된다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 노천명, <남사당>
너무나도 애처러운 시군요. 이 시를 듣자니 가슴이 막 저려오네요. 그런데 서방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사당패는 언제부터 우리 나라에 있었던 것인가요?
음. 아무리 바빠도 그 이야기를 먼저 하고 넘어 갈거나. 사당패의 유래에 관한 기똥차게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지.
삼국을 통일한 문호왕 법민이 하루는 배다른 동생 차득공(車得公)을 불러 네가 재상의 대임을 맡아 백관을 고루 다스리고 사해
를 태평케 하라 고 명하였다. 이에 공이 말하기를 폐하께서 만일 소신으로 하여금 재상을 삼으시려 하신다면 신은 나라 안을 몰래
다니면서 백성의 부역이 괴로운가 수월한가라든가 조세가 가벼운지 무거운지 특히 토초세의 폐단은 없는지 또 관리들이 청렴한가
흐린가를 살핀 후 직책을 맡겠습니다 하니 왕은 이를 허락하였다.
그래서 차득공은 승의를 입고 비파를 들고 거사의 모양을 해가지고 경주를 나와 아슬라주(명주) 우수주(춘천) 북원경(원주)를 거쳐
무진주(해양)에 이르러 여러 고을을 순행하게 되었다.
그때 주리(州吏)로 있던 안길(安吉)이란 자가 상당히 안목이 있던 자라 이인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서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
서 극진히 대접하고 안방에 모신 후 처첩 세 사람을 불러 말하길 너그덜 중에 오늘밤 거사 손님을 모시고 자면 나와 종신토록 해로
할 것이네 하였지.
어머나! 출세를 위해 마누라를 바치다니. 안길이란 작자도 어지간하군요.
하하하. 희정대왕 시절에는 자기 딸도 바치고 벼슬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니라. 거기에 비하면 자기가 실컷 먹다 남은 첩 하나 바치
는 거야 새 발의 피 아니겠느냐?
우와! 서방님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사옵니까? 그럼 서방님도 출세를 위해서면 소녀를... 흑흑.
월향아! 말이라고 함부로 짚어서 하고자픈대로 하는 게 아니란다.
난 다만 옛날에 있었던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란다. 거기다 나를 비기지 말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들어주기 바란다.
안길이놈은 울나라 최초로 매매춘(賣買春)을 행한 놈으로 기록되어야 하겠군요. 그래 누가 차득공과 같이 자게 되었나요?
하하하. 그것이 무척 궁금한 모양이지? 첫째 마누라와 둘째 마누라는 얼굴색을 붉히며 단호히 거부하였단다. 차라리 당신과 같이
못 살아도 외간남자와 동침할 수는 없노라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여자들이군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런데 셋째는요? 뭐라 그랬어요?
셋째는 조금 달랐단다. 당신이 만일 소첩과 종신 동거를 약속한다면 쓴다고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명령을 쫓겠노라고...
아아 사랑하는 님을 영원히 소유하기 위하여 여자의 가장 소중한 정조를 버린다?? 이것은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파라독수인가??
한대국판 애수가 나올 판이군요.
차득공은 그날 안길의 셋째 마누라가 제공하는 지극한 육보시 공양을 받고 그날밤 오끼나와로 해서 방콕으로 해서 홍콩까지 동남
아 여행을 다녀왔단다. 그녀의 태구닉(態軀匿-숨겨논 몸놀림)은 절묘해서 차득공은 학질 걸린 환자처럼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마
구 소리를 질러댔다는 거 아니냐.
좋았나 보죠.
음 너무너무 좋았던 모양이야. 그 이튿날 쾡한 눈을 해가지고 떠나면서 안길에게 이렇게 말했지.
나는 경주 사람인데 나의 집은 황룡(黃龍) 황성(皇聖) 두 절 중간에 있고 나의 이름은 단오(端午)라고 하오. 그대가 만일 경주에
올 일이 있거든 나의 집을 찾아 주시오
그후 차득공은 경주로 돌아와서 재상이 되었어. 그때 제도에 각 주의 향리 한 사람으로써 서울의 제조(諸曹)를 상수(上守)케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일러 상수리제라고 한다. 오늘날의 기인제도(其人制度)와 같은 거지. 안길이 상수할 차례가 되어 경주에 왔단다.
그럼 차득공의 집을 찾아갔겠군요?
그렇지. 그런데 두 절 사이의 차득공의 집을 물으니 아는 이가 없는 거야. 안길이가 오랫동안 길가에 서 있었는데 한 노옹이 지나
가다 그 말을 듣고 한참 서서 생각하다가 말하기를,
두 절 사이에는 집이 없소. 다만 대궐만이 있을 뿐이오. 그리고 단오(端午)는 우리말로 차의라고 발음되기도 하니 그 사람은 차득
령공인듯 싶소. 공이 일찌기 외군에 밀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대와 어떠한 인연과 약속이 있었소?
예. 소인과 여차저차 어쩌구저쩌구 이러꿍저러꿍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음 그렇구만. 그래서 마누라는 일단 이뻐야 한다니까. 마누라 이 쁜 것도 큰 재산이야.
하기는 오공이 아들 언철이 마누라가 좀 이쁜여잔가?
그녀가 제 서방의 뒤를 이어 이제 중추원에 의원이 되었으니 울나라도 미시족 의원이 생긴거야.
그 여자가 부자처럼 생겼더라면 지역구민이 안 뽑아 주었을런지도 모르지. 물론 전국구(錢國區)야 하겠지만.
당신 차득공을 만나려면 내가 시키는대로 하시오.
궁성 서쪽 귀정문(歸正門))에 있다가 궁녀 중에 제일 못 생긴 엄궁녀라고 있어요 이름이 청해라고.
그녀가 들어갈 때 아모레 화장품 한 세토(洗吐)를 선사하며 차득공에게 말을 전해 달라고 하시오.
왜 하필이면 하구많은 화장품 중에 아모레입니까?
허허 이 양반. 못 생긴 궁녀가 아 모레면 이뻐진다는데 마다 하겠소?
아, 예예 그렇군요. 그런데 어찌 모레면 이뻐질까요?
허허, 소문 듣지도 못하였나?
요즈음 화장품도 신토불이라 하여 쌀겨 녹두 신선초 등 전래의 비법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네.
태평양은 쌀겨 쌀눈 성분을 주로 사용한 세안료 청아 를 개발했고,
나드리는 신선초가 함유된 셀리느 를,
주리아는 수세미의 추출물을 이용한 클렌징워터 제품을 개발해 냈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남들이 알면 돈받아 먹고 광고치는 줄 알겠는데요. 요샌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광고가 유행이라네.
그걸 PPL이라 하는거여. 아무러케국 영화 <스니커즈>에 Gold Star 컴퓨터 모니터 광고한 거라든가,
기아차가 장 클로드 반담이 주연하는 <타임 캅>에 등장하는 거라든지,
삼성전자가 <결혼 이야기>에 가전제품을 소품으로 등장시킨거라든가
<미스터 맘마>의 경우는 PPL(Product Placement)의 경연장이었지.
대우전자의 가전제품 대우자동차의 승용차 베비라의 유아용품 한샘의 부엌가구 등등...이걸 소위 무의식 광고 라 하는 거여.
하하. 노인장 고맙습니다.
무진주에서 안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차득공이 쫓아나와 손을 붙잡고 궁으로 들어가 잔치를 하는데 반찬만 50가지를 차렸다는 거야.
차득공이 임금에게 아뢰어서 성부산(星浮山) 밑의 땅을 무진주의 상수 소목전으로 삼게 하여 벌채를 금하니 사람들이 감히 가까
이 하지 못하고 경향이 다 부러워하였단다.
산밑의 밭은 30묘로 종자 3석을 뿌리는 곳인데 이 밭이 풍작이면 무진주도 풍작이 되고 이 밭이 흉작이면 무진주도 흉작이었다는 것
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이 이야기하고 사당패하고 무신 상관이 있는 건가요?
음. 그건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때의 복장이다.
공은 승의를 입고 비파를 들고 거사의 모양을 해가지고 경주를 나와 촌락을 순행하니... 라는 구절.
그가 비파거사의 모습으로 길을 걸었다 함은 당시의 불교적 색채를 띤 떠돌이 예능인의 차림새를 함으로써
민간과의 원활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니라.
그래서 민속학에서는 이를 사당패 발생의 시초로 본다는 것 아니냐.
그렇군요. 그래야 민정시찰을 하기가 쉬웠겠지요. 요즈음은 뭐 판서다 승지다 이런 사람들 데리고 요란하게 방문을 하고 또 미리
잘한다고 좋다고 대답하라고 일러놓으니, 어디 제대로 여론수집이 되겠어요? 하나의 요식적 행위요 눈가리고 아웅하기죠.
월향아. 그런데 이 거사(居士)에 대하여 김신선의 높은서당 시절 나랏말 은사였고 현재는 원강도 한림큰서당의 교수로 계신 전신
재님은 <거사고>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단다.
거사는 학식과 도덕이 높으면서 벼슬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때로는 놀고 먹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있다.
그러나 백수와 백조와는 전혀 다르다. 여기서는 유랑의 무리로 전락한 특수한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사당은 민가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여잘 말한다
서방님, 그래서 사당패 구경을 갔는데 어찌된 거죠?
그래서 구경을 갔는데 곰뱅이쇠의 노력으로 곰뱅이(공연허락)이가 나서 공연은 시작되었는데 그 공연 순서에 어떤 것이 있는가 하면,
첫번째 놀이는 풍물이다.
풍물은 대체로 웃다리 가락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것이 오날날의 농악이란다. 정확히 표현하면 풍물농악이라 해야겠지.
웃다리는 충청 경기 이북지방을 말하는 것이다. 인사구수로 시작하여 돌림법구 선소리판 당산 벌림 양상치기 허튼상치기 오방감기 오방풀기 무동놀림 쌍줄백이 가새벌림 등 24판 내외의 판굿을 놀고, 판굿이 끝난 다음에는 상쇠놀이 법구놀이 징놀이 북놀이 등이 있다. 이게 바로
사물놀이의 원조가 되었느니라.
둘째 놀이는 버나이다.
일명 대접돌리기이다. 이것은 쳇바퀴와 대접 대야 등을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묘기를 말하니라. 단순히 접시만 돌리는 것이 아
니라 매호씨와 더불어 버나잽이가 나누는 재담이 재미있니라. 이를테면 대접을 돌리면서 매호씨! 나가 이것을 가지고 나왔을 때는
너가 알다시피 재주를 부리러 나온 것도 아니었고, 살강 밑을 뒤져도 서발막대에 거칠 게 있던가. 내 요놈은 대접을 한번 돌려볼 작정
인데 잘 되면 밥이 나올 것이고 못 돌리면 탕국 먹는 판이렷다 라 하여 재담을 늘어놓지. 돌리는 것에 따라서 대접버나 칼버나 자새
버나 쳇바퀴버나 등으로 나누니라.
셋째 놀이는 살판이다.
땅재주를 말한다. 살판은 원래 대광대패나 솟대쟁이패의 주된 놀이 중의 하나였는데 이것이 남사당놀이에서도 보여지게 되었다. 땅
재주꾼인 살판쇠가 매호씨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여러가지 땅재주를 보여주는 것이다.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판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니라. 살판은 두 손을 짚고 한번씩 법사를 넘는 덤불링과 같은 놀이
다. 살판은 머리 목 어깨 팔 오금 손목 손가락 허리 다리오금 발목 모두를 써야 하니라. 이 재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2∼3인
이 나와서 하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바보짓으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니라.
처음에는 사뿐사뿐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냅다 내달아 곤두박질을 하며 손식간에 헤까닥 재주를 넘는다. 이 땅재주에
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면.
번개곤두 라 하는 것은 손을 땅에 짚지 않고 공중회전하여 바로 서는 기술이지. 지팡설손 이란 재주는 한 번은 뜨게 한 번은 재게
번갈아 넘고 나중에는 손을 짚지 않고 공중에 떴다가 휙 몸을 뒤집으며 떨어지는 것이고, 고디앞시금 같은 것은 옆으로만 돌아서 떨
어지는 기술이란다.
숭어뜀 은 하늘을 본 채 두 팔은 뒤로 땅을 짚고 팔걸음으로 섰다가 두팔이 넘어가서 처음 자세로 된 뒤 다시 몸을 틀어 두 발을
하늘로 올려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가는 기술이란다.
이런 땅재주 기술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기술은 용틀임 이라는 기술인데 살판쇠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기술이란다. 그때 흥
을 돋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재담을 먼저 늘어 놓는단다.
진진 오뉴월 뙤약에 먹구름은 밀려오고 쏘내기는 쏟아지고 물개똥은 나오고 송아지가 뛰니 숭어가 뜀박질을 하는데(덩덕궁이
에서 자진가락으로 숭어뜀, 매호씨도 덩달아 살판쇠의 주위를 돌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매호씨! 잘하면 살판이고 못하면 죽을 판
이렷다? 땅개비가 떴다가 용틀임으로 떨어지는데 눈깜짝하면 못보는 재주렷다
용틀임 은 동으로 서서 살판을 10여 번 거듭 계속해서 넘는 뒷군두로 공중에 솟았다가 떨어지면서 몸을 용틀임해서 땅에 섰을 때
는 북을 보고 서게 되는 재주란다. 땅재주 가운데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며 잘못하다가는 모가지가 부러져서 죽는 수도 있단다. 이러한
기술을 가진 재인을 곤두패라고 하지. 장길산이가 바로 이 곤두패 출신이니라.
넷째 놀이는 어름이다.
줄타기 놀이이다. 이 역시 어름산이(줄꾼)와 매호씨가 재담을 주고받으며, 줄 위에서 가창하고 잽이의 장단에 맞추어 진행되니라.
앞으로 가기 장단줄 거미줄느리기 뒤로훑기 콩심기 화장사위 처녀총각외호모거리 허궁잽이 사새트름 양반걸음 녹두장군 행차 등이
줄 위에서 벌어지느니라.
다섯째 놀이는 덧뵈기이다.
이는 탈놀음으로서 어떤 의식성이나 행사성에 관계없이 그 지역민의 흥취와 영합을 했니라. 내용은 마당씻이 음탈잡이 샌님잡이
먹중잡이로 짜여져 있느니라.
여섯쩌 놀이는 덜미이다.
꼭두각시놀음을 이렇게 부르니라. 인형의 덜미를 잡고 놀기때문에 그렇게 부르니라. 그런데...
서방님! 그런데... 그런데요?
월향아! 그런데 말이다. 거기에 줄을 타는 어름산이 계집이...
어름사니 계집이 어쨌는데요?
얄궂기도 하여라, 인연이여 인연은 끊을 수 없는 것, 팔자는 속일 수 없는 것
거기에 어름사니라고 공중 투라피수(投裸彼修)를 하는 애사당이 하나 눈을 유별나게 끄는 거야. 기가 막히게 몸이 빠진게 옛날
짝사랑하던 그 처녈 몹시도 닮은 거야. 열 아홉이나 스물쯤의 아주 앳되 보이는, 어딘가 슬픔이 고요히 어려있는 정말 사내들의 애간
장을 다 녹이는 그런 애련함을 지닌 애사당이었어.
아들은 참을 수 없는 성욕의 무거움을 느끼고 그 애사당을 그날 밤 많은 돈을 주고 샀어.
사당패들이 몸도 팔았는가요?
이학규(李學逵)의 걸사행(乞士行)이라는 시를 보면 잘 나와 있지.
동당 동당 동당
수술을 늘어뜨린 소고
긴자루 닳고 닳아 반들반들
백철의 고리는 쟁쟁 소리낸다
한 번 칠 때 굽혔던 머리 일으키고
두 번 칠 때 번개처럼 몸을 돌리고
세번 칠 때 등 뒤로 감추고
한 번 공중으로 던지자 뱅그르르 돌고
동당 동당 동당
노래하는 입 북치는 손 잘도 어울린다
나긋나긋한 영암의 대평량자
칡으로 엮은 모자 삐뚜름히
삼남 포리 원산 장사치들
머릿기름 냄새에 눈 깜짝이고 침 흘리며
돈 물 쓰듯하고 빈털터리 되는구나
동가숙 어느 봉놋방
서가식 한 됫박 양식
주막으로 장터로 바람 부나 눈이 오나
삼한 천지에 집도 절도 없는 신세라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사람 보면 애걸하는 거렁뱅이꼴이로세
동당 동당 동당
호남 퇴기 해서 창녀
한 불당에
내 사당 네 사당 무어 다투랴
아무 데나 인산인해 이룬 곳에
엉큼하게 손 집어넣어 치맛속 더듬는다
너는 일전에
몸을 허락하는 계집이요
나는 팔도에
거친 데 없는 한량이란다
아침엔 김서방 저녁엔 박서방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일반 보시 술 한 잔 굴 한 사발
한량들은 절대로 구경삯을 손으로 건네는 법이 없었다. 엽전을 입에 물고 있으면 여사당이 와서 입으로 그 엽전을 받아가야 했고,
짖궂은 놈들은 치마 속에 손수 넣어 주기도 했단다. 여사당들은 밤에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외박도 서슴지 않았는데 한량들이 하룻밤
데리고 자고 나서 주는 돈 소위 화대(花代)를 뭐라 했는지 아느냐?
해의채(解衣債)라고 했니라. 옷 벗은 값이다 이런 뜻이지.
몹시도 음탕한 놀음이군요. 남정네들은 이상해요. 처음 보는 아무 여자에게나 사랑을 느끼고. 그짓이 그렇게 하고 싶을까요?
남자는 사랑없는 성교가 가능한가 보죠?
월향아! 꼭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느냐? 그 반대다. 성교없는 사랑도 가능하다. 왜? 이제 속이 시원하냐?
그렇게 몸을 파는 여사당을 특히 유랑창녀라 하는데 이들의 우두머리인 모가비가 아예 호객 행위를 전적으로 한단다.
한산세모 잔주름 곱게곱게 잡아 입고 안성 청룡으로 사당질 가세
이내 치마는 사공막의 거적문인가 이놈도 들쳐보고 저놈도 들쳐보네
이내 입은 술잔인가 이놈도 빨아보고 저놈도 빨아보네
이내 배는 한강의 나룻배인가 이놈도 올라타고 저놈도 올라타네
도령 간다 도령 간다 재우재로 도령 간다 길 밑에다 동동 새암 처자 나 홀로 앉은 새암 던져볼까 던져볼까 봉산에 부채 던져볼
까 부채조차 무심하다 대명천지 밝은 날에 어느 누가 보아줄까 들어가세 들어가세 삼밭으로 들어가세 작은 삼대는 쓰러지고 굵은 삼
대는 춤을 춘다 우리 둘이 이러다가 아기 배면 어찌할까 걱정 마소 염려 마소 요내나 줌치에 약들었네 뒷동산에 법수나무 훑어다가 노
구솥에 달여서 묵어놓으면 아기 절로 녹아난다
아 이렇게 소리로 뜸을 들여 논 담에 구경꾼 중에서 설레꾼이나 주상의 행색인 듯 싶으면 춤사위로 다가가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잡아끌면 처음엔 손사래를 치고 거절하다간 다들 못 이기는 척 하고 끌려 온단다. 그리고는 방에 와서 사당년 허옇게 벗은 엉덩짝을
보면은 그냥 환장을 해가지고
그만~~~~~~~~ 서방님!
서방님도 경험이 있으신가봐. 그렇게 잘 아시는 거 보니
월향아! 남은 열심히 있는 상식 없는 지식 동원하여 이야기하는데 그런 수준 이하의 유치한 질문으로 판을 깰 건가?
서방니임~~~ 미안해요. 노여움을 거두서요. 그래 애사당하곤 어찌 됐나요?
아들은 옛사랑을 생각하며 애사당의 에미인 바우덕이에게 많은 돈을 주고 애사당을 샀지.
성안골 서운면 청룡리에 있는 남사당패를 먹뱅이라고 하는데 남사당패 중엔 가장 유명하지.
청룡사 팔사당 중에 제일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춘 이가 바우덕이었지.
그런데 그 여자는 얼굴이 얽고 못 생겼기 때문에 이 애사당을 자기 친딸처럼 애지중지 길렀다는 거야. 그리고 아무 남자에게도 몸
을 팔지 못하게 한 거야. 고이 길렀다가 서방을 맞아 주겠노라고. 그래서 아들은 아내로 삼겠다는 약조를 하고 많은 돈을 주고 산
거란다. 둘은 처음부터 뜻이 맞아 이런 걸 의기투합이라고 하던가? 풋사랑이 아닌 정식 결혼을 약속했지. 그리고는 아주 뜨겁게
정말 뜨겁게 뼈와 살이 다 타도록 그날 밤 사랑을...
서방님! 그래서 남녀는 같이 있으면 화재가 난다니까요. 호호호.
담날 아침 조반을 같이 하며 아들은 애사당에게 이런저런 걸 물었지. 고향이 어딘가 하고.
그런데 자기 고향과 같은 거야. 깜짝 놀라서 부모가 누군가고 물었지.
누구래요? 궁금하네요.
아버지는 자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가출하여 아직까지도 소식을 모르고 어머니는 자길 낳자마자 돌아가셨는데...
바로 아들의 어머니와 이름이 똑같은 거야.
그럼 그때 그날 밤 어머니는 임신을
그렇지. 어머니는 그날 아들과 그러고서 직통으로 임신을 했던 거야. 열달만에 딸을 낳고서 나무에 목을 매달았지. 운명적으로 태
어난 딸은 부모가 없었던 관계로 사당패들이 주워다 길렀고... 그리고 애사당이 된 거지
참 기가 막힌 운명이로군요. 정말 소설로 꾸며도 이보다 기구하진 않을 거예요. 그래 그 다음은 어찌 되었대요?
아들은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지. 결국 아들은 애사당을 끌어안고 종일을 울다가 저녁때쯤 모든 사실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칼
로 목을 찔러 자결을 하고 말았지.
그러길래 앞으로 오는 호랑이는 막아도 뒤로 오는 팔자는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지요. 귀신은 속여도 팔자는 못 속인다잖아요.
미추홀에 있는 임석철학관으로 가던 이성원 최재필 신정수 세 사람의 기문둔갑 수련생들이 지나다가 마침 이 여자의 기막한 사연
을 듣고 한바탕 논쟁을 벌인 거야.
무슨 논쟁이요?
이 여자가 장례식을 치뤄야 하는데 이 사내의 신주를 누구라고 써야 하느냐는 문제로.
어떻게 결말이 났어요?
이성원 지망생의 주장은 아버지라 써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최재필 지망생은 오빠라고 써야 한다는 거고, 그런가 하면 신정수 지
망생은 남편이라 써야 한다는 거야.
음! 상당히 헷갈리는군요. 한 남자가 아버지도 오빠도 남편도 다 되는 기묘한 인연이군요.
애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정말 이 남자는 이 여자에게 있어서 무엇이 되는 걸까요?
정말 <여자의 남자>라고 할 수 있겠군요. 천상 김한길씨가 와야 정답이 나올까요? 호호호.
이 이야기가 바로 선도에서 말하는 삼난연(三難緣)이라는 유명한 이야기여.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고 소중한가를 잘 보여 주는 설화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월향아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맺어지는 건지 아는가?
어떻게 맺어지는데요?
그건 말이야...
역사는 우리의 자랑스런 창검
선도는 우리의 믿음직한 방패
인연이란 이러하니라.
우리가 한 나라에서 태어나자면 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니라.
하룻동안 같이 지내자면 이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고,
하룻밤 같이 밤샘하자면 삼천겁,
같은 도(道)에 태어나자면 사천겁
같은 동(洞)에 태어나자면 오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며
하룻밤 성관계를 이루려면 육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며
한 가문에 태어나자면 칠천겁의 인연
부부의 인연을 이루려면 팔천겁의 인연에다 삼생지연이 있어야 하고
형제의 인연은 구천겁 부모자식지간 사제지간이 되려면 일만겁이 있어야 하느니라.
인연이라는 것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인데 관계(關係)라는 게 뭐냐?
관(關)이라는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문(門)+사(絲) 아니냐?
문(門)은 공간을 뜻하고 사(絲)는 맺는다는 뜻이다.
계(係)라는 글자를 파자하면 인(人)+계(系) 아니냐?
인류를 이어가는 체계라는 뜻이다.
즉 관계란 공간적으로 인간적으로 맺고 잇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하여 선근(善根)심기를 힘써야 하는 것이니라.
그래서 지나가다 옷깃만 스쳐도 전세에 인연이 있다고 하고, 한 그늘에서 쉬는 것도 인연이라 하는군요.
아암 그렇지. 그러기에 하룻밤 인연에도 죽을 때까지 기와집을 지었다 헐었다 한다고 하잖느냐?
그렇기에 베풀고 살아야지 빚지고 살면 안되느니라.
생전에 빚을 지면 후생에 그것을 갚아야 할 때는 30배 60배 100배로 갚아야 하는 것이란다.
예를 들어 내가 네게 1냥을 빚졌다 할 것 같으면 다음 세상에서 갚을 때는 30냥이 되고 만약 못 갚아서 다다음생에서 갚을려면 60냥 그다음생에서 갚으려면 100냥이 되는 것이란다.
그 법칙은 마치 인플레를 감안한 법칙 같군요.
이것을 불가(佛家)에서는 인과 응보라 한단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어요.
내가 금생에 업을 짓고 바로 금생에 보응을 받는 것을 순현보라하고 금생에 지었으나 어떻게 잘 넘어가서 다음 세에 받는 것을 순
생보, 다음다음 세상 언젠가 받게 되는 것을 순후보라고 하느니라.
음 정말로 좋은 업을 지어야 하겠군요. 하기사 남이 모르는 것 같아도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네가 알고(汝知) 내가
알고(我知)... 사지(四知)는 기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월향아! 너는 서방(書房)과 각시(覺是)의 뜻이 도대체 무언지 알기나 하느냐?
서방과 각시 거기에도 어떤 뜻이 있나요?
서방의 뜻도 모르면서 서방 서방하면 안되느니라. 그러니까 서방이니 남방이니 하는 비아냥이 생기는 것이란다. 서방(書房)이라
는 한자를 보아라. 글書 집房 아니냐? 이는 곧 항상 글방 서당에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서방이란 항문을 닦는 사람 항문을 넓히는 사람 항문에 힘쓰는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하하하. 월향아! 항문 항문하고 발음하면 우리말로 똥고를 뜻하는 것 같구나. 학문이라고 뎡확히 발음하라우. 하하하.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아라고 하여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하였는데, 동봉(東峰) 김시습 선생이 여기서 운자를 따서 시습(時習)이라 작명하였다는 것이다.
아! 그 삼세 천재라고 하는 분 말씀이시군요.
그렇단다. 낳은 지 여덟 달만에 글귀를 알아 듣고 세 살 적부터 시를 짓고 마침내 나랏님께서 들으시고 다섯 살에 승정원에 업혀나
가 도승지 무릎 위에서 화운(和韻)을 하고, 이걸 생지지질(生知之質)이라고 하지. 세종대왕께옵선 믿기지 않아서 동봉을 직접 궁궐
로 부르셨지.
전에도 천재가 났다 하여 집에서 시험케 했더니 부모가 코치해서 망쳐 논 적이 있지. 김응용이라고... 결국 사이비 천재여서 한번도
국가에서 응용을 못해 먹고 말았지.
그때 대왕께선 다음과 같은 한시의 대구를 지으라고 하셨지.
동자지학백학무지청송(童子之學白鶴舞於靑松) ---동자의 학문이 백학이 푸른 소나무에서 춤추는 것과 같다
문제를 주고서도 너무 어렵지 않나 걱정했지. 그러나 동봉은 망설임없이 대구를 읊어 버렸어.
성주지덕황룡비어벽해(聖主之德黃龍飛於碧海) ---어진 임금의 덕이 황룡이 푸른 바다에서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절묘한 대구냐? 세종대왕께옵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시고 상으로 비단 세 필을 내리셨다고 한다.
대단하신 분이었는데. 시절을 잘못 만나서 불우한 일생을...
세상을 버리고 금오산으로 들어가서 대조선국 8대 신선이 되셨지.
대조선국 8대 신선이 누구신가요?
가야산의 고운선생, 금오산의 동봉선생, 성거산의 화담선생, 구월산의 서산대사, 금강산의 사명대사, 오서산의 토정선생, 삼방산의
김삿갓 그리고 보칠산의 김신선이란다.
그렇군요. 그러면 각시란 무슨 뜻인가요?
각시(覺是)란 서방을 모시고 항상 옳은 것(是)을 깨닫도록(覺) 곁에서 내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서방이 학문에 게으르
지 않도록 정도(正道)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서방(書房)과 각시(覺是)에 그렇게 깊은 뜻이 들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저도 앞으로 좋은 각시가 되도록 노력하겠
습니다. 서방님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같이 창가 하나 부르셔요.
무슨 창가?
전에 유행하던 창가이온데 제가 비파로 음을 잡을 터이오니 저를 따라 하시와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팔자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예물 필요 없어 택일 필요 없어
아아 바보 같은 절차 집어쳐 버려
서방님 낭군님 그댈 그대를 사랑해
서방님 낭군님 그댈 그대를 사랑해
서방님! 이게 저의 마음이옵고요, 저는 이제 평생 서방님만을 일편단심 섬길 작정이옵니다.
으음! 월향이! 그대의 심중곡(心中曲)을 들었으니 낸들 어찌 가만 있을 수 있겠느냐.
나도 심중곡 한 곡조를 한시로 읊을 터이니 잘 들어 보게나. 다만 독음(讀音)은 따로이 붙이지 않을 테니 스스로 알게나.
爾年十九齡 네 나이 이제 열 아홉인데
乃操持瑟瑟 벌써 비파를 갖고 다루는구나
速速許高低 빠를 땐 빠르게 높고도 낮게
勿難報知音 지음을 알기에 어렵지 않구나
호호호 서방님! 서방님의 한시는 정말 재치 익살 해학의 극치라 할만 하옵니다. 세상에 저를 이렇게 크게 칭찬하면서 그 뒷면에는
너무도 야한 소리를 다 하시는군요. 서방님이 그래서 이 한시의 독음을 안 달아주셨군요. 하는 수 없죠. 왕편(王篇) 보고 찾는 수밖에.
독자들도 아마 왕편을 찾아서 음을 알고 나면 무진장 웃겠죠? 아이구 배꼽이야. 호호호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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